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청소년연대’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전국 청소년 선관위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시민 100만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지난해 12월7일, 고등학생 이기원(17)군은 ‘민주주의의 회복’과 ‘대통령 탄핵’을 염원하는 시민의 모습을 단체 대화방에 전했다. 한 친구의 조롱 섞인 대답이 돌아왔다. “시민 폭동에 참여하는 거? 탱크가 필요하노.”
바로잡고 싶었다. 계엄군이 국회에 들이닥친 참담함, 시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비상계엄 포고령의 문제점을 차분히 설명해보려 했다. 되돌아온 답변은 그저 사진 몇장. 박정희, 전두환, 탱크의 모습이 휴대전화 화면에 번졌다. 그 대화가 이후 교실을 뒤덮을 극단적 목소리의 서막이리라고, 그날 이군은 생각지 못했다.
그로부터 석달 가까이 흐른 지난 15일, 청소년 20여명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전국 청소년 선관위 규탄대회’를 열었다. 한 청소년이 “반국가 세력을 척결해야 한다. 우리가 저들을 지배해야 한다”고 외쳤다. 둘러싼 어른 10여명은 “잘한다” “최고다, 최고”라며 치켜세웠다. 온라인에선 탄핵 반대에 나선 청소년을 북돋우며 ‘MH(무현) 세대’로 부른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의미를 담은 혐오 표현이다.
전문가들은 청소년 사이에서 자리잡은 혐오 정서와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의 극단적 구호가 12·3 내란사태 이후 상호작용하며 확산하고 있는 상황을 고심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청소년의 혐오 정서가 있었지만 오프라인 세계로 넘어와서 꽃을 피우게 된 계기가 이번 계엄 사태였습니다.”(권정민 서울교육대학교 교수) “정치권이 탄핵 사태를 모면하기 위해 기존의 혐오를 다 끌어다 쓰는 관계로 보입니다.”(김학준 ‘보통 일베들의 시대’ 작가)
한겨레는 17일, 12·3 내란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에 동참했던 청소년 3명의 눈으로 지난 3개월여의 교실을 돌아봤다. 민주주의와 정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의 상식이 외려 조롱거리로 내몰리고 숨죽이게 된 ‘전복의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청소년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극단적 내용의 쇼츠 영상을 만드는 또래 제작자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왜’냐는 물음에 답은 간단했다. “재미있으니까.”
인식 없는 혐오
상식의 자리에서 버텨보려는 학생에게 교실은 이상한 공간이다. 수업 안에서 정치적 발언은 엄격하게 ‘통제’된다. 또래 사이 장난을 표방한 정치적 혐오는 ‘숨 쉬듯 자유롭게’ 반복된다.
박지우(18)군이 그런 교실 풍경을 전하며 한숨을 쉬었다. “친구가 실수를 하면 ‘너 장애인이냐’는 말이 당연하게 나오고, 남자끼리 몸이 닿기라도 하면 ‘게이’라며 성소수자를 비하해요.” 혐오와 비하는 “숨 쉬듯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5·18 광주민주항쟁을 ‘광주 폭동’이라 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욕하는 표현이 말투 전반에 녹아 있다. ‘남자는 보수, 여자는 진보’라고 인식하는 친구들도 많다. “그냥 웃고 떠드는 하나의 문화예요. 아예 잘못됐다는 인식을 못 하는 거 같아요.” 어디서 들은 표현인가, 질문 자체가 어리석다. 박군은 “신남성연대 유튜브처럼 남학생들이 웃고 떠들면서 볼 수 있는 콘텐츠는 지천에 널려 있다”고 했다.
반면 그에 대한 설명과 제지는 기대할 수 없다. 남궁솔(18)군은 “선생님도 엄두가 안 나실 것”이라며 안쓰러워했다. “교사가 정치적 발언을 하면 문제가 되고, 학부모 민원도 받으실 거잖아요.” 진보와 보수의 역사와 맥락이 무엇인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혐오 표현과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왜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는지, 극우 유튜브는 어떤 점에서 믿을 수 없는 콘텐츠인지 ‘정치’를 삼가는 학교는 가르쳐줄 수 없었다.
그 틈에서 아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정치적 정체성을 규정했다. 박군이 말했다. “고민을 해보고 ‘진보다 보수다’라는 인식을 갖느냐면 단언컨대 아니거든요. 목소리 하나에 꽂혀서 지지하거나 혐오하는 거죠.”
머리에 꽂히는 목소리
교실은 ‘진공 상태’에 있지 않다. 12·3 내란사태 이후 빈도와 강도를 더한 정치 콘텐츠가 교실에도 전해졌고, “확실히 더 많은 친구들이 정치에 관심을 두는 계기가 됐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문제는 방향이다. 아이들은 ‘더 세고, 과격하고, 도파민 돋우는’ 꽂히는 목소리를 찾기 시작했다.
이기원군이 말했다. “정치에 관심이 없던 친구도 계엄을 계기로 관심을 가지는데, 주로 유튜브로 조각조각 사안을 알게 돼요. 단편적이지만 도파민을 확 폭발시키는 것들.” 주로 외국인·야권·노동자·소수자·여성을 ‘적’으로 규정하고 폭력을 합리화하거나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교실에 이전부터 번져왔던 약자를 향한 조롱과 상통한다. 내란 이후 강자에 대한 합리화가 더해졌다. 이군은 “대통령에게는 절대군주 같은 권한이 있는데 왜 국회를 통제 못 하느냐고 인식하는 친구도 있다”고 전했다.
‘힘과 약육강식’의 세계를 믿는다면 혹할 만한 얘기였다. 더군다나 이런 얘기는 ‘믿을 만한 어른들’의 입으로 전해졌다. 이기원군은 “국회의원이나 전한길 강사 이런 분들이 얘기하면 믿을 만하겠다는 정서도 많다”고 짚었다.
