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 무마·은폐 의혹에도 특검 거부

'막장 중 막장'…벌써 8번째 거부권 행사
특별검사 임명 간주가 임명권 침해라고?
특검 임명 안하고 사건 덮는 건 권리인가?

검찰이 이미 수사하고 있어서 특검 안된다?
공소시효 제한 안하면 윤건희 빠져나가는데
공소시효 정지가 적법절차 위반한 거라고?

검찰, 6개월 이상 수사 뭉개다가 걸리고
황금폰 폐기하라 피의자에게 강압까지 해
특검 아니면 사건 진실 파헤치기 어려운데

'윤건희·국민의힘 방탄'에만 목매는 최상목
노종면 "내란 대행 변명에 구토가 유발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14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벌써 8번째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이렇게까지 남용한 전례가 없다. 이번엔 대통령 부부의 범죄 의혹 관련 특검법 거부다. 더 이상 눈뜨고 봐주기 어려울 지경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윤석열·김건희 방탄' '국민의힘 방탄' 비판에도 기어이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최 대행은 거부권 행사 이유에 대해 줄줄이 언급했지만, 사건의 진상 규명과 철저한 처벌을 외면한 '꼼수'이자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 사실상 대통령 권한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중대범죄 의혹에 대해 눈을 감은 셈이다. 민주당은 최 대행의 특검 거부 이유에 대해 "구토가 유발된다"며 원색적인 비난을 했다.

 

검, 수사 뭉개고 증거 인멸 종용했는데

수사 중이니 특검하지 말자는 최상목

 

최 대행은 14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권력분립 원칙의 중대한 예외인 특별검사 제도는 행정부의 수사소추권을 합리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을 때 한해 비로소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며 "해당 특검법안(명태균 특검법안)의 수사대상 사건에 대하여 주요 피의자에 대한 수사와 구속 기소가 진행됐고, 계속해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월 17일 발표된 중간수사 결과에 따르면, 검찰은 총 61개소를 압수수색하고 전현직 국회의원 등 100여 명을 조사했다"며 "변호인 참여 등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해 이른바 '황금폰'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통해 다수의 파일에 대한 선별작업도 마쳤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특별검사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며 "명태균 특검법안은 그 위헌성이 상당하고,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다"고 했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까지 도입하는 것은 '과잉'이라는 의미다.

 

창원지검이 2024년 11월4일 작성한 김건희 명태균 게이트 수사보고서. 2025.2.6. 뉴스타파 자료

 

그러나 최 대행이 특검 거부 근거로 언급한 검찰의 중간수사 결과부터 이미 수사 무마 의혹이 확인된다.

 

창원지검이 작성한 2024년 11월 4일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검찰은 윤 대통령 부부가 명태균 씨와 나눈 카카오톡 및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보하고 이들이 공천 개입을 한 구체적인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창원지검은 지난달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윤 대통령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공천을 주라고 했다는 내용의 육성 녹취 ▲김건희 씨가 김 전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던 수사 내용 등을 모두 제외했다. 애초부터 대통령 부부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창원지검의 중간수사 결과뿐만 아니다. 이 사건 수사 과정 곳곳에서 은폐, 무마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에는 검찰이 수사 자체를 덮으려고 한 정황도 확인됐다.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에 따르면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는 지난해 4월 총선 이전 창원지검에 출석해 4차례 신문조서를 작성하고 휴대폰과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모두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언론에서 '명태균 게이트'를 터뜨린 그해 9월까지 6개월 가까이 사건을 수사하지 않고 뭉갰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창원지검장은 모두 '윤석열 측근'(김성훈)과 '윤석열 바라기'(정유미)로 분류되는 인물들이었다.

 

정유미 창원지검장이 17일 대구지검 신관 7층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구고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2024.10.17. 연합

 

특히 <워치독> 취재에 따르면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실(범정)은 강 씨에 대한 수사가 끝나기 전인 지난해 3월 명 씨 관련 사건을 인지하고 법무부와 대통령실까지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황들을 종합하면 검찰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뭉갠 것 아닌지 강하게 의심이 든다.(☞관련기사 : [단독] "검찰, '명태균-김건희 의혹' 작년 3월 알고도 뭉개")

 

여기에 더해 최근엔 수사 진행 과정에서도 은폐, 무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명태균 씨 변호인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명 씨에게 "황금폰을 검찰에 제출하면 '정치자금법 위반' 관련 내용만 남기고 나머지 내용은 없애버리자고 회유했다고 한다.

 

또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가 "전자레인지에 휴대전화를 돌려서 폐기하라"는 취지로 말한 것 외에도 "아이폰 13프로 비밀번호(비번) 16자리로 하지 그랬냐" "마창대교에서 (바다에) 던져지 그랬냐" 등 핵심 증거의 인멸을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주장도 <워치독> 단독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관련기사 : [단독] 명태균 "검사가 황금폰 기록 선별삭제 회유")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지난 22일 명태균 씨가 갖고있다 검찰에 제출한 황금폰 3개와 이동식저장장치(USB)라며 공개한 사진. 왼쪽 황금폰 3개, 오른쪽 로봇모양 USB. 박범계 의원 페이스북

 

사건이 창원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올라온 뒤에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중앙지검으로 사건이 이첩된 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석열·김건희 부부보다는 검찰 출신이자 차기 대권주자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오세훈 서울시장 및 홍준표 대구시장)의 불법 여론조사 대납 의혹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통령 부부가 개입한 정치 게이트 전체를 규명하기보다는 사실상 대선용 정치 수사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중앙지검이 이 사건 수사를 통해 사실상 검찰이 대선판에 뛰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자칫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악용될 우려가 있는 잠재돼 있는 것이다. 검찰 내부 사정이 이러함에도 대통령 권한대행이 검찰 수사가 '적법절차'에 따라 이뤄졌다면서 특검을 거부한 것은 수사 은폐, 무마에 함께 가담하는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두 달여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극장에서 제2연평해전을 다룬 연극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를 관람하기 위해 이동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3.2. 연합

 

공소시효 제한 안하면 윤건희 빠져나가는데

공소시효 정지가 적법절차 위반한 거라고?

