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부동산거래 플랫폼에 등록...40평 3억5천만원
동급 주택보다 50% 저렴 ... 주택문제 해소에 기대

 

뉴욕 부동산시장에 매물로 나온 3D프린팅 주택. SQ4D 제공

 

3D 프린팅 주택이 미국 뉴욕 부동산 시장에 분양 매물로 나왔다.

미국의 3D 프린팅 기술 업체 에스큐포디(SQ4D)는 최근 부동산 거래 플랫폼 질로우(Zillow)에 3D 프린팅 주택을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3D 프린팅 주택이 시범주택 단계를 지나 일반 주택매매 시장에 공식 진입했음을 뜻한다. 그동안 3D 프린팅 방식의 사무실, 주택 건축이 몇차례 선을 보인 데 이어 멕시코에선 오지 주민들을 위한 3D프린팅 주택 단지가 조성되고 있으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양하는 주택을 지어 시장에 내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질로우닷컴에 등록된 이 집은 대지 0.26에이커(318평)에 건평 130.7제곱미터(39.5평)인 단층 주택으로 방 3개, 화장실 2개를 갖췄다. 차량 2대가 들어갈 수 있는 별도의 차고도 있다. 매매가격은 29만9999달러(약 3억5천만원)다. 인터넷 언론 `기즈모도'는 이 정도 가격이면 해당 지역에서 비슷한 유형의 집과 비교할 때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질로우의 중개대리인 스티븐 킹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집과 같은 리버헤드 지역에 새로 지어진 동급 주택보다 50% 낮은 가격이며 롱아일랜드의 저렴한 주택 공급 문제를 해결하는 데 커다란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내놨다.

SQ4D는 이 집은 최초의 3D프린팅 분양 주택으로, 곧 입주증명서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입주증명서는 한국으로 치면 준공검사필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업체 쪽은 질로우에 게시한 홍보글을 통해 `세계 첫 3D 프린팅 분양 주택'이라며 `역사의 한 부분을 소유하라'고 권유했다.

3D프린팅 주택 내부.

건축 속도 3배 빠르고, 건축 비용은 70% 덜 들어

3D프린팅 주택 건축에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벽체 등을 공장에서 프린팅한 뒤 현장에서 조립 완성하는 방식, 다른 하나는 현장에서 직접 벽체 등을 3D 프린팅하는 방식이다. 초기엔 전자의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요즘엔 후자의 방식이 대세다. 이 주택도 현장 프린팅 방식으로 지어졌다. SQ4D는 1년 전 비슷한 규모의 3D 프린팅 주택을 처음으로 지어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 이 기술을 적용해 첫 분양에 나선 것이다.

회사쪽은 현재 특허 출원중인 자동로봇건축시스템(ARCS) 기술을 이용해 기존 주택보다 건축 속도는 3배가 빠르며, 건축 비용은 70% 적게 든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앞으로 3D 프린팅 속도를 두배로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체에 따르면 "그동안 사람이 직접 했던 20개 이상의 작업을 자동화했다." 여기에는 특히 벽체를 쌓을 때 배관을 함께 설치하는 통합 기술이 포함된다.

지난해 첫 주택 건축 당시 공개한 것을 보면 바닥과 외벽, 내벽을 3D 프린팅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총 8일이었다. 이 가운데 48시간이 순수하게 3D 프린터를 가동하는 데 든 시간이다. 3D 프린팅에 들어가는 재료비는 6000달러가 채 안된다고 한다. 또 벽체는 건축 기준보다 강도가 2배나 높고 콘크리트 구조물보다 튼튼하다고 업체쪽은 설명했다. 투입 인력이 적어 공사 중 사고 위험도 덜한 효과도 있다. 3D 프린팅에 필요한 인력은 3명이다.

질로우닷컴의 3D프린팅 주택 매물 소개 내용.

