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광주 5·18 등 역사적 사건도 세밀히 살펴

채식주의자 · 작별하지 않는다 · 흰 등을 통해 세계로 '우뚝'

 

                                      한강 [연합]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었다. 불붙지 않았다. 한 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피덕인 것처럼."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강은 작은 새가 날개를 피덕이는 것처럼, 연약한 인간의 마음에 깃든 고통을, 차갑게 관조하며 시적인 언어로 승화시킨 작가다.

그는 최대한 중성적인 시선으로 인류 사회의 비극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그 속의 고통과 혐오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인물들의 모습을 조명해 왔다.

 
                                        한강 [창비제공]

 

◇ 부커상 안긴 '채식주의자'

 

그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은 '채식주의자'다. 세 편의 연작 소설로 이뤄진 이 소설은 영혜를 둘러싼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각각 서술하는 다면적인 면모를 보인다.

소설은 2007년 출간됐다.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나무가 되기를 꿈꾸며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한강의 DNA를 오롯이 담고 있다.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독자들에게도 충격을 줬다.

2016년 세계적인 권위의 인터내셔널 부커상, 2018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입지를 한 단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몰입하며 언어와 소재의 한계로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 문학의 특수성에서 벗어나 세계 문학의 주류로 편입시키는 쾌거를 이뤄냈다.

 

 

◇ 사회를 향한 깊은 시선…'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문학의 또 다른 저류는 사회적인 시선이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소설이 '작별하지 않는다'다. 프랑스 기메문학상과 메디치문학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서 인선 어머니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을 담았다.

책은 4·3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담겼다. 공간적으로는 제주에서 경산에 이르고, 시간상으로는 반세기를 넘긴다.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 것, 즉, 작별할 수 없다는 의지를 오롯이 드러낸 작품이다. 한강은 제목 '작별하지 않는다'의 의미에 대해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라고 생각했다"면서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겠다는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끝내지 않고 끝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결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고 말한 바 있다.

'소년이 온다'도 그런 비극의 연장선에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은 중학생과 주변 인물의 참혹한 운명을 그렸다.

 

◇ 서정성과 서사성을 겸비한 '흰'

한강의 또 다른 특징이 드러나는 작품은 '흰'이다.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이면서 시 성격도 지닌 이 작품은 강보, 배내옷, 소금, 눈, 달, 쌀, 파도 등 세상의 흰 것들에 관해 쓴 65편의 짧은 글을 묶은 책이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작가의 친언니였던 아기 이야기에서 출발해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깊은 슬픔을 자아내고, 생명에 대한 사랑과 연민, 그리고 그리움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오싱젠은 "진실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이 곧 작품의 품격을 결정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사회에 도전한다"고 했다. 한강은 지금까지 진실에 대해, 삶의 낙폭에 대해, 인간을 둘러싼 부조리에 대해, 남성중심주의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글을 써왔다. 그런 한강에게 노벨위원회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왔다며 노벨문학상을 안겼다.   < 연합 송광호 기자 >

 

'한강, 채식주의자'…노벨위원회, 공식 SNS에 한글 표기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에 공식 SNS에도 '한글' 등장=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 전당에 입성하면서 노벨위원회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한글이 등장했다. 사진은 노벨위 SNS 게시물. 2024.10.10  [노벨위 SNS 계정 갈무리]
 

노벨상 수상자와 업적을 발표하는 노벨위원회가 10일(현지시간) 소설가 한강(53)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발표하면서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한글로 이름과 작품명을 함께 표기해 눈길을 끌었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강의 이력과 주요 작품을 상세히 영어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강의 이름과 주요 작품명은 한글과 영어를 병기했다.

노벨위원회는 '한강'(Han Kang)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면서 1995년 출간된 한강의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비롯해 그가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은 계기가 된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등 다양한 작품명을 소개했다.

작품 활동 초기였던 1993년 시를 발표한 잡지 '문학과 사회'도 한글로 소개됐다.

한강의 소설 에우로파의 한 대목을 인용한 이미지에도 'Quote from 에우로파(Europe)'라는 한글이 적혔다.

