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기간 날수로 계산이 '대원칙'... 구속취소, 구속집행정지와 본질적으로 달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7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측이 청구한 구속취소를 인용했다. 이러한 결정을 예상하지 못했던 일반시민들, 법률가들, 기자들까지 모두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 버금가는 혼란에 빠졌다.

핵심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구속기간은 날(일, day)수가 아니라 시간으로 계산되어야 하는지 ②구속기간을 계산할 때 체포적부심사에 소요된 시간은 제외되는지 ③법원의 구속취소결정에 대해서 검찰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지다.

형사소송법 제66조는 법령의 기간에 관한 규정을 해석하는 대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66조(기간의 계산) ① 기간의 계산에 관하여는 시(時)로 계산하는 것은 즉시(卽時)부터 기산하고 일(日), 월(月) 또는 연(年)으로 계산하는 것은 초일을 산입하지 아니한다. 다만, 시효(時效)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아니하고 1일로 산정한다.
② 연 또는 월로 정한 기간은 연 또는 월 단위로 계산한다.
③ 기간의 말일이 공휴일이거나 토요일이면 그날은 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다만, 시효와 구속기간에 관하여는 예외로 한다."


다른 내용을 다 제외하고 구속기간과 관련해서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초일(첫날)은 1일로 산정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1월 15일 오전 열 시 반경 체포되었다. 체포시간과 상관없이 체포 당일인 1월 15일이 구속기간을 산정하는 첫날이 된다는 뜻이다.

검사는 피의자를 구속하면 10일 이내에 기소(공소제기)를 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03조). 다만 이러한 10일의 구속기간은 피의자를 '체포한 날'을 기점으로 계산한다(형사소송법 제203조의2). 1월 15일로 1일로 계산하면 10일이 되는 날인 1월 24일이 구속기간 만료일이 된다는 의미다.

구속기간을 날수로 계산한다는 대원칙

윤석열 대통령이 2월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여기서 구속기간은 법률의 명시적 규정에 따라 날수로 계산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구속기간 계산(산정)에 관한 이러한 명시적 법률규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구속적부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날수(3일)가 아니라 분 단위의 시간(33시간 7분)으로 계산했다.

구속기간을 계산할 때 구속된 피의자가 법원에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면 법원이 구속적부심사에 필요한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찰로부터 접수한 때부터 구속적부심사에 관한 결정을 내린 뒤 검찰로 다시 반환할 때까지의 기간은 제외한다(산입하지 않는다). 그만큼 구속기간 만료일이 연장된다는 뜻이다.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 ⑬ 법원이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접수한 때부터 결정 후 검찰청에 반환된 때까지의 기간은 제200조의2 제5항(제213조의2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 및 제200조의4 제1항을 적용할 때에는 그 제한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하고, 제202조·제203조 및 제205조를 적용할 때에는 그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이처럼 구속기간의 계산에서 구속적부심사에 소요된 기간의 산정방식이 중요하다. 물론 구속기간의 계산에서 구속적부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계산하는 방식을 명확하게 적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구속기간을 날수로 계산한다는 대원칙에 비추어보면 구속적부심사에 소요된 기간도 날수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

인신의 구금이라는 점에서 구속과 체포는 동일하다. 다만 구속과 체포는 인신을 구금할 수 있는 기간이 다르다. 체포기간은 48시간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체포적부심사에 소요된 기간은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맞다. 다만 구속적부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구속기간에서 제외하는 규정에서 법원이 체포적부심사에 필요한 수사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찰로부터 받아보고 결정을 한 뒤 검찰에 다시 반환한 시간을 구속기간의 계산에 제외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체포적부심사에 소요된 시간(10시간 32분)도 구속기간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법원이 구속취소를 결정하면 검찰은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법원의 결정에 대한 항고는 ① 보통항고 ② 즉시항고로 구분되는데 즉시항고는 법원의 결정이 있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해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따른다(형사소송법 제405조). 중요한 것은 검찰이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기간과 즉시항고가 된 때부터 법원의 구속취소에 관한 재판의 집행은 정지된다는 점이다. 구속취소를 청구한 당사자의 구속은 계속 유지된다는 뜻이다.