외부에서 보면 외형은 기존 주택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벽체에 수평으로 층층이 쌓은 자국이 3D 프린팅 주택임을 알려준다. 지붕을 비롯해 다른 부분은 기존 방식대로 지었다. 업체 쪽은 3D 프린팅 구조물에 대해 50년 하자보증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SQ4D는 앞으로 `세상이 지어지는 방식을 바꾼다'는 표어를 현실로 만들어가기 위해 뉴욕에서 캘리포니아에 이르기까지 이같은 3D 프린팅 주택을 만들어 보급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노필 기자

미국 경제매체 ‘포천’(Fortune), 애플 14년째 1위…“팬데믹 IT기업 활약”

 삼성전자가 ‘전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50위 명단에 재진입했다.

2일 미국 유력경제매체 ‘포천’(Fortune)이 발표한 ‘2021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순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평점 7.56점을 받아 49위를 차지했다. 국내 기업 중에 50위(올스타 50) 안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1997년부터 조사·평가가 시작된 이 명단에서 삼성전자는 2005년(39위)에 처음으로 50위 내에 진입한 뒤 2014년에는 21위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이어지면서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으로 50위 내에 들지 못하다가 2019년에 다시 50위로 순위권에 재진입했다. 작년에는 다시 50위 바깥으로 밀려났었다.

이번 평가는 전세계 매출액 순위 총 1500개 기업(미국 1000개, 글로벌 500개) 중에서 추려낸 30개국의 670개 기업(52개 업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주요 기업 경영진과 임원, 애널리스트 등 3820명에게 혁신, 인사관리, 자산 활용, 사회적 책임, 품질 관리, 재정 건전성, 장기 투자 가치, 제품·서비스 품질, 글로벌 경쟁력 등 9개 항목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도록 하고, 다시 가장 존경받을 만한 기업 10개를 뽑게 해 전체 순위를 산정했다.

애플은 평점 8.59점으로 14년 연속으로 전체 1위 자리에 올랐다. 이어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 월트디즈니, 스타벅스, 버크셔 해서웨이, 알파벳(구글 모기업), 제이피(JP)모건 체이스, 넷플릭스, 코스트코 홀세일 등 미국 기업들이 10위를 휩쓸었다. 월마트는 11위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반도체 제조업체 엔비디아가 38위, IBM이 41위였다. 포천은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일상의 고립·격리 생활 속에서 언택트 연결과 집콕, 음식 배달 등에 적합한 업종인 거대 정보기술 기업들이 톱3를 자리를 차지했다”며 “코로나로 넷플릿스와 월마트 등도 존경받는 기업으로서 명성이 크게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2021년 가장 존경받는 기업(World's Most Admired Companies)’ 순위

아시아 기업중에는 삼성전자를 포함해 도요타 자동차(31위)와 싱가포르 에어라인(34위) 등 3곳이 순위에 들었다. 삼성전자는 포천이 52개 산업군별로 따로 매긴 존경받는 기업 순위에선 미국의 애로우 일렉트로닉스와 함께 전자부문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존경받는 전체 50대 기업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현대자동차(자동차부문 7위), LG전자(전자부문 6위)가 각각 169위와 196위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는 평점 7.71점을 받아 엔비디아에 이어 반도체 부문 2위를 차지했으나 전체 순위에서는 289위로 밀렸다. 포천은 앞으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명단을 온라인에서 더 이상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완 기자

“9 ·19 군사합의 남북 간 긴장 완화 기여”
‘북한=적’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규정

 

2020년 국방백서와 2018년 국방백서.

 

2년마다 발간되는 ‘2020년 국방백서’에서 일본에 대해 ‘동반자’란 표현이 삭제되고 ‘이웃국가’로만 표기됐다.

국방부는 2일 이런 내용이 담긴 ‘2020년 국방백서’를 발간했다. 내용을 보면, 일본에 대해 “양국관계뿐 아니라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도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국가”라고 설명했다. 2018년 국방백서에서 “한일 양국은 지리적,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자 세계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라고 했던 것에서 ‘동반자’란 규정이 빠진 것이다.

이는 최근 최악의 상태인 한-일 관계가 반영된 기술로 보인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7월 2020년 방위백서에서 일본의 안보 협력 대상 국가로 한국이오스트레일리아(호주), 인도, 아세안(필리핀 등 동남아 10개국)에 이어 네 번째로 거론하는 등 한국의 중요성을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했다.

