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남욱 구속 22일까지인데

박영수·권순일 소환조사도 못해

 

검찰이 17일 곽상도 전 의원의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을 차로 옮기고 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로부터 뇌물 50억원을 받은 의혹이 불거진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집과 사무실을 17일 압수수색했다. 대장동 개발 주관사로 참여한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다만, 곽 전 의원을 뺀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이른바 ‘50억원 클럽’ 관련 수사는 관련 인사들의 소환조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이날 오전 곽 전 의원의 집과 그가 사용하던 사무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수사팀은 또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의 여신 업무 및 피에프(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부서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화천대유로부터 부탁을 받아 하나은행 쪽에 영향력을 행사해 대장동 개발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이 무산되는 것을 막아주고, 그 대가로 아들 곽아무개씨를 통해 50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곽 전 의원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곽 전 의원에 대한 검찰의 뇌물 의혹 수사는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이고 있지만, ‘50억원 클럽’에 등장하는 다른 법조계 인사를 향한 수사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은 물론 고검장 출신인 박영수 전 특검, 권순일 전 대법관 등 ‘50억원 클럽’으로 거론되는 유력 인사들을 한 차례도 소환조사 하지 않은 상황이다.

 

검찰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박 전 특검의 인척 사업가이자 대장동 분양대행업체 대표인 이아무개씨에게 전달한 100억원 가운데 일부가 박 전 특검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박 전 특검 쪽은 “이씨와 김씨 사이 돈거래에 대해 관여한 사실이 없어 전혀 알지 못한다. 화천대유로부터 고문료 외에 다른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재직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때 무죄 의견을 낸 뒤, 퇴임 이후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재판 거래 의혹을 받고 있다.

 

문제는 대장동 특혜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소유주)의 구속 기간이 22일까지란 점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대장동 의혹의 핵심은 뇌물과 배임인데, 민간사업자들의 특혜(배임)를 입증하기 위해선 뇌물 의혹부터 풀어야 한다. 곽 전 의원의 소환조사는 임박해 보이나, 다른 ‘50억원 클럽’ 관련자의 소환 조사 여부에 수사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화천대유와 에스케이(SK)그룹 연관설을 주장한 전석진 변호사를 이날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전 변호사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와 자신의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해 화천대유의 실소유주가 최태원 에스케이 회장이라고 주장해왔다. 검찰은 전 변호사를 상대로 이런 주장의 근거를 따져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에스케이 그룹은 전 변호사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손현수 강재구 기자

  

‘화천대유 30억 뇌물혐의’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 자택 압수수색

 

 경기 성남 분당구에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이 17일 최윤길 전 성남시의회 의장 자택 압수수색에 들어가는 등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청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은 이날 오전 9시께 최 전 의장의 경기 광주시 자택을 압수수색 했다고 밝혔다. 정오 현재 성남시 화천대유 사무실도 압수수색 중이다.

 

최 전 의장은 현재 화천대유에서 부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2013년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조례안을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키는 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 등을 위해 성남시가 설립 추진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대장동 의혹 전담수사팀이 17일 오후 이른바 ‘성남시의회 30억 로비'의 대상으로 지목된 최윤길 전 경기도 성남시의회 의장과 관련해 경기 성남시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경찰은 최 전 의장이 공사 설립 등에 기여한 대가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등으로부터 성과급으로 30억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그를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이날 최 전 의장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화천대유 사무실에서 성과급 지급 내역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진행 중이지만, 수사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이준석 “반문 집합소 안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17일 오전 천안함 유족 등을 면담하기 위해 당사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최종 조율에 나섰지만 막판 혼선을 빚으면서 출범이 다음 주로 미뤄졌다. 윤 후보는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후보직속 국민통합위원회 합류를 제안하는 등 이른바 ‘반문재인 빅텐트’ 구상에도 박차를 가했지만 김 전 위원장과 인선안에 합의하지 못했다.

 

윤 후보는 17일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비공개로 만나 선대위 구성을 논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회동 뒤 입장을 내어 “구성과 조직에 대해 대체적인 의견 일치를 보았고 중요 직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면서도 “1차 선대위 발표는 다음 주 중반으로 예정하고 있다. 내일은 권성동 사무총장 인선만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내정설이 확인된 권성동 사무총장만 임명하겠다는 건 선대위 추가 인선에 진전이 없다는 얘기다.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만나 “(선대위 안을) 아직 보질 못했다. 보다시피 내가 방에 혼자 있었는데 누굴 만나냐”며 윤 후보와의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

 