 

아울러 최 대행은 "특검법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실시된 모든 경선과 선거, 중요 정책 결정 관련 사건 및 그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전부를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며 "수사 대상 및 범위가 너무나 불명확하고 방대해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및 비례의 원칙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어떠한 특검법안에도 없는 특검 수사 기간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규정'과 특검의 직무 범위에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의 공소 유지 권한'이 포함돼 있다"며 "헌법상 '적법절차주의'를 위배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공소시효 규정을 둔 것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가 6개월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미 사건과 관련된 선거 기간이 지났지만, 윤 대통령의 경우 임기 중에 시효가 중단됐기 때문에 탄핵이 인용될 경우 수사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공소시효 정지 규정이 있어야 윤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수사망을 빠져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공소시효 정지 규정을 배제하라는 최 대행의 발언은 사실상 대통령 부부를 수사하지 말고 공소시효를 완성시키라는 말과 다름없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국정운영은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된다. 사진은 2023년 12월 12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당시 차량에 탑승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2024.12.14. 연합

 

특별검사 임명 간주가 임명권 침해?

임명 안하고 사건 덮는 건 권리인가?

 

또 최 대행은 "특검법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실시된 모든 경선과 선거, 중요 정책 결정 관련 사건 및 그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전부를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사하면, 수사 대상 및 범위가 너무나 불명확하고 방대하여,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 훼손이 우려된다"며 "특별검사의 직무 범위에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의 공소 유지 권한'이 포함되어 있다"고 했다. 아울러 "'특별검사에 대한 임명 간주 규정'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하여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이나 불법 여론조사 흔적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고, 대통령의 대선 운동 기간과 임기 중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그 범위를 특정하기가 현재로서는 어렵다. 그럼에도 수사 대상 및 범위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결국 수사를 축소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읽히지 않는다.

 

공소 유지 권한 역시 마찬가지다. 검찰은 수사를 뭉개다가 공소시효가 완성되면서 지난해 10월 '명태균 게이트' 공직선거법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이로 인해 정치자금법 혐의로만 이 사건의 일부 관계자만 기소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 게이트 전반을 수사할 특검에 공소 유지 권한을 넘기는 게 실질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의문이다. 사후 개입이라는 행정상 이유만으로 공소유지 권한을 아예 배제하라는 최 대행의 주장은 힘을 얻기 어렵다. 오히려 내란 우두머리임에도 석방되는 권력자를 상대로하는 만큼 수사뿐 아니라 기소에서도 외압을 받지 않도록 특검에 권한을 주는 것이 본래 취지에 부합되는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마은혁 임명보류' 권한쟁의 선고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측 이동흡(가운데) 변호사, 임성근(왼쪽) 변호사가 출석해 있다. 2025.2.27 [공동취재] 연합

 

무엇보다 '특검 임명 간주 규정'은 최 대행 본인 때문에 생긴 규정이다. 내란 우두머리인 윤 대통령의 하수인과 같은 최 대행은 국회와 헌재가 임명하라고 한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여전히 임명하지 않고 있다. 행정권이 입법권과 사법권까지 무시하며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존 특검법대로면 최 대행은 국회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3일 내에 특별검사 1명을 임명해야 하지만, 대통령 부부와 여당에 대해 '방탄 모드'인 권한대행이 고의로 임명하지 않고 시간을 끌 경우 특검 자체가 자칫 시작도 하지 못하고 좌초될 수 있다. 최 대행은 '권력분립 원칙'을 운운하고 있지만, 선출된 권력도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이 과도하게 행정권을 남용해 입법권과 사법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먼저 인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상목 거부권 이유에 구토가 유발된다"

"긴 말 필요 없다…내란 대행은 단죄해야"

 

이날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야당은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민주당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거부 명분은 구토를 유발한다"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면서 위헌을 온몸으로 실천해온 주제에, 국회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의결한 특검법안에 위헌 요소가 들어있다는 녹음 파일을 또 재생했다"고 맹비난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차라리 내란의 시작이고 끝인 윤석열 부부에게 차마 특검의 칼을 겨눌 수는 없다고 고백하는 편이 낫다"며, 특검의 수사 범위가 넓어 위헌이라는 최 대행의 주장에 대해서도 "따지려거든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왜 그렇게 많이 저질렀느냐고 따지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국회의원 당선자가 2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고 양회동 열사 CCTV 유출 수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22. 건설노조 제공

 

노 원내대변인은 또 "검찰이 사건을 선관위로부터 넘겨받은 시점이 2023년 12월이다. 지난 1년 4개월 동안 검찰은 충분히 수사했어야 했고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언론이 보도하고 국회가 증거를 찾아내면 하는 척, 그러다 잠잠하다 싶으면 일선 검사들의 수사 의지까지 꺾어버리며 시간을 갉아먹었다. 그래서 수사기간 동안 시효를 정지시키고 검찰이 마지못해 기소한 부분의 공소 유지 권한을 특검에 넘겨야 하는데도, 최상목 대행은 '헌법상 적법절차주의 위배', 이런 따위의 헛소리를 늘어놨다"고 비판했다.

