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하 선생 서거 40주기였던 2015817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장준하공원에서 아들 호권씨가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발령 자체가 위법78천만원 배상

양승태 대법원의 과거사 배상 판례에 반기 잇따라

                 

유신헌법을 반대하다 긴급조치 1최초 위반자로 수감된 뒤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고 장준하 선생의 유족들이 국가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긴급조치는 발령 자체가 위법이라며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0(재판장 김형석)는 고 장준하 선생의 자녀 5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이들에게 약 78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긴급조치 발령에 대한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나온 대법원 판단을 뒤집은 것이기도 하다. 2015년 대법원은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로 국민 전체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질 뿐 국민 개개인에 대해 법적 의무를 지는 것은 아니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는 그에 대한 수사, 재판, 형의 집행을 당연히 예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발령행위 자체만을 판단하여 정치적 책임만을 진다고 할 수 없고,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민사상 불법행위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이는 정의관념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긴급조치는) 국민들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해 행한 것이라며 긴급조치 1호 발령행위와 그에 따른 장 선생에 대한 수사, 재판, 징역형 집행은 모두 헌법에 반하는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장 선생은 1973년부터 유신헌법 개정을 위한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추진하는 등 헌법개정 운동을 벌이다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제기부터 형 확정까지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고, 당시 법원은 장 선생에게 징역 15년 및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다. 장 선생은 형 집행 도중인 197412월 병보석으로 풀려났지만 1975년 산에서 숨진 채 발견돼 타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장 선생의 장남 호권씨는 재심을 청구해 39년만인 2013년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을 수 있었다.

이번 판결을 비롯해 양승태 대법원의 과거사 배상 판례에 반기를 든 하급심 판결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권정호 변호사(법무법인 향법)“(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은 긴급조치 발령행위에 대해 정치적 책임만 있다고 보았지만, 긴급조치 발령으로 수사가 시작되는 등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는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사법기관의 존립 의미가 없다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긴급조치 사건도 많아 사법부의 전향적 판결이 기대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 장예지 기자 >


 


사참위 발표보다 10분가량 빨리 인지” ‘허위자료 지시김기춘 수사 요청 방침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를 처음 알게 된 시각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앞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재판에서 참사 당일 대통령 보고 시각 등을 조작한 사실은 드러났으나, 최초 인지 시각과 관련해 조작 정황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13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청와대 내부자료와 국가안보실 관계자 진술 등을 확보한 결과 공식적으로 밝혀온 시각보다 10분가량 일찍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를 인지했던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는 참사 당일 오전 919분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가 <와이티엔>(YTN) 뉴스 속보를 통해 처음 사고를 인지했고, 해양경찰청 상황실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924분 청와대 직원 153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상황을 알렸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사참위가 공개한 당시 문자메시지를 보면 발송 시각은 924분이 아닌 919분이다. “상황을 인지하고 10분 이내에 문자를 발송한 것으로 기억한다는 당시 위기관리센터 직원의 진술도 확보됐다. 청와대의 공식 발표와는 달리 924분보다 5분가량 일찍 직원들에게 상황이 전달된 것이다. 박병우 사참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은 김기춘 전 실장 등은 참사 당일 해당 문자를 직접 받았을 뿐 아니라 국회 조사 대응 과정에서 상황일지와 관련 자료를 보고받았다최초 인지 시각이 919분 이전이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참위는 참사 직후 청와대의 초동 조처가 논란이 되자 김 전 실장이 비난을 피하기 위해 위기관리센터 등에 허위로 자료를 작성케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참위는 이를 허위공문서 작성으로 보고 검찰에 김 전 실장 등에 대한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사고 인지 경위 등 참사 당일 청와대 행적을 좀 더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병우 국장은 와이티엔 속보가 아니라면 어떤 경로를 통해 사고가 인지됐는지 등 전면적인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세월호 유가족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사참위가 대통령기록물을 확보해 조사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제도 개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 박윤경 기자 >

 


중단 없이 개최된 집회 현장, 지지 시민·취재진 몰려들어 열기

주변에선 우파단체 맞불집회도, 유튜브 생중계 1500여명 댓글 응원

“5년간 이곳에서 평화·인권 배워참석 시민들 초심으로한목소리

                  

