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위가 제외를 권했던 ‘고위험 직업군’도 포함

권고안 확정됨에 따라 곧 추가 접종 본격화할 듯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4일 자문위원회가 전날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 대상에서 빼라고 권고한 바이러스 감염 위험 직업군을 포함한 추가접종안을 확정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4일 자문위원회가 전날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 대상에서 빼도록 권고한 바이러스 감염 위험 직업군을 포함한 추가접종 방안을 발표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통상적으로 자문위원회의 권고를 그대로 수용해왔기 때문에, 이날의 결정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로셸 월렌스키 질병통제예방센터 국장은 이날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65살 이상자, 요양시설 거주자, 기저질환이 있는 50~65살의 고위험군, 보건 종사자 등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높은 직업군을 추가접종 대상으로 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이는 전날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가 접종 대상에서 빼도록 권고한 감염 위험 직업군을 추가한 것이다. 앞서 22일 식품의약국(FDA)은 화이자 백신에 대한 추가접종을 긴급 승인하면서 보건 종사자, 교사, 식료품점 직원 등 감염 위험이 높은 직업군과 노숙자 쉼터 이용자, 재소자 등을 접종 대상에 포함시킨 바 있다.

 

월렌스키 국장은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종종 불완전한 자료를 바탕으로 건강과 관련된 구체적인 권고안을 제시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는 불확실성 속에서 더 나을 것이라고 기대되는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월렌스키 국장의 이날 결정은, 가능한 한 많은 이에게 백신을 추가접종하려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평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추가접종 권고안이 확정됨에 따라 백악관은 이르면 이날부터 추가접종 계획 실행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기섭 기자

  

미국 CDC 자문위, 화이자 추가접종 대상 대폭 축소

 식품의약국(FDA) 승인 대상 중 감염 위험 큰 직업군은 빼

 65살 이상, 요양시설 거주자, 50살 이상 고위험군에 권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자문위원회가 23일 고령층 등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추가접종을 권고했다. 피츠버그의 한 병원에서 한 남성이 이날 백신을 추가접종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미국인은 백신 추가접종에 나선 상황이다. 피츠버그/AP 연합뉴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문위원회가 23일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고령층과 요양시설 거주자 등에 대한 백신 추가접종(부스터샷)을 권고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권고는 전날 식품의약국(FDA)의 화이자 백신 추가접종 승인에 이은 것이며, 이에 따라 조만간 미국에서 백신 추가접종이 본격 시작될 전망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이날 이틀간의 회의 뒤 65살 이상자, 요양시설 거주자, 기저질환이 있는 50~64살의 고위험군에 대한 추가접종을 권고했다. 하지만, 전날 식품의약국이 접종 대상에 포함시켰던 보건 종사자, 교사 등 바이러스 감염 위험 직업군은 접종 대상에서 뺐다.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의 접종 연령층도 식품의약국이 제시한 18~64살보다 축소됐다. 다만, 18~49살의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본인이 원할 경우 추가접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결정과 관련해 자문위원인 오하이오주립대학의 파블로 산체스 박사는 “우리가 그냥 18살 이상자 모두에게 백신을 추가접종하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아주 효과적인 백신이 있는데도 ‘이 백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니 추가접종을 하라)’고 말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자문위원들은 또 아직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에 대한 백신 접종이 최우선 목표이며 추가접종 논의가 이 목표에 대한 관심을 약화시키지 않을지 고심했다고 <에이피>가 전했다. 반더필트대학의 헬렌 케이프 탈버트 박사는 “백신을 추가접종하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진정한 해법이 아니다”며 “백신을 맞지 않은 환자들로 병원들이 가득 차 있다”고 지적했다.

