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경선 앞두고 경선판 요동…타후보 지지 질문에 "민주당 지지"

 

정세균, 민주 대선 경선 후보직 사퇴

 

더불어민주당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경선 후보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 6월 17일 '강한 대한민국, 경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88일만 이다.

 

민주당 경선 레이스의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순회 경선을 약 2주 앞둔 시점에서 전북이 지지기반인 그가 도중하차함에 따라 경선 판세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족한 저를 오랫동안 성원해준 많은 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제 평당원으로 돌아가 하나 되는 민주당,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총리는 "나라와 국민과 당으로부터 받은 은혜를 갚겠다"며 "함께 뛰던 동료께 응원을, 저를 돕던 동지들께 감사의 인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사퇴를 결심한 계기를 질문받자 "순회 경선을 하면서 고심해왔던 내용"이라며 "저와 함께하는 의원들과 장시간 토론 끝에 결심했다"고 답했다.

 

정 전 총리는 다른 후보 지지 선언 여부에 대한 물음에는 "저는 일관되게 민주당을 지지한다"고만 언급, 즉답을 피했다.

 

호남 순회경선 전 사퇴를 선언한 것이 같은 호남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를 배려한 것이냐는 지적에도 "저는 민주당을 사랑한다. 대한민국을 더 사랑한다"며 "그래서 저의 결정은 민주당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라고만 답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

 

남은 경선과 대선전에서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어떤 역할을 상정하지는 않는다"며 "민주당의 성공과 승리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일관된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정 전 총리가 일단 후보 단일화에 선을 그은 가운데 정 전 총리 지지세력 표심의 향배가 주목된다. 정 전 총리는 친노·친문을 아우르는 민주당의 적통을 자임해왔으며, 경선 초반부터 이낙연 전 대표와의 반명 단일화 여부가 관심을 모았으나 정 전 총리는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정 전 총리의 경선 후보 사퇴는 지난 4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개각 발표로 국무총리직에서 퇴임한 후 150일만이다.

 

20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국무총리까지 역임한 그는 이재명 경기지사, 이낙연 전 대표와 함께 당내 '빅3'라는 평가를 받으며 경선 레이스를 시작했다.

 

예비경선 단계에서는 '노무현의 오른팔' 이광재 의원과 단일화를 이뤄내는 등 당내 정통성과 경제정책 전문성을 강점으로 내세워 선거전을 치러왔다.

 

하지만 충청에서 시작한 순회경선 초반전 줄곧 한 자릿수 저조한 득표에 머물렀고, 전날 발표된 '1차 슈퍼위크'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개표에서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밀린 4위로 내려앉으며 타격을 입었다.

 

정 전 총리는 이날 일정을 올스톱, 마지막 숙고에 들어갔으며 오후 3시 캠프 긴급 회의를 열어 거취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의 사퇴로 민주당 대선 경선 레이스는 5파전으로 재편됐다.

 

호남경선 앞두고 중도하차한 정세균…요동치는 민주 경선

정세균 "저는 민주당 지지"…이재명 · 이낙연 구애경쟁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대선 경선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한 채 후보직에서 사퇴하면서 더불어민주당 경선판이 출렁일 전망이다.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호남 경선을 불과 2주일 정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는 전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나아가 범친노·친문 세력을 아우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 전 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른 후보에 힘을 실을지 여부에 대해 "저는 일관되게 민주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누구를 지지할지 밝히지 않은 셈이다.

 

정 전 총리가 지금까지 얻는 표는 4.27%에 그친다.

 

하지만 호남에서 대선 본선행의 쐐기를 박으려는 이재명 경기지사, 호남에서 대역전의 모멘텀을 확보하려는 이낙연 전 대표 모두 정 전 총리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 전 총리를 향한 각 후보 진영의 구애 경쟁도 시작됐다.

 

이 지사 측은 정 전 총리가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을 일단 '좋은 신호'로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정 전 총리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의 자발적 합류가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읽힌다. 이 경우 친문 끌어안기 가속화라는 모습을 연출하며 대세론을 강화할 수 있다.

 

이재명 캠프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정 전 총리의 전북 조직, 의원들과도 사적으로 물밑 교류를 주고받아왔다"며 "사실상 우호 관계를 형성해온 셈"이라고 전했다.