"형사소송법 제410조(즉시항고와 집행정지의 효력) 즉시항고의 제기기간 내와 그 제기가 있는 때에는 재판의 집행은 정지된다."


보석-구속집행정지와 본질적으로 다른 구속취소제도

법원의 ① 보석 결정(헌재 1993. 12. 23. 93헌가2)과 ② 구속집행정지 결정(헌재 2012. 6. 27. 2011헌가36)에 대한 즉시항고제도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위헌결정을 한 바 있다. 그렇다면 법원의 ③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제도도 위헌으로 이해될 수 있을까?

보석제도나 구속집행정지제도는 구속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이러한 보석제도나 구속집행정지제도와 비교할 때 구속취소제도는 구속의 효력을 최종적으로 상실시킨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성질을 달리 한다. 헌법재판소도 동일하게 이해하고 있다.

"구속집행정지는 구속의 집행을 정지할 뿐, 구속의 효력에는 영향이 없다는 점에서 구속취소와 다르고 보석과 그 본질을 같이하나, 보증금을 조건으로 하지 않고 피고인이나 변호인 등에게 신청권이 인정되지 않고 직권에 의하여 행해지므로, 가사 신청이 있더라도 법원의 직권 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다. 실무에서는 중병, 출산, 가족의 장례참석 등 긴급하게 피고인을 석방할 필요가 있는 경우 등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구속집행정지는 피고인의 긴급한 개인적 사정에 초점을 맞추어 이용되고 있으며 보석제도를 보충하는 기능을 한다."(헌재 2012. 6. 27. 2011헌가36)


따라서 헌법재판소가 법원의 보석결정이나 구속집행정지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를 인정하는 제도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고 해서 법원의 구속취소결정에 대한 검찰의 즉시항고를 인정하는 제도 역시 위헌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특히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사람은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다시 구속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제208조 제1항)을 고려할 때 구속취소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의 의미는 보석결정이나 구속집행정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와 상당히 다르다. 그러므로 법원의 구속취소결정에 대해서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라는 대통령 측의 요구는 타당하지 않다.

형사법원 결정, 탄핵심판에 영향 줄 수 없어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앞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서, ‘법원의 구속 취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지 않는 검찰을 불법감금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윤 대통령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 권우성관련사진보기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구속취소결정에서 법률에 대한 해석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이 발견되기 때문에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 위하여 검찰은 즉시항고를 해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 측은 여기에 이의가 있다면 구속취소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로 구속취소결정의 집행력이 인정되지 않는 법률규정에 대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면 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구속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법관이 법적 근거로 삼는 형사소송법 규정은 구속취소사유로 구속사유가 없거나 사라진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93조(구속의 취소) 구속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된 때에는 법원은 직권 또는 검사, 피고인, 변호인과 제30조제2항에 규정한 자의 청구에 의하여 결정으로 구속을 취소하여야 한다."


따라서 구속기간과 같은 절차적 결함에 관한 판단을 구속취소 여부를 결정하는 법관이 할 수 있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기도 한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형사재판과 헌법재판은 독자적 재판절차다. 더욱이 내란죄 형사재판에 관한 본안판단도 아니고 피고인의 구속취소에 관한 형사법원의 결정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란죄 우두머리 혐의를 받고 있는 피고인 대통령에 대한 법원의 구속취소결정에 대해서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하라는 요구는 헌법재판소의 탄핵결정에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로 이해되면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 이준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지금까지 법원 판결·결정에 신속한 입장 밝혔던 모습과 사뭇 달라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검찰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7일 밤 10시 현재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를 결정한 지 8시간이 지났지만, 검찰 입장은 "검토 중"이다.