이번 국방백서는 또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과 독도 영유권 주장, 2018년 12월 일본 초계기의 위협 비행, 2019년 7월 수출 규제 등을 하나하나 거론하며 양국 국방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장애 요소가 되고 있다고 적었다. 또 정부는 언제든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일본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조치에 대해 단호하고 엄중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만 공동의 안보 현안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외교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서 국방부 입장에서 이웃국가로 쓰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고, 한-일관계가 불편한 상황 등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백서는 남북간 2018년 체결된 9·19 군사합의에 대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획기적으로 완화되었다”고 적극 평가했다. 백서는 “북한군이 과거 군사분계선 5㎞ 이내 구역에서 다수의 포병사격 및 야외기동훈련을 지속적으로 실시했으나 ‘9·19 군사합의’ 이후에는 일체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100여 회의 총격·포격 도발이 발생했던 비무장지대에서도 “2020년 5월 중부전선 우리측 감시초소를 향한 총격 사건이 발생한 것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군사적 긴장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서해 완충구역에서도 북한군이 “2019년 11월 창린도에서 해안포 사격을 제외하고는 함포·해안포의 실사격 및 해상기동훈련을 실시하고 있지 않으며 북한 해군함정의 북방한계선 침범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의 9·19 군사합의 위반 사례는 2019년 11월 창린도 해안포 사격훈련과 2020년 5월 비무장지대 지피(GP·감시초소) 총격 등 두 건”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능력에 대해선 플루토늄은 50여㎏, 고농축우라늄은 “상당량”을 보유했으며, 핵무기 소형화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2018년 백서의 평가를 그대로 유지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이 그동안 재처리시설을 가동한 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플루토늄 보유량은 변함이 없는 것으로 평가하며, 우라늄농축시설이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은 은밀히 진행되고 있어서 정확히 평가할 자료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선 “2019년 이후 작전 운용상 관리가 유리한 다종의 고체추진단거리탄도미사일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0월 당 창건 75돌 열병식에 나온 탄도미사일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북극성-4ㅅ’ 등 9종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2019년 첫선을 보인 이래 초대형방사포라고 지칭한 무기는, 이번 백서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SLBM)로 분류했다. 방사포는 연속 사격 능력이 특징적이며, 비행 궤적도 탄도미사일과 조금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은 전체 시스템 측면에서 방사포라고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에 가까운 기능을 보인다는 점에서 단거리탄도미사일로 규정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북한이 운용하는 미사일여단은 2018년 백서에서 9개였으나, 이번 백서에선 13개 여단으로 늘어났고, 기계화보병사단은 4개에서 6개로 증가됐다. 또 특수전 부대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특수작전군을 별도의 군종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적시됐다. 국방부 당국자는 북한의 미사일여단 증가에 대해 “그동안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13개라는 주장이 꾸준히 있었는데, 이번에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그렇지만 실제 그만한 미사일이 다 배치돼 편제된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좀 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계화보병사단에 대해 “실제 늘어난 것이 아니라 애초 기계화보병군단으로 알고 있던 것이 지난해 10월 당창건 75돌 열병식에서 사단으로 호칭한 것이 확인돼 이를 반영해 수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연합훈련은 지난해 육군 29회, 해군 70회, 공군 66회, 해병대 7회를 했다고 기록했다. 해·공군은 전년 대비 각각 9회, 49회 늘어났고, 육군과 해병대는 같은 기간 60회, 17회씩 줄어든 것이다. 국방부 당국자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해·공군은 비대면 훈련이 가능한 반면, 육군과 해병대 훈련은 사람이 모여야 하기 때문에 차이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백서에 ‘북한은 적’이란 표현은 들어가지 않았다. 2018년 국방백서와 마찬가지로 북한 등 특정 국가나 세력을 지칭하지 않은 채 “우리 군은 대한민국의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2018년 국방백서 내용을 유지하여 북한의 위협뿐 아니라 잠재적 위협, 초국가적·비군사적 안보위협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으로 기술됐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백서는 2일부터 국방부 누리집에서 열람과 내려받기가 가능하며, 정부 기관과 국회, 연구소, 도서관 등에는 이달 안에 책자로 배포될 예정이다. 또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등 다국어 요약본으로도 올해 상반기에 발간된다. 국방백서는 2년에 한 차례 국방정책 홍보 등을 위해 펴내는 것으로, 이번 백서가 1967년 이후 24번째이다.    박병수 기자


