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류 1년 동안 집요하게 '괴담' 유포해온 언론들
ALPS처리하면 안전? 삼중수소보다 위험한 핵종들
오늘로 만 1년이다. ‘ALPS 처리수’라고 이름지은 핵폐수를 일본정부(도쿄전력)는 일곱 차례에 걸쳐 5만 4734톤을 바다에 투기했다. 향후 30년간 버리겠다고 한다. 한국정부는 지난 1년 아무런 일이 없었다며 엉뚱하게 화살을 일본이 아닌 한국 야당에 돌리며 "국민을 선동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최근 이상한 방향으로 ‘괴담’을 유포하는 괴상한 언론과 정치인이 있다. 팩트 체크를 해보자.
1. [ALPS처리수가 위험한 이유] 정상적인 가동 원전에서 배출되는 폐수와 후쿠시마 ALPS처리수는 완전히 다르다. 후자는 멜트다운(노심용융)된, 핵연료가 녹아내린 사고이므로 알프스(ALPS:Advanced Liquid Processing System)로 아무리 정화 처리를 해도 그 폐수에 다른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다. 세슘137, 세슘135, 스트론튬90, 요오드131, 요오드129 등 12개의 핵종은 제거되지 않았다.
ALPS가 처리할 수 없는 핵종 중 11개는 정상가동원자로의 폐수에 포함되지 않은 핵종이다. 64개 핵종 중 삼중수소와 C(탄소)14는 아무리 ALPS처리를 해도 구조적으로 걸러지지 않는다. 3호기의 일부연료인 치명적인 플루토늄도 마찬가지다.
2. [삼중수소 외의 핵종의 위험성] 일본 정부는 방사성 오염수의 위험을 축소하기 위해 삼중수소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삼중수소 외 탄소14, 스트론튬90, 세슘, 플루토늄, 요오드 같은 방사성 핵종이 더 위험하다.
탄소14의 반감기는 5730년. 수천 년에 걸쳐 환경 속에 존재하며 탄소는 모든 생물에 편입되므로 장기적으로 인간도 세포DNA가 손상된다. 삼중수소보다 32배나 유해하다. WHO의 해양과학자인 켄 부셀러 박사는 탄소14의 경우 삼중수소에 비해 생물농축지수가 5만 배, 코발트60은 삼중수소보다 퇴적토에 30만 배 더 잘 결합한다고 지적한다.
3. [삼중수소의 위험성] 일본정부가 인정하는 삼중수소만 따져도 문제가 많다. 삼중수소 농도가 73만Bq(베크렐)인 후쿠시마 오염수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해 일본 배출기준 6만Bq보다 40분의 1 수준으로 낮은 1500Bq로 줄여 방류한다는 것이다. 음용수 기준으로 보면 미국은 740Bq, 유럽이 100Bq, 미 캘리포니아주는 15Bq이다. 기준조차 제멋대로다.
‘ALPS처리수’를 측정한 결과 전체 시료의 34%가 기준치 이하이고 나머지 66%가 기준치 이상인데, 기준치의 1~5배가 31%, 5~10배가 17%, 10~100배가 13%, 100~19,909배가 5%로 드러났다. 식품 방사선 기준치가 100Bq(베크렐)/kg이더라도 어른과 아이는 피해정도가 완전히 다르다. 영유아의 경우 4~8Bq를 넘어서는 안 된다.
4. [신뢰할 수 없는 도쿄전력 데이터] 도쿄전력은 64개 방사성 핵종 중 9개 핵종만 검사해 발표했고 그것도 저장탱크의 4분의 1에서만 측정했다. 미국 페렝 달노키-베레스 교수는 “그 9개의 방사성 핵종은 핵폐수투기의 안전성을 입증할 대표성이나 인과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5. [오염된 생선의 실태] 희석해서 버린다고는 해도, 버리는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IAEA도 정상적인 작업에서 발생하는 희석 외에 의도적으로 물질을 희석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희석하는 것은 일본정부의 쇼나 다름없다. 바다는 하나다. 식물성플랑크톤이 방사능에 오염된 후 먹이사슬에 의해 점차 큰 생선으로 방사능이 축적되고 결국에는 사람의 몸 안에 들어온다. 체내 피폭은 대기중 피폭보다 인체에 큰 위협이 된다. 어릴수록 더 치명적이다.
