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2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손준성(47·사법연수원 29기)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내달 2일 첫 조사한다. ‘손준성 보냄’이라는 텔레그램 메시지가 언론에 공개되고 두 달 만이다.
2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와 손 검사 쪽은 전날 오후 조사 일정을 확정했다. 양쪽은 공식적으로 조사 날짜와 공개출석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손 검사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이어서 사건 관계인 비공개 조사 때 쓰이는 공수처 정문 앞 차폐 시설을 통해 출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손 검사가 이번에도 조사를 미루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9월2일 ‘손준성 보냄’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 이미지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전달된 사실이 드러나자, 공수처는 같은 달 10일 손 검사를 피의자로 입건하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주변 조사를 마친 공수처는 이달 초부터 손 검사에게 출석 조사 날짜를 전달했지만, 손 검사는 변호사 선임 등을 이유로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10월22일 조사가 이뤄지는 듯했으나 김웅 의원과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 사이 녹취파일이 공개된 직후 손 검사가 ‘11월2일 또는 4일 이후 출석이 가능하다’며 또다시 조사를 미루기도 했다. 이에 공수처는 손 검사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앞으로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손 검사 진술 등을 종합해 이를 기각했다. 이번에도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구속영장 재청구 빌미를 줄 수 있다.
그동안 “어떤 경위로 이런 의혹이 발생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며 전혀 모르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던 손 검사는 구속 기로에 섰던 지난 26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선 다소 다른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고발장을 누군가 보내와 이를 반송했고, 이 반송 메시지가 어떤 경로를 거쳐 김웅 의원에게 전달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텔레그램에는 답장, 복사, 전달, 삭제 등의 기능은 있지만 반송 기능은 없다. 앞서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해당 텔레그램 계정이 손 검사 본인의 것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
한편 공수처는 지난해 4월3일 ‘손준성 보냄’ 고발장 메시지가 김웅 의원에게 전달되던 날, 손 검사 지휘를 받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검사가 고발장 내용에 담긴 검-언유착 제보자 관련 판결문을 검색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적을 확인했다. 공수처는 이 판결문이 ‘손준성 보냄’ 메시지를 통해 김웅 의원에게 전달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수처는 손 검사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며 김 의원을 공범으로 적시했다고 한다. 손현수 기자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허문도(사망), 허삼수와 함께 ‘쓰리 허’로 불리며 실세로 꼽혔던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이 29일 노태우씨 빈소에서 12·12 군사반란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과 관련해 한 말이다. 반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이 확정됐던 허씨는 노씨의 국가장 장례위원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12·12 및 5·18 관련 어떠한 책임 인정이나 사과도 하지 않는 이들이 유족 추천 몫으로 장례위원에 포함되면서 유족들이 노씨를 대신해 전한 ‘사과’의 진의도 의심받고 있다.
허씨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노씨 빈소를 조문한 뒤 ‘노태우씨가 5·18 유족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사과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족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에게 묻지 말라.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12·12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으로, 반란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된 허씨는 노태우씨 국가장 장례위원회 장례위원 352명에 포함됐다. 전날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장례위원 명단을 보면, 전두환 정권 실세로 불린 ‘쓰리 허’ 중 2016년 사망한 허문도씨를 제외한 허화평·허삼수(12·12 당시 보안사 인사처장) 두 사람이 나란히 포함됐다. 최세창씨 이름도 보인다. 최씨는 12·12 및 5·18 당시 3공수여단장이었다. 5·18 진압 공로로 무공훈장을 받기도 했다. 2019년 전두환씨의 12·12 군사반란 40주년 기념 오찬 논란 당시 참석자이기도 하다. 허삼수, 허화평, 최세창 모두 전두환, 노태우와 같은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들은 2014년 ‘내란·반란죄로 받지 못한 군인연금을 달라’는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번 장례위원회에는 입법·사법·행정부 고위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방송언론계와 유족이 추천한 인사 등이 포함됐다. 허화평·허삼수 등은 유족 추천 몫으로 장례위원이 됐다고 한다. 이밖에도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장관, 전두환 정권에서 국가안전기획부 기조실장을 맡았던 김용갑 전 의원 역시 포함됐다. 동교동계 인사로 꼽히는 정대철·한광옥 전 의원, 상도동계 최형우·김덕룡 전 의원 등도 장례위원으로 참여했다.