그는 "긴 말이 필요 없다. 최상목 대행은 내란 대행"이라며 "이제는 단죄의 시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헌재 결정 버티는 최상목, ‘명태균 특검법’엔 위헌성 앞세워 거부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관계장관회의 머리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위헌적 요소 등의 이유를 들어 ‘명태균 특검법’(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 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권한대행을 맡은 지 2개월여 만에 8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엔 버티기로 일관하면서도, 정작 위헌성을 이유로 거부권 행사를 이어가는 건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머리발언을 통해 “저는 이 특검법안의 법적 쟁점, 필요성 등을 국무위원들과 함께 심도 있게 검토했으며, 숙고를 거듭한 끝에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기로 했다”며 앞선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거부 때와 마찬가지로 거부권 행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당 주도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명태균 특검법은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바탕으로 각종 선거에서 공천 거래와 불법 여론조사를 했다는 의혹을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최 권한대행은 거부권 행사 이유로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 △비례의 원칙 △적법절차의 원칙 △권력분립 원칙 위배 등을 사유로 언급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실시된 모든 경선과 선거·중요 정책 결정 관련 사건 및 그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전부를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어, 수사 대상과 범위가 너무나 불명확하고 방대한 데다 특검 수사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전례 없는 규정 등이 포함돼 있고, 특별검사의 직무 범위에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의 공소 유지 권한’까지 포함돼 있어, 공소시효 정지 사유를 엄격히 적용하는 공소시효 제도의 기본 취지와 헌법상 적법절차주의를 위배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었다. 최 권한대행은 또한 “그간 재의요구한 특검법들에서 지적했듯이 ‘특별검사에 대한 임명 간주 규정’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검찰의 수사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을 도입하는 것은 특별검사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은 마지막으로 “이번 (명태균씨) 수사에 검찰의 명운을 걸고, 어떠한 성역도 없이 관련 의혹들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밝혀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물론,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권 차기 대선 주자들을 겨냥한 정략적 특검인만큼 거부권을 행사하라는 여당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도, 야당의 비난과 높은 특검 찬성 여론 등을 의식해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마무리한 것으로 읽힌다.

 

최 권한대행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해 여당에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과 상법개정안에 대해서는 시한이 남은 만큼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최 권한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서는 이날도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 권한대행이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있음을 지적하며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를 언제 임명할 것인지, 즉시 임명하지 않을 거라면 위헌 상황과 국회의 권한침해 상태를 지속시키는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께 공개적으로 답변하라”고 요구했음에도 침묵을 지킨 것이다. 최 권한대행은, 헌재가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을 기각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 총리 복귀가 결정 때까지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권한대행이 지난달 27일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에도 2주가 넘도록 행정부의 헌법상 의무 이행을 하지 않으면서, 정작 위헌성을 이유로 여당의 요구대로 8개 법안째 거부권 행사를 이어가는 데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노종면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면서 위헌을 온몸으로 실천해온 주제에, 국회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의결한 특검법안에 위헌 요소가 들어있다는 녹음 파일을 또 재생했다”며 “차라리 내란의 시작이고 끝인 윤석열 부부에게 차마 특검의 칼을 겨눌 수는 없다고 고백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 한겨레 장나래 기자 >

 

대통령실 “야당 탄핵 남발 경종” 주장했지만
헌재 “헌법 내지 법률 위반, 일정 수준 이상 소명”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열린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의회독재를 하는 거대야당의 줄탄핵’을 12·3 비상계엄 선포 주요 근거로 들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를 직접 언급했다. 야당이 탄핵소추를 남발해 국정 마비·국가 위기상황을 초래했고, 이를 계엄으로 바로잡으려 했다는 주장이다. 이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도 윤 대통령 쪽이 탄핵 반대 핵심 근거로 제시한 내용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13일 이창수 지검장 등 검사 3명의 국회 탄핵소추를 재판관 전원 일치로 기각하면서도 “탄핵소추권이 남용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대통령실이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 기각 결정에 대해 “야당의 탄핵 남발에 경종을 울렸다”고 주장했지만, 헌재 결정은 그와는 반대였던 셈이다.

 

헌재는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 과정에서 필요한 법정 절차가 준수되고 피소추자의 헌법 내지 법률 위반행위가 일정한 수준 이상 소명되었다. 이 사건 탄핵소추 주요 목적은 헌법 위반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하고 동종의 위반행위가 재발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함으로써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야당이 주도한 탄핵소추 사유가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주장처럼 아무 근거 없는 정치 공세가 아니며, 일부 그런 성격이 있더라도 탄핵소추를 할 만한 위법 행위가 확인됐기 때문에 ‘탄핵 남발’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동종 위반행위 재발” “사전 예방을 통한 헌법 수호”라는 탄핵심판의 원칙을 헌재가 재확인한 것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기각 결정이 나올 경우 직무에 복귀한 윤 대통령이 추가 비상계엄 등 강권 통치를 통한 국헌 문란이 재연될 위험이 있다는 주장에 헌재가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가능하다.

