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배상 '각하' 재판부, 일 소송비용 추심도 불가 결정

대법원 판례를 1심서 잇달아 뒤집어 ... 판결문엔 외교문제까지 언급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이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까지 일본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 잇달아 제동이 걸리면서 피해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게 됐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피해자 85명이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6년을 끈 끝에 이날 각하 판결을 내렸다.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승소로 확정지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같은 법원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가 이용수 할머니와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 등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이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낸 2차 소송으로, 1차 소송의 피해자들이 지난 1월 일본 정부에 승소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정반대 결론을 내린 것이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을 심리하지 않고 내리는 결정이다. 각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과 법률적 의미는 다르지만, 청구가 인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사실상 같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은 1965년 한일 양국 정부간 체결한 청구권협정이 개인의 배상청구권에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2차 소송은 일본에 '국가면제'(주권면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국가면제란 한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의 재판 관할권으로부터 면제되는 것을 뜻한다.

이유는 다르지만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나 기업에 대해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없다는 결론은 동일하다.

 

게다가 위안부 1차 소송에서 승소한 피해자들조차 실제로 배상금을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소송에 철저히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도 걸림돌이지만 당초 배상 판결을 내린 재판부까지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1차 소송에서 승소한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재산을 파악해 배상금을 추심하기 위해 올해 4월 재산 명시를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법원이 1차 소송에 패소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우리 정부가 소송비용을 추심할 수 없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려 논란을 낳고 있다.

 

소송비용은 일반적으로 패소한 측이 승소한 쪽에서 낼 금액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할머니들이 소송구조 제도를 이용해 소송이 끝날 때까지 비용 납부를 유예받은 상태여서, 절차대로라면 패소한 일본 정부가 할머니들의 소송비용을 우리 정부에 대신 물어야 하는데 법원에서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추심 불가 결정을 내린 재판부는 다름 아닌 이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각하한 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다. 이 재판부는 앞서 지난 1월 위안부 1차 소송에서 배상 판결을 내린 뒤 재판장이 교체된 상태다.

 

이 재판부는 지난 4월 일본의 소송비용 추심을 면제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비엔나 협약 27조에 따라 위안부 합의 등 조약의 효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강제징용 배상 각하 판결에서 한일 청구권협정을 내세워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낼 수 없다고 판단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13년 걸린 강제징용 대법 판결, 2년8개월만에 뒤집혀

 재판부, 2018년 당시 소수의견 추종…논란 확산할 듯

 갑자기 선고일 사흘 앞당겨…"법정 평온 · 안정 위해"

 "국제재판 패소하면 문명국 위신 추락" 표현도 논란

 

대법원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배상 판결을 확정한 지 2년 8개월 만에 다시 이를 뒤집는 1심 판결이 나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양호 부장판사)는 7일 강제징용 피해자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이는 앞서 2018년 10월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정면 배치된다.

 

법원 각하 결정에 '항소' 의견 밝히는 '강제징용' 피해자: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았다.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장덕환 대표(오른쪽)가 공판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항소 의견을 밝히고 있다.

 

◇ 판례 세우는 데 13년 걸렸는데 2년 8개월 만에 뒤집어

재판부는 "이번 판결은 다른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인 2018년 10월 30일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 의견과 결론적으로 동일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언급한 전원합의체 판결은 여운택·신천수·이춘식·김규식 할아버지가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의 재상고심 판결로, 대법원은 "원고 1인당 1억원씩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당시 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제한되는 것으로 봐야 하므로 (일본 기업이 아닌) 대한민국이 피해자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의 의견이 재판부가 이날 각하 판결과 동일한 취지라고 언급한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 의견이다.