반란 참여자가 장례위원이 된 것과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관례에 따라 유족들이 전달한 명단을 그대로 넣은 것이다. 정부가 위원을 심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명이인 여부에 대해서는 “이 역시 관례에 따라 유족이 경력은 안 주고 이름만 주고 있다”고 했다. 노태우씨 국가장 영결식은 30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진행된다. 영결식 후 유해는 경기 파주시 검단사에 안치된다. 박수지 김양진 기자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본경선 여론조사 문항을 ‘가상 양자대결을 전제로 한 4지선다형’으로 확정했다. 가상 양자대결을 선호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4지선다형을 주장했던 홍준표 의원 사이에서 절충한 결과지만, 홍 의원의 요구에 더 가깝게 결론이 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경선 선관위 산하 여론조사 소위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26일 전체회의가 끝난 뒤 “가상대결을 전제로 해서 질문하고 본선 경쟁력을 묻는 방식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세부 문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재명과 원희룡, 이재명과 유승민, 이재명과 윤석열, 이재명과 홍준표 후보가 대결한다. 이 가운데 본선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나”라는 식으로 문항이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 양자 대결 형식을 가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4지선다 방식이다.
홍 의원은 이날 안보·국방 대전환 공약발표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결국은 저희들이 한 주장대로 들어준 거 아니냐. 그래서 저는 전혀 이의가 없다”며 환영했다. 홍 의원은 “이재명 후보와의 경쟁력을 본다고 하는데 최근 여론조사는 저만 유일하게 이기니까 다른 사람들은 마이너스다. 그만큼 좋은 게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자신의 ‘경쟁력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성인 1024명을 대상으로 가상 양자 대결을 실시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홍 의원은 45.1%, 이 후보 40.6%로 나타났지만, 윤 전 총장과의 가상 대결에서는 이 후보가 43.7%, 윤 전 총장은 40.6%였다.
가상 양자대결을 주장해온 윤석열 캠프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당 선관위 결정을 따르겠다고 이미 밝힌 대로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후보들은 권한이 없고 당에서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에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캠프 내부에서도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했던 ‘역선택’을 방지하지 못해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한겨레>에 “우리 의견은 10∼20% 수준밖에 반영이 안 됐다. 가상대결을 주장했던 건 역선택을 어느 정도 방지하기 위함인데 이를 설문으로 꼬는 건 안 하는 것보단 낫지만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양자대결 방식을 선호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 쪽은 “대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유승민 전 의원 쪽은 ‘양자대결 형식의 문구를 뺀 단순한 4지선다형이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론조사 문항이 너무 길면 수용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그러나 대선 예비후보 3명이 수용했고 “번복은 없다”는 게 국민의힘 선관위의 확고한 입장이어서 확정된 문구로 여론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국민 여론조사 50%와 책임당원 투표 50%를 합산해 다음달 5일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 책임당원 투표는 다음달 1~4일 모바일과 전화를 통해 이뤄지며, 여론조사는 3~4일 진행된다.
환담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환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약 50분간 차담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만으로, 이번 만남을 계기로 이 후보의 '원팀' 행보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자리에 대해 '후보 선출을 축하하는 자리'라고 규정한 뒤, 대장동 비리 의혹을 비롯한 선거 정국에 관련된 얘기는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선후보와 차담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우선 인사말에서 지난 민주당 경선을 거론하며 "경쟁을 치르고 나면 그 경쟁 때문에 생긴 상처를 서로 아우르고 다시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일요일에 이낙연 전 대표님을 (만난 것이)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와도 2017년 당내 경선 겨뤘던 일을 떠올리며 "경쟁을 마친 후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해내고 이후 함께 국정을 끌어왔다"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 이 후보가 새 후보가 돼 감회가 새롭다. 끝까지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저도 경기도지사로 일한 문재인 정부의 일원"이라며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고 역사적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겪어보니 제일 중요한 것은 정책"이라며 "대선 과정에서 정책을 많이 개발하고 정책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해달라. 이 후보 외에 다른 후보들에게도 똑같은 당부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어제 대통령님의 시정연설을 보니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들어있어서 너무 공감이 많이 됐다"며 "가끔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 놀랄 때가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께서 지금까지 민주당의 핵심 가치라고 하는 민생, 개혁, 평화의 가치를 정말 잘 수행해주신 것 같다"며 "경제발전, 군사강국, 문화강국으로 자리잡은 것은 다 문재인 대통령 노력 덕분"이라고 언급했다.
모두발언 뒤에는 비공개 대화가 이어졌으며, 이 내용은 배석자인 이철희 정무수석이 언론에 브리핑했다.
이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로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기후위기도 가속화하는 역사적 시기"라며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 다음 정부가 지는 것이 더 클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농담조로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또 이 후보가 "대선을 치르며 안 가본 곳을 빠짐없이 다 가보려 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방역을 잘해서 이번 대선이 활기차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선거운동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경쟁했던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얘기도 나왔다.
