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저를 공매 매물로 넘겨 미납한 벌금과 추징금 환수에 나섰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법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원의 형을 확정받았다.
6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공공자산 처분시스템 ’온비드’를 보면, 이 전 대통령의 서울 강남구 논현동 29번지 땅과 건물이 지난달 28일 경매 매물로 나왔다. 최저 입찰가는 111억2619만3천원으로 1차 입찰 기간은 오는 6월28일부터 같은달 30일까지다. 입찰은 일반경쟁(최고가 방식)으로 진행된다.
캠코에 공매 대행을 의뢰한 기관은 서울중앙지검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미납 벌금과 추징금 환수를 위해 압류한 논현동 사저를 공매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공공자산 처분시스템에 올라온 물건사진. 캠코
검찰은 앞서 2018년 4월 이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실명 자산과 차명재산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한 바 있다. 추징 보전은 범죄로 얻은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에는 처분할 수 없도록 하는 조처다. 법원은 같은 달 검찰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논현동 사저, 부천공장 건물과 부지 등을 동결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강제집행에 관한 이의신청을 법원에 제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욱 기자
영국 런던에서 4~5일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 참석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맨 왼쪽)과 각국 외교 장관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 외교장관이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에서 미국의 새 대북정책 수립으로 분기점에 놓인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정 장관은 4~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이번 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인도·태평양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핵심적인 사안”이라며 G7의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고 외교부가 6일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대북정책 검토를 마무리하고 한국과 일본뿐 아니라 주요 7개국에게도 검토 결과를 설명하는 계기에 한국 정부는 멈춰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중요성을 환기한 셈이다. 한-미, 한·미·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주축으로 독일, 유럽연합(EU), 캐나다 등 외교장관과 회담에서도 한반도 정세를 주요하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G7 차원에서도 이란과 북한 문제 관련 환영 만찬(3일)을 여는 등 북핵·북한 문제가 다시금 국제무대에서 주요하게 다뤄졌지만 현 상황에서는 북한의 호응 여부가 관건이다. 일각에서는 지난 2일 북한이 주요 매체들을 통해 낸 대남·대미 담화 또는 공개된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뚜렷한 유인책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북이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지만, 정부 쪽에서는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은 “미국 쪽이 싱가포르 선언을 바탕으로 조정된 실용적 접근 등 외교적 관여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밝혔고 미국이 직접 북한 쪽과 새 정책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하니 북쪽도 일단 들어는 보려고 하지 않겠냐”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의 태도는 예단하지 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정 장관이 “인도·태평양지역의 내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한 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 장관이 ‘일본’ 혹은 ‘후쿠시마’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으나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두고 한 언급으로 보인다.
초청국들까지 참여하는 5일 G7 확대회의의 주요 의제가 △인도·태평양 지역 정책 공유·협력 △열린사회 간 가치(민주주의) 공유·협력 △코로나19 백신 관련 국제협력 △기후변화·여아 교육·개도국 지원 등이었던 만큼 정 장관도 한국의 인도·태평양지역 협력 정책인 ‘신남방정책 플러스’의 비전과 성과를 설명하고, 기후변화 및 보건 등 현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기여 의지를 전했다고 한다.
정 장관은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한국 정부의 방역 경험을 공유하면서 백신에 대한 공평한 접근 보장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가 절실함을 강조하는 한편 G7 주요국들의 리더십을 촉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G7은 1976년 창설된 협의체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 밑 유럽연합(EU)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과,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국이 초청국으로, 브루나이가 아세안 의장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김지은 기자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 택시승강장 부근에서 경찰들이 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아무개(22)씨의 친구 휴대전화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손아무개(22)씨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사인은 익사로 추정된다고 13일 밝혔다. 그러나 손씨가 어떻게 한강에 들어간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아 경찰은 사건 당일 함께 있던 손씨와 친구 ㄱ씨의 행적을 재구성하는 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사인은 익사로 추정된다. 머리에 난 2개의 좌열창(찢긴 상처)는 사인으로 고려할 정도로 보기 어렵다”고 전날 국과수로부터 통보받은 손씨의 부검 감정 결과를 공개했다.
