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용호성 1차관 임명
작가들 반대…국감서 논란될 듯

 
 
7일 오후 속개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용호성 문체부 1차관. [연합]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출판·번역·작가 지원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이 11일 오후 축하 메시지를 내놓았다.

 유 장관은 이날 열린 제38회 책의 날 기념식에서 “한강 작가의 이번 수상은 한국 작가 최초이자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한국문학, 한국출판이 이룬 감격스러운 쾌거이자 국가적 경사”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저녁 8시께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는 여야 의원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이재명 대표 등 정치권에서도 축하 메시지를 내놓았다.

 앞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 3월 한국인 최초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김혜순 작가) 땐 수상 소식이 전해진 당일에 축전을 보낸 바 있는데, 이번엔 노벨문학상 수상인데도 거의 하루가 지나서야 기념식 자리를 빌어 환영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문체부 쪽은 “한강 작가 쪽에 축전 관련 연락을 했는데, 아무한테도 축전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굳이 축전 형식이 아닌 축하 메시지를 바로 발표하는 방법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용호성 문체부 1차관이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업 실무를 맡았던 사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용 차관은 2017∼2018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조사백서에 블랙리스트 작업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당시 작성된 블랙리스트에는 작가 한강이 포함돼 있었다. 용 차관은 2014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 파견돼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블랙리스트 관련 문화예술계 배제 인사 명단을 문체부에 전달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월 용 차관을 승진 임명하자 한국작가회의 등 문화·예술단체들은 “적극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상징적 인물을 임명한 것은 문화예술계를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모욕하는 인사 범죄”라며 임명 반대 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용 차관 임명의 적절성이 다시 도마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문체부 국감은 지난 7일 진행됐는데, 오는 15일 문체부 산하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18일에는 한국문학번역원을 대상으로 국감이 진행된다. 24일에는 문체부 대상 종합감사가 예정돼 있다.

 이날 문체부는 유 장관의 축하 메시지 보도자료에 한국문학번역원을 통해 28개 언어·76종의 책이 출간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 때를 포함해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작품 번역 지원 내역을 첨부했다.         < 김남일 기자 >

부친 한승원 작가가 기자들에게 전해
문학동네, 창비 두 출판사 통해 작가 입장 전달
12월 노벨상 시상식 연설에서 자세한 소감 밝히기로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한강 작가가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강의 작품을 출간하는 출판사 문학동네와 창비는 11일 저녁 기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한강 작가의 뜻을 대신 전했다. 두 출판사가 보내 온 작가 한강의 말은 이러하다.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두 출판사는 한강 작가의 더 자세한 소감은 12월10일로 예정된 노벨상 시상식에서 낭독되는 수락 연설문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강 작가의 부친인 소설가 한승원은 이날 오전 거처인 전남 장흥에서 기자들을 만나 “노벨 문학상 발표 직후 통화할 때에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는데, 오늘 아침 이야기를 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고 하더라.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죽음들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느냐면서 기자회견을 안 하겠다고 하더라. 딸이 한국에 살고 있지만 글로벌한 감각을 지닌 작가로 바뀌어 있던 것"이라고 말했다.  < 최재봉 기자 >

"국가폭력의 역사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계기"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5·18 기념재단 제공]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를 쓴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을 두고 5·18 기념재단이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5·18 기념재단은 11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 작가의 '소년이 온다'는 5·18의 경험을 한국 젊은 세대에게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작품"이라며 "그의 수상은 과거 국가폭력의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 작가는 다양한 작품 속에서 국가폭력·가부장제·혐오 등 역사·사회·개인적 억압의 양상과 그에 저항하는 삶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며 "다양한 고통 속에서도 서로서로 외면하지 않은 그의 작품은 5·18 광주 정신과도 맞닿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우리는 한 작가의 수상으로 5·18의 진상이 국내외로 더욱 널리 알려지길 고대한다"며 "한 작가와 관계자 등과 협의해 5·18 정신을 확산시킬 수 있는 활동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 연합 천정인 기자 >

노벨문학상 특수에 초대형 블록버스터된 한강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는 3천422배로 폭증

"주문 쇄도에 판매 집계도 어려울 지경"

각종 서점 베스트셀러 줄 세우기…지금 주문해도 못 받아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에 소설가 한강 [연합]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후 한강의 작품이 서점가를 독식하고 있다. 출판계의 기대를 모았던 유발 하라리의 신작, 베스트셀러를 장악했던 각종 트렌드 서적도 노벨문학상 위력에 밀려 주춤한 모양새다. 한강의 작품은 수백에서 수천 배의 판매 증가세를 보이고,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양대 서점에서만 13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면서 독주하고 있다.

                              서점가에 마련된 한강 작품 코너 [연합]

◇ 하라리 신작, 트렌드코리아 꺾고 서점가 장악 조짐

한강의 작품은 전날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부터 판매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상 후 반나절 정도가 지났음에도 교보문고에서만 6만부, 예스24에서는 7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물량이 부족해 대부분 예약판매로 진행되고 있다. 지금 주문해도 못 받는다는 얘기다.

교보문고는 11일 오전 실시간 베스트셀러 1~9위까지가 모두 한강 작품이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채식주의자 개정판' 등이다. 이 가운데 1~7위까지는 재고가 소진돼 모두 예약 판매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강의 작품 판매는 전날에 견줘 노벨상 수상 후 451배나 증가했다고 교보문고는 전했다.

                              [AP=연합]

 

예스24 상황도 비슷하다. 예스24의 실시간 베스트셀러 순위 1~10위까지를 모두 한강의 작품이 수놓았다. '소년이 온다'가 1위, '채식주의자'가 2위, '작별하지 않는다'가 3위다.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소년이 온다'는 전일 대비 784배, '채식주의자'는 696배, '작별하지 않는다'는 3천422배로 판매가 폭증했다.

'톱3'라 할 수 있는 '소년이 온다'는 2만8천부, '채식주의자'는 2만6천부, '작별하지 않는다'는 2만3천부가 팔렸다.

예스24 관계자는 "너무 많이 팔려서 톱3밖에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 모든 작품이 전반적으로 빠른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고 전했다.

알라딘도 어제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한강의 소설과 시가 1~8위를 차지했다.

2008년부터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를 전담한 김현정 베스트셀러 담당은 "이처럼 빠른 속도로 판매되는 사례는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 이후 처음"이라며 "그때는 한종에 그쳤지만, 지금은 한강 작품 전체로 판매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강
 

◇ 재고 소진으로 예약판매…물량 확보에 '총력'

급격하게 쏠리는 주문 탓에 재고도 이미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일부 책들은 재고가 떨어져 출판사의 증쇄를 요청한 상태다.

예스24 관계자는 "'소년이 온다'는 월요일에 입고가 되고 '채식주의자는 수요일에 들어올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예측할 수 없다. 주문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강의 책을 지금 당장 사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대부분의 책이 예약판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교보문고 등 다른 대형 서점도 마찬가지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낸 창비와 '디 에센셜 한강'과 '작별하지 않는다' '흰' '검은사슴' '희랍어시간' 눈물상자' 등 한강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문학동네도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노벨문학상' 특수 속에 각 서점은 사이트에 한강 노벨상 수상 관련 특별코너를 만들어 홍보하고 나섰다. 교보문고는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코너를 마련해그의 전작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스24도 '한강,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코너를 통해 작가의 이전 인터뷰 내용과 노벨문학상 선정 심사평 등을 소개했다.   < 연합 송광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