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막는 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앱마켓을 규제하는 세계 첫 입법이 한국에서 이뤄진 것이다. 미국, 유럽 등 해외 국가에서도 앱마켓에 대한 반독점 규제가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회는 이날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법으로 금지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의결 후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법을 공포한 날부터 바로 시행하도록 한 부칙 조항에 따라 9월 안에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전세계에서 인앱결제 의무화를 적용하려던 10월1일 이전에 법이 시행되면서 구글의 계획에 제동이 걸리게 된 것이다.

 

개정 법안은 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앱 개발사에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앱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거나 앱마켓에서 삭제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중복규제라고 주장했던 두 가지 내용, △앱 마켓사업자가 개발사에게 다른 앱 마켓에 앱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거나 △개발사를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를 막는 조항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이 법은 지난해 6월 구글이 게임 앱에만 적용되던 인앱 결제 의무화와 결제 금액의 30%를 받던 수수료 방침을 모든 앱으로 넓힌다고 하면서 발의됐다. 구글이 제시하는 조건을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앱 개발사들은 “30% 수수료는 앱 생태계를 파괴하는 수준”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전세계에서 적용되는 조처인 터라 해외 개발사들의 반발도 거셌다. 이에 이달 초 미국 상하원에도 앱마켓을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됐고, 미국에서 빅테크 기업을 규제하는 취지의 반독점법 5개를 지난 6월 통과시키는데 앞장선 미국 민주당의 데이비드 시실리니 의원은 한국의 규제 법안에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미국 유타주와 뉴욕주 등 36개주와 워싱턴DC가 구글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 제소한 바도 있다.

 

이날 국회에서 법안이 가결되자 구글코리아 쪽은 “해당 법률을 준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향후 수주일 내로 관련 내용을 공유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최민영 기자

 

문 대통령, 구글갑질금지법 통과에 “자부심 가질만한 일”

“플랫폼 사업자가 확대된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 수행해야”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를 통과한 구글의 인앱결제 의무화를 막는 전기통신사업법, 이른바 ‘구글갑질방지법’에 대해 “우리가 플랫폼 사업자의 의무를 세계 최초로 법률로 규정한 것은 자부심을 가질 만한 일로, 국제적인 규범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2일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대해 외신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플랫폼 사업자가 확대된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와 이용자 보호를 수행하고, 앱 마켓의 건전한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하위 법령을 차질없이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법은 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앱 개발사에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앞서 구글은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앱을 내려받는 앱마켓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6월 게임 앱에만 적용하던 인앱 결제 의무화와 결제 금액의 30%를 받던 수수료 방침을 모든 앱으로 넓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앱 개발사들은 “30% 수수료는 앱 생태계를 파괴하는 수준”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이같은 법이 추진됐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기통신사업법은 콘텐츠 창작자의 정당한 수익을 보장하고, 모바일 생태계가 보다 발전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대중교통 이용 전후의 보행 또는 자전거 이동거리에 따라 마일리지를 지급하는 알뜰교통카드 사용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국민 개개인이 에너지를 아끼는 수칙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큰 제도”라고 평가하며 널리 알리라고 지시했다. 이완 기자

이태규 의원, 특임공관장 활동 내역 비판…주재국 인사 접촉 1~2회"

 

장경룡 주 캐나다 대사

 

정부에서 임명한 주요국 '특임 공관장'의 외교 활동이 저조하다는 지적이 2일 제기됐다.

특임공관장은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정치권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를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국회 외통위 소속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은 주요 재외공관 39곳의 '2020∼2021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 집행현황'을 분석한 결과, 주도미니카대사관, 주독일대사관, 주불가리아대사관, 주중국대사관, 주스위스대사관, 주시카고총영사관, 주캐나다대사관, 주헝가리대사관 등 8곳이 인접국 또는 전임 공관장 대비 '구축비' 집행 실적이 저조했다고 밝혔다.