               한강의 작품 구절을 소개한 노벨위원회의 이미지 [노벨위원회 엑스 갈무리]
 

이날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그의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며, 여성으로는 공동 수상자를 포함해 역대 121명 가운데 18번째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이자 두 번째다.  < 브뤼셀  연합 정빛나 특파원 >

한강, 한국인으로는 첫 노벨 문학상 쾌거

김대중 전 대통령, 2000년 남북관계 개선 등 공로로 한국 최초 노벨상

 

노벨 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 작가 최초 수상 쾌거=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2024.10.10 [연합]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2000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두 번째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인 지난 2000년 노벨 평화상을 탄 바 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군부 정권에 맞서 한국 및 동아시아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대북 햇볕정책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누그러뜨린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통해 김 대통령은 남북간의 50년 이상 된 전쟁과 적대감 극복을 추진했다. 김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두 국가 간의 긴장 완화 과정의 촉진제가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수상은 한국인으로서는 사상 최초이자 역대 100번째 노벨 평화상 수상자라는 점에서도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사상 최다였던 150여명의 평화상 후보자들 중에서 단독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으로 노벨상의 문을 처음 두드린 이후로 과학, 문학 등 다른 분야에서도 한국인 수상자 탄생 가능성이 기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이번에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24년 만에 역대 두 번째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 탄생이라는 쾌거를 거두게 됐다.

AP통신도 한강이 김 전 대통령이 2000년 평화상을 탄 이래 노벨상을 탄 두번째 한국인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통신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넷플리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세계적인 K팝 그룹인 BTS, 블랙핑크를 거론,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국제적 위상을 반영한다고 평했다. 교도통신도 "한국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며 노벨상 전체로도 2000년에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번째"라며 "여성의 문학상 수상은 통산 18명째이고 아시아인 여성으로서는 처음이 된다"고 전했다.                    < 연합 임지우 기자 >

 

 

아시아 작가로는 중국 모옌 이후 12년만…18번째 여성 수상자

 

노벨 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 작가 최초 수상 쾌거= 2024년 노벨 문학상의 영예는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에게 돌아갔다. 사진은 지난 2023년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회 세계 한글 작가대회'에서 강연 중인 작가.  [연합]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한국 최초로 10일(현지시간) 선정됐다.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으로 여겨지는 노벨 문학상은 노벨상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이 밝힌 선정 기준에 따라 "문학 분야에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생산한 사람"에게 돌아간다.

노벨 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7차례 수여됐으며, 상을 받은 사람은 121명이다.

문학상은 과학 분야와 달리 여러 명이 공동 수상하는 경우가 드물어 1904·1917·1966·1974년 등 4차례가 전부였다.

제 1·2차 세계대전 기간 등에는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한강은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노벨 문학상은 2012년 이후로는 거의 예외 없이 매년 남녀가 번갈아 수상자로 선정되고 있는데, 지난해 남성 작가 욘 포세에 이어 올해 한강이 수상하면서 그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역대 수상자들의 국적은 프랑스가 16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미국 13명, 영국 12명, 스웨덴 8명, 독일 8명 등 수상자 대부분이 미국, 유럽 국적자였다.

아시아 국가 국적의 작가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문학상에서는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가 수상을 거부하는 일이 두 차례 있었다.

'닥터 지바고' 등을 쓴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1958년 수상자로 선정돼 처음엔 수락했으나 이후 당시 소련 정부의 압력 등에 의해 수상을 거부했다.

이후 1964년 수상자로 선정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 장 폴 사르트르도 공식적인 상을 줄곧 거부해왔기 때문에 노벨상도 받지 않았다.

최연소 수상자는 '정글북'을 쓴 영국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으로 1907년 41세의 나이로 수상했다.

최고령 수상자는 2007년 87세의 나이로 상을 받은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이다.

문학상 의외의 수상자로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있다. 정치인인 그를 많은 이들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오해하곤 하지만 그는 1953년 회고록 등으로 문학상을 받았다.