당시 사건 피해자들은 2005년 국내 법원에서 소송을 내 1·2심에서 패소했다가 2012년 대법원에서 승소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고, 파기환송심을 거쳐 2018년 10월에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이 확정 판결은 국내 법원에서만 13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와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지는 등 극심한 진통을 낳았다. 연합뉴스

 

징용손배 1심 “한강의 기적·문명국 위신” 이유로…대법 판례 역주행
       법조계 “대법 전합 소수의견을 그대로 따와…
       판사가 법리아닌 외교적 마찰 언급 부적절”
       피해자쪽 “언제까지 이렇게 울어야 하는가”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와 유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1심 선고에서 각하 판결을 받은 유족 임철호(왼쪽)씨와 대일민간청구권 소송단 장덕환 대표가 공판이 끝난 뒤 법원을 빠져 나가고 있다. 임씨의 아버지인 임정규 씨는 일제 치하 당시 일본 나가사키로 강제 노역을 갔다 돌아오지 못했다. 연합뉴스

 

법원이 7일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피해자들에게는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일제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배상 판결을 확정한 지 2년8개월 만에 이를 뒤집는 하급심 판결이 나오면서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한강의 기적’을 언급하고, 피해자가 승소하게 되면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이 우려된다는 취지의 표현을 기재한 점을 두고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뒤집은 하급심…“전합 판결은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는 이날 강제노역 피해자 송아무개씨 등 85명이 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 등 전범기업 16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해당한다”며 각하 이유를 밝혔다.

1965년 박정희 정부가 체결한 한·일 청구권협정에는 “두 나라와 그 국민 간 청구권 문제가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부 판단은 강제노역 피해자 개인이 일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개인청구권 또한 이 협약에서 말하는 ’청구권‘에 포함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일본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논리다.

 

문제는 이런 판단이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의 다수의견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일본제철 강제노역 피해자 이춘식씨 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전합은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국가 간 협정으로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며 피해자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 사건 쟁점이었던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했는지’를 두고 전합은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며 피해자 쪽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관 7대6의 의견이었다. 다만, 소수의견(권순일·조재연 대법관)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날 사건 재판부도 전합 판결의 소수의견과 결론적으로 동일한 판단을 한 셈이다.

 

법조계 일각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심 재판부가 전합과 다른 판결을 내리면서 내놓은 논리가 빈약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강제동원 사건에서 피해자 쪽을 대리한 임재성 변호사는 “하급심이 전합 판결과 다른 판결을 내놓을 수 있지만, 전합 판결을 반박할 수 있는 충분한 논리와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 전합 소수의견과 동일한 것으로 법리가 앙상하다”고 비판했다.

 

이 사건 재판부는 전합 판결을 두고 도리어 “국내 최고재판소의 판결이지만,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이에 터잡은 징용의 불법성을 전제로 하고 있어 이러한 판결은 단지 국내법적 해석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징용의 불법성은 유감스럽게도 모두 국내법적 해석”이라며 “일본을 포함한 어느 나라도 자신들의 식민지배 불법성을 인정했다는 자료가 없고, 국제법적으로도 그 불법성이 인정한 자료가 없다. (중략)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이사건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일괄 보상하기로 합의한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제노역 판결문에 등장한 “한강의 기적”,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

재판부가 판결문에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받은 외화 덕에 ‘한강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쓴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재판 과정에서 강제노역 피해자들은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타결된 3억 달러는 과소하므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포함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대해 재판부가 “당시 낙후한 후진국 지위에 있던 대한민국과 이미 경제대국에 진입한 일본국 사이에 이뤄진 과거의 청구권협정을 현재의 잣대로 판단하는 오류”라며 “당시 대한민국이 청구권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되는 세계 경제사에 기록되는 눈부신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며 원고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한·일 관계가 꼬인 매듭을 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식민지배 책임을 제대로 묻지 못한 한·일 청구권협정이 꼽히는 상황에서, 재판부는 이 협정으로 한국이 “눈부신 경제성장”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일 외교갈등을 우려하는 듯한 표현을 담은 것도 불필요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청구를 인용하는 본안판결이 선고돼 확정되고 강제집행까지 마쳐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역효과”가 있다며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책임을 거부하는 일본기업들에 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의 국내 자산을 압류하는 등 강제집행 절차로 나갈 수 있는데, 이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에 해가 된다며 외교적 갈등상황을 우려하는 듯한 문구를 써넣은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 전합 판결이 국제사법재판소로 간다면 “대한민국 사법부의 신뢰에 치명적 손상”, “문명국으로서의 위신은 바닥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썼다. 이어 “분단국이 현실과 세계 4강의 강대국 사이에 위치한 대한민국으로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헌법적 가치를 공유하는 서방세력의 대표국가들 중 하나인 일본과의 관계가 훼손되고, 이는 결국 한미동맹으로 우리 안보와 직결된 미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대목도 담았다.