 

앞서 헌재가 최우선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던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앞서 이창수 검사장 등의 선고를 먼저 하자, 그 의도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다. 헌재가 ‘탄핵소추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결정을 먼저 내놓으면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론에도 이번 결정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김남일 기자 > 

 

관저이전 부실감사 불인정·'전현희 표적' 의혹도 "권한범위 내"

선관위 감찰도 소추사유 인정 안해 ...'중대성' 요건 충족안돼  

이미선·정정미·정계선 3명은 별개의견…"위법 있지만 파면할 정도 아냐"


변론기일 출석한 최재해 감사원장

 

헌법재판소가 13일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최 원장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지난해 12월 5일 헌재에 탄핵안이 접수된 때로부터 98일 만이다. 이번 사건은 헌정사 최초의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 사건으로, 기각으로 마무리됐다.

헌재는 이날 오전 최 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열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헌재는 "(감사원은) 대통령실·관저 이전 결정 과정에서 관련 법령이 정한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에 관한 감사를 실시했고 부실 감사라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회 측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공사업체 선정과 관련해 감사를 실시하지 않았으므로 부실 감사라는 주장을 추가했는데, 헌재는 "탄핵소추의결서에 적시되지 않은 사유이므로 더 나아가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에서 기존 탄핵소추 사유의 범위에 포섭되지 않는 새로운 주장을 하는 것은 적법한 범위를 넘었다고 본 것이다.

 

헌재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표적 감사'를 했다는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서도 "다수의 제보를 근거로 실시한 특정사안감사"라며 "권익위원장 개인에 대한 개인 감찰뿐 아니라 권익위원회의 행정사무에 관한 감찰도 포함돼 있어 권익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감사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수사 요청도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내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현저히 자의적이라거나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것으로 국가공무원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 원장이 2022년 7월 29일 국회에 출석해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발언한 부분도 "성실한 감사를 통해 원활한 국정 운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며 위법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헌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직무감찰의 경우 "합의제 기관인 감사위원회의의 의결에 따라 실시된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감사원장의 지위에서 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감사 실시에 관한 의결을 문제 삼는 것이라고 보더라도 피청구인이 감사위원에게 부여된 권한을 명백하게 어긋나게 행사했음을 인정할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소추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이태원 참사,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등과 관련한 감사 과정에서 위법 행위를 했다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감사원이 훈령 개정을 통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감사청구권을 부여해 독립성을 저해했다는 소추 사유에 관해서도 "감사원의 직무 범위나 권한에 실질적 변동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 중 2건에 대해서는 법률 위반을 인정했지만, 중대한 위헌·위법이라고는 평가하지는 않았다.

 

최 원장이 감사원의 전자문서 시스템을 변경해 주심위원의 열람 없이 감사보고서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한 점, 국회의 현장검증 시 감사위원회의 회의록 열람을 거부한 점은 국가공무원법과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으로 인정됐다.

 

다만 헌재는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파면을 정당화하는 사유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공직자를 파면하려면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중대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전자문서 시스템 변경, 회의록 열람 거부에 더해 훈령 개정 과정에서도 최 원장이 헌법 및 감사원법을 어긴 것은 맞지만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는 별개 의견을 남겼다.

 

최 원장 탄핵안은 지난해 12월 5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헌재는 탄핵안을 접수한 뒤 세 차례 변론준비기일을 열어 쟁점과 증거 등을 정리했다. 지난달 12일 첫 변론을 열고 3시간여 만에 변론을 종결한 뒤 사건을 심리해왔다.

최 원장은 국회의 탄핵소추가 "사실과 다르거나 일방적이고 왜곡된 주장을 담고 있다"며 부인해왔다.  < 이도흔 기자 >

 

헌재, '김건희 불기소'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소추 기각

이창수·조상원 4차장·최재훈 반부패2부장 모두 기각…재판관 전원일치

"김건희 수사 적절했는지 다소 의문 들지만 재량권 남용 해당하지 않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 수사2부장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부실수사했다는 등의 이유로 국회가 파면을 요구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의 탄핵소추가 기각됐다.

헌법재판소는 13일 이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했다.

 

선고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해 이들은 즉시 직무에 복귀한다. 지난해 12월 5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된 지 98일만이다.

 

헌재는 김 여사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적절히 수사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면서도 이들이 재량권을 남용했다고는 평가하지 않았다.

 

헌재는 검찰이 제3의 장소에서 김 여사를 수사한 데 대해서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소환해 조사하는 데 경호상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전례에 비춰봤을 때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조사한 것이 부당하게 편의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 지검장이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 요청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수심위를 통한 의견청취는 임의적 절차로, 이 지검장이 재량을 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사 및 감사원장 탄핵심판 선고

 

헌재는 다만 수사 과정에서 시세조종 범행에 김 여사 명의의 증권계좌가 활용된 사실이 확인됐음을 언급하며 "김건희에게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는지, 정범이 시세조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건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음에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를 했거나 수사를 지휘·감독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시세조종 사실이 일어난 지 상당히 기간이 지난 뒤 각 피청구인이 수사에 관여하게 돼 추가적으로 수사를 해도 별다른 증거를 수집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짚었다.

