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 1년 동안 집요하게 '괴담' 유포해온 언론들

ALPS처리하면 안전? 삼중수소보다 위험한 핵종들

 

오늘로 만 1년이다. ‘ALPS 처리수’라고 이름지은 핵폐수를 일본정부(도쿄전력)는 일곱 차례에 걸쳐 5만 4734톤을 바다에 투기했다. 향후 30년간 버리겠다고 한다.  한국정부는 지난 1년 아무런 일이 없었다며 엉뚱하게 화살을 일본이 아닌 한국 야당에 돌리며 "국민을 선동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최근 이상한 방향으로 ‘괴담’을 유포하는 괴상한 언론과 정치인이 있다. 팩트 체크를 해보자.

1. [ALPS처리수가 위험한 이유] 정상적인 가동 원전에서 배출되는 폐수와 후쿠시마 ALPS처리수는 완전히 다르다. 후자는 멜트다운(노심용융)된, 핵연료가 녹아내린 사고이므로 알프스(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로 아무리 정화 처리를 해도 그 폐수에 다른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다. 세슘137, 세슘135, 스트론튬90, 요오드131, 요오드129 등 12개의 핵종은 제거되지 않았다.

ALPS가 처리할 수 없는 핵종 중 11개는 정상가동원자로의 폐수에 포함되지 않은 핵종이다. 64개 핵종 중 삼중수소와 C(탄소)14는 아무리 ALPS처리를 해도 구조적으로 걸러지지 않는다. 3호기의 일부연료인 치명적인 플루토늄도 마찬가지다.

2. [삼중수소 외의 핵종의 위험성]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의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삼중수소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 외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

탄소14의 반감기는 5730년. 수천 년에 걸쳐 환경 속에 존재하며 탄소는 모든 생물에 편입되므로 장기적으로 인간도 세포DNA가 손상된다. 삼중수소보다 32배나 유해하다. WHO의 해양과학자인 켄 부셀러 박사는 탄소14의 경우 삼중수소에 비해 생물농축지수가 5만 배, 코발트60은 삼중수소보다 퇴적토에 30만 배 더 잘 결합한다고 지적한다.

3. [삼중수소의 위험성] 일본정부가 인정하는 삼중수소만 따져도 문제가 많다. 삼중수소 농도가 73만Bq(베크렐)인 후쿠시마 오염수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해 일본 배출기준 6만Bq보다 40분의 1 수준으로 낮은 1500Bq로 줄여 방류한다는 것이다. 음용수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740Bq, 유럽이 100Bq, 미 캘리포니아주는 15Bq이다. 기준조차 제멋대로다.

‘ALPS처리수’를 측정한 결과 전체 시료의 34%가 기준치 이하이고 나머지 66%가 기준치 이상인데, 기준치의 1~5배가 31%, 5~10배가 17%, 10~100배가 13%, 100~19,909배가 5%로 드러났다. 식품 방사선 기준치가 100Bq(베크렐)/kg이더라도 어른과 아이는 피해정도가 완전히 다르다. 영유아의 경우 4~8Bq를 넘어서는 안 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장군 동상 앞에서 제6차 일본 후쿠시마 해양투기 강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 17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6차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2024.5.20. [연합]
 

4. [신뢰할 수 없는 도쿄전력 데이터] 도쿄전력은 64개 방사성 핵종 중 9개 핵종만 검사해 발표했고 그것도 저장탱크의 4분의 1에서만 측정했다. 미국 페렝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그 9개의 방사성 핵종은 핵폐수투기의 안전성을 입증할 대표성이나 인과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5. [오염된 생선의 실태] 희석해서 버린다고는 해도, 버리는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IAEA도 정상적인 작업에서 발생하는 희석 외에 의도적으로 물질을 희석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희석하는 것은 일본정부의 쇼나 다름없다. 바다는 하나다. 식물성플랑크톤이 방사능에 오염된 후 먹이사슬에 의해 점차 큰 생선으로 방사능이 축적되고 결국에는 사람의 몸 안에 들어온다. 체내 피폭은 대기중 피폭보다 인체에 큰 위협이 된다. 어릴수록 더 치명적이다.

