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이후 최대 규모 "전환점 될 듯"
‘협상 실패 책임’ 네타냐후 퇴진 촉구도

 
 
1일(현지시각) 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수십만명이 참가한 휴전 촉구 시위가 열렸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끌려갔던 이스라엘 인질 6명이 숨진 채 발견되자 이스라엘에서 시민 70만명이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고 1일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 시작 이후 최대 규모로, 휴전 협상 실패로 인질이 끝내 사망한 것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들은 인질 석방 협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퇴진 등을 요구했다.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거리에만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대 55만명이 모였고, 전국적으로는 70만명에 이르렀다고 인질 및 실종 가족 포럼 관계자가 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전쟁 시작 11개월 만에 가장 큰 시위”라며 “시위자들은 (이번 시위가)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텔아비브 주민 슐로미트 하코헨은 에이피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부가 인질들의 생명이 아닌 자신들의 (권력) 보호를 위해 전쟁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 멈추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고속도로를 점거한 시위대 등을 향해 물대포를 발사하거나 광장에 모인 시위대에 섬광탄을 쏘는 등 충돌도 빚어졌다.

 이번 시위는 전날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라파흐 지하터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 이중국적자인 허시 골드버그폴린(23)과 카르멜 가트(40), 에덴 예루살미(24), 알렉스 로바노프(32), 알모그 사루시(25), 오리 다니노(25) 등이 사살된 채 발견됐다고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이스라엘군이 주검을 수습하기 2~3일 전 인질들이 근거리에서 총을 맞고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이들 중 3명은 지난 7월 논의된 휴전 협상 단계에 따라 석방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와 좌절감이 더 커졌다. 

 
1일 이스라엘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텔아비브/로이터 [연합]
 

 이스라엘 최대 노동조합인 히스타드루트는 2일 하루 동안 총파업에 나서며 휴전 협상을 성사시키라고 정부를 압박했다. 한때 텔아비브 벤구리온국제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이착륙도 멈췄다. 이스라엘 제1야당인 예시 아티드 대표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도 시위에 참여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휴전 협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에 대한 분노를 더욱 강조하면서 전쟁을 계속하겠다고 다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납치된 인질들을 살해한 하마스 테러리스트와 그들의 지도자에게 말한다. 당신들의 삶은 이제 몰수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시 내각 내 의견 대립도 드러나고 있다.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지난달 29일 네타냐후 총리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에게 가자지구와 이집트 접경지에 있는 필라델피 회랑에 이스라엘군을 주둔시켜 이곳을 통제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인질이 위험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갈란트 장관은 하마스가 반발해 협상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면서 반대했으나 네타냐후 총리가 밀어붙이자 “도덕적 수치”라고 비난했다고 시엔엔은 전했다.

 가자전쟁 시작 이후 이스라엘인 약 1200명이 살해됐고 251명이 인질로 잡혔다. 아직 97명이 억류돼 있지만 이들 가운데 33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 109명은 임시 휴전 전후로 풀려났고, 생존한 채 구조된 이는 8명뿐이다. 37명은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어 “하마스 지도부는 이들 범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 최우리 기자 >

한동훈 ‘제3자 추천’ 방식 수용하되 야당이 비토권 행사할 수 있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3일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되 야당에 ‘비토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3자 추천 특검법 발의를 미루자 ‘민주당판’ 법안을 발의해 다른 야당들과 함께 추진하겠다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국회에서 ‘민주당판’ 제3자 추천 특검법 발의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애초 오늘 법안을 발의하려고 했으나 손을 더 보고 내일(3일) 아침에 하려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9일 의원 워크숍에서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직접 발의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이날 원내대표단 쪽에서 논의해 결론을 내리기로 한 바 있다.

