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16일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부당한 주장 철회를 촉구하며 미바에 다이스케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체험관에서 시민들이 독도 모형을 둘러보고 있다. 2024.4.16
요즘 ‘독도 지우기’가 한창인 모양입니다. 대한민국 지도에서 독도를 빼고, 지하철역과 전쟁기념관 등의 독도 모형을 철거했다니까요. 친일파 또는 부일세력이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에 자리 잡은 데 이어 독립기념관까지 점령하면서 빚어지는 일이지요. 윤석열이 정권 잡은 뒤부터 일본에서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란 주장이 끊이지 않는 것과 겹치네요.
미국이 한일협정 체결을 거세게 압박하던 1965년 5월 워싱턴을 방문한 박정희에게 러스크 (Dean Rusk) 미국 국무부장관이 제안했던 한국과 일본의 독도 공유가 마침내 현실화하는 것 같아 섬뜩해집니다. 러스크는 1945년 8월 육군 대령으로 한반도를 38선으로 나누었다가 1961년 국무부장관이 됐는데, 미국 국무부가 비밀 해제한 외교문서집에 실려있는 역사 한 토막 소개합니다. 한일협정을 빨리 매듭지으라고 거듭 촉구하는 러스크에게 박정희는 독도가 ‘처리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털어놓습니다. 러스크가 한국과 일본이 독도에 공동으로 운영할 등대를 세워 두 나라가 공유하라고 제안하자, 박정희는 그게 작동하지 않을 것 같다고 대답했고요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 1964-1968, Volume XXIX, Part 1 Korea, 792쪽).
1965년 한일수교를 앞두고 미국이 제안했던 독도 공유가 60년 뒤 한일동맹을 앞두고 현실화하는 것 아닐까하는 불안한 예감이 드는 이유가 뭘까요? 윤석열이 미국엔 너무나 굴종적이며 일본에겐 지나치게 아부하기 때문입니다. 암튼 요즘 윤석열 정권의 ‘독도 지우기’를 지켜보며, 제가 20여년 전부터 여기저기 썼던 글을 다시 짜깁기해봅니다. 서글픈 역사 공부랄까요?
1961년 5월 박정희와 쿠데타를 일으키고 군사정권 2인자가 돼 지금 국정원의 전신 중앙정보부를 만들어 원장을 맡은 김종필이 1962년 10월 일본에 건너가 오히라 (大平正芳) 외상을 만났습니다. 미국이 강요하던 한일협정을 위한 회담을 가진 거죠. 김종필이 한일협상에 걸림돌이 되는 독도를 폭파해버리자고 먼저 제안했답니다. 오히라는 일본 내에서 자신이 공격 받을 것 같다며 거절했고요. 일본땅 독도를 한국이 없애면 안 된다는 말이었겠죠. 많은 한국인들이 거꾸로 알고 있거나 잘 모르는 내용일 텐데, 김종필이 오히라와 협상 후 바로 미국에 건너가 러스크에게 보고하는 바람에 미국 비밀외교문서에 담기게 됐습니다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 1961-1963, Volume XXII, Northeast Asia, 610-612쪽).
러스크가 김종필에게 독도의 용도에 관해 묻자, 김종필은 “갈매기가 들르는 곳 (a place for sea gull droppings)”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일본에 독도 폭파를 제안했다는 김종필의 말에 러스크도 그 해결책을 떠올렸다고 대꾸했고요.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심각해진 재정적자 때문에 한국에 대한 원조를 일본에 떠넘기기 위해 한일수교를 압박했는데, 협상의 걸림돌인 독도를 폭파하거나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거였죠.