2016년에는 미국 '포크록의 전설' 가수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음은 1980년대 이후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및 주요 작품.

▲ 2024년: 한강(대한민국·작가)

=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 2023년: 욘 포세(노르웨이·작가)

= '새로운 이름:7부작 중 6∼7권' '아침 그리고 저녁' '가을날의 꿈'

▲ 2022년: 아니 에르노(프랑스·작가)

= '단순한 열정' '사건' '세월'

▲ 2021년: 압둘라자크 구르나(탄자니아·소설가)

= '순례자의 길' '낙원' '바닷가에'

▲ 2020년: 루이즈 글릭(미국·시인)

= '아킬레스의 승리' '아라라트' '야생 붓꽃'

▲ 2019년: 페터 한트케(오스트리아·소설가, 극작가)

= '관객모독' '마을들을 이리저리 걷다' '반복' '여전히 폭풍'

▲ 2018년: 올가 토카르쿠츠(폴란드·소설가)

= '야곱의 책들' '죽은 이들의 뼈 위로 쟁기를 끌어라' '플라이츠'

▲ 2017년: 가즈오 이시구로 (영국·소설가)

= '창백한 언덕 풍경' '남아있는 나날' '나를 보내지 마' '녹턴'

▲ 2016년: 밥 딜런(미국·시인 겸 가수)

= 미국 노래의 전통 내에서 시적인 표현을 창조

▲ 2015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벨라루스·저널리스트/작가)

= '체르노빌의 목소리' '전쟁은 여자의 얼굴이 아니다'

▲ 2014년: 파트리크 모디아노(프랑스·소설가)

=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도라 브루더' '슬픈 빌라' 등

▲ 2013년: 앨리스 먼로(캐나다·소설가)

= 단편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 '소녀와 여인들의 삶'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 2012년: 모옌(중국·소설가)

= '붉은 수수밭'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

▲ 2011년: 토머스 트란스트뢰메르(스웨덴·시인)

= '창문들 그리고 돌들' '발트해' '기억이 나를 본다'

▲ 2010년: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페루·소설가)

=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녹색의 집'

▲ 2009년: 헤르타 뮐러(독일·소설가)

= '저지대' '우울한 탱고'

▲ 2008년: 르 클레지오(프랑스·소설가)

= '조서' '사막' '대홍수'

▲ 2007년: 도리스 레싱(영국·소설가)

= '마사 퀘스트' '다섯'

▲ 2006년: 오르한 파무크(터키·소설가)

= '내 이름은 빨강' '하얀성'

▲ 2005년: 해럴드 핀터(영국·극작가)

= '축하' '과거 일들의 회상'

▲ 2004년: 엘프레데 옐리네크(오스트리아·소설가)

= '피아노 치는 여자' '욕망'

▲ 2003년: J M 쿳시(남아공·소설가)

= '불명예'

▲ 2002년: 임레 케르테스(헝가리·소설가)

= '운명'

▲ 2001년: V. S. 네이폴(영국·소설가)

= '도착의 수수께끼'

▲ 2000년: 가오싱젠(중국·극작가)

= '영산(靈山)'

▲ 1999년: 귄터 그라스(독일·소설가)

= '양철북'

▲ 1998년: 주제 사라마구(포르투갈·소설가)

= '눈먼 자들의 도시' '수도원의 비망록'

▲ 1997년: 다리오 포(이탈리아·극작가)

= '어느 무정부주의자의 우연한 죽음'

▲ 1996년: 비슬라바 쉼보르스카(폴란드·시인)

= '끝과 시작'

▲ 1995년: 셰이머스 히니(아일랜드·시인)

= '어느 자연주의자의 죽음'

▲ 1994년: 오에 겐자부로(大江建三郞·일본·소설가)

= '개인적 체험'

▲ 1993년: 토니 모리슨(미국·소설가)

= '재즈' '빌러브드'

▲ 1992년: 데렉 월코트(세인트루시아·시인)

= '또 다른 삶'

▲ 1991년: 나딘 고디머(남아공·소설가)

= '보호주의자'