이 후보가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하려고 마음에 담아 둔 얘기를 꼭 드리고 싶다"며 "지난 대선 때 제가 조금 모질게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아시겠죠?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고 이 수석이 설명했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이 후보는 "전체 경제가 좋아지지만 양극화가 심화하고 서민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확장재정을 하는 것이 좋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기업들을 많이 만나보라"며 "대기업들은 (사정이) 굉장히 좋아 생존을 넘어 대담한 목표를 제시하지만, 그 밑의 작은 기업들은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선후보와 차담하는 문재인 대통령
한편 이 수석은 "(회동에서) 대장동의 '대'자도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나 '수사'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며 "부동산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대북정책 얘기도 하지 않았다"며 "무거운 얘기를 피하다 보니 가볍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소개해드린 농담들도 서로 편하게 주고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사전에 제가 이 후보 측과 선거 관련 얘기,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얘기를 했다"며 "이 후보는 후보로서 얘기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을 상대로는 언급 안하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선출된 지 16일 만에야 문 대통령과의 첫 회동이 성사된 것을 두고 '과거보다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는, 이 수석은 "자연스럽게 스케줄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사례를 살펴보면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후보의 면담은 두 차례 있었다.
2012년에는 박근혜 당시 후보가 선출된 지 13일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동했고, 2002년에는 노무현 당시 후보는 선출된 지 2일 만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면담했다. 2007년 대선 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당의 탈당 요구로 당적을 정리한 후였던 만큼, 당시 여권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는 만나지 않았다.
회동 형식이 차담이 된 것에는 "식사를 하게 되면 필요 이상으로 무거운 의미부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이 수석이 설명했다.
이재명, 문 대통령 ‘인증’ 받고 정세균 만나며 ‘원팀 구성’ 박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한정식집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집권여당 대선후보로서 ‘정식 인증’을 받았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정세균 전 총리도 만나 선거 지원을 요청했고, 27일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회동을 예고하는 ‘통합 행보’로 본격적인 원팀 선대위 인선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 만난 이재명, 일체감 강조
이 후보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50분 동안 이어진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과거 앙금을 털어내고 일체감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마음에 담아둔 얘기를 꼭 드리고 싶었다”며 운을 뗀 뒤 “지난 대선 때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했다.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모질게 경쟁’했던 과거를 문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한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며 웃으며 받았다고 한다. 이날 비공개 회동의 주요 화제는 대선 정책경쟁과 기후위기와 경제 문제였다고 하지만, 배석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한 대화에서도 문 대통령과의 동질감을 강조하는 이 후보의 발언이 두드러졌다. 이 후보는 전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거론하며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 (시정연설) 내용도 꼼꼼히 살펴봤는데 내 생각과 너무 똑같았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데 문 대통령도 루즈벨트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알고 있다. 거기에 공통분모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계승자임을 강조함으로써 40%에 가까운 문 대통령 지지율을 흡수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정책에 관한 해법에는 시각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좀 더 과감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조정과 양극화 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을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어떤 목표든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며 “기업들도 많이 만나보라”고 말했다.
오늘 정세균, 내일 추미애…원팀 선대위 구상
지난 24일 이 전 대표를 만나 ‘경선 후유증’을 정리한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또 다른 경쟁자였던 정 전 총리를 서울 여의도 음식점에서 만나 만찬을 함께 했다. 정 전 총리는 “이 후보가 승리해 문재인 정부가 잘 계승되길 바라는 당원 동지와 국민이 많다”며 덕담을 건넨 뒤 “꼭 원팀을 만들어서 필승하도록 노력하자”고 격려했다. 이 후보는 “총리님께서 함께 해주시고 큰 역할 해주시면 아주 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우리 총리님 계보”라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정 전 총리가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당 상근 부대변인을 지낸 인연이 있다.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를 공천한 사람도 정 전 총리였다. 지난 11일엔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며 이 전 대표의 경선 불복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선대위 상임고문직을 수락했다. 이 후보는 선대위에 후보 직속 ‘미래경제위원회’를 둬서 정 전 총리 쪽 의원과 전문가들을 적극 포용할 계획이다.
이 후보 쪽은 이낙연·정세균 캠프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 통합·원팀 선대위를 꾸릴 계획이다. 이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양 캠프의 3선 이상 의원들은 한명도 예외 없이 본부장급 이상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대위의 주요 보직인 총괄선대본부장과 비서실장, 수석대변인을 비롯해 5대 본부장(종합상황·전략·조직·정책·홍보)을 누가 맡게 될지도 관심사다. 이 후보 쪽은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돕던 의원 그룹에 ‘원하는 자리를 먼저 고르라’고 제안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후보 비서실장은 이낙연 캠프의 총괄본부장이었던 박광온 의원에게 제안했으나 박 의원이 고사하면서 이재명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박홍근 의원이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영지 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