어느덧 극단적인 말은 교실에서 ‘빵 터지고, 쿨한 것’이 됐다. 남궁솔군은 “극단적 발언을 일삼는 친구들은 반에서 인싸(주류)로 분류되는 친구들”이라며 “이런 말 하면 빵 터질 걸 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나서서 얘기하는 게 ‘쿨하다’거나 멋있다고 여기는 것도 같다”고 설명했다.
교실이 어른에게
교실 안의 상식은, 그렇게 바깥 사회보다 한발 더 빨리 소수에 놓일 위기다. 학생들은 그 와중에도 또래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박지우군은 내란사태를 규탄하는 고등학생 시국선언에 참여했다가 들었던 말을 되짚었다. “몇몇 친구들이 공산주의자·빨갱이 이런 이야기도 조금 하고, 수군대기도 했고요. ‘이재명한테 얼마를 받았느냐’는 얘기도 있었네요.” 시국선언 안내를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가 ‘죽여버리겠다’는 협박 메시지를 받은 일도 있다. “그런 건 또래가 한 건 아닐 거예요. 그냥 어느 극단적인 분이겠죠.”
박군은 또래를 믿으려 한다. “비하와 조롱에 동조하지 않는 학생도 많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색하고 ‘하지 말라’고 하는 모습도 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그건 자신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선비다’ 소리 들을 거예요. 너무 상식적이고 당연한 말도 ‘선비다’ 한마디로 변질시켜버리니까, 섣불리 목소리를 내기보단 그냥 한숨 쉬고 넘기는 거죠.”
옳고 그름의 선을 그어주지 못하는 교실에 사회의 극단적 주장이 빈도와 강도를 더해 들이닥쳤다. 학생은 어른에게 하소연했다. “민주주의에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고, 그중엔 극단적인 목소리도 있을 거예요. 갈등이 커지면서 ‘그래도 된다’고 더 주입하는 것 같아요. 그런 말이 주류가 되는 건 경계해야 하잖아요. 합리적인 목소리로 돌아와주세요.”(이기원) < 한겨레 박고은 정봉비 기자 >
‘조롱 밈’ 올리는 10대 “재미가 1순위…좌파들도 만들잖아요”
교실의 극우화
‘애국청소년연대’ 회원들이 지난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전국 청소년 선관위 규탄대회’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재미가 1순위예요. 정치인이 죽었다고 성역화돼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된 김성민(가명·19)씨는 3년 전부터 유튜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얼굴과 음성을 활용해 조롱하는 영상을 올렸다. 구독자는 4300여명, 한달에 약 120달러(약 17만원) 정도 번다. 김씨는 “채널 운영의 목적은 재미가 1순위”라고 했다. “다른 정치인의 목소리는 재밌지가 않아서 노 전 대통령 것을 활용했어요. 요새는 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을 비판하는 영상을 만들고요.” 김씨는 12·3 내란사태 이후부터는 유튜브 영상을 짧게 편집해 ‘릴스’를 올리는 인스타그램 계정도 만들었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조롱하기 위해 10여년 전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횡행한 혐오 표현은 일베가 ‘화력’을 잃고 디시인사이드→유튜브→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가면서 1020세대의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자리 잡았다. 김씨는 그런 밈의 ‘공급자’다. 김씨 유튜브 채널의 시청자층은 만 24살 미만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김씨는 스스로를 ‘보수 자유주의자’라고 지칭하는 10대의 전형이기도 하다. 그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중학교 1학년쯤 처음 접한 유튜브의 ‘노무현 전 대통령 희화화 영상’이었다. 책 ‘보통 일베들의 시대’ 저자 김학준 작가는 “웃기는 능력 하나만으로 커뮤니티의 ‘네임드’가 되는 게 놀이의 규칙이 됐다. 특히 약한 사람을 비난하는 방향의 웃음이 극우화의 토양이 됐다”고 말했다.
이윽고 김씨는 ‘반페미니즘’과 ‘반피시(PC·정치적 올바름)’를 접했다. 김씨는 “남성을 잠재적 성범죄 가해자로 여기고 진보 진영 정치인들이 표팔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페미니즘에 반감이 생겨 보수 성향을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반페미니즘=남성=보수’의 공식인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이 등식에 ‘탄핵 반대’가 얹어졌다. 그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는 윤 대통령 탄핵이 안 되는 게 더 좋은 나라인 것 같아 탄핵을 반대하게 됐다”고 했다.
책 ‘한국, 남자’를 쓴 최태섭 사회학 연구자는 “10~20대 남성 사이에는 여성 혐오와 반피시가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 민주당에 대한 반감도 상당하다”고 했다. 다만 “이들이 보수의 콘크리트 지지층이라기보다 자신을 대변해줄 것들을 계속 찾아다니는 상황으로, (계엄이라는) 정치적 이벤트 속에 친연성을 느끼는 대상이 그쪽이었던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김씨는 최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음란 수괴’로 칭하고 ‘이재명 구속, 내란 선동 민주당 해체’를 적은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그간 만든 영상이 혐오나 모욕에 해당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김씨가 답했다. “좌파 진영도 박근혜 전 대통령 누드화 만들면서 보수 대통령 조롱했잖아요. 불만이 있으면 보수 대통령 가지고 영상 만들면 됩니다.” < 고나린 박고은 기자 >
전문가들 “10대들 도 넘는 혐오 발언 땐 확실한 선 긋기 필요”
교실의 극우화 ㅣ10대 극우화 해법
12·3 내란을 경험한 2025년 청소년의 혐오 문화를 두고 전문가들은 다양한 견해를 내놓는다.