‘1439. 주최 정의기억연대’. 거센 바람이 불자 평화의 소녀상 위에 놓인 노란 팻말이 툭 떨어졌다.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가 열린 13일 낮 12,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부실 회계보고 등으로 입길에 오른 탓에 집회 분위기는 한층 무거웠다. 코로나19 확산 뒤 수요집회는 온라인 중계로 진행돼 왔지만 이날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은 정의연을 지지하기 위해 모인 이들과 취재진, 항의하는 우파단체 회원 등 백여명이 모여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발언에 나선 시민들은 정의연을 지지하는 동시에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전국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인 대학생 이태희씨는 “5년 동안 저는 이 장소에서 김복동 할머니, 길원옥 할머니, 이용수 할머니의 목소리를 통해서 평화와 인권이 무엇인지 배웠다. 이 자리에 참석하는 수많은 시민과 주최하는 여러 단체를 통해서 연대란 무엇인지 배웠다“(최근의) 악의적인 공격과 혐오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강력히 원하고 정의연 운동과 할머니의 목소리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자원 활동가라는 이판수씨도 수요집회는 피해자와 정의연만의 행사가 아니다. 세계 모든 평화시민이 함께 연대하는 자리라며 수요집회를 주관하는 피해자와 정의연의 작은 불화가 28년간 함께 일궈온 우리 평화공동체에 큰 상처를 줬다. 하지만 아무도 탓하지 말고 부디 처음으로 돌아가라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정의연 쪽은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후원금 사용처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경과보고에서 개인적 자금 횡령이나 불법 유용은 절대 없다. 매년 변호사와 공인회계사로부터 회계감사를 받아 문제없다는 의견을 받아왔다. 국세청 시스템 공시 입력 과정에서 약간의 실수가 있지만 국세청 재공시 명령에 따라 바로 잡도록 하겠다악의적 왜곡보도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다수 회계사에게 검증도 받겠다. 일본군 위안부문제 종결을 시도하는 악의적인 의도를 중단해달라고 호소했다. 여성인권운동단체인 정의연에 대한 폄훼를 멈춰달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피해자 지원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정의기억연대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과 함께 정부 지원에서 소외된 피해자들 지원을 위해 모금을 하고 부족하나마 피해자 지원 활동을 했다. 정부 역할을 민간이 한 것이다라며 국내 최초의 미투 운동인 일본군 성노예제 고발 활동을 분열하고 훼손하는 움직임에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우리 사회에 역사 왜곡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폄하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연대를 촉구했다.

유튜브 생중계 역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1500여명이 영상을 시청하며 댓글로 정의연을 지지했다. “할머니들과 함께 한 30년의 세월은 기사 몇 줄로 평가되지 않습니다. 사랑합니다.”(나비) “진실은 승리한다.”(알밤) “그동안 코로나 사태로 관심에서 멀어졌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 관심갖고 후원하겠습니다.”(Love Love) “응원합니다. 이번에 정의연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 이제서야 후원하게 돼서 미안합니다.”(kh kim) “바위처럼 지켜내자 수요시위.”(Kwangil Yoo) “언론의 행태를 보고 어이가 없어서 후원 시작합니다.”(dongkeun song)

이날 수요집회 현장 주변에선 우파단체들도 맞불집회를 열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파단체 턴라이트는 죄 지으면 벌 받아라. 윤미향 당선자 사퇴하라등의 구호를 외쳤다.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회계불투명 공익단체 해체하라는 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낮 1시께 수요집회가 끝날 때까지 항의를 이어갔다. 집회가 끝나고 모두가 떠난 자리엔 평화의 소녀상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35명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만이 남아 옛 일본대사관 앞을 지키고 있었다. < 전광준 기자 >

시민단체 위안부 졸속합의 정당화 시도 멈추라

참여연대·아베규탄시민행동 등 실체없는 의혹 제기비판 잇따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사용처 의혹 등을 두고 보수진영의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민사회에서 악의적 왜곡을 멈추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는 13일 성명을 내어 정의연에 대한 실체 없는 의혹 제기,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을 훼손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경계한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참여연대는 이러한 실체 없는 의혹 제기가 정의연 활동에 흠집을 내는 것은 물론, 그 배후에 2015년 한-일 간의 졸속 합의를 정당화하려는 시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한다고 짚었다. 아울러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과거로 되돌리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맞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와이엠시에이(YMCA) 6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꾸린 아베규탄시민행동도 성명을 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28년 동안 수요시위를 통해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사죄와 배상을 끊임없이 외쳐왔다도대체 누가 이 수요시위를 훼손하려 하는가. 전쟁범죄 역사를 지우려는 일본 아베 정부와 그에 부역하는 친일, 반인권, 반평화세력들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이 노리는 것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바라는 시민들을 호도하여 역사정의운동, 평화운동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강재구 김영동 기자 >

