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 “박근혜 정부 때 사찰은 공소시효 남아”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이 23일 국회 정보위원장실에서 이명박 정부 국정원 사찰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정치인 사찰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은 “국정원 불법 사찰은 박근혜 정부까지 계속됐고 비정상적 수집 문건 수는 약 20만건에 이른다고 추정한다”고 밝혔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도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 불법 사찰 정보를 보고받았을 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09년에 사찰 지시가 내려온 뒤 중단하라는 지시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 지난주 국정원장의 답변”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내 정보 조직이 개편할 때까지 계속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미 정보공개 청구한 이들의 요구에 따라서 (문건) 검색을 한 결과, 박근혜 정부 시절 신상정보 자료도 나오고 있다”며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문화계, 노동계 등 전방위적으로 (사찰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비정상적으로 수집된 문건의 수를 약 20만건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보공개 청구한 이들에게 1인당 신상정보 문건이 적게는 3∼4건, 많게는 10여건 정도 제공되는 것을 미루어보아 사찰 대상자 수가 2만명이 넘지 않을까 추정한다”고 했다.

그는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을 때 불법 사찰 정보를 보고받았을 거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보고처로 명시된 것은 민정수석, 정무수석, 대통령 비서실장이고 국무총리가 보고처로 된 자료도 있었다”며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라 총리에게 보고할 의무는 없는데 이건 국무총리 권한대행 시절에 보고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보고처가 총리실로 되어있는 자료도 있다는 것이지 어느 시기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면서도 “불법 사찰 정보를 보고 받고도 조치를 안 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이명박 정부 때 사찰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박근혜 정부 때는 공소시효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김대중(DJ) 정부 국정원 도청 사건’을 들어 역공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당시 국정원 직원들이 관행대로 해오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정부 들어서 불법 도·감청 하지 말라는 공개발언이 있었고 불법 도·감청 건수는 상당히 적었다”며 “당시 임동원·신권 전 국정원장 판결문을 보면, (불법 도·감청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고 유죄선고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국정원, 여야 의원 불법사찰 DB까지 쌓았다

“MB 민정수석실, 국정원에 VIP 보좌 ‘의원 전원 관리’ 지시”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은 1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이명박 정부 시기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매우 민감한 정보, 매우 민감한 시기”이기 때문에 문서를 열어 확인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사찰 대상 목록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정원이 구체적 내용에 관해 입을 다문다고 하더라도 4·7 재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국정원의 불법사찰 논란이 정치쟁점화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 어떻게 사찰?

국정원은 사찰의 방법·내용 등에 대해 함구했지만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정보공개청구로 인해 이미 언론에 보도된 2009년 12월16일 문건에 대해선 자세히 밝혔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국정원에 중요 인사에 대한 정보 관리를 요청하면서 ‘브이아이피(VIP) 통치 보좌는 물론 대정부 협조관계 구축 및 견제 차원에서 여야 국회의원에 대한 신상자료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문서에 적었다. 또 민정수석실 직원들이 자료를 수시로 축적하고 업데이트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민감한 사안이므로 국정원에서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신상자료를 관리할 것을 지시했다. 또 “검찰·국세청·경찰 자료를 모아 국정원에 지원하면 국정원은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자료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민정수석실에서 자료를 요청할 경우 보고서 형태로 바로 지원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특히 “국정 저해, 정치인 견제 차원에서 해당자에 대한 비리 정보 지원도 요청한다”는 문장이 명시돼 있어 자료를 축적한 정치적 의도도 충분히 짐작하게 한다. 다만 국정원은 “미행과 도청 등 (불법 수단을) 사용했다는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 국정원의 불법사찰은 이명박 정부 시기로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노무현 정부 말기 국정원의 ‘자발적인 사찰’ 사실이 드러난 만큼 불법사찰은 정권 차원의 엄단 조처가 없는 한 계속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국정원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불법사찰이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다고 밝히며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지면 봉인 문서를 해제해서 보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 선거에 영향 있을까?

