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올 시즌 개인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시즌 3승(2패)을 거뒀다.
류현진은 13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인터리그 방문 경기에 선발 출전해 7이닝 동안 5피안타(1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했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3.15에서 2.95로 끌어내렸다.
그는 2-1로 앞선 8회초 공격에서 교체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토론토는 4-1로 승리했고, 류현진은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이 7이닝 이상을 책임진 건 지난달 8일 텍사스 레인저스(7이닝 2실점)전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부상에서 복귀한 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부터 연속 경기 승리를 기록하며 몸 상태에 관한 주변의 우려를 완전히 잠재웠다.
류현진은 이날 2회와 7회를 제외한 매 이닝에서 출루를 허용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였다.
그는 1회 2사에서 마르셀 오수나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한 뒤 오지 앨비스를 내야 땅볼로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2회엔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삼자 범퇴로 막았다. 우타자 댄스비 스완슨은 몸쪽 낮은 꽉 찬 직구를 던져 루킹 삼진 처리했고, 윌리엄 콘트레라스는 낮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류현진은 3회 1사에서 상대 선발 투수 맥스 프라이드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는데, 이후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와 프레디 프리먼을 공 4개로 잡아내며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류현진은 0-0으로 맞선 5회에 첫 실점했다. 선두타자 콘트레라스에게 좌월 솔로 홈런을 내줬다.
볼 카운트 1볼-1스트라이크에서 시속 126㎞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가운데로 살짝 몰렸다.
콘트레라스는 어퍼 스윙으로 당겨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고 후속 타자 두 명을 모두 맞혀 잡았다. 이후 아쿠냐 주니어에게 이날 경기 첫 볼넷을 내줬지만, 프리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침묵하던 토론토 타선은 6회초 동점을 만들며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2사 2루 기회에서 마커스 시미언이 좌익선상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류현진은 1-1로 맞선 6회말 2사에서 오스틴 라일리에게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했는데, 후속 타자 스완슨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다시 위기를 벗어났다.
토론토는 7회초 선두 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우월 역전 솔로 홈런으로 2-1로 경기를 뒤집었다.
류현진은 7회말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세 타자를 모두 뜬 공으로 처리하며 임무를 완수했다.
그는 총 94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30개), 체인지업(25개), 컷패스트볼(22개), 커브(17개)를 골고루 던졌다.
토론토는 2-1로 앞선 9회초 마지막 공격에서 에르난데스가 좌월 투런 홈런을 터뜨리며 경기에 쐐기를 박았다. 에르난데스는 이날 3타수 2안타(2홈런) 3타점을 쓸어 담으며 류현진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편 이날 경기는 내셔널리그팀의 홈 경기로 열려 지명타자 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다.
9번 타자로 나선 류현진은 3회와 6회 각각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 류현진 2021년 미국프로야구 정규리그 등판일지(한국시간)
날짜
상대팀
구장
투구내용
비고
4.2
양키스
양키스타디움
5⅓-4-2(2)-1-1-5-92-3.38
토론토 3-2 승 승패 없음
4.8
텍사스
글로브라이프필드
7-7-2(2)-1-0-7-90-2.92
토론토 1-2 패 패전투수
4.14
양키스
TD볼파크
6⅔-4-1(0)-0-1-7-95-1.89
토론토 7-3 승 승리투수
4.21
보스턴
펜웨이파크
5-8-4(4)-1-0-2-83-3.00
토론토 2-4 패 패전투수
4.26
탬파베이
트로피카나필드
3⅔-3-0(0)-0-1-5-62-2.60
토론토 1-0 승 승패 없음
5.7
오클랜드
오클랜드 콜리세움
5-6-4(4)-1-1-6-91-3.31
토론토 10-4 승 승리투수
5.13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
7-5-1(1)-1-1-6-94-2.95
토론토 4-1승 승리투수
※ 투구 내용은 이닝-피안타-실점(자책점)-피홈런-볼넷-탈삼진-투구 수-시즌 평균자책점 순.
