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실험으로 진화 압박 확인…“대어 포획 규제 필요”

 

북반구 고위도 지방에 널리 분포하는 포식 어종인 강꼬치고기. 자연과 달리 낚시는 더 크고 활동적인 개체를 솎아내는 선택 압력으로 작용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낚시꾼은 크고 힘 좋은 물고기를 노린다. 낚은 뒤 놓아주지 않는 방식의 낚시를 계속한다면 그 저수지의 물고기는 더 작고 소극적이어서 낚시에 잘 안 걸리는 형태와 습성으로 바뀔까.

실제로 과학자들이 작은 호수에서 자연 상태로 내버려두었을 때와 낚시를 했을 때 물고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여러 해에 걸쳐 조사했다. 또 물고기에 소형 원격추적장치를 매달아 행동 방식을 알아봤다.

크리스토퍼 몽크 독일 라이프니츠 담수 생태학 및 내수면 어업 연구소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24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 이런 현장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낚시는 기본적으로 더 크고 활동적인 개체를 제거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물고기에게 우호적인 선택으로 작용한다”며 “낚시를 많이 한 곳에서는 더 작고 비활동적이며 소극적이고 낚시에 잘 안 걸리는 물고기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다윈의 진화론은 이른봄 잔털로 추위를 막는 야생화처럼 자연의 압력에 적응해 생물이 바뀌어 나간다고 설명한다. 잔털을 갖춘 야생화는 그렇지 않은 식물보다 자연의 선택을 받아 번성한다.

연구자들은 낚시도 자연의 선택과 비슷한 압력으로 작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의 면적 25㏊인 소형 호수에서 자연 선택과 낚시 선택의 차이를 4년 동안 조사했다.

낚시에 걸린 강꼬치고기를 건져내는 낚시꾼. 5년 동안의 현장 실험에서 낚시의 영향이 분명해졌다. 필립 차플라 제공

실험 대상은 북반구 고위도 지방에 널리 분포하는 포식 어종인 강꼬치고기였고 물고기의 유전자를 분석해 어떤 물고기가 얼마나 많은 자손을 남겼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자연은 예상대로 더 크고 대담한 물고기를 선택해 이들이 더 많은 자손을 남겼다. 나이가 많아 덩치가 클수록, 더 활동적이어서 많이 돌아다니는 물고기일수록 성공적으로 번식했다.

반대로 가짜 미끼에 덤벼들어 낚시에 자주 걸린 물고기는 주로 큰 개체였다. 살아남는 것은 주로 작은 물고기이니 낚시는 작고 소심한 물고기를 선택한 셈이다. 몽크 박사는 “큰 강꼬치고기일수록 새끼를 많이 낳으니 자연 선택은 크게 성장하는 쪽을 향한다. 그러나 낚시는 정반대 쪽으로 작용해 작게 머무는 개체를 선호한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낚시가 진화론의 선택 압력으로 작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낚시는 물고기의 생존율을 떨어뜨리므로 일찍 성적으로 성숙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성장에 투자해 몸집을 키우는 것보다 조숙해 번식을 서두르는 쪽이 유전자를 후손에 남기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느리게 성장하는 것도 유력한 전략이 된다.”

낚시는 물고기의 크기뿐 아니라 행동 양식에도 선택 압력을 끼친다. 물고기의 행동을 원격추적한 결과 공격적인 물고기일수록 가짜 미끼를 삼킬 가능성이 컸고 더 많이 돌아다니는 물고기일수록 한 자리에 붙박여 있는 개체보다 낚시를 무는 일이 잦았다.

같은 크기의 물고기라도 덜 활발한 개체일수록 살아남을 확률이 커졌다. 연구자들은 “행동 형질은 일부 유전되기 때문에 낚시는 물고기 집단을 더 소극적이고 덜 활동적이며 결국 점점 잡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현상은 나아가 “어획량이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우리가 모르는 생태적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고 연구에 참여한 로베르트 아를링하우스 훔볼트대 교수는 말했다.

낚시 압력이 전반적인 어족 자원의 쇠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자들은 “전통적인 최소 체장 기준만으로는 안 된다”며 “일정 크기 이하뿐 아니라 일정 크기 이상의 큰 물고기 포획도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더 근본적인 대책으로 낚시 제한, 허용 수역 순환, 낚시에 취약한 행동 양식의 물고기가 숨을 수 있는 보호구역 설정 등을 제안했다. 조홍섭 기자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 매년 600여명 숨져

40~80%가 ‘자연사’…부검 안 이뤄져 법의학적 조사 불발

 

카타르 건설 현장의 외국인 노동자. EPA 연합뉴스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에서 최근 10년 동안 이주노동자 67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카타르는 2010년말 월드컵 개최권을 획득했고,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대규모 사망 문제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으나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