 

민변 “일본 보복 걱정에 법관 양심 저버려”…선고기일 당일 바꾼 것도 논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15개 시민단체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이 사건 판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법원에서 최근 정립된 청구권협정에 대한 해석에 대해 특별히 새로운 법리적 논거 없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서, 오히려 비본질적·비법률적 근거를 들어 판결을 선고했다는 점”이라며 “일본의 보복과 이로 인한 나라 걱정에 법관으로서의 독립과 양심을 저버린 판단을 했다.

민사소송 원고의 권리를 인정하면 ‘대한민국의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가 위태로워진다는 금시초문의 법리를 설시하면서 개인보다 국가가 우선이라는 논리를 별다른 부끄러움 없이 판결문에 명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이번 판결은 항소심에서 파기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정부가 만들어낸 현실에 굴복한 1심 재판부의 비상식적, 비법리적 판단은 중대한 비판을 받아야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쪽은 울분을 터트렸다. 장덕환 일제 강제노역피해자 정의구현 전국연합회 회장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 결과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며 “정말 가슴을 치고 통탄할 일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이렇게 울어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쪽을 대리한 강길 변호사는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애초 이 사건 선고기일은 오는 10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이날 재판부가 갑자기 선고기일을 변경하면서 혼란이 일었다. 갑작스러운 기일 변경으로 지방에 사는 피해자들 다수는 법원에 나오지 못했다. 재판부는 “법정의 평온과 안정을 고려해 판결선고기일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고령의 원고들이 다수 모이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해명했다. 신민정 기자

 

강제징용 소송 각하 판결, 한-일 관계 변수 안될 듯

1심 판결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론 전면 부정
전문가들, 법원이 ‘외교’ 고려한 “이례적 판결”

 

정부가 7일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 제동을 건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일본 정부와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관련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정부로서는 앞으로도 사법판결과 피해자 권리를 존중하고 한-일 관계 등을 고려하면서 양국 정부와 모든 당사자가 수용 가능한 합리적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데 대해 열린 입장으로 일측과 관련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민사부(재판장 김양호)는 강제징용 피해자 송아무개씨와 유족 등 85명이 일본제철·닛산화학·미쓰비시중공업·스미세키 등 일본 기업 16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의 소를 모두 각하했다.

 

재판부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2조)이 “개인청구권의 완전한 소멸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이 일본이나 일본 국민을 상대로 소로써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비엔나협약(27조)를 들어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는 국내법적 사정”만으로 “청구권협정의 ‘불이행’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면서 청구권협정에 배치되는 발언이나 행위는 “국제법상 금반언의 원칙(禁反言·이미 표명한 자신의 언행에 대해 모순되는 행위를 할 수 없다는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비록 1심이지만 이는 2018년 10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한반도에 대한 불법적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를 전제로 하는 위자료 청구권’이어서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2013다61381)과 배치되는 결과여서 주목된다. 당시 대법원은 일본기업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 배상하라는 서울고법의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이번 판결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재판부가 ‘외교적 고려’를 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청구가 인용돼 강제집행까지 갈 경우 “국제적으로 초래될 수 있는 역효과 등까지 고려해 보면, 강제집행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라는 헌법상의 대원칙을 침해하는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지난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뒤 일본 정부의 반발로 한-일 관계가 곤두박질쳤으며 지금껏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모양새다. 재판부는 설명자료에서 “(법원이) 헌법기관으로서 헌법과 국가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위와 같이 판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여 이런 해석에 무게를 더했다.