삼중수소만 따져도, 영국 셀라필드핵연료재처리공장이 있는 브리스톨해협에서, 바닷물이 자연상태에서 5~50Bq/L인 데 비해 넙치 4000~5만 Bq/㎏, 홍합 2000~4만 Bq/㎏의 농축이 인정되었다. 이들 어종 농축률 평균치의 각 3000배와 2300배였다. 작년 5월 후쿠시마원전 항구 내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1만8000Bq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이는 자연 상태의 삼중수소수(HTO)와 내부피폭된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의 피해 차이를 보여준다.

이 데이터를 놓고 유추해보면 먹이사슬에 의해, 상위어종의 방사능은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바닷물을 직접 마시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오염된 생선을 먹는다. 핵폐수로 오염된 바닷물은 농도가 아무리 낮은들 결국에는 위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6. [해양투기하지 않고도 대안이 있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년. 100년이 지나면 독성이 1000분의 1로 완전히 사라진다. 기존 1000t 탱크 증설이나 10만t 대형탱크 신설을 통해 20년 더 보관하면 삼중수소의 80%가 사라진다는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 켄 부셀러 박사의 제안도 있다. 땅은 얼마든지 있다. 핵폐수를 시멘트와 섞어 몰타르화해 건설현장에 활용하는 방법도 전문가들이 권고하고 있다.

7. [일본의 여론도 투기를 반대한다] 2020년 11~12월, 아사히신문이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는 55%가 방류에 반대했다. 100개 해양학 연구소가 모인 전미해양연구소협회(NAML) 그리고 노벨평화상(1985년) 수상단체인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의 (IPPNW)는 핵 폐수 투기의 반대를 분명히했다.

8. [일본정부의 자기모순] 일본 정부는 과거 러시아 핵잠수함에서 방류하려는 폐기물을 극렬히 반대하여 런던협약(1996)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젠 일본정부가 저지르고 있다.

9. [일본정부가 강행하는 이유] 비용을 핑계로 해양투기를 강행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강한 의심을 사고 있다. 2024년 이후 가동목표인 롯카쇼무라 핵재처리공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연간 800t 처리한다. 매년 약 9700조Bq의 삼중수소를 해양으로, 약 1000조Bq의 삼중수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되며 매년 약 50조Bq의 탄소14와 500억Bq의 요오드129를 방출한다. 즉 후쿠시마 핵폐수의 10배의 양을 매년 바다로 방출하는 것이다. 롯카쇼무라에서 다핵종 오염수의 해양투기를 하지 못한다면 일본 원자력정책 자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런 의도를 가진 일본정부가, 장차 발생할 대량의 해양투기에 대한 전례를 미리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본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의 지적이다.

10. [미국연방정부의 월권] 작년 여름 미국의 매사추세츠주와 뉴욕주는 훨씬 적은 수준의 핵폐수조차 극력 저지하였다. 주정부들의 판단이 옳은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연방정부는 IAEA를 앞세워 일본정부의 핵폐수투기를 용인하고 있다. (IAEA담당자가 일본정부로부터 100만유로의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다) 이는 미국이 일본을 핵기지국가로 삼으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식자들은 진단한다. 미중대립국면에서 종래의 핵우산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일본이 언제라도 핵무장이 가능한 상태로 바뀌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지켜온 핵우산정책을 미국이 변경하는 셈이다. 미국민과 미국의회의 합의를 거쳐야 하는 심각하고도 중대한 주제이다. 이에 대한 공론적인 논의가 없이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이 전개되는 것은 미국연방정부의 월권이다. 지구촌 모두로부터 규탄받아 마땅하다.

