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쾰른 지나 본에 정착

 
독일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 앞에 설치됐던 평화의 소녀상. 이 소녀상은 지난 4일 독일 본 여성박물관으로 영구 이전됐다.

 

독일 쾰른에 임시 설치됐던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 ‘동마이’가 본 지역 여성박물관 앞에 영구 설치됐다. 4년 가까이 떠돌던 소녀상이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이다.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의 한정화 대표는 쾰른 나치기록박물관 앞에 세웠던 소녀상을 지난 4일 본 여성박물관 부지로 이전했다고 17일(현지시각) 말했다. 지난 3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년을 맞아 준비한 기획 전시 일환으로 쾰른에 세워졌던 소녀상은 지난 1일까지만 박물관 앞에 놓일 수 있었다. 그러나 쾰른과 30㎞ 이내 거리에 있는 본 지역의 여성박물관이 동상을 이어 받아 영구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여성박물관이 코리아협의회 제안을 수락하면서 ‘동마이’가 보금자리를 얻게 됐다.

 

1981년 세계 최초로 설립된 본 여성박물관은 작가로 활동하는 마리아네 피첸(77)이 만든 사립 박물관이다. 옛 백화점 건물을 개조해 지어진 박물관은 여성의 관점에서 본 현대예술과 문화에 초점을 맞춰 전시를 진행한다.

 

이곳에 소녀상을 설치하려던 건 처음이 아니다. 프랑크푸르트의 재독 동포단체 풍경세계문화협의회 제안으로 본 여성박물관은 2017년 박물관 앞에 소녀상을 전시하기로 했다. 당시 박물관은 시유지였던 자리에 소녀상 설치를 추진했지만 일본 총영사관과 담당 시청의 강한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이후 해당 부지를 박물관이 완전히 매입하면서 일본 정부나 지자체가 압력을 행사할 명분이 사라졌고, 이번엔 갈등 없이 소녀상을 설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소녀상은 지난 2021년 정의기억연대(정의연) 후원으로 드레스덴 주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 기간 처음 설치된 뒤 창고에 방치됐다가, 쾰른 전시를 계기로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한편, 베를린 미테구 공공부지에 설치된 소녀상 ‘아리’는 베를린 행정법원 결정으로 9월28일까지 존치 결정을 받은 상태다. 미테구청은 소녀상의 가치와 예술의 자유를 우선한 법원 결정은 존중하면서도, 사유지 이전을 제안하고 있다. 코리아협의회는 구청과 협의에 나서되 소녀상의 상징성을 고려해 사유지로 옮기는 것엔 부정적인 입장이다.

 

독일에 설치된 소녀상과 함께하는 행사도 활발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카셀 지역 교회인 ‘노이에 브뤼더키르헤’(새로운 형제들 교회)는 유엔(UN)이 정한 세계전시성폭력 추방의 날(6월19일)을 맞아, 교회 앞에 설치된 소녀상 ‘누진’과 19일 관련 행사를 열 계획이다.

 

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 시민모임은 예술가 그룹 ‘다섯번째 목소리(The Fifth Voice)’와 함께 27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소녀상이 있는 프랑크푸르트와 베를린, 카셀, 본을 찾아 공연을 연다. 일본 정부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철거된 소녀상을 다시 세우는 정의와 저항을 예술로 표현하고, 이를 독일 시민들에게 알리는 목적이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리박스쿨 사무실 문건 입수...  우파 사상 개발 여론 확산 계획 세세 열거

 
서울 종로구 인사동 리박스쿨 사무실이 2일 오전 닫혀있다. 김영원 기자 

 

“우파 전략과 논리를 개발”, “유튜브 활용”, “각 사회단체로 확장”, “작가·기자·연예인 발굴”.

 

2018년 8월24일, ‘언론 자유 없이 자유민주주의 없다’는 제목으로 작성된 문건은, 우파 사상 개발과 여론 확산 계획을 세세하게 열거했다. 한해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우파 세력을 두고, “(우파) 리더들은 과격한 시위를 자제토록 한다”, “국민저항권 행사 못함” 등 온건성을 문제로 지적한 뒤, 문건이 제시한 전략의 핵심은 여론전을 통한 영향력 확대다. 이 문건은 2025년, 21대 대선에서 댓글로 여론을 조작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한겨레는 17일 서울 인사동 리박스쿨 사무실에 있던 공식 문서, 비공식 회의·보고 자료, 행사·강좌 전단, 기자회견문, 사업 계획서 문건 수십건을 확보해 그 내용을 살펴봤다. 2017년부터 최근까지 리박스쿨과, 사무실을 함께 사용한 여러 단체(육사총구국동지회(육총), 전군구국동지연합회(전군연), 대한민국역사지킴이 등)이 작성하거나 관리하던 것들이다.

