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어스로 본 대통령 관저. 빨간색으로 칠한 부분이 45.53㎡(약 13.79평) 확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오마이뉴스에서 제작한 서울 한남동 대통령관저 3D 이미지. 주황색 건물 2곳중 보기에 왼쪽이 '드레스룸', 오른쪽이 '사우나' 용도로 2022년 증축한 곳으로 총 45.53㎡(약 13.79평) 규모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약 45.53㎡(약 13.79평) 규모의 증축 공사가 드레스룸과 사우나 시설 설치 공사였다는 사실이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비용이 최소 수백억 원에서 간접 비용까지 고려할 경우 최대 1조 원대까지 추정되면서 '혈세 낭비'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무리하게 시설 공사를 벌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영세 건설업체인 C사는 지난 2022년 8월 대통령 관저 증축 공사 시공 계약을 체결했다. 업체가 용산구청에 관련 시공을 신고한 일자는 같은 해 8월 26일이며, 착공일은 3일 뒤인 29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대표였던 코바나컨텐츠 주최 전시에 3차례나 후원한 업체인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얽혀 있는 영세 설계·감리업체인 A사가 설계를 맡은 공사에서 C사는 시공을 맡았다.

제주도 제주시에 본점을 둔 C사의 직원 수는 총 5명이며, 지난해 영업이익은 5495만 원에 불과하다. 제주시에 있는 영세업체가 서울 대통령 관저 공사 계약을 따낸 것이다.

D사 대표 "드레스룸과 사우나 공사 진행... 사우나는 6-7평"

 

▲ 성화봉·티셔츠 선물받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서 탁구 전지희 선수로부터 파리올림픽 선수들이 사인한 성화봉과 티셔츠를 선물받고 있다.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이 증축 공사를 통해 대통령 관저 2층 공간을 45.53㎡(약 13.79평) 확장하면서 드레스룸과 사우나 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공사에 직접 참여한 또 다른 업체인 D사 대표는 "판넬 공사와 금속 공사 일부, 인테리어 공사 일부를 진행했다"며 "드레스룸과 사우나 (설치 공사)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증축으로 확장된 규모 가운데) 사우나의 크기는 6~7평(약 19.8~23.1㎡) 정도"라며 "사우나는 원래 (2022년 5월 관저 인테리어 공사 당시) 계획에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증축하면서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축 공사로 늘어난 약 13.79평 면적 중 절반 정도가 사우나이며, 나머지 절반은 드레스룸이라는 얘기다.

이 증축 공사에 앞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2022년 5월에는 대통령 관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한 바 있다.

천하람 "또 다른 구중궁궐... 윤석열 대통령, 초심 완전히 잃은 듯"

 

 사진 왼쪽은 2022년 외교부 장관 관사 시절의 위성사진이며, 오른쪽은 2024년 구글어스 위성사진이다. 2년 사이 신고된 두번의 증축 이외에도 건물 3채가 더 확인된다. 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①번 건물은 '사우나' ②번 건물은 '드레스룸'이다. 2022년 8월 관저 2층 증축 공사를 한 것으로 총 면적은 약 45.53㎡(약 13.79평) 규모다. 관저 북동쪽에 위치한 ③번 건물은 가로 4미터, 세로 5미터로 20㎡(약 6평)면적으로 추정된다. 관저 서남쪽에 위치한 2채의 건물 중 ④번 건물은 가로 5.6미터, 세로 3.3미터로 18.5㎡(약 5.6평), ⑤번 건물은 가로 3.2미터 세로 8.3미터 24.9㎡(약 8평)으로 추정된다. 면적은 위성사진 상으로 측정한 것으로 실제 건물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D사는 최근 감사원에 이와 같은 사항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D사 대표는 "올해 들어 감사원에서 감사를 받았고, (드레스룸·사우나 관련) 얘기를 다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D사 대표는 이 증축 공사와 관련 총 용역비용 공개는 거부했다. 그는 "문제가 되거나, (문제된 업체와) 관계된 것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감사원은 지난 14일, 참여연대가 2022년 10월 제기한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의혹 국민감사 청구에 대해 뚜렷한 이유 없이 감사 기간을 7번째 연장해 사실상 감사 포기 선언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관저 증축 의혹에 대해 질의했던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27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용산에 자리 잡은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과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함 아니었나"라며 "국가 안보와 직결되지 않는 사안까지 국민과 국회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기를 거부하며 또 다른 구중궁궐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초심을 완전히 잃은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마이뉴스>는 대통령 관저 증축 공사 내용 등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해 C사와 대통령실에 각각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 조선혜 기자 >

 

관저 공사 불법 의혹...김건희 유관 업체 ‘7일 만에 14평 증축’

‘증축공사 진행’ 신고한 업체 본사는 제주에
‘집무실·관저 비공개공사업체 리스트’ 확보

 
 
                          대통령 관저와 김건희. [한겨레 자료].
 

“대통령 관저 공사 하셨죠? 착공신고 언제 하셨나요?”

“초상권이 있는데! 이거 불법 촬영이에요.”