22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2010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자체 조사한 결과, 카타르로 이주한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남아시아 5개국 출신 노동자 중 6751여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출신 노동자가 2711명으로 가장 많았고, 네팔 1641명, 방글라데시 1018명, 파키스탄 824명, 스리랑카 557명이었다. 케냐와 필리핀 등 다른 국가 출신 노동자들은 조사되지 않아,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타르는 2010년 말 월드컵 유치 뒤 축구장 7개를 새로 만들고, 공항과 고속도로, 호텔, 신도시 등 수십 개의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를 짓는 데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 200만명의 이주노동자가 동원됐다. 인구 290여만명인 카타르에는 정식 시민권자가 40여만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외국 출신 체류자들이다. 카타르 인구는 2000년 59만명에서, 2015년 203만명으로 늘었고, 현재 290만명까지 증가했다.

이주노동자의 대규모 사망은 일찍부터 논란이 됐다. 월드컵 유치 2년째인 2014년 초 인도와 네팔 출신 노동자가 각각 900여명, 300여명 사망해 ‘개최권 박탈’ 주장까지 나왔고, 2019년에는 인도·네팔 출신 사망자가 2700여명 사망한 것으로 조사돼 논란이 됐다.

카타르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규모에 비례해 사망자가 발생하며, 사망자 중에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도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다. 카타르 정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는 모든 죽음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주노동자에게 1급 의료보호를 제공하고 있고, 제도 개선을 통해 사망률이 줄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카타르 정부는 노동자 사망과 관련해 사인 등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고, 그나마도 투명하게 밝히거나 공유하지 않는다. 노동자를 보낸 국가도 마찬가지로 정보 공개에 소극적이다.

부실하게나마 공개된 자료를 보면 사망자의 40~80%는 사인이 심정지나 호흡 장애로 인한 ‘자연사’로 기록되지만, 정확한 사인을 알기 위한 부검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인도 출신의 경우 80%가 자연사였고, 작업장 사고는 4%, 도로사고 10%, 자살 6%였다. 네팔 출신은 48%가 자연사였고, 작업장 사고 9%, 도로사고 16% 등이었다.

전문가들은 이주노동자 대부분은 20~50대인데, 이 나잇대 노동자들은 심정지 등으로 인한 자연사가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한 낮에 섭씨 50도를 넘는 작업 현장에서 별다른 보호장비 없이 10시간 이상 일하다 사망한 경우, 이를 자연사라고 부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 등은 2014년부터 자연사의 경우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카타르 정부는 7년째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멀리 떨어진 유가족의 동의를 얻기 어렵고, 종교적 이유 등으로 부검을 꺼린다는 것이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의 히바 자야딘 연구원은 “카타르 당국에 돌연사 등 의심스러운 모든 죽음에 대해 법의학적 조사를 할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이주 노동자들 피로 짓는 카타르의 월드컵 경기장

‘카팔라’ 족쇄 묶인 이주노동자,  4년새 인도출신만 1000명 숨져
‘2022 카타르 월드컵’ 유치 뒤 노동착취 참혹…실질적 노예 생활

 

2010년 233명, 2011년 239명, 2012년 237명, 2013년 241명, 2014년 2월 현재 37명…….

카타르 도하 주재 인도대사관이 지난 2월 공개한 카타르내 인도인 사망자 숫자다. 인도대사관은 카타르에 거주하는 인도인이 30만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사망 규모는 ‘통상적 수준’이라고 주장했지만, 국제 인권·노동단체는 이주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말한다. 카타르내 인도인의 절대 다수는 젊고 건강한 남성 이주노동자들이다. <가디언>은 카타르 통계청 자료 등을 인용해 2010년을 기준으로 15살 이상의 카타르 이주노동자 가운데 남성이 89%이고, 전체 이주노동자 중 15~44살 연령대의 청장년층이 85%라고 전했다.

2010년 12월 월드컵 개최권을 따낸 전후로 카타르 정부는 경기장과 인프라 공사 등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무더기로 쏟아냈다. 그리고 4년 남짓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체로 젊고 건장한 인도 노동자 1000명 가량이 숨졌다. 카타르에서 일하던 네팔 노동자도 2012년과 2013년에만 380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노동조합연맹(ITUC) 등은 이들 사망자 가운데 대다수를 건설 노동자로 추정한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인골탑’ 아래서 열린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카타르 인구는 2001년만 해도 60만명에 불과했는데, 10여년 만에 3배 이상 불어났다. 2000년대 들어 자원개발·건설 사업 규모를 늘린데다 월드컵을 유치한 뒤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면서 이주노동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카타르 통계청은 2013년 인구를 190만명으로 추정했는데, 이 가운데 카타르 국적자는 15%도 안되는 25만명 수준이다. 160만명 이상이 외국인이고, 거의 대부분이 이주노동자다. <뉴욕타임스>는 “카타르 국적자 한명당 거의 5~6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주노동자는 주로 남아시아 빈곤국 출신인데 인도, 파키스탄, 네팔, 이란, 필리핀, 이집트, 스리랑카 등의 순으로 많다.