김한길 전 대표를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인선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그냥 인물만 몇몇 가져다가 통합위원장이라고 앉혀 놓으면 통합이 되냐. 박근혜 (대선 후보) 때도 박근혜 스스로 통합위원장 하고 그 밑에 한광옥이라고 부위원장 시켜서 국민 통합이란 게 요만큼이라도 달성된 게 있냐”고 되물었다. 윤 후보가 마련한 선대위 인선안에 불편한 심기까지 드러낸 것이다. 김 전 위원장 쪽 관계자는 <한겨레>에 “김 전 위원장이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과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의 인선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번주 출범을 예고했던 선대위가 다음주로 미뤄졌단 건 합의에 실패해 조율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당 관계자도 “김 전 위원장이 사실상 퇴짜를 놓으면서 후보가 조율할 시간을 다음 주까지 벌어놓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준석 대표도 “반문 집합소처럼 된다면 또다른 2020년 총선 (패배의) 재판이 될 수 있다”며 김 전 위원장에게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시비에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한길 전 대표 같은 분 이름이 나오면, 이분은 충분히 실무를 할 수 있는 분이고, 그래서 위협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이 있을 것이고, 단순한 통합의 의미만이 아니라 그분의 정계 영향력 볼 때 확장된 해석을 할 수 있다”며 “통합을 진행하더라도 콘셉트가 잘 잡혀야 국민에게 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윤 후보는 김종인 전 위원장을 총괄상임선대위원장으로 세우고, 상임선대위원장과 공동선대위원장을 두는 ‘3단계 지휘체계’의 선대위 구성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임선대위원장은 당연직인 이 대표와 함께 김병준 전 위원장이 맡고, 정책·조직·직능·홍보 등에 당무지원종합본부와 특보단까지 최대 6개 선대본부를 두는 구성안이다. 본부장으로는 권영세·김태호·주호영 의원과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비롯해 이준석 대표가 추천한 김도읍·추경호·윤상현 의원도 선거본부장 등 주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인사로 언급된다. 총괄선대본부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총괄선대본부장이 선대본부를 지휘하는 체제로 가야된다는 의견도 나와서 논의 중”이라며 “사무총장이 그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고 했다. 권성동 의원의 사무총장 내정으로 공석이 된 비서실장에는 윤한홍·이양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김한길 전 대표는 윤 후보에게서 영입을 제안받고 합류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임재훈 전 의원(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 전 대표가 국민의힘으로부터) 합류를 제안받은 게 사실이고 고민 중이다. 오늘 새벽에 수락하시라고 건의 드렸다. 선대위 구성이 마무리돼야 결정을 내릴 것 같다”고 했다.

 

윤 후보는 최근 공격적으로 옛 민주당 인사 영입에 나서고 있다. 박주선·김동철 전 의원이 경선 과정에서 합류했고 윤 후보는 최근 이용호 무소속 의원과 식사를 하며 영입을 제안했다. ‘민주당 인사 포용’은 김한길 전 대표 영입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대위와는 별개의 후보 직속 기구로 꾸려질 국민통합위원회가 중도층과 민주당에서 이탈한 옛 여권 인사를 포괄하는 ‘반문 빅텐트’ 구상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개별 인물들에 대한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비토가 변수다. 임재우 장나래 오연서 기자

권 회장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증거인멸 우려” 영장발부

시세조종 자금 ‘전주’였던 윤석열 부인 범죄연루 여부 주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배임 혐의를 받는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조작 혐의로 16일 구속됐다. 이 회사 주가조작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관련자들을 차례로 구속 또는 기소하면서 이 사건 연루 의혹이 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소환 조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밤 10시50분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은 권 회장이 2009~2012년 주가조작 세력과 공모해 회사 내부 호재성 정보를 주변에 알리는 등의 방법으로 주식 1599만주를 직접 매수하거나 불법적으로 매수를 유도해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권 회장 쪽은 이날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없고, 공소사실 역시 10년 전 일로 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이 구속되면서 이 사건에 연루된 윤 후보 아내 김씨를 둘러싼 검찰 조사도 관심사다. 검찰은 지난 10월부터 도이치모터스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핵심 인물들을 불러 조사해왔다. 이 과정에서 권 회장과 시세조종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김아무개씨 등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사건 관련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거의 마무리한 셈이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김씨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씨는 주식 시세조종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가 권 회장 등의 시세조종 범행을 인지했는지, 알고 있었다면 어느 수준으로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에 따라 공범 또는 방조범으로 분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씨가 범행에 대한 인식조차 없이 투자 등 명목으로 자금을 전달한 것이라면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도 있다.

 

한편,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김건희씨에게 10억원이 든 계좌를 전달받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주가조작 ‘선수’ 이아무개씨를 지난 12일 검거했다. 이씨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앞서 이씨는 지난달 6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한 바 있다. 법원은 지난달 12일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씨는 2010~2011년 권오수 회장과 함께 회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내사보고서 등을 종합하면, 김건희씨는 2010년 권 회장 소개로 만난 이씨에게 10억원이 들어 있는 신한증권 계좌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후보 쪽은 지난달 20일 김씨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두고 “주식전문가로 소개받은 사람(이씨)에게 거래를 맡겼다가 손해를 보고 회수한 것이 사실관계의 전부”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손현수 기자

 

‘김건희 10억 계좌 관리 의혹’ 도이치 주가조작 핵심 인물 검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인 김건희씨로부터 10억원이 든 계좌를 전달받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주가조작 ‘선수’ 이아무개씨가 검거됐다.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 씨

 

1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부장 조주연)는 지난 12일 저녁 이씨를 검거했다. 이씨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다. 앞서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 이세창 영장전담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이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검찰은 도주 중이던 이씨를 검거해 한 달 전 발부받은 구속영장을 12일 집행했다.

