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명의 소유.. 백인엽과 백희엽까지, 백씨 집안 치부사

 

2018년 국방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생일파티 도중 생각에 잠긴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

 

전쟁영웅친일파라는 상반된 평가 속에 백수를 넘기고 숨진 백선엽 예비역 육군대장이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일제강점기 독립군 토벌 전문부대였던 간도특설대 출신이라는 비판에 보수세력들은 전쟁영웅인 백씨가 평생 군인으로 청빈한 삶을 살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백씨 삶의 다른 면모들도 있다. 그는 서울 강남역 앞에 2천억원대의 건물을 가족 명의로 소유했던 자산가였지만, 수년에 걸쳐 가족 사이 송사가 벌어지기도 했던 게 대표적이다.

현재 백씨 장남은 서울 강남역 5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덕흥빌딩 소유주다. 지하 5층 지상 16층 규모의 대형 빌딩으로 대지가 853(258), 건평만 11381(3443)에 이른다. 빌딩 전문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삼성타운이 들어오면서 여긴 부르는 게 값인데 해당 건물은 초역세권이라 평당 5억원은 될 것이라며 땅값(2020년 공시지가 683억원) 말고도 건물은 시가로 최소한 2천억~3천억원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백씨는 장남 명의로 돼 있던 땅에 건물을 올려 199412월 역시 장남 명의로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당시 장남 나이는 41살이었다. 백씨의 재산 형성 과정을 추적한 전필건 전 교육부 사학혁신위원은 “40대 초반 나이에 강남 한복판에 대형 건물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명의신탁에 의한 차명소유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5·16 쿠데타 당시 미대사관의 필립 하비브 정치담당 참사관은 본국에 보낸 장문의 기밀문서에서 백 장군은 다른 참모총장들보다도 더욱 부패한 것으로 유명했다고 기술한 바 있다. 이승만 대통령과 악수하는 백선엽.

차명 소유는 백씨 가족이 2007~2010년 사이 벌인 재산다툼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20074월 백씨 장녀, 둘째 딸, 둘째 아들 3남매는 장남을 상대로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인용 결정을 받았다. 장남이 자신 명의의 건물의 매매, 증여, 전세권, 저당권 등의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3남매는 이어 진정명의회복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등기부상 주인은 실제 주인이 아니니, 실제 주인 명의로 소유권을 이전해달라는 주장이었다.

20088월 서울중앙지법이 3남매의 손을 들어주자 장남은 서울고법에 항소했고, 20101월 다시 3남매가 일부 승소했다. 대법원까지 간 재산다툼 결과, 해당 건물은 장남과 백씨 부인이 절반씩 소유하게 됐다가, 2012년 백씨 부인이 지분을 350억원에 장남에게 매각하면서 지금은 온전히 장남 소유가 됐다. 재산을 장남 명의로 해놓았던 게 사달이 난 셈이다. 장남을 뺀 3남매는 미국 시민권자로 현재 미국에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과정에서 장남과 척을 진 백선엽은 말년에 아내 노씨와 둘이서 지냈다고 한다.

형제끼리의 재산다툼 외에도 백씨 일가에는 유독 돈과 관련해 입길에 오른 인물들이 여럿이다. 백씨의 동생인 백인엽(1923~2013) 전 예비역 중장과 사촌누이인 증권가 큰 손 백희엽씨다. 일본 육군 항공소위 출신인 백인엽은 19566군단장 등을 지낼 때 군수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5·16쿠데타 당시 부정축재자 1호로 검거돼 무기형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사실 여기엔 백인엽의 비리와 함께 박정희와의 구원도 일정정도 작용했다. 6군단장 시절, 백인엽은 장병들을 완전 군장으로 연병장에 집합시킨 뒤 당시 부군단장이었던 박정희의 철모를 지휘봉으로 톡톡 치며 빨갱이 XX”라는 등의 모욕을 준 일이 있었다. 백인엽으로부터의 수모를 참다못한 박정희가 그의 군수비리를 문제제기했고, 이 일로 박정희는 이듬해인 19579월 제7사단장으로 전보조치된다.

