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청문회’ 첫날 무산

● COREA 2013. 8. 18. 10:08 Posted by SisaHan

▶원세훈·김용판 증인석이 빈 국조특위 청문회장. 두 증인 불출석으로 무산됐다.


원세훈·김용판, 
두 증인 불츨석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상대로 한 청문회가 두 핵심 증인의 불출석으로 무산됐다.
국조특위는 14일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두 증인의 불출석으로 청문회를 하지 못한 채 여야간 책임 공방만 벌였다.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지난 12일 신기남 특위 위원장 앞으로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 건강문제 등을 이유로 이날 청문회 출석이 어렵다는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출석하지 않음에 따라 여야는 오는 16일 추가 청문회를 개최할지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이들 두 증인에 대한 청문회 일정을 새로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나 새누리당은 29명의 증인 가운데 14일, 19일 청문회에 나오지 않는 증인에 대해 21일 청문회가 예정돼있는만큼 민주당의 ‘16일 청문회’ 주장은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은 이들의 불출석에 대해 “국민과 함께 규탄한다”고 밝혔다.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 촛불시위에 참석한 시민들.


“민주주의 부정·정의와 진실의 문제”
캐나다·미국 등 해외 한인들도 ‘목청’

국가정보원의 불법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을 규탄하는 국내외 ‘촛불시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 공작을 파헤쳐야 할 국회의 국정조사마저 파행으로 치닫자 촛불집회의 규모가 더욱 커져가는 양상이다.
비운동권으로 꼽히는 서울대 총학생회 등이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을 위한 성명을 발표한 다음날인 6월21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주최로 첫 촛불집회가 열렸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첫 촛불집회에는 700여 시민·학생 등이 참석했다. 대학생들이 시작한 촛불집회에 시민 사회단체들이 힘을 보탰다. 참여연대와 한국진보연대 등 209개(현재 284개) 시민단체는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진상 및 축소·은폐 의혹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시국회의)를 6월27일 꾸리고 촛불집회 주최에 나섰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규탄하는 시국선언 개인 참여자도 2만명을 넘어섰다. 연 서명 인원을 따로 집계하지 않은 단체 시국선언을 포함하면 3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3일까지 전국의 시국선언에 서명한 사람은 2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대학생과 교수, 종교계, 특히 천주교 신부들의 참여가 뜨겁다. 지난달 29일 한신대 총동문회(395명)와 한성대 학생 및 교직원(71명)이 시국선언에 대거 합류했다. 강원대 교수(103명)와 제주 지역 대학 교수(45명)들은 지난주 시국선언에 동참했다.지난달 25일 천주교 부산교구 신부들이 26년 만에 “정의는 죽지 않았다”며 국정원 규탄 시국선언에 나선 데 이어, 광주대교구 사제 및 수도자 508명과 경남 마산의 사제 77명이 시국선언에 참여했다.
 
해외에서도 캐나다의 월요봉사회와 민주포럼, 희망21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6월24일 첫 규탄성명을 낸 데 이어 7월1일 2차 선언, 제헌절인 7월17일 3차 시국선언을 냈고, 토론토 총영사관과 노스욕 등에서 국정원 규탄 피켓시위와 촛불집회를 연 바 있다. 
미국에서는 LA와 뉴욕, 워싱턴은 물론, 달라스, 아틀란타, 샌디에고, 시카고, 필라델피아, 시애틀 등에서 미주 희망연대, 사람사는 세상, 유권소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시위를 통해 불법적인 국정원 사태와 정치권 및 보도를 외면하는 다수 언론의 후진적인 행태를 규탄했다. 4일은 보스턴시내 하버드대 정문에서 동부지역 시민단체 다수 회원들이 연합집회를 열어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며 조국의 민주주의를 향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 호주, 프랑스, 독일, 일본 등 해외 주요국 한인단체들이 국정원 정치공작 규탄과 정치간여 금지 등 개혁, 국회 국정조사 철저 및 책임자 처벌, 박 대통령의 사과, 국정원과 새누리당 및 청와대 등 여권의 국정원 사태 물타기와 ‘NLL공작’ 등을 비난하고 야당에도 적극적인 투쟁을 촉구하는 등 규탄대열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들이 내건 피켓과 구호도 ‘국정원OUT’‘박근혜 OUT’ ‘박정희는 군사쿠데타, 박근혜는 선거쿠데타’등으로 강도가 거세지고 있다.
 