더불어민주당은 철저한 진상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당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보위원들의 보고를 받은 뒤 대응 방침을 결정하기로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상임위 차원에서 다룰지, 당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지 결정해야 하는데 후자 가능성이 높다”며 “사찰 자료 공개 청구도 의원 개인별로 할지, 당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대표는 15일 사찰 의혹과 관련해 “결코 덮어 놓고 갈 수 없는 중대범죄”라며 강한 어조로 국정원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부산 선거 판세 뒤집기 공작’이라고 보고 있다. 부산시장 보궐선거 관련 여러 여론조사에서 박형준 후보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판세를 흔들기 위해 민주당과 국정원이 합작해 사찰 문건 논란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박 후보가 부산에서 압도적으로 1위를 하고 있는데 이 정권 들어와서 적폐청산 한다고 하면서 6개월 동안 탈탈 털었는데 그때 뭐가 나왔느냐? 4년 동안 적폐청산을 하고 지금 와서 이것을 꺼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있긴 하지만, 엄중한 불법행위인 만큼 진상 공개는 미룰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도 “선거 때문이라면 민주당이 먼저 움직였어야 한다. 민주당 의원실을 출처로 적시해 보도된 기사가 하나라도 있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부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끼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지원 원장이 ‘이 이슈가 선거에 연결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박형준 후보와 연관 있느냐’는 질문에 ‘현재 공개된 정보에서 박 후보와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박 후보의 관여 여부가 추후 확인될 수도 있지만 선거일 전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박지원 원장은 이날 “불법사찰을 한 정권도 나쁘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정원의 불법사찰 문제를 처리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움직임도 선거 이후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김원철 노현웅 서영지 김미나 기자

 

"국정원 불법사찰, MB 청와대 지시…박 정부서도 계속된 듯"

국회정보위원장 김경협 의원, 관련 문건 근거 의혹제기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경협 국회 정보위원장은 15일 이명박(MB)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문건에)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서라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불법 사찰 지시의 주체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지목하며 "보안을 잘 지켜서 이런 파일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라는 지시"였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도 이것을 중단시켰다는 메시지가 아직 드러난 게 안 보인다"며 "실제로 그 이후까지 계속 이뤄진 것 아니냐고 추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찰 대상에 대해 "18대 국회의원 전체, 특히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에 대해 아주 낱낱이 조사하라는 지시"라며 "야당과 친박계 의원에 집중된 것으로 보이고 언론계, 법조계 부분도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사찰 정보가 미행, 도청 등의 방식으로 수집됐을 가능성과 관련해선 "아마 그런 정보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심각하다고 보인다"고 언급했다.

여당의 국정원 불법 사찰 의혹 제기가 재보선용이라는 MB계의 반발에 대해선 "얼마 전에 대법원이 (국정원에) 본인 당사자 파일을 제공하라는 판결을 했고 그 결과 확인되고 있는 것이어서 재보선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국정원에 사찰 목록을 취합해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며 16일 정보위 회의에서 답변을 들을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결국은 이런 것들(불법 사찰 정보)이 폐기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여기에 따른 법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했다.

"당시 상황에서 결정 쉽지 않았을 것"…책임 방기 인정 안해

 방청객 거센 항의 속 재판장 "판단 지지하든 비판하든 감수"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15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과 함께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수현 전 서해해양경찰청장과 이춘재 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 등 전·현직 관계자 9명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다만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과 이재두 전 3009함 함장은 사건 보고 과정에서 허위문서를 작성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김 전 청장 등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필요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303명이 숨지고 142명이 다치게 한 혐의로 작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김 전 청장 등이 세월호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지휘·통제해 즉각적인 퇴선 유도와 선체 진입 등으로 인명을 구조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김 전 청장에게 금고 5년을 구형하는 등 관계자들에게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김 전 청장 등은 사고에 유감을 표하고 사과하면서도 법리적으로 죄가 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에 대해 유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전 청장 등의 혐의를 모두 무죄로 봤다.