책 ‘보통 일베들의 시대’를 쓴 김학준 작가는 “2000년대나 2010년대의 청소년도 혐오 문화는 비슷했다”며 10대라는 연령 특성이 좀 더 강하다고 봤다. 나이가 들어 관계의 범위가 넓어지며 혐오 정서가 완화될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섣불리 ‘잃어버린 세대’로 진단하는 건 위험하다는 의미다. 권정민 서울교대 교수(유아특수교육학)는 “이전에도 극우적 생각은 있었지만 계엄 사태를 계기로 공공연하게 오프라인 세계로 넘어오게 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어느 쪽이든, 격화하는 갈등으로 극단적 주장에 대한 선이 무너지는 상황이 청소년에게도 위협이 된다는 점은 강조했다. 청소년을 혐오로부터 구하기 위해, 도를 넘는 발언에 전방위적으로 ‘분명한 선 긋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 부모에게 권정민 교수는 아이와의 건전한 관계를 유지하라고 강조했다. “관계가 끊어지면 어떤 대화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권 교수는 “세상에 우리가 모르는 고통이 많다는 것, 언젠가 그 고통을 우리도 느낄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녀와의 대화 주제로 제안했다.
학교에서 교사에게 합리적인 정치적 표현을 허락해야 한다는 건, 학생들은 물론 전문가의 의견이기도 하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독문학)는 “오이시디 국가 중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을 완전히 박탈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성숙한 민주주의자를 기를 수 있겠느냐”고 했다. 고등학생 이기원(17)군은 “현대사를 배울 때 노무현 대통령 이후로는 정치적이라 시험에 내지 않는다고 한다”며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역사와 정치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가장 중요한 건 교실을 둘러싼 사회 전반의 분위기다. 최태섭 ‘한국, 남자’ 작가는 “도를 넘는 혐오는 확실히 선을 그어줄 필요가 있는데 윤석열 정부 이후 사회 분위기가 이를 용인했다”며 “특히 대통령처럼 권위를 지닌 사람이 행동하고 발언하는 방식과 내용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짚었다. < 한겨레 박고은 기자 >
누란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전국 각계각층에서 헌법재판소에 내란 우두머리 대통령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줄을 잇는 가운데, '윤석열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전국 교수·연구자' 3000여 명도 '당장 파면'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17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러분께 드리는 교수·연구자들의 간곡한 요청'이란 성명을 통해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놓여 있다"면서 "이 역사적 순간에 헌법재판소가 헌법 수호 기관으로서의 소명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2025.2.18. 연합
"탄핵 기각은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
'내란범 윤' 당장 파면 호소 긴급 성명
성명에서 이들은 △ 이번 비상계엄은 명백히 위헌적, 불법적이며 헌정 질서 파괴 행위 △ 윤석열 내란 행위에 대한 탄핵 인용은 헌재의 책무 △ 헌재 결정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 △ 탄핵 즉각 인용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필수적 결정 등 4가지로 나눠 내란범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의 절박성을 호소했다.
이들 교수·연구자는 "헌재 결정은 단순한 법률적 판단을 넘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존속할 것인지, 아니면 권위주의적 퇴행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라면서 "헌재가 이번 사안을 외면한다면,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치가 아닌, 폭력과 독재가 지배하는 나라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이 갑작스럽게 취소되고, 극우 세력들이 헌재를 향해 노골적인 위협과 공격을 가하는 현 상황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만약 헌재가 이번 탄핵을 기각한다면, 이는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법치주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우리는 헌재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치의 원칙에 따라 윤석열 탄핵을 즉각 인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역사는 헌재의 결정을 기억할 것이다. 정의로운 판결만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울타리에 철조망이 설치되어 있다. 2025.3.16 연합
[성명 전문]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러분께 드리는 교수·연구자들의 간곡한 요청>
존경하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여러분께,
지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사상 초유의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학문과 연구를 통해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를 지켜온 교수·연구자로서, 이 역사적 순간에 헌법재판소가 헌법 수호 기관으로서의 소명을 다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1. 이번 비상계엄은 명백히 위헌적이고 불법적이며 헌정 질서 파괴 행위입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이 보장하는 민주적 질서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입법·사법부의 기능이 마비될 뻔했으며, 정당한 절차 없이 국정이 운영되었습니다.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 선포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며, 계엄은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는 극단적 상황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됩니다. 그러나 당시 대한민국은 외부의 침략이나 내란 상태에 처해 있지 않았으며, 계엄 선포를 정당화할 법적 근거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포고문에서 국회와 정당의 활동을 중지하고, 계엄령의 권한을 넘어서 헌법에 존재하지도 않은 절대군주의 권한을 참칭했고, 실제 국회에 병력을 보내 계엄 절차에 따른 국회 의결을 방해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헌정 질서 파괴이자 헌법을 무력화한 행위입니다.
2.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대한 탄핵 인용은 헌법재판소의 책무입니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66조는 대통령이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행위는 이러한 헌법적 의무를 심각하게 위반했으며, 오히려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여 국민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권한 남용을 넘어 헌법을 유린한 중대한 위헌 행위이며, 형법상 내란죄의 구성 요건을 충족하는 중범죄입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최종적 해석 기관이자 수호자로서, 이와 같은 위헌적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인용하지 않는다면, 이는 헌법의 권위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향후 대통령이 헌법을 무력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3.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합니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상,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단순한 법률적 판단을 넘어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로 존속할 것인지, 아니면 권위주의적 퇴행의 길로 들어설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법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는지를 분명히 보아왔습니다. 1930년대 바이마르 공화국의 몰락은 사법부가 히틀러의 권력 장악을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1973년 칠레의 군부 쿠데타 또한 법원이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한 결과였습니다. 몽테스키외는 "법이 침묵하는 곳에서 독재가 말한다"고 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사안을 외면한다면, 대한민국은 헌법과 법치가 아닌, 폭력과 독재가 지배하는 나라로 전락할 것입니다.