부화뇌동하는 한국정부는 더욱 문제다. 국가의 명운과 관련되는 이런 문제는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위헌이다. 자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면서 일본수산물 수입금지를 관철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원래 버리면 안 되는 독극물이다. 그런 나쁜 행위를 저질러놓고도 잘못한 게 무어냐고 반문하는 것은 조폭이나 다름없다. 그런 행태가 용인된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핵폐수 투기는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 이원영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PRCDN) 운영위원 >

"고교야구연맹에서 제명하는 것을 요구"

"역시 한국어 교가는 기분이 나쁘다",

 

"교토의 수치", "왜 다른 나라 학교가 나왔나"

 
 
승리 후 한국어 교가 부르는 교토국제고 야구부 (니시노미야[일본] 교도=연합)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이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승리한 직후에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고 있다. 2024.8.23 photo@yna.co.kr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23일 '여름 고시엔(甲子園)'으로 일컬어지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혐한 글이 잇달아 올라오자 교토부 지사가 자제를 촉구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교토국제고가 소재한 교토부의 니시와키 다카토시 지사는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차별적인 투고는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삼가라"고 촉구했다.

니시와키 지사는 SNS 운영사에 민족 차별적인 내용 등이 포함된 4건에 대해서는 이미 삭제 요청을 했다면서 담당 부서가 모니터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토국제고 우승 후 엑스(X·옛 트위터) 등에는 "교토국제고를 고교야구연맹에서 제명하는 것을 요구한다"라거나 "역시 한국어 교가는 기분이 나쁘다", "교토의 수치", "왜 다른 나라 학교가 나왔나" 등 혐한에 가까운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같은 일본내 심한 혐한 반응에 한국정부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재일교포들이 민족 교육을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1947년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으로 교가도 한국어로 돼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교토국제고 선수들이 고시엔 전통에 따라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를 부르는 모습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중계됐다.

일본 우익은 교토국제고가 한국계 학교이며 교가가 한국어라는 점을 문제 삼으며 공격하고 있다.

앞서 교토국제고가 2021년 여름 고시엔 본선에서 4강에 처음 진출했을 때도 한국어 교가를 문제 삼는 협박 전화가 학교에 걸려 오고 SNS에서도 혐한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 연합 박성진 특파원 >

일본 내 한국계 교토국제고, 고시엔 첫 우승 (니시노미야[일본]=연합)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 경기. 2-1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재학생들이 관중석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4.8.23

 

쿠르스크 진공의 역사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의 러시아 국경 근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이 계속되는 가운데, 장갑차에 탑승해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모습. 로이터 [연합]
 

2차 세계대전 당시 히틀러 군대
스탈린그라드 참패 뒤 반격 거점
서부전선 전력 차출해 몰락 가속


우크라, 기존 전선마저 붕괴 우려

우크라이나가 지난 6일 전격적으로 국경을 넘어 진공한 러시아 서남부 도시 쿠르스크는 제2차 세계대전의 승패에 쐐기를 박은 곳이다. 쿠르스크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을 결정한 곳으로 다시 떠올랐다. 2차 대전 때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참패해 수세로 몰린 나치 독일은 1943년 7월 당시 소련의 쿠르스크에서 반격을 시도했으나 다시 참패했다. 사상 최대의 기갑전인 쿠르스크 전투에서 독일은 탱크 등 대부분 전력을 쏟아부었으나 소모하면서 재기 불능에 빠졌다. 우크라이나의 이번 쿠르스크 침공 작전은 당시를 연상케 하는 기시감을 준다.

아돌프 히틀러는 스탈린그라드 패전 뒤 자국민과 동맹국에 나치 독일이 여전히 건재하고 전쟁 수행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주길 원했다. 이미 동부전선 전역에서 밀리는 독일군의 수세를 반전시키려고 선택한 곳이 쿠르스크였다. 나치 독일은 2차 대전 초기 때 막강한 기갑전력과 대규모 공군력을 앞세운 ‘전격전’으로 승승장구했으나, 스탈린그라드의 시가전에서는 맥을 못 추었다. 쿠르스크는 평원 지대이다. 그래서 히틀러는 이곳에서 탱크 등 기갑 화력을 집중해 소련의 전선을 돌파해 무너뜨리려 했다.