재판부는 "참사 당시 피고인들은 침몰이 임박해 선장을 통해 즉시 퇴선 조치를 해야 할 상황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세월호와 직접 교신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파악한 것 이상으로는 상황을 알 수 없었던 피고인들로서는 결정이 쉽지 않았고, 세월호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아무 조치를 하지 않는 상황까지 예상할 수 없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김 청장 등이 사고 발생 초기 세월호와 교신하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판단했다. 구조 인원이 세월호 인근에 도착한 뒤에도 김 전 청장 등이 책임을 방기해 승객들 사망과 상해 결과를 야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이준석 세월호 선장이 승객들에게 "선내에서 대기하라"는 안내만 여러 차례 했을 뿐 사고 상황이나 대피 방법·탈출 지시 등은 없이 퇴선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과 직접 교신해 퇴선 준비 등을 지시했더라도 이들은 그 지시를 묵살하거나 탈출 방송을 했다는 대답만 반복했을 가능성이 높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대형 인명사고에 대비해 체계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 대한 관리 책임을 질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형사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1시간 30여분동안 진행된 이날 선고에서 법정에서는 무죄 판결을 놓고 방청객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재판장은 선고를 마치며 "세월호 사고는 모든 국민들께 큰 상처를 준 사건이었고, 여러 측면을 살펴야 하고 법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재판부 판단에 여러 평가가 있을 것이 당연하고, 그에 대해서는 판단을 지지하든 비판하든 감수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세월호 유족들 "해경 수뇌부 무죄, 과거로 회귀한 판결"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승객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15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15일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지휘부에 무죄가 선고된 것과 관련해 "2014년 이전으로 우리 사회를 회귀시키는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유경근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날 판결 직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4년 이전으로 우리 사회를 돌려보내는 재판 결과에 대해 재판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오늘 판결은 박근혜 정부가 아닌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재판 결과"라며 문 대통령을 향해 "오늘 재판을 어떻게 보셨느냐"면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수사 결과가 미흡하면 대통령께서 나서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엉터리 수사와 재판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는데 무엇으로 진상규명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을 하신 것이냐? 어떻게 그 약속을 지킬 것인지 말씀하라"고 요구했다.

김종기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피고인을 대변하는 듯한 재판 결과는 우리 가족분들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용납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이날 "피고인들의 업무상 과실에 대해 유죄가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 전 청장 등 전·현직 해경 관계자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풍부한 유동성 원자재로 쏠려
계란값까지 겹쳐 빵값 오름세

 

 

장바구니 물가와 연동되는 국제 곡물과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세계곡물 가격동향’을 보면,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지난 12일 거래된 대두 가격은 1t에 504.1달러로, 1년 전보다 53.7% 상승했다. 밀 가격은 t당 234달러로 같은 기간 16.3% 올랐고, 옥수수는 t당 212.1달러로 40.6% 상승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물류 차질 등으로 식량위기 우려가 커졌고, 중국의 사료용 곡물 수입 확대에 남미 등 주요 수출국의 작황 부진이 겹치면서 지난해 8월 이후 국제곡물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은 보통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식품 가격에 반영되는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인한 계란값 상승까지 겹치면서 제빵 등 일부 식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뚜레쥬르는 지난달 90여종의 빵값을 평균 9% 올렸다. 파리바게뜨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보도자료에서 “최근 제빵 등 일부 식품의 가격상승은 곡물 외 원재료 가격이나 인건비 등 상승이 원인이며, 국제곡물가격 상승이 제품가격에 본격 반영되지는 않은 편”이라며 “앞으로 국제곡물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국내 식품물가, 사료가격에도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낮은 가격대를 유지했던 국제유가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 중이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11일 기준 배럴당 60.5달러로, 1년 전(53달러)보다 14.2% 상승했다. 주요 석유제품의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는 것은 물론이며, 특히 올해부터 원료비 연동제를 실시하는 전기료가 인상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은 수급 요인도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많은 돈이 풀리면서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원자재로 쏠리는 영향도 크다. 일각에서는 풍부한 유동성 지속으로 원자재 가격의 장기호황(슈퍼사이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비자물가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둔화한 이후에도 더 오랜 기간 상승세를 지속하는 특징이 있다”고 평가하며 “장기화되는 식료품 가격 상승세와 유가 상승, 공공서비스, 집세, 개인서비스 가격 반등 등을 고려하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당초 예상(1%)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대응해 향후 국내 식품 가격 추이를 보며 관세 인하 등의 조처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이경미 기자

 

164개 회원국 합의로 추대…첫 여성·아프리카 출신
‘트러블메이커’ 별명  “정의 위해 싸우는 투사 기질”
미-중 무역분쟁 등 첩첩산중… “권한 한계” 분석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가 제네바 근처에 있는 나이지리아 대사관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개혁 불가능한 것들을 개혁해 가는 ‘트러블메이커’.”