 

자문위원회는 모더나와 얀센 백신을 접종한 이들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미국 정부는 이 두 백신 접종자들에 대한 추가접종 방안을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으며, 이들에게 화이자 백신으로 추가접종을 해도 안전한지 판단할 자료로 갖고 있지 않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드렉셀대학의 세라 롱 박사는 “65살 이상자에게 ‘당신들이 중증에 걸리거나 숨질 위험이 있다. 하지만 당신들 중 절반만 당장 추가 보호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하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조만간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인데, 자문위원회의 권고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관례라고 <에이피>는 전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가 최종 권고를 내놓으면, 주 정부 등은 이에 따라 백신 추가접종에 나설 전망이다. 다만, 이 권고를 의무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 상당수의 미국인은 식품의약국의 승인 이전부터 백신을 추가접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신기섭 기자

정당지지 사민당-기민련 엎치락

후보별 사민당 숄츠 압도적 1위

메르켈과 대연정 파트너로 경륜 뽐내

 

‘최저임금 12유로’ 의제 치고나와

기민 라셰트, 부동표에 역전 달려

녹색당 베어보크 정책정당 선전

 

2013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메르켈의 마름모’ 그림이 새겨진 거대한 집권 기독민주당 선거 운동용 패널 앞으로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양손 엄지와 검지를 마주 대어 다이아몬드 모양을 만드는 독특한 손동작을 자주 취했고, 이런 손동작은 ‘메르켈의 마름모’라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26일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 지지율 1위와 2위 정당이 마지막까지 격전을 벌이고 있다. 21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인 중도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이하 사민당)이 기독민주·기독사회연합(이하 기민·기사연합)을 상대로 앞서 왔으나 총선을 이틀 남겨두고 다시 차이를 좁히고 있다. 이미 두차례 1위가 바뀌면서 역전을 거듭했던 독일 총선에서 사민당이 더 유리해진 모습이다.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자 유럽연합(EU)의 맹주 역할을 해온 독일에서 지난 16년간 이어진 이른바 ‘메르켈 노선’의 계승을 둘러싸고 치러진 선거이기에 세계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가 23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대연정’에 소수파로 참여 중인 사민당의 지지율은 25%로 여전히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대연정’의 다수파인 기민·기사연합의 지지율은 올해 초 한때 40%에 육박했지만, 지난주 21%까지 떨어졌다가 막바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첫 ‘녹색 정권’ 탄생 기대감을 높였던 야당 녹색당의 지지율은 다시 하락해 14%를 기록했다. 아직 지지정당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부동층도 20%가 넘는다. 2017년 총선 때도 일부 여론조사에선 사민당이 1위를 기록했지만 개표에선 2위에 그친 바 있어 현지에선 섣부른 판세 예측을 피하는 분위기다.

 

이번 독일 총선은 2005년 이후 무려 16년이나 집권했던 메르켈 총리가 출마하지 않으면서, 앞으로 독일을 이끌어 갈 새로운 리더십을 선출하는 선거로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다. 지지율 1위가 두번이나 바뀌고 어느 당도 30%를 넘지 못하는 ‘초박빙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은 메르켈이라는 거인이 빠져나간 뒤의 ‘정치적 진공상태’를 보여주는 것이다. 십수년 동안 1위가 이미 정해진 선거를 해오던 독일 정치에 오랜만에 생산적인 논쟁과 경쟁이 살아나는 등 정치적 역동성이 회복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들도 있다.

 

지난 1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주요 정당 총리 후보자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민주당의 올라프 숄츠,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공동대표, 기민·기사연합의 아르민 라셰트 후보의 모습이 보인다. 베를린/AP 연합뉴스

 

이번 선거에선 부자 증세, 최저임금 인상, 국민건강보험 도입 등 ‘사회적 정의’, 지구온난화, 탈탄소 등 ‘기후 이슈’들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며 정당 간에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다. 특히 가장 일찍 총리 후보를 정한 사민당은 시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최저임금 12유로(약 1만6500원)’, 돌봄노동 처우 존중 등 구체적인 정책들을 내걸면서 의제를 선점했다. 19일 밤 열린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회에서도 올라프 숄츠 후보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1000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부자 증세를 통한 독일 사회 내 ‘격차 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맞서는 아르민 라셰트 후보(기민·기사연합)는 “민간투자 확대를 통해 기업이 고용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며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번 총선에서 사민당이 1당을 차지하고 녹색당과 연정을 맺는다면, △고소득자 증세 △부유세 재도입 △중산층과 저소득층 감세를 통한 소득재분배 정책 등이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 분야도 주요 쟁점이었다. 독일이 유럽연합에서 차지하는 주도적 위치와 점점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유럽이 중심을 잡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번 선거는 독일의 총리가 아니라 유럽연합 지도자를 선출하는 것”(<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이라는 논평이 나올 정도였다. 기민련은 선거공약집 첫 장에 중국의 신 실크로드(일대일로)와 협력 등 메르켈 총리가 추진한 외교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민당과 녹색당은 유럽연합의 기후, 인권 정책을 강조했다.