 

국회 측은 이들이 언론 브리핑과 국정감사장에서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헌재는 "최재훈은 장시간에 걸쳐 질의응답을 하는 과정에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코바나컨텐츠 협찬 뇌물수수 의혹 사건을 연관 지어 설명하다 다소 모호해 혼동을 초래하는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건과 관련해 의도를 갖고 허위사실을 발표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 지검장이 국정감사장에서 질의응답을 하다 나온 발언도 맥락에 비춰봤을 때 허위진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회는 이 지검장 등 검사 3명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과정에서 관련 수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등의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헌재는 두 차례 변론 끝에 지난달 24일 이들 사건의 변론을 종결했다.

세 사람은 변론에 직접 참여해 불기소 처분에 문제가 없고 김 여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 연합 황윤기 이도흔 기자 >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린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재판관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등 검사 3인의 탄핵심판 청구를 재판관 8인 만장일치로 전부 기각했다.

다만 헌법재판관들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는가에는 모두 의문을 표했다. 최 감사원장의 일부 법 위반도 인정했다.

이날 선고는 '2024헌나2' 최재해 원장 사건부터 시작됐다. 10시 2분, 재판장 문형배 재판관(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이 사건 심판 청구를 기각한다"는 주문을 낭독한다. 뒤이어 김형두 재판관이 법정의견 요지를 설명했다. 국회가 주장한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 ▲국민권익위원장 등 표적감사 ▲대통령실 이전 부실감사, 조은석 감사위원 열람 제한 등 감사원장 의무 위반 ▲ 국회 자료제출 요구 거부 모두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결론이었다.

[최재해 탄핵] 사유 대부분 기각했지만… '주심 배제' 등은 비판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한 13일 최 감사원장이 서울 종로구 감사원으로 업무복귀하고 있다. 2025.3.13 ⓒ 연합


헌재는 최 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 회의에서 '감사원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한다'고 발언한 것 자체는 다소 부적절하지만 답변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고,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고려할 때 국가 전체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여지가 없지 않다고 봤다.

또 감사위원회 의결 없이 국무총리에게 공익감사청구권을 부여하도록 훈령을 개정한 것 역시 공익감사청구를 활성화시킬 수 있고, 감사의 기본원칙 등 감사정책을 변경한 것이 아니므로 절차상 문제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이 또한 법률 개정 대상이라는 별개의견을 냈다.

헌재는 참여연대의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 청구사항 중 '의사결정과정의 직권남용 등 부패행위 및 불법 여부'에 관해 감사원이 감사보고서에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대통령실·관저 이전 결정과정의 타당성에 관한 사항은 이 사건 감사범위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의결했다"고 기재한 것도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정의 타당성이나 당부에 관한 사항은 감사원 감사범위가 아니라는 이유다. 또 부실감사 의혹은 근거가 부족하고, 공사업체 선정 관련 불법 의혹은 탄핵소추의결 후 추가된 주장이므로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정리했다.

서해공무원 피격사건 감사가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국회 쪽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이태원 참사 감사를 2023년 연간업무계획에 넣었다가 '감사계획이 없다'고 허위 발언하고, 같은 내용의 보도참고자료를 작성·배포했다는 주장 또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감사는 최 원장 취임 전 일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감사의 경우 감사위원회 의결에 따라 실시한 것이지 최 원장이 원장의 지위로 행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봤다. '감사위원 최재해'로서도 권한을 잘못 행사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했다.

다만 재판관 8인 전원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감사가 '표적 감사'는 아니지만 일부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인정했다. 감사원이 전자문서시스템을 변경, 주심인 조은석 감사위원의 열람 없이 감사보고서 시행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주심위원에게 실질적인 열람 결재 권한을 부여한 감사원 훈령 '감사사무 등 처리에 관한 규정'에 어긋나고,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국가공무원법 56조를 위반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이 일이 감사결과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직권남용죄 등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헌재는 또 최 원장이 지난해 10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현장검증을 왔을 때 대통령실·관저 이전 감사 관련 감사위원회 회의록 열람을 거부하면서 국회증언감정법상 검증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지 충분히 소명하지 않았으므로 법 위반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감사원의 직무상 독립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제출할 수 없다'는 취지의 감사원 답변으로 볼 때 직무유기죄,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모든 법 위반 사항을 종합하더라도 최재해 감사원장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지는 않다는 게 최종 결론이였다.

[이창수 등 검사 3인 탄핵] 만장일치 기각, 만장일치 의심

13일 헌법재판소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에 대한 탄핵심판에서 모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오후 첫 변론기일 당시 출석하는 3인의 모습이다. 왼쪽부터 이 지검장, 조상원 4차장, 최재훈 반부패2부장이다. ⓒ 이정민


김건희 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의 '봐주기 수사' 책임 등으로 탄핵심판이 청구된 이창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2부 부장검사 사건도 재판관 8인 만장일치 기각 의견이었다.

헌재는 이들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기자회견과 국정감사 발언 등은 정황상 말실수에 가깝다고 판단했고, 김건희 씨를 대통령경호처 부속 건물에 방문조사 한 것은 수사에 관한 재량이라고 봤다.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한 의견 또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는 아니므로 수사심의위 소집 요청을 하지 않은 것이 재량 남용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재판관들은 김건희 씨가 정말 '혐의 없음'이 확실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추가 수사가 이뤄졌느냐를 두고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주범들의 시세조종 범행에 김건희 명의의 증권계좌들이 활용된 사실이 수사과정 및 주범, 공범에 대한 형사재판을 통해 확인됐다. 김건희에게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는지, 정범이 시세조종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김건희의 문자나 메신저 내용, PC 기록 등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수 있음에도 각 피청구인(검사 3인)이 위와 같은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적절히 수사를 하였거나 수사를 지휘·감독했는지 다소 의문이 있다.