 

문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형성된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 단체들의 연합, 이들이 공유한 황당한 뉴라이트 역사관, 그를 전파하기 위한 온라인·교육 전략, 제도권에 대한 접근 흔적을 담고 있다. 일부에선 폭력과 위법을 넘나드는 과격한 모습도 관측된다. 댓글 조작과 제도권 침투 의혹 등 최근 문제된 리박스쿨 활동이, 한 단체의 일탈이 아닌 ‘극단적 보수 세력들’ 사이에서 최소 9년 가까이 논의해온 체계적 전략의 단면이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언론 자유 없이 자유민주주의 없다’(2018년 8월24일) 문건. 독자 제공.

 

우파 결집: “청와대 공격” 계획과 리박스쿨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이후인 2017년 리박스쿨 사무실 문건들에선, ‘보수우파 대통합’과 ‘결집’을 강조하는 주장이 이어졌다. 전군연이 2017년 10월31일 만든 ‘구국포럼(강령, 정관)’ 문건에는 “보수 우파의 대통합을 목표로 세력을 결집하는 애국시민운동”이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로 적혔다. 최근 드러난 리박스쿨 활동이 기독자유통일당, 자유연대, 위헌정당해산국민운동본부, 자유교원조합 등 숱한 우파 단체와 결합돼 나타나는 건, ‘결집’을 강조한 이들 활동 방식이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구국포럼(강령, 정관)’(2017년 10월31일) 문건. 독자 제공.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연계도 눈에 띈다. 리박스쿨 사무실을 함께 쓴 육총 명의로 2020년 8월4일 작성된 ‘8·15행사 계획 보고/토의’ 문건은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광복절 집회 계획 논의를 담고 있다.

집회 계획에는 “청와대 행진 [공격]”이라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군대를 편성하듯 결집 단체들(17곳)을 1~3제대로 나누고 “공격(행진) 개시 시간”까지 적은 계획에서, 리박스쿨은 청와대 분수대 앞으로 공격 방향을 향하는 2제대에 포함됐다. 당시 경찰 대응으로 실제 청와대 ‘공격’은 이뤄지지 못했다. 다만 경찰 버스를 파손하는 등 결집된 이들의 시위는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8·15행사 계획 보고/토의’ 문건(2020년 8월4일). 독자 제공.

 

뉴라이트: “감옥 갈 각오” 하면 성인 추앙

 

리박스쿨과 관련해 특히 논란이 된 ‘뉴라이트 역사 인식’ 또한 많은 문건에서 과격한 형태로 논의되고 적혔다.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운영한 대한민국역사지킴이, 프리덤칼리지장학회 등 18개 단체가 이름을 올린 제주4·3특별법폐지시민연대의 2020년 8월10일 ‘제주4·3 특별법 개정안과 여순사건 특별법안 강력하게 반대한다!’ 기자회견문에는, 4·3 사건이 ‘폭동’으로 규정됐다. 이들은 “제주 4·3 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가짜”라며 “가짜보고서에 의해 고등학교 교과서도 왜곡 서술되어 있다. 좌편향된 역사교과서를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문은 “제주 평화공원(폭도공원) 안의 사료관 전시물도 가짜”라고 적었다.

 

5·18민주화운동을 두고 “김대중 등의 내란음모에 의한 폭동으로 결론 났다”는 황당한 주장을 담은 문건도 있다. 2019년 ‘5·18 폭동’ 발언으로 이종명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에서 제명될 위기에 놓이자, 이를 규탄하기 위해 육총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종명 의원 제명 조치에 대한 규탄 성명서’에서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제주 4·3특별법 개정안과 여순사건 특별법안 강력하게 반대한다!’ 기자회견문(위)과 ‘이종명 의원 제명 조치에 대한 규탄 성명서’(아래).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여러 부 발견된 ‘4·15 총선 부정의혹 요약’ 문건은,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전산 프로그램 개표 조작”이라고 주장하며 최근까지 이어지는 부정선거론 내용을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문건에 첨부된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측면에서 본 국민들의 분류’라는 제목의 글은 “양심을 속이는 언론인, 법조인”을 “짐승보다 못한 급”으로 분류했다. 반면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해서 감옥 갈 각오를 하고 실천하는 사람”을 “성인급”으로 추켜세운다. 부정선거론에 대한 태도를 가지고 사람의 수준을 나누는 식이었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는 측면에서 본 국민들의 분류’ 문건. 독자 제공.