 

외교 네트워크 구축비는 일종의 대외 판공비로, 외교관이 주재국 인사들과 대외 보안이 요구되는 외교 활동을 할 때 필요한 비용을 법인카드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활발한 외교 활동의 척도가 된다는 것이 의원실의 설명이다.

 

이 의원은 특히 이 가운데 5곳이 특임공관장인 점을 문제 삼았다.

 

청와대 인사수석 출신의 조현옥 주독일대사는 작년 11월 부임 이후 9개월 동안 주재국 인사 접촉이 1차례에 그쳤다. 문체부 차관 출신인 노태강 주스위스대사도 같은 기간 주재국 인사 접촉이 1차례였다.

 

같은 시기 부임한 인접국의 일반 외교관 출신 공관장의 경우 동일한 기간에 주재국 인사 접촉 실적이 36건에 이르러 차이가 컸다.

                 장하성 주중 대사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인 장하성 주중국대사는 작년 1월부터 올 7월까지 1년 7개월간 비공개 외교활동 실적이 16건이었다. 이 가운데 중국 정부 인사와의 접촉은 2건이었다.

 

민주평통 국제협력분과위원장 출신의 장경룡 주캐나다대사도 주요 인사 접촉이 6건이었다. 이는 전임 공관장 재임 시절인 전년도 대비 7분의 1 수준이다.

 

민주당 국회의원 출신 최규식 전 헝가리 대사도 작년 말 임기를 마칠 때까지 주재국 인사 접촉 횟수가 전임 대사의 가 재임했던 전년도에 비해 3분의 1에 미치지 못했다.

 

이태규 의원은 "외교 최일선에서 치열하게 일할 재외공관장들이 정권의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정실인사로 전락, 외교 공백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찬성 135인, 반대 24인, 기권 24인으로 가결

 

지난 23일 오후 서울 도봉구 강북힘찬병원에서 직원들이 수술실 폐회로텔레비전(CCTV)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7년에 걸쳐 부침을 거듭했던 ‘수술실 폐회로텔레비전(CCTV·시시티브이) 설치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의료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가릴 근거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환자의 권익을 한걸음 진전시켰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시시티브이 설치·운영비를 의료기관이나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어떻게 나눠서 부담할지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어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는 31일 본회의를 열어 수술실 내부에 시시티브이를 설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135명의 의원이 찬성했고, 24명이 반대, 24명이 기권했다. 개정안은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시시티브이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시행일은 2년 유예 기간을 거쳐 2023년 8월30일부터다.

 

이에 따라 법 시행 이후 환자나 환자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에는 의료기관은 수술 장면을 의무적으로 촬영해야 한다. 다만, 응급 수술이나 위험도 높은 수술, 전공의 수련 목적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장이나 의료인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다. 수술 장면을 촬영할 때 녹음 기능은 사용할 수 없지만, 환자와 참여 의료인 등 정보 주체 모두가 동의할 때는 녹음도 가능하다.

 