일본, 국방백서에 공개 반발…주일 무관 불러 항의

 

국방부, '2020 국방백서' 발간

일본 정부는 한국 국방부가 2일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 일본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것에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특히 국방백서가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독도 도발(영유권 주장), 2018년 일본 초계기의 한국 함정에 대한 근접 위협 비행과 이에 대한 '사실을 호도하는 일방적 언론 발표'로 한일 양국 국방 관계가 난항을 겪었다고 기술한 것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의 뜻을 표명했다.

일본 방위성 당국자는 주일본한국대사관 무관을 불러 "우리나라(일본)로서는 수용할 수 없다. 매우 유감이다"는 뜻을 전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시카와 다케시(石川武) 방위성 보도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영유권에 관한 우리나라의 입장과 양립하지 않는 내용이 기술됐다"며 "북한의 핵·미사일을 둘러싼 상황을 포함해 일한(한일), 일미한(한미일)의 협력은 중요하다. 협력을 손상하는 일이 없도록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국방백서에 대한 불만을 자국 언론에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은 다소 이례적으로 보인다.

'2018 국방백서'가 공개된 2019년 1월 15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일본 관방장관은 한국이 일본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기본 가치를 공유한다'는 내용이 국방백서에서 삭제된 것에 대해 "논평을 삼가겠다"고 반응한 바 있다.

일본 언론은 2020 국방백서에서 일본에 대한 표현이 '동반자'에서 '이웃국가'로 격하된 것에 대해 작년 공개된 일본 방위백서에 대항하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국방백서에서 일본에 대한 기술이 2018년 판에선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동반자'였지만, 2020년 판에선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할 이웃나라'로 바꿨다고 이날 보도했다.

신문은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작년 7월 공개한 방위백서에서 '한국과 폭넓은 분야에서 방위 협력을 추진한다'는 문구가 삭제된 것에 대항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교도통신도 국방백서의 일본 표현 변화를 보도하면서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2019년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 등을 이유로 "(일본에 대한 표현은) 이웃국가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발행된 2018년 판 국방백서에선 '한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기본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는 표현이 삭제된 점도 거론했다.

일본 민영 방송사 뉴스 네트워크인 NNN도 한국 국방백서에서 일본에 대한 표현이 동반자에서 이웃국가로 "후퇴했다"고 보도했다.

NNN은 북한에 대해서는 2년 전 국방백서와 마찬가지로 '적'이라고 표현하지 않은 사실을 전하면서 "북한에 대한 자극을 피하고 남북 대화 재개를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칼럼] 김학의 출금과 정의의 형평

● 칼럼 2021. 2. 3. 05:08 Posted by SisaHan

박용현 논설위원

1.

지난 2004년 독일에서는 경찰이 유괴범에게 아이를 숨겨놓은 장소를 말하지 않으면 고문을 하겠다고 위협한 사건이 격렬한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다. 사흘째 어딘가에 감금돼 있는 아이를 구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면 정당한 조처였다는 주장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고문 위협은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돼선 안된다는 주장이 부딪쳤다. 여론은 경찰관 쪽에 우호적이었고, 법원은 유죄를 인정했지만 벌금형에 집행유예라는 ‘상징적 처벌’을 내렸다.

내가 저 논쟁에 참여했다면 경찰관의 반대 편에 섰을 것이다. 수사기관이 추구하는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적법절차를 지켜야 하고, 특히 고문이나 사찰, 자의적인 구금 등은 그로 인한 인권 침해의 심각성에 비춰볼 때 절대적이고 양보불가능한 금지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체적 정의와 절차적 정의의 충돌은 이런 사례에선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어떤가.

