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지도자들, 회담 나오면 달라…낙관적”
모즈타바 “전쟁 배상 요구·해협 관리도 새 단계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AP 연합
 

미국-이란의 종전 협상을 하루 앞두고 양국 최고지도자가 “그들은 정복당했다”, “우리가 승리자”라고 주장했다. 양국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험난한 협상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각) 미국 엔비시(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대해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 지도자들은 언론에 하는 것보다 회담 자리에서는 훨씬 다르게 이야기한다”며 “그들은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들은 동의해야 할 모든 것들에 동의하고 있다. 기억하라, 그들은 정복당했다. 그들에게는 군대가 없다”며 “그들이 합의하지 않는다면 매우 고통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사적으로 승리한 만큼, 종전 협상에서도 확실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같은 날 이전 최고지도자이자 아버지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40일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의 영웅적인 국민인 여러분이 이번 전장에서 결정적 승리자라는 것을 당당히 선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쟁 기간이던) 지난 40일 동안 해왔던 것처럼 국민들의 지속적 참여가 필요하다”며 “비록 군사적 휴전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더라도, 거리, 마을, 모스크에서 가능한 모든 시민이 더 강력하게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쟁 승리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모즈타바는 한 발 나아가 “이번 전쟁으로 인한 피해 배상금과 순교자(희생자)들의 유족 보상금, 부상자들의 위자료를 요구할 것”이며 호르무즈해협과 관련해서도 “해협 관리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협상의 주요 의제인 전쟁 배상과 호르무즈해협 등에 대해서도 요구 사항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종전 협상의 첫 회담은 오는 11일 오전(현지시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린다. 미국은 협상단 대표로 제이디 밴스 부통령이 나서고, 이란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나선다. 이날 밤 갈리바프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 등 이란의 협상 대표단이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단의 숙소로 이슬라마바드의 세레나 호텔이 쓰일 예정이라고 알자지라가 밝혔다. 이 호텔은 외교부 등 주요 정부 청사와 대사관이 밀집한 곳에 있고, 지난 8일부터 투숙객들이 퇴실한 것으로 알려졌다.                                       < 최현준 홍석재 기자 >

 

 

이란 협상단, 파키스탄 집결…‘레바논 휴전·동결 자산 해제’ 선결 조건 제시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시민들이 10일(현지시각) 셰바즈 샤리프 총리의 대국민 연설 티브이(TV)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는 11일 미국과 이란의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하는 종전 협상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 회담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이뤄진 2주간의 한시적 휴전 합의 이후 진행된다. EPA 연합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을 위한 고위급 대표단이 중재국인 파키스탄에 집결하면서 협상이 중대 분수령을 맞고 있다. 양쪽은 11일(현지시각)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첫 회담을 열 예정으로, 협상 개시 조건과 휴전 유지 여부를 둘러싼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이란 쪽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이끄는 대표단이 10일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대표단에는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국가안보최고위원회 사무총장, 압돌나세르 헴마티 중앙은행 총재 등 안보·외교·경제 핵심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란은 본격적인 협상에 앞서 레바논 내 휴전과 동결된 자산 해제 등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며, 미국이 이를 수용할 경우에만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란 국영 매체는 이번 협상에 대해 “이란군의 위력 시위와 국민의 단합된 방어 의지에 밀린 미국과 이스라엘이 40일간의 전쟁에서 아무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결국 휴전과 협상을 먼저 제안해 왔다”고 주장하며 협상 주도권을 강조했다.

 

미국 쪽에서는 밴스 부통령이 협상단을 이끌고 파키스탄으로 향했다. 밴스는 출발 전 기자들과 만나 협상 전망에 대해 “긍정적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히면서도 “이란이 우리를 이용하려 한다면 협상팀이 그다지 수용적이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은 이번 회담의 성패를 좌우할 ‘운명의 순간’으로 규정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티브이(TV) 연설에서 “지금은 운명이 갈리는(make-or-break) 순간”이라며 “이 회담이 성공하고 수많은 생명이 구해져 세계에 평화가 찾아오도록 모두 기도하길 요청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회담을 중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파키스탄의 실력자 아심 무니르 국방군 총사령관과 이샤크 다르 부총리 겸 외무장관이 “전쟁의 불길을 진압했다”고 칭찬했다.

