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지난달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지난해 총선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 검사로부터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장을 넘겨받았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한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이 사건 제보자인 조성은씨 사이의 통화 녹음 파일이 공개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씨가 지난 7일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 녹음 파일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조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복구한 이 녹음 파일은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규명할 핵심 물증으로 꼽힌다.

 

조씨가 정보공개를 청구함에 따라 공수처는 오는 21일까지 조씨와 김 의원이 나눈 통화 녹음 원본 파일의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정보공개법(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휴일 등을 빼고 청구된 날부터 10일 이내에 공개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로 이 기간 안에 공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 10일이 지난날로부터 다시 10일 안으로 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공수처가 정보공개를 거부하면 조씨는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조씨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저도 원본을 들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글을 올린 뒤 이튿날 공수처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원본 파일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이를 둘러싼 상반된 보도들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문화방송>(MBC)은 지난 6일 ‘김웅 의원이 제가 대검을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전 쏙 빠져야 한다고 말했다’며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름이 통화 내용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반면 <노컷뉴스>는 7일 해당 통화 내용에 윤 전 총장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7일 <KBS> 라디오에 출연한 조씨는 ‘‘(녹음 파일에)윤석열이 시켜서라는 문장이 들어있다고 기억하는가”란 사회자의 물음에 직접 답하는 대신 “한꺼번에 (녹음 파일 내용을) 공개를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원본 파일 공개를 통해 불필요한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김웅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통화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씨의 정보공개 청구를 받은 공수처는 고심 중이다. 수사 중인 상황에서 핵심증거가 공개되면 공소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법은 ‘수사·공소의 제기 및 유지 등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될 경우 그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정보’의 경우 비공개대상정보라며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한편에서는 공수처가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2019년 한 고소인이 검찰에 자신의 휴대전화 포렌식 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함상훈)는 “(포렌식 한) 정보는 애초 고소인 소유 정보였다”며 “정보 점유가 검찰로 넘어갔지만 정보를 공개해 수사에 장애 줄 개연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 김예찬 투명사회를 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대법원 판례를 보면, 공개 필요성과 비공개 필요성을 수사기관이 비교하도록 돼 있다. 조씨는 윤 전 총장 쪽 등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황이기 때문에 개인 권리 구제 차원에서 수사기관이 녹음 파일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재판 중인 사안과 공소제기 유지 등을 이유로 정보공개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이번 건은 조씨가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나온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청구한 것이어서 곤혹스럽다. 관련 정보가 수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공개 때 위험이 따를 수도 있어서 수사팀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김웅, ‘고발사주’ 통화내용 공개에도 “기억 안 나요”

  “조성은 씨에게 자료 준 거 자체도 기억 못해”

   포렌식 자료 보도에 “피의사실 공표죄” 반발

 

    김웅 국민의힘 의원.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 핵심 당사자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조성은 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과의 통화 내용이 공개된 데 대해 “처음부터 (통화) 사실 자체에 대해 부인한 게 아니다. 기억을 못 한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간 언론 노출을 꺼려왔던 김 의원은 녹음 파일이 복구돼 일부 내용이 공개된 뒤, 이날 처음 입을 열었지만 여전히 “기억나지 않는다”는 대답만 일관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이 정말 기억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고 “계속 얘기를 했듯이 처음부터 그런 사실 자체에 대해 부인한 게 아니라 기억을 못 한다고 얘기했다. 아마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조성은씨에게 자료를 줬다는 거 자체도 기억이 안 난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공수처는 조씨가 제출한 스마트폰에서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여러 건의 통화 녹음 파일을 복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엔 김 의원이 조씨에게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기된 텔레그램 메시지로 고발장 등을 전송하기 전 전화를 걸어 ‘우리가 고발장을 써서 보내줄 테니 남부지검에 접수시키는 게 좋겠다’고 했다가, 파일을 전송한 뒤 다시 전화를 걸어 ‘대검에 접수하라’고 말한 부분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실제로 제보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였고. 혹자는 통화까지 했는데 모르냐고 이야기를 하는데 준 사람하고 통화를 했는데 (자료를 준) 그 사람은 기억을 못 하는데 받은 사람은 기억한다면 그것 자체도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통화 내용 가운데 자신이 조씨에게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주겠다’고 말한 부분이 드러난 것과 관련해서도 “(‘우리’라는 대목을)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식으로 밑밥을 뿌리는 식의 정치공작은 당장 그만두시고 정정당당하게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혀지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런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에 관해서도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검찰에서 포렌식 했다는 자료들이 특정 매체를 통해 유출되고 있는데 공무상 비밀누설죄, 피의사실 공표죄가 될 수 있다”며 “대장동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언론에 흘려지고 있는데 낡은 정치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공개된) 내용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내용 자체에 대해서도 저도 전혀 들은 바가 없다”며 “수사기관에서도 저에게 전체적인 내용을 알려 준 바도 없다. 그래서 그 내용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김미나 기자