헌재는 국회 쪽에서 이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기록인증등본 송부촉탁을 신청했지만 "서울고등검찰청은 송부 불가 회신을 하여 추가 수사 필요성 여부를 판단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또 하나의 의문을 결정문에 남긴 셈이다. 동시에 "설령 부수적으로 정치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들어 탄핵소추권이 남용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도 남겼다.

하지만 이 모든 행위 또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문형배 재판관은 연달아 "주문. 이 사건 심판 청구를 기각한다"고 말했다. 소수 재판관의 보충 또는 별개의견도 없는 만장일치였다.         < 오마이 박소희 기자 >

사과는커녕 헌재 결정 수용 여부 밝히지 않는 윤석열

비상계엄을 정의로운 권력 행사로 보는 극우세력

윤 구속 취소 과정에서 드러난 기득권 카르텔의 민낯
탄핵 후의 과제, 극우 세력 폭력과 저항 어떻게 막을까

 

                                                                              김동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

 

윤석열은 헌법재판소 진술에서 자신이 저지른 비상계엄 선포, 국회 군 투입과 국회의원 체포 시도, 선관위 침탈, 그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국가의 대혼란과 경제위기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헌재 결정에 대해 승복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그가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말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헌정질서를 준수하겠다는 대통령으로서의 최소한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12.3 이후 오히려 민주당이 내란 프레임을 만들어 자신을 탄핵했다고 적반하장격의 논리를 폈으며, 자기 지지자들이 벌인 초유의 서부지법 난동에 대해 ‘감사’와 ‘미안함’을 표시했다.

 

윤석열의 당당함이 주는 역겨움

 

윤석열은 헌재 진술에서나 지난 8일 출옥 후 발언에서 자기의 명령에 따라 행동했다가 내란범으로 구속된 군 지휘관들, 특히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병사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했어야 했고,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온 국민이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점에 대해 사과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국민들, 그리고 우리 미래세대 여러분…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들”에게만 주로 감사를 표시했다. 즉 그가 말하는 국민은 오직 자신의 비상계엄을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작년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그는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며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함으로써 사실상 야당을 적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그 이후 자신의 육성으로나 변호인들의 발언을 통해서도 애초의 생각을 전혀 철회하지 않았다. 그래서 비상계엄은 사실상 야당 지도부와 ‘수거 대상’인 비판 세력에게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계엄령을 경고용 계엄 혹은 ‘계몽령’ 운운한 것은 사실상 말장난인데, 국회의원 체포 시도, 선관위원 체포 고문 시도, 노상원의 수거 명단과 ‘처리’ 구상 등에서 그것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계엄 당시 군의 모든 행동과 곽종근, 홍장원 등의 진술은 거의 일치하며, 헌재 재판정에서의 윤석열과 변호인들의 사후 발언이나 변명과는 배치된다.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도착, 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5.3.8 연합

 

쿠데타 주역이 반대 세력 처단하려드는 기막힌 정치 상황

 

윤석열이 출옥하여 개선장군처럼 행동한 것은 헌재에서의 그의 발언들, 즉 비상계엄 선포가 법의 심판을 받지 않는 통치권 행사였으며, 이후의 수사나 탄핵이 모두 불법적이라는 주장과 같은 궤도 위에 있다. 출옥 자리에서 그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따라 공직자로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다가”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이 아니며 정당한 통치권 행사라고 강변한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이 되는 ‘전시, 혹은 준전시 상황’, ‘국무회의 의결’을 명백하게 위반하였고. 포고령에 “모든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불법적인 내용을 포함한 것에 대해 어떤 해명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당일 자신이 여러 번 전화로 명령을 내린 군 지휘관들의 증언을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서 부인했다.

 

윤석열의 모든 발언과 행동을 보면 그는 조금의 죄의식이나 범법 의식도 갖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어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더라도, 지지자들을 선동하여 헌재 파괴 투쟁을 할 태세다. 그는 이후의 내란죄나 직권남용 관련 수사에는 거의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검찰을 제외한 경찰이나 공수처 등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에도 응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보여 준다. 즉 탄핵이 되어도 윤석열은 계속 자신의 주장을 쏟아내거나 거리를 활보하면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지지 세력을 결집하려 할 것이다. 우리는 실패한 쿠데타 주역이 당당하게 자신의 행동의 정당성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면서 또다시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반대 세력을 ‘처단’할 의사를 갖는 매우 역겹고, 기막힌 정치 상황에 살고 있다.

 

비상계엄은 절차적 하자 무시해도 되는 통치행위라는 주관적 결정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위반이 아니며, 따라서 헌재가 탄핵을 기각해야 한다는 윤석열과 변호인들, 국민의힘 지도부는 12.3 비상계엄이 ‘마른하늘의 날벼락’과 같은 어이없는 조치가 아니라 ‘전시·사변 같은 국가비상사태’, ‘사실상 전쟁 상황’에서의 통치행위라고 정당화한다. 그래서 그들은 비상계엄의 이유가 ‘반국가세력의 사회 장악, 사법 업무 마비, 입법 폭거’, '일당 독재 파쇼' 행위에 있으며,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 남발로 인한 사법부 기능 마비, 국회 입법 독재 등으로 인한 정부의 정상적 작동 불능에 비춰 국가비상사태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한다. 심지어는 아예 전쟁의 개념 자체를 수정해서 “현대 전쟁은 전통적 전쟁 방식에 정치공작과 심리전 등을 더한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까지 강변한다. 즉 주관적 범법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천하가 알고 있는 ‘객관적 상황’을 재정의하려 한다.