국과수는 부검 결과 약물 이상 반응은 없었고, 음주 뒤 2∼3시간 이내에 사망했을 것이란 소견을 보였다. 경찰은 “마지막 음주 뒤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사망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다만 “부검 감정 결과와 관계없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추가 목격자 수사 및 확보된 영상 분석 등으로 (사건) 당일의 현장 재구성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이 규명해야 할 대상은 4월25일 새벽 3시38분∼4시20분, 약 40분간의 손씨와 친구 ㄱ씨의 동선이다. 경찰은 ㄱ씨가 자신의 어머니와 통화한 시간대인 새벽 3시37분까지는 손씨가 함께 있던 것으로 결론 내렸고, 새벽 4시20분께 ㄱ씨를 보았다는 목격자 ㄴ씨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 목격자는 해당 시간대에 “ㄱ씨가 가방을 메고 (한강과 가까운)잔디 끝 경사면에 누워 잠들어 있어 위험하다고 생각해 직접 깨웠다”는 취지로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ㄴ씨는 술을 마시진 않았지만 함께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사라져 찾고 있던 도중 ㄱ씨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러나 ㄴ씨는 자신이 ㄱ씨를 깨운 장소에 손씨는 없던 것으로 기억했다. ㄴ씨가 진술한 장소는 손씨와 ㄱ씨가 애초 함께 있던 위치에서 강쪽 방향으로 10여미터 떨어져 있는 곳이다. 그 뒤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에는 4시33분께 ㄱ씨만 한강공원 토끼굴을 통과하는 모습이 찍혀 있지만, 조사 결과 ㄱ씨는 ㄴ씨가 자신을 깨운 상황 자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를 맡은 서초서 강력팀은 지난 12일 친구 ㄱ씨를 상대로 프로파일러 면담도 실시했다고 밝혔다. ㄴ씨 변호사 입회로 진행된 면담은 2시간가량 이뤄졌지만 경찰은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현재 경찰은 손씨나 친구 ㄱ씨를 목격한 6개 그룹 9명 목격자 조사와 더불어 ㄱ씨 부모 등 관련자 20여명을 조사중이다. 또 친구 ㄱ씨의 노트북 및 ㄱ씨 어머니의 휴대전화 포렌식도 끝마쳤다. 경찰은 4월25일 새벽 5시10분께 한강 공원을 다시 찾은 ㄱ씨와, ㄱ씨 부모가 타고 온 차량 블랙박스 영상도 포렌식했다. 이들은 손씨를 찾으러 한강공원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ㄱ씨 아버지의 휴대전화도 제출받아 포렌식 중이다. ㄱ씨와 그의 부모가 한강공원을 찾은 모습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에는 ㄱ씨 아버지가 어디론가 통화를 하는 모습이 담겨 손씨 유족은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건 전날 밤 손씨와 ㄱ씨는 편의점에서 3차례에 걸쳐 밤 10시54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45분까지 360ml 소주 2병과 640ml 소주 2병, 청하 2병, 막걸리 3병도 구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손씨와 ㄱ씨 사이에 뒤바뀐 ㄱ씨 휴대전화를 찾는 작업도 계속해서 진행 중이다. 13일 한강경찰대는 특수장비를 보유한 해군과 합동수색을 진행했다.