 

김웅 말한 “우리”가 누구냐…고발장 작성·지시자 규명 열쇠

   김웅, 조씨에 “우리가 써서 보낼테니”

   고발장 전송시점 검사 퇴직 3개월 뒤

   조씨와 통화서 윤석열 언급 대목도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관들이 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지난해 4월3일 김웅 국민의힘 의원과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복구하면서 이 사건을 둘러싼 실체가 뚜렷해지고 있다. 당시 김 의원은 조씨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공수처는 김 의원이 언급한 “우리”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공수처는 김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상태다.

 

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복구한 녹음 파일을 통해 ‘작성-전달-실행’으로 이어지는 고발 사주 의혹 연결고리 가운데 후반부 진행 과정을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복구한 녹음 파일은 지난해 4월3일 김 의원이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씨에게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기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범여권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 등을 전달하기 전후 두 사람이 나눈 통화 내용이다. 여기에는 ‘우리가 고발장을 써서 보내줄 테니 남부지검에 접수시키는 게 좋겠다’ ‘대검에 접수하라’는 등의 김 의원 발언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또 여러 언론은 통화 내용 가운데 ‘검찰이 억지로 받은 것처럼 해야 한다’ ‘내가 대검에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 빠져야 한다’ 등의 발언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다른 상황은 대부분 기억하면서 유독 고발장 전달 과정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애매한 태도로 일관했던 김 의원이 더는 발뺌하기 어려운 구체적 물증이 확보된 셈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김 의원도 피의자로 전환된 상태”라고 했다.

 

출범 뒤 오는 12일 처음 국정감사를 받는 공수처가 국민의힘의 파상공세를 예상하면서도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국회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할 수 있었던 배경도 고발장 전달과 이 고발장을 토대로 실제 고발이 이뤄진 실행 과정의 실체를 상당 부분 파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은 ‘손준성 보냄’을 통해 김웅 의원에게 전달된 ‘4월8일 고발장’과 거의 동일한 고발장 초안을 당무감사실에 전달했고, 당 법률자문위원인 조아무개 변호사는 당무감사실에서 받은 이 초안을 일부 손봐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이런 사실이 드러나고 한달이 지나도록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수처는 김 의원이 조씨와 한 통화에서 고발장 작성 주체로 언급한 “우리”가 검찰 관계자를 의미하는지 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특히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조만간 불러 고발 사주 의혹의 연결고리 가운데 전반부에 속하는 고발장 작성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예정이다. 또 손 검사의 부하 검사였던 수사정보2담당관 및 파견검사에 대해서도 고발장 관련 자료 수집, 법률 검토, 작성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이 말한 “우리”가 검찰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김 의원이 조씨에게 ‘손준성 보냄’이라고 표기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지난해 4월은 김 의원이 검사를 그만둔 지 석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다. 더욱이 조씨와 한 통화에서 김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언급한 대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윤 전 총장 개입 여부는 앞으로 핵심 수사 포인트로 꼽힌다. 고발장 내용도 윤 전 총장 장모 및 측근과 관련한 것이기 때문에 윤 전 총장 지시 여부 등 윗선 수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재구 기자

최재형 탈락...우량주로 등장했다가 허망한 몰락

● COREA 2021. 10. 9. 05:5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감사원에 사과하고, 정치 기웃거리지 마라" 힐난도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월 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끝까지 지지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올린다. 국민의힘 평당원으로 돌아가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으겠다.”

 

8일 국민의힘 대선 경선 2차 컷오프에서 ‘4강 진출’에 실패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소감입니다. 그가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7월15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부터 김기현 원내대표, 당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가 한데 모여 최 전 원장의 입당을 ‘격하게’ 환영했습니다. 이 대표는 “정권의 부당함에 맞섰던 모습들이 우리 국민에 큰 귀감이 됐고, 무엇보다도 앞으로도 최재형 전 원장께서 국가를 위해서 더 큰 일을 해주시기 위한 국민의 기대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한껏 추어올렸습니다. 성대한 입당 환영식부터 당대표의 강한 지지까지, ‘정치 새내기’에게 쏟아진 역대급 스포트라이트였습니다.