민주당판 제3자 추천 특검법은 한동훈 대표의 ‘제3자 추천’ 방식을 수용하되, 추천된 특검 후보에 대해 야당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비교섭단체를 포함한 야당이 이 가운데 2명을 추천하고 이 가운데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다. 대신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 4명 모두가 부적격하다고 판단될 경우 야당이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 대표는 야당에 특검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고 있는 기존 민주당의 특검법안은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한 바 있는데, 당내 의견 수렴 등을 이유로 법안 발의를 미루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야권이 함께 제3자 특검법을 발의하는 방식으로, 한 대표와 국민의힘에 수용을 압박하려고 준비를 해왔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그동안 7가지 제3자 특검법안을 고민해왔다고 한다. 대법원장의 추천권까지만 규정한 한 대표 안의 경우, 민주당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반대가 많아 사실상 추진이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회의장에게 비토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대안으로 제시되기도 했으나, 자칫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대법원장의 추천권을 부여하되 야당이 특검 후보 추천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놓은 법안을 내놓게 된 것이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대법원장이) 영 아닌 사람들을 추천했을 경우에 대한 마지막 조치로 비토권을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기민도 엄지원 기자 >

22대 국회, 95일 만에 개원... 윤석열 대통령 '비정상'주장 외면

 
 
제22대 국회의원들이 2일 국회에서 개원식을 마치고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
 

임기 시작 95일 만인 2일, 1987년 개헌 이후 가장 늦게 개원식을 치른 제22대 국회는 정기국회 들어서도 날카로운 여야 대치가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식 ‘특검 후보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을 3일 발의하겠다며 국민의힘 압박 강도를 올리는 등 양보 없는 공세를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당내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에 끌려다니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두 당은 전날 대표 회담으로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고 시도했지만,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쟁점이 산적해 강 대 강 국면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장 ‘지각 개원’에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유일하게 불참한 이날 ‘반쪽 개원식’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애초 개원식은 지난 7월5일로 예정됐었으나, 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처리하면서 무산돼, 이전까지 가장 늦었던 21대 국회 개원식(7월16일)보다 48일 더 밀렸다. 이날 개원식은 정기국회 개회식을 겸해 열렸다.

어렵게 개원식은 열었지만, 100일간의 정기국회 레이스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우선 채 상병 특검법을 고리로 정부·여당을 겨냥한 공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고 야당이 그중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최종 1명을 지명하는 채 상병 특검법을 3일 발의한다. 대법원장의 추천에 야당이 동의·재추천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권한이 없어, (한 대표가 공언한 방식의) 특검법을 발의하라는 더 이상의 설득도 불가하다는 점이 어제 두 당 대표 회담으로 확실해졌다. 민주당 시계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발의된 법안을 본 뒤 판단하겠다면서도, 내부적으론 이 법안은 받기 어렵다는 기류다. 친한동훈계 한 의원은 “그건 야당이 추천하는 특검 아니냐”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지도부의 한 의원은 “한 대표는 기존 입장과 달라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아닌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채 상병 특검법이 필요하며, 당내 의견을 수렴해 적절한 시기에 추진하겠다는 생각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윤석열계의 특검법 거부 의사가 완강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 밖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4국조(채 상병 사건, 방송 장악, 양평고속도로 의혹, 동해 유전 개발 관련 국정조사) 카드도 여전히 손에 쥐고 있다.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방송 4법, 노란봉투법 등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6개 법안 재표결도 추진할 예정이다.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은 전날 여야 대표 회담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함께 논의됐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오는 4~5일 교섭단체 연설, 9~12일 대정부 질문, 다음달 7~25일 국정감사와 이후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심사에서도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무혐의 처리와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혐의 직접 수사 등 뇌관이 산재한 탓이다. 연금개혁이나 금융투자소득세 의제와 관련해서도 여야의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전망된다.

한편, 우원식 의장은 이날 개원식에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세월호·이태원·오송 등 사회적 참사 유가족,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고 김상덕 위원장의 아들 김정륙씨,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응급의학 종사자 등 외빈 148명을 초청했다. 이들은 개원식이 진행되는 동안 본회의장 2층 방청석을 지켰다.  < 고한솔  고경주  전광준 기자 >

급기야 '뇌물수수 피의자' 적시에 민주 당 차원 대응
이재명, 대책기구 구성 주문…8일 문재인 예방키로

검찰 표적수사 본격화에 친명‧친문 구분 없이 폭발
"괴이‧악랄한 정권…정치보복 결말은 검찰의 몰락"

