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한동훈도 소집 요청, 같은 사건에 신청 4차례 이어져
서울중앙지검 부의심의위원회가 13일 ‘검·언 유착’ 의혹 사건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에이(A)> 기자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을 부의하지 않기로 했다. 이날 이 사건의 피의자인 한동훈 검사장도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했다.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피해자), 이 전 기자(피의자), 민주언론시민연합(고발인) 등 검·언 유착 의혹 수사로만 소집 요청이 네 차례나 이어지면서 검찰 수사도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의 신청으로 소집이 결정된 수사심의위 외에 심의가 여러 차례 열릴 가능성은 적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우선 민언련 등 고발인은 소집 신청 권한이 없다. 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은 고소인·피해자·피의자·기관고발인이 할 수 있는데, 여기서 ‘기관고발인’은 통상 공정거래위원회 등 직무상 고발 권한이 있는 정부부처 등을 가리킨다.
고발인을 제외한 나머지 사건관계인들의 소집 요청도 병합돼 한꺼번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운영지침에서는 “신청인 외의 사건관계인도 의견서를 작성하여 현안위원에게 교부”(제13조)할 수 있고, “의견서를 제출한 사건관계인이 현안위원회에서 의견진술을 원하는 경우, 주임검사 또는 신청인과 동일한 기회를 부여”(제14조)하게 돼 있다. 수사심의위 소집을 요청하지 않은 사건관계인도 심의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 있는 절차가 있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도 “부의위원회가 규정된 절차에 따라 이 전 기자 쪽이 수사심의위에서 의견진술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전문수사자문단’ 구성을 두고 벌어진 윤석열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갈등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로 일단락되면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검찰 수사는 수사심의위 절차가 마무리된 뒤에나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 소환조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 검사장 등 피의자들은 수사심의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법리적 판단보다는 여론의 추이에 영향을 받는 수사심의위 결과에 따라서 수사의 정당성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점도 수사팀으로서는 부담이다. ‘검·언 유착’과 ‘권·언 유착’이라는 주장이 맞붙는 상황에서, 현안위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30쪽의 의견서와 논리를 짜내는 데 수사력의 일부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임재우 기자 >
[칼럼] 채널A 사건, ‘수사’ 보다 중요한 일
"방송 구조와 언론 지형을 정상화수사보다 훨씬 중요, 방통위 결단해야"
지난 6월2일치 칼럼(‘채널A’, 사이비 권력들의 ‘진실 은폐’ 야합) 이후 6주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바로 그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채널에이(A) 법조팀장 등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며 적극 수사에 나선 이래 ‘진실 은폐’ 시도는 점점 실패 쪽으로 기우는 분위기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노골적이고 집요하게 측근 감싸기에 나섰지만 결국 꼬리를 내렸다. 구차하게나마 자리를 보존한 덕분일까, 야권의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는 지켰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퇴임 뒤 지지율 오르면 (대권 주자) 가능성이 있다”고 했으니 그런대로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그러나 검찰 조직은 만신창이가 됐다. 특히 총장 스스로 손떼는 건 괜찮지만 장관이 손떼라는 건 ‘위법’이라고 ‘기술’까지 부려가며 윤 총장을 밀어줬던 검사장들은 ‘X망신’을 했다.
윤 총장의 그간 행보는 ‘측근 보호’를 위한 것이겠지만 그것만으론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보호 결의안’까지 내며 자신을 밀어준 두 보수야당, 특히 보수언론들을 믿지 않았다면 그렇게 대놓고 저항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보수언론들은 <문화방송>이 ‘검·언 유착’ 의혹을 처음 보도한 직후부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여권의 ‘윤석열 때리기’란 프레임을 짜놓고 시작했다. 검·언유착의 진실 추적 대신 전과까지 들추며 제보자와 폭로언론을 공격했다. 일부 여권 인사들의 페이스북 글에서 ‘작전’의 냄새가 난다며 문화방송과의 ‘정·언 유착’ 프레임까지 들고나왔다.
일일이 반박할 필요까진 없겠다. 다만 대한민국 판사들이 검·언유착과 정·언유착도 구분 못하고 함부로 기자와 검사장 휴대전화 압수수색 영장 발부하지는 않는다는 정도의 법지식만 있으면 이해하기 쉽다. 밀실에서 대화·녹음해놓고, “없다”고 말맞추고, 다시 지우고, 휴대전화 비밀번호까지 감추는 건 ‘유착’ 정황이지만,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글 올려놓고 하는 ‘유착’은 드물다는 상식 정도만 있어도 판단은 쉽다. 물론 문화방송 취재 이전에 이미 감옥으로 보내진 편지들과 이들이 미처 없애지 못한 녹음 파일들은 결정적 물증으로 남아 있다.
보수언론들이 ‘윤석열 편들기’에 올인한 데는 문재인 정부 공격 전선에 나란히 섰다는 동지의식이 컸을 것이다. 사건 당사자가 종편이라 보수적 가치를 공유하기도 하겠거니와, 종편 재승인이 걸려 있다는 ‘동병상련’의 정서가 무리한 ‘프레임’을 부추겼을지도 모르겠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월 <채널에이(A)>와 <티브이(TV)조선>에 대해 조건부로 재승인을 허가했다. 만일 채널에이 사건 수사에서 ‘중대한 문제’가 확인되면 재승인이 취소될 수 있다. 그러면 ‘공정성’ 합격 조건부로 재승인받은 티브이조선 역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런 ‘순망치한’의 절박감이 아니고는 그처럼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는 식의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펼쳤을 리 없다.
여러 곡절은 있었으나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수사심의위가 제지하지 않는다면 기소가 유력해 보인다.
그렇게 되면 방통위가 재승인 여부를 결단해야 한다. 그러나 방통위의 행보는 매우 조심스럽다. 탄핵 국면이긴 했어도, 박근혜 정부가 꾸린 방통위가 티브이조선 등에 과감하게 낙제점을 준 것과도 대조적이다. 자본금 불법 충당으로 방송법 위반 혐의를 받는 엠비엔(MBN)에 대해서조차 좌고우면할 정도로 소극적이다.
2011년 12월 출범한 종합편성채널이 올해로 10년째. 티브이조선 등 4개 종합편성채널의 방송사업 매출액은 2263억원(2012년)에서 8228억원(2019년)으로 비약적으로 늘었다. 반면 <한국방송> 등 지상파의 매출액은 같은 시기 3조9572억원에서 3조5168억원으로 떨어졌고 매출액 점유율은 32.0%에서 19.9%로 급락했다. 지상파의 추락은 유튜브 등 뉴미디어 영향도 있겠으나 무리하게 허가한 종편 탓이 크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우리 광고 시장 규모에서 2개 이상은 무리’라는 평가를 무시하고 허가를 남발한 결과다. 결국 한국방송 등은 쌓이는 적자로 구조조정 준비에 들어갔다. 방송이 수익에 휘둘리면 공공성이 위협받는다. 그래서 유능한 기자·피디들이 떠나면 공영방송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심각한 문제다.
기자와 검사의 빗나간 유착에서 시작한 채널에이 사건이 우리 방송 구조와 언론 지형을 정상화하는 나비의 날개짓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수사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 김이택 한겨레신문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