손씨의 아버지(50)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찰의 발표에 대해 “목격자에 의해 (새벽)2시18분께 찍힌 사진을 보면, 이미 아들은 만취 상태로 누워 있었다. 그런 상태에서 술을 또 마신다거나, 타인의 힘에 의하지 않고 한강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장예지 기자
경찰 ‘한강 대학생 사망’ CCTV 54대 · 블랙박스 133대 분석
사건 당일 관계자 동선 재구성에 집중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정민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뒤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손아무개(22)씨의 사망 경위를 밝히기 위해 폐회로텔레비전(CCTV)와 인근 차량 100여대의 블랙박스 영상을 조사하는 등 당시 상황을 재구성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6일 “서초경찰서에서 손씨 실종 당시 현장 상황과 행적 파악 등을 위해 반포한강공원 일대 CCTV 54대를 정밀 분석하고, 동시간대 현장에 체류했던 한강공원 출입차량 133대 블랙박스 영상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 폐회로텔레비전 영상과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손씨 실종 시점으로 추론되는 새벽 3시∼5시30분 사이 사건관계자들의 구체적인 동선을 재구성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일 손씨와 손씨 친구 ㄱ씨의 동선은 100%는 아니지만 상당 부분 파악했다”면서도 “아직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기존 목격자들의 추가 진술과 새로운 목격자도 확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사결과 실종 당일 새벽 3시30분께 친구 ㄱ씨가 자신의 휴대전화로 부모님과 통화한 사실은 확인됐다. 경찰은 현재 현장 주변에 있던 목격자 6명의 참고인 조사와 함께 신용카드 결제내역, 손씨의 휴대전화도 분석 중이다.
경찰은 이날도 실종 당일 사라진 손씨 친구 ㄱ씨의 휴대전화(아이폰8·스페이스그레이 색상) 확보에 나섰다. 한강경찰대·서초경찰서 32명이 한강공원 강변 및 수중수색에 동원됐다. 앞서 민간수색팀 등에 의해 손씨 실종지 주변 한강 수중에서 아이폰이 두 차례 발견되기도 했지만 모두 ㄱ씨 소유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다만 현재 친구 ㄱ씨와 관련해 제기되는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확인해보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지난 1일 손씨 시신을 부검한 뒤 현재는 초동수사 단계이므로 모든 경우의 수를 살펴본다는 설명이다. 경찰은 ㄱ씨가 사건 당일 신고 있던 신발을 버린 경위 등도 조사할 예정이다. ㄱ씨는 손씨 실종과 관련된 조사만 받은 뒤 사망 경위에 관한 직접 조사는 아직 따로 받지 않은 상태다.
현재 경찰 수사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경찰 관계자는 “현재 서초서 강력팀 7개 팀이 전원 투입돼 수사중”이라며 “자식을 잃은 큰 슬픔을 가진 부모의 궁금증에 응답할 책무가 있다는 각오로 모든 수사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손씨의 아버지가 경찰의 초동수사에 미흡한 점은 없는지 확인해 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낸 진정은 형사 3부에 배당됐다. 경찰의 수사와 별개로 검찰은 진정 내용과 경찰 수사 상황 등을 살필 예정이다. 장예지 기자
이동춘 교수 외국 동영상에 포착된 모습 발견 노먼 소프 전 기자 사진 속에도 희미하게 잡혀 “총 맞고 숨진 4살 무명열사와 일치 가능성 커”
이동춘 목포과학대 교수가 1980년 5월27일 아침 네살가량 된 남자아이를 안고 군 버스에 앉아 있다. [이동춘 교수 제공]
1980년 5·18항쟁 마지막날 군 버스에 실려 가던 4살가량 남자 어린이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이 처음 발견됐다. 이 어린이의 행방이 41년째 밝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총을 맞고 사망한 뒤 야산에 암매장된 채 발견됐던 ‘4살 5·18 무명열사’와 동일인물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이동춘(62) 목포과학대 교수(사회복지학과)는 9일 “1980년 5월27일 아침 내가 네살가량 남자아이를 안고 군 버스에 붙잡혀 있는 모습을 5·18 영상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국외 방송사가 찍은 것으로 보이는 5·18 영상 속에서 대학생이던 이 교수는 군용 버스 안에서 4살가량 남자 어린이를 안고 있었다.