 

다만 휴전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이어지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제를 유지하는 등 군사적 긴장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양쪽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지만, 선결 조건과 상호 불신이 여전히 큰 만큼 이번 회담이 실제 종전 합의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 신형철 기자 >

 

협상 앞둔 트럼프 또 ‘위협술’…“함선에 최고 무기 싣는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함께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 이란 전쟁 종전 협상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각) 이란을 향해 연이어 고강도 압박 메시지를 내놓았다. 오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첫 종전 협상을 앞두고, 협상 결렬 시 전례 없는 수준의 강력한 군사행동에 나서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력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재정비!”라는 짧은 문장을 올렸다. 2주간의 휴전 기간 미군이 전열을 가다듬어 더욱 치명적인 공세를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이날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 문장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재정비를 진행 중”이라며 “함선에 최고의 탄약,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무기를 싣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완전한 궤멸을 하는 데 썼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것들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협상 전망과 관련해서는 “약 24시간 안에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며 “진실을 말하는지 알 수 없는 상대와 협상하고 있다”고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 앞에서는 핵무기를 모두 없앤다고 하면서 언론에는 농축을 원한다고 말한다”고 이란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했다.

 

휴전 기간에도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이 정상 수준의 10% 미만에 머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해협 통제 방식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같은 날 추가로 올린 트루스소셜 글에서 “이란인들은 국제 수로를 활용해 세계를 단기적으로 갈취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카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며 “그들이 오늘 살아있는 유일한 이유는 협상하기 위해서다”라고 직격했다. 또한 “이란인들은 전투하는 것보다 가짜뉴스 미디어와 ‘홍보’를 다루는 것을 더 잘한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협 개방과 관련해 “이란의 도움 없이도 석유가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암호화폐로 통행료를 요구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선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며, 만약 하고 있다면 당장 멈춰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협상에는 양국의 핵심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미국 쪽에서는 제이디 밴스 부통령을 필두로 스티브 윗코프 중동 특사, 재러드 쿠슈너 전 백악관 선임고문 등이 파견됐다. 이란은 공식 대표단을 발표하지 않았으나, 현지 매체들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협상단을 이끌 것으로 보도했다.          < 김원철 기자 >

 

트럼프 “호르무즈 꽤 빨리 열릴 것…통행료 용납 못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로 향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연합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을 앞두고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통제 움직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은 공해”라며 “이란이 통행료를 징수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해협은 꽤 빨리 열릴 것”이라면서도 “그들이 (통제)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통제하려 한다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개방 문제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리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의 핵심 의제로 꼽힌다.

 

하지만 휴전 합의 이후에도 해협 상황은 좀처럼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휴전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4척에 그쳤으며, 이 가운데 최소 9척이 이란과 연계된 선박으로 분석됐다. 러시아 선적 유조선 ‘아리메다’ 역시 서방 제재를 피해 이란산 원유를 운송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과 관련된 선박으로 지목된다. 블룸버그통신도 지난 9일 이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이 9척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5척이 페르시아만을 빠져나갔고, 4척이 들어갔다.

 

전쟁 이전 하루 약 140척이 통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통행량은 극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페르시아만에는 약 900척의 화물선이 대기 중인데, 일부 유조선은 해협 입구 인근에 정박한 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지난 이틀간 원유 200만 배럴을 실은 초대형 유조선들이 해협을 향해 이동했지만, 실제로 해협을 빠져나온 선박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휴전 직후 해협 개방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혁명수비대(IRGC)와의 조율을 요구하며 선박 통행을 통제하고 있다. 일부 선주는 기뢰 설치 가능성 등을 우려해 운항을 미루고 있다. 이란이 한 척당 최대 200만 달러의 통행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을 키우고 있다.                                                                    < 신형철 기자 >

 

트럼프, 네타냐후 전화 한 통에 돌변…“레바논 휴전 대상 아냐”

 
 
지난해 12월29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클럽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악수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로이터 연합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국면에서 최대 변수로 떠오른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태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 이후 돌변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9일(현지시각) 미 시비에스(CBS)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레바논을 휴전 대상에 포함하는 데 동의했지만,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이후 이를 번복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란과 중재국 파키스탄은 물론 이스라엘도 해당 조건에 동의한 상태였다고 백악관 당국자가 휴전 발표 당일 시비에스에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합의 다음날인 8일 피비에스(PBS)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에 대해 “휴전 합의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그 이유는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입장 변화는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직후 이뤄졌다고 시비에스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말 이란 공습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및 제안이 주요한 계기로 작용했다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는 등 미국의 중동 정책 결정에 이스라엘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이디(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지난 8일 휴전 조건을 둘러싼 “정당한 오해”가 있었다면서도 협상안에 레바논 내 대리 세력 포함 여부를 오해한 책임은 이란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를 겨냥한 레바논 공습을 이어가고 있으며, 휴전 발표 직후인 지난 8일 이스라엘군의 대공습으로 현재까지 레바논에서 300명 넘게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10일에는 헤즈볼라의 미사일 발사로 이스라엘 텔아비브 등지에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 등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의 주도로 다음주 미국 워싱턴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이 열릴 예정이며, 레바논 전선에서의 휴전 모색이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윤연정 기자 > 