 

이와 관련해 한-일 전후보상 소송에 오랫동안 참여해 온 이상희 변호사는“대통령과 외교부가 고민해야 할 일을 재판부가 한 것”이라며 “아주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날 판결 결과에 대해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결을 그대로 따라 했다”며 “금반언이라는 일반 법리를 가지고 소를 각하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도 “20년 전 일본 최고재판소가 판결했던 논의와 같다”면서도 “1심이기 때문에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항소하면 (사안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에서는 이번 판결이 한-일 관계에 특별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오는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 또는 한미일 정상회의 추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지만 “그럴 개연성은 적다”는 게 정부 관계자 설명이다.

 

정부에서는 이번 판결 자체가 한-일 관계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점에서 다소 안도하는 모양새지만, 어차피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기 때문에 딱히 호재로 작용할 일도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지은 기자

 

대만은 군사 · 전략적 의미 큰 부여
중 “민진당 정치적 위기 모면 목적”

 

미국 연방 상원의원들이 지난 6일 대만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도착한 뒤 손을 흔들고 있다. 타이베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상원의원단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미 공군 전략 수송기를 이용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대만 쪽에선 군사·전략적 의미를 크게 부여한 반면, 중국 쪽에선 ‘살라미 전술’을 이용한 의도적 도발이라고 평가절하했다.

 

7일 대만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태미 덕워스(민주·일리노이) 등 미 연방 상원의원 3명을 태운 미 공군 C-17 수송기가 전날 타이베이 쑹산공항에 착륙했다. 이들은 차이잉원 총통을 예방하고, 미국 쪽이 대만에 코로나19 백신 75만회분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관심의 초점은 이들이 타고 온 항공기에 집중됐다. 통상 미 고위직은 해외 방문 때 하와이 히컴 공군기지에 주둔한 미 공군 제15비행단이 운영하는 C-40 ‘클리퍼’를 이용한다. 지난해 8월 알렉스 아자르 당시 미 보건장관이 대만을 방문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엔 한국 오산기지에서 출발한 미 공군의 대형 전술·전략 수송기인 C-17 ‘글로브 마스터’를 이용했다.

 

맥도널더글라스와 보잉이 공동 개발한 이 수송기는 길이 53m, 무게 265t, 최대항속 시속 1080km에 이른다. 대만 <자유시보> C-17의 재원을 상세히 소개한 뒤, “71t의 화물을 탑재하고 최대 4480km를 비행할 수 있으며, 공중 재급유를 받으면 항속거리를 1만1000km까지 늘릴 수 있다”며 “M1 에이브럼스 탱크와 스트라이커 경장갑차 등도 실을 수 있고, 활주로가 짧은 소형 공항에서도 이착륙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대만중앙통신>(CNA)은 미 현직 상원의원단의 대만 방문이란 정치·외교적 의미 외에 ‘군사·전략적 의미’를 강조하고 나섰다. 통신은 린잉요우 중정대 교수의 말을 따 “C-17은 전략 전술수송기로 이번엔 상원의원이 탑승했지만, 비상 사태 발생시 미군이 긴급 수송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짚었다.

 

쑤쯔윈 대만 국방안전연구원 연구위원도 통신에 “C-17은 여러차례 한-미 연합훈련에 동원됐지만, 한국에 착륙한 것은 지난 5월 대구공항이 처음”이라며 “대구공항은 쑹산공항과 마찬가지로 민군 겸용공항이며, 이번 방문길에 쑹산공항에 착륙한 것은 긴급 상황시 대형 수송기의 이착륙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시킨 것도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중국 쪽에선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정치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다만 앞선 미 고위인사의 대만 방문 때처럼 공군기를 동원한 ‘위협 비행’ 등은 벌이지 않았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대만 쪽도 이같은 행동이 대만 해협의 긴장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긴장을 고조시킨 것은 대만인의 관심을 본토 쪽으로 돌려 민진당 정권에 대한 불만을 피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신문은 “미국과 대만이 (단계별로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살라미 전술을 이용해 도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이를 좌시한다면 더욱 대담하게 도발의 강도를 높여갈 수 있으므로 절대 용인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토는 대만에 대한 압도적 군사력 우위 속에 대만해협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미국의 개입을 차단할 능력도 있다”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행동을 실행에 옮길 실질적 자유를 갖췄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2002년 6월4일 오후 부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폴란드 경기에서 유상철(맨왼쪽)이 후반 8분 두번째 골을 터뜨린 뒤 설기현(왼쪽 두번째), 김태영(등번호 7번), 박지성(오른쪽) 등 동료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의 주역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별세했다. 향년 50. 