검찰의 즉시항고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지만 검찰은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검찰이 즉시항고에 나서면, 서울고등법원이 판단을 내릴 때까지 윤 대통령 석방이 미뤄진다. 법률상 즉시항고는 7일 이내에 제기할 수 있다.

7일 오후 2시께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의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이 알려진 뒤 약 7시간 뒤인 오후 8시 49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측는 취재진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과 관련해 현재 검토 중이고 결정이 되면 풀할 예정입니다.
전화를 못 받아서 죄송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또한 그로부터 약 1시간 뒤인 오후 9시 59분에 밝힌 입장도 같았다.

아직 검토 중이고 결정된 바 없습니다. 결정이 되면 풀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기계적으로 신속하게 '불복' 입장을 밝혔건만

즉시항고 여부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검찰의 신중한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검찰 조직은 자신들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법원 판결이나 결정에, 신속하게 불복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 19일 서울고등법원은 탈북어민 북송사건 항소심에서 문재인 정부 인사들에게 징역형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같은 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판결문을 상세히 검토한 후 항소하여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결 선고 후 검찰의 불복 입장이 나오기까지 4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특히, 검찰 비상계엄 특수본은 윤 대통령 구속 연장 허가를 둘러싼 법원과의 갈등 때에도 신속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움직였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 1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기간 연장 허가를 신청했는데, 이튿날인 24일 법원은 이를 불허했다. 검찰 특수본은 당일 오후 10시 10분 법원의 불허 결정과 그 사유를 취재진에게 알린 뒤 4시간도 되지 않은 25일 오전 2시 구속기간 연장 허가를 재신청했다고 밝혔다. 늦은 밤인데도 검찰의 불복 움직임은 기민하고 명확했다.

즉시항고 안 하고 즉시 받아들이면, 전국 구속자 전수조사 해야 할 판

이번 법원의 결정은 단순히 윤 대통령 사안을 넘어 전체 사법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근본적이어서 검찰로서는 즉시항고를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이날 법원은 검찰이 윤 대통령 구속 기간을 잘못 계산했다고 했다. 검찰 주장과 달리 구속기간을 산정할 때는 날짜가 아닌 시간 단위로 하고, 체포적부심사 기간은 구속기간에서 뺄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검찰의 계산 방식이 기존 관례였고, 법원의 결정이 관례를 깨는 새로운 방식이라는 점이다. 즉, 기존 방식대로 구속기소된 피고인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즉시항고와 재항고를 통해 대법원 판단까지 받지 않고 바로 받아들인다면, 당장 내일부터 전국의 체포-구속기소된 수감자들은 자신의 체포적부심사일과 시간단위 구속기간을 계산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SNS를 통해 "검찰이 즉시항고를 안 하는 경우 똑같은 상황에 있는 피고인들을 전수조사해 구속취소를 청구해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검찰이 즉시항고를 안 한다면, 나는 음모론에서 검찰을 더 이상 방어해 줄 수 없다"며 "(윤 대통령 측과)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야'라는 의심을 나도 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오마이 선대식 기자 >