지난 8일 레바논 티레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잔해가 흩어진 현장에서 한 남성이 드럼통을 끌고 있다. 로이터 연합

 

 

멜라니아 발언으로 논란 다시 정치 쟁점 떠오를 가능성이 커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9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중앙현관(그랜드 포이어)에서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자신을 연결 짓는 여러 의혹을 부인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갑작스러운 성명 발표를 통해 죽은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과 공범 길레인 맥스웰과의 관련성을 부인했다. 뜬금없는 발표에 워싱턴 정가와 언론은 그 배경과 의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9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약 5분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성명 발표를 통해 “나를 그 불명예스러운 제프리 엡스틴과 연관 짓는 거짓말은 오늘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멜라니아 여사는 “멕스웰에게 보낸 내 이메일 답장은 그저 캐주얼한(격식 없는) 서신 교환에 불과했다. 그녀의 이메일에 대한 내 정중한 답장은 사소한 메모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멜라니아 여사가 맥스웰에게 2002년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고,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은 멜라니아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개한 사람이 엡스틴이라고 주장했다. 엡스틴은 수십 명의 미성년자를 착취하고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미국의 금융가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유력 정치인 및 유명인들과의 넓은 인맥으로 논란이 됐고, 2019년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쟁으로 엡스틴파일 관심 사그라들었는데…

 

멜라니아 여사는 “나는 엡스틴의 피해자가 아니다. 엡스틴은 나를 트럼프에게 소개해 주지 않았다”며 “나는 내 남편을 1998년 뉴욕시의 한 파티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뉴욕시와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는 사교계가 겹치는 게 흔하다. 도널드와 나는 가끔 엡스틴과 같은 파티에 초대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분명히 말하자면, 나는 엡스틴이나 그의 공범인 맥스웰과 어떠한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며 “내가 엡스틴을 처음 마주친 건 2000년 도널드와 함께 참석한 한 행사에서였다. 그전에 엡스틴을 만난 적이 없고, 그의 범죄 행위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의회를 향해 “앱스틴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공개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촉구하며 이들이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의회 기록에 남길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9일(현지시각) 멜라니아 트럼프 미국 영부인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 그랜드 포이어에서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도착하고 있다. AP 연합
 

“사건 덮으려 해도 정반대 효과 가져올 것”

 

멜라니아 여사가 갑작스러운 발표를 한 배경을 두고 현지 매체들은 의문을 제기했다. 에이피(AP)통신은 멜라니아 여사의 이날 발표가 “갑작스러운 메시지”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사건에서 관심을 떼려 했지만, 이번 영부인의 발언으로 논란이 다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시엔엔(CNN)도 멜라니아 여사의 돌발행동에 “가장 그럴듯한 설명은 그가 이 사건을 덮으려고 했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의도와는) 확실히 정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인의 발표를 몰랐다고 했다. 그는 미 엠에스(MS)나우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멜라니아 여사의 발언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 “그녀는 (엡스틴을) 몰랐다”고 말했다. 엠에스나우는 또 멜라니아 여사가 이날 성명 발표를 하게 된 추동력이 불분명하다며 백악관 직원들도 영부인의 발표에 당황해했다고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의 수석 고문이자 영화 제작자인 마크 베크만은 뉴욕포스트에 “멜라니아가 이제야 목소리를 낸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거짓말은 이제 그만둬야 한다. 국민과 여론은 그가 이룬 놀라운 업적과 국가에 대한 헌신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윤연정 기자 >

 

미 석학 "선택적 해협 통제로 걸프 서열 정점에"

정치적으로 굴복해야 석유 얻게 된 셈
"트럼프의 보호, 아무런 가치 없다 입증"
"걸프·아시아, 미국과 거리를 두게 할 것"
미-이란, 11일 이슬라마바드서 종전 협상

"이란, 어설픈 거래 받아들이지 않을 것"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봉쇄 제안
NPT 가입시키고 디모나 핵시설 사찰해야
이스라엘, 레바논 맹폭…사망자 303명

 

"이란에 무엇을 주고 세계 권력을 포기하도록 만들 것인가? 나는 현시점에서 그들이 어설픈 거래는 받아들일 걸로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의 군사 역사가인 로버트 페이프 시카고대 교수(정치학)는 9일 미 매체 <데모크라시 나우!> 인터뷰에서 이란이 지난 40여 일의 전쟁 과정에서 선택적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통해 세계적 권력을 얻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이 지속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이 감소하자 칼리스토 유조선이 10일 오만 무스카트에 정박해 있다. 2026. 03. 10 [로이터=연합]
 

미-이란, 11일 이슬라마바드서 종전 협상
페이프 "이란, 어설픈 거래 받지 않을 것"

 

미국이 11일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과 종전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최근 이란의 체급이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로 급상승 중인 만큼 웬만한 걸 제시해선 먹히지 않을 걸로 예상했다. 협상 대표로는 미국에선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이란에선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참석한다고 양국 언론들은 전했다.