안전사회시민연대 회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가 장병 정신교육 교재에 독도를 영토분쟁이 진행 중인 지역으로 기술한 데 대해 규탄하며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파면 및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1965년부터 독도를 일본과 공유하라고 한국에 요구해왔다. 2023.12.29 [연합]
참고로, 그 무렵 한국이 얼마나 미국에 굴종적이고 일본에 호의적이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있습니다. 1965년 11월 워싱턴을 방문한 이동원 외무부장관이 러스크에게 미국을 ‘큰형’으로 삼는 미-일-한 ‘3국 협의 (Tripartite Consultations)’를 제안하면서 건넨 말을 그대로 옮깁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큰형 (the big brother)입니다. 두 동생이 과거엔 서로 다투었습니다. 이젠 두 동생이 가족 분위기 안에서 집안일에 관해 얘기하도록 형님이 이끌어주면 유용할 것입니다” (Foreign Relations of the United States, 1964-1968, Volume XXIX, Part 1 Korea, 798쪽).
그로부터 40여년 지난 2008년 7월, 이명박이 후쿠다 (福田康夫)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할 때, 후쿠다가 일본 교과서에 다케시마가 일본 땅이라고 표기하겠다고 하자, 이명박은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는 건 당시 한국 언론에도 보도됐습니다. 2008년엔 곤란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해도 좋다는 취지였겠죠?
한편, 2010년대 한일관계 개선에 걸림돌은 독도뿐만 아니었습니다. ‘위안부’ 문제도 때때로 불거졌거든요. 오바마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펼친 정책이 ‘아시아 회귀 (Pivot to Asia)’ 또는 ‘아시아 재균형 (Asia Rebalancing)’이었는데, 아시아에서 미국-일본-한국 삼각공조를 강화해 중국을 봉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일본과 교과서 왜곡, 위안부, 징용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자, 2015년 한국과 일본이 더 이상 위안부 문제로 갈등 빚지 말고 협력하라고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위안부협정을 주선했습니다. 위안부 문제가 한일 관계 진전에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한 거죠. 그러나 문재인이 이를 되돌리려 했고, 윤석열은 다시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이젠 한미일 삼각공조를 넘어 군사동맹으로 치달으면서 윤석열이 미국과 일본을 위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군요. 독도를 일본과 공유할지, 일본에 아예 넘겨버릴지.....
1945년 8월 해방 직후 친일과 부일 세력을 청산하지 못한 우리의 업보이지만, 더 늦기 전에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 이재봉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
"채상병 청문회 외압 없었음 밝혀져" "나도 검사 때 영부인집에 가서 조사해" "김형석 몰라…광복회 보복할 일 없어"
당정도 엉망인데…"소통 잘 하고 있다" 협치 한다더니…"국회 때문에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 공간에서 국정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8.29 [대통령실 제공]
2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시종일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자화자찬·동문서답·유체이탈하거나, 남 탓하며 책임을 돌렸다. 그는 지난 5월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와 같이 집무실 책상에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라고 영어로 적힌 명패를 놓고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그러나 도대체 무엇을 책임진다는 것인지, 발언마다 그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정브리핑 모두발언 시작부터 민생 고통을 외면한 채 "세계 수출 5대 강국의 자리를 바라보게 됐다"며 "과거에는 꿈조차 꾸지 못했던 일이, 눈앞의 현실이 됐다"고 자화자찬했다. 경제난과 역대급 세수부족도 외면하고 "지난 7월 IMF는 올해 우리의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는데, 이는 미국의 2.6%에 이어 주요 선진국 중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며 "건전재정 기조를 굳건히 지킨 결과, 국가 재정도 더욱 튼튼해졌다"고 자평했다.