 

하지만 석달도 지나지 않은 10월8일, 대선 경선후보 8명을 4명으로 압축하는 경선 2차 컷오프에 최 전 원장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한때 야권의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정계에 등장한 최 전 원장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요.

 

‘플랜비(B)’ 급부상하며 화려하게 등장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7월15일은 ‘윤석열 엑스파일’이 야권을 발칵 뒤집어놓던 때였습니다. 6월 말부터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그의 가족에 대한 소문들을 정리해놓았다는 ‘엑스파일’이 구설에 오르면서, 야권에선 ‘플랜비(B)’를 언급하는 빈도가 잦아졌습니다. ‘윤석열 대안’으로 주목받았던 이가 최 전 원장입니다. 감사원장 시절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 타당성 감사에 나서며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 점은 윤 전 총장의 이미지와 겹쳐졌고, 각종 미담 덕에 도덕성 리스크가 적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

 

이런 부름에 대한 최 전 원장의 응답은 신속했습니다. 지난 6월28일 감사원장직에서 사퇴했고, 열흘 뒤인 7월8일 부친 빈소에 몰려든 취재진에게 “대한민국을 밝혀라. 소신껏 하라”는 선친의 유언을 공개하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7월15일 오전 10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30분간 비공개로 만난 뒤 “오늘 평당원으로 입당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입당 여부를 놓고 ‘간보기 한다’는 비판을 받던 윤 전 총장과는 확연히 다른 ‘광폭 행보’였습니다. 입당하자마자 국회의원회관을 돌며 의원들에게 인사를 다니고, 당 대변인들과 간담회를 여는 등 당원 스킨십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감사원장 중도사퇴로 정치적 중립성을 걷어찼다는 비판이 거셌지만, 야당의 전폭적 지지를 업은 과감한 행보였습니다. 입당 직후인 지난 7월4주차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은 5.5%로, 격차가 크긴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27.5%)에 이어 보수 진영 후보 가운데 2위였습니다. 윤 전 총장 쪽 지지율을 흡수해 최 전 원장의 지지율이 언제 두자리수에 진입할지가 야권의 관심사였습니다.

 

“공부를 더 하겠다”…‘정치초보’의 좌충우돌 행보

8월4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날, 최 전 원장의 주된 발언은 “공부를 더 하겠다” “준비된 답변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출마 선언식에서 한반도 위기 대책, 산업구조 개편 방안 등 굵직한 국정 이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대신 ‘앞으로 잘 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이어가면서 준비가 덜됐다는 인상을 각인시켰습니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주로 나온 질문은 “준비가 안 됐는데 왜 대선에 나왔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이 때 씌워진 ‘초보 정치인’ 이미지는 경선 기간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최 전 원장은 지난 1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5차 토론회에서 자신이 했던 말 중 다시 주워담고 싶은 말로 “준비가 안 됐다”는 말을 꼽으며 후회하기도 했습니다.

 

최 전 원장의 ‘초보티’는 캠프 운영에서도 드러났다고 합니다. 그는 캠프 안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을 ‘교통 정리’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입장을 바꾸는 일이 잦았다고 합니다. 의사결정에 걸리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졌습니다. 한 캠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누구 한명을 믿고 전적으로 맡기지도 않고, 후보 본인이 캠프 안팎에서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결정을 했다. 그러다 보니 결정이 중간에 자꾸 바뀌기도 하고, 캠프 인사도 계속해서 추가되는 등 관리가 잘 안 됐다”고 말했습니다.

 

기성 정치인과는 다르게 하겠다며 ‘최재형다움’을 강조했지만, 그의 행보에선 ‘최재형다움’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방향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어떤 층을 공략해야 할지 전략도 없었다는 겁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전 총장의 대안세력으로 떠오르려면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60대 이상 등 국민의힘 핵심 지지기반을 공략했어야 했는데, 행보에서 그게 보이지 않았다. 캠프 내에선 중도 확장이냐, 보수냐를 두고 9월까지도 고민을 했다”며 “초반에 방향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어느 쪽도 공략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캠프 구성 초기엔 김영우 전 의원, 조해진 의원 등 당내 개혁성향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이 최 전 원장을 돕기로 하면서, 중도층으로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이 내놓은 공약들은 최저임금 인상 반대, 주 52시간 상한 원점검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기업 옥죄기 법’으로 규정하는 등의 ‘우향우’ 전략이었습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한번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공약들이 모르는 사이 슬쩍 올라오는 것을 보며 의아한 적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캠프 해체’ 초강수…이후엔 과도한 ‘우클릭’ 행보

