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 국민 생명·재산 걸고 도박 감행

우크라 특사단 방한해 살상 무기 요청
왈츠 "한국, 어떻게든 개입하려 논의"

"트럼프, 분쟁 끝낼 필요성 분명히 해"
"직접 관계없는 한국 살상 무기 지원,
 러에 적대 행위고 3차 대전 참전 뜻"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56회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2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윤석열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다.

조 바이든의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승인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19, 20일 에이태큼스, 스톰섀도 등 서방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고 이에 러시아가 21일 극초음속 신형 오레시니크 미사일로 반격했으며, 마침내 핵무기까지 사용되는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마저 커지는 상황이어서 윤 정부의 움직임이 더 우려되고 있다.

한국의 참전을 공식화하는 조치는 바로 우크라에 대한 살상 무기 제공과 최악의 경우는 한국군의 파병이다. 그동안 윤 정부는 서방의 주장만 난무하는 '북한군 파병' 이슈를 고리로 우크라에 살상 무기 지원을 검토해왔다. 대표적인 게 윤 대통령의 7일 기자회견이다. 여기서 윤 대통령은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 무기 지원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설사 '사실'이라 해도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와는 '직접적 연관'이 없는 사안을 두고 5천만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걸고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2S7M 말카 203mm 자주포 요원들이 17일 러시아 육군 소속 드네프르 그룹의 한 포병여단과 공동 작업을 하고 있다. 2024. 11. 17 [타스=연합]
 

우크라 특사단 방한…윤석열 대통령 면담

한국에 살상 무기 조속한 지원 요청할 듯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특사단이 27일 한국을 찾았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부 장관이 이끄는 특사단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면담하고 카운터파트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도 회동한다고 한다. 당연히 살상 무기 지원 여부와 함께, 지원한다면 언제, 어떤 무기를 지원할 것이냐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는 미사일 방어 체계, 레이더, 미사일·드론 공격 방어 장비, 포탄 등 제공을 바라는 무기 리스트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어용 무기로는 주로 전투기를 요격하는 '천궁-Ⅰ'과 탄도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는 '천궁-Ⅱ'가 유력한 후보다. 또한 공격용 살상 무기로는 155㎜ 포탄과 국산 K9 자주포도 있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도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우지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우크라이나의 안드리 시비하 외교 장관을 만나 북한군 파병과 한국의 우크라 지원 등을 논의했다. 최근 일련의 움직임을 보면 윤 대통령은 이미 살상 무기 제공 방침을 확정해 놓고 이번 우크라 특사단 방한을 계기로 지원 결정을 공개할 타이밍을 재는 모양새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4일 펜실베이니아주 오크스 소재 그레이터 필라델피아 엑스포 센터& 페어그라운즈에서 진행된 타운홀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 10. 14 [AP=연합]
 

트럼프 2기 국가안보보좌관 윤에 경고

"한국, 어떻게든 개입하려 논의 중"

이런 가운데 트럼프 인수팀의 '경고'가 나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공화당의 마이크 왈츠(플로리다) 하원의원은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최근 우크라 전황과 관련해 "아주 분명한 확전이다. 걱정은 확전이 어디로 갈 것인지다"라고 규정했다.

특히 왈츠는 "이 모든 확전은 어디로 가는가? 지금 한국은 어떻게든 개입하는 것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한 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이 분쟁을 끝낼 필요성에 관해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의 '확전' 시도는 트럼프의 '종전' 방침에 반한다는 분명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 풀이하자면, 퇴임하는 바이든 믿고 너무 나대지 말라는 취지의 말이다.