삼중수소만 따져도, 영국 셀라필드핵연료재처리공장이 있는 브리스톨해협에서, 바닷물이 자연상태에서 5~50Bq/L인 데 비해 넙치 4000~5만 Bq/㎏, 홍합 2000~4만 Bq/㎏의 농축이 인정되었다. 이들 어종 농축률 평균치의 각 3000배와 2300배였다. 작년 5월 후쿠시마원전 항구 내에서 잡힌 우럭에서 기준치의 180배에 달하는 1만8000Bq의 방사성 세슘이 검출됐다. 이는 자연 상태의 삼중수소수(HTO)와 내부피폭된 유기결합형 삼중수소(OBT)의 피해 차이를 보여준다.
이 데이터를 놓고 유추해보면 먹이사슬에 의해, 상위어종의 방사능은 가히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는 바닷물을 직접 마시는 게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오염된 생선을 먹는다. 핵폐수로 오염된 바닷물은 농도가 아무리 낮은들 결국에는 위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6. [해양투기하지 않고도 대안이 있다] 삼중수소의 반감기는 12.3년. 100년이 지나면 독성이 1000분의 1로 완전히 사라진다. 기존 1000t 탱크 증설이나 10만t 대형탱크 신설을 통해 20년 더 보관하면 삼중수소의 80%가 사라진다는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 켄 부셀러 박사의 제안도 있다. 땅은 얼마든지 있다. 핵폐수를 시멘트와 섞어 몰타르화해 건설현장에 활용하는 방법도 전문가들이 권고하고 있다.
7. [일본의 여론도 투기를 반대한다] 2020년 11~12월, 아사히신문이 일본 유권자를 상대로 실시한 우편 여론조사에서는 55%가 방류에 반대했다. 100개 해양학 연구소가 모인 전미해양연구소협회(NAML) 그리고 노벨평화상(1985년) 수상단체인 핵전쟁방지국제의사회의 (IPPNW)는 핵 폐수 투기의 반대를 분명히했다.
8. [일본정부의 자기모순] 일본 정부는 과거 러시아 핵잠수함에서 방류하려는 폐기물을 극렬히 반대하여 런던협약(1996)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젠 일본정부가 저지르고 있다.
9. [일본정부가 강행하는 이유] 비용을 핑계로 해양투기를 강행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강한 의심을 사고 있다. 2024년 이후 가동목표인 롯카쇼무라 핵재처리공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연간 800t 처리한다. 매년 약 9700조Bq의 삼중수소를 해양으로, 약 1000조Bq의 삼중수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되며 매년 약 50조Bq의 탄소14와 500억Bq의 요오드129를 방출한다. 즉 후쿠시마 핵폐수의 10배의 양을 매년 바다로 방출하는 것이다. 롯카쇼무라에서 다핵종 오염수의 해양투기를 하지 못한다면 일본 원자력정책 자체의 붕괴를 의미한다. 그런 의도를 가진 일본정부가, 장차 발생할 대량의 해양투기에 대한 전례를 미리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본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의 지적이다.
10. [미국연방정부의 월권] 작년 여름 미국의 매사추세츠주와 뉴욕주는 훨씬 적은 수준의 핵폐수조차 극력 저지하였다. 주정부들의 판단이 옳은 것이다. 이에 비해 미국연방정부는 IAEA를 앞세워 일본정부의 핵폐수투기를 용인하고 있다. (IAEA담당자가 일본정부로부터 100만유로의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가 있다) 이는 미국이 일본을 핵기지국가로 삼으려는 의도가 드러난 것이라고 식자들은 진단한다. 미중대립국면에서 종래의 핵우산정책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다.
일본이 언제라도 핵무장이 가능한 상태로 바뀌는 것은, 오랜 기간 동안 지켜온 핵우산정책을 미국이 변경하는 셈이다. 미국민과 미국의회의 합의를 거쳐야 하는 심각하고도 중대한 주제이다. 이에 대한 공론적인 논의가 없이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이 전개되는 것은 미국연방정부의 월권이다. 지구촌 모두로부터 규탄받아 마땅하다.
부화뇌동하는 한국정부는 더욱 문제다. 국가의 명운과 관련되는 이런 문제는 국회의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위헌이다. 자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면서 일본수산물 수입금지를 관철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하면 어처구니가 없다.
원래 버리면 안 되는 독극물이다. 그런 나쁜 행위를 저질러놓고도 잘못한 게 무어냐고 반문하는 것은 조폭이나 다름없다. 그런 행태가 용인된다면 우리에겐 희망이 없다. 핵폐수 투기는 반드시 저지되어야 한다.
< 이원영 원전위험공익정보센터(PRCDN) 운영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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