에이스의 위엄…토론토서 7이닝을 던지는 유일한 투수 류현진
시즌 두 번째 7이닝 투구…작년에도 토론토 투수 중 처음으로 7이닝 던져
미국프로야구(MLB) 토론토 블루제이스 구단과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이 류현진(34)을 틈날 때마다 '우리의 에이스'라고 칭송하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류현진은 13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상대로 시즌 7번째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안타 5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고 1실점으로 호투했다.
5회 윌리암 콘트레라스에게 좌중월 솔로 홈런을 맞은 게 옥에 티였을 뿐 삼진 6개를 곁들이며 류현진은 안정감 있게 임무를 마쳤다.
전체 투구 수 94개를 빠른 볼 30개(32%), 체인지업 25개(27%), 컷 패스트볼 22개(23%), 커브 17개(18%)로 황금분할해 애틀랜타 타선에 공략할 빌미를 주지 않았다.
팀의 4-1 승리로 7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며 시즌 3승(2패)째를 수확했다.
류현진은 4월 8일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 이어 시즌 두 번째로 7이닝을 던졌다.
또 시즌 세 번째로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도 달성했다.
류현진이 선발 몫을 제대로 해준 덕분에 토론토는 타일러 챗우드(8회), A.J.콜(9회) 세 명의 투수로 깔끔하게 승리를 챙겼다.
선발-셋업맨-마무리 3명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승리 공식이 모처럼 토론토에서 연출된 셈이다.
애틀랜타 타선에 맞서 역투하는 류현진 [AFP=연합뉴스]
류현진의 가치는 팀에서 유일하게 7이닝을 던지는 투수라는 점에서 더욱 빛난다.
류현진보다 더 많은 5승을 따낸 스티븐 매츠, 선발진을 형성하는 로비 레이, 로스 스트리플링 등 나머지 선발 투수 중 올해 7이닝을 던진 투수는 류현진뿐이다.
매츠는 류현진과 똑같이 3차례 QS를 달성했지만, 모두 6이닝 투구였다.
레이는 4차례 QS를 하고도 7회를 한 번도 못 넘겼다.
선발 투수들의 투구 이닝이 150이닝에 불과해 아메리칸리그 이 부문 최하위일 정도로 토론토는 구원 투수들에게 크게 의존하는 팀이다.
불펜 운용 때문에 날마다 머리가 복잡한 상황에서 류현진이 등판하면 그나마 몬토요 감독은 고민을 던다.
경기를 풀어갈 줄 아는 류현진의 운영 능력 덕분이다.
류현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팀당 60경기만 치른 지난해에도 팀에서 처음으로 7이닝을 던졌다.
2020년 9월 25일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한 정규리그 마지막 등판에서 7이닝 무실점의 쾌투로 양키스전 통산 첫 승리와 토론토의 포스트시즌 출전 확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불펜의 부담을 지우고 긴 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키는 류현진이야말로 진정한 토론토 마운드의 보배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류현진 "밸런스 교정-커터 구속 변화, 좋은 결과로 이어져"
애틀랜타전서 7이닝 1실점으로 시즌 3승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이 12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원정경기를 마친 뒤 화상 인터뷰하고 있다. [MLB 화상인터뷰 캡처]
올 시즌 두 번째로 7이닝을 소화하며 3승(2패)을 거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호투의 비결을 '컷패스트볼' 변화와 '밸런스 교정'이라고 답했다.
류현진은 13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인터리그 원정 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1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해 팀의 4-1 승리를 이끈 뒤 "오늘 경기를 앞두고 여러 가지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경기에선 몸의 중심이 앞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를 뒤로 교정하는 준비 과정을 밟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컷패스트볼은 약간 느리지만 움직임이 큰 슬라이더 성으로 던졌다"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류현진과 일문일답.
-- 부상에서 돌아온 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 처음 부상으로 빠졌을 때 큰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신경 쓸 정도의 몸 상태는 아니었다. 현재 몸 상태는 괜찮다.
-- 여러 가지 구종을 활용했다. 특히 좋았다고 느낀 구종은.
