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성의날 선언문, 5일 만에 1만명 서명

 

 
 
''3·8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자대학교 앞에서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들이 학생들에게 장미꽃을 주고 있다. 연합

 

“민주주의를 지키고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이여, 연대하라! 단결하라!”

 

세계여성의날을 맞아 여성계에서 준비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여성 1만인 선언문’이 5일만에 큰 호응을 얻으며 8일 정오께 서명 1만명을 돌파했다. 애초 100인 연명으로 기획됐던 선언문인데 여성들 사이에 빠르게 서명운동이 펼쳐지면서 ‘1만인 선언’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게 된 것이다.

 

선언문에서 여성들은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광장을 지키는 여성들”이라고 스스로를 호명한다. “나와 내 삶을 둘러싼 공동체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가장 먼저 광장으로 쏟아져나와 민주주의를 지켰다”으며 “광장을 지키는 대한민국 여성의 역사는 1919년 3월 1일의 여성들이 손에 쥐었던 태극기에서 2017년의 촛불과 2025년의 응원봉으로 도도히 이어져왔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17년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의도 다졌다. “2017년, 광장의 시간이 끝나고 선거의 시간이 시작되자 촛불 광장의 주역으로 상찬받던 주권자 여성의 외침이 이리저리 공격받고 외면당한 그 당혹스러운 시간을 우리는 기억한다”며 “다시는 이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광장의 힘으로 정치를 바꾸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권자 여성’으로서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김건희 수사, 성평등정치 등을 요구하며 여성들의 연대를 강조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외쳤던 윤석열의 정치, 여성혐오를 멈추지 않는 이준석의 정치,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를 끝없는 2차 피해의 늪으로 밀어넣는 안희정의 정치, 남성 권력에 기대어 불법적 특권을 누리며 여성의 이름을 부패의 방패로 앞세우는 김건희의 정치와 결별하고 성평등 정취로 귀환할 때 민주주의가 비로소 바로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3.8 여성 1만인 선언’은 8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세계여성의날 기념 한국여성대회에서 발표된다. 이하 선언문 전문.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3.8 여성 1만인 선언>

 

2025년 3.8 여성의 날을 맞이한 우리는 12.3 내란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이 광장에서 민주공화국의 당당한 여성이자 시민으로서 선언한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광장을 지키는 여성들이다.

우리는 나와 내 삶을 둘러싼 공동체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가장 먼저 광장으로 쏟아져나와 민주주의를 지킨 여성들이다. 광장을 지키는 대한민국 여성의 역사는 1919년 3월 1일의 여성들이 손에 쥐었던 태극기에서 2017년의 촛불과 2025년의 응원봉으로 도도히 이어져왔다. 우리는 앞으로 그 어떤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민주공화국의 당당한 주권자로서 위기 극복의 광장 맨 앞줄에서 나와 동료 시민들이 살아갈 이 나라를 굳건히 지킬 여성들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광장을 바꾸는 여성들이다.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모두의 광장이 여성과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로 얼룩질 때, 권력의 실정을 비판해야할 단상의 마이크에서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혐오가 다시 한번 울려퍼질 때, 서로에 대한 신뢰 위에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가장 작은 주권자의 목소리도 존중받을 수 있도록 토론하고 설득하며 광장을 바꿔온 여성들이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정치를 바꾸는 여성들이다.

2017년, 광장의 시간이 끝나고 선거의 시간이 시작되자 촛불 광장의 주역으로 상찬받던 주권자 여성의 외침이 이리저리 공격받고 외면당한 그 당혹스러운 시간을 우리는 기억한다. 여성은 광장을 지켰지만 정치는 여성을 지키지 않았다. 정치가 외면한 구조적 성차별과 성폭력의 굴레는 고스란히 일상의 여성들이 감당할 몫으로 되돌아왔다. 구조적 성차별과 성폭력에 맞서 싸우는 여성들의 외침에 정치는 오히려 싸우는 여성을 문제라고 낙인찍었다. 우리는 다시는 이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광장의 힘으로 정치를 바꾸기로 결심한 여성들이다.