의료기관장은 촬영 영상이 분실·도난·유출·변조·훼손되지 않도록 저장장치와 네트워크를 분리해야 하며, 접속 기록 보관과 출입자 관리 방안 마련 관련 조처도 해야 한다. 또 범죄 수사, 공소 제기·유지, 법원 재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의료분쟁 조정·중재 절차 등으로 관련 기관이 요청하는 경우나 환자와 의료인 모두의 동의를 받은 경우가 아니면 촬영 영상을 열람하게 하거나 제공해선 안 된다. 의료기관은 영상을 30일 이상 보관해야 하고, 촬영 정보 열람 비용을 요청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수술실 시시티브이 의무화법은 수술실 생일 파티 등의 논란으로 2015년 처음 국회에서 발의됐다. 이후 계속되어온 수술실 내 성범죄와 무자격자 대리수술 등으로 19·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진척되지 못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시티브이 의무화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 등의 인권 보호에 부합한다며 법안에 찬성하는 의견을 냈다. 이후에도 간호조무사 대리수술 사건 등이 드러나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안규백,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법을 발의했고, 지난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25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2014년 강남 일대 미용성형 병의원 유령수술 실태를 고발한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무자격자 대리수술로 아들을 잃은 경험을 토대로 1인 시위로 수술실 시시티브이 입법화에 앞장선 이나금 의료정의실천연대 대표 등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법안은 지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환자와 의료인 모두 100% 만족할 수 없겠지만, 유예 기간 2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환자와 의료인 모두 동의할 합리적 방안을 찾아가길 희망한다. 법안의 국회 통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저녁 성명을 내어 “2021년 8월31일은 대한민국 의료 역사에 오점을 남긴 날로 기억될 것”이라며 “법안이 시행되기까지 2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지속해서 법의 잠재적 해악을 규명하고, 선량한 집도의들의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법이 규정하는 직업 수행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을 제기해 법정 투쟁도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법은 시행령 제정 등의 과정에서 시시티브이 설치·운영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 등의 쟁점을 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에 “국가 및 지자체는 시시티브이 설치 등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했지만, 지원 규모 등을 정하지 않아 정부와 병원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감시 환경 아래에서 의료 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 환자와 의사 사이 불신 조장 등을 이유로 법 제정에 강하게 반발해온 대한의사협회와 병원협회가 비용 부담에도 소극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신마취 수술이 많은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같은 필수 중증 수술과목을 지원하는 의사들이 법제화에 부담을 느끼면서 정원 미달 상황이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지훈 기자

 

대법원 쪽 “국회 결정 존중…현행법 따라 법조일원화 추진”

민변 쪽 “사회적 합의 거친 제도, 졸속으로 수정돼선 안돼”

 

     국회 본회의.

 

판사 임용을 위한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여야 합의로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이 부결된 것은 이례적으로, 여당 내 일부 의원들이 ‘사법개혁 후퇴’를 이유로 반대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2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72명, 기권 46명으로 부결시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이상민·우원식·신동근·한준호·황운하 의원 등 수십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대법원은 ‘법조일원화 제도’에 따라 2013년부터 경력 법관을 임용하고 있다. 이전에는 사법연수원 성적만으로 판사를 선발하는 ‘즉시법관제도’를 운영했는데, 이렇게 뽑힌 판사들이 사회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선배 법관 의견에 종속되거나 실생활과 동떨어진 판결을 내놓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법조일원화 제도에 맞춰, 올해까지 법관임용 때 최소 법조 경력을 5년으로 하고, 점차 7년, 10년으로 최소 필요 연수를 늘릴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유예기간이 끝나는 2026년부터는 최소 10년의 법조 경력을 갖춰야 판사로 임용될 수 있다. 그러나 판사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달 판사 임용 경력요건을 완화해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에서 5년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가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법개혁을 위해 도입한 제도의 취지에 역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국회 표결에 앞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 법안을 발의한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소 법조 경력을 10년 이상으로 강화하면 법관 부족에 의한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찬성 의견을 냈다. 하지만 판사 출신 같은 당 이탄희 의원은 “임용 경력을 5년으로 퇴보시키면, 법원은 변호사 시험 성적이 좋은 사람들을 로클럭(재판연구원)으로 입도선매하고 대형로펌은 향후 판사로 점지된 이들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을 할 것이다. ‘후관예우’가 생긴다”고 반대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도 지난 30일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안은 법조일원화 취지에 벗어난다”며 반대한 바 있다.

 

서선영 민변 사법센터 법원개혁소위원장은 이날 본회의 부결 뒤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본회의 부결을 토대로 법조일원화 제도가 다시 제대로 정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의한 법조일원화 제도를 퇴행시키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없이 3개월 만에 졸속으로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는 일이 되풀이 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고 현행법에 따라 법조일원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