 

페이프 교수는 '확전이 이란에 유리한 까닭'이란 3월 9일 자 <포린 어페어즈> 기고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2‧28 '불법 공격'과 최고 지도자 암살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이 이스라엘과 걸프 지역 내의 미군기지와 외교공관들은 물론, 공항과 석유 인프라 등 민간 시설들을 타격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유조선을 타격하는 것을 두고 베트남전에 적용됐던 '수평적 확전'(horizontal escalation) 전략이라고 탁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전쟁이 이란을 세계의 주요 강대국으로 바꾸는 중'이란 6일 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선 "만약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이 수개월 또는 수년간 지속된다면, 글로벌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면서 결국 미국의 이익을 해치게 될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인터뷰에서 페이프는 드론과 기뢰를 이용한 선택적인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가 석유 부족과 유가 상승 대란을 초래한 부분을 넘어, 그런 상황이 장기화할 때 이란은 어떤 권력을 갖게 될지에 주목했다. 그가 보기에, 호르무즈의 병목 지점은 지리적으로 이란이 선택적으로 선박들을 통제하기에 완벽한 위치에 있다.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촬영된 이 연출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사진 앞에서 스마트폰 화면으로 재생 중인 레고 스타일의 AI 생성 전쟁 테마 영상을 보여준다. 미·이란 휴전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한 이란 단체는 트럼프를 풍자하고 "이란이 승리했다"라고 선언하는 새로운 레고 스타일 영상을 공개했으며, 이는 AI 생성 전쟁 선전물의 최신 사례다. 2026. 04. 10 [AFP=연합]
 

이란, 호르무즈 '선택적 통제'로 권력 획득
"정치적으로 굴복하고 협력해야 석유 얻어"

 

페이프는 "이란은 이 선택적 통제를 지렛대 삼아 걸프 지역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획득하고 서열을 바꿀 수 있다. 즉, 걸프의 세력 균형을 '균형'에서 이란이 정점에 서는 '위계'로 바꾸는 것이다"라며 "다른 국가들이 이란의 권력을 인정하지 않으면,  막대한 국내총생산(GDP)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호르무즈의 전면 폐쇄가 아닌, 선택적 통제는 이란의 '권력'을 대폭 강화할 걸로 그는 봤다. 이란군에 협조하면 선박을 통과시키고 저항하면 실제 타격함으로써 '빈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프는 이란 전쟁 개전 이후 처음으로 지난 3일 프랑스 컨테이너선이 호르무즈를 통과한 것을 거론한 뒤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는 이란으로부터 호르무즈를 탈환하는 어떤 군사적 노력에도 참여하지 않고, 사실상 이란에 협력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라면서 "정치적으로 굴복하고 협력하면 석유를 얻을 수 있고, 아니면 배가 침몰당하는 상황이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이란은 해협의 지리적 특성 덕분에 소수의 드론과 기뢰만으로도 적의 배를 침몰시켜 상대 국가를 취약하게 만드는 임무를 완수할 수 있다"며 "글로벌 경제에서 리스크는 곧 권력이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확전 함정'(escalation trap)에 빠져 있다고 봤다. '확전 함정'은 미국 같은 강대국이 군사력이나 공군력을 사용해 목표물 타격, 지도자 사살 등 전술적 성공을 거뒀지만, 전략적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선제공격한 강대국이 패배의 조짐을 느낄 때 어떻게든 승리하고자 더 높은 단계의 군사적 수단을 동원해 확전의 사다리를 올라가게 되는 현상이다.