최 전 원장은 지난 9월14일 밤, 갑작스레 캠프 해체를 발표했습니다. 경선 후보 11명 가운데 3명을 탈락시키는 1차 컷오프 발표 전날 밤이었습니다. 계속되는 지지율 정체에 ‘자진 사퇴설’이 회자되고, 1차 컷오프 통과도 불안하다는 전망을 고려해 내린 결단으로 보입니다. 최소한의 실무진과 후보 중심의 선거운동을 하며 기성 정치와 차별화하고 ‘최재형다움’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의 행보는 강성보수 쪽으로 치달았습니다. 부의 대물림을 조장할 수 있는 상속세 폐지 공약을 내놨고,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이 났는데도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며 낙태 반대 1인시위에 나섰습니다. 국민의힘 내 부산·경남 지지자들에게 호응을 받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당내 강한 반발을 샀습니다.

 

지지율이 하락세를 그리자 반전에 급급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특히 ‘가덕신공항 재검토’ 발언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 민심만 겨냥한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며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왔습니다. 한때 ‘최재형 전도사’를 자처했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더는 최 후보에게 대한민국을 맡기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지지철회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캠프 안의 불화도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캠프 해체의 배경에는 토론과 논의 없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는 공약들로 인해 내부 갈등이 있었고, 이를 최 전 원장이 방치한 것에도 원인이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캠프 상황실장을 지냈던 김영우 전 국회의원은 “최재형다움의 실체가 무엇인가”라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야권의 ‘구원투수’로 화려하게 등장한 최 전 원장의 대선 여정은 일단 막을 내렸습니다. 최 전 원장은 8일 “평당원으로 돌아가 정권교체에 힘을 모으겠다”고 했습니다. 최 전 원장의 정치 행보가 어디로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때는 진정한 ‘최재형다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오연서 기자

 

여당, 컷오프 최재형에 "감사원에 사과하라…정치권 기웃 말라"

 

최재형 전 감사원장

 

현 정부에서 감사원장을 지내다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권 도전을 선언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일 당내 대선 경선에서 탈락하자 여당 의원들이 잇따라 조롱을 쏟아냈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최 전 원장을 "정치단막극의 조연배우"라고 비꼬면서 "마음을 곱게 써야 우주의 기운도 모인다. 일장춘몽을 꿈꿨던 그대, 감사원 직원들에게 사과하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정치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도박 게임이 아니다"라며 "다시는 정치권에 기웃거리지 마라"고 했다.

 

박상혁 의원도 "감사원장 사퇴하고 출마만 하면 꽃가마 타고 모두가 다 우러러볼 줄 알았는데, 준비 안 됐다고 타박만 하니 많이 야속하냐"며 "역사는 당신을 정치에 마음 뺏겨 권력을 사유화한 최악의 감사원장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윤건영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서 컷오프 결과가 발표되기에 앞서 "출발은 요란하게 했는데 끝이 미약한 분이 있다"며 최 전 원장을 탈락 예상 후보로 꼽기도 했다.

 

그는 "현직 감사원장을 박차고 나왔는데 성적표가 참으로 처참하다"며 "개인의 정치적 사심을 채우기 위해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을 온전히 망쳤는데 결과가 참 허망하다. 사필귀정"이라고 꼬집었다.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최 전 원장의 탈락 소식을 전하며 고(故) 김재윤 전 의원을 소환했다.

 

김 전 의원은 2015년 입법 로비 의혹으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2심 재판부 부장판사가 최 전 원장이었다. 이를 두고 안 의원은 김 전 의원의 죽음이 '정치적 타살'이라고 주장해온 바 있다.

 

안 의원은 "최 전 원장이 감사원장을 사퇴한 6월 28일 제가 고인을 만났고, 6월 29일 고인이 우리 곁을 떠났다"며 "어쩌면 최 전 원장이 대선에 나서지 않았다면 김 전 의원의 극단적 선택은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 최 전 원장이 어디에 기웃거리는지 그 행보를 국민과 함께 유심히 관찰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소신표명 연설 “중요한 이웃” 스가 때 표현 유지

일본 국가안전보장전략 8년 만에 개정 밝혀

“중국에 주장할 것 하면서 대화 계속”

 

지난 4일 취임한 신임 기사다 총리는 8일 오후 첫 국회 소신표명 연설을 하고 있다.도쿄/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국정 운영의 방향성을 밝히는 첫 국회 연설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 기존 일본 정부 입장을 되풀이하는데 그쳤다. 일본의 중의원 선거가 이달 31일 예정돼 있는 등 굵직한 정치 일정까지 겹쳐 당분간 한-일 관계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4일 취임한 신임 기사다 총리는 8일 오후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건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 쪽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가 강조한 ‘일관된 입장’은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동원 피해자 등 역사 문제에 대해 한국 쪽이 먼저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총리가 취임한 뒤 처음으로 하는 소신표명 연설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국민에게 밝히는 자리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같은 해 10월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매우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건전한 한일 관계로 돌아가기 위해 우리나라의 일관된 입장에 따라 (한국에) 적절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가 전 총리는 올해 1월 국회 시정방침 연설에선 한국을 한 단계 더 낮춰 ‘중요한 이웃나라’로 표현했는데, 기시다 총리도 이를 유지했다.