문제는 이주노동자 절대 다수가 ‘카팔라 시스템’(후원자 제도)이라는 중동 지역 특유의 족쇄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카팔라는 건설·가사도우미 등 비숙련 이주노동자에게 주로 적용하는 제도로, 노동자의 지위를 사실상 고용주의 ‘노예’ 신분으로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카타르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레바논·아랍에미리트·바레인 등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에서 뿌리내리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카타르가 최악이라는 평을 듣는다. 예컨대 이주노동자가 되려면 반드시 카타르 국적자인 고용주가 스폰서가 돼야 한다. 일단 입국하면 고용주의 허가 없이는 일터를 바꿀 수 없다. 심지어 고용주의 허가 없이는 출국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카타르 고용주를 연결해주는 인력중개업체에 3~6개월치 월급을 뜯기는 조건으로 빚을 지고 오는 사례도 흔하다. 이러다 보니 거짓 계약조건에 속아서 입국했거나 고용주가 계약조건을 지키지 않아도 되돌아갈 길마저 막혀 있는 경우도 많다. <뉴욕타임스>는 “테레사 단테스라는 29살의 필리핀 여성은 입국 전에 가사도우미로 매달 400달러를 받고 식사와 방도 따로 준다고 해서 계약서에 서명했지만, 막상 입국해 보니 고용주는 250달러밖에 주지 않았다”며 “식사도 하루에 한끼 집주인 가족이 먹다 남은 것을 줬고, 계약과 달리 고용주의 장모와 여동생 집까지 청소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전했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 중 하나인 알 와크라 스타디움

건설 노동자들은 6월만 넘으면 녹아내릴 듯 뜨거운 사막 기후 속에서 건설 현장에 투입되지만 노동환경은 참혹하다. 카타르 노동법상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은 안되고, 기온이 최고 50℃까지 치솟는 여름철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3시 사이에는 일을 시키는 게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한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주노동자들이 50℃를 오르내리는 한낮에도 쉬지 못하면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있고, 안전모 같은 기본 보호장비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건설 노동자의 임금은 한달에 150~450달러에 불과하지만, 이마저도 체불되거나 아예 떼먹히는 사례도 많다. 노동자 기숙사에 에어컨은 없거나 대부분 고장나 있고, 전기나 수돗물조차 들어오지 않는 열악한 곳들도 발견됐다. 이러다 보니 젊고 건강한 노동자도 건강이 악화하면서 툭하면 추락 사고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팔라 족쇄에 묶인 노동자들은 저항할 길이 없다.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최근 이주노동자의 떼죽음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란이 커지자 카타르 정부도 제도 개선 뜻을 밝히긴 했다. 하지만 카타르의 노동인권 의식은 워낙 낮다. 카타르에 노동법이 생긴 건 2000년대 중반의 일이고, 최저임금제도도 없다. <뉴욕타임스>는 카타르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계약서를 쓴 노동자의 4분의 1도 계약서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고, 275달러 미만의 월급을 받는 노동자의 42%는 계약서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부유한 소수의 카타르 국적자가 저임금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노예처럼 고용하고 편히 사는 데 익숙해진 국민 의식도 심각한 걸림돌이다. 카타르의 1인당 총생산(GDP)은 2011년 기준으로 9만8900달러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점을 고려하면 카타르 국적자의 1인당 총생산은 69만달러에 이른다. 카타르인 가구의 95%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절반 이상이 두명 이상의 가사도우미를 둔다. 카타르인 10명 가운데 9명은 카팔라 시스템이 약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 카타르 노동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카타르 시스템은 변화해야 한다”면서도 “개혁은 천천히 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전문가들 “잘못된 정보 현혹 되면 안돼”…방심위는 ‘개점휴업’

 

 

“코로나19 백신에는 디엔에이(DNA) 변경 장치와 전자칩이 있다. 접종한 사람들이 발작을 일으키고 좀비처럼 변한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올라온 글이다. 게시글에는 외국인 환자들이 발작을 일으키는 영상과 함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뒤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영상 속 발작 환자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는 근거는 전혀 없지만, 백신 부작용을 불안해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오는 26일 첫 백신 접종을 앞두고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 없는 부정확·허위 정보가 접종률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백신 관련 허위정보가 유통되는 모바일메신저방 갈무리