왈츠 지명자는 내년 1월 20일 취임 때까지 현 바이든 행정부와 '한 팀'이라고 말한 뒤 "우리가 논의해야 하는 것은 합의든 휴전이든 누가 협상 테이블에 앉느냐, 어떻게 하면 양측을 테이블에 앉힐 수 있느냐, 그리고 거래의 틀을 어떻게 하느냐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공화당의 마이크 왈츠(플로리다) 하원의원은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의 개입 시도를 거론한 뒤 트럼프의 종전 방침에 어긋난다는 경고성 취지의 발언을 했다. 2024. 11. 24 [폭스뉴스] 시민언론 민들레
 

왈츠 "우크라 전쟁은 고기 분쇄기일뿐"

"트럼프, 분쟁 끝낼 필요성 분명히 해"

왈츠는 "한쪽이 확전하면 다른 쪽이 또 확전하고...이 무력 충돌은 전선의 주민과 군인들엔 전적으로 고기 분쇄기일 뿐이다. 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에 더 가깝다"면서 "트럼프 당선자는 거기서 현재 벌어지는 대학살과 어떻게 다시 억제를 복원하고 평화를 가져올지를 두고 '믿기 어려울 만큼'(incredibly) 걱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왈츠는 '트럼프가 아직 우크라 전쟁 관련 언급이 없다'는 질문에 "그는 확전이 모두 어디로 갈지 매우 걱정해왔다. 북한이 움직였다면, 우리도 움직였고, 러시아는 이제 대응했고, 이란이 개입됐고, 한국이 개입을 생각 중이고 우리 동맹들이 지금 미사일의 사정거리를 늘렸다"면서 "우리는 이를 책임 있게 끝내야 한다. 억지력과 평화를 복원하고, 이 확전에 대응하기보다는 앞질러 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어떻게든 확전을 꾀하는 바이든과는 결이 사뭇 다르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6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알렉산데르 치불스키 아르한겔스크 주지사를 면담하고 있다.  2024. 11. 26 [타스=연합]
 

푸틴도 같은 날 외교부 통해 최후통첩

"필요하다고 보는 모든 방법으로 대응"

공교롭게도 거의 비슷한 시간에 윤 정부에 대한 러시아의 최후통첩성 경고도 나왔다.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아시아 담당)의 24일 타스 통신 인터뷰에서다. 그는 "만약 한국의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죽이는 데 사용된다면 우리 양국 관계를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는 점을 서울은 깨달아야 한다. 물론 우리는 필요하다고 보는 모든 방법으로 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는 윤 정부를 향해 △ 우크라에 살상 무기 지원 말라 △ '레드 라인'인 살상 무기를 지원하면 한·러 관계는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 필요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다 등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러면서 자국의 대응 조치가 한국 안보에 '부담'이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구체적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한국에 대해 외교관계 단절에서부터 군사적 조치까지 망라할 공산이 크다. 또한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더 강화하고 군사정찰위성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잠수함 등의 첨단 군사기술을 북한에 이전할 가능성도 있다.

루덴코는 "한국 정부가 외부의 부추김에 따른 단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고려가 아니라, 장기적 국익을 우선으로 해서 행동하길 바란다"라면서 냉정한 상황 평가와 "무모한 조치" 자제를 촉구했다.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러시아 지도부 인사들이 살상 무기 제공을 한러 관계의 '레드라인'으로 삼고 그걸 넘으면 "파탄 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번처럼 극단적 표현은 쓰지 않았다. 한국의 살상 무기 결정이 임박했다고 보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북측광장 인근에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2차 시민행진'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23 연합
 

"직접 관계없는 한국 살상 무기 지원,

러에 적대 행위고 3차 대전 참전 뜻"

국방부 정책기획관실 총괄을 지낸 한설 장군(예비역 준장)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우크라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와 한국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윤 정부의 살상 무기 제공은 한국이 3차 대전에 참전한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및 유럽과 직접적 안보적 이해관계가 없는 한국의 살상 무기 지원은 곧바로 러시아에 대한 적대 행위이며, 이는 러시아의 본격적 군사 보복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는 아무런 이해관계 없이 적대 행위를 하는 한국을 그냥 둘 수는 없을 것이고...거기에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한국이 러시아에 적대 행동을 하면 북한도 러와 함께 한국의 적대 행위에 대응할 조약상의 의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러시아는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하고 비준까지 마쳤다. 이 조약 제4조는 '어느 일방이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유엔헌장 제51조와 각자의 국내법에 따라 지체없이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전쟁에 지친 우크라 국민들 “이제 그만 싸우자”

● WORLD 2024. 11. 28. 06:1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종전협상 지지율, 1년 새 27%→52%


군 사망 6만~10만, 전투불능 중상 40만
동원 가능 우크라 남성 5%가 사망, 중상

‘끝까지 싸우겠다’ 63%→38%
60% 이상 ‘러에 빼앗긴 땅 포기할 수 있다’

 

11월 23일, 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932-33년 대기근을 추념하는 행사에서 홀로도모르 희생자 기념비를 방문한 우크라이나 키이우 사람들, 2024.11.23. 로이터 연합
 

3년이 돼 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쪽 군인들은 얼마나 죽고 다쳤을까? 우크라이나 국민은 여전히 러시아군을 몰아낼 때까지 물러서지 말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할까?