대한축구협회는 7일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유상철 감독이 서울 아산병원에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유상철 감독은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시절 췌장암으로 진단됐고, 이후 1년여 치료를 받아왔으나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유 감독은 2019년 11월 자신의 몸 상태를 세상에 알렸다. 췌장암 4기였다. 이후 2020년 1월 인천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항암치료를 받으며 건강 회복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팬들한테는 병마와 싸워 이겨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몸 상태가 악화했고 이날 세상을 등졌다. 

 

유상철 감독은 선수 시절 원조 멀티플레이어로 유명했다. 수비에서 미드필더, 공격까지 모든 포지션을 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마지막 벨기에전에서는 투혼의 동점골(1-1)을 뽑아내 팬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고,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는 첫 경기인 폴란드전에서 골을 뽑아내는 등 한국을 4강에 올린 주역이었다. 대표팀 경기 124회 출장, 18골의 기록을 남겼다.

 

1971년 서울 출생으로 건국대를 졸업했으며, 1994년 울산 현대에 입단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일본의 요코하마, 가시와 레이솔 등에서 뛰었고, 2006년 울산 현대에서 프로 생활을 마감했다. 국내 프로에서는 142경기에서 37골을 올렸다.

 

선수 은퇴 뒤 지도자의 길에 들어선 유 감독은 선수층이나 재정 측면에서 좋은 팀을 만나지 못했다. 이런 까닭에 늘 도전하는 감독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 대전 시티즌, 전남 드래곤즈의 감독을 역임했고, 2019년에는 마지막으로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끌었다.

 

당시 유 감독은 팀이 시즌 막판 강등권까지 가는 위기를 겪었지만, 지도자로서 능력을 발휘하며 팀을 1부 리그에 잔류시켰다. 췌장암 진단을 받았음에도 선수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웃음을 잃지 않고 현장을 지키면서 선수들의 응집력을 끌어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워낙 축구 재능이 뛰어나면서도 마음이 착한 선수였다.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도 팀을 위해 헌신했고, 스포츠의 정신을 몸으로 보여주었다”고 회고했다. 김창금 기자

세계 여자 골프에 '동남아시아' 경계령

● 스포츠 연예 2021. 6. 8. 01:0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이번 시즌 메이저대회에서 태국·필리핀 선수 우승

무서운 상승세...도쿄올림픽 한국 2연패 길목 험난

 

필리핀 국기 펼친 팬들 사이에서 트로피 든 유카 사소 [Kyle Terada-USA TODAY Sports/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강' 한국 여자 골프의 올림픽 2연패 길목에 동남아시아 경계령이 떨어졌다.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동남아시아 선수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6일 끝난 US여자오픈 최종일에 유카 사소(필리핀)가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필리핀 선수로는 처음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사소는 오는 7월 도쿄 올림픽에 필리핀 대표로 출전할 게 확실하다.

 

사소는 이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지금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상급으로 활약하는 임희정(21), 유해란(20)이 출전한 한국을 따돌리고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휩쓴 바 있다.

 

빠르고 강한 스윙과 탄도 높은 아이언샷에 언제나 홀을 지나가는 과감한 퍼팅 등 탄탄한 기본기와 20세 나이에도 두둑한 배짱이 강점이다.