복지, 노동 등 각 분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교육 현장에선 대통령의 '수능 킬러문항' 말 한마디에 수험생과 학부모에 대혼란에 빠졌지만, 윤 대통령은 "대학입시의 킬러 문항 배제를 비롯해, 공정한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사교육 카르텔을 뿌리부터 혁파하고 있다"고 자랑하듯 말했다. 정부의 노조 탄압에 건설 노동자 양회동이 분신·사망했음에도 "노사법치를 확립해 노동시장의 체질을 바꿨다. 연례행사였던 대규모 불법파업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알려진 연금·의료·교육 등 개혁과제에 대해선 매우 짧고 추상적인 언급뿐이었다. 특히 의료개혁과 관련해 올해 1학년 유급생과 내년 신입생 등 약 7500명이 동시에 수업을 들을 경우 사실상 교육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현장의 절규가 나오고 있음에도, 윤 대통령은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의학교육 선진화 방안,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방안 등을 통해 좋은 의사가 많이 배출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8.29. [연합]
윤 대통령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밀어붙이기로 인해 전공의가 집단 사직하면서 응급의료체계가 사실상 붕괴돼 국민들이 제때 치료받고 사망하고 있지만 사과조차 없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은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다. 제가 지방에 종합병원이나 공공병원을 가 보면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가 거의 없다"며 "의료 개혁 때문에 생긴 게 아니다. 원래부터 그랬다"고 말했다. 대책도 없었다. 그는 "정부도 노력하고 국민들이 좀 강력히 지지해주면 비상 진료체계가 의사들이 다 돌아올 때까지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태도였다. 책임은 없고 남탓뿐이었다. 본인의 '격노'로 시작된 채 해병 수사외압 사건에 대해선 "지난번에 채상병 특검 관련해 청문회를 하지 않았나"라며 "방송을 통해서 잠깐잠깐 봤는데, 이미 거기서 외압의 실체가 없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청문회를 기점으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와 관련해 부인 김건희 씨 이름까지 언급되고 있음에도 '실체가 없다'고 제멋대로 평가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경찰의 임 전 사단장 불송치 결정에 유가족이 이의신청을 하고 해병대 예비역들이 항의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음에도 "채상병의 안타까운 사망 사건에 대해 도대체 어떻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수사가 저는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번 경찰에서 아주 꼼꼼하고 장기간 수사해서 수사 결과를 책 내듯이 발표했고, 제가 볼 때는 언론이나 많은 국민이 수사 결과에 대해서 특별한 이의를 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사건에 대해 검찰이 '황제 출장 조사'를 하며 특혜를 제공한 데 대해서도 아무런 사과가 없었다. 윤 대통령은 "저도 검사 시절에 전직 대통령 부인, 전직 영부인에 대해서 멀리 자택까지 찾아가서 조사를 한 일이 있다"면서 두둔했다. 그는 "조사 방식이라는 것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예를 들어서 영장을 발부받아서 강제로 하는 것이라면 하겠지만, 모든 조사는 원칙적으로 임의조사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방식이나 장소가 정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8.29. [연합]
영부인을 공적 관리할 제2부속실 설치도 김건희 씨가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자 말을 바꾸는 모양새다. 그는 "장소도 마땅한 곳이 없어서, 외국에 가 보면, 또 가까이는 우리 청와대만 해도 대통령 배우자가 쓰는 공간이 널찍한데, 용산은 그런 공간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속실을 만들려면 장소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마땅한 데가 없다"며 "그래서 장소가 잘 준비되면 부속실이 본격적으로 일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즉 장소가 없으면 추진 안한다는 것이다.