 

사실 정치활동 특히 권력 행사란 언제나 비판 세력의 공격을 받으며 진행되는 싸움이고, 그래서 권력 상실의 두려움 속에 살고 있는 최고 권력자가 느끼는 정치 상황이란 언제나 비상사태와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런데 이번 윤석열의 계엄 선포는 대통령과 자신의 부인이 처한 정치적 사적인 위기, 즉 ‘주관적인 비상사태’를 ‘객관적 비상사태’라고 둘러댄 것일 가능성이 크고, 국무위원이나 국민의힘조차 설득하지 못할 주관적 결정이었다.

 

계엄 포고령 1호 1항 ‘국회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불법적인 조항에서 그의 주관적 위기의식, 야당에 대한 적대의식이 잘 드러난다. 그는 헌재에서 “정치활동을 전면 금지한 게 아니라 반국가적 활동을 못하게 막은 것”이라고 옹색하게 변명한다. 김용현 국방부장관과 최종 포고령을 손질하면서 “법적으로 검토해서 손댈 건 많았다”라고 실정법상 결함이 있었다는 것을 약간 인정하고 있으나, 이런 모든 점들을 무시하고 ‘주관적’ 의지로 계엄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과 김용현은 비상계엄이 약간의 절차적 하자를 다 압도할 수 있는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그 명령이 그대로 집행되면 야당이나 모든 비판 세력의 정치활동을 제압하고,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정치 논리를 실정법 위에 두는 몇 사람의 소신이 불러 올지 모르는 지옥

 

그의 헌법위반 여부는 헌재가 판결할 것이고, 내란 행위의 불법성은 이후 수사와 형사재판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헌재의 평결은 사실 판사들의 헌법 해석의 영역이므로, 최악의 경우 이들의 극단적인 정치적 결정, 심우정 검찰총장이 말한 것처럼 그냥 몇 사람의 ‘소신’에 의해 탄핵을 기각할 수도 있다. 그 경우 헌재나 헌법의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온 국민이 똑똑히 목격하고 거의 압도적 다수의 법률가들이 예상하는 윤석열 탄핵 결정과는 배치되는 몇 재판관의 ‘소신’으로 탄핵이 기각되면 한국은 이제 법치보다는 정치적 의지, 즉 적나라한 권력투쟁만이 난무하는 지옥이 될 것이다.

 

민주당이나 탄핵 인용을 확신하는 국민들은 윤석열이 불법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거짓말과 억지 논리를 펴는 것에 대해서 분노하면서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내란을 옹호하고 지지하는 국힘 의원들과 그가 임명한 국무위원, 검찰, 경찰, 주요 국가기관장들은 실정법보다는 정치 논리로 이 상황을 본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더라도 내란 사태가 진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들은 이미 헌재, 공수처 등의 법의 집행을 불법이라고 계속 주장해 왔다. 그들과 아스팔트 우익들은 향후 수사나 법원의 모든 조치를 정치적 사안으로 받아들일 것이기 때문에 ‘법과 상식’은 이들의 행동을 주저 앉히는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2021.10.2 [MBN 유튜브 캡처. 연합

 

국가폭력의 기억에 사로잡힌 20% 사람들, 그들의 정치적 대표들

 

50대 중반 이상의 군사정권을 겪은 한국인들은 사실 법과 도덕보다는 권력 논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시사 IN>(2025. 2. 25)의 조사에 의하면 2000명 응답자 중 17%는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한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사람도 20% 정도에 달한다. 윤석열 등 내란 주범들이 대통령의 통치권이 법 위에 있다고 암묵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 것도 이들이 20% 정도 국민의 생각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의 한국 사회변화, 군대의 변화는 이들의 머리와 몸에 스며들어 있지 않다. 이들이 민주화 이후 개정된 계엄법, 즉 대통령이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는 조항이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무력화하려 한 것은 이들이 개정된 계엄법에 무지해서라기보다는 군사정권 시기의 아비투스가 이들을 지배하고 있는 데서 온 무의식의 결과일지 모른다.

 

윤석열이 계엄 이전은 물론 이후에도 수없이 거짓말을 반복하면서도 전혀 죄의식을 갖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도덕율이 적용되는 범위는 자신의 카르텔 내의 사람들, 동문·동료, 거래관계 사람들로 제한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무도덕성과 불법성, 그리고 정치성은 한국 검찰조직의 특성이기도 하다. 과거의 검찰, 그리고 아마도 윤석열과 그의 부인인 김건희가 그렇게 살았듯이 그들은 편법과 속임수를 쓰더라도 목표를 달성하면 그것이 곧 선이 된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기의 검사나 공안당국도 민주화 운동가들에게 고문이나 간첩 조작을 하고서도 안보의 이름으로 정당화했으며, 이들 국가폭력 희생자들의 삶과 가정이 처절하게 파괴되어도 전혀 죄의식을 갖지 않았고 반성이나 사죄를 한 적도 없다.

