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되지 않을 상대와 자비로만” 조건 걸어
비서실장은 “그래도 웬만하면 스크린골프를”

“함께 골프 라운딩을 할 사람이 (이해관계가 걸려) 문제가 될 만한 상대가 아니어야 하고, 골프를 하더라도 자비로 해라.”
 
허태열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휴가 기간(7월29일~8월2일)에 맞춰 휴가를 갈 청와대 참모진들에게 ‘조건부 골프 해금’을 했다. 최근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휴가 기간에 골프를 해도 되느냐는 질문을 받은 허실장은 이렇게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 뒤 “그래도 웬만하면 필드 대신 스크린 골프를 이용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실제 일부 참모들은 휴가를 앞두고 지인들과 골프 약속을 잡기도 했다.
정부 출범 이후 박 대통령이나 허 비서실장이 공식적으로 ‘골프 금지령’을 내린 적은 없었다. 다만 정부 출범 직후 업무가 많은데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지금껏 어떤 참모들도 골프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던 지난 3월 초 현역 장성들이 군 전용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을 두고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안보가 위중한 이 시기에 현역 군인들이 주말에 골프를 치고 그런 일이 있었다. 특별히 주의를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고 질책한 것도 공직자들에게는 일종의 골프금지령으로 해석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이제 골프를 좀 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아, 관가에서는 골프금지령이 계속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골프 약속을 잡더라도 누가, 언제, 어디서 골프를 쳤다는 소문 자체가 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위였다”고 말했다.
휴가철이 낀 이달 들어 박 대통령의 골프 관련 발언은 조금 부드러워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내 언론사 논설실장·해설위원과의 오찬에서 고위공직자들의 골프 허용 여부에 대해 “지난 국무회의 때도 그렇고, 캐디들도 수입이 그렇고, 자꾸 외국만 나가서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을 하는 이야기도 있다. 여러 가지로 지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석진환 기자>



이정현 “대통령 정통성 부정”…여당, 긴급 최고회의서 성토
반발하던 민주당, 김한길 유감 표명·홍익표 대변인직 사퇴
예정된 대화록 예비열람·공공의료 국조 보고서 채택 무산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12일,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鬼胎,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의 후손’으로 표현한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전날 발언을 문제 삼아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한 채 총공세에 나섰다. 예정됐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대화록) 예비 열람과 공공의료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채택 등은 잇따라 무산됐다. 민주당은 처음엔 ‘꼬투리 잡기’라고 반발했으나, 결국 9시간 만에 홍 의원이 원내대변인에서 물러나고 김한길 대표가 당 대변인을 통해 유감 표명을 하는 등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즉각 수용 대신 13일 지도부 회의에서 민주당 사과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혀, 여야 대치 국면의 수습 여부는 주말께나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례적으로 이른 아침 청와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 도전한 것”이라며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대선 결과 불복과 막말이 유행인데, 승복하는 것도 소양이자 자질”이라고 한 전날 발언에 견줘 공세 수위를 한껏 높인 것이다.
이 수석의 회견 뒤 새누리당도 예정에 없던 최고위원 회의를 긴급 소집해,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사과와 홍 원내대변인의 사퇴를 촉구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국가원수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명예훼손이고 모독이다. 민주당은 대표의 사과와 (홍 원내대변인에 대한) 응분의 조처를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정말 해서는 안 될 극언이다. 홍 원내대변인이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꼈다면 유감’이라며 은근슬쩍 넘어가는 내용을 (어제) 밤늦게 문자로 보냈는데, 이 사안은 그렇게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김태흠·강은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홍 원내대변인의 징계안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홍 원내대변인이 전날 유감 표명을 했는데도 여권이 계속해서 문제 삼는 것은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국정조사를 지연시키려는 ‘물타기’ 전략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정국 급랭에 따른 국정원 국정조사 파행 등을 우려한 민주당 지도부는 새누리당과 물밑 접촉을 하는 한편 내부 논의를 거쳐 여권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결국 홍 의원은 저녁 7시30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브리핑 과정에서 있었던 일부 부적절한 발언에 사과 말씀을 드린다. 책임감을 느끼고 원내대변인직을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한길 대표는 김관영 수석대변인을 통해 “어제 발언은 보다 신중했어야 한다는 점에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정원 국정조사 등 모든 국회 일정이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민주당 사과의 진정성 여부를 판단한 뒤 국회 정상화 문제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홍익표 의원의 사과는 사과 대상에 대한 언급이 없다. 내일(13일) 아침 당 지도부 회의를 열어 사과를 받아들일지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 김수헌, 석진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국빈 방문 마지막 날인 30일 오전 중국 서부지역 시안의 진시황릉 병마용갱을 둘러보고 있다.