 

이 지사는 이날 저녁 SNS를 통해 "정세균 대표님은 제가 진심으로 존경하는 정치 선배"라며 "정치에 입문한 뒤로 큰 도움과 가르침을 받았다"며 사실상 구애에 나섰다.

 

나아가 "정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이재명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도 했다.

 

반명 연대를 고리로 초반부터 정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띄워온 이 전 대표 캠프는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이력·지역·정체성 등에서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의 공통분모가 적지 않은 만큼 정 전 총리 지지세력의 상당 부분이 옮겨올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낙연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 전 총리는 이 전 대표와 색이 가장 비슷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민주당 정통성의 계보를 잇는 분"이라고 교집합을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SNS에서 정 전 총리가 이룬 성과를 되짚으며 "정세균 선배님은 민주당의 어른이시며, 합리적이고 유능한 개혁주의자"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지망생이셨던 정 선배님을 제가 취재기자로서 처음 뵀던 1996년 이래 25년, 늘 존경해온 정 선배님 앞에 더 큰 보람이 펼쳐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한자리 모인 민주당 대선주자들=지난 9월 11일 오후 대구 수성구 호텔인터불고 컨벤션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자 선출을 위한 대구·경북 합동 연설에서 후보들이 나란히 서 있다.

 

다른 주자들도 정 전 총리의 결단에 대해 제각기 입장을 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SNS에서 "거인의 부활을 기대한다"며 "민주정부 4기 수립과 정권 재창출에 지대한 역할을 다해 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용진 의원은 "정 후보님과 저는 고향도 같다. 그래서 고향 선배님이자 정치 선배님으로 따르고 있다"며 "정 후보님의 길을 저 박용진이 계속 이어가겠다"며 호남 민심을 챙겼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당 일각에서 정 전 총리 사퇴에 따라 후보별로 조정된 득표율 수치를 다룬 글이 돌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정 전 총리의 득표수가 무효표가 된다는 설명과 함께 이 지사는 기존 51.41%에서 53.71%로, 이 전 대표는 31.08%에서 32.46%로 상향 조정된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이에 대해 당 선관위 측은 아직 확정된 수치가 아니라고 선을 었다.

 

이상민 선관위원장은 "무효표 처리 방식을 두고 아직 입장이 정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 여러 의견을 들어본 다음 선관위와 최종적으로 유권해석을 내릴 예정"이라며 "조만간 회의를 거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사퇴 결단에 일부 의원 눈물도…정세균 "고맙고 미안하다"

 

침묵과 아쉬움, 눈물로 채워진 마지막 캠프 회의였다.

 

13일 오후 4시, 절치부심하던 대권의 꿈을 내려놓고 26년 정치 무대 중앙에서 내려온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그로부터 한 시간 전인 오후 3시께 여의도 용산빌딩 사무실로 캠프 실무진을 소집했다.

 

정 전 총리의 최측근인 이원욱 김영주 안규백 의원은 물론, 조승래 양경숙 김회재 의원, 김성수 전 총리 비서실장과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 등이 회의실로 들어섰다.

 

비공개로 열린 회의에서는 정 전 총리가 주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총리는 한 자리에 모인 이들에게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해줘 감사하다"며 경선 중도 포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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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진의 의견도 경청했다고 한다.

 

김회재 양경숙 의원 등 일부 초선 의원들은 경선 완주를 주장했지만, 이는 소수에 그쳤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대부분의 참석자는 정 전 총리의 결정을 묵묵히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당을 위한 결단"이라고 평가했고, 앞으로도 뜻을 함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들도 있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눈물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양경숙 의원은 정 전 총리로부터 직접 '경선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결심을 듣자 울음을 터뜨렸다는 후문이다.

 

정 전 총리는 양 의원을 향해 "고맙고 미안하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 정리하는 게 당을 위해서 좋겠다"며 위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회의를 마칠 즈음에는 대변인을 맡았던 조승래 의원이 "정세균 캠프 관계자들은 개별적으로 다른 캠프 지지는 선언하지 말자"고 제안했고, 참석자들은 만장일치로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정세균 캠프 소속 의원들끼리 추석 이후 보기로 했다"며 "많은 아쉬움과 회한이 든다"고 말했다.