열살 소녀를 납치한 용의자를 체포한 경찰은 변호사가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취조를 진행해 소녀의 주검이 묻힌 장소를 알아냈다. 그 즈음 경찰 수색팀이 주검이 묻힌 장소에 접근하고 있었는데, 범인의 자백 직후 경찰은 수색을 중단하고 범인을 앞장세워 주검을 찾아냈다. 그런데 이후 범인은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침해당했고 그 결과로 발견한 소녀의 주검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며 석방해달라고 주장했다.(미국에서는 1966년 ‘미란다 판결’ 이후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않는 조사는 원칙적으로 위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4년에야 검찰 조사 때 변호사가 입회할 권리가 인정됐고 변호사가 피의자와 떨어진 뒷자리가 아니라 바로 옆에 앉을 수 있게 된 것은 2017년부터다. 아직도 변호사는 조사가 끝난 뒤에야 또는 검사의 승인을 얻어야 진술할 수 있는 등 변호사 조력권의 실질적 보장은 여전히 미흡하다.)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권리는 고문을 받지 않을 권리만큼 절대적이지는 않더라도 중요한 적법절차다. 이를 위반했으니 범인은 무죄 방면을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정의 관념을 자극하는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 사건(닉스 대 윌리엄스·1984년)에서 만장일치로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경찰의 적법절차 위반(변호사 없는 취조)이 없었더라도 합법적인 다른 방법(수색팀의 수색)을 통해 같은 결과(주검의 발견)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므로, 이 경우에까지 적법절차 위반의 책임을 물어 증거 사용을 금지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덮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연방대법원은 ‘불가피한 발견 원칙’(inevitable discovery rule)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법원칙을 세움으로써 실체적 정의와 절차적 정의의 균형과 조화를 꾀했다.

우리 대법원도 “실체적 진실 규명을 통한 정당한 형벌권의 실현도 형사소송 절차를 통해 달성하려는 중요한 목표이자 이념이므로, 형식적으로 보아 정해진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라는 이유만을 내세워 획일적으로 그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것 역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형사소송에 관한 절차 조항을 마련한 취지에 맞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즉 “절차 조항의 취지와 그 위반의 내용 및 정도, 구체적인 위반 경위와 회피 가능성, 절차 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권리 또는 법익의 성질과 침해 정도,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등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7도3061 전원합의체 판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3월22일 밤 해외 도피를 시도하고 긴급 출국금지가 이뤄진 시간대별 상황.

2.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출국금지 절차 위반을 두고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는 것을 보며 위의 사례와 법원칙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해외 도피를 방치하는 게 정의에 부합하는가’, ‘봐주기 수사를 한 검사들은 놔둔 채 본말전도 아닌가’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다. 출국금지 과정에 절차 위반이 있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하지만 출국금지 자체의 정당성에 대한 평가는 출국금지의 필요성, 절차 위반의 심각성 정도, 그로 인한 기본권 침해의 정도 등 여러 요인을 살필 필요가 있다.

우선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 필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고위 검찰 공직자가 사람의 성을 뇌물로 주고받으며 인권을 유린한 범죄의 심각성으로 보나, 검찰이 두차례나 봐주기 수사로 국가 형벌권을 무력화시킨 전비로 보나 해외 도피를 허용할 경우 형사사법 정의에 끼칠 해악은 너무나 컸다.

출국금지라는 조처의 법적 성격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하는 체포·구금·압수수색 등 형사소송법상 절차와 달리, 출국금지는 법무부 장관이 “범죄 수사를 위해 출국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면 내릴 수 있는 행정조처다. 세금·벌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도 출국을 금지시킬 수 있다. 해외로 출국할 자유 또한 보장돼야 할 기본권이지만 체포·구금·압수수색 등으로 침해되는 기본권과는 차이가 있다는 입법적 판단이 깔려있는 셈이다. 그래도 김 전 차관이 외국에 사는 가족을 만날 목적이나 사업상 필요로 출국하다 제지당했다면 권리 침해에 더 무게를 실을 수 있을 것이다. 하다 못해 해외여행 목적이었다면 여행의 자유가 침해됐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심야에 위장까지 해가며 공항에 나타난 김 전 차관이 출국금지로 침해당한 법익은 ‘해외 도피의 자유’ 외에는 생각하기 어렵다.