2019년 세계랭킹 1위였던 박성현(28)은 필리핀 투어 대회에서 17세이던 사소와 사흘 내내 경기를 치렀다. 당시 최전성기였던 박성현은 "나보다 더 멀리, 더 강하게 볼을 때린다"면서 감탄했다.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우승 퍼트를 넣고 기뻐하는 타와타나낏.[AP=연합뉴스]

 

US오픈에 앞서 LPGA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무시무시한 장타를 앞세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한 패티 타와타나낏(미국)도 이변이 없는 한 도쿄 올림픽에 태국 국기를 달고 참가한다.

타와타나낏은 세계랭킹 10위에 이름을 올려놨다.

 

사소와 타와타나낏은 20대 초반 '젊은 피'라는 점도 눈에 띈다. 사소는 2001년생, 타와타나낏은 1999년생이다.

도쿄 올림픽뿐 아니라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도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태국은 또 세계랭킹 1위를 했던 에리야 쭈타누깐이 부활하면서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강력한 '원투 펀치'를 갖췄다.

 

필리핀 2001년생 사소, US여자오픈 제패…박인비와 최연소 타이

연장전서 하타오카 꺾고 우승… LPGA 입회 · 5년간 투어 카드 확보

선두로 4라운드 나선 톰프슨 후반 무너져 3위…고진영 · 박인비 7위

 

우승 트로피 든 유카 사소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필리핀의 2001년생 유카 사소가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을 제패했다.

사소는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 클럽 레이크코스(파71·6천383야드)에서 열린 제76회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하나, 더블보기 2개를 묶어 2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합계 4언더파 280타를 기록한 사소는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공동 선두를 이뤄 이어진 연장전에서 승리를 거둬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1억 1천만원)다.

사소는 19세 11개월 17일에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2008년 박인비(33)와 대회 최연소 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필리핀 선수로는 2000년대 초반 2승을 올린 제니퍼 로살레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필리핀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사소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쓰는 등 아마추어 때부터 이름을 날린 기대주다.

이듬해 프로로 전향,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나서 8월에만 2승을 수확했다.

 

LPGA 투어에는 정식으로 입회하지 않은 가운데 초청 선수로 이따금 대회에 나서며 4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메이저대회에서 첫 우승을 수확해 본격적인 미국 무대 진출의 발판을 놨다.

 

LPGA 투어는 대회를 마치고 "사소가 회원 자격을 받아들였으며, 5년간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면서 "각종 포인트는 오늘 자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사소는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시즌 상금 총액 89만451달러를 단숨에 앞질러 상금 1위로 나섰다.

이날 최종 라운드 후반까지도 사소의 우승을 점치기는 쉽지 않았다.

선두 렉시 톰프슨(미국)에게 한 타 뒤진 2위로 출발했으나 2번(파4), 3번(파3)에서 연속 더블보기가 나와 초반 선두 경쟁에서 멀어졌다.

톰프슨이 2위와 4타 차로 전반을 마치며 2014년 4월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이후 7년 만의 메이저대회 우승에 가까워진 듯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흔들린 톰프슨의 샷이 우승 경쟁 판도도 뒤흔들었다.

11번 홀(파4) 더블보기를 적어내 여유를 잃은 톰프슨은 14번 홀(파4)에서도 티샷부터 좋지 않은 여파로 보기를 써내 공동 2위에 2타 차로 쫓겼다.

 

그가 무너지는 사이 앞 조에서 경기한 하타오카가 13∼16번 홀에서만 3타를 줄여 한 타 차로 압박했고, 사소도 16번 홀(파5) 버디로 추격하며 승부는 안갯속에 빠졌다.