민간조사단 · 현안소통협의회, 1차 조사 발표

1997년 차수막 보수 하자 등 유출원인 확인

환경단체들 “부실 원전 안전 관리 실태 드러나”

 

2019년 말 영구정지된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전 1호기(오른쪽). 연합뉴스

 

월성원전 부지 내 토양과 물에서 세슘-137과 삼중수소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공식 발표했다. 핵분열 생성 물질 등의 외부 유출을 차단하는 차수구조물의 하자가 확인된 1997년부터 최대 20년 이상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어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원안위는 10일 월성원전 삼중수소 민간조사단과 현안소통협의회가 진행한 삼중수소 제1차 조사 경과를 발표하고 월성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조(SFB) 주변 시료에서 삼중수소와 감마핵종 등 방사성 핵종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2019년 4월 월성 3호기 터빈갤러리 맨홀 안 고인 물에서 최대 71만3000㏃/L의 삼중수소가 검출된 뒤 인근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자 지난 3월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단의 발표를 보면, 월성 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주변 심도 9m가량의 토양 시료에서 감마핵종인 세슘-137이 최대 0.37㏃/g 검출됐다. 고준위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의 자체 처분 허용농도(0.1㏃/g)보다 3배가량 많은 양이 나온 것이다. 같은 심도의 물 시료에서는 삼중수소 최대 75만6000㏃/L, 세슘-137은 최대 0.14㏃/g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단은 1997년에 월성 1호기 사용후핵연료 저장조 차수막이 원 설계와 달리 시공돼 그 시점 이후부터는 차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사용후핵연료 벽체 저장조의 누설수에서 나타나는 삼중수소 농도(15만~45만Bq/L)보다 주변 물 시료의 농도가 높게 측정되고 감마핵종도 검출돼 추가 유입 경로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출 의혹이 처음 불거진 뒤 ‘부인’ 또는 ‘비공개’ 입장을 고수해오던 원안위가 월성원전 부지 내 방사성 물질 유출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설 과정부터 위험성이 예견됐고 유출 제보가 쏟아졌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었다. 2013년에도 월성 3호기 일부 관측정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됐고, 2017년부턴 검출 농도가 크게 높아졌으나 월성원전을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9년 5월에야 ‘삼중수소 현안 특별팀'을 꾸렸고 이후 조사 결과는 비공개하다가 올 3월 “국민들의 불안이 증대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 및 투명한 공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민간조사단을 구성해 이번 결과를 도출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말 한수원의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 현황 및 조치 계획' 보고서를 입수해 고농도의 삼중수소 누출 등의 문제를 지적해온 바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원자력 안전 전문가는 “사용후핵연료 저장조의 차수막에 균열이 있고 이로 인해 부지 내 방사성 물질이 유출됐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지적된 문제”라며 “그동안 모른 척하던 문제를 이번에 사실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사성 물질이 새어나가고 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만큼 현재 누출된 물질에 대한 긴급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방사성 물질의 외부 유출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호기뿐 아니라 월성 2~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소의 차수막 상태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이헌석 정의당 녹색정의위원장은 “부지 내 토양에 방사성 물질 누출된 것이기 때문에 토양 오염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해체 비용도 증가할 수 있다”며 “누출된 방사성 물질의 환경적 영향을 제대로 조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 “힌수원·원안위 직무유기…진상 조사 철저하게 수행”

 

환경단체들은 ‘인재’라고 규정하고 이를 방치한 원안위·한국수력원자력·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의 책임을 물었다. 그린피스는 “한국 원전 안전 실패의 대표 사례”라며 “(누출된 물질의 안전성은)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음용수 기준의 70배에 해당하는 농도로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관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마리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한수원·원안위·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은 방사성 물질로 인한 지하 환경 오염에 대한 소극적 대응을 멈추고 즉각 인근 주민과 지역 피해 규모에 대한 조사 대책 제시와 함께 누설 차단을 위한 보수 공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연합도 “(이번 조사 결과는) 그동안 국내 원전의 안전이 얼마나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원전의 안전과 국민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한수원과 원안위의 직무유기이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문제 없다’는 식의 안일한 태도로 일관해 온 한수원과 원안위의 명백한 과실”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제 기자