방중일정 성과 살펴보니 
박 대통령 ‘북핵 불용 지지’ / 시 주석 ‘영토 분쟁 지지’
핵심 사안에 서로 견해차

“오늘 칭화대학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29일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이자 중국 최고 명문 중 하나인 칭화대 본관 강당에서 중국말로 인사를 건네자 참석자 400여명이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중용>에서 <삼국지연의>에 이르는 다양한 중국 고전들을 인용하며 한-중 우호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27일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국어를 구사해 중국인들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중국도 박 대통령을 극진하고 융숭하게 대접했다. 중국은 26일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박 대통령 영접에 이전보다 직급이 높은 장예쑤이 외교부 상무부부장을 내보낸 데 이어, 공산당 서열 1~3위인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연쇄 회담 자리를 만들었다. 중국 최고 지도부 3명이 단 하룻동안 한 외국 정상을 연쇄 접촉한 것은 매우 드문 일로 알려졌다. 한국 외교부도 2005년 시작된 두 정상들의 인연을 강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부각하려 애썼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 기간에 양국이 서로 극진히 배려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이명박 정부 때 악화된 한-중 관계를 하루빨리 복원하고, 양국의 핵심이익에 대해 서로 동의를 얻으려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번 회담을 통해 한국이 목표를 달성했는지는 의문이다. 두 나라의 이견은 27일 정상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 때부터 도드라졌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지지를 ‘북핵 불용’에 대한 지지로 임의로 바꿔 말했고, 시 주석 역시 이날 채택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선언’에는 포함되지 않은 “쌍방이 상대방의 핵심적 이익을 상호 존중하기로 했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중국이 중시하는 ‘핵심적 이익’이란 주변국들과 영토 분쟁을 겪는 댜오위다오(일본이름 센카쿠 열도)와 남중국해 문제를 뜻한다. 즉, 두 나라는 서로가 중시하는 핵심 사안에서 상대의 동의를 얻으려 했지만, 이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두 나라 모두 관계 회복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했지만 각자의 핵심 사안에서 원하는 바를 얻진 못했다. 이번 회담은 탐색전 성격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외교 스타일도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그는 5월 초 한-미 정상회담 때 상·하원 합동 연설을 직접 영어로 소화한 데 이어 이번엔 중국어를 구사해 상대국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정전 60주년을 맞아 경기도 파주에 안장돼 있는 6·25전쟁 참전 중국인 병사들 유해 367구를 중국으로 보내겠다고 제안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 쪽에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역 의거 터와 시안 창안구의 광복군 2지대 주둔지에 각각 표지석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국가 정상이 직접 언급하기엔 다소 작은 사안이지만, 박 대통령의 꼼꼼한 정치 스타일을 잘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큰 틀에서는 양국의 의견이 일치했지만, 비핵화의 방식이나 대화의 전제조건, 한-미 동맹의 큰 틀에선 상당한 불협화음이 확인됐다”며 “한국 언론이 이번 방문의 성과를 좀더 냉정하게 보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길윤형, 베이징/석진환 기자 >


여야, 국정원 국정조사 6월국회서 처리 합의

국가정보원이 2009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추모 분위기를 비방하고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인터넷 댓글을 쓰고, 유포한 사실이 드러났다.
연합뉴스는 26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일람표’에서 국정원이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분위기를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 수백 개를 인터넷 게시판에 다량으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댓글 유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취임한 직후인 2009년 2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자료에 나타나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들이 쓴 댓글은 포털 사이트 다음 아고라를 포함해 네이버, 네이트 등에도 무더기로 달렸다. 진 의원 쪽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범죄일람표’에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등이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대선 직전 ‘국정원 댓글 사건’이 터질 때까지 올린 수천개의 댓글이 적시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여야는 25일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하고, 다음달 2일 6월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이에 따라 국정원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무단 공개로 파행 위기에 몰렸던 6월 임시국회가 정상 가동되게 됐다. 최경환 새누리당,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긴급 회담을 열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여야는 국정조사 요구서를 26일 제출한 뒤 27일 본회의에 보고하기로 했다. 여야는 이와 함께 6월 국회에서 경제민주화, 일자리 창출 등 민생 법안을 순조롭게 처리하는 데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여야는 26일 각 당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하는 ‘6인 회동’을 열어, 6월 국회 우선 처리 법안을 최종 조율하고 국정조사 요구서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