광장의 여성을 외면하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여성의 고통을 외면하는 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아내 밟는 자 나라 밟는다!’던 1950년대 여성 운동가들의 외침을 이어받아 2025년의 우리는 이렇게 외치고자 한다. "여성 밟는 자 나라 밟는다!”

위헌적 계엄령과 친위 쿠데타로 내란을 일으킨 내란수괴 윤석열의 정치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망언으로 대표되는 반여성정치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므로 윤석열의 퇴진은 반여성정치의 퇴진이다. 민주주의의 회복은 성평등정치의 귀환이다.

오로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여성가족부 폐지’를 외쳤던 윤석열의 정치, 학교의 불통에 저항하는 동덕여대 학생들과 서부지법폭력사태의 극우시위대를 등치시키며 여성혐오를 멈추지 않는 이준석의 정치, 권력형 성범죄의 피해자를 끝없는 2차 피해의 늪으로 밀어넣는 안희정의 정치, 남성 권력에 기대어 불법적 특권을 누리며 여성의 이름을 부패의 방패로 앞세우는 김건희의 정치, 이 모든 반여성정치와 단호히 결별하고 오랫동안 방치된 성평등 정치의 귀환을 선언할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비로소 바로 설 수 있다.

우리는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광장을 지키고, 바꾸고, 나아가 정치를 바꾸는 주권자 여성으로서 분명히 요구한다.

헌법재판소는 반여성정치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반헌법적 계엄과 쿠데타로 헌정질서를 위협한 내란수괴 윤석열을 파면하라!

검찰은 배우자의 권력 뒤에 숨어 사법질서를 비웃고 자신에게 주어지지 않은 권력을 휘두르며 국정을 농단한 김건희를 수사하라!

우리는 이 땅의 모든 동료들에게 호소한다.

모든 여성과 모든 시민의 인간답고 존엄한 삶을 지키고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여성정치를 향해 굳건히 나아가야 한다.

광장을 빛낸 응원봉의 여성정치는 모든 여성과 모든 시민을 위한 정치적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의사봉의 성평등정치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서로를 믿고 치열하게 대화하며 민주주의를 위한 여성들의 연대를 담대하게 열어가야 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이여, 연대하라! 단결하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광장에 모인 우리 여성들의 단결과 연대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오랫동안 미뤄져온 헌법 제 11조의 평등의 약속이 모든 여성과 시민의 일상에 살아숨쉬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내는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다.

2025. 3. 8

내란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3.8 여성 1만인 선언

 < 임지선 기자 >

 

세계 여성의 날 쾰른·카셀에 설치

 
 
8일(현지시각) 독일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 앞에서 2차대전 종전 80년을 맞아 준비한 전시 ‘2차 대전에서의 제3세계’ 일환으로 소녀상이 설치됐다. 사진 장예지 특파원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각), 독일 쾰른에 새롭게 앉은 ‘평화의 소녀상’(소녀상) 옆 빈 의자엔 분홍빛 양귀비와 장미가 놓였다.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이 의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빈자리와 더불어, 희생자의 마음을 느끼고 공감하는 공간을 상징한다. 이날 독일 쾰른과 카셀, 베를린에 놓인 소녀상 옆엔 ‘위안부’의 역사를 기억하고, 폭력으로 희생된 여성들을 추모하는 독일의 시민들이 모였다.