언론중재법 “권력 감시 위축 우려” 비판하더니…

‘고발 사주’ 의혹엔 제보자 공격·인터넷언론 비하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이런 정치공작, 제가 그렇게 무섭나?”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언론의 권력감시 보도에 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중적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비판하며 권력감시 보도의 중요성을 강조해놓고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는 의혹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를 공작정치의 하수인 격으로 깎아내리고 제보자를 공격하는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윤 전 총장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지난달 12일 페이스북에 “권력형 비리는 후속 보도가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언론사가 고의·중과실 책임을 면하려면 부득이 ‘취재원’이나 ‘제보자’ 등 취재 근거를 밝혀야 한다. 권력형 비리는 내부 제보가 많은데 자신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여 제보 자체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달 22일에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워터게이트 사건, 박종철 사건, 국정농단 사건, 조국 사건, 울산시장 부정선거 사건 등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사건들은 모두 작은 의혹에서 시작됐다”며 “권력 비리를 들춰낸 언론사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수십억 원을 토해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마당에 언론사와 기자의 취재가 위축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고 했다. 힘 있는 자의 치부를 드러내는 보도의 경우 작은 단초와 제보에서 시작되며 자유로운 취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이로부터 보름 뒤 윤 전 총장은 자신이 검찰총장 재직 시절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야당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했다는 언론의 의혹 보도 앞에서는 입장이 바뀌었다.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손준성 보냄’ 파일을 받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제보자로 공공연하게 특정한 옛 미래통합당 당직자를 겨냥해서는 “그 사람의 신상에 대해, 과거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메신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제보자로 확인되지도 않은 옛 당직자를 향해 인신모독에 가까운 공격을 가한 것이다.

 

또 “앞으로 정치 공작을 하려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 가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했으면 좋겠다”며 신생 인터넷 언론사를 ‘마이너’로 비하하는 차별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익제보의 필요성, 언론의 자유를 거듭 강조해온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보도 앞에선 이중적 시선을 드러낸 셈이다.

 

윤 전 총장의 내로남불식 언론관에 대한 비판은 당내에서도 나왔다. 대선 주자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석열 언론관, 민주당 언론통제법만큼 위험하다”라며 “자신에 대한 의혹 제기가 부당하다고 해서 왜 마이너 언론에 제보했냐는 식의 문제 제기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당이 주최한 ‘국민 시그널 면접’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마이너 언론은 마치 공신력 없는 것 같이 표현한 것 자체가 굉장히 비뚤어진 언론관”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하고 비판이 이어졌지만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9일 강원도 춘천시 국민의힘 강원도당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날 제보자를 공격한 발언에 대해 “제가 들을 때 기자들은 (제보자가 누군지) 다 알고 있다 하더라. 그런 차원에서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메이저-마이너 언론 가르는 발언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순차적으로 정치 공작을 할 거면 당당하게 처음부터 아예 메이저로 치고 들어가라. 왜 인터넷 매체를 갖다 동원해서 그 짓을 하느냐고 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인터넷 매체에 대해 제가 헐뜯거나 그럴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내가 한 말 중에 뭐 폄훼하거나 그런 게 있느냐. 공작에 동원하지 말라, 동원시키지 말라 이 말”이라고 덧붙였다. 고발 사주 의혹을 최초 보도한 <뉴스버스>가 공작에 동원됐다는 폄훼였다. 김미나 기자

 

"제보가 아닌 사고…뉴스버스 기자와 교감하다가 윤석열 이슈 꺼내"

보도 前 박지원 국정원장과 만나…박지원 "의혹 관련 언급 없었다"

 

 

자신이 고발사주 의혹의 제보자라고 밝힌 조성은 씨는 10일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전화로) '꼭 대검찰청 민원실에 접수해야 하고, 중앙지검은 절대 안 된다'라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조 씨는 이날 저녁 JTBC에 출연해 "(김 의원이) 갑자기 100장에 가까운 이미지 파일을 일방적으로 전송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조 씨는 이에 앞서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자신이 의혹을 제보한 사람이 맞다고 밝혔다.

 

조 씨는 지난해 총선 당시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선대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조 씨와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로부터 받은 고발장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날 오전 참고인 신분으로 고위공직자수사처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증거자료 든 조성은= 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임을 밝힌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수사기관에 제출한 증거자료를 들어보이고 있다.