영상에서 빨간색 상의를 입은 아이는 불안한 듯 버스 밖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었다. 이 교수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5·18 영상을 갈무리한 사진을 보고 그때 만났던 4살 아이가 떠올라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동춘 목포과학대 교수가 2020년 11월 국립5·18민주묘지에서 4살 무명열사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
군 버스 안 4살 아이의 모습은 노먼 소프 전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가 찍은 사진에도 담겨 있다. 노먼 소프 기자 5·18 특별전(5월7일~7월31일 옛 전남도청) 전시장에 걸린 사진들 속에도 군 버스를 탄 4살 아이의 모습이 희미하게 포착됐다.
이 교수는 “5월27일 새벽 옛 전남도청에서 잡힌 뒤 버스에 탔는데 외신 기자가 밖에서 동영상으로 찍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앞자리에 앉은 이가 이 교수와 옛 전남도청 본관 2층 부지사실에 있다가 함께 붙잡힌 고 이종기(1917~1997) 변호사다.
이 교수가 이 아이를 만난 것은 5·18항쟁 마지막 새벽이었다.(<한겨레> 2020년 11월30일치 13면) 옛 전남도청에서 총을 들고 계엄군의 진압에 맞서 저항했던 그는 “도청 앞마당으로 끌려갔는데 먼저 와 있던 남녀 고등학생 2명한테서 네다섯살 정도 남자아이를 건네받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광주의 군부대였던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가 분류심사를 받으면서 헌병에게 아이를 인계했다고 한다.
노먼 소프 전 <아시아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가 찍은 사진 속에 이동춘 교수가 한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빨간 네모)이 포착됐다. 이동춘 교수 앞에 앉은 이가 이 교수와 함께 붙잡힌 고 이종기 변호사(파란 네모)다.
군 상무대 영창으로 함께 실려 갔던 4살 아이가 총기 사고로 숨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교수는 “친동생이 5·18 때 상무대 헌병이었던 지인한테 ‘그때 시민군이 안고 왔던 아이를 기억한다. 군 막사에서 보호하고 있던 아이가 갑자기 사라져 군에 비상이 걸렸다’는 말을 들었다”며 “나와 함께 군 영창으로 실려 갔던 4살 어린이와 국립5·18민주묘지에 묻혀 있는 4살 무명열사가 일치하는지 5·18진상조사위 차원에서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4살 무명열사의 검시 조서.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엔 ‘4살 무명열사’(4-97)가 묻혀 있다. 4살(추정) 무명열사는 1980년 6월7일 광주시 남구 효덕초등학교 건너편 야산(광주대로 바뀐 당시 인성고 앞)에서 암매장된 채 발견된 뒤 5·18묘지에 묻혔다.
4살 아이 검시 기록엔 ‘좌후 경부 맹관 총상’(왼쪽 뒷목에 탄알이 박힌 채 사망)이 사망 원인으로 돼 있다. 또 ‘사망자를 30대 여성이 군 짚차(군인 지프차)에 싣고 와서 효덕동 소재 인성고등학교 앞산에 매장하고 그 차로 갔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4살 아이 주검 주변엔 ‘밤색 여자 세타(스웨터)로 싸고 그 속에 한은(한국은행) 1000원권 1매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당시 이 주검을 수습했던 광주시청 사회과 전 직원 조성갑(78)씨는 “산등서리(산등성이)에다 묻어놓았더라고요. (주검이) 쬐깐해. 뺏뺏하고. 보실보실한 마사토 땅에 누군가 묻어논 거여”라고 회고했다.
4살 무명열사의 신원이나 가족 등은 아직껏 규명되지 못했다. 5·18 행방불명자 78명 중 10대 미만 희생자 이창현(7)·박광진(5)군 가족들과 4살 무명열사의 유전자는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다. 광주시는 옛 5·18묘지에 안장된 무명열사 묘 11기를 새 묘역으로 이장하는 과정에서 행방불명자 가족의 유전자를 비교·분석해 2002년 3명, 2006년 3명의 신원을 확인했지만, 4살 남자아이 등 5명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경률 옛전남도청복원추진단 팀장은 “5·18 군 버스에 탔던 4살 어린이의 가족이나 지인이 나타나 진상이 규명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대하 김용희 기자
5·18 전남도청 최후, 그 ‘소년이 온다’…외신기자가 찍은 사진 첫 공개
핏자국, 불에 탄 주검…윤상원, 문재학 주검 사진 등 특별 전시
1980년 5월27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진압작전 직후 노먼 소프 기자가 촬영한 안종필(앞)과 문재학군의 주검. 문군은 소설 <소년의 온다>의 실제 주인공이다.