김정숙 인도 방문도 수사…부부 포토라인 세우려
손자 태블릿까지 압수…압수목록표에 기재 명확

곽상도 아들 받은 50억 퇴직금은 '독립생계' 무죄
조국혁신 "모든 야당이 검찰을 공소청으로 바꿔야"

 

2017년 5월 8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9대 대선 마지막 유세에서 딸 다혜 씨와 손자로부터 카네이션을 받은 뒤 미소 짓고 있다. 2017.5.8.[연합]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前) 사위에 이어 딸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고 급기야 문 전 대통령까지 '뇌물수수 피의자'로 정조준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지도부 회의를 통해 당 차원의 대책기구 구성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당내 검찰 수사 대응 기구인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검독위)가 곧 확대 재편될 예정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2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문 전 대통령 관련된 전 정부에 대한 검찰의 광범위한 수사가 진행되는 것에 대한 대책기구 구성 논의가 있었다"며 "이미 검독위가 있고 내부에 팀이 구성돼 있지만 그걸 다시 확대 구성하는 등 적극적으로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검찰이 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거짓말로 대응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당 차원에서 적극 취합해 언론이나 국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 대표는 오는 8일 새 지도부와 함께 경남 양산 평산마을로 내려가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기로 했다.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달 25일로 예정했다가 코로나19 확진에 따라 미룬 일정을 다시 잡은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의 턱 밑까지 수사의 칼날을 들이밀고 있는 상황이라 두 사람의 회동에서 어떤 발언과 대응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 대표는 같은 날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도 예방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전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회담 모두발언에서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볼 수 있는 과도한 조치가 많아지는 것 같다"고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를 비판한 데 이어 비공개 회담에서도 거듭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X(트위터)에 글을 올려 "정치보복을 단호히 배척한다. 전 정권에 보복하고 야당 탄압한다고 민생이 나아지지도, 국면이 전환되지도 않을 것임을 명심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 일가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딸 다혜 씨의 서울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 하면서 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 피의자'로 적시했다. 검찰은 다혜 씨의 전 남편인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3년째 수사 중이다. 타이이스타젯은 문재인 정부에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이사장으로 임명됐던 이상직 전 의원이 설립한 태국계 저가 항공사로, 서 씨는 이 회사에 취업해 약 2년간 전무이사로 일했다. 검찰은 서 씨가 받은 급여 등 2억 원이 이상직 전 의원의 중진공 이사장 취임에 따른 대가성이며, 결국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이라고 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9.2. [연합]
 

이처럼 검찰이 문 전 대통령 표적수사를 노골화하며 박차를 가하자 민주당에서는 소위 친명‧친문을 가리지 않고 검찰을 맹렬하게 성토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정권의 정치보복 수사가 도를 넘었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넘어서, 급기야 전직 대통령까지 직접 겨냥하고 있다"며 "참으로 치졸한 정치보복이다. 민생과 국민의 생명은 관심이 없고, 오직 정치보복에만 혈안이 된 괴이하고 악랄한 정권의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건희 앞에서는 휴대폰까지 반납하면서 '황제 출장조사'를 한 검찰이 야당 인사들과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는 법 앞의 평등을 주장한다. 사람에 따라 법 적용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검찰 수사가 얼마나 불공정하고 편파적이며 편의적인지를 보여준다"면서 "검찰의 전직 대통령을 향한 정치보복은 전형적인 망신 주기이자 국정 실패에 대한 국민의 여론과 관심을 돌리려는 눈속임 공작 수사"라고 규정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현 대통령 부인은 '황제조사'에 무혐의를 주면서,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조사를 법 앞에 평등이라고 하는 것은 현실 부정을 넘어 판타지 중독 수준"이라고 비꼬았고, 전현희 최고위원은 "불과 며칠 전에 윤석열 대통령은 국정 브리핑을 통해 민생 현안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는데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찰을 앞세운 전 정권 겨냥 정치보복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어이없어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회 소통관 브리핑을 통해 "김건희 여사가 청탁의 대가가 받은 명품백은 뇌물죄 적용도 않고 청탁금지법으로 수사하다 감사의 표시라고 우기는 검찰이다. 그래 놓고 결혼해서 독립생계가 명확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은 경제공동체라며 사위의 월급을 뇌물죄로 엮겠다는 말인가?"라면서 "사위의 월급을 뇌물로 둔갑시켜 전 대통령을 끝내 피의자로 만들다니 독재국가에서나 벌어질 일이 대한민국 검찰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무엇보다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에 대한 수사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억지 혐의를 만들어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검찰 포토라인에 세워 모욕 주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윤석열 정권과 검찰은 비열한 정치 수사로 추락하는 국정 지지도를 멈춰 세우고 국면을 전환하고 싶겠지만, 지난 3년간 지겹게 본 정치 수사의 목적을 국민께서 모를 것 같은가? 비열한 정치보복 수사는 윤석열 정권과 검찰의 몰락을 재촉하게 될 것임을 엄중하게 경고한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및 내각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1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문 전 대통령 수사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9.1. [연합]
 