 

일본은 한국과 관계에 따라 ‘기본적인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 ‘매우 중요한 이웃나라’, ‘중요한 이웃나라’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일본 외교‧안보정책의 기본 방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을 8년 만에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안보환경이 더욱 엄중한 가운데 우리의 영토, 영해, 영공, 그리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단호히 지켜내겠다”며 “국가안전보장전략, (하위 개념인) 방위 대강, 중기 방위력 정비 계획을 개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해상보안 능력과 한층 더 효과적인 조치를 포함한 미사일 방어 능력 등 방위력 강화, 경제안보 등 새로운 시대의 과제에 과감히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의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2013년 외교‧안보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신설해 만든 것이다. 당시 기시다 총리도 외무상으로 이 작업에 참여했으며 8년 만에 직접 첫 개정에 나서는 셈이다. <산케이신문>은 “미‧중 대립 격화 등 일본을 둘러싼 안전보장 환경이 격변하고 있어 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 “경제안보를 중시하는 생각을 포함시킬 전망”이라며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도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런 우리나라(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의 기축은 일‧미 동맹”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 견제를 염두하며 “미국을 비롯해 호주, 인도, 아세안(ASEAN), 유럽 등의 동맹·동지국과 연계해 미국·일본·호주·인도(쿼드)도 활용하면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해서는 “납치 문제는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모든 납치 피해자의 조속한 귀국을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 조건 없이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북 평양선언에 따라 납치, 핵, 미사일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일‧북 국교 정상화를 실현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중국과 관련해 “안정적 관계를 구축해 가는 것은 양국, 그리고 지역 및 국제사회를 위해 중요하다”며 “중국에 대해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강하게 요구하는 동시에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표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도 분배 중심의 경제정책을 주요하게 언급했다. 그는 “분배 없이 성장을 이룰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필리핀 마리아 레사와 러시아 드미트리 무라토프

 

2021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러시아의 드미트리 무라토프(왼쪽)와 필리핀의 마리아 제사. AP 연합뉴스

 

2021년 노벨 평화상은 필리핀과 러시아의 언론인인 마리아 레사(58)와 드미트리 무라토프(59)가 공동 수상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 선정과 시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8일(현지시각) “민주주의와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전제 조건인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대해 상을 수여하기로 했다”며 이들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의 베리트 레이스-안데르센 의장은 “이들이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더 불리한 상황을 맞고 있는 세상에서 이상을 지키기 위해 나선 모든 언론인을 대표한다”고 말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필리핀 언론인 레사는 지난 2012년 필리핀에 온라인 뉴스매체 <래플러>를 다른 기자들과 공동 설립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해왔다. 미국과 필리핀 이중 국적자로 <CNN> 특파원 출신인 레사는 현재 필리핀 정부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해 재판을 받고 있다.

 

 

레이스-안데르센 의장은 레사와 <래플러>가 “두테르테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에 비판적인 초점을 맞췄다”며 “‘마약과의 전쟁’은 많은 사람을 숨지게 해 마치 자국민과의 전쟁을 방불케 했다”고 수상 배경을 설명했다.

 

레사는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에 “충격”과 “감동”을 받았다며 이 상이 자신과 <래플러>의 동료들에게 “계속 싸워나갈 엄청난 에너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인 무라토프는 1993년 러시아의 독립신문 <노바야 가제타>를 공동 설립했으며, 1995년 이래 편집국장을 맡아왔다.

 

노바야 가제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보도로 유명하며, 설립 이래 각종 비리를 파헤치는 보도 등을 해왔다. 지금까지 여섯 명의 기자가 살해당했다. 이 중에는 ‘체첸 전쟁’의 잔혹한 실상을 파헤치는 기사를 썼던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 기자도 포함돼 있다.

 

레이센-안데르센 위원장은 “온갖 살해 위협과 협박에도 무라토프는 신문의 독립성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라토프는 “이번 노벨평화상이 나 개인이 아닌 노바야 가제타와 함께 일하다 숨진 기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