 

이번 선거 기간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정치인은 단연 숄츠 후보였다. 사민당과 기민·기사연합 사이의 지지율 차이는 2%포인트 안팎이지만, 차기 총리 후보로서 인기는 숄츠 후보가 압도적이다. 19일 마지막 티브이 토론 직후 조사기관 포르자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2%가 숄츠 후보, 27%는 라셰트 후보를, 25%가 아날레나 베어보크 후보(녹색당)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사민당에선 숄츠 후보가 처음엔 ‘메르켈의 닮은꼴’로 인기를 얻었지만 선거운동이 진행되면서 유권자들이 메르켈과 다른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같은 당의 아나마리아 트러스네아 연방의원 후보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숄츠 후보는 대연정의 부총리 겸 재무장관으로 정치적 능력을 증명했기에 위기를 헤쳐나갈 인물이라는 믿음을 얻었다. 하지만 ‘기다림의 정치’로 상징되는 메르켈과는 달리 숄츠는 바로 행동하는 스타일이다. 기후변화 등과 맞물려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어서 많은 지지를 얻게 된 것”이라고 했다.

 

 

또 ‘사회적 정의’를 내세우며 가장 먼저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은 전략이 유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숄츠 후보는 최저임금 12유로, 부자 증세 등 유권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구체적인 정책으로 초반부터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사민당은 기후 정책에서도 “겉은 녹색, 속은 빨강을 추구해야 한다. 사민당만이 이행기에 도출될 사회적 갈등을 수습하며 기후 정책을 실현할 수 있다”는 ‘수박론’을 들고나오면서 녹색당과 설전을 벌였다. 이에 견줘 라셰트 후보는 “기민·기사연합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한 상처와 잡음”으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했다. 메르켈의 정적이자 동지인 기민련 출신 볼프강 쇼이블레 하원의장은 19일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메르켈 후보가 2018년 당대표는 사임하고 지금까지 총리로 있었기 때문에 기민련이 개혁을 추진할 수도, 정책을 계승할 수도 없었다”고 비판하는 등 벌써부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총리를 배출하긴 어려워 보지만 앞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정치세력은 녹색당이다. 녹색당은 선거까지 독일 전역 100곳을 돌면서 녹색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최근에는 환경 시위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 참여했던 청소년들이 부모님에게 녹색당을 찍을 것을 요구하면서 선거법 위반 논쟁에 휘말리기도 할 만큼 젊은이들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자리잡았다. 선거 슬로건으로 “녹색당을 교수형에 처하자”는 슬로건을 내건 ‘제3의 길’이라는 극단적인 반대세력이 등장할 만큼 논쟁적인 정당이기도 하다.

 

사민-녹색의 ‘적녹연정’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회적 전환을 원하지만 극단적인 변화의 충격은 피하려는 독일 사회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비평가 헤리베르트 프란틀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유권자들 사이에선 사민당이 집권하고 난 뒤엔 당내 정치적 파벌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지금의 정치적 원칙들을 지켜내지 못하리라는 불신도 높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기민·기사연합이 막판 역전에 성공했을 경우엔 메르켈 시대 정치적 안정성을 지속하면서도 정책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과제다. 베를린/남은주 통신원, 이진 독일 정치+문화연구소장

<조선중앙통신> 통해 심야 ‘담화’ 발표

종전선언,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도 언급

“북남 설전으로 시간낭비 필요 없어”

“모든 불씨 제거 위한 남조선 실천 바라”

