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국민의힘 쪽에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참여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한동훈 검사장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배경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각자 다른 기관에서 다른 업무를 하는 이들이 해당 대화방에서 수십차례 메시지를 주고받은 날에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한 검사장 사이에 십여차례 전화통화가 이뤄졌다. 두 사람 모두 고발장에 명예훼손 피해자로 적시돼 있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이들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와 전화통화 선후관계 등 타임라인을 복원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윤 전 총장과 한 검사장, 손 검사,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 통신내역을 공개했다. 백 의원은 “(지난해) 4월1일 윤석열 (당시) 총장과 한 검사장이 전화통화 12회, 한 검사장-대검 대변인-손준성 검사가 카톡방에서 45회나 대화를 나눴다. 4월2일,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은 전화통화 17회, 한 검사장-대검 대변인-손 검사는 카톡방에서 30회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이어 “4월3일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첫 번째 고발장을 텔레그램을 통해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손준성 검사가 전달한다”고 덧붙였다. 백 의원이 공개한 내용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올렸다가 최근 일부 이미지를 내린 윤 전 총장 징계결정문에 담긴 내용이다. 징계결정문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작성했다.
지난해 3~4월은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극심한 갈등을 겪던 윤 전 총장이 가족 및 측근 관련 의혹으로 수세에 몰린 시기다. <문화방송>(MBC)은 당시 ‘장모님과 검사 사위’라는 제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윤 전 총장 장모 관련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이어 3월31일에는 한 검사장 관련 검-언유착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법무부 감찰 지시(4월2일), 대검 감찰부 감찰착수(4월7일)로 이어지던 일촉즉발 시기였다.
이 때문에 백혜련 의원은 “고발장 접수 전에 (한 검사장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수십 차례 통화하고 또 대검 수뇌부와 단톡방에서 수많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고발장 접수와 관련한, 고발장 전달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권순정 검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 검사장 등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당시 검-언유착 의혹 보도와 관련해 대검 대변인실 차원에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한 얘기는) 전혀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은 “(고발 사주를 사전에 논의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누구든 공개해선 안 되는 통신비밀을 공개하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선 법적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 쪽은 “백 의원이 제기하는 의혹에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겠다”고 했다.
언론 보도 경위 파악과 대응을 위한 카카오톡 대화방이었다면 보도 당사자인 한 검사장과 언론 대응 업무를 하는 대검 대변인 외에 검찰총장 핵심 참모로 범죄·수사정보를 담당하는 손 검사까지 참여한 이유가 석연찮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백 의원이 말한 통화내역이 사실이라면 고발장 전달 직전에 수사정보정책관이 참여한 단체 대화방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등이 수사의 주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손 검사 쪽에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한편,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23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대검찰청 수사정보담당관실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제도 개선 관점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폐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10월) 국정감사 즈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전광준 기자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 윤석열·김웅 고소…“명예훼손·모욕”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제보한 조성은씨가 2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조씨는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검에 이들 두 사람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조씨는 고소장에서 두 사람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윤 전 총장에 대해서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해 사실상 협박성 발언을 했다며 협박 혐의도 추가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누군지 특정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총선 당시) 선거에 관련해 중요 직책에 계신 분이다. 공익제보자라 더이상 말 못하지만, 밝혀지면 제 이야기의 진위도 저절로 확인될 거라 본다. 이 일이 벌어진 경위도 아마 이해될 거다”고 밝힌 바 있다. 이튿날인 8일에는 윤 전 총장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조씨를 겨냥해 “그 사람 신상에 대해서, 과거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 여의도 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저도 안다. 언론에 먼저 제보한 사람이 어떻게 공익제보자가 되나. 이런 사람이 공익제보자가 된다면 그게 공익제보의 취지에 맞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출처 없는 괴문서로 국민을 혼돈에 빠뜨리고 있다”라고도 했다.
이에 조씨는 같은 날(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를 공익신고자라고 몰아가며 각종 모욕과 허위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김 의원과 윤 전 총장은 지속적인 허위사실 유포와 대선에서 격이 떨어지는 수준의 망발을 일삼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며 고소를 예고한 바 있다.