문재인 정부 내각 및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전날 공동 성명을 내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들은 "저들의 목표는 처음부터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전 정부의 모든 정책을 수사 대상에 올려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엄한 사람들을 불러들여 이런저런 쇼를 했던 것도 결국 목표는 하나였다"면서 "지난 2년의 끝없는 칼춤은 결국 전임 대통령을 모욕주고, 괴롭히고, 결국 수사 선상에 올리기 위해 처음부터 계획된 작전이었을 뿐"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진실은 외면하고, 본인들이 그려놓은 그림대로 없는 죄를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 사실은 보지 않고, 미리 짜 놓은 결론대로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어떻게 전 사위의 취업이 대통령의 범죄 혐의가 될 수 있나. 억지를 부려도 정도껏 하라. 법을 이용해 진짜 죄를 짓고 있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라고 반격했다. 그러면서 "죄가 없는 전임 대통령을 피의자로 만들어 괴롭히는 정치보복의 마지막 결말은 현 정부와 검찰의 몰락이 될 것"이라고 했다.

성명에는 문재인 정부에서 부처 수장을 지낸 권칠승 박범계 박지원 이개호 이인영 전현희 진선미 추미애 한정애 황희 의원과, 청와대 참모로 일했던 고민정 권향엽 김기표 김승원 김영배 김우영 김태선 김한규 문대림 문정복 민형배 박상혁 박수현 복기왕 송재봉 신정훈 윤건영 윤종군 이기헌 이용선 이원택 전진숙 정태호 진성준 채현일 한병도 한준호 의원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은 검찰이 다혜 씨의 아들, 즉 문재인 전 대통령의 손자가 쓰던 아이패드까지 압수해갔다고 폭로했다. 이에 전주지검은 "손자의 교육용임이 확인된 태블릿은 처음부터 압수한 바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며 "지난 1월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다혜 씨의 이메일 등이 저장된 사건 관련성이 인정된 다른 태블릿 PC를 압수한 것"이라고 전면 부인하는 입장을 냈다.

그러자 윤건영 의원은 다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이 백주대낮에 거짓말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가관"이라며 "2024년 1월 16일, 전주지검 김모 검사가 전 사위인 서모 씨 집에서 압수해 간 압수목록에는 손자의 아이패드가 분명히 있다. 압수목록 8번, 아이패드 한 개가 명확히 적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윤 의원은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직접 제시하면서 "담당 검사의 직인까지 찍힌 검찰의 공식 서류가 있음에도 전주지검은 사실을 부정하나? 심지어 손자가 사용했던 아이패드는 아직까지 돌려주고 있지 않다"면서 "검찰에 하나 더 묻겠다. 초등학생 아이도 부족해서 칠순 노모가 사용하던 핸드폰은 왜 가져갔나? 그게 공정과 상식인가?"라고 거듭 따져 물었다.

 

전주지검 검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모친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낸 내역. 민주당 윤건영 의원 페이스북
 

윤 의원에 따르면 지난 1월 검찰이 서 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나온 태블릿PC는 2개였다(정확히는 3개인데, 한 개는 외관상 명백한 학습용 패드였기에 애초부터 제외됐다). 첫 번째는 압수수색 영장 압수목록표 5번에 적시된 '화웨이 태블릿'으로 전 사위가 사용하던 중국산 패드다. 두 번째가 압수목록표 8번에 적시된 '아이패드'로 초등학생 아들이 사용하던 것이다.

