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징계 정당' 판결 근거 삼아

"판사 세평 수집·채널A 수사 방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고발사주 국기문란 진상조사 티에프 단장(가운데)이 18일 오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민원실 들머리에서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내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운하 의원, 민병덕 티에프 부단장, 박 티에프 단장, 김용민 최고위원, 김남국 의원.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과 ‘고발 사주 국기문란 진상조사 티에프(TF)’ 박주민 단장, 황운하 의원 등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를 방문해 고발장을 접수하며 “윤 전 총장은 측근 한동훈과 채널에이 기자의 유착관계 의혹 사건에 대해 감찰을 중단하도록 지시했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결정을 통보·지시하는 등 감찰과 수사를 방해해 대검 감찰부와 서울중앙지검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또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담당자에게 판사 세평 등 수사·공판과 무관한 정보를 수집해 보고하게 하고 제3자에게 전달하게 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이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정직 2개월 처분이 정당하다’는 서울행정법원 판결을 근거로 ‘재판부 사찰’과 채널에이(A) 사건 수사·감찰 방해에 따른 윤 전 총장의 범죄 혐의를 수사해달라는 것이다.

 

황 의원은 고발장을 제출한 뒤 “이번 판결로 권력으로부터 핍박받는 이미지를 만들어 대선 명분으로 삼은 윤 후보의 주장이 거짓과 선동에 의한 조작된 것이라는 점이 드러났다”며 “(재판부 사찰과 채널에이 사건 수사·감찰 방해는) 징계사유임과 동시에 명백한 형사범죄인 만큼 공수처에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공수처가 수사 중인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된 국민의힘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단장은 “국정감사여서 일정을 잡기 어렵다는 이유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국민의힘 김웅·정점식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충분히 물적 증거를 확보했다고 하는 만큼 신속히 조사하고 나아가 윤 전 총장 소환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민주당 “윤석열, 저축은행 대장동 대출 부실수사”

 

“대장동 개발 시행사 부산저축은행 1천억 대출건 수사 안돼”

당시 수사주무 윤석열 “말 안되는 얘기라 대꾸할 가치 없어”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을 ‘이재명 게이트’로 규정한 야당에 맞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책임론을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 당시 책임자였던 윤 전 총장이 대장동 대출 건만 수사대상에서 제외해 해당 대출금이 민간 개발 세력의 종잣돈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2009년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대장 피에프브이(PFV)’가 1155억원을 부산저축은행에서 대출받았다. 토건 비리 세력의 종잣돈 구실을 했다”며 “그런데 2011년 부실대출사건 수사에서 대장동 건만은 쏙 빠졌다. 그때 담당 책임자가 윤석열 대검 중앙수사부 소속 검사였고, 변호사가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제기하는 의혹은 대검 중수부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에 나섰지만 대장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투자 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대장 피에프브이는 2009년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1155억원의 대출을 받아 민간 개발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박양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조카인 조아무개씨가 대출 알선 대가로 10억원의 수수료를 받았지만 대검 중수부는 조씨를 참고인으로만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당시 수사 주임검사가 윤 전 총장이었고 △조씨가 화천대유의 대주주인 김만배씨로부터 박 전 특검을 변호인으로 소개받았으며 △박 전 특검과 윤 전 총장이 각별한 관계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송 대표는 “박 전 특검과 윤 검사의 관계는 거의 일심동체로 알려져 있을 만큼 박영수 사단의 핵심 인물이 윤석열”이라고 강조했다. 윤호중 원내대표도 “부산저축은행 대장동 불법대출과 부실수사의 주범과 공범 모두 윤 전 총장과 그 검찰 패밀리였다”며 “이제라도 은폐한 진실을 밝히고 후보직에서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날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백한 부실 대출이었는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시 주임 검사로서 수사를 제대로 했다면 (토건세력들이) 다 공중분해 됐을 것”이라며 윤 전 총장에게 화살을 돌렸다.

 

여권의 공세에 윤 전 총장은 “물귀신 작전을 쓰는 모양”이라며 반발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부산 장애인총연합회 사무실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시 수사기록을 우리는 이미 퇴직했으니까 못 보는데, 이걸 물타기하려고 옛날 중수부 수사기록까지 다 갖다가 들춰보고 공작을 했다는 얘기냐”며 “말이 안되는 얘기니까 더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김오수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도 수사범위”

“김만배 구속영장 재청구 필요”

 