최근 친일파 파문이 일고 있는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저도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는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독립기념관장을 추천하는 위원회에서 심사하고 인터뷰도 하고 그중에서 3분을 보훈부 장관에게 추천을 하고 보훈부에서는 3분 중 1분을 대통령에게 제청하는데 보통 1, 2, 3등으로 심사한 서열을 매겨서 보내는 모양이다. 보통 1번으로 올라온 분을 제청한다"며 "저는 그런 인사 과정에 대해서 장관이 위원회를 거쳐서 1번으로 제청한 사람에 대한 인사를 거부해본 적이 없다. 제가 잘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기념관,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국가교육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등 각종 역사기관에 이른바 뉴라이트라 불리는 친일·극우 성향 기관장들이 임명되고 있음에도 "솔직히 뉴라이트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했다. 국가보훈부가 지난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이유로 광복회를 표적 감사하고, 광복회 외에 공법단체 추가 지정을 검토하는 등 '보복성 조치'를 한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윤 대통령은 "애국자의 유족들이 모인 단체에 대해서 보복하고 이럴 일이 뭐 있겠나"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 밖에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2026년 의대증원 유예안을 두고 당정 갈등이 불거졌음에도 "당정 간 전혀 문제없고, 다양한 현안 관련해 다양한 의견 나오는 게 자유민주주의 아니겠나"라고 유체이탈했다. 4·10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 표명을 한 한덕수 국무총리가 아직도 직을 유지한 데 대해선 "총리는 국회 동의를 받아야 되고 많은 국정 현안과 가을 국정감사도 앞두고 있어서 그동안 잘해오셨기 때문에 당분간은 한 총리를 중심으로 한 내각 체제는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총선 뒤 국민에게 공개한 약속조차 지키지 않았지만, 반성하는 기색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4.8.29. [연합]
윤 대통령은 총선 뒤 약속한 협치에 대해서도 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선 "영수회담을 해서 문제가 금방 풀릴 수 있다면 10번이고 왜 못하겠나"라면서도 "저도 대통령이지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과 같이 국회를 바라볼 때, 잘하고 못하고는 둘째고, (국회가) 정상적으로 기능해야 하지 않겠나. 해야 할 본연의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국회로 책임을 돌렸다. 그는 "지금 인사청문회나 다양한 청문회를 바라보고 있으면 제가 이때까지 바라보던 국회하고 너무 달라서, 저도 깊이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덧붙였다. < 김성진 기자 >
지표 암울한데 경제 살아난다는 대통령은 외계인?
국정 브리핑서 사실 왜곡 자료만 나열
경제 최악인데 “크게 도약” 딴소리 집값 들쑤셔놓고 주택 공급만 외쳐
연금 개혁안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 ‘노란봉투법’ 거부하며 노동 개혁? 재계뿐 아니라 노동계에도 귀 열라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국민 여러분께 분명하게 말씀을 드린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수출 실적과 원전 생태계 복원 등을 열거한 뒤 우리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수출 규모가 일본을 따라잡았고 원전 수출 탄력을 받고 있으며 고용률은 30개월 연속 최고이고 실업률도 역대 최저라며 외국에서도 한국 경제 성장을 놀라운 눈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재진이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을 지켜보고 있다. 2024.8.29. [연합]
한국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거짓말
윤 대통령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 지표들은 암울하기만 하다. 이날 국정 브리핑이 끝난 직후 나온 고용노동부의 근로자 실질임금 통계만 봐도 그렇다. 올해 상반기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줄었다. 2022년 이후 2년 6개월째 근로자 실질소득은 뒷걸음질 중이다. 29일 고용부가 발표한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1~6월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54만 3000원으로 작년 상반기 355만 8000원보다 1만 5000원 쪼그라들었다.
실질임금은 근로자에게 실제로 지급된 명목임금에서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값이다. 근로자 주머니에 실제로 들어오는 수입을 뜻한다. 올해 상반기 근로자들의 월평균 명목임금은 403만 2000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만 4000원(2.4%) 늘었으나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2.8%에 달했다. 고물가 영향으로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2022년과 2023년 각각 전년 대비 0.2%와 1.1% 감소했다.
소득이 적을수록 실질소득 감소 타격이 컸다. 같은 날 나온 통계청의 ‘2024년 2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 월평균 소득은 496만 1000원으로 1년 전보다 3.5% 증가했다. 근로소득이 전체 가계 소득을 늘린 요인이었으나 저소득 가구 사정은 전혀 달랐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 근로소득이 8.3% 늘어난 데 비해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7.5% 감소했다. 1분위와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각각 115만 9000원과 1065만 2000원이었다. 기초생활보장 같은 이전소득으로 1분위 가구 근로소득 감소가 다소 보완됐으나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여전히 5.3배에 달했다. 경제가 나빠지는 상황에서 소득과 부의 양극화도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상용근로자 실질임금 추이
내수는 붕괴 직전, 수출도 반도체 빼면 아슬아슬
내수 경기는 말 그대로 붕괴 직전이다. 올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1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며 9분기째 내리막이다. 국내외에서 유입되는 상품을 지표화한 국내 공급지수 역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4분기째 후진 중이다. 그만큼 소비가 저조하다는 뜻이다. 고용시장은 통계청 지표만 보면 최고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르바이트와 다름없는 단기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뿐이다.