 

8일 화창한 낮 쾰른의 나치기록박물관 앞에서 열린 소녀상 제막식엔 250여명(경찰 추산)이 모여 길목을 꽉 채웠다. 여성의 날과 소녀상 설치를 축하하기 위해 꽃을 들고 온 사람들은 소녀상을 감싼 보라색 장막이 걷히자 환호했고, 동상 주위를 화려한 꽃으로 장식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 본부 건물로 악명을 떨쳤던 박물관 건물을 등진 소녀상은 이곳을 걷는 사람들을 마주하는 방향에 놓였다. 붉은 장미를 갖고 소녀상을 찾은 수잔느(59)는 “신문에서 제막식 소식을 보고 왔다”며 소녀상 이야기는 “모든 여성들과 연결돼 있다. 지금이라도 (과거의) 역사를 인정하고, 희생된 사람들에게 존중을 표하는 일은 늦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쾰른에서도 소녀상 설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전시는 2년 전부터 기획됐지만, 지난달 초 헨리에테 레커 쾰른 시장이 일본과의 외교 관계를 우려해 소녀상 전시를 금지했다. 그러나 독일과 벨기에, 프랑스, 미국 등의 시민단체에서 공개 항의 서한을 보내고, 지방의회와 시 당국 정치위원회도 소녀상 설치를 요구하면서 레커 시장도 방침을 철회했다. 이에 전시를 기획한 단체 ‘리서치 인터내셔널’은 쾰른 시 당국과의 갈등도 따로 정리해 박물관에 관련 언론 기사와 쾰른시 공문 등을 함께 전시했다. 큐레이터 카를 뢰셀은 “우리가 소녀상을 세우는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 이것이 얼마나 쉽지 않았는지를 관람객에게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크리스타 아레츠는 “소녀상이 세워지는 어느 곳에서건 일본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 이는 2차 대전 기간 아시아 국가에서 납치돼 일본군에 의해 학대받은 여성들에 대한 성적 폭력을 기억하는 일 또한 막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이 동상은 일본뿐 아니라 독일군에 의한 여성 성폭력 문제를, 그리고 현재도 반복되는 성폭력 문제를 모두 상징한다”고 말했다.

세계 여성의날인 8일(현지시각) 독일 쾰른 나치기록박물관 앞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찾은 시민들. 경찰 추산 250명 가량이 모였다. 사진 장예지 특파원

 

쾰른 지역에 처음 둥지를 튼 소녀상은 나치기록박물관이 2차대전 종전 80년을 맞아 준비한 전시 ‘2차 대전에서의 제3세계’ 일환으로 기획됐다. 소녀상도 이 전시 기간(3월7일∼6월1일) 동안 박물관 앞에 설치될 예정이다. 쾰른 소녀상은 지난 2021년 드레스덴 주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 기간에도 박물관 일본궁전 안뜰에 설치돼 관람객들을 만난 적이 있다.

 

이번 소녀상 설치에 함께한 재독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의 한정화 대표는 제막식 연단에 서 “드레스덴 전시 당시에도 일본 대사관의 방해가 있었다”며 “그런 소녀상이 이렇게 쾰른에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단지 몇 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녀상이 더 오래 이곳에 있을 수 있길 소망한다. 소녀상은 평화와 정의를 갈망하는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여성의날인 8일(현지시각) 독일 쾰른 나치기록박물관 앞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꽃을 들고 찾은 시민들. 사진 장예지 특파원

 

제막식엔 전쟁과 분쟁 지역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을 지원하는 독일 인권단체 메디카 몬디알레 창립자인 의사 모니카 하우저를 비롯해, 이민자와 난민, 흑인 여성들을 지원하는 여성단체 ‘아지스라’ 등 여러 시민사회단체도 참여했다.