김오수 검찰총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수사에 참여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둘러싼 ‘봐주기 수사 의혹’을 두고 “관련 기록을 검토해 철저히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등의 종잣돈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자금이라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지난 14일 기각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 총장은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 전 총장이 주임검사로 수사에 참여한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이 검찰의 봐주기 수사로 마무리됐다는 의혹에 대해서 “관련 기록을 검토해 수사하겠다. 제기된 의혹을 모두 수사범위 안에 포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화천대유 등의 종잣돈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부실 대출 자금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도 비슷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김 총장은 “김만배씨 구속영장 기각 사유가 석연치 않다. 영장 재청구 의지가 확고한가”라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의 말에는 “(구속영장 청구는) 수사팀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한 ‘부사가 부실했기 때문에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이 아닌가’라는 같은 당 권성동 의원의 질의에는 “저희 기준으로 그 정도(수사)면 되지 않았나 싶었는데 아쉽다. 법원에서 소명이 부족하다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성남시청 압수수색 때 시장실은 압수수색 대상에 빠진 이유를 묻는 말에는 “구체적인 압수수색 장소까지 대검이 보고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또다른 핵심 관계자인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가 피의자로 입건됐는지를 묻는 조수진 의원 질문에는 “참고인으로 보면 된다.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아직 정식 피의자로 입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입국한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는 “남 변호사가 들어왔으니 수사 상황을 지켜봐 달라”고 말을 아꼈다.

 

김 총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옛 휴대전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검·경이 엇박자를 보였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 13일 검·경이 유 전 본부장 지인의 집을 압수수색하겠다는 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에서 수원지검에 영장 신청이 들어왔고, 서울중앙지검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35분 정도 경찰이 더 빨랐다. 경찰에선 휴대전화 말고 다른 압수수색 영장도 3시간 뒤에 다시 같이 신청했다”고 말했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출국금지 대상을 묻는 말에는 “처음에 4명이었고 현재는 6명”이라고 했다.

 

김 총장은 검찰총장에 임명되기에 앞서 성남시 고문 변호사로 활동한 이력을 들어 대장동 수사지휘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는 “회피할 사안이 아닌 것으로 검토됐다”며 “성남시 고문 변호사를 맡은 것은 지역 봉사 차원이었다. 이 사건(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일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여야는 이날 대검 국감에서 각 당의 대선후보를 집중적으로 저격하고 나섰다. 야당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이재명 경기지사 연루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서자, 여당에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사주 의혹과 판사사찰 의혹 등을 거론하며 역공을 이어갔다. 전광준 기자

 

법사위 대검 국감서 여당쪽 밝혀

여야, 고발사주·대장동 의혹 공방

 

김오수 검찰총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검찰이 불법 대북송금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한차례 불기소 처분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뒤늦게 기소한 것은 공소권 남용이라고 지난 14일 대법원이 판단한 가운데, 유씨 기소를 담당한 검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당에서 나왔다.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오수 검찰총장에게 이 사건 관련 질의를 하며 “(공소권을 남용한) 검사를 탄핵(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검찰은 이를) 엄중하게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주말 민주당 수뇌부와 법사위 위원들은 2014년 당시 유씨 기소를 이끈 이두봉 인천지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 등을 탄핵해야 한다는 논의를 했다고 한다. 헌법에 따라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 의원 3분의1 이상이 발의한 뒤, 국회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168석인 민주당 단독으로 검사 탄핵이 가능한 구조다.

 

검찰은 이 사건 대법원 판결 이후, ‘공소권 남용’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이날 국감 첫 질의자였던 송기헌 민주당 의원이 “지난 서울고검 국정감사 때 이두봉 검사장에게 물었는데 본인은 사과하지 않았다”며 “총장이 검찰을 대표하는 분으로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김오수 총장은 “바로 사과하기보다는 판결문 등을 살펴보고 적절한 조처를 하겠다”며 사실상 사과를 거부했다. ‘대검 차원에서 이 사건을 감찰하거나, 관련자를 징계할 예정이 있는가’라는 최기상 의원의 말에 김 총장은 “대검 감찰부장에게 관련 기록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앞선 지난 14일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우성씨 상고심에서 검찰 공소권 남용을 인정한 바 있다. 같은 날 국감에서 2014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으로 유씨 기소를 이끈 이두봉 지검장에게 여당 의원들이 사과를 촉구했지만, 이 지검장은 사과 대신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는 말을 반복해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날 국감에서는 여야가 상대 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공세를 이어갔다. 국민의힘이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 연루 의혹이 이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부실하다고 공세를 이어가자, 여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가 정당했다는 지난 14일 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역공을 펼쳤다.

 

한편, 김오수 총장은 성남시 고문변호사로 일한 전력을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 “성남시에서 지역을 위해 봉사해달라고 해서 하게 됐다”며 “대장동 사건과 관련이 없다. 많이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광준 기자

‘윤석열 징계처분 정당’ 1심 판결문 뜯어보니...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14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경기도당 주요당직자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지난 1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처분 취소 소송에서 ‘정직 2개월 징계가 정당한 것을 넘어 오히려 징계 수위가 가볍다’고 판결한 것은 윤 전 총장 행동이 검찰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중대한 비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검찰 독립성을 위해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 징계권 행사는 자제돼야 한다면서도 검찰 독립성만 지나치게 강조하면 검찰 스스로 공정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윤 전 총장 지시와 행동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A4용지 137쪽(별지 20쪽 포함)에 달하는 판결문에서 이런 판단을 관련자 진술 등을 들어 자세히 설명했다.