 

주가조작 ‘선수’로 알려진 이씨는 2010~2011년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함께 회사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전 총장 부인 김씨는 당시 주식 시세조종 과정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내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김씨는 2010년 권 회장 소개로 만난 이씨에게 10억원이 들어있는 신한증권 계좌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이씨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서울중앙지법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한 차례 기각했다. 이후 검찰은 지난달 2일 이씨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그러나 이씨는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했고, 검찰은 추적 끝에 이씨를 다시 검거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16일 오전 10시30분부터 권오수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2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권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권 회장은 2009~2012년 호재성 정보를 외부로 유출해 주식매매를 유도하고, 허위 매수주문을 내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혐의를 받는다. 권 회장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이날 밤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손현수 기자

공사관 영사보 호리구치 126년 전 서신 8통

일본계 미국인이 나고야 골동품 시장서 입수

“우리가 왕비 죽였다…진입은 내 담당 임무”

 

일본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 외교관이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자신이 가담했다고 지인에게 털어놓은 126년 전 편지가 발견됐다. 명성황후의 죽음에 일본의 현직 외교관이 직접 가담했음을 보여주는 ‘희귀한 자료’다.

 

조선 공사관 영사보였던 호리구치 구마이치(1865~1945)는 명성황후 시해 다음 날인 1895년 10월9일에 니가타현의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우리가 왕비를 죽였다”며 명성황후 시해 사건 경위를 상세히 적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16일 보도했다. 호리구치는 이 편지에서 “진입은 내가 담당하는 임무였다. 담을 넘어 (중략) 간신히 건물 안쪽에 들어가 왕비를 시해했다”고 적었다. 그는 “생각보다 간단해 오히려 매우 놀랐다”고 감상까지 적었다. 그는 일본 외교관, 경찰, 민간인 등으로 구성된 명성황후 시해 실행 그룹 중 한 명이었다.

 

이번에 발견된 호리구치의 편지는 1894년 11월17일부터 을미사변 직후인 1895년 10월18일자까지 8통으로, 일본 나고야시에 사는 일본계 미국인 스티브 하세가와가 골동품 시장에서 입수한 것이다. 붓으로 흘려 쓴 편지 내용을 명성황후 시해 사건을 다룬 책 <조선 왕비 살해와 일본인>을 쓴 재일동포 학자 김문자씨가 해독했다. 김씨는 “사건의 세부와 가족에 대한 기술 등으로 보더라도 본인의 친필이 틀림없다”며 “현역 외교관이 임지에서 왕비 살해에 직접 관여했다고 밝히는 글에 새삼 생생한 충격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경복궁의 모습 중 일부. 1895년 10월 8일 경복궁에서 명성황후가 일본군과 외교관, 경찰 등으로 구성된 일본인들에게 시해당했다.

 

을미사변은 1895년 10월8일 일본 육군 출신 미우라 고로(1847~1926) 조선공사의 지휘로 조선 내에서 활동하던 일본의 ‘대륙 낭인’(민간인 신분으로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을 위해 활동했던 인물들)들과 일본군과 경찰 등 일부 병력이 우범선(1857~1903) 훈련대 제2대대장 등 일부 조선인들과 경복궁을 기습해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이다. 이들은 명성황후를 시해한 뒤 주검에 석유를 끼얹어 불태우기까지 했다. 스에마쓰 겐초(1855~1920) 법제국 장관은 당시 보고서에서 “참으로 붓으로 옮기기에 참을 수 없지만…”이라고 단서를 붙이며 당시 이뤄진 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었다.

 

명성황후 시해는 과거엔 대륙 낭인들이 전면에 나서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호리구치 같은 현직 외교관을 포함한 공적 지위를 가진 일본인들이 실행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다만, 명성황후를 실제로 찌른 인물은 정확히 특정되지 않고 있다. 우치다 사다쓰치 당시 조선공사관 일등영사는 사건 당일 하라 다카시 당시 외무차관에게 편지로 보낸 보고에서 명성황후를 찌른 인물이 “모 육군 소위”라고 했으나, 이 밖에도 여러 인물들 이름이 거론된다.

 

조선은 불평등 조약이었던 1876년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의 치외법권 조항에 가로막혀, 명성황후 시해 가담 일본인들에 대한 재판권도 행사하지 못했다. 이들은 사건 뒤 일본으로 송환됐으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 사건 이듬해 1월 일본 육군 장교 8명이 히로시마 군법회의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고, 호리구치 등 48명도 히로시마지방재판소에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면소 처리되어 석방됐다. 조선은 일본에 강제병합될 때까지 불평등 조약을 개정하지 못했다.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