4. 윤석열 탄핵 즉각 인용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필수적인 결정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이번 탄핵을 인용하는 것은 단순히 윤석열 대통령 개인에 대한 판단이 아닙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로 남을 것인지, 헌법이 권력을 견제할 실질적 장치로 기능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대한 판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이 갑작스럽게 취소되고, 극우 세력들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노골적인 위협과 공격을 가하고 있는 현 상황은 대한민국이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이번 탄핵을 기각한다면, 이는 내란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며, 법치주의를 스스로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고, 오직 헌법과 법치의 원칙에 따라 윤석열 탄핵을 즉각 인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역사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억할 것입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의원, 시민 "윤 파면" 외쳐 "윤석열이 파면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 농성" "시민은 윤 파면과 민주주의의 힘을 믿는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각계 긴급시국선언 집회에서 현수막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2025.3.17. 연합
"시민의 명령이다 윤석열을 파면하라!" "하루도 못 참는다 윤석열을 파면하라!" "광장의 힘으로 윤석열 파면을 요구한다!"
지난 15일 110만 여명의 시민이 '윤석열 즉각 파면'을 외치며 집회를 열고 행진했던 서울 광화문 광장에 또 다시 1000여 명의 시민들이 모여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파면 선고를 촉구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17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북측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비상행동-제정당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집회에는 주최 쪽 추산 1300여 명이 참가했다.
검찰과 법원이 윤석열을 석방한 지 열흘째 발표한 이날 시국선언은 헌재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기 위해 발표됐다.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 이후, 지난주 헌재까지 파면 선고를 미루면서 시민들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내란 우두머리가 석방되면서 실제 불면증을 호소하는 시민까지 생겨날 정도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 의원과 당원, 사회민주당·정의당·녹색당·노동당, 각계 원로, 종교인, 민주노총·한국노총, 노동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청소년, 학생, 학계, 법률가, 여성인권시민단체, 17개 시도민 등 전국 600개 단체에서 7770명은 '윤석열 즉시 파면'을 촉구하기 위해 긴급 시국선언을 발표하게 됐다.
진영종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우리는 절박한 심정으로 윤석열이 파면될 때까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내란수괴의 석방은 대한민국 역사를 반역의 시간으로 되돌린 것"이라며 이에 원내·외를 포함한 정당이 화답해 단식 농성을 동참했고 시민들이 지지 방문을 해서 광화문에 헌정 회복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텐트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헌재는 윤석열을 파면하라"면서 "이것이 대한민국 헌법의 3·1운동 정신이며, 민주주의를 압살하려는 불의에도 싸운 4·19혁명의 이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2·3 비상계엄 이후 100일이 넘게 서울뿐 아니라 전국에서 헌재를 향해 외치고 있다"며 "이제 헌재가 응답해야 할 시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우리가 이 자리에 다시 모인 것은 8년 전 박근혜 탄핵으로 대한민국을 바로잡기 위해 모인 것과 같다"며 "그날의 함성과 오늘의 함성은 다르지 않다. 전국 7700명이 함께 헌정질서 회복과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하나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흘러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며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진 공동의장 발언이 끝나자 시국선언 참가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각계 긴급시국선언 집회에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3.17. 연합
민주화 원로도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했다. 비상시국회의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근 목사는 성인용 보행기를 의지해 무대에 올라와서 "국회에서 일해야 할 국회의원이 광장에 있고 시민들도 여기 광장에 있다"며 "온 국민이 이런 아픔을 겪은 지 108일째다. 이러다가 윤석열이 복귀되는 것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고, 또 폭동이 일어나는 것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온 국민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피청구인 윤석열이 파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 극우는 어떻냐"면서 "사법부, 헌재, 헌재 재판관을 테러하겠다고 한다. 저들을 부추기는 정치 세력을 민주적 정당이라고 할 수 없다. 지금도 내란은 진행 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검찰이 내란 세력과 함께하고 있다. 자숙해야 할 국민의힘은 반성도 하지 않고 있으며 최상목(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 이행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헌재가 빨리 판결을 내리고, 이제는 반헌법적 세력과 폭력 옹호 세력이 다시 집권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청년·인권운동·종교계 발언도 이어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금은 헌정 수호냐, 헌정 파괴냐가 달린 비상한 시국"이라며 "12·3 비상계엄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했다.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제안했고 민주공화국을 후진 독재 국가로 만들어 장기 집권하려고 한 천인공노할 사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의 선고가 늦어질수록 국민은 극단적 대립과 대결로 고통받게 된다"며 "헌법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헌재는 신속한 판결로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탄핵 심판의 쟁점은 '단순하고 중대한 위헌 위법'이란 것인데 증거가 넘쳐난다. 군대가 국회를 침탈한 장면을 온 세계와 국민이 지켜봤고 윤석열이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것도 확인된 상황"이라며 "따라서 헌재가 내릴 수 있는 유일한 결정은 만장일치 파면뿐"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거듭 "헌재 재판관들은 헌법과 법관의 양심에 기초에 신속하고 단호한 결정을 내려달라"면서 "오늘 당장이라도 선고 기일을 정해 윤석열을 파면하고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헌법 기관으로 헌정질서 수호에 적극 나서달라. 우리 국회도 헌정질서 수호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학생 노하연 씨는 "아직도 군인과 경찰이 시민을 막아선 것이 믿기지 않는다. 12·3 비상계엄으로 한순간에 민주주의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꼈다"며 "법을 지키지 않고 밟는 대통령이 100일 넘도록 파면되지 않으면 법과 정의가 무슨 의미가 있냐. 불법과 폭력이 용인되고 정의가 짓밟히는 사회에서 청년이 무슨 희망을 느낄 수 있겠냐"고 했다.