▲ 지난 경기보다 직구에 힘이 실린 것 같다. 커브도 좋았다. 오늘 커브를 많이 던졌다.
-- 치열한 투수전 양상이 펼쳐졌다. 투수전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좀 더 집중력이 생긴다. 점수 차이가 벌어지면 나도 모르게 설렁설렁 공을 던질 수 있다. 아마 모든 투수는 투수전에서 좀 더 집중할 것이다.
-- 최근 긴 이닝을 던지는 투수를 찾기 어렵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 선발 투수라면 최소 6~7이닝 정도는 던져야 한다. 투구 수 관리를 잘해야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 특히 경기 초반 투구 수 관리가 중요하다.
-- 오랜만에 타격을 했는데.
▲ 재밌었다. 훈련할 때처럼 하진 못했다. 원래 타격을 좋아한다. 삼진 2개를 기록해 아쉽다.
-- 타격 훈련 때 홈런을 쳤나.
▲ 많이 친 것 같다.
-- 컷패스트볼의 움직임이 이전 경기와 다른 것 같다. 오늘은 약간 느리지만 움직임이 컸는데.
▲ 경기 전 준비한 부분이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어떻게 보면 슬라이더로 볼 수도 있다.
-- (천적 관계인) 애틀랜타의 프레디 프리먼은 어떤 타자라고 생각하나.
▲ 위협적인 타자다. 오늘은 아웃카운트를 잘 잡았지만, 예전엔 어려운 타자였다. 지금도 리그에서 손꼽히는 타자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오늘의 운은 내게 따른 것 같다.
-- 홈런을 허용한 상황에서 체인지업만 3개를 던졌다. 누구의 사인이었나.
▲ 포수 대니 잰슨과 같은 생각이었다.
-- 지난 경기에선 몸의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았다고 했는데 오늘은 어땠나. 어떻게 준비했나.
▲ 몸의 중심이 앞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다. 투수 코치님이 그 부분에 관해 조언했다. 나 역시 느꼈다. 오늘 선발 등판을 준비하면서 몸의 중심을 뒤에 놓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등판을 앞두고 좋아졌다. 오늘 경기에선 좋은 밸런스로 공을 던진 것 같다.
몬토요 감독 "류현진, 다음에 어떤 공 던질지 누가 알까" 극찬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 [AP=연합뉴스]
찰리 몬토요(56) 토론토 블루제이스 감독이 다양한 공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류현진(34)의 능력에 감탄했다.
몬토요 감독은 13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미국프로야구 인터리그 방문 경기에서 4-1로 승리한 뒤, 화상 인터뷰에서 류현진의 투구를 칭찬했다.
이날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7이닝을 5피안타 1실점으로 막았다. 삼진은 6개를 잡았고, 볼넷은 1개만 내줬다.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이 류현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며 "류현진은 계속해서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했고, 끊임없이 타자들의 밸런스를 깨뜨렸다"고 총평했다.
이어 "류현진이 다음에 어떤 공을 던질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오늘 류현진은 압도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류현진은 직구 30개(32%), 체인지업 25개(27%), 커터 22개(23%), 커브 17개(18%)를 고르게 던졌다. 류현진은 4개 구종을 완벽하게 구사하며 애틀랜타 타선을 압도했다.
몬토요 감독은 "류현진이 투구 수를 잘 조절하며 긴 이닝을 던졌다. 같은 타자를 3번 상대하는 동안에도 편안하게 투구했다"고 긴 이닝을 소화한 류현진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현지 매체도 류현진을 향해 찬사를 보냈다.
MLB 닷컴은 "토론토 선발 투수들이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부진한 가운데, 류현진은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직구, 체인지업, 커브, 컷패스트볼 등으로 균형 잡힌 투구를 하면서 94개의 공으로 7이닝을 소화하는 효율적인 모습을 펼쳤다"고 류현진의 호투를 조명했다.