“이중기준, 자주권 무시·도전 절대로 넘어가 줄 수 없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 부부장은 25일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 북남 수뇌상봉(정상회담)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보기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밤 <조선중앙통신>으로 발표한 ‘담화’에서 “공정성과 서로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될 때만이 비로소 북남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고 나아가 의의있는 종전이 때를 잃지 않고 선언되는 것은 물론 북남 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 수뇌상봉과 같은 관계개선의 여러 문제들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에 하나하나 의의있게, 보기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김 부부장은 “이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을 꼭 밝혀두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담화에서 밝힌 내용은 남쪽 태도와 반응에 따라 언제든지 걷어들일 수 있음을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북쪽 체제 특성상 “북남수뇌상봉(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사전 동의’가 없이는 입에 올릴 수 있는 말이어서, “개인적인 견해”라는 ‘물타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각) 유엔총회 연설에서 거급 제기한 ‘종전선언’은 물론, 지난해 6월16일 북쪽이 건물을 폭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심지어 ‘남북정상회담’까지 긍정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김 부부장이 담화에 명시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김 부부장은 “나는 경색된 북남관계를 하루빨리 회복하고 평화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남조선 각계의 분위기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역시 그같은 바램은 다르지 않다”고 짚었다.

 

그러고는 ”지금 북과 남이 서로를 트집잡고 설전하며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속도감 있게 문제를 풀어가자는 신호다.

 

다만 김 부부장은 “이중기준은 우리가 절대로 넘어가줄 수 없다”며 “우리를 향해 함부로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며 북남 간 설전을 유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의 군사행동은 “도발”, 미국과 남의 군사행동은 “대북억제력 확보”라 부르는 “미국, 남조선식 대조선 이중기준은 비논리적이고 유치한 주장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이고 도전”이라고 짚었다.

 

김 부부장은 “공정성을 잃은 이중기준과 대조선적대시 정책, 온갖 편견과 신뢰를 파괴하는 적대적 언동과 같은 모든 불씨들을 제거하기 위한 남조선 당국의 움직임이 눈에 띄는 실천으로 나타나기를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특히 “남조선은 미국을 본따 조선반도지역에서 군사력의 균형을 파괴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부장은 “남조선이 정확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권언은 지난 8월에도 한 적이 있다”며 “앞으로 훈풍이 불어올지, 폭풍이 몰아칠지 예단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북 김여정 “종전선언 좋은 발상”…남북대화 물꼬 트이나

리태성 “시기상조” 반나절 만에 김, 문 대통령 제안 긍정 평가

“적대정책·이중기준 철회돼야”종전선언 선결조건으로 제시

 문 대통령 귀국길 간담회서  “관련국들 소극적이지 않다”

 

2018년 2월10일 평창겨울올림픽 남북 고위급 만찬에 참석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밝힌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남쪽이) 적대적이지만 않다면 얼마든지 북남 사이에 다시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며 관계 회복과 발전 전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를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대북 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잣대’ 철회를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종전선언 제안을 “좋은 발상”이라고 평가해 남북 대화의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장기간 지속되어오고 있는 조선반도(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 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종전선언은 나쁘지 않다”고 밝혔다. 북한이 지난달 10일 한-미 연합지휘소훈련을 계기로 남북 직통 연락선을 끊은 이후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그는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남쪽이 한-미 연합훈련과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을 진행하면서, 북한의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도발’로 규정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부장은 “(남쪽이) 자행하는 행동의 당위성과 정당성은 미화하고 우리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들을 한사코 걸고들며 매도하려 드는 이러한 이중적이며 비논리적인 편견과 악습, 적대적인 태도는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유엔총회와 하와이 순방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며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는 앞서 리태성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가 발표된 지 반나절 만에 나왔다. 리 부상은 담화에서 종전선언이 “상징적 의미는 있다”면서도 “미국의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 없이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리 부상 담화가 미국을 향한 북한 당국의 공식적 입장을 담고, 김 부부장 담화는 남쪽을 향한 정무적 메시지를 발신한 모양새다. 미국에는 적대정책 철회를, 남쪽에는 좀 더 적극적인 구실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 담화에 앞서 문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공군 1호기 안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관련국들이 소극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상 종전선언의 열쇠를 쥔 미국도 부정적이지는 않다는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해석되는 가운데 김 부부장 담화가 더해지면서 장기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 북-미 관계가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와이티엔>(YTN)에 출연해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우리의 대응이나 정부 입장을 말하기는 빠르다”면서도 “굉장히 의미 있고 무게 있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북이)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는 메시지”라거나, “(한국에) ‘역할을 해봐라’라는 메시지로 읽힌다”며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결국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고리로 흔든 이 판은 북한의 ‘신호’에 미국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응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김지은 이완 기자