 

여론 침투: “자손군 전성시대” 꿈꿨나

 

손효숙 대표를 비롯해 리박스쿨 관계자들이 강사로 참여한 ‘폰 잘 쓰는 교실 5월 교육’ 회원 모집을 홍보하는 2021년 전단지에는 “자손군 전성시대를 위한 열정과 노력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의 줄임말인 ‘자손군’은 최소 4년 전에도 이들 사이에 널리 쓰인 표현이었고, 노인들을 상대로 한 스마트폰 교육이 사실상 노골적인 댓글 공작이었던 셈이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폰 잘 쓰는 교실 5월 교육’ 전단지. 독자 제공.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발견된 문건 곳곳에는 유튜브·댓글·블로그를 활용해 온라인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한 흔적이 담겨 있다. 한 회원이 전군연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서신에는 “다단계식 (SNS) 전달망” “매크로 프로그램 개발” 등의 내용이 적혔고, 작성 주체와 시점이 불분명한 또다른 문건은 기사 제목과 댓글, 공감 클릭 수를 엑셀로 정리해 출력했다. ‘폰 잘 쓰는 교실 5월 교육’ 전단지에 적힌 교육 주제 또한 “맘카페 커뮤니티”, “국회가입 청원”, “베스트 댓글” 등이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문건. 독자 제공.

 

온라인을 통해 저변 확대를 꾀하고, 여러 단체가 결합해 과격한 주장을 이어가던 이들 단체의 영향력은 아스팔트를 넘어 제도권까지 진출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5일 ‘이승만바로알기국민연합 출범식’ 초대장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축사를 하는 것으로 적혔다.

실제 정 전 총리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행사에 참석했다. 국민연합에는 대한민국지킴이 리박스쿨, 전군구국동지연합회, 트루스포럼 등 2017년 이후 결집한 우파 단체들의 이름이 ‘함께하는 단체’ 명단으로 포진했다.

 

리박스쿨 사무실에서 나온 이승만바로알기국민연합 출범식 초대장. 독자 제공.

 

공론장 파괴: 윤석열 우군 자처하며 세력 키워

 

21대 대선 댓글 조작 핵심 단체인 리박스쿨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아스팔트 우파’ 단체들의 주장과 행동 방식을 두고 전문가들은 “민주주의의 바탕을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모습”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리박스쿨 사무실 문건’에서 나타난 이들 단체의 모습이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온 상식을 부정하는데다, 표출 방식에서도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공격적인 양상을 보이는 탓이다. 특히 이들이 긴 시간 공교육(늘봄학교)과 온라인(댓글 조작), 정치권 등을 통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우려는 더욱 커진다.

 

조직적인 댓글 달기 등 이들의 ‘여론전’은 민주주의 기반인 ‘공론장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책 ‘위험한 국가의 위대한 민주주의’를 쓴 윤비 성균관대 교수(정치외교학)는 17일 한겨레에 “개인 차원의 댓글 가운데 비합리적인 의견이 있을 수도 있지만, 특정 세력이 조직적으로 여론을 몰고 가려 했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공론장 자체를 망치는 행위”라며 “특히 정부나 관련 기관, 조직이 이들과 연결돼 있다면 ‘의견을 표출한 것뿐’이라는 해명으로 덮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리박스쿨 등 우파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일부 사례에 한정된 의혹에 그치지만, 최소한 이들 단체가 윤석열 정부의 우군을 자처하며 영향력을 키운 흔적은 여러 문건들에서 발견된다.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는 2022년 11월15일 80여개 우파 시민단체가 모여 결성한 ‘자유와연대’ 창립총회에 참석해 ‘홍보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담당하며 여론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유와연대는 ‘우파 단체들이 모여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격에 맞서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뉴라이트 역사관을 공유하는 단체들이 교육을 통해 사회적 합의로 쌓아온 상식에 반하는 국가관·역사관을 전파하려 한 시도 또한 위험 신호다. 리박스쿨 사무실 문건에서 우파 단체들은 제주 4·3과 관련된 공식 기록이 모두 ‘가짜’라고 주장하거나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으로 규정하며, 늘봄교육 같은 방과후 교육활동을 통해 어린 학생들에게 이런 인식을 전파하려고 시도했다.