문제가 되고 있는 출국금지는 밤 11시가 넘어 김 전 차관의 출국 시도가 알려지는 등 긴박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검사가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사건번호나 내부 결재 등 필요한 절차를 위반했다는 게 논란의 주된 이유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상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법무부 장관이 직접 출국을 금지키는 방법도 있었다. 앞서 살펴본 ‘불가피한 발견 원칙’에 비춰보면 어떤가. 절차 위반(요건을 갖추지 못한 검사의 출국금지 요청)이 없었더라도 합법적인 다른 방법(장관의 출국금지 조처)을 통해 같은 결과(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 대법원도 출국금지 처분의 위법성 판단과 관련해 “출국금지 요청이 있는 경우에도 법무부 장관은 이에 구속되지 않고 출국금지의 요건이 갖추어졌는지를 따져서 처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따라서 출국금지 요청이 요건을 구비하지 못 하였다는 사유만으로 출국금지 처분이 당연히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고, 출국금지 처분의 요건이 (실제로) 갖추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그 적법 여부가 가려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대법원 2012두18363 판결)

2019년 3월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해외 도피 시도를 보도한 사진.

3.

거듭 말하지만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과정에서 위법이 확인되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 다만 이 사안을 어떤 수위와 방식으로 다룰지는 제반 상황을 “전체적·종합적으로 살펴” 결정할 필요가 있다. 압수수색 등의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절차를 어긴 검사에 대해 검찰이 수사팀을 꾸려 대대적인 수사에 나선 사례를 들어보지 못했다. 김학의 전 차관 출국금지 사안만 유독 심각하게 절차 위반에 대한 ‘응징의 시범 케이스’로 삼는 건 아무리 봐도 형평성과 공정성의 원칙에 반한다.

검찰이 김 전 차관 출국금지 과정의 문제점을 따져보겠다면, 출국금지를 주도한 검사와 법무부 관계자만 겨냥할 게 아니다. 해당 검사가 대검찰청에 출국금지 요청을 해달라고 했지만 “소명이 더 필요하다”며 거부당했다고 한다. 과거에 검찰이 명백한 증거에도 불구하고 덮어버린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상황에서 어떤 소명이 더 필요한 것인지 모를 일이다.(법원은 이후 김 전 차관 재판에서 성접대 혐의의 유죄가 인정되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했다.) 대검이 보인 소극적인 태도가 적절했는지, 당시 대검 지휘부는 어떤 입장이었으며 어떻게 관여했는지도 밝힐 필요가 있다. 또 당시 법무부·검찰 내부자가 김 전 차관에게 출국금지 관련 상황을 알려줘 도피 시도를 도왔다는 의혹도 함께 규명해야 한다. 당시 법무부가 이런 의혹에 대해 수사 의뢰를 했으나, 검찰은 공익법무관 2명이 호기심에서 정보를 조회했을 뿐 김 전 차관 쪽에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며 수사를 종결한 바 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김 전 차관을 두차례나 봐준 검사들과 그를 출국금지시킨 검사를 대하는 검찰의 이중성에 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얼굴이 드러난 동영상을 보고도 덮어버린 수사 검사들과 그 윗선에 대해 형사처벌은커녕 징계 등 최소한의 책임 묻기도 시도한 적이 없다. 김 전 차관 출국금지의 적법성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다면 앞선 두 차례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서도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일이 병행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본말전도’라는 의문을 풀어줄 도리가 없다. 상식의 잣대로 보나 법적 잣대로 보나 ‘수사 농단’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진다.

이런 논란과 의구심을 해소하는 방법은 객관적인 공수처가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다. 검사의 직무상 위법 혐의를 다루는 이 사건은 공수처 관할일 뿐만 아니라, 다른 고위공직자 사건과 달리 검사 관련 사건은 공수처장의 이첩 요구와 무관하게 무조건 공수처에 넘기도록 돼 있다. 물론 공수처는 아직 검사와 수사관 선발이 이뤄지지 않아 수사를 곧바로 진행할 수 없다는 사정이 있다. 하지만 법 규정대로라면 검찰이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위법인 상태다. 이 또한 절차 규정을 현실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사안이다.

박용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