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달러하락 등으로… 금값도 크게올라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넘쳐나는 유동성과 경기회복 기대감, 달러 약세 등이 맞물리면서 주요 상품시장에 연일 돈이 몰리고 있다.
국제 유가는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장중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주말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배럴당 70.31달러로 거래가 체결됐다. 지난해 11월4일 이후 최고치로, 올해 들어서만 50% 이상 급등했다. 중동산 두바이유(현물 기준)도 배럴당 66.83달러에 거래돼, 지난해 말(36.45달러) 이후 5개월 만에 82%나 올랐다.
MF글로벌의 에너지 담당 부사장인 존 킬더프는 블룸버그 통신에 달러화 가치 하락이 에너지 및 원자재에 대한 투자를 불러오고 있다면서 원자재의 수요.공급 등에 관한 고려보다는 달러화 하락이 원자재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는 통상 달러화를 기준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의 가치 하락분을 만회하기 위해 오르는 경향이 있다.
미 달러화는 세계 경기침체 완화와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로 안전자산으로서의 매력이 약화되면서 올해 들어 최저치로 추락했다. 달러화는 유로당 1.41달러에도 넘게 거래되며 지난 5월에만 가치가 6%나 떨어졌다.
달러화 하락에 금속 가격도 강세를 보였다.
금값은 4개월 만에 최고치(온스당 978.60달러)로 1000달러에 육박했고, 구리와 납은 연초보다 각각 61.17%, 64.94% 상승했다.
또 옥수수,원당,콩,밀 등 농산물도 5월 한달새 7~17% 값이 올랐다. 19개 원자재 선물로 구성된 상품지수(로이터-제프리)는 지난달에 13.8% 올라 1974년 7월 이후 월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원자재값의 ‘이상 급등’은 투기성 자금의 쏠림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경제전문가들은 “유가 급등은 제조업과 중국의 수요, 수급 상황 때문이 아니다. 달러 약세와 유동성 과잉이 지속되면서 원유 등 상품시장에 투기 자본이 유입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분석 아날리스트들은 “최근 유가는 일시적 유동성 장세 때문으로, 하반기에 70달러까지 갈 수도 있지만 평균으론 50~60달러 사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석유개발 투자 부진과 중국의 수요 회복 등에 힘입어 앞으로 유가가 작년과 같은 급등세를 보일 것이라는 경고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미국 케임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는 올해 4분기에 국제 유가는 배럴당 51~84달러(서부텍사스산 기준),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평균 59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가 완화되면서 앞으로 에너지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연말 가격 전망을 종전 65달러에서 85달러로 크게 높였다. 내년 상반기와 연말에는 각각 90달러와 95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침체로 에너지 개발 투자가 급감하면서 3년 내에 석유가격 급등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수개월간 석유업체와 투자자들은 하루 20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금액인 1천700억달러 가량의 투자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또 업체들이 관련 지출을 삭감하면서 하루 420만배럴의 석유 생산과 맞먹는 규모의 투자가 최소한 18개월 이상 지연된 것으로 추산하고, 지연 또는 취소된 석유개발 프로젝트가 대부분 캐나다와 같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비회원국에 집중돼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이들 국가의 석유는 OPEC 회원국보다 개발에 몇 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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