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즈, ‘정치인과 교과서’ 사설로 비판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를 자신들의 정치적 관점에 맞게 수정하려고 압력을 넣고 있다고 미국 <뉴욕 타임즈>가 13일 사설로 강하게 비판했다.
신문은 ‘정치인과 교과서’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두 나라 정부의 이런 역사 교과서 수정 노력으로 역사의 교훈이 뒤집힐 위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전쟁과 친일 문제에 민감한 가정사를 가졌다”며,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는 일제 때 만주군이자 1962~79년 한국의 독재자”였고, 아베 총리의 외할아버지인 “기시 노부스케는 A급 전범 용의자”였다고 적시했다.
신문은 “박 대통령이 일제 때 친일파 문제를 축소하길 원해, 지난해 여름 ‘친일은 일제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기술한 새 교과서를 승인하도록 교육부에 압력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교학사 역사 교과서 승인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신문은 아베 총리가 한국 출신 ‘위안부’ 관련 내용을 교과서에서 삭제하려 하며, 난징대학살 관련 기술도 축소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의 외교부와 교육부가 동시에 나서 <뉴욕 타임즈>의 사설 내용을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이 교과서 채택에 압력을 가했다는 사설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강한 유감의 뜻을 표명한다”며 “<뉴욕 타임즈> 쪽에 필요한 조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도 이날 해명자료를 내어 <뉴욕 타임즈>가 아베 총리와 박 대통령을 ‘동급’으로 취급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은 (뉴욕 타임즈) 사설에서 가해자인 일본과 피해자인 한국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에 대해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문이 “오늘날 다수의 전문가와 엘리트 관료가 친일파의 자손”이라고 지적한 데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 전정윤·음성원 기자 >

 

남수단 피난선 침몰

● WORLD 2014. 1. 19. 16:50 Posted by SisaHan
200여명 나일강 익사

지구촌 최신생국 남수단의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알을 피해 피난 수송선에 올라탔던 난민 200명 이상이 그대로 물에 잠겼다. 내전 와중에 어렵사리 티켓을 거머쥐었으나, 살길로 여겼던 피난길은 황천길이 되고 말았다.
필립 아구에르 남수단 정부군 대변인은 AFP 통신에 “12일 말라칼에서 벌어진 교전 탓에 피난길에 오른 난민 200~300명이 나일강에서 선박 침몰로 익사했다. 숨진 희생자들 가운데는 어린이와 여성도 상당수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침몰 당시 정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 대변인은 “선박이 과적 상태였다”며 무리하게 많은 인원을 배에 태운 것이 사고의 원인일 수 있음을 내비쳤다. 이 지역 나일강은 수심이 깊은데다 유속도 빨라 생존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수단 상(上)나일주 주도 말라칼은 상나일 지역 유전들의 관문으로 통한다.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이 치열했고, 양쪽은 교전이 시작된 이래 한달간 수차례 뺏고 빼앗겼다. 현재는 반군이 “말라칼을 접수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한 말라칼 관리는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을 지지하는 무장 세력이 말라칼을 공격할 것이란 소문을 듣고 주민들이 급히 대피하다 사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잘 가요, 위대한 사람”

● WORLD 2013. 12. 16. 17:42 Posted by SisaHan

불의를 이긴 화해 거인‥ 넬슨 만델라 장례
세계 91개국 정상 등 참석 사상 최대 추모

“함바 칼레(Hamba Kahle), 마디바!”(잘 가요, 위대한 사람)
불의한 세상에 맞서 이긴 투사였다. 그러쥔 주먹을 펼쳐 적들에게 거리낌없이 손을 내민 성자였다. 덕분에 인류는 ‘아파르트헤이트’(백인 지배계층의 흑인 차별 정책)라는 거악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했다. 불의했던 과거사를 피바람 없이 바로잡는 위대한 지혜도 배웠다. 넬슨 만델라가 5일 밤(현지시각) 95살을 일기로 서거, 10일 영결식이 거행됐다. 지난 6월 지병인 폐감염증이 재발해 입원한 지 석달 만에 가까스로 퇴원했으나 자택에서 의료진의 보살핌을 받던 중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평온하게 세상을 떠났다. 그의 자서전 제목과 마찬가지로 ‘자유를 향한 길고도 먼 여정’이 마침내 종착점에 이른 것이다.

생전에 그는 ‘살아있는 성인’ ‘위인들의 위인’으로 추앙받았다. 자신이 속한 부족·인종·국가의 이해를 뛰어넘는 정의와 자유의 빛을 인류에게 비추었기 때문이다.
그는 남아공에서 식민지 시대의 기득권을 틀어쥔 소수 백인 정권의 인종차별 정책에 맞서 1994년 이 나라 역사상 첫 흑인 정권의 탄생과 차별 철폐를 이끌어냈다. 단순히 흑인의 승리를 지향했던 게 아니다. 27년이란 기나긴 수감생활의 시작이 된 1964년 내란 혐의 재판 최후진술에서 “모든 사람이 함께 조화롭고 평등한 기회를 누리며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상을 품고 있다. 필요하다면 그런 이상을 위해 나는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자유로워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사슬을 끊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자유를 존중하고 확대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남아공을 정의와 화해의 길로 이끈 뒤에도 그의 꿈은 쉬지 않았다. 2005년 87살 고령의 나이에도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서 열린 빈곤퇴치운동 집회장에 나타나 인종차별 못지않게 아프리카와 인류를 옥죄는 빈곤의 사슬을 끊을 것을 촉구했다.
거인의 서거 소식에 애도 인파는 그가 조국을 위해 일생을 바쳐 헌신한 정신과 업적을 기리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흑인 청년과 백인 청년이 서로 부둥켜안은 채 노래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그가 바랐던 ‘무지개 나라’는 그런 것이었다.
 