노 씨는 "헌재가 결정을 미루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우리 모두 그날 밤 민주주의를 짓밟는 계엄을 봤다"고 했다. 그는 "자격 없는 자가 왜 아직 대통령을 하고 있느냐"면서 "헌재는 당장 내일이라도 윤석열을 파면해서 사회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즉각 파면 촉구 각계 긴급시국선언 집회에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로 행진하고 있다. 2025.3.17. 연합
여성인권연합 임선희 활동가는 "12·3비상계엄 이후 서부지법 폭동, 극우세력 이화여대 난입 등을 겪고 있다"며 "윤석열은 구조적 성차별을 부정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해 안티 페미니즘을 강화했다. 우리는 이 순간 안티 페미니스트 파면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성평등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활동가는 "윤석열 파면 이후 헌법을 기반해 모든 이들이 시민권을 누릴 수 있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민주주의 시민성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윤석열을 파면해 한국 사회 분열과 혼란을 끝내고 조화로운 민주공화국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교 나핵집 목사, 불교 시경 스님, 천주교 양두승 신부, 원불교 강현욱 교무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은 국정을 운영하며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었다. 아무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군대를 동원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우리 종교인들은 인권을 소중히 여기며 아름다운 공존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온전한 민주주의와 안정된 평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종교인은 없다"면서 "윤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호소한다. 정치적 이념을 넘어 우리 사회에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요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윤석열 파면을 결정하고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비상행동은 끝으로 긴급 시국 선언문을 낭독했다. 시국 선언문 낭독은 비상행동 김민문정, 박석운, 이호림, 김재하, 김은정, 최영찬 공동의장이 했다. 이들은 "내란 공범 국민의힘 의원은 헌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며 "내란수괴가 원하는 것처럼 4월까지 이 상황이 넘어가면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지게 된다. 국회에서, 남태령에서, 한남동, 광화문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시민은 윤석열 파면과 민주주의의 힘을 믿는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비상행동과 6개 정당은 윤석열 파면과 처벌을 위해 시민과 함께 싸울 것을 결의했다"며 "파면 이후에도 시민 참여가 보장된 가운데 민주주의 회복과 사회 대개혁 회복을 위해 협력할 것이다. (파면하지 않으면) 100만을 넘어 200만 명 시민이 헌재 결단을 촉구할 것이다.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일당들을 시민의 힘으로 당장 끊어내자"고 했다.
비상행동은 시국선언을 끝으로 '윤석열 즉각 파면!'이라고 쓰여 있는 대형 현수막을 이동시키는 퍼포먼스를 끝으로, 헌재가 있는 안국역까지 행진을 시작했다.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도 행진 대열에 동참했다. 비상행동은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퇴진을 위한 2차 긴급 집중행동'을 시행하고, 윤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매일 오후 7시 광화문에서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다음은 긴급 시국선언 전문.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하라!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지 어느 덧 100일이 넘었다. 12월 14일 국회 앞에 모인 200만 시민들의 힘으로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킨지도 93일이다. 시민들은 아직도 위세를 떨치고 있는 내란일당이 2차 비상계엄을 선포하지는 않을지, 또 다른 서부지법 폭력사태를 일으키지는 않을지 심각한 우려와 불안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란공범 검찰의 간계로 윤석열이 석방되자 그 우려와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위축된 시민들의 마음은 고스란히 우리 경제와 먹고 사는 문제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민주주의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한계에 다다른 셈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된지 93일이 지난 오늘까지도 선고일정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내란동조세력들은 헌법재판소를 둘러싸고 연일 헌재와 시민들에 대한 위협과 폭력선동을 서슴치 않고 있다. 내란공범 국민의힘 의원들은 헌재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내란을 비호하는 행태를 일삼고 있다. 만약 이번 주에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잡히지 않는다면 역대 최장기간을 넘어 100일을 넘기게 된다. 내란세력들이 원하는 것처럼 3월 말, 4월까지 이 상황이 이어진다면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회 앞에서, 남태령과 한남동에서, 이 곳 광화문에서,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리 시민들은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과 민주주의의 힘을 믿는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며, 모든 내란세력은 해체될 것이다. 윤석열 파면은 내란종식과 사회대개혁을 위한 그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오직 자신과 배우자의 안위와 권력을 위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시민들을 배반한 내란수괴가 하루라도 더 대통령직에 앉아있는 모습을 용납할 수 없다. 이는 지난 주말 광장을 가득 매운 100만, 윤석열 파면을 요구하는 대다수 주권자 시민들의 명령이다.
비상행동과 6개 정당은 지난 3월 10일,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고 처벌하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며, 내란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 내란의 완전한 종식을 위해 연대할 것을 결의한 바 있다. 또 내란의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위해 협력하고, 내란 세력의 심판과 재집권 저지를 위해 힘을 모으며, 차별과 혐오 정치 배격,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치를 구현하기로 약속했다. 윤석열의 파면 이후에도 시민 참여가 보장된 가운데 민주주의 회복과 평화 실현, 사회대개혁을 이루기 위해 협력할 것을 선언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즉각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 만약 이번 주 중에도 윤석열에 대한 파면 선고가 내려지지 않는다면, 지난 주 100만을 넘어 이번 주말 200만명의 시민들이 모여 헌재의 결단을 촉구할 것이다. 헌재의 즉각적인 파면 결정만이 우리 사회의 극심한 혼란을 조기에 종식하고 시민들의 잃어버린 일상을 돌려주기 위한 길이다. 여전히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 일당들을 시민의 힘으로 당장 끌어내리자. 헌재는 주권자 시민들의 절박한 요구에 하루 빨리 응답하라.