 

최근까지의 우크라이나 군인 연령대별 사망자 수.   이코노미스트 11월 26일
 

러시아군 사망자 10.6만~20만 명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26일 기사 ‘우크라이나 군인은 얼마나 죽었나?’(How many Ukrainian soldiers have died?)에 따르면, 우선 러시아군의 경우 서방의 정보분야 관리들은 지금까지 최대 20만 명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에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한 가장 최근 추정치는 6월 21일까지 10만 6000~14만 명의 러시아 군인이 숨진 것으로 돼 있다. 정보 출처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러시아 군인 사망자는 적게 잡아도 10만이 훨씬 넘는 엄청난 수치다.

 

우크라이나 군인 연령대별 사상자 수(단위 1000명)와 연령대별 남성 인구 비율(오른쪽) 빨간색은 사망자, 분홍색은 부상자(최저 추정치), 연분홍색은 부상자 최대 추정치.   이코노미스트 11월 26일
 

우크라군 사망자 6만~10만, 전투불능 중상자 40만

우크라이나는 지원하는 동맹국들이 추정치를 제공하길 꺼리는 탓에 사상자 수를 알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정보기관과 국방부 관리, 연구원 및 오픈소스 정보기관에서 유출되거나 공개된 보고서 등에 나오는 사망자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적어도 6만~10만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사망했다. 여기에는 실종되거나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은 빠져 있고, 보고서들을 독립적으로 검증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사망자 수에 대한 근사치를 제공한다. 여기엔 민간인 사망자가 포함돼 있지 않다. 민간인 사망자에 대한 자료는 너무 적지만, 그 수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아마도 40만 명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더는 싸울 수 없을 정도의 중상을 입었을 것으로 본다. 군인 사망자 1명당 6명 이상의 군인들이 중상을 입은 꼴이다.

전투동원 가능 연령 남성 5%가 사망 또는 중상

우크라이나의 인명손실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유에이 로시스(UAlosses)에 따르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적어도 6만 435명의 우크라이나 군인이 사망했다. 다른 자료들과 달리 UAlosses는 사망자의 이름과 나이를 카탈로그화해, 연령대별 성별(일부 여성들이 복무하지만 전투원의 대부분은 남성이다) 사상자 비율을 계산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의 전투(동원) 가능한 연령(18~49세) 남성인구의 0.5% 이상이 전쟁 이후 사망했다. UAlosses의 데이터는 포괄적이지 않고 모든 군인들 연령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전쟁에서 사망한 남성의 실제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계속 싸울 수 있는 경상자들 비율은 더 높을 것이다. 더는 싸울 수 없는 중상자 비율도 훨씬 더 클 것이다. 사망한 군인 1명당 6~8명의 군인이 중상을 입었다고 가정하면, 전투동원 가능 연령 남성 20명 중에 1명(5%)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셈이다.

한국전, 베트남전 때의 미군 총사망자보다 많은 수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인구 대비 전투 중 사망자 수는 베트남전쟁과 한국전쟁에서 숨진 미군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 더 많다. 그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이 입은 인명손실에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입은 인명손실은 모병한 외국인 전투원 사망자를 빼고도, 1945년 이후 이 나라가 치른 모든 전쟁들에서 발생한 사상자 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다.

이런 엄청난 인명피해를 부른 전쟁이 3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양쪽 당사자 모두 국민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고, 그들 국민과 동맹국들은 싸움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많은 국민들이 유일한 출구는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 여기고 있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썼다.