 

재판부가 특히 공을 들인 것은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으로 불거진 <채널에이> 사건 감찰·수사 방해 및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지시였다.

 

판결문에는 윤 전 총장 측근이었던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보도 당시 윤 전 총장이 보였던 반응과 지시 내용 등이 자세히 나온다. <문화방송>이 관련 보도를 한 직후 ‘음성파일을 임의제출 받지 못한다면 압수하겠다’(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고 보고하자 ‘언론에 보도된 녹음파일 음성이 한동훈은 아니다’(윤석열 검찰총장)라고 단언하는 식이다. 이후 윤 전 총장은 ‘해당 검사장(한동훈)은 보도에 등장하는 인물은 자신이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감찰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윤 전 총장과 한 검사장의 각별한 관계를 자세하게 거론했다. 두 사람이 2003년 대검 중앙수사부 대선자금 수사팀, 2006년 대검 중수부 현대차 수사팀,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2017년 서울중앙지검과 3차장검사, 2019년 검찰총장과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으로 함께 근무한 점을 언급한 뒤 “언론에서는 ‘윤석열 사단 검사’, ‘대표적 윤석열 라인’으로 보도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해당 시기에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것까지 문제삼을 수는 없더라도 “직연 등 지속적 친분 관계로 인해 일반인 관점에서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될 수 있는 관계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윤 전 총장 역시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 및 감찰에 개입하지 않거나 자제하는 등 검찰사무의 공정성을 보장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누가 보더라도 친한 두 사람이었기에 검찰총장으로서 공정한 사무를 위해 노력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감찰 및 수사에 적극 개입해 방해했다는 취지다. ‘윤 전 총장의 이런 행위가 한 검사장을 보호하려는 수사방해’라고 판단한 법무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판결문에는 판사 사찰 논란을 부른 윤 전 총장의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 지시 전말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2020년 2월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게 “공판이 정말 중요하다”며 주요 사건 재판부 소송지휘 방식, 과거 판결 등 자료를 모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들의 사법연수원 기수, 출신학교, 과거 판결, 우리법연구회 출신, 검찰 간부와 친족, (법원행정처가 정한) 물의야기 법관 같은 정보 및 세평이 수집됐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공소유지를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는 이러한 정보 수집이 인정될 수 있지만, 당시 윤 전 총장이 지시한 정보 수집은 이러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대검에서 공소유지 업무를 지휘하는 ‘모든 사건’이 아닌 ‘특정 사건’만을 ‘주요 사건’으로 분류해 해당 재판부 정보를 수집한 것에 어떤 목적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요 사건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했는지 전혀 알 수 없으며, 우리법연구회 출신, 대통령과 대학 동문 등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것처럼 언급하는 정보, 가족관계 등 특정 판사에게 영향력 행사 악용이 가능한 정보를 수집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종합해 재판부는 “재판부 분석 문건은 해당 판사가 편향된 정치적 성향을 가진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용도로 악용될 위험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이 다수 포함된 주요 사건 담당 판사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임의로 가공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 쪽은 모두 “정당한 조치”였다고 했지만,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종합한 뒤 “검찰의 독립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게 되면 검찰 스스로 공정성을 잃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없다. 검찰총장이 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중대한 비위행위를 저질러 검찰사무의 적법성 및 공정성을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권을 행사하더라도 검찰 독립성을 들어 부당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이런 1심 판단에 불복해 15일 항소했다.

 

한편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의결 전까지 이뤄졌던 직무집행정지 타당성을 다투는 본안소송 선고는 오는 12월10일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 심리로 15일 열린 변론기일에서 윤 전 총장 쪽은 “면직 이상의 중대한 징계사유가 있을 때 직무집행정지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쪽은 전날 나온 ‘면직 이상 징계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윤 전 총장의 징계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문을 제출하며 “직무집행정지 타당성을 다툴 법적 이익이 없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윤석열 판결, 정치적 고려 했다면 어제 선고 안 했다”

 

 서울행정법원장, 법사위 국감서 국민의힘 제기에

“원고 쪽도 선거 국면이라 빨리 원한 것으로 안다”

 

김광태 서울고등법원장(사진 왼쪽 끝)이 1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태 서울고등법원장,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 정종관 수원고등법원장, 성지용 서울중앙지법원장. 연합뉴스

 

배기열 서울행정법원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는 타당하다’는 지난 14일 행정법원 판결을 두고 ‘정치적 판결’이라는 국민의힘 쪽 주장에 “그렇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일정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정치적 고려를 했다면 (재판부가) 어제 선고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배 법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4일 판결이) 특정 정당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적 판결인가’라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판결문 글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윤 전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정직 2개월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윤 전 총장 패소로 판결했다.