MLB닷컴은 "오늘 같은 모습이 계속된다면 류현진의 구속이 올라오지 않더라도 토론토 구단은 류현진의 계속된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류현진은 상대 팀 선발 맥스 프라이드와 치열한 투수전을 펼쳤다"며 "오늘 같은 경기가 많아진다면 MLB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강조하는 경기 시간 단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빠른 승부로 짧은 시간 안에 상대 타선을 요리한 류현진의 호투를 유쾌하게 표현한 것이다.
토론토 선은 "류현진의 날이었다"며 "그의 유일한 흠은 5회에 허용한 솔로 홈런뿐이었다"고 칭찬했다.
AP도 "토론토는 류현진의 호투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홈런 2개로 애틀랜타에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MLB닷컴 "다시 류현진으로 돌아왔다"…시즌 3승 현지 매체 극찬
스포츠넷 "오늘 같은 경기 많아진다면 MLB 시간 단축 문제 해결"
'에이스'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흔들림 없는 호투에 현지 매체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MLB닷컴은 13일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원정경기에서 7이닝 5피안타(1홈런) 1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3승을 거머쥔 류현진을 조명했다.
토론토는 류현진의 호투를 발판으로 4-1 승리를 거뒀다.
이 매체는 경기 후 "다시 류현진으로 돌아왔다"라는 제목으로 부상 복귀 후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인 류현진의 모습을 소개했다.
MLB닷컴은 "토론토 선발 투수들은 각종 부상에 시달리며 부진한 가운데, 류현진은 에이스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직구, 체인지업, 커브, 컷패스트볼 등으로 균형 잡힌 투구를 하면서 94개의 공으로 7이닝을 소화하는 효율적인 모습을 펼쳤다"고 보도했다.
MLB닷컴은 "오늘 같은 모습이 계속된다면 류현진의 구속이 올라오지 않더라도 토론토 구단은 류현진의 계속된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매체 스포츠넷은 "류현진은 상대 팀 선발 맥스 프라이드와 치열한 투수전을 펼쳤다"며 "오늘 같은 경기가 많아진다면 MLB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강조하는 경기 시간 단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빠른 승부로 짧은 시간 안에 상대 타선을 요리한 류현진의 호투를 유쾌하게 표현한 것이다.
토론토 선은 "류현진의 날이었다"며 "그의 유일한 흠은 5회에 허용한 솔로 홈런뿐이었다"고 칭찬했다.
AP도 "토론토는 류현진의 호투와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홈런 2개로 애틀랜타에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을 방문 중인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11일 워싱턴DC 한 호텔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일 방미한 황 전 대표는 12일 귀국길에 올랐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소속의 지자체장들이 있는 서울·부산·제주 등이라도 굳건한 한-미 동맹의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백신 1000만회분에 대한 지원을 부탁했다” (황교안)
“아무리 대권행보가 급했다지만 미국까지 가서 국민의힘 단체장 있는 곳만 백신을 달라니요?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지역 국민만 국민입니까?”(장제원)
“껍데기에 빠진 한미동맹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직접 나서겠다”며 지난 5일 미국으로 떠났던 황 전 대표의 귀국길에 ‘나라 망신’ 논란이 일었습니다. 미국 정부에 코로나19 백신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서울·부산·제주만 우선 지원해달라고 말한 것을 놓고 ‘국민 편가르기’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것입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마저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며 저격했습니다.