▲ 1990년: 옥타비오 파스(멕시코·시인)

= '태양의 돌'

▲ 1989년: 카밀로 호세 세라(스페인·소설가)

= '파스쿠알 두아르테 일가'

▲ 1988년: 나기브 마푸즈(이집트·소설가)

= '도적과 개들'

▲ 1987년: 요세프 브로드스키(미국·시인)

= '연설 한 토막' '하나도 채 못 되는'

▲ 1986년: 월레 소잉카(나이지리아·극작가)

= '사자와 보석' '해설자들'

▲ 1985년: 클로드 시몽(프랑스·소설가)

= '사기꾼'

▲ 1984년: 야로슬라프 세이페르트(체코슬로바키아·시인)

= '프라하의 봄'

▲ 1983년: 윌리엄 골딩(영국·소설가)

= '파리 대왕'

▲ 1982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콜롬비아·소설가)

= '백년 동안의 고독'

▲ 1981년: 엘리아스 카네티(영국·소설가)

= '현혹'

▲ 1980년: 체슬라브 밀로즈(폴란드/미국·시인)

= '대낮의 등불' '이시의 계곡'                                 < 연합 임지우 기자 >

속도 내는 온라인 투표…곳곳 오프라인 투표소도

법적 효력은 없지만 방대한 신임 투표, 여론 확인
추가로 '개혁과제 투표' 병행…12월 6일까지 진행

시군구 풀뿌리 단체까지 국민투표 추진본부 설치
동참 선언, 기자회견 릴레이 개최…챌린지 운동도
정권 퇴진 투쟁 새로운 국면 여는 대중운동 차원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안내 포스터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투표 돌입 이틀 만에 온라인 투표자 수가 1만 명을 가볍게 넘어섰는데 참여 인원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추세다. 오프라인에서도 투표소가 설치되기 시작해 전국 곳곳의 거리와 학교, 공장, 마을회관 등으로 확산되는 중이다. 지난 6월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청하는 국회 청원 때 이상으로 투표 열기에 불이 붙는 건 시작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투표를 원하는 시민은 ☞ 온라인 투표 시스템에 접속해 이름(필수)과 연령대(필수), 주소(선택), 휴대폰 전화번호(선택)를 기입하고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한 뒤 투표에 참여하면 된다. '윤석열 퇴진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이라는 안건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항목에 기표하는 방식이다. 투표를 종료한 뒤 추가로 '개혁과제 국민투표'도 할 수 있다.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임 투표 성격으로 여론을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대한 조사가 될 전망이다.

윤석열퇴진국민투표 추진본부는 지난 8일부터 이 같은 국민투표를 주관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전국여성연대, 한국청년연대 등 5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연합한 추진본부는 이날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돌입을 선포했다. 이미 정권 탄핵의 심리적 마지노선에 도달한 민심을 더욱 확고히 결집시켜 퇴진 투쟁의 새로운 국면을 열기 위한 대중운동 차원이다. 투표는 12월 6일까지 진행되며 결과는 12월 7일로 예정된 민중 총궐기 대회 때 발표될 예정이다.

 