부산 시민단체 위안부운동 훼손하는 정치공세 멈추라

친일 정치인·언론 왜곡 앞장, 정의연 공격은 민주시민 공격

13일 부산 동구 초량동 평화의소녀상 근처에서 부산 시민단체들이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정치권 등의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언론 왜곡보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13일 부산 동구 초량동 평화의소녀상 근처에서 부산 시민단체들이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정치권 등의 근거 없는 인신공격과 언론 왜곡보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 시민단체들이 보수 정치권과 언론에 일본군 위안부운동을 훼손하는 정치공세와 왜곡보도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 등 4개 시민단체는 13일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총영사관 근처에 있는 평화의소녀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기부금 사용처 의혹에 대한 일부 정치권과 보수 언론의 공세와 왜곡보도가 도를 넘었다. 일본군 위안부운동 정신을 훼손하고 분열시키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일본군 위안부운동은 여성에 대한 전쟁범죄에 대항하는 대표적 운동이자 여성인권운동, 여성평화운동의 상징이다. 피해자의 명예 회복을 위해 30여년 동안 전 세계에 평화비가, 서울·부산 등 전국 곳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하지만 일본은 단 한 번도 사죄하지 않았고, 오히려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을 일삼고 있다. 여기에 친일 정치인과 친일 언론 등이 정의연 기부금 사용처 의혹과 관련해 사실 확인도 없이 의도적 왜곡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30여년 동안 이어진 일본군 위안부운동에 흠집을 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또 정의연은 우리 사회가 잊고 외면했던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나오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일본군 위안부운동에 앞장서 왔던 정의연에 대한 공격은 이 운동에 동의하고 지지해온 전 세계 모든 여성과 민주적 시민을 공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은주 부산시민행동 공동대표는 먼지털기식 마녀사냥에 언론 적폐가 나서고 있다. 보수 정치권도 진상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치졸한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이들의 배후세력이 의심된다. 피해자와 역사, 국민을 분열시켜 일본군 위안부운동을 약화하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순애 부산여성회 공동대표는 일본군 위안부문제 해결은 모든 국민의 바람이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가 있을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연은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언론 보도 등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 김영동 기자 >

침묵 깬 이용수 할머니 “30년 성과 폄훼·소모적 논쟁 그만

일본 범죄 인정·사과 재촉구하며 기성언론 억측·편가르기지적

성금 사용처 등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활동에 문제를 제기했던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정의연이) 낸 성과에 대한 폄훼와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지난 7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의연의 회계 문제 등을 짚으며 수요시위 불참을 선언한 뒤 처음으로 밝힌 공식 입장이다.