 

8일 파키스탄 카라치에서 열린 미국 및 이스라엘 규탄 시위 도중 파키스탄 시아파 무슬림들이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2026. 04. 08 [EPA=연합]
 

"트럼프의 보호, 아무런 가치 없다 입증"
"걸프·아시아, 미국과 거리를 두게 할 것"

 

페이프가 보기에, 이란은 40일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세계 석유의 20%를 통제하고 있으며, 이제 네 번째 권력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그는 "40일이 지난 지금, 이란은 단지 해협 장악에 그치지 않고 자국의 힘을 실감하고 있다...이론적인 능력이 아니라 실질적 권력임을 배우고 있다"면서 "인도를 보라. 인도는 사실상 이란에 굴복하며 협력하고 있고, 그 덕분에 인도의 유조선 몇 척이 통과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프랑스도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또한 아시아 국가들을 미국과 거리 두게 만드는 이란의 영향력은 이미 명백히 나타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아시아는 이란의 선택적 봉쇄로 인한 경제적 충격의 직격탄을 맞는 지역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이란에 맞서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걸프 국가들도 갈수록 더 이란 쪽에 줄을 설 걸로 점쳤다. 뭣보다 미군 기지들의 취약함이 드러나면서 걸프 국가들의 안전을 보장하기보단 오히려 공격의 빌미가 됐고, 막대한 피해만 봤기 때문이다. 페이프는 "그들이 어디에서 보호받겠는가? 트럼프의 보호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게 입증됐다"며 "걸프 국가들이 협력하지 않는다면, 이란은 아마 그들의 정부를 전복시키려 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이제 세계 석유의 약 20%를 통제하게 된 이란, 11%를 가진 러시아, 그리고 그 석유의 상당 부분을 소화할 중국이 카르텔을 형성한다면 미국과 서방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이프는 향후 1년간 750억~1000억 달러 규모의 석유 수출 대금이 중국에서 이란으로 들어오면, 보유 중인 고농축 우라늄을 실제 핵무기로 전환하는 데 사용할 수 있고, 그럴 때 이란은 가까운 미래에 "핵무기와 석유를 모두 거머쥔" 세계 4번째 권력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8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현장을 구조대원들이 수습하고 있다. 2026. 04. 08 [로이터=연합]
 

이스라엘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봉쇄 제안
NPT 가입시키고 디모나 핵시설 사찰해야

 

이런 상황의 해결 방법은 전쟁과 협상 두 가지뿐인데 트럼프 정권으로선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전쟁을 지속하자니 전략적 패배 가능성이 큰 '확전 함정'에서 벗어날 수 없고, 협상하자니 전쟁 직전과는 달리 이란의 '권력'이 급상승한 만큼 그 대가로 치를 비용이 치솟고 있다는 점에서다. 페이프는 "지난 2월 27일에 제시됐던 조건들은 더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이란은 이미 2월 27일에 3.5% 농축 우라늄을 원했다. 이제 이란은 더 큰 힘을 가졌으므로 과거의 조건으로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란의 관심을 끌 실질적 카드로 이스라엘에 대한 강제력 있는 군사적 봉쇄를 제안했다. 페이프는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앞으로 공격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과 보호를 매우 분명하게 요구해 왔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진정한 군사적 봉쇄, 어쩌면 이스라엘이 핵확산방지조약(NPT)에 가입하고 이란이 사찰받는 것처럼 디모나 핵시설에 대한 현장 사찰을 수용하게 만드는 정도의 카드가 나와야 얘기가 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8일 레바논 베이루트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이 단행된 이후 폭격 현장에 구조대원들이 모여 있다. 2026. 04. 08 [AP=연합]

 

한편,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의 휴전 첫날인 9일 친이란 헤즈볼라를 공격을 구실로 레바논의 민간인 밀집 지역에 무자비한 폭격을 가해 303명이 사망하고 1150명이 부상했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밝혔다. 이란 전쟁 개전 이후 레바논의 누적 사망자는 1888명, 부상자는 6092명으로 늘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과 미국은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이 휴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란은 레바논도 포함되고 레바논을 제외한 협상엔 참여하지 않겠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네타냐후는 레바논과의 협상 개시를 지시하면서도 공격을 멈추지는 않겠다고 주장했다.                                       < 이유 기자 >

 



 

최후통첩 직전 꼬리 내린 트럼프의 굴욕적 선택
전쟁 중단과 확전 갈림길과 막다른 골목 속에서
이란 시민의 용기와 미군 내부에서 커지던 불만

드론 소모전과 해협 봉쇄가 깨뜨린 불패의 신화
신뢰와 동맹, 페트로달러 동시에 흔들리는 미국
베트남보다 더 큰 전략적 패배와 역사적 전환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최최최최최최최후'의 통첩을 한 4월 8일의 마감 시한까지 많은 이들이 조마조마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것은 수십 년 만에 닥친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하루'였다. 트럼프는 “오늘 밤 한 문명 전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위협했고 부통령 제이디 밴스는 "도구함 속의 모든 수단"을 말하며 핵무기의 사용을 암시했다.