 

아시아계 독일인을 위한 이주민 단체에서 활동하는 베레나 요가라야(33)는 “소녀상 설치를 두고 늘 일본 정부가 싸움을 일으킨다는 이야기를 한 친구에게 들었다. 그래서 우리도 연대의 뜻으로 나와 제막식을 열 수 있도록 힘을 더했다”며 “소녀상은 현재의 여성들이 싸우고 있는 문제들과도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8일(현지시각) 독일 카셀 지역의 교회 ‘노이에 브뤼더키르헤’(새로운 형제들 교회) 부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누진. 이날 제막식 축하 행사에선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축가를 불렀다. 사진 시민단체 ‘이니셔티브 세이브 누진’ 홍소현 활동가 제공

 

일본 정부의 철거 압박을 받고 창고 신세가 됐던 독일 카셀 지역의 소녀상도 이날 새로 둥지를 틀었다. 카셀대학교 교정에 세워졌던 ‘누진’은 2023년 여성의 날 행사 다음날인 3월9일 대학 당국에 의해 철거됐다. 그러나 2년이 지나 맞이한 여성의 날, 누진은 카셀대 인근 교회 ‘노이에 브뤼더키르헤’(새로운 형제들 교회) 부지에 재설치됐다. 이 소녀상의 전시 기한은 1년이다.

 

같은날 베를린 미테구에 있는 소녀상 ‘아리’ 앞에서도 집회가 열려 여성의 날을 축하하고, 아리에 대한 철거를 통보한 미테구청을 규탄했다. 베를린에선 지난달 16일 별세한 여성인권운동가 길원옥 할머니의 분향소도 열어 추모객을 맞이했다.

8일(현지시각) 베를린 미테구 앞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 ‘아리’와 함께한 베를린 시민들. 사진 코리아협의회 제공

< 한겨레[ 쾰른/장예지 특파원 >

 

대통령으로 구치소 체험 방문 아니라 내란 수괴 혐의로 수감됐던 사실 잊지말라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구치소에서 잠을 많이 자니 더 건강해졌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야당은 “국민들은 내란 트라우마로 잠 못 이루는데, 내란 수괴는 구치소에서 두 발 뻗고 숙면을 취했느냐”고 성토했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9일 논평을 내어 “내란 수괴 윤석열이 체포 52일 만에 풀려나면서 ‘잠을 많이 자니 더 건강해졌다, 구치소는 대통령이 가도 배울 점이 많은 곳’이라며 국민께서 뒷목 잡을 황당한 소리만 늘어놨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뒤 부인 김건희 여사·정진석 비서실장·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과 관저에서 만찬을 하며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변인은 “국민들은 내란 트라우마로 잠 못 이루는데, 구치소에서 두 발 뻗고 숙면을 취했습니까?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끝이 없는 내란 수괴의 뻔뻔함에 할 말을 잃었다”며 “대통령으로서 구치소에 체험 방문한 것이 아니라 내란 수괴 혐의로 수감됐던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직원들에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앞으로도 대통령실이 흔들림 없이 국정의 중심을 잘 잡아주기 바란다”고 지침을 내린 데 대해서도 한 대변인은 “탄핵 소추되어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에게 남아있는 대통령실 지휘 권한은 없다”며 “정신 차리시라”고 일침을 놨다. 한 대변인은 이어 “잠시 구치소에서 벗어나니 웃음이 나느냐”며 “내란 면죄부를 얻은 양 행동하며 국민 분노를 불러일으키지 마시라. 다시 돌아갈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 엄지원 기자 >

 

김용현, 탄핵 찬성 대학생에 “악의 무리” 또 옥중편지

 
 
2월26일 이화여대에 간 배인규씨와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던 중 웃음 짓고 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신남성연대 유튜브 영상 갈무리, 헌법재판소 제공

 

감옥 안에서도 “헌법재판관들을 처단하라”는 섬뜩한 선동을 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이번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대학생들을 두고 ‘악의 무리’라고 지칭하는 듯한 옥중편지를 공개해 또다시 논란이 예상된다.

 

반여성주의를 앞세운 ‘신남성연대’의 배인규 대표는 8일 김 전 장관이 자신 앞으로 보낸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전날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김 전 장관의 편지를 보면, 김 전 장관은 “자유대한민국의 수호를 위한 구국의 일념, 위국헌신의 결단을 존중한다”며 “지난 한남동에서의 맹활약과 함께 2030 청년들을 이끌어주심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이어 “특히 최근 대학생들의 탄핵반대 시국선언에서 ‘악’의 무리들에 맞서 싸워주신 활약상을 잘 들었다”고 덧붙였다.