한미동맹 언급하며 서울·부산·제주 콕 찍은 황교안
문제의 발언은 황 전 대표가 지난 11일 미국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연 특파원 간담회에서 나왔습니다. 황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미 주요 업체 백신 1000만개를 한-미 동맹 혈맹 차원에서 대한민국 쪽에 전달해줄 것을 정·재계 및 각종 기관 등에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황 전 대표는 “특히 국민의힘 소속의 지자체장들이 있는 서울·부산·제주 등이라도 굳건한 한-미 동맹의 상징적 차원에서라도 백신 1000만회분에 대한 지원을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과 부산은 지난달 7일 보궐선거에서 각각 국민의힘 오세훈, 박형준 후보가 당선됐고, 제주는 같은 당의 원희룡 도지사가 도정을 맡고 있습니다. 황 전 대표는 ‘굳건한 한-미 동맹의 상징적 차원’이라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야당이 단체장을 맡고 있는 세 지역만 콕 집어 백신 지원을 요청한 것이 한-미 동맹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여당은 황 전 대표의 발언이 ‘정치 재개를 위한 얕은수’라며 비판했습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일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나와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가신 분이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을 구하겠다는 거로 치환해서 말씀하신 것 같다”며 “황교안 전 대표가 정치를 재개하고 싶은가 보다. 쿨하게 하시면 되는데 미국에서까지 왜 그렇게 나라 망신을 시키는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57년생 황 총리께서 공항에서 출국할 때 가방을 짊어지고 가길래 백신 구하러 가는 것 아닌가 걱정했다”며 “5월13일부터 57년생도 백신을 예약받고 있으니 어서 돌아와 서둘러 예약하고 6월7일부터 접종받으시기 바란다”고 비꼬았습니다.
국민의힘도 부정적 분위기입니다. 장제원 의원은 12일 저녁 페이스북에 “나라 망신”이라며 황 전 대표를 저격했습니다. 장 의원은 “황 전 대표는 자중하길 바란다”며 “아무리 대권행보가 급했다지만, 미국까지 가서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서울, 부산 제주라도 백신을 달라니요? 국민의힘 단체장이 있는 지역 국민만 국민입니까?”라고 썼습니다. “나라 망신도 이런 망신이 어디 있습니까?” “백신까지도 편 가르기 도구로 이용하는 전직 총리의 어설픈 백신 정치가 국민들을 얼마나 짜증 나게 하고 있는지 깨닫기 바란다” “낯뜨겁다. 제발 이러지 좀 맙시다” 등의 날 선 표현으로 쏘아붙였습니다.
당내에선 같은 날 ‘백신 사절단’으로 미국에 간 박진·최형두 의원의 행보가 황 전 대표와 함께 엮여 비판을 받지 않을까 우려도 나옵니다. 비판이 잇따르자 황 전 대표는 13일 새벽 페이스북에 “우선 제 진심이 잘못 전달된 것 같아 황당하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유의 번지수 잘못 찾은 해명을 했습니다. 서울·부산·제주를 언급한 데 대해 “오로지 청와대, 정부, 여당을 독려하기 위한 수사였다”는 겁니다. 야당이 ‘백신 외교’를 함께 하자고 제안했는데도 여당이 이를 거절하니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을 하라고 압박을 하고자 몇 가지 예로 든 것”이라고 했습니다.
황 전 대표 “정부에 적극적 협상 압박하려 든 예시에 불과”
그러면서 “만약 소극적으로 해서 협상을 그르치면, 다른 방법도 있을 수 있다는 압박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정부의 백신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자신이 직접 미국을 방문해 백신 협상에 물꼬를 터 정부를 압박한 것이며, 서울·제주·부산 지역 이름은 그 과정에서 나온 예시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황 전 대표는 “저는 ‘국민 편 가르기’ 생각은 전혀 없다. 장 의원님을 비롯해 이 일로 마음 상하신 분이 계시다면 사과드린다”며 “다급하고 절박한 마음에서 한 절규임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고 몸을 낮췄습니다.
그러나 장 의원은 황 전 대표의 해명에 “다행”이라면서도 “경솔한 언행이었다”며 쓴소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장 의원은 “본인의 의도와는 달리 황 대표님의 모든 발언이나 행동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며 “해당 발언이 해명하신 것처럼 ‘다급하고 절박한 마음에서 한 절규’이거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압박’이라고 느껴지기보다는 정치적·외교적 경솔함으로 비춰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국민들께서 얼마나 공감하실지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국경과 시차를 넘나들며 이어진 황 전 대표와 장 의원의 설전은 장 의원의 쓴소리로 끝났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백신 접종이 절박한 국민들에게 황 전 대표의 실언은 오랫동안 남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 초부터 정계 복귀를 위해 몸풀기를 시작한 황 전 대표가 당심을 잡으려다 민심에 상처만 남겼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연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