 

'러시아를 물리칠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률의 변화 추이. '아니다. 협상해야 한다'는 응답이 '계속 싸워야 한다'는 응답을 지난해 가을께부터 넘어서 절반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11월 20일
'러시아를 물리칠 때까지 계속 싸워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 분포도. 붉은 색이 진할수록 러시아를 물리칠 때까지 싸우자는 응답이 많은 지역이고 옅은 쪽은 그 반대. 2022년 조사 때는 거의 붉은색 일색이었으나 2024년 조사에선 전 지역에서 그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이코노미스트 11월 20일
 

우크라 국민 종전협상 지지율, 1년 새 27%→52%

이를 뒷받침하는 기사를 이코노미스트는 그 엿새 전에 썼다.

‘대다수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이제 전쟁을 끝내기를 바란다’(Most Ukrainians now want an end to the war)는 지난 20일 기사는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19일과 20일에 발표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우크라이나 국민의 52%가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1년 전 조사 때 27%였던 것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끝까지 싸우겠다’ 63%→38%

또 “승리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결심한 사람의 비율은 1년 전인 2023년의 63%에서 지금 38%로 급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조차 내년에 외교적 해결을 기대한다고 최근 얘기했다. 이는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게 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 이후의 상황변화를 반영한다.

응답자 60% 이상이 ‘영토 포기할 수 있다’

지난 8월과 10월에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에 대해 계속 저항하며 싸워야 한다는 응답자 비율이 감소했다. 수도 키이우에서 실시한 갤럽 조사 데이터는,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전쟁 계속 지지율이 39%포인트(p)나 줄었다. 전선에 가까운 동남부 지역으로 갈수록 감소 경향이 뚜렷했다.

응답자의 63%가 전쟁 종식을 바란다고 했고, 계속 싸워야 한다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정전(휴전) 회담을 바라는 사람의 약 절반은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우크라이나 영토의 19%)를 양보해도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양도에 반대하는 응답자는 40%가 되지 않았다.(어떤 지역을 얼마나 포기[양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은 없었다)

이는 명백히 엄청난 인적, 경제적 피해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전쟁 피로를 반영한다. 게다가 영토 보전을 확약했던 미국 등 서방에 대한 환멸이 커지면서 서방 지원에 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의 기대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도 한몫 했을 것이다. 국내정치에 흔들리는 미국의 리더십과 대외 지원 실태를 그들은 지켜보며 실망했을 것이다.(이번 갤럽 조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장거리 에이 태큼스[ATACMS] 미사일 등 서방의 무기사용 제한을 완화하기 전에 실시됐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언제 가입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10년 안에'라고 응답한 우크라이나인이 2023년(분홍색)엔 70%에 가까웠으나 2024년(빨간색)엔 50%를 겨우 넘었다. 10년에서 20년이란 응답은 2024년에 2023년보다 2배 이상 늘었고, 가입 불가능하다는 응답이 2023년엔 10% 정도였으나 2024년엔 20%를 훌쩍 넘었다.    이코노미스트 11월 20일
 

NATO 가입에 대한 기대도 큰 폭 감소

갤럽 데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민 중 자국이 향후 10년 안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2023년의 69%에서 2024년에 51%로 줄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의 나토 가입을 서방에 거듭 요구해 왔으나,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넘어서는 안될 ‘레드 라인’이라 선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경고를 의식하는 미국 독일 등 나토 주요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꺼리고 있다.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2차 정권(트럼프 2.0)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우크라이나에 정전(평화)협정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갤럽 조사는 점점 더 많은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종전협상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푸틴의 러시아가 어떤 조건으로 협상에 응할 것인지는 또 다른 문제다.    < 민들레한승동 기자 >

 

 

[아침신문 솎아보기]

추도사 공개 않는데 날짜 못 박은 정부…“예고된 실패” 입 모아
오세훈까지 번진 명태균 의혹 “이래도 특검 안하나”

“사라진 청년 일자리, 통계 작성 이래 최저”

 
 

 

▲25일 조선일보
 

한국정부가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서 열린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했다. 이 추도식은 지난 7월 사도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때 일본이 한국 동의를 얻기 위해 약속한 후속 조처다. 그러나 일본이 정부 대표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인물을 보내며 한국 유족이 불참했고, 정부가 하루 전날 불참을 결정했다.