 

조 씨는 본인에게 자료가 전달된 이유를 묻자 "그 신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내심(內心)의 영역이라 알 수가 없다"면서 "당시 N번방 TF나 선대위 차원에서 여러 일을 하다보니, 제가 여러 제보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던 차에 주신 게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는 선거 막바지로 당내 사정이 어수선했다. 모든 후보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선거와 관련해 고발이 필요한 사건들이면 이후에도 얼마든 당에서 처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웅 의원은 압수수색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총선 때 제가 어떤 자료를 전달했으면, 그 분(조 씨)에게 한 게 제 기억에 거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조 씨에게 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이 아닌 대검에 하라고 말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저한테 제보한 사람의 요구사항도 같이 전달했다는, 그런 부분도 거짓이다, 참이다라고 내가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조 씨는 SNS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손준성 보냄'이라는 문구에 대해 "너무 당연하게 (김웅 당시) 후보자 캠프 사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조 씨는 언론에 자신을 공개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김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기자회견에 "모욕을 당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조 씨는 "이번 대선에 나오는 후보들이 다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을 역임했던 사람, 검찰 출신 국회의원을 했던 사람들이 절대 할 수 없는 언행을 (했다)"라며 "반드시 형사 조치와 민사액은 최고로 높은 책임 물어야 하지 않을까.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등도 함께 처리할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조씨는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 제보하게 된 경위에 대해 "제보라기보단 사고였다"라고 주장했다.

 

조 씨는 "뉴스버스의 담당 취재기자인 전혁수 기자와는 사적으로는 자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온·오프라인상에서 교감을 하고 있었다"면서 "(당시 전 기자) 본인이 어떤 회사 일을 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윤 전 총장이 이슈였으니까 (대화창 이야기까지 하게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보는 당사자의 의지가 담겨있는 적극적 행위인데, 이건 (해당 매체와의) 자연스러운 관계에서 알게 된 것"이라며 "보도를 강행하겠다는 것을 (듣고) 제가 개인사정으로 한달 넘게 고민했다. 어떤 사전 대응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했다.

 

한편 조 씨는 뉴스버스가 고발사주 의혹을 보도하기 3주 전인 지난달 11일 서울 시내 롯데호텔 식당에서 박 원장을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고 TV조선이 보도했다.

 

조 씨는 당일 롯데호텔 식당에서 찍은 듯한 시내 전경 사진을 심야에 자신의 SNS에 올리면서 '늘 특별한 시간, 역사와 대화하는 순간들'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TV조선과 통화에서 조 씨와 만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고발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된 대화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회동과 관련해 김웅 의원은 기자들에게 "추정으로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제보자가 누군지 알게 되면 매우 충격적인 이유들과 제보의 목적, 이런 것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라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누구…민주당으로 정치입문한 뒤 우클릭

"김일성, 민족 결속 위한 위대한 지도자" 발언도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는 조성은=야당을 통한 여권 인사 고발 사주 의혹의 제보자임을 밝힌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야당에 사주했다는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 씨는 여의도 정치권에서 낯선 인물은 아니다.

 

디자인 분야 스타트업 업체를 운영하다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를 돕기 시작한 것이 정치권에 발을 들인 계기로 알려져 있다.

 

조 씨는 2016년 초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계와 갈등하던 반문(반문재인)계가 탈당해 만든 국민의당에 들어갔다.

 

그해 총선 공천관리위원과 비상대책위원회 위원까지 지냈다.

 

2017년에는 대선 국면에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를 대상으로 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에도 등장한다.

 

조 씨는 당시 사건 범행에 공모한 혐의가 있던 이준서 최고위원이 자신에게 '선거에 이기면 끝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혔으나, 이 최고위원은 "그렇게 말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2018년에는 안철수계를 등지고 나온 박지원 전 의원 등을 따라 탈당해 민주평화당 창당에 합류했다.

 

여기서도 얼마 지나지 않아 탈당한 뒤 지난해 1월 '브랜드뉴파티' 창당에 동참했다.

 

당시 '브랜드뉴파티'는 자신들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사태를 거치며 부패한 진보와 뻔뻔한 보수에 환멸과 염증을 느낀 2040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한 달 뒤에는 범보수 세력 통합 과정에 참여하면서 미래통합당에 입당했고, 총선에서 선대위 부위원장까지 지냈다.

 

조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비교적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편이었다.

 

지난 2019년 6월에는 "개인적으로 김일성 역시 독립운동에 관한 한 민족 결속을 위한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이었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두고 "후쿠시마 원전 발언 등등 시사 상식 내용의 수준이 들통났다"고 하는 등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조 씨의 아버지인 조현국 변호사도 정치권과 인연이 있다.

 

조 변호사는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북 구미갑 지역에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