윤 대통령이 가장 힘을 주며 자랑한 수출도 경기 사이클상 회복 국면에 접어든 반도체를 제외하면 좋아졌다고 말하기 힘들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1%포인트씩 내린 것도 경제 지표가 암울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서울과 수도권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오르고 있는 집값에 대한 인식도 안이하다. “주택을 비롯한 자산 가격이라는 것은 수요·공급의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이 돼야 한다.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수도권에 기업과 인력의 집중이 점점 강해져서 수요 압박으로 집값이 오르면 그건 어떻게 할 수 없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70~80%가 저리의 정책 자금일 정도로 부동산 시장에 돈을 마구 풀어 집값을 들쑤셔놓고 ‘시장 원리’를 운운하는 것은 파렴치하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다소 진정됐기는 했으나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서울 집값이 왜 올랐는지 모르고 해법도 틀려
과열된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책도 실효성이 떨어진다. “집값 상승이 경제 리스크가 될 만큼 과도하게 과열 분위기가 있을 때 공급이나 수요 정책을 관리해 조금 진정시켜야 할 필요는 있다. 정부가 일부러 재개발·재건축도 안 하고 공급도 안 하고 징벌적 과세를 때리면 시장구조가 왜곡돼서 아주 비정상적으로 집값이 오르게 되는데, 그러면 안 된다. 저희 정부는 시장 메커니즘이 충실히 가동되도록 징벌적 과세를 대폭 줄였고, 필요할 때는 적시에 주택 공급을 하기 위해서 8월 8일에 (발표한) 국토부 대책도 과거 연평균에 비해 11% 이상 공급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징벌적 과세를 때리면 비정상적으로 집값이 오르게 된다는 말은 완전히 틀린 말이다. 문재인 정부 때 집값이 급등한 이유는 초저금리 때문이었다. 무섭게 오르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강화했으나 금리가 너무 낮아 효과가 없었다. 징벌적 과세를 푼다는 명분으로 부동산 세금을 낮춘 건 현재 집값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이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시장의 수요 공급 법칙에 따라 주택 공급만 하면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보는 인식은 너무나 단순하고 안이하다. 주택 공급은 대책이 나온 뒤 최소 3년 뒤에 효과가 나타난다. 당장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올해 서울 아파트 10채 중 6채는 전고점 대비 80% 이상 회복된 가격에 매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직방은 지난 1∼5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아파트 매매거래를 분석한 결과, 전체 거래 1만4천810건 중 전고점의 80% 이상 가격에 거래된 건수는 8천939건(60.4%)으로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정보 모습. 2024.6.10 [연합]
연금 개혁 추상적 원칙만 나열, 구체성 떨어져
윤 대통령은 연금 개혁의 3대 원칙으로는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 보장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기금 소진 연도를 8~9년 늘리는 모수 조정만으로는 안 된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모수 조정과 함께 기금수익률을 높이고 자동 안전장치를 도입해 연금의 장기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연금 보험료 인상 속도 차등화와 국가가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법률에 명문화해야 한다.”
언뜻 듣기는 그럴듯 하지만 연금 개혁의 핵심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같은 모수에 있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다른 연금과 통합하는 구조개혁은 10년 이상 장기 계획으로 추진해야 한다. 원칙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수치와 일정이 개혁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런데 윤 대통령 국정 브리핑엔 이 내용이 빠져있다.