고인의 영결식은 10일 9만여명을 수용하는 요하네스버그 FNB 경기장에서 치러졌다. 영결식은 세계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대규모 행사가 됐다. 남아공 정부는 “91명의 국가·정부 수반, 10명의 전직 수반, 86명의 사절단 대표, 75명의 명사가 참석했다”고 밝혔다. 지구촌 분열과 반목의 상징인 세계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장례축제가 됐다. 11~13일은 프리토리아의 정부청사 유니언빌딩에서 만델라의 주검이 일반에 공개된다. 장례식은 15일 만델라의 고향인 쿠누에서 국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식 다음날은 남아공 휴일인 ‘화해의 날’이다. 아파르트헤이트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고, 모든 인종의 평화를 기원하는 날이어서, 만델라의 유산을 되새기는 뜻깊은 시간이 될 전망이다.
< 정세라 기자 >


필리핀 중부, 태풍에 생지옥으로

● WORLD 2013. 11. 17. 21:18 Posted by SisaHan


한인 23명 실종
수십만명 피해… 물·음식바닥, 약탈 행위 발포 명령

< 필리핀 타클로반 = 정세라 기자 >
필리핀 중부를 덮친 사상 최악의 태풍 하이옌은 한국 교민 30여명을 포함해 수십만명의 거주민을 죽음의 땅에 가두어버렸다. 선교사 가족으로 중부 레이테주 주도 타클로반에 살던 사공아무개(40)씨 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22시간 걸려 지옥탈출, 또 사지로
유엔 관계자들과 목격자들은 타클로반에서 1만여명, 인근 사마르 지역에서 2천300여명이 사망·실종된 것으로 추산한 반면,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은 최대 2천500명이라고 추정하는 등 피해산정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피해지역은 물과 음식물이 바닥나 생지옥을 방불하고 있다. 통신과 교통은 두절된 상태다. 구조의 손길은 아예 기약이 없다. 사공씨는 아내와 세 자녀를 상대적으로 안전한 타클로반 교회에 남겨두고 혼자 먼저 탈출을 감행하기로 결심했다. 외부와 통신이 되는 곳에 먼저 가서 구조를 요청하거나, 이동 수단이라도 물색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목적지는 태풍 피해가 심하지 않은 레이테섬 서부 오르모크 항구.
오르모크는 세부섬으로 가는 배편을 운행하는 레이테주 서부의 항구도시다. 평소엔 타클로반에서 차로 2~3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그는 자전거와 두 발만으로 그 길을 가야 했다. 필리핀은 총기 소지가 자유롭다. 하이옌이 할퀴고 간 뒤엔 치안마저 무너졌다. 오르모크로 가는 길은 천길 낭떠러지를 곁에 둔 외길이나 마찬가지였다.
“무너진 건물 잔해, 뿌리 뽑힌 나무, 곳곳의 주검을 맞닥뜨리며 22시간을 걷고 자전거를 탔다. 그렇게 가까스로 외부와 통신이 닿는 오르모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지를 벗어난 그는 12일 외교부 관계자와 한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차량을 구하자마자 곧바로 가족을 구하러 타클로반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주검냄새 진동‥ 국가 재난사태
태풍 하이옌이 위세를 떨쳤던 지난 8일로부터 닷새가 지났지만 타클로반은 쓰나미가 휩쓸고 간 듯한 상흔이 여전했다. 구조 치안 활동을 위해 중앙도로 정도만 건물 잔해를 일부 치운 상태였지만 도로 옆에 돼지·소·개 등 가축의 주검이 그대로 뒹굴어 있었고, 완파된 차량도 뒤집어진 채 처박혀 있다. 일부 도로는 여전히 물에 잠긴 상황이다. 현지인들은 네댓살 꼬마부터 어른들까지 지독한 주검 냄새 때문에 마스크나 스카프로 코를 틀어막고 다닌다. 수습되지 않은 주검이 살아남은 동물들에게 훼손되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전날 ‘국가 재난사태’로 선포한 필리핀 정부는 12일 최대 재난지역인 타클로반에 밤 10시부터 이튿날 아침 6시까지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또 약탈 행위가 극심해지자 일부 지역 정부에선 구호물자 수송차량이 무장세력의 기습공격을 받으면 의료·구호 요원이 자체 판단에 따라 발포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재앙이 또 다른 재앙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현지에는 한국 교민 안전을 확보하고 재난을 당한 필리핀 주민을 지원하려는 한국 외교부와 구호지원단체 선발대가 속속 도착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는 현지에서 55명이 연락 두절된 것으로 신고됐으며 이 가운데 32명의 소재가 파악됐다. 대사관은 나머지 23명의 소재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