25일 대다수 신문은 1면 보도를 통해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에 성급히 동의해주면서 이번 외교 실패가 예고됐다고 했다. 일본이 2015년 군함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할 때도 희생자정보센터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론 현장이 아닌 도쿄에 세우고 강제성도 부인하며 약속을 어긴 바 있다. 이 같은 전례에도 정부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지적이다.

▲25일 경향신문
 

외교부는 추도식 하루 전인 23일 “사도광산 추도식을 둘러싼 양국 외교당국 간 이견 조정에 필요한 시간이 충분치 않다”며 “제반 사정을 고려해,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제반 사정’이 무엇인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 대표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전력과 추도사 내용 등이 불참 배경으로 풀이된다.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은 참의원으로 당선된 뒤 2022년 8월15일 일본 패전일을 맞아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고 교도통신 등이 보도한 바 있다. 그는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두고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추도사에도 강제성 표현은 없었다. 이날 신문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한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은 추도사에서 한국인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쟁 중에 노동자에 관한 정책” “전쟁이라는 특수한 사회 상황”을 언급했다. 강제동원이 합법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대목으로 풀이된다. 강제성을 나타내는 직간접적인 단어는 들어가지 않았다.

▲25일 한겨레
 

행사의 주최는 일본 정부가 아닌 시민단체가 맡았다. 추도식 날짜는 개최 나흘 전인 지난 20일에야 확정됐다. 일본 정부는 추도식에 한국 유가족을 ‘초청’하면서도 비용은 모두 한국 측이 부담하게 했다. 추도식 명칭도 누굴 추모하는지 알 수 없는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정했다. 광산 인근 전시물에서도 ‘강제노역’이란 표현을 뺐다. 일본 측은 추도사 내용을 전날까지 한국에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일본 정부 참석자와 추도사 내용을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추도식 날짜를 못 박아 발표했다.

중앙일보 “이쿠이나 정무관, 질문 안받고 뒷문 퇴장”

이쿠이나 정무관은 이날 뒷문으로 입장해 행사 뒤 기자 질문을 받지 않고 뒷문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추도식 후 질의응답에서 실행위원회 측은 ‘광산 노동자들에 대한 감사 발언’이 부적절하지 않냐는 한국 취재진의 질문에 “여기는 일본”이라며 “모든 노동자가 있었기에 세계유산 등록이 됐는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 대표와 유족 불참엔 “유감”이라고 했다.

▲25일 중앙일보
 

경향신문은 “이번 추도식 사태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대일 외교 기조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도광산 추도식 파행은 표면적으로 일본 정부의 ‘도발’ 탓으로 보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 7월 강제동원 역사가 사실상 삭제된 상태로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동의해준 한국 정부에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사도광산 추도식은 지난 7월 말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반대하지 않은 대신 일본 정부가 약속한 조치 중 하나였다. 경향신문은 “정부가 등재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때에 추도식 일본 정부 참석자 지위, 추도사 핵심 내용 등을 미리 합의했어야 했다는 얘기”라며 “세계유산위원회(WHC)는 21개 회원국 전체의 합의로 등재를 결정하기 때문에 한국이 반대할 경우 일본 정부 부담이 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월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런 비판을 두고 “(그만큼) 생각이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일본이 강제노역으로 고통받은 한국인을 추모하는 행사에 일제 침략을 미화하는 인사를 보낸 건 유족에겐 모욕에 가깝다”며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선 우리 측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일단 간사한 말로 속인 뒤, 목적을 이루자 본색을 드러낸 셈”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더 참을 수 없는 건 우리 정부의 무능”이라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다시 뒤통수를 맞은 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외교부가 처음엔 일본 측 대표의 야스쿠니 참배 사실도 파악 못한 채 차관급으로 격이 올라갔다고 자화자찬한 건 참담할 정도”라고 했다.

▲25일 한국일보
 

조선일보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된 한국의 대일 외교가 또다시 일본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처럼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갈등이 표면화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대다수 신문이 사태의 근본 원인을 한국 정부 책임이라고 지적한 것과 다르다. 조선일보는 3면에선 야스쿠니 참배 인사인 이쿠이나 외무성 정무관이 ‘아이돌 출신’이며 ‘세미누드집’을 낸 전력이 있다고 강조하는 기사를 배치하기도 했다.