헌재,  고도의 입증 필요한 형사재판과 헌법 재판 차이를 구별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2025.2.13 사진공동취재단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취소 신청을 인용한 가운데 내주로 전망되는 탄핵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7일 법원은 윤 대통령 쪽이 지난달 4일 제기한 구속취소 청구를 인용하며 구속기간은 날이 아닌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수사범위에 내란죄가 포함되어있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윤 대통령 쪽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이같은 법원의 결정이 헌법재판소가 진행하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헌재가 애초 고도의 입증이 필요한 형사재판과 헌법 재판의 차이를 구별했던 만큼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에서의 구속 취소와 탄핵심판은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은 구속 상태임에도 변론에 직접 출석해 방어권도 충분히 보장받았다”며 “구속 취소 결정을 한 근거들은 대통령직을 유지하게 할 것이냐와 관련된 탄핵심판과 무관한 별개의 사안”이라고 짚었다. 탄핵 청구인인 국회 쪽 대리인 중 한명도 “앞서 국회 쪽은 탄핵 소추 사유는 그대로 유지하되 내란죄 등 형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은 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형사재판과의 탄핵심판은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공수처의 내란 사건 수사권 논란을 언급한 대목 역시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탄핵심판에 채택된 증거 중에는 공수처에서 생산한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대통령을 수사했다고 하지만 윤 대통령의 비협조로 유의미한 수사자료가 없었기에 큰 의미가 없다”고 봤다. 임 교수도 “탄핵심판에서 채택된 증거자료들은 윤 대통령 본인이 아닌 공범에 대한 검찰 조서들이 주를 이룬다”며 “공수처의 수사자료 등이 채택된 게 없고, 헌재의 판단을 구성할 공범의 수사기록은 법원에서 문제 삼지 않았기에 탄핵심판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윤 대통령 쪽이 이번 법원의 결정을 검찰의 내란 수사권 논란과 내란 수사 전반의 위법성 주장으로까지 확대해 엮으면서 변론 재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내란수괴 석방 결정에 시민들 또 충격과 공포


재판부 "구속 기간 9시간 45분 초과해서 위법"
그러나 지금껏 '시간' 아닌 '날짜' 단위로 계산
윤석열 사건에서 유독 '엄격한' 잣대 들이대
체포적부심 소요된 10시간 32분도 포함시켜

명확한 규정 없는데도 "피의자에 더 유리하게"
내란죄 수사 불가? 이미 영장 발부로 적법 확인
시종 납득 어려운 논리…판사 개인 성향 영향?
지귀연 부장판사, 이재용 판결 전부 무죄 파장

검찰 '계산된 착오'?…검사장 회의로 시간 지체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7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인근에서 지지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2025.3.7. 연합
 

공수처와 경찰이 천신만고 끝에 체포하고 검찰이 구속기소했던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다는 소식에 한국 사회가 대혼란에 휩싸였다. 대다수 시민은 상상도 못했던 법원의 결정을 접하고 충격과 공포에 빠져 또 다시 내란성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놀란 시민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몰려들면서 엑스(X·옛 트위터)에선 '구속 취소'가 실시간 트렌드 1위를 차지했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분노와 탄식의 글이 빗발치는 중이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앞다퉈 성명을 내고 법원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7일 윤 대통령이 구속 기간이 만료된 상태에서 기소됐다고 봐야 한다며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항변은 배척하고 철저히 윤 대통령 측 주장만 받아들였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구속 기간 '10일 이내'는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에 검찰이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구속 시한을 9시간 45분 초과한 상태에서 법원에 공소장을 접수했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밝힌 윤 대통령의 구속 시한은 1월 26일 오전 9시 7분까지였는데, 검찰이 기소한 건 같은 날 오후 6시 52분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많은 사건에서 검찰과 법원이 구속 기간 계산을 시간이 아닌 일자 단위로 산정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윤 대통령 사건에 관해 재판부가 유독 이례적인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도 그간 구속 취소 심문 과정에서 "형사소송법이나 지금껏 법원 판례에 따르면 구속 기간은 시간이 아닌 날로 계산하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유효한 구속 기간 내에 적법하게 기소됐다"고 반박해왔다. 또 "구속기소 이후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어 여전히 증거인멸의 염려가 크다"며 "불구속 재판이 이뤄질 경우 주요 인사, 측근과의 만남이 많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1월 16일 오후 2시 3분부터 17일 0시 35분까지 10시간 32분은 구속 기간에 산입하지 않아야 한다고 점도 부각시켰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나 구속적부심사와 달리 체포적부심사를 위해 수사 관계 서류 등이 법원에 있었던 기간이 구속 기간에서 제외되는지는 형사소송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단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피의자에게 더 유리한 엄격한 해석'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2025.1.19. 연합 [공동취재]

 