 

뉴라이트와 한·일 극우 세력을 연구해온 강성현 성공회대 사회융합학부(사회학) 교수는 “뉴라이트 역사관은 일정 기준에 미달해, 이미 교과서 검인정 체제에서도 채택되지 않은 관점”이라며 “공식 교육 과정에도 없고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교육하는 것은 일종의 선전·선동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박스쿨이 사실상 ‘정치 동원형 교육 플랫폼’으로 기능했다”고 덧붙였다.

 

“짐승보다 못한” 식의 과격한 표현으로 편을 가르고, “청와대 공격”을 계획하며 상대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공격성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나타난 지지자들의 폭력적인 모습과 연결된다. 한상원 충북대 교수(철학)는 “동료 시민을 갈등과 경합을 하면서도 함께 공화국을 만들어가는 존재가 아닌, 제거해야 할 존재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위기”라며 “폭력은 다른 정치 세력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하겠다는 뜻을 상징하며, 이는 우경화에서 극우화로 변질돼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 김가윤  박찬희 기자 >

뉴욕 증시는 하락... 미국 이란 공격 직접 개입 긴장 확대 우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17일로 닷새째 이어진 가운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단축하고 귀국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강경 대응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원유가격이 큰폭으로 오르고 뉴욕 증시는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며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는 이란을 향해 ‘무조건 항복’을 요구했다. 시장에선 미국이 이란 공격에 직접 개입하고 긴장이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이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 급등했다가 반락했던 원유가격이 다시 큰폭으로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 결제 선물가격은 17일(현지시각) 오후 5시 배럴당 74.84달러로 전장 대비 3.07달러(4.28%) 올라 거래를 마쳤다. 1시간 휴장 뒤 재개된 거래에서도 6시50분 75.36달러로 추가 상승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원유 선물(7월물) 가격은 지난 13일 장중 배럴당 77.62달러까지 오른 바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 사태 이전인 10일 종가는 64.98달러였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전거래일보다 299.29(-0.70%) 내린 4만2215.80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0.84%, 나스닥 종합지수는 0.91% 하락했다.  < 정남구 기자 > 

프랑스 “가장 큰 실수…카오스 초래”
독일 “미국 결정 가까운 시일에”

 
 
17일(현지시각)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동 정세를 이유로 일정을 단축하고 16일 밤 조기 귀국했다.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정세를 이유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캐나다를 급히 떠난 가운데, 이곳에 남은 유럽 정상들은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을 놓고 서로 다른 메시지를 내고 있다.

 

17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회담 장소인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란 정권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무너뜨리는 것에 반대하며 “가장 큰 실수는 군사적 수단을 통해 이란의 정권의 교체를 시도하는 것이다. 이는 카오스(혼란)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어느 누구도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말할 수 없다”며 “우리는 지역을 불안정하게 하는 어떤 행동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미국이 격화하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에 참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란은 무조건 항복해야 한다(UNCONDITIONAL SURRENDER)”며 “우리는 소위 ‘최고 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지칭)’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는 적어도 지금은 그를 제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마크롱 대통령은 “이란과 외교를 재개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 역할이 중요하다”며 이란과 이스라엘을 협상 테이블로 데려올 것을 거듭 요청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스라엘을 두둔하며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캐나다에서 독일 매체들과의 인터뷰에 응한 메르츠 총리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참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란 정권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전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며 “결정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향해 시작한 공세를 두곤 “우리 모두를 위해 이스라엘이 하고 있는 더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공영방송 아에르데(ARD)·체트데에프(ZDF) 등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군과 정부가 (공습을) 실행할 결단을 내린 데 최대한의 존중을 표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공격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란 정권의 테러를 몇 달, 몇 년 더 봐야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반면 유럽연합(EU)의 카야 칼라스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미국의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개입을 반대했다. 이날 유럽연합 외교장관 화상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 나선 칼라스 고위대표는 “미국이 개입하면 중동 지역을 더 광범위한 분쟁에 몰아넣을 것”이라며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해결하는 최선책은 외교적 해법이며 유럽은 필요한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기 전, 캐나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에 개입할 것이라고 시사할 만한 발언을 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장을 떠나기 전 저녁 만찬에서 옆 자리에 앉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을 완화시키는 데에 진지한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