 우크라이나의 승부수 통할까

당시 쿠르스크 일대 전선은 소련이 서쪽으로 삐죽이 밀고 나온 모양새여서 방어에 취약한 형태였다. 독일 최고 지휘부는 북쪽과 남쪽에서 공격해, 서쪽으로 돌출한 전선에 있던 소련군을 고립시키려 했다. 독일의 장군들은 이 작전에 반대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이후 소련에 병력과 자원에서 밀리는 만큼 ‘전략적 방어전’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력과 자원이 우세한 소련군에 소모전에서 말려든다면 전투에서 이겨도 전략적 승리가 담보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히틀러는 프랑스 등 서부전선에 있던 병력과 자원까지 끌어들여 쿠르스크에 투입했다. 1943년 7월5일 ‘성채작전’이라는 작전명으로 시작된 독일의 공세는 일주일 만인 12일에 ‘쿠투조프 작전’으로 시작된 소련의 ‘쿠르스크 전략공세’에 봉착하며 급속히 위력을 상실했다.

앞서 쿠르스크 전투가 시작된 지 나흘 만인 7월9일 연합군은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에 상륙했다. 히틀러는 쿠르스크 전투 일주일 만에 공세를 취소하고는, 병력을 이탈리아로 재파견해야만 했다. 소련의 반격 앞에 독일군에 남아 있던 정예 기갑병력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독일은 쿠르스크 전투를 하려고 서부전선의 전력을 돌렸다가 서부와 동부 전선 모두가 무너졌다. 쿠르스크에서 독일은 약 40만명 안팎의 사상자를 냈고, 약 1천대의 탱크와 700여대의 전투기를 잃었다. 소련은 그보다도 더 많은 손실을 봤지만, 전시 경제체제가 확장되면서 피해를 극복할 수 있었다. 만약 독일이 쿠르스크 전투를 벌이지 않고 전략적 방어를 취했다면 소련의 진군은 상당히 지체됐을 것이다. 소련의 베를린 점령이나, 2차 대전 뒤 동구권의 사회주의화도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해 11월부터 러시아의 ‘점령지 굳히기’로 들어갔다. 러시아는 동·남부 전선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전략적 방어전으로 서방의 지원을 업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막아낸 뒤 올해 초부터는 재반격에 나섰다. 러시아는 기본적으로 소모전을 벌였고, 우크라이나는 이에 말려들었다. 우크라이나는 올해 초부터 기존 전선에서 밀리고 성과를 올릴 가능성이 없자 쿠르스크 진공 작전이라는 극약 처방을 했다.

기존 전선에 있던 정예 병력을 빼내 쿠르스크 작전에 투입했다. 이미 가망이 없어진 기존 전선에서 더 손실을 입더라도, 러시아 영토를 점령해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자국군이 진공한 지역을 “완충지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이 작전이 성공하려면 쿠르스크로 진격한 지역을 ‘점령지’로 굳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의 반격을 막을 추가적인 병력과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제공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군력에서 압도적 우위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로 진입한 통로인 수미 지역을 맹렬히 폭격하고 있다. 쿠르스크로 진격한 우크라이나군이 고립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도 도네츠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의 동부 등 모든 전선에서 러시아의 공세가 격화되고 진공이 빨라지고 있다.

 러, ‘소모전’으로 승기 굳히기?

미국의 군사·전략 평론지인 ‘리스폰서블 스테이트크래프트’는 지난 15일 전문가 10명에게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작전에 대해 물었다. 10명 모두가 ‘우크라이나에 전술적, 전략적으로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중 1명만이 ‘심리적 차원에서 서방의 관심’을 유리한 점으로 들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이번 작전이 가져올 우크라이나의 전력 소모, 기존 전선의 붕괴, 러시아의 태도 강경화 등을 우려했다. 독일의 쿠르스크 전투처럼, 우크라이나도 쿠르스크에서 전력을 소모하고 기존 국내전선도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 비판적인 입장으로 유명한 존 미어샤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침공은 패전을 가속화할 큰 전략적 실책이다. 소모전에서 성공의 결정 요인은 영토 점령이 아니라 사상자 등 손실 비율인데, 서방은 이를 간과한다. 쿠르스크에서 손실 비율은 러시아에 두가지 점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하다. 첫째, 우크라이나군은 거의 방어가 없는 영토를 쳐들어갔기에 러시아도 사상자가 없었다. 둘째, 러시아는 신속히 공격으로 전환해 압도적 공군력을 동원해, 노출되고 타격하기 쉬운 우크라이나군을 공격하고 있다.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동부전선에서 절실히 필요한 최정예 병력을 차출한 것이다. 이는 중요한 전선에서 이미 균형이 기운 손실 비율을 러시아 쪽으로 더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 쿠르스크 침공이 얼마나 멍청한 생각이었는지를 고려하면, 러시아가 (오히려 이번 침공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미 전세가 기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쿠르스크 전투가 줄 영향은 막대할 것이 분명하다. < 한겨레 정의길 기자 >