 

문 대통령 “종전선언, 관련국들 소극적이지 않아…북한도 대화 문 열어놔”

 

미국 방문 마친 뒤 기내 간담회에서 밝혀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와는 관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제안한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관련국들이 소극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야당의 반응 보면 ‘종전선언에 대해 너무 이해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으로 들어가자 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다. 주한미군의 철수라든지 한미동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23일 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공군 1호기 안에서 동행한 기자들과 33분 동안 간담회를 가졌다. 문 대통령은 먼저 “지금 남북 간에도, 북미 간에도 말하자면 한국에 의해서, 또 미국에 의해서 이뤄지는 대화의 제의가 있었는데 북한이 아직까지 응하지 않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화의 문을 닫아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최근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하기는 했지만 “원래 약속했던, 핵실험이라든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 모라토리움(유예)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고, 미국이 대화를 단념하지 않을 정도의 저강도 긴장 고조만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정전협정에 대해 관련국들의 공감대가 있다고 했다. “북한의 핵이 상당히 고도화 또는 진전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평화협상과 별개로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평화협상과 비핵화 협상의 ‘투트랙 협상’ 필요성을 언급한 뒤 “종전선언이 각 협상에서 어느 시기에 어떤 정도의 효과를 가지고 구사될 필요가 있는 것인지 보다 전략적인 검토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게 언제가 되었든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는 데 다 공감대가 있는 것이고, 남북 간에 또 북미 간에 대화가 시작되면 결국은 막상 해결되게 되는 것”이라며 희망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의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에 의한 종전선언 추진도 이미 2007년 10·4 공동선언에서 합의가 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남북미가 종전선언을 추진하되 중국이 원한다면 중국도 함께할 수 있다는 그런 뜻”이라면서 “그때부터 종전선언에 대해 미국도 중국도 이미 동의가 있어왔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제 다시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기 때문에 다시 종전선언을 제안한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에서 일부 우려하고 있는 종전선언과 주한미군 철수 연계 가능성에 대해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은 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상으로 들어가자 하는 일종의 정치적 선언”이라면서 “현재의 법적 지위가 달라지는 것이 없고 종전에 정전협정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는 여러가지 관계들은 그대로 지속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미동맹이나 주한미군의 주둔은 한국과 미국 양국 간에 합의해서 가는 것이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고 북미 간에 수교가 이루어지고 난 이후에도 한국과 미국이 필요하면 미군이 한국에 주둔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사실은 올해가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한 지 30주년 되는 해이기 때문에, 북한이 호응해서 유엔 총회 계기를 잘 활용한다면 이것이 또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가졌었는데, 그 점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며 아쉬움도 표시했다. 내년 초 베이징 겨울올림픽 계기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계기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기 때문에 혹시 남북 간의 관계 개선의 하나의 계기로 활용할 수 있는 그런 것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

  

청와대 “김여정 담화는 대한민국이 역할을 해보라는 뜻”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인터뷰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24일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해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평가한 것과 관련해, “(대한민국에) 어떤 역할을 해보라는 뜻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또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무게 있게 받아들이면서 그 의미를 정확하게 분석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현 수석은 24일 <YTN>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리태성 외무성 부상과 김여정 부부장이 (오늘) 7시간 사이에 내놓은 메시지의 간극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나’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박 수석은 “리태성 부장은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붙였다”면서 “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협의와 대화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나. 미국을 향해서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서는 “오전에는 (리태성 부상이) 미국에 대해서 선제조건을 이야기했고, 오후에 김여정 부부장은 우리에게도 어떤 역할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인데 굉장히 의미있고 무게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장기간 지속되어 오고 있는 조선반도(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전상태를 물리적으로 끝장내고 상대방에 대한 적대시를 철회한다는 의미에서의 종전선언은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전이 선언되자면 쌍방간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지독한 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 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했다.