노동 개혁에 대해선 노사 법치, 글로벌 스탠다드, 노동의 유연성 등을 언급했는데 대화 상대인 노동계를 배제한 일방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사실 노동계의 현안은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거부하고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이다. 사측의 과도한 손해배상과 사용자 범위를 현실에 맞게 바꾸는 게 법안의 요지다. 재계만 반대할 뿐 일반 국민과 직장인 대다수는 찬성하고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가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연 '노조법 개정안 통과 촉구 100인 행동'애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1.2. [연합]
노동계 염원 '노란봉투법' 거부하며 노동 개혁?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노동계의 요구를 무시하고 노동개혁을 이루겠다는 건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반노동 인사로 지목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을 고용노동부 장관에 앉힌 결정 역시 노동계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윤 대통령 국정 브리핑에 대해 “최악의 경제난으로 민생이 신음하는데 대통령은 경제 활력이 살아난다고 염장을 질렀다”며 “재정도, 복지도, 외교도, 안보도 최악인데 대통령 혼자 다른 나라에 사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4대 개혁의 방향도 추상적이고 말만 번드르르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특히 연금 개혁은 국민이 바라는 소득 보장 강화 방안은 찾을 수 없고, 국민의 일방적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 장박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가 6개월째 이어지지만, 의대 증원안 시행으로 상황을 촉발한 정부는 뚜렷한 대책 없이 ‘고통 감내’만 요구하고 있다. ‘의료 대란’을 겪는 각계의 원성엔 “관리 가능한 상황”이라며 귀를 막고, 정치권의 중재 움직임엔 “정부가 근거를 갖고 하는 일에 국회가 왜 나서냐”며 눈을 부라린다. 국민 불안이 커지자 야당은 물론 여당 안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서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는 흐름이다.
2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공의 이탈 장기화에 따른 의료 공백 심화 우려에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고통스러운 개혁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개혁에는 당연히 고통이 뒤따르는 만큼, 의료 공백으로 인한 불편을 감내하면서 의대 증원을 계속 밀고나가겠다는 뜻이다. 한 총리는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의료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당장은) 어려움도 있지만 우리가 겪어야 할 (과정이라) 생각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부처가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의 발언은 “(의료인력 수급 문제는) 정부가 근거를 갖고 책임 있게 결정해야지, 국회가 법으로 정하거나 의료계와 협상해서 아무런 근거 없이 결정해선 안 된다”는 전날 대통령실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응급실 단축 운영으로 인한 의료 공백에 대해서도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에 대해선 정부와 대통령실 모두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총리는 “(한 대표 제안을) 검토해봤는데 ‘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전했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증원 계획을 건드릴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정부와 대통령실의 완강한 태도에 곤혹스러워진 건 여당이다. 새 지도부 선출을 통해 가까스로 끌어올린 당 지지율 추이가 심상찮은 데다, 추석 연휴를 거치며 악화된 밥상머리 여론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어서다. 누구보다 다급한 건 한동훈 대표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 막힌 정국을 풀어보겠다며 ‘의-정 중재역’을 자임했지만 대통령실로부터 ‘여당 대표답게 행동하라’고 핀잔만 들은 모양새가 된 탓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이날 기자들에게 “용산은 지금 (의료계와) 대화 단절이다. (당이) 그 역할을 계속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한 대표의 행보에 힘을 싣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정치권의 중재 움직임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다. 정형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정치권이 중재를 하더라도 뒷북에 그칠 수밖에 없다. 갈등 초기에 증원 규모를 줄인 중재안을 들고왔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지만 너무 늦었다”고 했다. ‘국민 건강을 인질 삼아 밥그릇을 지켜려 한다’는 따가운 시선 속에 반년 넘게 버텨온 의사들로선 ‘증원 규모’를 건드리지 않는 한 쉽게 물러설 리 없다는 뜻이다.
문제 해결이 늦춰질수록 높아지는 건 ‘윤 대통령이 풀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한겨레에 “이걸 당정 갈등이나 정쟁 프레임으로 봐선 곤란하다.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데,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대통령의 아집으로 시작된 의-정 갈등이 벌써 7개월째다.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했다. < 한겨레 이승준 신민정 손지민 기자 >
법원, 방통위 2인 체제 위법성 언급...공영방송 이사선임 제동 KBS 이사들도 가처분 진행...방송문화진흥회 “9월 정상 가동” 언론계, 정부여당 향해 “지금이라도 언론장악 기도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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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을 여권 다수로 만들기 위한 정부 여당의 계획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산됐다.