이 할머니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성인권운동가 이용수라는 이름으로 입장문을 올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각종 논란과 향후 바람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이 할머니는 입장문 들머리에서 가해국인 일본의 공식적 범죄 인정과 사과, 진상규명과 법적 배상금,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촉구하며 이를 통해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자신을 비롯해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연 등이 견지해온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할머니는 또한 최근 언론이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와 정의연의 활동 방식을 놓고 각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데 대해 기성 언론의 근거 없는 억측과 비난, 편가르기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기자회견 이후 촉발된 논란엔 비판적이었지만, 정의연을 향해 지난 30여년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나타난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현시대에 맞는 사업 방식, 책임 있는 집행 과정, 투명한 공개를 촉구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간 졸속 합의와 관련해 정부의 대민 의견 수렴 과정과 내용, 정대협 관계자들의 정부 관계자 면담 시 대화 내용 등 관련 내용이 조속히 공개돼 우리 사회의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할머니는 이어 양국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일 양국의 미래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학생들 간 교류와 공동행동 등 활동이 좀 더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요시위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학생들 고생시키고 푼돈만 없애고 교육도 제대로 안 된다며 수요시위 불참 선언을 했던 것과는 다소 결이 달라졌다. 이 할머니는 우리 사회 공통의 가치인 인권과 평화, 화해와 용서, 연대와 화합을 이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며칠 전만 해도 정의연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했던 이 할머니가 입장문을 내면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함께했던 이들의 분열에 대한 우려는 잦아들었다. 정의연을 향해 투쟁 과정의 오류를 극복할 것을 촉구하면서도 인권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전쟁범죄에 희생된 여성 인권의 보편적 문제를 다뤄온 정의연의 활동에 힘을 실어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할머니가 수요시위 불참 선언 등 거센 어조로 정의연을 비판한 데는, 정의연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기보다는 2015년 졸속 합의와 그 이후 계속된 교착 상황 때문에 생긴 상처와 답답함이 깔려 있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티에프를 꾸려 2015년 합의의 문제점을 포괄적으로 조사했으나 양국 정부 간 공식 합의였던 만큼 파기하고 재협상을 밀어붙이기는 힘든 상황이 이어졌다. 이 할머니와 가까운 최봉태 변호사(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장)13<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2015년 합의 이후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도 이 할머니가 분노한 원인이라며 “30년 가까이 싸워왔는데 출구가 전혀 보이지 않으니 많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 김소연 기자 >


12일 미 국무부, 외교부에 자료 복사본 전달

외교부 조만간 시민들께도 공개 예정

                       

미국 정부가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5·18 민주화 운동 관련 기록물을 추가로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외교부가 12일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미국은 11일 한국에 미국 기록물의 추가적인 비밀해제 사실을 설명하고 문서 사본을 전달했다외교부는 201911월 외교 경로를 통해 미국에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문서의 비밀해제 검토를 공식 요청한 바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설명을 들어보면 이번에 추가로 비밀해제된 기록물은 모두 43건으로 140쪽 분량이다.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주한미국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보낸 전문 등 모두 미 국무부 문서라는 게 외교부 설명이다. 외교부는 이 문서들의 대부분은 일부 내용이 삭제된 채로 비밀해제됐으나 이번에 미국이 이 문서들을 완전히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1996년 미국 정부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5·18 민주화 운동 당시 주한미국대사관과 미 국무부가 주고 받은 3471쪽 분량의 비밀 문서를 공개한 바 있다. 미 국무부와 주한미국대사관이 주고 받은 전신 자료와 미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이 생산한 자료가 주를 이루는데 당시 자료는 일부 내용이 삭제된 채로 공개가 됐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이 추가로 비밀해제를 결정하면서 삭제된 내용 일부가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조만간 해당 자료를 시민들한테 공개할 방침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관기관과 논의를 거쳐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자료를 시민들한테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정부는 앞으로도 5·18 민주화 운동 관련 미국 기록물의 추가적인 공개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미국과 계속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며 정부는 미국이 인권·민주주의 등 핵심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 정신을 바탕으로 이번에 추가적인 비밀해제를 위해 협력해 준 데 대해 평가한다고 밝혔다. < 노지원 기자 >

그림으로 만나는 80년 오월 광주강연균부터 홍성담까지

5·18 40주년 맞아광주 아시아문화전당·5·18문화센터 등서

오월 아픔을 미술로 승화한 전시가 광주 곳곳에서 열린다.

12일 광주 예술공간 집은 이달 7일부터 24일까지 강연균(79) 화백을 초대해 5·18 40주년 특별전 하늘과 땅 사이-5’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강 화백이 25년 만에 여는 5·18 전시로, 1981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5·18 연작 하늘과 땅 사이의 다섯 번째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작품은 지난해 11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열린 시민집담회에서 강 화백이 공개한 작품 7점과 작품 구상과정에서 그린 스케치 5점 등 모두 12점이다.

강 화백은 처참했던 당시 경험을 본인의 경험담을 화폭에 옮겼다. 시민군이 쓴 철모에 고인 피와 그 옆에 놓였던 빵조각, 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에 선명한 핏자국, 무명열사의 관, 논에 처박힌 시민군의 버스, 살벌했던 계엄군의 눈빛 등을 목탄으로 표현했다.