▲25일 조선일보
 

여권 번진 명태균 의혹, 경향 “이래도 특검 안하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여권 인사들 간의 부적절한 커넥션 의혹이 여권 정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번엔 오세훈 서울시장 지인 김모씨가 2021년 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 측에 여론조사 비용을 대납한 의혹이 불거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오랜 후원자로 알려진 사업가는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씨 측에 비공표 여론조사 비용으로 거액을 건넨 사실을 인정하면서 오 시장 캠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25일 경향신문
 

이날 명씨 의혹을 제기한 강혜경씨 측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4월 보궐선거 전인 2020년 12월22일부터 2021년 3월21일 사이 서울시장 선거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했다. 강씨 측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씨는 보궐선거 전인 2021년 2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3300만원을 연구소 실무자였던 강씨에게 송금했다.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에는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문구 등을 두고 신경전이 이어졌다.

김씨는 이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명씨 측에 비공표 여론조사 비용을 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오 후보 선거캠프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캠프에서는 ‘그 결과를 쓸 수 없다고 차단했다”며 “우리(캠프)에는 여론조사 결과가 오지 않았다”고 했다. 경향신문과 국민일보, 동아일보가 이를 지면 보도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2021년 전당대회, 2022년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선 등에서도 명씨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위해 불법 여론조사를 하고 공천 등에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출발한 ‘명태균 게이트’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 의혹이 불거지면서 연루된 여권 인사들도 불어나고 있다”며 “이런데도 정부·여당은 ‘김건희·명태균 특검’을 거부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받은 것과 견주어 검찰의 김 여사 처분이나 여당의 특검 거부가 공정하지 않다고 본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특검 수용을 결단해야 한다”고 했다.

사라진 청년 일자리, 통계작성 이래 최저

올해 2분기 10·20대 청년층 신규 채용 일자리가 역대 최저치로 줄어들었다. 신문들이 이를 주요 지면에 배치했다.

▲25일 국민일보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중 20대 이하의 신규 채용 일자리는 145만4000개로 전년보다 13만6000개(8.6%) 감소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8년 이래 가장 적다.

20대 이하 전체 임금 근로 일자리도 줄었다. 20대 이하 임금 근로 일자리는 305만9000개로 1년 전(319만2000개)보다 13만3000개 줄었다.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소치다.

한겨레는 “청년층의 신규채용 일자리 감소세는 인구 변화를 고려해도 급격한 기울기”라며 청년층 인구 감소율은 2.9%였고 경제활동인구는 3.1% 줄었는데 임금근로 신규채용 일자리 감소율은 2배 이상 높은 8.6%였다고 했다.

▲25일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정부가 앞장서 청년 채용을 권장하는 공공기관 정규직에서조차 자리는 좁아지고 있다”며 올해 3분기까지 339개 공공기관이 채용한 일반정규직 가운데 청년은 1만 703만명으로 80.2% 수준이며, 이 비율은 2022년부터 하락세라고 했다.

60대 이상 신규채용 일자리는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이 역시 ‘질 낮은 일자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동아일보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신규 채용 일자리는 122만9000개로 1년 전(116만7000개)보다 6만2000개(5.3%) 증가해 역대 최대”라며 “월급이 수십만 원에 그쳐 ‘질 낮은 일자리’로 여겨지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공급 규모가 올해 103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약 5만 명 증가한 영향이 컸다”고 했다.                       < 미디어 오늘 김예리 기자 >

 ‘함께하겠다’는 대자보들 잇달아 실명 게시2일 학생 시국선언 예정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캠퍼스에 ‘학생 시국선언’을 제안하는 대자보가 붙어 있다. 노민영(20)씨 제공
 

‘시끄러운 세상 속, 대학가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합니다. 고려대학교에서 먼저 침묵을 끝냅시다’