재판부는 그밖에 윤 대통령의 변호인들이 구속이 위법하다며 들었던 사유, 즉 ▲공수처의 수사 범위에 내란죄는 포함되지 않는다 ▲공수처와 검찰청은 서로 독립된 수사기관인데 양측 검사가 형사소송법이 정한 구속 기간을 서로 협의해 나누어 사용했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의 신병을 이전하면서 신병 인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상 윤 대통령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수처법 등 관련 법령엔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변호인들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 윤 대통령의 구속에 관한 위법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재판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 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 취소 결정을 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유들 역시 공수처와 검찰에서 누누이 논박해왔던 부분이다. 내란죄 수사가 위법하다는 주장은 이미 법원이 공수처가 청구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체포영장에 대한 이의신청도 기각했기 때문에 법원 자신에 의해 적법성이 반복적으로 인정된 바 있다. "직권남용죄는 공수처법에 포함된 범죄이며 그것과 관련이 있는 내란죄를 혐의 사실에 포함시켰다고 해 위법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또한 공수처와 검찰 사이 신병 인치 절차 누락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공수처 검사도 검사"라며 "검사 간 신병 인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실무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내란죄라는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라는 구속 사유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에도 재판부가 이처럼 윤 대통령 측 논리만 수용해 온 사회를 혼돈에 빠뜨릴 석방 결정을 내린 데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때문에 역대 수많은 문제적 판결들에서처럼 판사 개인의 성향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11차 변론에서 최종 의견 진술을 하고 있다. 2025.2.25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로 부임한 뒤 지난해 2월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의 1심 주심을 맡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김종중 전 미래전략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나머지 피고인 13명에게도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회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는데 삼성 측도 놀랄 정도로 완전한 면죄부를 선사한 것이다.

 

당시 참여연대는 판결 직후 성명을 통해 "재벌들은 지배력을 승계하기 위해 함부로 그룹 회사를 합병해도 된다는 괴이한 선례를 남긴 판결로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1심 판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 합병이 승계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도 배치되는 결과다. 방대한 증거와 선행 판결을 두고도 무죄를 판단한 법원의 행태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경실련도 "대한민국의 경제사법 정의가 무너졌다"면서 "일련의 과정을 보면 법원과 검찰은 이 회장의 소유지배 확립을 위한 30년 대서사시의 충실한 조연이었던 건 아닌지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지 부장판사는 같은 해 9월에는 마약 상습 투약 혐의로 기소된 배우 유아인 씨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앞서 2014년 4월 수원지법에 근무할 때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대리투표를 한 혐의로 기소된 당시 경기 지역 시의원 2명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 9월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9.18 연합뉴스)

 

일각에선 검찰이 의도적으로 구속 기간을 넘겨 부실 기소를 한 게 아니냐고 의심한다. 실제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 1월 26일 오전 10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소집해 윤 대통령 기소 여부를 논의한다며 3시간 가까이 회의를 진행하는 등 결정적으로 시간을 지체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하늘이 무너진다. 검찰이 기소하며 구속기일 시간과 날짜를 혼돈, 착오로 이런 사법부의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대한민국 검찰의 현주소다. 검찰의 계산된 착오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구심도 금치 못한다"고 격분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대표 권한대행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구속 취소에 깊고 깊은 분노를 표한다"며 "검찰이 이러한 중차대한 일에 시간 계산을 잘못할 리가 없다. 고의라고밖에 볼 수 없다. 아무리 봐도 불필요했던 지난 1월 26일 검사장 회의로 하루를 잡아먹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검찰은 윤석열 수사팀과 지휘선상에 있는 자들을 감찰해 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밝혀내야 한다"며 "심우정 검찰총장과 검찰 수뇌부는 한 명도 빠짐없이 책임지고 사퇴할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이 '즉시항고'에 나서 윤 대통령 석방을 막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구속을 취소하는 결정에 대해 검사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으며, 즉시항고가 제기되면 재판에 대한 집행정지의 효력이 발생한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석방이 웬 말인가? 검찰은 즉시항고해야 한다"며 "이번 법원 결정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과는 전혀 무관하다.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검찰은 윤석열 석방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고, 여전히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가 인정되는 만큼 즉시항고하라. 법원 역시 즉시항고 후 빠른 결정을 통해 스스로 초래한 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면서 "주권자 시민들은 이례적인 구속 취소 결정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성명에서 "지금까지의 선례상 구속 기간 계산은 일자 단위로 계산해 온 만큼 법원이 이번 사건에 한정해서만 유독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는 그간 누적된 구속영장 청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를 뒤집는 것일 뿐 아니라 구속 사안이 우리 사회에 미친 심각성을 안일하게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입장해 탄핵심판 10차 변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관련사진보기
 