지난 26일 법원은 이진숙·김태규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서 7월31일 임명된 방문진 새 이사 6명의 임명 효력을 정지했다. 지난해에도 방통위는 야권으로 분류되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2인을 해임했지만 법원이 두 사람의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결국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법부의 제동으로 여야 3:6 방문진 구조를 여권 다수로 역전시키지 못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는 방통위가 김동률, 손정미, 윤길용, 이우용, 임무영, 허익범 등을 방문진 이사로 임명한 처분의 효력을 본안 소송 결과(1심)가 나온 날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과 박선아·김기중 이사가 집행정지 신청에 나선 결과다.
▲방문진 권태선 이사장(가운데)과 김기중(오른쪽), 박선아(왼쪽) 이사 등 3인은 26일 서울행정법원의 인용 판결 직후 서울 마포구 방문진 회의실에서 입장을 밝혔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단지 2인의 위원으로 피신청인(방통위)에게 부여된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것은 방통위법이 추구하는 입법목적을 저해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짚은 뒤 “7월31일 있었던 임명 처분에 관련된 절차 준수 여부, 심의의 적법 내지 위법 여부 등에 관해 피신청인(방통위)이 제출한 자료 및 심문 결과만으로는 위에서 본 합의제 기관의 의사 형성에 관한 각 전제 조건들이 실질적으로 충족됐다거나 그 충족에 관한 절차적 하자가 없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를 두고 방송법에 밝은 한 변호사는 27일 통화에서 “과거 정연주 전 KBS 사장 사건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관련 사건들에서 집행정지 신청은 기각됐지만, 본안 소송에서는 해임 등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해임된 당사자들은 복직하지 못했고, 본안 판결은 실효성을 상실했다. 그 이후 벌어진 일들은 한국 공영방송에 많은 갈등과 상처를 남겼다. 그 점을 재판부가 고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은 여러 면에서 후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먼저 현 KBS 이사 5인(김찬태·류일형·이상요·정재권·조숙현)은 27일 오후 서울행정법원에 오는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KBS 이사 7명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인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며 “두 상임위원은 공모 방식의 이사 추천에서 필수 요소인 심의를 전혀 거치지 않는 등 졸속과 날림으로 대통령에게 새 이사를 추천해 위법성이 가중된다”고 주장했다.
이번 법원 결정이 본안 소송과 더불어 이진숙 위원장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은 “법원에서 집행정지 결정문을 아주 자세히 설시했고, 그 전 사건의 결정들까지 인용한 것을 봤을 때 (본안 소송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진숙) 위원장이 되고 나서 한 행동의 위법성이 집행정지 결정에서 소명됐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 부분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해야 할 것이고 헌법재판소에서 면밀히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방문진은 당장 오는 9월부터 정상적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권태선 이사장은 27일 통화에서 “하반기 업무보고가 7월에 이뤄졌어야 하는데, 이사진 교체로 진행되지 않았다. 9월 초에 이사회를 열어 하반기 업무보고부터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 90여 개 언론·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현직 방문진 이사 3인이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방문진 이사 임명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서울행정법원의 결정문을 들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법원 결정 직후 26일 언론을 통해 “사법부 판단은 늘 존중한다”면서도 “항고심에서 판단 받게 될 것이다.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27일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은 지금이라도 언론장악 기도를 중단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국회로 돌아온 방송법 개정안을 수용하거나, 합리적 대안을 제출하고 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논의에 스스로 나서는 것만이 이 사태의 유일한 해법임을 명심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얼토당토않은 수준 미달의 부적격자들을 앞세워 또다시 MBC를 포함한 방송을 장악하려 든다면 임계점을 넘고 있는 민심의 파도가 윤석열 정권이라는 배를 엎어버릴 수 있음을 깨닫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 박서연 윤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