25일 낮,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캠퍼스 곳곳에 ‘침묵을 깨고, 함께 외칩시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고려대 생명공학부 재학생 노민영(20)씨가 ‘고려대 학생 시국선언’을 제안하기 위해 붙인 대자보다. 노씨는 이날 한겨레에 “정부의 지난 모습을 보면, 수많은 청년이 목숨을 잃은 이태원 참사에서도 어떻게 하면 더 안전한 사회를 만들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꼬리 자르기에 급급했고,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목소리 낸 카이스트 졸업생의 입을 틀어막았다. 교수님을 이어 대학생으로서 ‘퇴진 시국선언’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대 교수 152명은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고 국정농단을 철저히 규명할 특검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바 있다. 노씨는 “교수님들이 학교에 시국선언 대자보를 붙이신 이후 그 옆에 ‘교수님들의 용기에 존경과 감사를 표한다’, ‘더는 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다’ 등 학생들이 수십 개의 포스트잇을 붙였다”며 “학생들의 목소리를 그냥 포스트잇으로 남겨두고 싶지 않아 시국선언을 제안하는 대자보를 썼다”고 말했다.

고려대 재학생 노민영(20)씨가 25일 ‘시국선언 제안’ 대자보를 붙인 이후 하루도 안 돼 ‘함께하겠다’는 대자보들이 붙었다. 노씨 제공
 

하루도 안 돼 노씨의 대자보 옆에 ‘함께하겠다’는 대자보들이 잇달아 실명으로 게시됐다. 바이오시스템과학부 24학번 박정환씨는 ‘윤석열 퇴진 고려대학생 시국선언에 함께합니다’는 제목의 대자보에 ‘1987년 민주화 이후 40년도 되지 않은 이 땅의 민주주의가 흔들리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저는 비록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그럼에도 과거로 퇴보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좌시하고만 있을 수는 없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함께 진행하고자 한다’고 적었다. 식품자원경제학과 22학번 임장표씨가 붙인 ‘윤석열 퇴진 고려대학생 시국선언에 함께합니다’는 제목의 대자보에는 ‘지금 목소리 내지 않고 침묵한다면, 윤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대한민국을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망가뜨릴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노씨는 “일주일간 연서명을 받은 후 오는 2일 고려대에서 ‘학생 시국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고나린 기자 >

 

고려대 교수 152명 “윤석열-김건희 국정농단 특검하라” 시국선언

“권력 사유화한 윤 대통령 퇴진하라”

 

 
 
10월29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12차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LED촛불과 휴대전화 손전등을 켜고 있다. 연합
 

고려대학교 교수 152명이 윤석열 대통령은 퇴진하고 국정농단을 철저히 규명할 특검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고려대 교수들은 1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고려대학교 교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문에는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다. 특검을 즉각 시행해 그간 벌어진 국정 농단과 파행을 철저히 규명할 것도 엄중히 촉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고 했다. 우선 윤 대통령 부부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했다며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농단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자랑스러운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고, 정당성도 실리도 없는 굴욕적인 대일 외교를 지속”했다며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짚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고려대학교 교수들이 1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교수들은 “이태원 참사, 채상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올해 무책임한 의료대란까지 일으켜 전 국민의 생명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군인 한 사람의 목숨도 명예롭게 지키지 못하는 권력이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켜 전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은 지금 당장이라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대통령 권한 정지와 퇴진에 따른 일시적 혼란은 민주적인 제도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나, 더 이상의 국정 농단은 우리 사회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며 “자신과 주변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에게 권한을 계속해서 행사하도록 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시국선언 전문.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고려대학교 교수 시국선언

고려대 서명 교수 일동은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사유화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한다. 특검을 즉각 시행하여 그간 벌어진 국정 농단과 파행을 철저히 규명할 것도 엄중히 촉구한다.