서울 강남역 5번 출구 바로 앞에 있는 덕흥빌딩. 시가로 2천억원이 넘는다.

이후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박정희는 부패군인의 대명사였던 백인엽을 처단하고 싶었으나, 1948년 여순사건 뒤 숙군과정에서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백인엽의 형 백선엽을 생각해 선처했다고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은 자신의 책(<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에 적었다. 숙군 당시 육군본부 정보국장이었던 백선엽이 남로당 활동으로 위기에 처한 박정희를 구해준 일화는 유명하다.

한편, 194810월 여순사건 당시 12연대 연대장으로 진압작전에 참가한 백인엽은 구례지역 부역자 색출과정에서 민간인들을 고문하고 학살하는 과정의 최고책임자였다. 2008년 진실화해위는 백인엽을 직접 조사해, 그가 구례지역 민간인학살사건의 가해책임이 있다고 진실규명한 바 있다.

죽다 살아난 백인엽은 교육자로 변신, 이후 인천지역에 선인학원이라는 학교법인을 설립한다. 형과 자신의 이름을 더해 만든 그 사학재단에서 백인엽이 벌인 비리는 상상을 초월했다. 5700명의 학생을 정원 외로 부정입학 또는 편입시키고, 졸업장을 팔아 61억원을 받아 챙겼다. 지금 20억원(31)에 거래되는 서울 강남 은마아파트가 18475천원에 분양되던 시절이었다. 학교를 짓는다며 월남 피란민 판자촌을 철거해 원성을 샀고 확장을 이유로 중국인 공동묘지를 불도저로 밀어 외교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교직원들을 무조건 해고하고, 교사들에게 예비군 군복을 입혀서 보초를 서게 하고 순찰을 돌게 했다. 유치원에서 대학까지 총 14, 학생 수만 36400여명에 이르던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사학에서 벌어진 비리는 동양 최대였다. 당시 신문은 백인엽을 두고 인천의 무법자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선인학원 사학비리로 악명을 떨친 백선엽의 동생 백인엽의 육군 중장시절 사진(1956).

전두환 정권 초기인 19813, 업무상 횡령, 배임수재, 건축법과 중기관리법 위반으로 또다시 백인엽이 구속된 이유다. 이후 선인학원에 관선이사로 내려온 이는 형 백선엽이었다. 동생이 단군 이래 최대 사학비리를 저지른 곳에 형이 이사로 온 것이다. 앞서 형 백선엽이 강남대로에 건물을 올린 1994년은 선인학원 소유의 인천대 등이 논란 끝에 국공립화되던 때였다. 두 형제가 관여한 천문학적인 사학비리의 뒷감당을 국가가 나서서 하고 있는 사이, 백선엽은 강남에 대형빌딩을 세운 셈이다.

백선엽의 사촌누이인 증권가의 큰손 백희엽씨도 돈으로 한국사회를 주름 잡았던 인물이다. 1975년 중동건설붐을 타고 건설주가 폭등하면서 증권가에 이름을 날리게 된 백씨는 동아건설을 비롯, 해외 건설주를 대량매집해 거액을 벌었다. 백씨가 한창 명성을 날릴 때에는 단순히 어떤 주식에 관심이 있다는 소문만 나도 관련 주식이 폭등할 정도였다고 한다. 1995년 사망한 백씨는 40년대 후반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한 고 박용학씨의 부인이기도 했다.

천수를 누린 백선엽씨를 마지막으로 치부(致富)의 한 획을 그은 백씨 집안 내력도 한 대가 마무리됐다. 여전히 백씨가 청빈하다고 주장하는 보수세력들은, 미군도 그를 극진히 예우한다며 전쟁영웅으로 칭송한다. 그러나 백씨가 군인이었을 때, 미국의 평가는 정반대였던 것 같다. 5·16 쿠데타 당시 주한미국대사관의 필립 하비브 정치담당 참사관은 본국에 보낸 장문의 기밀문서에서 “(백선엽은) 혜택과 진급, 적절한 사면 등의 방법을 통해 자신의 파벌적 역량을 축적했다백 장군은 다른 참모총장들보다도 더욱 부패한 것으로 유명했다고 기술한 바 있다. < 오승훈 기자 >

백선엽 묻힌 현충원 홈피에 '국가공인 친일파' 명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

대전현충원 홈페이지의 현충원 안장자 정보에 기재된 고 백선엽 육군 대장의 비고 정보다.