 

하지만 불바다와 지옥을 겁박하던 트럼프는 마감 시한 직전에 갑자기 '2주간 휴전'에 합의했다면서 다시 꼬리를 내렸다. 이것은 이란 침략전쟁의 결말에 대한 트럼프의 거의 8번째 말 바꾸기였다. 사실 트럼프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존재했다. 하나는 지금까지의 경제적·군사적 손실과 지정학적 굴욕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정신 승리'로 전쟁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전쟁을 지속하거나 오히려 확전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장기적으로 미국에 더 큰 패배와 회복 불가능의 손실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았다. 이미 실패로 기울어진 이 전쟁의 결과를 다시 바꿀 수 있는 선택지는 트럼프 앞에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다. 두 번째 선택은 당장의 굴욕적 후퇴는 피하지만, 미국의 패권에 훨씬 더 심대한 타격을 가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은 훨씬 더 많은 이란 시민에 대한 대량 학살과 전 세계 수많은 시민을 큰 고통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것을 뜻했다. 그래서 보편적 상식을 가진 많은 이들은 트럼프가 첫 번째 선택을 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트럼프는 최악의 막말, 욕설, 공갈을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구잡이로 쏟아내다가 '정신 승리'의 가림막으로 굴욕적 실패를 덮는 길을 택했다. 

 

8일, 수도 테헤란의 엔켈라브 광장에서 미국과의 2주 휴전 발표 이후 이란인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고 있다. 2026. 04. 08 [AFP=연합]
 

여기에는 많은 요소가 작동했지만, 특히 두 가지가 두드러졌다. 하나는 트럼프가 "이란의 모든 다리와 발전소를 폭격하겠다”고 협박하자마자 수많은 이란 시민들이 다리와 발전소로 몰려나오던 장면이다. 독재정권의 살인 진압에도 포기하지 않고 거리에 나섰던 이란 시민들은 이번에는 트럼프의 폭격과 학살에도 무릎 꿇지 않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또 하나는 트럼프의 최후통첩 이후부터 미국의 전직 군 장성들 속에서 나온 '지금 트럼프의 명령은 불법적 전쟁범죄에 대한 명령이기에 누구든 그것을 거부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베트남전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곳곳으로 메아리치면서 미군은 내부적 붕괴로 패배한 바가 있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는 양심적 병역 거부에 나서는 군인들의 수가 기록적으로 높아지고 있었다.

 

지금 트럼프와 미국은 마치 불을 지른 다음에 그것을 끄지도 못하고 책임을 떠넘기고 도망치려는 망나니처럼 보인다. 따라서 2주간의 임시 휴전과 그 이후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은 남아있지만, 왜 트럼프가 이런 처지로 몰렸는지 그동안을 돌아보며 잠정적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먼저 이란 침략전쟁을 단지 "40년 동안의 꿈"을 위한 네타냐후의 꼬드김의 결과로만 볼 수는 없다.

 

트럼프는 나름대로 이것이 미국이 중동의 석유를 통제하고 세계적 패권을 재확인하기 위한 효과적 카드라고 봤을 가능성이 높다.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인 데이비드 하비가 말했듯이 "중동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 석유 공급을 좌우하고, 세계 석유 공급을 지배하는 자가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세계 경제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냉혹한 사실이었다.

베네수엘라 침략의 성공에 고무된 트럼프가, '이란 정권이 반정부 시위로 흔들리는 지금이 다시없을 기회'라는 네타냐후의 달콤한 유혹에 넘어간 배경에는 이런 야욕이 있었다. 그리고 하메네이 참수에 성공한 초기만 해도 트럼프의 앞길은 밝아 보였다. 혁명으로 이란에서 쫓겨난 왕세자인 레자 팔레비는 "이슬람 공화국이 무너지고 있다", "승리에 가까이 왔다"며 흥분했다.  

 

이번에 트럼프는 드러내놓고 전쟁범죄를 협박했다 -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도 "미국은 왜 최고의 군사 대국인지 입증했다. ··· 전광석화 같은 공격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라며 트럼프를 찬양하고 아부하기 바빴다. 트럼프는 이 전쟁을 “짧은 외출”, “즐거운 소풍”이라고 부르며 여유만만했다. 3개의 항모 전단을 동원하고 하루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우리는 그들이 쓰러졌을 때 두들겨 패고 있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전쟁광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란은 중동 지역의 미군 기지들로 전장을 수평적으로 확산시키며 걸프 국가들도 전쟁에 끌어들였다. 이제 전쟁은 이란의 3000만 원짜리 드론을 미국의 60억 원짜리 미사일로 격추하기 급급한 비대칭적 소모전으로 바뀌었다. 미국의 고성능 레이더와 초고가 전투기들도 조잡한 드론과 구식 미사일들에 파괴되어 갔다.