반민주주의·권위주의·외국인 혐오 ‘극우 핵심 성분’ 윤석열 12·3 비상계엄 ‘명분과 행동’에 모두 포함 윤 처벌 ‘정무적 판단’ 제외시 13~20%가량 추정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8일 저녁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들머리 인근에서 집회를 하며 손팻말과 태극기 등을 흔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한국의 극우’가 누구인지를 규명하는 일은 ‘극우’를 정의하는 일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가장 널리 인용되는 정의가 미국의 극우 연구자 카스 무데의 것이다. 그는 극우의 특징으로 반민주주의, 권위주의 국가관, 외국인 혐오, 인종주의, 배타적 민족주의를 추출해냈는데, 그중에서도 ‘반민주주의’를 가장 중요한 성분으로 꼽았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 극우’는 ‘12·3 계엄에 대한 지지 여부’로 판별하는 게 합리적이다. 12·3 비상계엄이야말로 ‘반민주주의’(군을 동원한 헌정질서의 중단)와 ‘권위주의 국가관’(“계엄은 정당한 통치권 행사”)과 ‘외국인 혐오’(“중국 간첩의 국정 교란”) 같은 극우의 핵심 성분을 ‘명분과 행동’ 안에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일부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을 모두 ‘극우’로 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들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3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중요한 건 ‘탄핵 반대’ 응답층 안에 비상계엄 선포에 부정적이고, ‘서울서부지법 난동’ 같은 극단 행동에도 반대하는 이들이 다수 섞여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 탄핵에 대한 평가에는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뿐 아니라, ‘처벌의 경중’과 ‘파급 효과’에 대한 ‘정무적 판단’도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극우의 판별 기준을 ‘계엄에 대한 지지 여부’로 좁히면, 그 규모는 유권자의 20% 안팎으로 추산할 수 있다. 한국의 유권자 수를 여기에 대입하면 대략 880만명 안팎이란 계산이 나온다. 참고로 동아시아연구원·한국리서치 조사(1월22~23일 1514명 웹조사)에선 13.9%, 시사인-한국리서치 조사(2월3~5일 2천명 웹조사)에선 18%가 계엄 지지자였다. 두 조사에서 계엄에 대한 부정 평가는 각각 72.9%, 73%였다.
학자들의 연구 결과 가운데 참조할 만한 것은 박범섭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가 지난 2월 동아시아연구원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누가 계엄을 지지하는가?’라는 논문이다. 여기서 박 교수는 “강한 정부를 선호하며,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특정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에 대한 정서적 양극화가 강한 사람일수록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성별이나 나이의 많고 적음(60대 이상은 제외)은 계엄에 대한 지지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부분은 ‘대통령이 국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강행해야 한다’, ‘국회의 견제가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일수록 계엄 지지 비율이 높았다는 사실이다. 극우에 친화적인 국가주의·권위주의 성향이 계엄 지지자들 사이에서 강하게 나타난다는 뜻이다. 아울러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세력에 대한 반감이 큰 집단에서 계엄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이 높게 나타났는데, 연구는 “윤 대통령(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이재명 대표(민주당)를 혐오하는 응답자에서 계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진단한다. ‘윤석열 강성 지지-이재명 강력 혐오’ 집단에선 계엄에 반대하는 응답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박 교수는 통화에서 “정서적 양극화가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시키고 균열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한 상황까지 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한국 사회의 ‘극우’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우려한다. 황인정 성균관대 좋은민주주의연구센터 전임연구원은 2023년 1월 20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웹조사에서 스스로 이념 성향을 극단적 보수에 가깝게 표시한 이들의 특성을 분석한 바 있다. 황 연구원의 결론은 한국에서 스스로를 극우 성향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13% 정도라는 것이다. 이들은 특징은 △한-미 동맹을 강력히 지지하고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했으며 △‘민주주의가 최선은 아니다’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 등이었다.
황 연구원은 “국민의힘이 서부지법 폭동에 동조한 이들, 탄핵 이후 거리로 나온 극우 성향 유권자들까지도 지지층으로 편입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극우는 국민의힘의 주력부대로 당 내외 정치에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승준 기자 >
“헌재 쳐부수자”는 국힘 의원…브레이크 없는 ‘극우화 폭주’
김기현,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등이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 참가하고 있다. 연합
국민의힘 의원들의 ‘헌정질서 부정’이 도를 넘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격화된 헌법재판소에 대한 폄훼와 흔들기가 급기야 ‘헌재 파괴 선동’으로까지 치달았다. 조기대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제되지 않은 극단적인 발언과 행동이 줄어들 것이란 세간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극우화’의 외길을 따라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처럼 폭주하는 모습이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일 보수성향 기독교단체인 세이브코리아가 주최한 여의도 집회에서 “불법과 파행을 자행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말했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이 탄핵을 반대하는 보수 집회에 참석해 극우적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을 한 적은 있지만, 선관위 같은 독립적 헌법기관과 헌재라는 최고 사법기관에 겨냥해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선동한 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김기현·나경원·추경호 등 국민의힘 의원 37명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 원외 인사들이 참석했다.
경찰 출신인 서 의원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부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당시 ‘인터넷 댓글 여론조작’ 사건에 연루돼 2019년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 형이 확정됐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었지만, 22대 총선을 앞두고 ‘사면’ 조치로 서 의원에게 공천받을 길을 터준 것도 윤 대통령이었다.
같은 날 전광훈씨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의 광화문 집회에서는 “불법 탄핵 재판을 주도한 문형배, 이미선, 정계선을 즉각 처단하자”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옥중 편지가 낭독됐다. ‘헌법재판관 처단’을 선동하는 내란 주범의 극단 발언이 여과 없이 전파된 것이다. 이 집회에는 박대출·강승규·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함께했다.