세계무역기구(WTO)가 15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화상으로 일반이사회 특별 전체회의를 열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66·나이지리아)를 새 사무총장으로 선출했다. 그는 지난 6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폭적 지지’를 선언하면서 이날 164개 회원국 합의로 추대됐다. 세계무역기구 26년 역사상 첫 여성, 첫 아프리카 출신 수장이다. 임기는 4년이다.

1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에서 친구는 물론 정치적 반대파까지 오콘조이웨알라에게 붙인 ‘트러블메이커’라는 별명은 “가난한 사람들과 정의를 위해 싸우는 투사 기질”을 대변한다. 그는 자신이 펴낸 책 <개혁 불가능한 것들을 개혁하기>에서 “어떤 조직 안에서 트러블을 일으키는 나의 성향에 붙여진 이 별명은 영광의 표지”라고 말한 바 있다. 나이지리아 부정부패에 맞서 싸우던 당시 정치적 반대파가 자신의 어머니를 인질로 납치하자 결연히 맞서 비타협적으로 해결한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위협 전화도 숱하게 받았지만 자신을 끌어내리려는 반대 세력을 노련하게 압도했다고 한다.

오콘조이웨알라는 취임 직후 빈곤국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당장 이슈로 꺼낼 전망이다. 지난해 사무총장 선거 과정에서 그는 “무역도 공중보건에 기여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의 무역통상 규범을 적용해 코로나 이슈를 최우선으로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73년 미 하버드대학에 들어가 경제학을 전공하고 1981년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지역개발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9년에 미국 시민권자가 됐고, 남편은 워싱턴에서 개업한 신경외과 의사다. 세계은행(WB)에서 25년간 근무하며 ‘넘버2’(부총재) 자리에 올랐다. 그후 나이지리아로 돌아가 2003~2006년에 첫 여성 재무장관을 지냈다. “당시는 뿌리 깊은 소득불평등, 만연한 부패 및 권력투쟁 등 모든 것을 한꺼번에 동시 개혁해야했던 시절이었다”고 그는 나중에 술회했다.

세계무역기구를 이끌게 된 지금도 숱한 글로벌 무역통상 이슈들을 한꺼번에 해결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상황이다. 가트(GATT·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에 이어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의 결실로 1995년에 출범한 세계무역기구는 오랫동안 무기력한 상태로 표류했다.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고, 디지털 전자상거래 무역이 급증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국제통상 질서·규범 구축에도 번번이 실패하면서 도하개발어젠다(DDA) 무역협상은 2001년 이후 20년째 결렬돼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미-중 무역분쟁도 조정·봉합해야 한다. 국제적인 수산물 남획을 막기 위한 ‘국가 보조금 금지’ 협상 역시 지난해 말 타결 시한을 넘긴 채 교착상태에 있다. 새 수장이 “지칠줄 모르는 에너지와 헌신성”을 갖추고 있다해도, 본래 국가간 무역통상은 원만한 합의·양보·이행보다는 “자국 이익 수호를 위한 분쟁·갈등·불이행이 판치는 세계”라는 점에서 트러블메이커가 다자무역체제 개혁과 복원을 과연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런 과제를 완수하기엔 사무총장의 권한에 한계가 있다는 평도 나온다. 유엔(UN) 사무총장은 사무국 인사권을 토대로 조직을 장악하는 반면, 세계무역기구는 사무총장이 이끄는 사무국이 아닌 164개 회원국들이 함께 끌고가는 기구다. 한국의 통상 당국자는 “사무총장 역할은 외교력과 정치력을 발휘해 회원국간 통상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라며 “총장이 혼자 앞서가며 이끌기보다는 각 회원국의 제네바 주재 대사들이 주도하는 조직”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