당시 영장 집행 검사는 목록표 8번에 적시된 아이패드가 아들이 사용했던 사실이 분명히 확인됐음에도 태블릿 내 메일 계정이 문다혜 씨 소유의 계정으로 로그인이 되어 있다며 압수해갔다고 한다. 그리고는 9개월이 지나도록 돌려주고 있지 않다. 윤 의원은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이혼한 전 남편의 집에 본인이 사용하던 아이패드를 왜 두겠는가"라며 "압수수색 당일에 검사는 초등학생 손자가 사용한다는 사실을 익히 확인하지 않았는가"라고 추궁했다.

전주지검이 "해당 압수에 대해 변호사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이의 신청된 바도 없다"고 한 대목에 대해서도 윤 의원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일축했다. 당시 압수수색 현장에 입회한 변호사가 검찰의 무리한 아이패드 압수에 대해 서면으로 분명히 이의제기를 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만약 자신 있다면 검찰은 당시 변호인이 제출한 서면 이의제기 서류를 당장 공개하라. 절대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거짓이 탄로 날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검찰의 그릇된 행태를 몇 마디 말로 현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조목조목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식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4.9.2. [연합]
 

이상직 전 의원이 중진공 이사장으로 내정됐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는 이유로 지난달 31일 전주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던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검찰의 '선택적 과잉범죄화'가 또 시작됐다고 울분을 표명했다. 조 대표 분석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의 논리는 ①문 대통령이 딸 부부의 생계비를 부담해왔는데 사위의 이스타 취업 이후 생계비 부담이 없어졌다 ②따라서 사위가 받은 월급만큼 문 대통령이 이익을 봤으니 '뇌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 제2의 '논두렁 시계' 공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예고이기도 하다.

이는 조 대표에게는 고통스럽게 낯익은 논리다. 딸 조민 씨가 부산대 의전원 재학 중 받은 외부 장학금 600만 원(3학기 총합)을 검찰이 '뇌물'이자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며 기소한 바 있기 때문이다. 즉, ①조국 민정수석은 딸의 생계비를 부담해왔는데 딸은 부산대 의전원 지도교수의 결정에 따라 장학금(성적장학금 아님)을 받았다 ②따라서 조국은 600만 원만큼의 이익을 봤으니 '뇌물'이라는 게 검찰 논리였다.

뇌물죄는 1, 2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1, 2심이 유죄를 인정했다. 청탁금지법에는 자녀 수령에 대한 구성 요건도 없고 처벌 규정도 없는데도 재판부는 죄가 된다고 판단했다. 조 대표는 "다시 생각해도 기가 막힌다. 그런데 권익위와 검찰은 '김건희 디올백 수령 사건'에서 배우자의 경우 구성 요건은 있지만 처벌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차례로 무혐의 종결 처분했다"면서 "단지 '감사의 표시'라고? 웩!"이라고 역겹다는 감정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곽상도 아들 50억 퇴직금, 독립생계라는 이유로 무죄 난 걸 다들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국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쯤 되면 검찰은 수사를 빙자한 국가 폭력 조직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검찰권을 활용해서 조폭 조직보다도 더 끔찍한 피해를 야기하는 검찰 조직은 없을 것"이라며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에서 죽음의 자성도 없었다. 노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검찰의 폭력적인 주변 인물 괴롭히기 수사와 피의사실 공표였다"고 당시 검찰 수사의 무도한 행태 사례를 되짚었다.

이어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한 기초 상식조차 없는 최악의 정치 검사가 어쩌다 검찰 쿠데타로 집권해 대한민국의 기본을 가장 빠르게, 가장 폭넓게 무너뜨리고 있다"면서 "국회는 검찰 독재의 비극이 다시는 재발돼서는 안 된다는 굳은 결의로 윤석열, 한동훈, 정치검사들을 먼저 숙청해야 한다. 모든 야당에 말씀드린다. 수사가 아닌 인간 사냥을 하는 정치 검사들을 하나하나 탄핵하고 하루빨리 검찰을 공소청으로 정상화시키자. 민주주의를 지키고 정치적 비극을 막자"고 호소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