당 지도부는 서 의원 등의 발언에 대해 ‘개인적 입장’이란 공식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번엔 너무 나갔다. 당 차원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 지도부 핵심 인사는 “(여당 의원이) 헌재 등을 쳐부수자고 한 것은 선을 한참 넘은 발언이다. 중도층 지지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의원들 발언은 거꾸로 가고 있다. 당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삼일절 기념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집회에) 가고 안 가고는 각자가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으로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극우의 미몽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황정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법치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할 국회의원이 오히려 극렬 지지층들에 탄핵 불복을 선동하고, 폭동을 사주하고 나섰다”고 비판하며 ‘헌법재판소를 때려 부수자’고 주장한 서천호 의원의 즉각적인 제명을 요구했다. < 한겨레 서영지 고한솔 기자 >
국힘 극우화 8년…두 번의 총선 참패와 윤석열이 ‘폭주 기폭제’
박근혜 탄핵 뒤 황교안 체제-극우 결탁 2020년 총선 패배로 ‘일시적 거리두기’ ‘윤석열 포퓰리즘’ 실패에 극우 재활성화 2024년 총선 참패, 내란·탄핵 거치며 폭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한겨레 자료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를 정체의 기본원리로 삼는 대한민국 집권 여당이다. 군사정권에 뿌리를 둔 권위주의 세력과 영남 기반 자유주의 세력이 연합한 민주자유당(1990~1995년)을 계승한다. 이념적으로 반공·국가주의 성향을 띠면서 경제적으로는 친대기업 노선을 걸었다. ‘북한 변수’의 영향으로 매카시즘적 성향이 도드라지는 시기도 있었지만 이 당을 ‘극우’로 규정하는 이는 드물었다. 권력분립과 법치, 개인의 자유 보장이 핵심인 현행 헌정질서를 부정하거나, 그것으로부터 이탈을 시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은 12·3 내란을 거치며 급변했다. 많은 이들이 국민의힘을 ‘극우 정당’이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군을 동원한 헌정 파괴 시도를 옹호하고,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권위를 흔들면서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잠복해 있던 배외주의(반중국)와 소수자 혐오를 키우는 전형적 극우 정당의 행태를 보인 탓이다.
전조
모든 것을 12·3 내란이라는 ‘정치적 급변사태’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국민의힘 극우화’의 기운이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을 전후로 싹텄다고 본다. 2016년 총선 패배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새누리당 분당을 거치며 보수정당이 원내 소수파가 되고, 남북 관계의 급속한 해빙과 시민사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 등에 자극받은 반공·반북, 극우 개신교 집단이 ‘광장에 결집된 힘’을 등에 업고 정치적 세력화를 도모하던 시기다.
변곡점은 2019년 자유한국당 황교안 체제의 등장이었다. 이 체제는 문재인 집권 중반기, ‘보수 몰락’이라는 위기의식 속에 주변부에 머물던 극단주의 세력이 규모와 영향력을 키우며 주류 보수정당을 압박해가는 흐름 속에 탄생했다. 실제 자유한국당이 장외투쟁에 본격 돌입한 2019~2020년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에 취임한 전광훈 목사가 태극기 부대와 함께 전국조직을 만들어 ‘문재인 하야 서명’을 받기 시작한 시기와 겹친다. 2019년 10월부터는 자유한국당 전현직 의원들도 이 흐름에 합류하는데, 당시 전광훈 목사 집회에서 마이크를 쥔 정치인 중에는 김진태 강원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도 있었다.
같은 달 25일 전광훈 세력의 광화문 집회에는 황교안 대표가 의원들을 이끌고 참석했다. 그해 12월16일 자유한국당이 국회에서 주최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집회’에는 극우 개신교 세력이 대거 참여해 “목숨 걸고 자유대한민국을 지키자”는 황교안 대표의 발언에 “아멘”과 “할렐루야”로 화답했다.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가 펄럭이는 가운데 일부 참가자가 국회 본관 난입을 시도해 국회 경비대와 충돌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2017년 5월2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독자유당·범기독교계 지지 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해 전광훈 목사와 손을 잡고 있다. 연합
거리두기와 재결합
황교안 체제에서 시작된 ‘극우와의 동거’는 결과가 처참했다. 미래통합당으로 당명을 바꿔 치른 2020년 총선에서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참패였다. 황교안 체제가 1년2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섰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전광훈 목사와 우리는 아무 관계가 없다”며 ‘극우 손절’에 착수했고, 주호영 당시 원내대표는 “사회에서 소위 ‘극우’라고 하는 분들, 당은 우리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결별’이 아닌 ‘일시적 거리두기’에 불과했다.
‘극우화’의 새로운 국면은 윤석열의 대선 도전과 함께 시작됐다. 전광훈 목사는 2022년 1월 교회 설교에서 “윤석열을 통해 정권교체 하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이 있으면 가져와 보라”고 열변을 토했다. 이 시기 윤석열 후보 역시 ‘우파 포퓰리스트’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다. 당시 윤석열이 가장 공을 들인 작업은 ‘공정과 상식 회복’이란 슬로건 아래 ‘약탈세력’과 ‘국민’으로 사회를 갈라치는 일이었다.