8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투표를 독려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10.8. [연합]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상임대표(윤석열퇴진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개회사에서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지 2년 5개월이 지났다. 임기 절반이 지나는 사이에 우리나라는 엉망진창이 돼 버린 총체적 난국 상황"이라며 "퇴진 구호만이 아닌 민심을 객관화시키는 방법으로 불신임 국민투표를 진행하고자 한다. 퇴진 찬성과 반대만이 아니라, 퇴진 이후 어떤 세상을 바라는지에 대한 의지도 모아내고자 한다"고 이번 투표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전국여성연대 한미경 상임대표는 "우리 여성들은 일상을 지키기 위해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에 함께하려고 한다.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대통령, 여성가족부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성평등을 위한 제도적 정책과 예산을 후퇴시킨 대통령 덕분에 여성들은 이제 더 이상 국가를 믿을 수가 없다"면서 "언제까지 불안에 떨고 있을 수 없다. 투표는 우리의 일상을 찾아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은 "일본 우익의 심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다. 역사 정의를 훼손하고 있다. 이들은 이념적 보수도, 대한민국의 우익도 아닌, 그저 전전(戰前) 일본 제국주의 파시스트 사상을 가진 일본의 우익일 뿐"이라며 "더 이상 비정상적인 국가 상태를 좌시할 수 없다. 정의기억연대는 윤석열 친일매국 정권의 퇴진을 위한 국민투표를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끌어 보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 보다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진보대학생넷 강새봄 전국대표는 "국민투표에 앞서 지난 2주간 진보대학생넷은 주변 학우들에게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성적을 매겨달라는 설문을 진행했다"면서 "결과는 'F' 'F' 'F'의 향연이었다. 이미 2030 지지율 15%인 대통령은 실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로 학내외 곳곳에서 직접 묻고자 한다. 윤석열 정권이 청년과 우리 사회의 미래에 희망을 주는지 아니면 절망을 주는지 제대로 질문하고자 한다"며 "그렇게 마음을 차곡차곡 쌓아 11월 9일 '윤석열 아웃 청년 학생 총궐기'에서 청년들의 마음을 터뜨리겠다"고 전했다.

 

9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 거리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윤석열퇴진국민투표 추진본부
9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 거리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윤석열퇴진국민투표 추진본부
 

추진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상임공동대표는 '국민에게 드리는 제안'을 통해 "윤석열 퇴진의 열쇠는 민심의 폭발"이라며 "총선을 통해 심판해도 귀를 닫고, 국회에서 민심을 반영한 모든 법안을 거부하고, 검찰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지지율이 10%대가 돼도 버티려는 윤석열 정권. 이제 국민이 직접 나서는 길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이번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를 ▲나라의 주인인 우리 국민이 직접 나서는 운동 ▲퇴진을 넘어 민심의 힘으로 한국 사회 대개혁을 열어가는 운동 ▲대통령이 잘못하는 줄 뻔히 알면서도 감싸기에 전념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엄중한 경고 ▲퇴진 민심을 받드는 데 주저하는 정치권에 대한 촉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를 전 국민이 동참하는 압도적 대중운동으로 만들어 가자"며 "(1차 총궐기 대회가 열리는) 11월 9일을 지나면 윤석열 정권을 쓸어버릴 폭풍우가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는 ▲지역 곳곳, 시군구 풀뿌리 단체까지 국민투표 추진본부를 만들고 온‧오프라인 국민투표소를 설치하자 ▲단체별로 동참‧지지 선언, 성명서 발표, 기자회견 개최 등에 나서 서로에게 힘을 주자 ▲각종 홍보물과 정보가 담긴 추진본부 홈페이지를 적극 활용하자 ▲다양하고 기발한 방식을 개발해 윤석열 퇴진 투표를 신나고 유쾌하게 진행하자 ▲참가 권유 챌린지 운동을 적극 벌이자 등을 제안했다.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방식
 

추진본부는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을 발표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양옥희 회장, 사단법인 김용균 재단 김미숙 대표가 대표로 낭독한 회견문에서 이들은 "국민은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권을 엄중히 심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의 폭정과 폭주, 그리고 독재적 국정 기조는 변화의 조짐조차 없었다"면서 "분노한 국민은 윤 대통령 탄핵 국회 청원에 140만 명 이상 참여했고, 지난 9월 28일에는 전국적으로 윤석열 정권 퇴진 시국 대회가 힘차게 개최됐다. 윤석열 정권 퇴진은 국민적 명령이며 대세임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이제 국민이 나서 윤석열 정권 불신임 투표를 진행하려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윤석열 정권에 대한 모든 '분노 지표'를 뛰어넘는 압도적 퇴진 여론으로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며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무너지는 나라를, 쓰러져가는 민생을, 붕괴하는 민주주의를 지켜내자. 나아가 정권 퇴진 이후 국민 절대다수가 행복한 사회, 한국 사회 대전환의 길을 밝혀내자"고 간곡히 호소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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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국민투표 안내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