조씨는 이르면 다음주께 고발 사주 제보 배후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거나, 자신을 가리켜 ‘제2의 윤지오’라고 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같은 당 권성동, 장제원 의원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현수 기자
공수처, 박지원 ‘고발 사주’ 개입 의혹 고발인 조사…“입건 검토 중”
윤석열 전 검찰총장 쪽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제보 과정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박 원장 등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최근 고발인 조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 15일 윤 전 총장 쪽 변호인을 불러 두시간 가량 조사했다. 윤 전 총장 쪽은 고발인 조사를 통해 고발 취지를 밝히고,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바란다는 입장을 공수처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13일 ‘윤석열 국민캠프 정치공작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는 박지원 국정원장과 고발사주 의혹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 등을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특위는 고발장에 “피고발인들이 윤 전 총장의 대통령 당선을 막기 위해 지난 2일 인터넷 매체를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로 공모했고, 이 과정에서 정치에 관여할 수 없는 국정원장이 선거에 영향을 주려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박 원장이 고발 사주 의혹 제보 과정에 관여했다는 직접 증거는 고발장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6월 영국 콘월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가족 사진 촬영 뒤 다정한 모습으로 대화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프랑스와 미국의 외교 분쟁이 정상 간 통화로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별안간 고립과 위상 추락을 경험한 프랑스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깊은 상처를 안겼고, 프랑스의 세계 전략에도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과 엘리제궁은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이 22일 통화로 “신뢰 확보”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공동 발표문을 통해 밝혔다. 두 정상은 10월 말 로마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양자회담을 하기로 했고, 프랑스는 5일 만에 주미 대사를 복귀시키기로 했다.
이번 갈등은 중국 견제를 추구하는 미국과 영국이 오스트레일리아에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겠다고 전격 발표하며 시작됐다. 프랑스 국영 군수업체가 오스트레일리아에 디젤 잠수함 12척을 660억달러(약 78조원)에 팔기로 한 계약이 파기되자,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프랑스 2텔레비전> 인터뷰에서는 프랑스는 “이중적이고, 경멸적이며, 거짓말하는 동맹의 일부분일 수는 없다”고까지 했다. 이런 반발에 먼저 통화를 요청한 바이든 대통령은 잠수함 문제를 프랑스와 “더 상의했어야 했다”며 마크롱 대통령을 다독인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사실상 얻은 게 없다. 미국은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한 핵잠수함 기술 제공 계획을 철회하지 않았고, 단지 아프리카에서 프랑스의 대테러 활동을 돕겠다는 말만 내놨다.
미국 핵잠수함 오클라호마시티호가 지난 8월 괌 해군기지로 입항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특히 프랑스로서는 경제적 손실과 함께 유럽과 세계 안보 체제에서 ‘2류’일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현실이 드러난 게 뼈아픈 대목이다. 프랑스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잠수함을 공급함으로써 군사 강국 위상을 확인하고 중국 견제에 있어서도 독자성을 과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프랑스는 폴리네시아에 자국령을 보유한 ‘태평양 국가’라면서, 미국을 마냥 따라가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유럽 안보 문제에서도 미-영 밀착 강화로 입지가 좁아졌다. 유럽 안보의 유일한 축은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였고, 프랑스도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중국 견제가 주목적이라고는 해도 미국-영국-오스트레일리아라는 앵글로색슨 안보동맹이 나토의 위상을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영국과 사이가 좋지 않은 프랑스로서는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영국의 이간질에 당했다고 여길 법하다. 갈등이 진행 중인 가운데 미국에서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영, 미-오스트레일리아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려 이 3개국 안보동맹 ‘오커스’(AUKUS)의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프랑스의 반발에 대해 “친구들 중 일부는 자중해야 한다”며 놀림조로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왜 미국까지 프랑스의 뒤통수를 치는 데 가담했는지도 화젯거리다. 이에 대한 설명들 중 한 가지는 종종 미국의 신경을 건드리며 독자 노선을 강조한 프랑스에 대한 징벌이라는 것이다. 프랑스는 1956년 수에즈운하를 이집트에 돌려주는 문제로 미국과 갈등했고, 1966년엔 미국과의 주도권 다툼 와중에 나토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2003년엔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전인 지난해 12월 유럽연합과 중국의 투자협정 합의를 프랑스가 주도한 것을 미국이 괘씸하게 봤다는 해석도 나온다.
프랑스의 배신감과 고립감은 쉽게 극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 재선을 노리는 마크롱 대통령 개인에게도 타격이다. 미-프 정상은 6월에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어깨를 겯고 다정한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이때 ‘오커스’ 정상들은 핵잠수함 문제를 은밀히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는 지난 16일 불과 몇시간 전에야 3개국 발표 내용을 전달받았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자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서 미국을 돕고도 “개 취급을 받는다”고 한탄했다.
프랑스로서는 수모를 감내할지 아니면 ‘전략적 독자성’을 배가할지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 독자 노선’을 함께 말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마저 퇴장을 앞둔 상황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운신 폭은 넓지 않아 보인다. 이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