 

이것이 바로 극단적인 권력정치의 행위자들 혹은 극우 파시즘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들은 적을 지목하고, 제거하는 것이 자신의 존재 근거이자 국가의 목표라고 보기 때문에, 적에 대한 모든 폭력은 용납될 수 있다고 본다. 윤석열은 취임 후 거의 모든 담화에서 ‘적’을 지목했고, 언제부터인가 공산전체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적을 설정하고 군사력을 사용해서 내부의 적을 제거하는 일이야말로 파시즘의 가장 전형적인 특징이다. 노상원의 수첩에 ‘수거’ 대상을 설정한 것은 그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처리’ 대상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노상원은 그들에 대한 체포나 구금, 그리고 폭사나 ‘수장’까지 구상했다.

 

법 위에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있다고 보는 파시즘 논리

 

나치즘 하의 어용 법학자 칼 슈미트(Schmitt)는 “주권적 권위는 법률적 질서를 넘어선다”고 히틀러 통치를 옹호했는데, 윤석열과 국힘 지도부가 생각하는 통치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즉 비상계엄이 법적 구속을 벗어난다는 이들의 생각이 바로 파시즘 논리다. 그들은 법을 최고의 규율 체제로 보지 않고, 법 위에 주권자 즉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있다고 본다.

 

앞의 <시사 IN>의 조사 대상자 중 비상계엄은 정당하며, 필요하면 무력을 사용해도 좋다는 사람들이 대체로 파시즘 지지 세력이다. 그 주력인 보수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신앙체계가 가르치는 구원론, 선악 이분법, 그리고 적과 우리의 이분법 논리에 따라 행동한다. 보수 기독교인들이 보는 ‘신과 마귀’의 이분법은 냉전 하의 ‘적과 우리’ 이분법, 파시즘의 인종주의와 동일한 사고 구조를 갖는다. 그들에게 신과 국가 최고 지도자는 같은 반열에 선다. 윤석열의 담화에 나온 공산전체주의 용어는 한국의 극우파 지식인들로 구성된 ‘한국 자유회의’의 문건에서 나온 것인데, 그들은 주권이란 최고 권력자의 것이며, 개인이 주권자라는 생각을 거부한다. 이들 아스팔트 극우파에게 악의 무리에 대한 ‘정의로운 폭력’의 행사는 성스러운 주권권력의 행사로 간주된다.

 

'12·3 비상계엄' 기획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4.12.24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광화문광장 관람 무대에서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던 중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2024.10.1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1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2.17 [공동취재] 연합

 

만천하에 노출된 기득권 카르텔

 

이번 윤석열 석방 과정에서 지귀연 판사의 시간 단위 구속시간 산정, 심우정 검찰총장의 즉시항고 포기는 법의 이름을 빈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이다. 지귀연 판사는 자신의 판단이 법에 의한 것이라 하지 않고 ‘변호인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했고, 검찰총장은 자신의 결정이 ‘소신’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이런 결정이 사실상 대통령 윤석열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거의 실토하고 말았다. 한국은 법의 집행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인권보호’를 위해 작동하는 봉건 왕조시대로 되돌아갔다.

 

물론 국힘 의원 전부가 윤석열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국힘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아스팔트 극우의 행동에 따라 움직인다. 윤석열과 검찰을 정점으로 해서 국힘과 최상목 등 고위 관료,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 ‘김앤장’과 같은 대형 로펌, 그리고 재벌의 네트워크가 극우 행동대의 앞뒤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한국의 기득권 카르텔이다. 이들은 윤석열이 탄핵 당하거나 이후 정권교체가 되면 모두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집단이다. 이들 내부의 양심적인 세력 일부는 비상계엄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있고, 서부지법 난동도 비판적으로 보지만, 그것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 윤석열과 정치적 걀등 관계에 있었던 유승민, 한동훈 등이 모두 윤석열의 석방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들 모두에게 대통령의 헌법위반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정치적 이해,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기득권 수호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치학자 라스키(Laski)가 말했듯이 파시즘은 언제나 국가권력과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무한한 권력을 부여하고, 노동자나 사회적 소수자, 외국인 등 약자들의 기본권은 완전히 박탈한다. 윤석열 정부 이후 몇 번 발생한 ‘입틀막’ 사건과 집요한 언론장악 시도가 바로 극우 파시즘적 통치의 대표적인 전조였다. 조선 노동자 파업 진압,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결정과 ‘의사 처단’ 포고령에서 그러한 과거의 군사독재 혹은 파시즘적 사고가 드러났다. 지난 3년 동안 윤석열의 막가파식 정치에 대해 전혀 반대하지 않았던 국힘 의원들의 모습에서, 자기 이익 때문에 국가와 법질서의 붕괴도 용인했던 과거 온건보수, 기회주의적인 보수의 모습이 어른거린다.

 

탄핵 결정과 상관없이 불안하고 불투명한 한국의 미래

 

탄핵은 반드시 인용되어야 하지만, 탄핵 결정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한국의 미래는 매우 불안하고 불투명하다. 그리고 탄핵 이후의 시대적 과제는 결코 정권유지/정권교체로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집권, 즉 정권이 교체되어도 지금 극우화된 세력의 폭력과 저항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국힘이 아스팔트 극우와 거리를 두어야 하고, 민주당이 이들 온건보수 세력과 손을 잡고 개헌과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이라는 나라의 미래가 없다. 트럼프가 통치하는 미국은 트럼프가 아무리 잘못해도 미국의 패권과 자본주의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나라가 이렇게 적대적으로 분열되어 내전 상황이 지속되면 지난 50년 동안 성취한 경제성장과 민주주의 성과가 일거에 원점으로 돌아가고 한국은 3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다. < 김동춘 좋은세상연구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