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출입사무소에 외신몰려 “북한태도 예전 같지 않다”
중동의 분쟁지역을 주로 다녀 ‘전쟁 개시자’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미국 NBC의 리처드 엥겔 기자까지 입국했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를 취재하기 위해 들어온 해외 언론인들은 현재 한반도 상황의 긴박성을 대변해준다.
지난 3일, 북한이 개성공단 출경금지 조치를 내린 이후로 해외 언론인들은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개성공단 사태를 생중계하고 있다. 9일은 통신사 <AP> <로이터>와 일본의 아사히TV, NHK, TBS, 중동의 알자지라, 미국의 CBS 등이 CIQ를 찾았다.
이들은 대부분 한반도 위기가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북한의 태도가 전보다 예측 불가능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김양건 북한 대남담당 비서가 8일 개성공단을 방문하면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북한이 북한 노동자들을 공단에서 철수시켰기 때문이다. 외신 기자들은 한국 내의 자국민들이 철수하는 등의 움직임은 없지만 불안요소가 더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무부를 출입하는 CBS의 마거릿 브레넌(Margarret Brennan) 기자는 처음으로 CIQ를 방문해 개성공단 사태를 취재했다. 그는 “미국은 많은 우려를 하고 있고, 만약 실제 충돌이 있게 되면 종군기자를 제외한 언론인들은 철수하게 될 것이다”라며 “하지만 김정은 정부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내는 것은 큰 흥밋거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미국 매체의 보도를 보면 위협이 있을까봐 우려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걱정을 별로 안 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콩 피닉스TV의 안젤라(Angela) 기자는 “북한이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것은 군사력이 강한 미국을 상대로 뭔가를 얻기 위한 수법 중의 하나“라고 봤다. 그는 ”어쩌면 개성공단 사태가 남북대결 과정에서 대화를 열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고 개성공단을 시작으로 다시 남북관계가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예상하며 ”언제 풀릴지 알기 어렵지만 태양절인 15일 전에는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을지, 서로 무력 대결하는 국면으로는 가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일본 최대 공영방송사인 NHK의 서울지국장 츠카모토 소오이치 기자는 “예전보다 예측 불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전 북한은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전 주석 생일)과 같은 큰 행사를 앞두고는 군사적인 긴장감이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전례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할 때도 그해 8월,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쏘는 등 남북관계가 긴장됐다”며 “당시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북한은 한국 정부가 교체되면 대북관계에 성실하게 대응하는지 그 의지를 시험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카토 아키코 일본 TBS 기자는 “독자적인 논리가 있겠지만 북한이 어디로 튈지 상상하기 어렵다”며 “한 명의 외국인으로서는 이같은 사태가 걱정스럽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오산 공군기지 담벽 안으로 북쪽을 향한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대가 보인다.
‘북핵 외교적해결 불가능’인식 과반↑
CNN조사 미국인들“북, 즉각적인 위협”41%
미국인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악화돼 외교·경제적 수단만으로 북한 핵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응답이 처음으로 과반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CNN은 이달 5~7일 미국인 1012명을 대상으로 북한에 대한 인식을 조사해보니, 41%가 북한을 미국에 대한 ‘즉각적인 위협’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8일 보도했다. 이는 보름 전보다 13%포인트나 높아진 것으로 사상 최고치라고 CNN은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 북한을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사람은 16%였다. 키팅 홀랜드 여론조사 담당 국장은 “만약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미국인들의 주목을 받기를 원했다면 그의 전략이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한 셈”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 관련 상황을 외교·경제적 수단만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1%나 차지했고, ‘그렇다’는 응답은 46%였다. 홀랜드 국장은 “미국인 절반 이상이 북한 상황을 외교·경제적 수단만으로 풀기 어렵다고 대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외교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며 계속 줄었다”고 말했다. 같은 조사에서 외교·경제적 수단만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06년 10월 60%, 2012년 4월 53%였다.
‘남한이 북한한테서 공격을 당했을 때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61%가 지지했다.
< 워싱턴=박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