핏자국이 낭자한 계단, 복도에 쓰러진 앳된 소년…
1980년 5월27일 계엄군이 휩쓸고 간 옛 전남도청의 생생한 내부 모습이 처음 공개된다. 5·18단체와 유족들은 이번 사진 공개를 계기로 아직 발굴하지 못한 5·18 진상을 담은 기록들도 조속히 찾아야 한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복원단)은 6일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아 7일부터 7월31일까지 옛 전남도청 별관 2층에서 노먼 소프(Norman Knute Thorpe) 전 <아시아월스트리트저널> 기자가 기증한 5·18 관련 자료 특별전을 연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노먼 소프가 1980년 5월21일부터 27일까지 광주와 전남 목포 등을 촬영한 사진 등 200여 점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다.
1980년 5월24일 노먼 소프 기자가 전남 목포역 광장에서 찍은 5·18민주화운동 시위 모습.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 제공
전시 사진 중에는 1980년 5월27일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 종료 직후 도청 안을 찍은 20여점이 포함돼 주목된다.
노먼 소프는 이날 아침 7시30분 진압작전이 끝나자 언론인으로 처음 도청에 들어가 계엄군이 정리하기 전 내부 사진을 찍었다.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 열사의 불에 탄 주검을 포함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5·18 막내 시민군이자 소설 <소년이 온다>의 실제 주인공 문재학(16)군, 친구 안종필(16)군, 최근 시민단체가 글씨체를 개발하고 있는 박용준(24) 열사 등의 최후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복원단은 유족의 동의를 얻어 ‘특별영상실’에서 희생자의 발견 위치와 성명, 시신 이동 장면 등을 영상으로 선보인다.
문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81)씨는 “최근 도청복원단 직원들이 와서 우리 재학이 사진을 보여주며 확인을 했다. 사진을 보니 마음이 아팠지만 도청 복원과 5·18진상규명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 전시를 수락했다”고 말했다.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을 끝낸 계엄군이 시민군 희생자 주검을 바깥으로 옮기고 있다.
또 1980년 5월23일 옛 전남도청 내외부 모습과 24일 전남 목포역 광장에서의 시위 모습, 26일 민주수호범시민궐기대회 후 시가행진 모습 등 희귀사진도 공개된다. 5월26일 새벽 계엄군이 탱크를 앞세워 광주시가지로 진입한다는 소식에 ‘죽음의 행진’을 벌인 시민수습대책위원회 위원 17명이 광주 농성동에서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계엄군과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노먼 소프 기자와 이재의 5·18기념재단 비상임연구원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1977∼1982년 한국과 일본 취재를 담당한 노먼 소프는 1980년 5월21일 광주를 찾았고 22일 전남도청에서 대학생이었던 이씨를 인터뷰하며 처음 만났다. 1997년 지역신문 기자로 근무하던 이씨는 시민단체와 <5·18특파원 리포트>라는 책을 집필하며 미국에 있던 노먼 소프와 연락이 닿았다. 두 사람은 전남도청의 진압 직후 사진의 존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결국 기증으로 까지 이어졌다.
1980년 5월26일 광주광역시 서구 농성동에서 시민수습대책위원회 위원들이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계엄군과 협상하고 있다.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 제공
이씨는 “노먼 소프는 외신기자였기 때문에 보안대 요원들과 도청 직후 들어갈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윤 열사가 불에 탄 원인을 당시 한국에서는 생소했던 섬광탄으로 추정하는 등 상황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능력이 있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옛 보안사가 찍은 사진도 조속히 발굴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먼 소프는 “젊은 세대가 이번 전시를 통해 민주주의를 꽃피우려고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지 배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