 

무엇보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전 세계 경제와 무역 전체가 중단되기 시작한 것이 결정타였다. 석유뿐만 아니라 비료, 물자들이 운송되지 않으면서 고통받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트럼프에게 원망과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여기에 '저항의 축'의 하나인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까지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기 시작하자, 세계 경제는 동맥경화를 넘어 심장마비 증세로 발전해 갔다.

 

트럼프가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수십만 명의 지상군을 투입해서 이란 전체를 점령하고 정권을 교체하거나, 하르그섬과 주변 해안을 군사적으로 장악해 호르무즈를 열거나, 하다못해 특공대라도 투입해 농축 우라늄을 빼앗아 오면서 '핵개발을 막았다'고 포장해야만 했다. 처음에 트럼프는 "나는 지상군 투입에 울렁증이 없다"며 큰소리를 뻥뻥 쳤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정치적으로만이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갈수록 분명해졌다. 특히 이것은 4월 초의 이란에서 추락한 미군 조종사 구출 작전을 통해 명백해졌다. 단 1명의 조종사를 구출하기 위해서 수백 대의 항공기와 수천 명의 병력을 투입하고서도, 수송기와 헬기 4대가 파괴된 것은 미군의 능력이 아니라 무능을 보여준 결과였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관련 타스님 통신은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주 휴전' 발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의 협의 이후 통행이 가능하다"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2026. 04. 08 [타스님 통신 캡처] 시민언론 민들레
 

이 상황에서 트럼프가 미군의 대규모 사상이 불가피한 지상 작전을 추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결국 트럼프는 시간이 갈수록 험악하고 천박한 표현의 협박을 쏟아내는 '입을 통한 전쟁'으로 나아가며, 뒤로는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협상 메시지를 전달하며 구걸하는 처지로 전락해 갔다. 그러다가 가까스로 2주간의 임시 휴전에 합의했다.

 

지금까지의 과정만 봐도 이번에 미국이 입은 상처는 매우 깊고 심각하다. 먼저 신뢰의 위기다. 이제 협상을 하다가 뒤통수를 치고, 말을 수시로 바꾸는 미국의 말을 믿을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 비대칭적 소모전 속에서 미군의 고비용 저효율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군사적 능력은 누구도 감히 대적할 수 없다'는 신화도 무너졌다.

 

또한 이것은 동맹의 위기다. 과거에 미국의 동맹들은 함께 전쟁을 하거나, 적어도 '우리를 위해 더러운 일을 해준다'고 고마워했다. 하지만 이번에 유럽의 동맹국들은 '사고 치고서 우리 보고 수습하라는 거냐'며 미국의 부탁을 거절했다. 심지어 일본과 한국 같은 전통적인 친미 국가들도 모두 미국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지금 나토(NATO)는 해체 위기에 직면해 있다.

 

또한 석유를 달러로 구입하고, 그 돈으로 미국의 국채를 매입하고, 그것이 미국의 재정 적자를 지탱해주던 '페트로 달러' 체제도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그것을 주도하던 걸프 국가들은 '과연 우리 땅의 미군 기지가 우리를 지켜주는가, 아니면 우리를 공격의 표적으로 만드는가'라는 근본적인 회의에 빠졌다. 이란은 석유 대금과 호르무즈 통행료를 위안화로 받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이것은 트럼프의 국내 정치적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고, 의회에서 탄핵 방안이 쏟아지고 있으며, 나아가 수정헌법 25조에 따라 대통령 직무를 중지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참패가 돌이킬 수 없어지면서, 트럼프가 선거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4월 8일, 미국 뉴욕에서 이란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거리에서 행진하고 있다. 2026.4.8. EPA 연합
 

이것은 트럼프로 대표되는 국제적 극우 네트워크와 신나치 정치세력의 위기이기도 하다. 이스라엘 네타냐후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장은 막나가고 있지만, 미국이 뒷받침해주지 못하면 이스라엘의 폭주도 영원할 수 없다. 이번에 이스라엘의 방공망도 한계를 드러냈고, 이스라엘과 '손절'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와 움직임은 더욱 더 커지고 있다.

 

이 모든 것은 미국 패권의 중대한 위기로 수렴되고 있다. 이번에 트럼프는 준비, 목표, 계획, 전략이 모두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란을 침략했다가 '전략적 혼수상태'에 빠져버렸다. 이것은 거꾸로 미국의 경쟁 패권국인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기회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베트남전이나 이라크전에서의 미국의 패배보다도 더 큰 전략적 패배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56년에 수에즈 운하를 통제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함께 이집트를 침공했다가 세계 패권을 놓치며 몰락하기 시작한 영국과도 비교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 이란을 침략한 2026년 2월 28일은 미국 패권 몰락의 세계사적인 전환점으로 남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물론 트럼프는 지금의 '정신 승리'를 넘어서 이것을 뒤집기 위한 온갖 꼼수를 시도할 것이다.