신남성연대 유튜브 갈무리

 

김 전 장관이 언급한 ‘활약상’은 지난달 26일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이화여대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 쪽은 당시 외부인 출입을 금지했지만 윤 대통령 지지를 위해 모인 학생들이 정문으로 이동해 밖에 있던 배 대표와 극우 유튜버 등과 합세하면서 순식간에 경비가 무너졌다. 캠퍼스 안으로 들어간 배씨는 탄핵에 찬성하는 이가 든 종이 손팻말(피켓)을 빼앗아 뜯어먹었고, 다른 남성들도 한 학생이 들고 있던 손팻말을 잡아 뜯어 부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배 대표는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와 함께 ‘윤석열 파면’이 적힌 현수막을 움켜쥐며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이런 행태를 두고 교수·연구자 단체 10곳은 성명을 내어 “이화여대에서 하루종일 신남성연대 등 무지막지한 극우 유튜버와 반페미니즘 혐오 세력이 난동을 피웠다”며 “그자들이 바라는 것은 대학인 중에 윤석열 일당의 내란에 동조하는 자들이 많은 것처럼 왜곡·과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지부·회원단체·연대단체 총 106개 단체도 성명을 내고 “이화여대 폭력은 묵과할 수 없는 반민주적·반인권적 여성혐오 폭력”이라고 규탄했다. 배 대표와 안씨 등은 집시법 위반, 폭행, 재물손괴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배 대표는 지난 3일 윤 대통령 탄핵 찬반 시국선언이 동시에 열린 중앙대 앞에도 나타났는데 할리우드 영화 속 악당 캐릭터 ‘조커’ 분장을 한 상태였다.

 

신남성연대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앞서 김 전 장관은 지난달 28일 쓴 옥중편지에서 헌법재판관 3명을 직접 거론하며 “불법 탄핵심판을 주도한 문형배, 이미선, 정계선을 처단하라”고 적은 사실이 드러나 큰 논란이 일었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은 “헌법재판관 처단하라”는 발언으로 인해 내란선동 혐의로도 고발된 상태다.      < 한겨레 이유진 기자 >

“심우정 총장은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이재명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속개된 비상 의원총회에서 검찰 규탄 피켓팅을 하고 있다. 연합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한 심우정 검찰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9일 비상 의원총회 직후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심우정 총장은 이번 사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며 “즉각 사퇴하라”고 말했다. 앞서 8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의 ‘윤석열 대통령 구소 취소 결정’을 받아들여 윤 대통령을 석방하기로 결정했고,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를 나와 귀가한 상태다.

 

박 원내대표는 “(심 총장이) 1심 법원의 이해할 수 없는 판단에 대해 즉시 항고하고 상급심 판단을 받아볼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내란 수괴 윤석열을 풀어줬다. 다른 얘기할 필요도 없이 그 자체만으로 심 총장은 옷을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심우정 총장에 대해 즉시 고발 조처하고, 심 총장 스스로 즉각 사퇴를 거부한다면 탄핵을 포함한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와 시민사회에서도 심 총장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 수뇌부들이 다 모여 결정했음에도 치명적 오류 내지 중대한 실수가 있었던 것이므로, 그에 대해 검찰총장이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또 “검찰총장은 특수본의 즉시항고 주장을 막았다. 이때부터는 실수가 아니라, 고의의 차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며 “특정인에 대해서만 항고포기한 데서 보이는 편향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짚었다.

 

참여연대도 성명을 내어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급심의 판단을 구하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부당하다”며 “심우정 검찰총장과 검찰 수뇌부는 즉시 총사퇴하라”고 촉구했다.              < 한겨레  엄지원  김채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