논란 끝에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백 장군에 대해 보훈처가 홈페이지 현충원 안장자 정보에 국가기관에 의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됐다는 정보를 16일 등재했다.

이 정보는 최소한 하루 늦게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백 장군의 안장식이 마무리된 15일 오후 확인했을 때에는 백 장군의 안장자에는 성명과 계급, 군번, 신분, 사망일자 등만이 올라가 있었다. 백 장군 이전 현충원에 묻힌 국가공인 친일파 11(김백일, 신응균, 신태영, 이응준, 이종찬, 김홍준, 신현준, 김석범, 송석하, 백홍석)의 안장 정보에는 모두 '친일반민족행위자'가 기재된 상태였다.

하루가 지난 16일 오전 보훈처에 백 장군의 안장자 정보에 '친일반민족행위' 정보가 누락된 이유를 문의한 뒤, 이날 오후 해당 문구가 추가됐다.

보훈처 관계자는 "(안장 정보 입력 때) 의도적으로 백 장군의 (친일 관련) 내용을 누락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관련 부서에서 보통 하루 한 번 안장자에 관해 정보를 수동으로 등록하는데 특이사항이 있으면 확인 후 등록하다 보니 시차가 생긴 것"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는 "1941년부터 1945년 일본 패전 시까지 일제의 실질적 식민지였던 만주국군 장교로서 침략전쟁에 협력했고, 특히 1943년부터 1945년까지 항일세력을 무력 탄압하는 조선인 특수부대인 간도특설대 장교로서 일제의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했다"면서 백 장군의 친일행적과 관련해 A4용지 16페이지 분량의 공식 보고서를 2009년에 남긴 바 있다.

백 장군 역시 1983년 일본에서 출간한 '() 게릴라전-미국은 왜 졌는가'라는 제목의 책에서 "한국인이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던 한국인을 토벌한 것이기 때문에 이이제이(以夷制夷)를 내세운 일본의 책략에 완전히 빠져든 형국이었다"면서 "우리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라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다"라고 간도특설대 활동을 인정했다.

15일 백 장군의 안장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와 육군참모총장, 육군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이 정부를 대표해 자리했다. 이날 오전 서울 아산병원에서 진행된 영결식에서는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역대 육참총장 등 참석해 최고 예우를 보였다.

16<조선일보>는 백 장군의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이 조문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며 '대한민국 대통령의 배웅 없이 백선엽 장군을 보내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기도 했다. 이 신문은 14일에도 한국전쟁 당시 백 장군의 행적을 부각하며 '백선엽은 '이순신'의 대한민국 버전이다' 라는 시론을 실어 친일행적 미화에 도가 지나쳤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설] 조중동의 도 넘은 백선엽 신격화’, 위험하다

            

백선엽 예비역 육군 대장이 지난 15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고인이 된 백선엽에 대해 민족반역자라는 비판과 전쟁영웅이라는 찬양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

그런데 확연히 달라진 점이 있다. 이전에는 진보 쪽에서 백선엽이 독립운동을 탄압했다고 비판하면, 보수 쪽은 한국전쟁에서 세운 공이 잘못을 덮고도 남는다고 반론했다. 이번에 보수 쪽은 백선엽의 친일 행적자체를 아예 부인하거나 무시했다.

<조선일보>는 백선엽의 친일 행적을 두고 팩트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백선엽의 만주군 경력에 친일 굴레를 씌운다면 일본 통치하 수도·전기·토목 등에서 일본의 역량을 배워 오늘의 대한민국 정체성을 이룬 대다수 한국인을 모독하는 일이라고 했다. 궤변이 아닐 수 없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간도특설대 장교로 근무했던 백선엽의 친일 행적은 이명박 정부도 인정한 팩트.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백선엽이 포함됐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심지어 백선엽은 이순신의 대한민국 버전이라고까지 했다. 어이가 없다.