이태호 명지대 명예교수는 생동감 있는 이번 그림을 통해 광주항쟁이 역사가 아닌 지금 우리 현실임을 각인시킨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은 1980년 이후 5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시대를 대변하며 활발하게 창작된 미술작품과 활동을 정리하는 특별전을 이달 6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연다. 2018년부터 추진한 오월민중미술아카이브 사업을 정리하는 전시로 그동안 수집된 오월민중미술작품과 기록물 중 미술작품 200여점, 기록물 200여 점을 선보인다.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진행되는 5·18특별전 검은 하늘, 붉은 눈물’(6616) 전시에 설치된 오월전사작품. 5·18기념재단 제공

5·18기념문화센터 전시실에서 진행되는 검은 하늘, 붉은 눈물전시는 오월 항쟁을 묘사한 판화중심의 연대별 작품과 오월민중미술 관련 서적 등 기록물을 전시한다. 홍성담, 이준석, 전정호 등 16명의 작가·단체의 작품이 전시된다.

광주광역시 동구 오월미술관에서 진행되는 그곳에 우리가 있었다는 미발표 작품을 중심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사람들의 부채감과 분노를 그림을 통해 표현하고 기록한 작품을 전시한다. 송필용, 하성흡, 최진우 등 작가 12명이 참여했다.

또 광주미술인들이 연대한 오월미술제도 처음 진행되고 있다. 오월미술제 추진위원회는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직시, 역사와 대면하다라는 대주제 아래, 1역사적 진실과 재현의 생명력’(112일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2현재 속에 살아 있는 오월’(919일 미로센터 무등갤러리), 3지금 여기, 경계 너머’(924)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창조원 복합6관에서 각 공간별 주제전을 개최한다.

5·18 시민군 출신 김근태 작가는 13일부터 621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오월 별이 된 들꽃'이란 주제로 특별 전시회를 마련했다. 오월 항쟁에 참여한 광주시민을 표현한 토우 1천인, 한지로 만든 1천인 등 2천개 군상과 지적장애인을 그린 작품 400여점을 전시한다. < 김용희 기자 >

황석영 작가 옛집 터에 임을 위한 행진곡표지석

‘19824월 첫음반 녹음한 주택 자리황 작가·김종률·오정묵씨 등 참석

이 곳이 민주주의 상징곡이 태어난 곳입니다.’

‘5월 광주의 정신이 담긴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맨 처음 만들어졌던 창작 공간에 표지석이 세워진다. 암울했던 시절 5·18 진실을 노래로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이들의 노력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다.

광주문화재단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돌을 맞아 13일 오전 11시 광주문화예술회관 국악당 옆에 표지석을 설치한다. 이날 표지석 제막식엔 황석영 작가와 김종률 작곡가 등 당시 음반제작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참석한다.

표지석이 세워지는 국악당 앞은 19805월 당시 황 작가가 살던 운암동 154-5번지주택이었다. 황 작가와 김종률·전용호·오창규·임영희·임희숙·윤만식·김은경·이훈우·김선출·김옥기·홍희담 등 지역 문화운동가들은 19824월 황 작가 집 2층에서 넋풀이음반을 제작했다. 그해 220일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 소식을 들은 뒤 두 사람을 추모하는 노래극 형식의 테이프다. 김종률 작곡가가 지은 노래극의 주제곡 임을 위한 행진곡을 대학생 오정묵이 최초로 불렀다.

임을 위한 행진곡1980~90년대 민주화를 요구하는 거리와 노동자·서민들의 생존권 투쟁 현장에서 불리면서 한국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됐다. 김윤기 광주문화재단 대표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상징곡으로 자리잡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역사적인 가치를 조명하고 광주정신을 기리기 위해 표지석을 설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광주문화재단은 민주주의 상징 문화콘텐츠 제작사업을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대중화·세계화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올해는 황호준의 님을 위한 서곡-빛이 있는 마을’, 김신의 님을 위한 행진곡에 의한 교향적 환상곡등 창작관현악곡 연주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린다. 다음달엔 익산시교향악단(2), 군산시립교향악단(4) 연주회가 예정되어 있으며, 이후 인천(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경기(김포필하모니), 강원(삼척윈드오케스트라), 전남(여수심포니오케스트라) 등에서 연주회를 진행한다. < 정대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