 

박 수석은 문 대통령이 현 시점에 다시 종전선언을 강조한 것은 북한과 미국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수석은 “지난 하노이 회담 이후 (북미간) 신뢰가 깨져있는 상태인데 이것을 어떻게든 살려야 되지 않겠냐”면서 “그 신뢰 구축을 하는 것이 비핵화로 가는 가장 관건이다. 그 신뢰 회복을 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전쟁의 당사자들끼리 모여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종전선언을 계속 강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완 기자

성적은 5오버파로 부진 "도움 주고 싶었는데…초반에 호흡 안 맞아"

 

김효주와 유현주 [KLPGA 제공]

 

지난주 국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여자골프 세계랭킹 5위 김효주(26)가 이번 주엔 '캐디'로 투어 대회에 등장했다.

 

김효주는 24일 경기도 안산의 아일랜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엘크루-TV조선 프로 셀러브리티 1라운드에서 유현주(27)의 일일 캐디로 나섰다.

 

도쿄올림픽 출전 이후 휴식기를 보내다 최근 국내 대회에 나섰던 김효주는 19일 끝난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미국 복귀를 준비하던 중 이날 하루 유현주의 캐디백을 멨다.

 

KLPGA 2부 투어에서 뛰는 유현주는 화려한 패션과 외모로 많은 팬을 두고 방송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선수로, 이번 대회엔 초청을 받아 출전했다.

 

김효주와는 지난해 한 방송의 이벤트 경기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한 것을 계기로 친분을 쌓았는데, 그때부터 김효주가 유현주에게 캐디를 맡아보고 싶다고 말해왔다고 한다.

 

1라운드 후 기자회견에서 답변하는 김효주(왼쪽)와 지켜보는 유현주

 

1라운드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유현주는 "어젯밤에도 김효주가 백을 메고 싶다고 해서 저녁 8시 반쯤 급히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김효주는 "유현주 선수와 같이 라운드해 보면 정말 샷이 좋은데 성적이 조금 아쉬워서 왜 그런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세계 5위 선수를 캐디로 대동했으나 유현주의 1라운드 결과는 좋지 못했다. 버디 2개, 보기 5개, 더블보기 하나를 묶어 5오버파 77타에 그쳐 기권자 2명을 뺀 106명 중 공동 92위에 그쳤다.

 

유현주는 "신나게 출발은 했지만, 김효주가 힘들거나 다칠까 봐 염려하면서 쳤다. 초반에 미스가 많아서 힘든 경기를 했다"면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좋은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나는 탄도가 있는 스타일인데, 효주는 굴려서 공략하는 스타일이다. 효주의 조언을 듣고는 싶은데, 내 나름의 치고 싶은 느낌도 있어서 어중간했던 것 같다. 전반에는 호흡이 좀 안 맞았던 것 같다"고 자평했다.

 

캐디백 멘 김효주

 

김효주 역시 "처음 호흡을 맞추다 보니 초반에 서로 사인이 안 맞았다"며 "잘 치는 선수가 성적이 안 나는 게 아쉬워서 도움을 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말 긴장을 많이 해서 잠도 못 잤다. 한 시간 간격으로 깼다. 아침에 밥도 안 넘어가더라"고 털어놓기도 한 김효주는 "다들 체력적으로 힘들 거라고 하던데 생각보다는 괜찮았다"고 덧붙였다.

 

김효주는 이번 주말 미국으로 돌아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출전을 준비한다.

 

그는 "제일 잘하는 건 캐디보다는 선수지만, 대회에 나오지 않거나 쉴 때 또 캐디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