 

실제로 휴전 합의 다음 날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대대적으로 폭격해서 300여 명을 학살했고, 트럼프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 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나고 싶더라도, 네타냐후가 발목을 잡으면 쉽지 않은 처지이기도 하다. 더구나 이런 식의 '가짜 휴전', '휴전 사기극', '휴전 협정 밥 먹듯 위반', '협상하다가 뒤통수치며 폭격하기'는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주특기이다. 

 

네타냐후가 트럼프를 조종한다는 풍자 이미지 - 출처: X

 

이란 전쟁에서 일단 빠져나간 후, 쿠바에 대한 침략 전쟁으로 화풀이하며 망신에서 벗어나려 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떤 수를 쓰든 트럼프와 미국이 지금의 전략적 혼수상태와 역사적 추락을 벗어날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하루빨리 이란 침략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이란에서도 신정 체제를 벗어나 민주주의를 이루려는 시민들이 숨 쉴 공간을 찾고 다시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나설 수 있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략과 폭격도 중단시켜야 한다. 그것은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모든 선을 넘기 시작한 출발점이었던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과 전쟁범죄를 중단시키고 책임을 묻는 것으로 향해야 마땅하다.

 

중국의 사상가였던 루쉰은 "사람을 무는 개라면 육지에 있든 물에 빠져 있든 상관없이 패야 한다. 물에 빠진 개를 패지 않으면, 그 개는 뭍으로 기어올라와 당신을 물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금이 바로 평화와 정의를 바라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서 트럼프와 네타냐후를 사정없이 두들겨야 하는 순간이다. 그들이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

 

‘마가’ 논객과도 척진 트럼프 “지능 낮은 것들”…전쟁 비판에 감정

 
 

실명 거론하며 “멍청하고 미친X들”
저격당한 유튜버들 “요양원에나 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다가 총을 쏘는 시늉을 하고 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이스라엘-이란 전쟁을 비판해온 극우 인플루언서들을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논객들이 자기에게 등 돌리자, 트럼프 대통령도 이들과의 관계를 ‘손절’하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9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나는 왜 터커 칼슨·메긴 켈리·캔디스 오언스·알렉스 존스가 수년 동안 줄곧 나를 공격해왔고, 특히 이들이 넘버원 테러 지원국인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하는지 안다”고 썼다. 이어 “아이큐(IQ·지능지수)가 낮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멍청이들”이라며 “그들 스스로도 알고, 그들의 가족도 알고, 다른 모든 사람도 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은 모두 텔레비전(방송국)에서 쫓겨났고, 자기 프로그램을 잃었으며, 이제는 티브이에 초대조차 못 받는다. 그들은 미친놈(NUT JOBS)들이고 문제아들”이라고 비난을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가 언급한 네 사람은 한때 트럼프 지지자를 자처했던 극우 논객이자, 유튜브·팟캐스트 진행자다. 그러나 미-이란 전쟁에는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이 전쟁이 마가의 이념인 ‘미국 우선주의’에 어긋난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압력에 굴복해, 미국 이해와 직접 연관도 없는 이란에 군대를 보냈다는 것이다. 595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 오언스는 지난 7일 트럼프가 이란 문명을 파괴하겠다고 위협하자, 그를 “미친 집단학살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글에서 오언스를 향해 “존경받는 프랑스 영부인을 남자라고 공격하는 미친” 사람이라고 했다. 오언스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이 남성이라는 가짜뉴스를 퍼뜨리다가, 마크롱 부부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 당한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브리지트) 영부인은 남자가 아니고,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도 (승소해) 많은 돈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 사실 나한텐 프랑스 영부인이 캔디스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 역시 지난 1일 백악관 오찬에서 ‘브리지트가 마크롱을 학대한다’고 조롱해 논란이 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칼슨에 대해서도 “대학도 마치지 못했다”고 비꼬며 “폭스뉴스(진행자)에서 해고됐을 때 이미 망가진 사람이었다. 어쩌면 훌륭한 정신과 의사를 만나봐야 할지도 모른다!”고 썼다. 칼슨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영향력에 놀아나선 안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논객들’은 패배자이며, 앞으로 영원히 그럴 것이다”라며 “그들은 마가가 아니다. 패배자들이고 그저 마가에 붙어먹으려 할 뿐”이라고 조롱했다.

 

당사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맹비난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오언스는 트럼프 게시물에 대해 “할아버지(트럼프)를 요양원에 보내드리자”고 제안했다.    < 천호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