 

이날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해당 판결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중에 이뤄졌다는 점이 의심스럽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건 재판부가 재판을 굉장히 서둘렀다고 한다. 마침 국민의힘 대선 경선과정 한복판에 이런 판결이 내려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배 법원장은 “원고(윤 전 총장) 쪽에서도 선거 국면이 있어서 빨리 (판결)해주기를 희망했다고 (안다)”라고 반박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지금 국민의힘 경선 중이라 특정 후보의 정치 일정을 고려해 (선고) 일정을 연기하는 것 자체가 다른 후보에게 정치적 결정으로 보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배 법원장은 “정치적 고려를 했으면 (재판부가) 어제 선고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의식을 전혀 안 했다는 걸 뒷받침하지 않나 싶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을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이 기각한 데 대해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성지용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상대로 “(김씨의 구속영장 기각) 보도자료를 보니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되어 있는데 수사가 미흡했다는 것이냐”라고 물었다.

 

이에 성 법원장은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고 구체적인 (기각) 이유는 모른다”고 답했다. 성 법원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배임 혐의로 구속됐기 때문에 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배임 혐의가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은가”라는 같은 당 조수진 의원의 물음에는 “제가 말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을 아꼈다. 신민정 기자

  

‘윤석열 징계 주도’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연임 확정

2023년 10월까지 임기…법무부 “검찰개혁 추진 위해”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 연임이 확정됐다. 한 부장은 2019년 취임 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각을 세워온 인물로 꼽힌다.

 

법무부는 “지속적인 검찰개혁 추진과 조직 안정의 조화를 위해 10월18일자로 한동수 부장을 연임해 임용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감찰부장의 임기는 2년이다. 2019년 10월 임명돼 이달 첫 임기를 마친 그는 연임이 확정되면서 2023년 10월까지 임기가 늘었다. 감찰부장은 검사 직무감찰을 담당하며 검사장급 대우를 받는다.

 

한 부장은 판사출신으로 ‘검찰개혁’의 하나로 법무부가 검찰에 대한 1차 감찰권 강화를 추진하면서 임명된 인사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 한 부장은 그와 꾸준히 대립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4월 불거진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이다. 당시 한 부장은 이 사건에 연루된 윤 전 총장의 측근 한동훈 검사장 감찰에 들어가겠다고 수차례 보고했지만 윤 전 총장은 대검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맡겼다.

 

한 부장은 지난해 11월 판사 사찰 의혹을 둘러싼 윤 전 총장 징계 국면에선 윤 전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낸 인물로도 꼽힌다. 그는 판사 사찰 의혹 감찰 과정에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지난 14일, 서울행정법원은 윤 전 총장 쪽이 제기한 징계 취소 처분 소송을 기각하며 “법무부 징계가 적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한 부장은 윤 전 총장 재직 시절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사건 진상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가 공익신고를 낸 곳도 바로 대검 감찰부다. 앞서 조씨는 한 부장에게 직접 전화해 공익신고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감찰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일한 주요 관계자 조사를 처음으로 벌이기도 했다.

 

법무부는 야당 등을 중심으로 한 부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이준호·정병화 전임 대검찰청 감찰부장도 연임된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청와대 “한일협정 적용 범위 놓고 법적 해석에 차이”

 

문재인 대통령(왼쪽사진)이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오른쪽 사진)와 정상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5일 첫 통화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둘러싼 해법 등 한일 간 현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저녁 6시40분부터 기시다 총리와 약 30분간 통화하며 총리 취임을 축하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차이가 있는 문제”라며 “양국 간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외교당국 간 협의와 소통을 가속화하자”고 제안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문 대통령은 “피해자 분들이 납득하면서도 외교 관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며, 생존해 있는 피해자 할머니가 열세 분이므로 양국이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문제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했고, 양국 정상의 솔직한 의견 교환을 평가하면서, 외교당국 간 소통과 협의 가속화를 독려하겠다”고 말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그러나 기시다 총리는 문 대통령과 통화 뒤 기자단에 “국제적인 약속, 국가와 국가 사이 약속 또는 조약, 국제법은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한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려야 하며 한국 쪽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한다”며 한국 법원의 강제동원 및 위안부 피해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두 정상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데는 뜻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이 직접 마주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고 환영했다. 기시다 총리도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이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위협이 된다.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고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서영지 기자, 도쿄/김소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