21세기 대한민국은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새로운 도약대를 마련하고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번영을 이끌 것인가 아니면 20세기 제국주의와 냉전 이념이 남긴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주변 열강의 이해에 따라 부침을 반복할 것인가, 그 기로를 결정하는 역사적 전환기를 거치고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현명한 선택과 판단을 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 대신, 대통령 부부의 국정 농단을 보며 우려와 당혹감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과 주변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유화한 대통령에게 권한을 계속해서 행사하도록 해서는 결코 안 된다. 대통령 권한 정지와 퇴진에 따른 일시적인 혼란은 민주적인 제도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나, 더 이상의 국정 농단은 우리 사회를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상식을 이루는 가치관이 극단적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한반도의 전쟁 위기가 더 고조되고 있는 현 상황이 이러한 우려를 심각하게 만든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첫째, 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했다. 우리는 오랜 기간 독재에 항거하고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현 대통령 부부의 국정 농단은 일제 식민 지배, 분단과 전쟁을 겪으며 힘들게 쌓아 올린 대한민국의 통치제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된 각종 게이트는 박근혜 정권에서 벌어진 농단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삼권분립에 기초한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둘째, 역사를 왜곡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했다. 현 정권은 소위 뉴라이트 역사관으로 자랑스러운 항일 독립운동의 역사를 지우고, 정당성도 실리도 없는 굴욕적인 대일 외교를 지속하였다. 반면, 불온세력, 반국가세력과 같은 시대착오적인 용어를 써가며 국민을 몰아세우고, 검찰을 동원하여 반대 세력을 탄압하였으며 언론을 장악하여 시민들을 통제하려 하였다. 공정과 상식, 법과 원칙이라는 허울을 내세워 과거를 왜곡하고 현실을 통제하며 미래를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그 주된 이유가 대통령과 그 주변의 안위와 이권 카르텔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진정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셋째,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안보 위기를 초래했다. 2022년 이태원 참사, 2023년 채상병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올해 무책임한 의료대란까지 일으켜 전 국민의 생명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하고 나아가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정치 세력과 권력자는 더 이상 국민의 곁에 머물 자격이 없다. 더구나 군인 한 사람의 목숨도 명예롭게 지키지 못하는 권력이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켜 전체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은 지금 당장이라도 막아야 한다.

지난 7일 대통령의 기자 회견은 이 정권이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여실하게 보여 주었다. 이를 본 국민은 모욕감과 참담한 심정으로 불의와 무지, 무능으로 가득한 현재의 권력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제는 무너진 국민의 자존심과 국가의 품격을 회복하고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안녕과 번영을 위해 현 상황을 좌시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고려대 교수 일동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과 특검 시행을 다시 한번 엄중히 촉구한다.

2024년 11월 14일

고려대학교 서명 교수 152명 일동

강은주, 곽경민, 고영규, 고점복, 구상회, 권내현, 권혁용, 김갑년, 김동욱, 김동현, 김문일, 김민주, 김범수, 김범석, 김선민, 김선혁, 김성룡, 김성환, 김수한, 김신곤, 김영근, 김옥매, 김완배, 김용현, 김용철, 김우영, 김우찬, 김원섭, 김윤태, 김은성, 김응주, 김장훈, 김정숙, 김진규, 김진배, 김진영, 김철규, 김충호, 김태성, 김한웅, 김형수, 김효민, 남호성, 노애경, 류지훈, 류태호, 류홍서, 문두건, 민경현, 민경훈, 박경남, 박경화, 박대재, 박상수, 박선웅, 박성철, 박우준, 박유희, 박종천, 박창규, 박헌호, 배상우, 배종석, 서병선, 서승원, 성영배, 손기영, 손주경, 송규진, 송상헌, 송양섭, 송완범, 송혁기, 송호빈, 송효종, 신명훈, 신은경, 신정화, 양원석, 양승룡, 엄태웅, 염석규, 오유정, 유경철, 유난숙, 윤조원, 윤봉준, 윤태웅, 이기호, 이도길, 이동은, 이동섭, 이동호, 이명현, 이상원, 이성호, 이세련, 이순영, 이순의, 이영훈, 이용숙, 이용호, 이재명, 이진한, 이찬, 이창희, 이형대, 이형식, 이호정, 이화, 임준철, 임춘학, 임형은, 장경준, 장동천, 장유진, 장정선, 전경남, 전재옥, 전현식, 정병욱, 정순일, 정우봉, 정의환, 정재관, 정재호, 정재화, 정지웅, 정호섭, 조대엽, 조석주, 조윤재, 조재룡, 조재우, 조철현, 지영래, 천철홍, 최기항, 최보승, 최석무, 최용석, 최은수, 최정현, 최종택, 최태수, 한재준, 허은, 허지원, 홍금수 홍세희, 홍용진, 홍정호.

총 152명(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