영국 언론 평가 "결정적 '한 방' 안보여, "공감은 월즈 몫?"

"유리천장 부각 안 한 건 영리", "접전 양상 당분간 지속 전망"

 

연설하는 해리스 부통령 (시카고 AP=연합) 22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하는 해리스 부통령. 2024.08.24

 

 "해리스의 연설문 작성자들은 꽤 괜찮은 일을 해냈지만, 내용은 다소 빈약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두고 외신들 사이에서 크게 흠잡을 데는 없었지만 결정적 '한 방'은 부족했다는 평도 나온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카멀라 해리스의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는 두 가지 중요한 것이 빠져있었다"면서 이는 "정책과 공감"이라고 지적했다.

한때 '여자 오바마'로 불리기도 했던 해리스 부통령이지만 그의 말솜씨는 '연설 천재'로도 불렸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만큼 훌륭하지는 못했으며, 불법 입국자나 법인세 등 주요 정책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해리스의 전달 능력은 오바마와 같은 수준이 아니었으며, 일부 민주 당원들 사이에서는 비욘세가 전당대회에 올 것이라는 루머가 사실이 아닌 것에 대한 실망감도 맴돌았다"고 전했다.

지지자들에게 손 흔드는 해리스 부통령 (시카고 AFP=연합)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4.08.24

 

해리스 부통령은 연설에서 이번 대선 최대 화두 중 하나인 국경 문제와 관련해 앞서 공화당이 무산시킨 국경 통제 강화 법안을 되살릴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이미 미국에 입국해 있는 불법 이주민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당선되면 이러한 이주민들을 대규모 추방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공언하고 있다.

경제 정책에 대해서도 해리스 부통령은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 감면이라는 기존의 공약을 재차 강조했지만, 중도층 유권자들을 의식한 탓인지 법인세 인상과 같은 연관 정책은 거론하지 않았다고 더타임스는 짚었다.

해리스 잡은 손 들어보이는 바이든(시카고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9일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 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 무대에 올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손을 잡아 들어 올리고 있다. 2024.08.20
 

해리스 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자신의 중산층 성장 배경과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풀어내며 감성적인 접근을 시도했지만, 정작 현재 미국 유권자들이 일상에서 겪는 고충에 대한 공감은 부재했다는 평도 나온다.

더타임스는 이같이 지적하면서 이러한 공감의 역할은 전날 연설에서 공립학교 교사와 풋볼 코치로서의 이력을 내세우며 '보통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던 민주당 부통령 후보 팀 월즈의 몫으로 남겨졌다고 짚었다.

이 매체는 다만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하는 해리스 부통령이 여성에 대한 차별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유리천장'에 대한 언급을 피한 것은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에 앞서 8년 전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당시 유리천장을 깨고 첫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으나, 결과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승리를 내주면서 실패한 선거 전략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환호하는 지지자 가리키는 해리스 부부 (시카고 AFP=연합)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과 그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가 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무대에 올라 환호하는 지지자를 가리키고 있다. 이날 해리스 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수락했다. 2024.08.23
 

해리스 부통령이 유권자를 향해 스스로를 가장 강력하게 어필하는 자리인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결정적 '한 방'을 보여주는 데에는 실패하면서 현재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는 '접전' 양상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더타임스는 최근 해리스의 여론조사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 격차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했던 2020년 대선 레이스의 이맘때보다 크지 않다면서, 해리스가 아직 표심을 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이들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디테일'이 필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 연합 임지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