<중앙일보>백선엽에 대한 광복회장의 해괴망측한 발언, 참담하다고 주장했다. ‘백선엽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을 학살했다를 망언이라고 문제 삼았지만, 김원웅 광복회장의 전체 발언 취지와 거리가 있다. 발언 요지는 민감한 국내 이슈인 친일잔재 청산에 외국군 사령관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였다. 주한미군사령관이 백선엽을 영웅이자 보물이라고 했으니, 독립운동가 단체인 광복회가 할 법한 항의였다.

조중동은 백선엽을 대전현충원이 아닌 서울현충원에 안장해야 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조문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백선엽의 대전현충원 안장에 대해서조차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다. 빈소에 대통령이 조화를 보내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조문했으니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오른 국군 원로에게 예우를 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의 조문 문제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

백선엽에 대한 도를 넘은 신격화시도야말로 대한민국을 분열시키는 일이다. 보수세력이 친일파에 대한 비판을 차단하고, 북한과의 화해를 반대하며, -미 동맹을 절대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백선엽 신격화를 활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과도한 미화는 도리어 고인에게 누가 될 수 있다. 그럴수록 친일 행적, 한국전쟁 전공 독식, 부정부패 의혹 등 그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진다. 그의 공과 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자.

해외 교민들 "한국 위상 실감설국열차 꼬리 칸 타려는 것 같아"

          

지난 21일 중국 우한에서 전세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교민들이 트랩을 내려오고 있다.

 

"공항은 예고 없는 기간 동안 폐쇄됐고, 24시간 이동 금지명령에 따라 불안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도미니카공화국에서 귀국한 유상미 씨)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확산으로 각국 정부가 국가 간 이동을 통제하면서 수천 명의 국민이 외국에 발이 묶이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 130일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을 시작으로 일본, 이란, 페루, 이탈리아, 에티오피아 등 6개국에 교민들을 데려오기 위한 전세기를 투입했다.

전세기 외에도 임시항공편이나 다른 국가의 전세기에 한국인이 탑승하도록 지원하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난 13일까지 총 116개국에서 43402명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외교부는 그동안의 귀국 지원 과정을 기록한 수기집 '우리의 특별한 귀국 이야기 2020'15일 발간했다.

유학, 여행, 출장, 봉사 등 다양한 사유로 해외에 체류하다 무사히 돌아온 국민들이 각자 경험을 소개한 수기집에는 정부에 대한 고마움과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담겨있다.

세계 여행 중 한국 대사관이 없는 나미비아에 고립됐던 우상범, 김소민 씨는 인근 앙골라 대사관의 도움으로 귀국한 과정에 대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가슴 깊이 울리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인턴으로 알제리에 파견됐던 박준희 씨는 알제리에서 파리를 거쳐 한국까지 온 귀국길이 "우리나라의 위상을 체감하게 된 소중한 여정이었다"고 밝혔다.

출장을 위해 방문한 모로코에서 돌아온 김성희 씨는 한국 대사관의 지원 노력을 옆에서 지켜본 외국인 사장이 "한국이 최고다, 네 나라는 너를 버리지 않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중국 우한에 신속대응팀장으로 파견되는 이상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이 2020131일 김포공항에서 우한행 전세기 탑승을 위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귀국을 지원한 정부 관계자들도 당시 소감을 밝혔다.

주알제리대사관의 김지훈 2등서기관 겸 영사는 전세기 탑승을 위해 교민들을 안내해서 간 공항에 항공편을 구하지 못해 당장 태워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며 "마치 영화 '설국열차'에서처럼 꼬리 칸에 타려는 사람들이 수백명 있는 것과도 같았다"고 전했다.

중국 우한에서 교민 철수 업무를 담당했던 정다운 영사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가장 절절하게 느낀 것은 한국인으로서의 긍지였다"고 말했다.