윤석열식 포퓰리즘에서 ‘약탈세력’은 리버럴 성향의 86세대 정치인과 민주노총으로 상징되는 정규직 노조, 페미니스트, 진보시민단체, 성소수자와 이주노동자 등 평소 윤석열과 주변 세력이 강한 적대감을 표출해온 집단이었다. 그런 다음 이 약탈세력을 제외한 모든 이를 ‘국민’으로 호명해 제 편으로 끌어모았다. ‘국민’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와 고액 재산세 납부자, 극우 노인층, 대형 교회 신도, 20~30대 남성, 전통적 보수 유권자, 양극화로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이었다. 결과는 0.73%포인트 격차의 초박빙 승리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가 2022년 2월15일 부산 서면에서 지지자의 환호에 어퍼컷(올려치기) 자세를 취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잠복과 재활성화
문제는 우파 포퓰리즘이 ‘집권 전략’으로는 효과적이었지만, ‘통치’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려웠다는 데 있었다. 기존 질서를 비판하며 대항 세력을 모으는 것과 국가 공동체를 운영하는 일은 전혀 다른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극우화는 집권 1년차까지는 뚜렷하게 가시화되지 않았다. 심지어 이 시기 국민의힘은 전광훈 세력을 경계하며 그들과 당 내부의 유착 움직임을 과감히 차단하려는 모습까지 보였다. 2023년 3월 전광훈 목사 집회에 참석한 김재원 최고위원이 “5·18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에 반대한다”고 했다가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받은 게 대표적이다. 같은 시기 황교안 전 대표는 전광훈 목사의 공천 청탁 사실을 폭로하며 “(전광훈 세력을) 당에서 축출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김재원 전 의원은 국민의힘 1·2·3기 지도부 선거에서 연이어 최고위원에 뽑히며 당의 징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여기엔 2017년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와 2019년 극우-자유한국당 밀착, 2022년 대선을 거치며 국민의힘에 대거 입당한 극우 개신교와 태극기 세력의 조직화된 움직임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 만큼 잠복기는 1년을 채 넘기기 어려웠다.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전쟁의 언어’로 가득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노동계를 “공산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세력들”로 규정했다. 그해 경축사의 말들은 “일거에 척결” “처단한다” 등 1년3개월 뒤 비상계엄 담화와 포고문에 등장할 ‘절멸의 언어’의 예고편이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집권 초엔 공정을 강조하며 민생을 챙기겠다더니, 통치가 제 뜻대로 되지 않자 야당을 탓하며 이념적 내전을 선포한 것”이라고 했다. 지지율 하락과 거대 야당과의 갈등, 그로 인한 국정 교착이 장기화하자 잠복했던 극우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된 것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023년 3월12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서 열린 주일예배에 참석해 전광훈 목사와 보수 유튜버 신혜식씨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운영하는 유튜브채널 ‘너알아TV’ 갈무리
참패와 혼돈
극우화가 윤석열 대통령 탓만은 아니었다. 극단으로 치닫는 대통령의 생각과 행동을 집권 여당이 제어하지 못한 게 뼈아팠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극우화에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는 쪽을 택했는데, “ 자유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을 단호히 배격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했던 2023년 8·15 경축사에 대한 국민의힘 논평이 이를 보여준다.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데는 대선과 당직 선거를 거치며 당 전체가 친윤석열계 일색으로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 윤 대통령과 대립하던 이준석 대표가 2022년 7월 당대표에서 축출됐고, 2023년3월 전당대회 땐 지지율 1위를 달리던 나경원 의원이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압박 속에 당권 레이스에서 강제 하차했다. 이런 기형적 ‘당정일체’ 시스템 아래서 당의 모든 의사결정은 윤석열·김건희의 ‘부부 의지’에 좌우됐다.
결과는 또 한번의 총선 참패였다. 지난해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108석을 얻는 데 그쳤는데, 이 가운데 부산·울산·경남이 34석, 대구·경북이 25석으로 영남 지역구 의원이 당 전체 의석의 54.6%를 채웠다. 지병근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원내에 진입한 의원이 영남권에 편중된 것은 정치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고 했다. 국민의 평균적 요구 대신 영남권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과잉 대표되면서 당의 극우화를 제어할 역량 자체가 거세돼 버렸다는 것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와 함께 2월3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한 뒤 취재진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내란과 폭주
국민의힘의 극우화는 일본 정치사상가 마루야마 마사오(1914~1996)가 분석한 ‘전전(戰前) 일본의 통치 메커니즘’과 비슷했다. 여기서 권력은 ‘천황’이라는 절대적 권위를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분배됐는데, 이 시스템의 특징은 권력을 분배받아 행사하는 주체들이 권력 행사의 정당성을 ‘자기 내부’에 갖기보다 ‘중심(천황)과의 거리(근접성)’에 의존한다는 데 있었다.
국민의힘 역시 각 주체들이 행사하는 권력의 크기는 중심(윤석열 부부)과의 근접도에 비례했다. 문제는 이 시스템에선 중심이 사라지거나 약화될 경우 각 단계의 권력이 중심을 추종해온 하부로부터의 압력에 속수무책으로 휘둘리게 된다는 데 있었다. 12·3 내란 뒤 국민의힘의 모습이 그랬다. ‘윤석열 없는 친윤계’는 사라진 권위와 권력을 안으로부터 새롭게 만들어 채워나가기보다, 폭민화된 윤석열 추종세력에 올라타 붕괴 위기의 통치 레짐을 지켜나가려고 했다. 그 결과는 ‘극우의 주류화’였다.
일련의 과정은 12·3 내란 이후 정국의 전개 상황을 살피면 명확해진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는 12·3 내란 사태의 전개를 5개의 국면으로 정리하는데, 1국면은 12월3일 집권세력의 친위 쿠데타 시도와 국회·시민의 방어행동이 펼쳐진 시기다. 2국면은 계엄 해제 뒤 민주주의 회복에 대한 최대 합의가 일시적으로 형성된 시기, 3국면은 국회의 탄핵으로 제도적 권력 자원을 상실한 윤석열이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헌법기관 공격을 선동하는 단계다. 4국면은 극우의 대규모 결집과 법원 폭동 등 극우 테러가 본격화하는 시기, 5국면은 국민의힘이 극우세력의 폭력 선동에 동참함으로써 파시즘 경향을 강화하는 단계다.
국민의힘 김기현, 추경호 의원 등이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 참가하고 있다. 연합
파국이냐 회생이냐
12·3 내란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공고하지 않을뿐더러, 민주주의와 다원주의를 압살하려는 집단이 한국 사회에 상당 규모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극우 사회세력과 보수 정치세력의 동맹이 심각한 단계까지 진전됐다는 사실이 모두에게 충격을 안겼는데, 역설적으로 이것은 한국 보수정당의 구조적·이념적 취약성을 입증하는 사례이기도 했다.
문제는 지금처럼 보수 정치세력과 극우 사회세력의 동맹이 유지되면서 집권에까지 이를 경우 한국 사회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대파국’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것을 막는 길은 보수 정치세력을 극우 사회집단으로부터 격리하는 것, 국민의힘의 ‘보수정당화’다. 이 목표를 국민의힘의 의지만으로 성취하기란 무망한 일이다. 정당의 체질 혁신은 내부의 자구노력과 경쟁 정치세력의 충격, 사회의 집요한 압력이 합쳐질 때 완수될 수 있음을 세계 정당사는 보여주기 때문이다. < 한겨레 이세영 신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