한편 주말인 3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 5차 국민촛불대회’에는 무더운 날씨에도 국정원사태 이후 가장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장외 투쟁 사흘째를 맞은 민주당은 김한길 대표 등 대부분의 의원들이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촉구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이번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3~4만여 명(경찰 추산 4000명)이 참석했다. 6월21일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회원’ 등 700명으로 시작한 촛불집회 규모가 한달 반 만에 50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이날 집회는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주축을 이뤘다. 60대 이상도 적지 않게 참여했다. 
35일째 국정원 관련 집회에 참가하고 있는 김모씨(76)는 “국정원의 댓글조작 문제는 누구의 편이냐는 문제가 아니라 정의와 진실의 문제”라며 “문재인 후보가 댓글 조작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해도 거리로 나왔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씨는 “17대 대선 때는 이명박 당시 후보를 지지했고, 광우병 촛불집회 때도 거리로 나와본 적이 없다”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참석했을 뿐 누구의 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였던 조성욱씨(54)는 “현재 국정원 사태를 보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지난 세월을 모두 부정 당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조씨는 “민주주의의 근본을 부정한 국정원 사태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아 집회에 나오지 않았을 뿐 많은 국민들은 광우병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민씨(50)는 “진실을 알고 싶고, 훼손된 민주주의를 회복시켜달라고 말하고 싶어 나왔는데 일부 보수언론에서 촛불집회를 ‘대선불복’으로 매도하는 것은 국민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촛불집회에는 청계광장 소라탑부터 모전교까지 양쪽 인도가 시민들로 발디딜 틈 없이 들어찬 가운데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고 오후 9시30분쯤 별다른 충돌없이 마무리됐다.


청문회 사흘간‥ 김무성·권영세 출석 ‘평행선’

여야는 6일 파행을 거듭해온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의 시한과 증인 청문회 일정을 모두 늘리기로 합의하며 외견상 정상화 궤도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핵심 증인들의 출석과 쟁점 증인들에 대한 채택 여부에 따라 국정조사가 다시 삐걱거릴 수도 있다.
우선 여야는 청문회를 14일, 19일, 21일 사흘에 나눠 진행하고, 이번 청문회의 핵심 증인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14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1차 증인 청문회에 출석시키기로 합의했다. 그에 따라 이들의 출석 여부와 증언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수시로 독대보고를 하며 댓글 작성 등 국정원 대선개입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고, 김 전 청장은 지난해 대선 직전 국정원과 교감하며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를 지시한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국정원 대선개입의 진상을 밝혀줄 핵심 증인인 이들에 대한 1차 청문회가 국정조사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두 사람이 출석을 거부하면, ‘국회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동행명령장을 발부하고, 이마저 불응하면 고발하는 등 이들을 청문회에 세우는 조처를 마련했다. 물론 두 사람이 청문회에 출석해도 현재 재판을 받고 있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겠다며 증언을 전면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고위 인사는 “생방송에서 우리 의원들이 두 사람의 혐의를 낱낱이 거론하는데도 그들이 입을 닫는다면 이를 보는 국민들이 그들의 혐의와 국기문란 행위를 잘 판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유출과 대선 과정에서의 활용, 김용판 전 청장의 수사 축소·은폐를 부추긴 의혹을 받는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한 증인 채택 여부도 주요 쟁점으로 남아 있다. 
민주당은 이들의 증인 출석을 요구해왔지만 새누리당은 반대하고 있다.
< 송호진·송채경화 기자 >


▶검찰이 서울 연희동 전두환 전대통령의 자택 압류에 나서 그림으로 보이는 압류물건을 운반하고 있다.


검찰, 미납추징금 확보 나서
아들 재산 등 10여곳

먹구름이 잔뜩 낀 16일 이른 아침.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추징금 전담팀과 외사부 소속 검사와 수사관 등 87명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 앞과, 큰아들 재국(54)씨가 대표로 있는 시공사 등에 모여들었다. 아침 9시를 전후로 압류 진행팀과 압수수색팀은 18곳을 동시에 밀고 들어갔다. 고가의 미술품을 운반하기 위한 무진동 특수차량과 숨겨놓은 금고를 찾기 위한 금속탐지기까지 동원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었다. 
전 전 대통령 자택에 들어간 추징 전담팀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빨간딱지’를 붙였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나무 그림으로 이름난 이대원 화백의 200×106㎝(200호)짜리 작품이었다. 전 전 대통령 자택에 걸려 있던 그림의 값은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담팀은 눈에 띄지 않는 재산이 있을까 집 안 곳곳을 뒤졌다. 전 전 대통령 부부가 쓰는 침실과 내실, 화장실까지 들여다봤다. 수사관들은 지하실로 내려가 물탱크도 살펴봤다.
 
검찰이 압류 절차를 진행할 때 전 전 대통령 부부는 집 안에 있었다.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이) 압류 처분을 지휘하는 검사에게 ‘수고가 많다. 전직 대통령이 이런 모습만 보여줘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는 친정어머니가 숨진 뒤 가져온 장롱에 검찰이 압류 딱지를 붙이자 울먹울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류와 재산 수색은 7시간이 지난 오후 4시께 끝났다. 압류 절차에 따라 전담팀은 압류 조서를 써내려갔다. 압류물 목록 등이 적힌 조서에 전 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 전담팀을 안내했던 2명이 조서에 서명했다. 
검찰 수사관 10여명은 전 전 대통령의 큰아들 재국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초동 시공사 본사와 이 회사 경영지원실이 위치한 ㅂ빌딩 등도 압수수색했다.
< 이정연·송경화·정환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