우한 2차 전세기 투입 당시 정부 신속대응팀을 이끌고 간 이상진 주뉴질랜드대사는 "공항에 질서정연하게 티케팅을 위해 줄을 서 계신 우리 국민들을 보았을 때 신속대응팀들은 가슴이 뭉클했었다"고 회상했다.

수기집은 외교부 홈페이지 내 자료실(외교간행물)에 게재될 예정이다.


심상정 조문거부 사과에 장혜영 이어 박원석도 '유감'

조문거부 앞장선 류호정 두고 당원 소환요구 목소리

          

정의당 장혜영 의원(왼쪽), 심상정 대표(가운데), 류호정 의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을 둘러싼 정의당의 내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류호정, 장혜영 의원의 조문 거부에 대한 심상정 대표의 사과 표명이 당의 뇌관인 진영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15일 정의당 당원 게시판에는 류호정 의원에 대한 '당원 소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격론이 벌어졌다. 당원 소환은 당원의 요구에 따라 당 소속 국회의원 등 공직자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응하지 않으면 출당하는 조치다.

이를 제안한 한 당원은 "이번 박원순 시장 조문 논란에서 보듯이 류호정 의원의 돌발 발언은 그 정도가 지나치다""류 의원은 사실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게시판에는 이 주장에 대해 "어이없는 짓"이라거나 "류 의원이 무슨 당헌·당규를 어겨 소환 대상이라는 거냐"는 등의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나아가 일부 소셜미디어 등에서는 '유호정'이라는 이름의 글이 올라와 논란을 일으켰다. 작성자는 글에서 "한남들(한국 남성들) 제발 탈당 좀 해줘라"고 썼다.

이에 대해 류호정 의원실이 "현재 '유호정'이라는 아이디로 작성된 글은 류호정 의원과 어떠한 관련도 없다"는 해명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심 대표의 사과에 따른 여진도 이어졌다.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심 대표의) 사과라는 표현이 꼭 적절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심 대표의 사과를 두고 당내에서 우리가 왜 사과해야 하느냐, 두 의원은 자기 할 말을 한 것인데 왜 대표가 나서서 의견을 억압하는 식으로 사과를 하느냐는 반발이 있었다"고 전했다.

장혜영 의원도 앞서 전날 밤 페이스북에서 심 대표의 사과에 대해 "솔직히 당황스러웠다""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당내 큰 이견이 있다. 이견을 좁혀가며 힘을 모을 때"라고 밝혔다.

정의당 여성주의자모임 '저스트 페미니스트'도 심상정 대표의 사과 발언에 유감을 표명하며 심 대표의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연서를 돌렸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정의당 내 조문 논란을 놓고 페이스북에서 "정의당의 내분은 한 세대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제 젊은이들에게 권력을 넘길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당 여성본부는 15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위헌심판 기다려야입장 속 내부선 추천위원 선정 작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시행일인 15, 국회는 공수처 출범은커녕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마저 구성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의 반대로 공수처 출범이 미뤄지고 있다며 날을 세웠고, 통합당은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공수처법 위헌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통합당은 합리적이지 않고,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공수처 설치를 위한 절차 진행을 가로막고 있다. (공수처) 출범 연기하는 건 민의를 배신하고 국회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라며 공수처장 후보는 통합당이 반대하면 안 되는 구조인 만큼 하루속히 후보 추천위원 절차를 진행하고, 후속조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실 민주당 역시 여당 몫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정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여당 몫 추천위원 2명을 선정했다가 이 중 한명이 (n)번방사건 공범의 변호인이라는 점이 뒤늦게 밝혀져 사임하는 바람에 다시 물색 중이다.

통합당은 공식적으론 헌재 결정을 지켜봐야 한다며 공수처 관련한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내부적으론 야당 몫 추천위원 선정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야당 몫의 추천위원을 누구로 해야 할지 의견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통합당의 법조 출신 의원들은 전날 모여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선정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검사 출신 의원은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며 통합당이 심판을 청구했기 때문에 그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공수처법을 인정하는 듯한 모습은 보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이주빈 서영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