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가운데, 검찰이 즉시항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이 7일 이내에 즉시항고를 하면,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윤 대통령 석방은 미뤄진다.

7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밝힌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의 핵심 사유는 검찰이 구속기간이 만료된 이후에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구속기간을 계산할 때 기존 관례인 날짜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쪽 주장에 손을 들어줬고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적부심사와는 달리 형사소송법에 명문 규정이 없으므로 체포적부심사 기간은 구속기간에서 제외하면 안된다고 결정했다.

참여연대는 "지금까지의 선례상 구속기간 계산은 일자 단위로 계산해 온 만큼 이번 사건에 한정해서만 유독 시간 단위로 계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그간 누적된 구속영장 청구에 관한 사법부의 판단을 뒤집는 것일 뿐 아니라 구속 사안이 우리 사회에 미친 심각성을 안일하게 보는 것"이라며 "검찰은 즉시 항고해 잘못된 법적 판단을 시정해 사법정의를 바로 세워라"라고 촉구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비록 구속이 절차상 이유로 취소되었지만 윤석열에게 범죄의 혐의가 없다거나 수사기관의 권한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면서 "윤석열 측과 국민의힘 등은 죄가 없는 것이 확인되었다는 식의 아전인수식 거짓선동을 즉각 중단하라"라고 주문했다. 이어 "검찰은 윤석열 석방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줄이고, 여전히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가 인정되는 만큼 즉시항고하라. 법원 역시 즉시항고 후 빠른 결정을 통해 스스로 초래한 혼란을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법조계 인사들도 SNS를 통해 즉각적으로 입장을 표하고 있다. 판사 출신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차라리 잘 됐다"면서 검찰의 즉시항고를 촉구했다. 그는 "즉시항고 후 재항고까지 거치면 대법원에 이르러서 위 쟁점들과 공수처 수사권 논란을 재판 초기에 정리해서, 위법수사, 불법구금 등으로 인한 증거능력 부정, 재심 위험 등을 차단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기존 형사실무를 완전히 뒤집는 2가지 쟁점에 대한 법리의 대변화가 왜 하필이면 윤석열 대통령 구속사건에서 시작되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다"라며 "특히 전자(구속기간 시간 단위 계산)야 기존에 피고인의 인권을 이유로 한 반대설의 비판이 있어 왔으니 그런 법리 변경의 가능성이 있다 할 것이지만, 후자(체포적부심사의 구속기간 포함)의 쟁점에 대한 법원의 해석은 잘 납득하기 어렵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임재성 변호사는 "내란범의 구속이 취소된다는 것에 당연히 '피꺼솟'이지만, 구속기간이 넘겼다는 판단 과정(산수 과정) 자체는 일응의 근거를 가지고 있다"면서도 "신체의 자유, 형사피의자 권리가 당연히 중요하지만, 기존 관행과 다른 판단이고 법문 해석에도 의문이 있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법원의 판단을 받을 필요는 분명해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구속기간과 관련해) 체포적부심과 시간 계산에 관한 논란은 늘 있었다. 그래서 검찰에서는 보통 방어적으로 사건을 처리하라고 하는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잘못했다"면서 "(검찰은 윤 대통령 파면 후) 아직 기소 전인 사안들로 윤 대통령을 구속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 오마이 선대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