24일 충북 오송 질병관리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전문가 설명회에서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백신을 통해) 칩이 삽입되고 이것을 통해 감시한다는 것은 과학적 상식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최 교수는 또 “백신이나 약물에 이상반응(아나필락시스)이 생길 수 있지만 적절한 대처로 대부분 큰 문제가 되지 않고 호전될 수 있다”며 “잘못된 정보의 유통이 부르는 폐해가 크다. 잘못된 정보에 현혹돼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고 강조했다.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있는 백신 관련 허위정보는 부작용에 관한 것이 많다.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린다”는 주장은 점잖은 축이다. 방역당국이 이미 국내에서 백신 접종을 한 뒤 사망사고를 은폐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백신을 투약하고 비공식적으로 백신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명백한 거짓’이라고 설명한다.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 뒤 사망사례가 보고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지만 백신 접종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것으로 이미 밝혀졌다. 노르웨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33명이 숨졌는데 이들은 다른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자들로, 백신 접종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백신 관련 허위 정보나 가짜뉴스에 엄청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먼저 했던 미국과 영국 등 해외에서 생산된 가짜뉴스들이 국내로 들어와 퍼지는 모양새지만 국내 접종이 시작되면 새로운 내용이 생산·유포될 수 있다”며 “악의적·조직적으로 백신 관련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경우에는 철저하게 수사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등은 방송통심심위위원회(방심위)에 60여건의 허위정보 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이날 <한겨레>가 확인한 결과, 카카오톡이나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는 버젓이 허위정보가 공유되고 있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방심위가 ‘개점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방심위 관계자는 “가짜뉴스 삭제와 관련해 심의위원들이 심의·결정을 해야 하는데 지난달 29일 위원 9명이 임기만료로 나간 뒤 위원회 구성이 안 되고 있다”며 “경찰에서 이첩된 내용 등 백신 관련 가짜뉴스 60여건이 접수됐으나 삭제·차단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호 서혜미 기자

 

재판부 회복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죄지어도 가처분 방어선례 될라
방통위 위법이 원인주장 인정 안해시간 벌어주기언론단체 등 비판

 

 

종합편성채널(종편) <MBN>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6개월 업무정지 처분’ 효력을 멈춰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이 일부 받아들였다. MBN은 출범 당시 불법행위를 저질러 오는 5월부터 6개월 동안 방송을 전면 중단하라는 방통위의 행정처분을 받았으나,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시간을 벌게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정민)는 24일 MBN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6개월 업무정지 등 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방통위의 업무정지 처분 효력은 1심 판결 뒤 30일까지 한시적으로 미뤄진다. 재판부는 “심문 결과 및 MBN 제출 자료에 의하면, 업무정지 처분으로 MBN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그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방통위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거나 MBN의 본안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23일 열린 심문에서 MBN 쪽 대리인은 “협찬, 인터넷티브이(IPTV), 오티티(OTT) 등에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매출을 내야 하는데, 업무정지를 하면 1200억원가량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며 “방송이 중단될 경우 채널번호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쪽 대리인은 “MBN이 주장하는 금전적 손해는 과장된 것이며, 설사 손해를 입는다고 해도 그 손해를 초래한 근본 원인은 MBN의 위법행위 때문”이라며 “방통위는 (처분을) 미리 준비하라고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줬다. 원칙대로 처분 효력이 유지돼야 한다”고 반박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앞서 MBN은 2011년 종편 승인 대상 법인으로 선정될 당시 납입 자본금(3950억원) 가운데 일부(560억원)를 임직원을 동원해 차명 투자하고, 이를 숨기고자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방송법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나 방통위로부터 방송·광고영업 등을 6개월간 전면 중단하는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언론시민단체는 “승인 취소를 해야 할 사안”이라고 처분 결과를 비판하며, 감사원에 방통위에 대한 국민감사까지 청구한 상태다.

언론시민단체는 이번 법원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아직 본안 소송이 남아 있는 만큼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앞으로 언론이 무슨 죄를 지어도 ‘가처분 소송으로 일차적 방어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까 우려된다”며 “본안 소송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문제는 롯데홈쇼핑 사례처럼 MBN 역시 본안 소송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롯데홈쇼핑은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6개월 프라임시간대 방송중단’ 처분을 받았지만, 2016년부터 정부를 상대로 행정처분 무효 소송 등을 잇달아 제기하면서 6년째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이번 법원 결정이 방통위 처분의 부당성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이 결정으로 행정처분에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오도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고 해서 종편 자본금 사태로 촉발된 MBN의 위기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겨우 한숨 돌릴 시간을 벌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류호길 대표는 즉각 사임하고 MBN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 대표는 자본금 불법 충당의 책임자로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상태다.

방통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업무정지 행정처분 효력 정지 신청이 인용된 것에 대해 법무부와 협의하여 항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이와 별도로 업무정지 행정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효실 조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