수세에 몰린 톰프슨은 17번 홀(파5)에서 한 타를 잃어 하타오카,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사소에게 공동 선두를 내줬고, 18번 홀(파4)에서도 난조가 이어지며 보기에 그쳐 결국 마지막 홀에서 선두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9번(파4)과 18번 홀 결과를 합산해 승자를 가리는 방식의 연장전에서 사소와 하타오카 모두 연이어 파를 지켜냈고, 서든 데스로 이어진 9번 홀에서 사소가 3m가량의 버디 퍼트를 넣으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사소는 "더블보기 두 개가 나왔을 땐 사실 속상했지만, 캐디가 아직 남은 홀이 많다며 계속해보자고 말해줘 그렇게 했다"며 "트로피에 모든 위대한 선수들의 이름이 있는 것을 봤는데, 내 이름도 들어간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필리핀에서 저를 응원해주는 분이 많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어떻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곳에도 필리핀 국기를 들고 있는 분이 많이 있었는데, 정말 큰 힘이 됐다"고도 말했다.

올해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에서는 4월 ANA 인스피레이션의 패티 타와타나낏(22·태국)에 이어 동남아시아 국적의 신예급 선수가 우승했다.

 

    역전당한 렉시 톰프슨

 

미국 선수로는 2016년 브리트니 랭 이후 5년 만에 US여자오픈 우승을 바라봤던 톰프슨은 후반에만 5타를 잃는 등 최종 라운드 4오버파에 그쳐 3위(3언더파 281타)로 대회를 마쳤다.

US여자오픈에선 2017년 박성현(28), 2019년 이정은(25), 지난해 김아림(26) 등 최근 4년 중 세 차례 한국인 우승자가 나왔으나 올해는 불발됐다.

 

한국 선수 중엔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과 세계랭킹 2위 박인비가 최종합계 1오버파 285타, 공동 7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공동 3위로 출발한 이정은은 5타를 잃어 공동 12위(2오버파 286타)로 밀렸다.

김세영(28)은 공동 16위(4오버파 288타), 김효주(26)가 공동 20위(5오버파 289타), 유소연(31)이 22위(6오버파 290타)에 자리했다.

 

필리핀·일 이중국적 사소 US여자오픈 우승에 일본 환호

 "박인비와 맞먹는 최연소 기록"…관방장관 "훌륭한 역전승" 칭찬

 도쿄증시 골프 관련주 들썩…장래 일본 국적 선택 가능성에 주목

 

일본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소 유카(笹生優花)가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자 일본 열도가 환호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사소의 우승을 비중 있게 다루며 의미를 부여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사소가 만 20세를 눈앞에 둔 19세 11개월의 연령으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으며 이는 2008년 박인비와 어깨를 견주는 최연소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교도통신은 사소가 히구치 히사코(樋口久子, 1997년 US여자오픈), 시부노 히나코(澁野日向子, 2019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이어 일본 여자 선수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세 번째 사례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반색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사소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 끈기 있는 경기로 훌륭한 역전 우승을 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사소가 대회 사상 최연소 타이기록으로 우승한 것을 거론하며 "앞으로 더욱 비약할 것을 기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7일 도쿄주식시장에서는 1부에 상장된 골프 정보 사이트 운영 기업 '골프다이제스트 온라인'의 주가가 전 거래일 종가보다 한때 10.2% 상승하는 등 사소의 선전이 증시에도 영향을 끼쳤다.

사소는 필리핀에서 태어나 4살 때 일본으로 건너왔으며 아버지 사소 마사카즈(笹生正和)의 영향으로 8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삼아 각국 주니어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18년 아시아대회에서는 필리핀 대표로 출전해 개인·단체 2관왕을 차지했으며 2019년 11월 일본 투어 프로 테스트에 합격해 작년 1월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AG)에 입회하는 등 최근에는 양국에서 모두 활동이 부각됐다.

일본 매체 닛칸(日刊)스포츠에 따르면 사소는 일본과 필리핀 이중 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이중국적이 된 시점이 20세 미만이면 22세가 될 때까지 국적을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그때까지는 사소가 양쪽 국적을 보유하는 것이 인정된다고 닛칸스포츠는 전했다. 사소는 2001년 6월 20일 출생했다.

교도통신은 사소가 도쿄올림픽에서는 필리핀 선수로 출전하지만, 장래에는 일본 국적을 선택하는 것을 시야에 넣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