서울 용산 대통령 관저 증축공사를 진행했다고 신고된 제주도 A건설 대표는 제작진의 질문에 적대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청와대 대신 서울 용산구 외교부장관 공관을 새 관저로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그해 11월 입주했습니다. 당시 관저 공사를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로 이름이 올랐던 ‘21그램’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저 공사에 김 여사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는 최근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21그램은 법적으로 증축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전문건설업 면허만 가진 21그램은 인테리어 공사만 가능합니다. 한겨레는 후속 취재에 나서 증축공사를 했다고 신고된 A 업체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 정황도 포착했습니다. 이 다큐는 관저 공사의 불법 의혹을 좇는 이야기입니다.

관저 리모델링 공사에는 수십억원 세금이 투입됐지만, ‘국가보안’이라는 이유로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어느 업체가 공사를 진행했는지 조달청 자료에도, 행정안전부 자료에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다만, 등기부등본을 통해 주거동 2층에 약 45㎡(14평)가 증축된 사실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 용산구청 누리집 건축과 자료실에는 ‘건축, 착공, 사용승인 현황(2022년 8월).xlsx’이라는 엑셀 파일 자료가 올려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관저 증축공사를 ‘A종합건설’이 진행한 것으로 나옵니다. 종합건축공사업면허를 가진 A건설은 제주도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확보한 ‘대통령실 및 관저 공사 비공개 업체 리스트’(국토부 자료)를 보면 A건설은 대통령 집무실 공사에도 참여했습니다.

건설전문 전홍규 변호사(법무법인 해랑)는 “(본사와) 거리가 멀면 그만큼 비용이 더 발생하는데, 왜 굳이 관저 공사업체를 멀리 제주도에 있는 업체로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착공처리일, 즉 구청에서 공사시작 시점으로 허가해준 날짜는 2022년 8월29일인데,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사용승인일은 9월5일이라는 점입니다. 약 14평, 소형 아파트 한 채 크기의 증축 공사가 일주일도 안 돼 이뤄졌다는 얘기입니다. 윤 대통령 부부가 2022년 5월 취임 때부터 관저 공사를 이유로 서초동 사저에서 6개월가량 출퇴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허위 신고일 가능성이 큽니다.

용산구청 누리집에 게시된 엑셀파일과 관저 등기부등본을 통해 산출한 한남동 관저 ‘증축 공사 기간’.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관저 리모델링을 이유로 6개월 가량 서울 서초동 사저에서 용산구 대통령실까지 출퇴근했는데, 관청에 신고된 공사기간은 약 일주일에 불과하다. 영상 갈무리
 

제작진은 경력 30년 ㄱ건축사의 도움을 받아 증축추정 공간을 찾아냈습니다. 국토지리정보원에 공개된 2009년 관저(당시 외교부장관 공관) 위성사진과 구글어스로 본 2024년 관저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니, 증축추정 공간이 명확히 보였습니다.

2022년 당시 증축공사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위성사진 재구성). 영상 갈무리
 

ㄱ건축사는 “위성사진을 통해 파악된 증축 공간을 보면 철거 및 바닥공사 외벽공사 등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공사를 일주일 안에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전 변호사 또한 “일주일 만에 할 수 없는 공사다. 뭔가 불법적인 일들이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물음에 김아무개 21그램 대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취재 내용을 들은 국회 국토교통위 한준호 의원과 행정안전위 이광희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은 “(공사 수행) 자격이 없는 21그램이 전체 공사를 하기 위해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ㄱ건축사는 “명의도용 및 대여는 부끄럽지만 우리 업계의 관행이다. 비일비재하다. 인테리어 업자가 증축을 포함해 갖가지 공사를 다 하고 명의를 대여해서 신고한다”고 말했습니다.

가급 보안시설인 관저 공사를 불법으로 진행했다니, 쉽사리 믿을 수 없었던 한겨레는 A건설 본사가 있는 제주로 향했습니다.

공사 기간에 대한 제작진의 질문에 답변을 피하는 A건설 대표. 영상 갈무리
 

“정상적으로 계약했고 정상적으로 공사했어요.”

“그럼 착공처리일이 언제인가요?”

“제가 굳이 말해야 하나요? 보안사항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A건설 대표 ㅎ씨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제작진은 취재 내용을 토대로 다시 질문했습니다.

“서류를 보니 공사기간이 일주일이던데, 전문가들은 일주일에 14평 증축은 불가능하다고 하던데요?”

“아…. 긴급공사여서 우리가 착공처리일보다 조금 일찍 가서 한 것도 있어요.” 그제야 ㅎ씨는 입을 열었지만, 정확히 언제 공사를 시작해 마무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착공처리일보다 먼저 공사를 시작했다면 이는 불법”(ㄱ건축사)입니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여 대통령실에 질의했지만 관련 답변을 받지 못했다. 영상 갈무리
 

참여연대는 2022년 10월12일 감사원에 대통령실 및 관저 공사 불법 의혹 국민감사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감사원은 1년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사 심의를 6차례 연장하며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접촉한 관저 설계업체들은 “감사원의 조사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감사는 이뤄졌는데, 왜 결과가 지금껏 나오지 않는 걸까요? 감사원이 참여연대에 보낸 6차 감사연장 통지서를 보면, 이번 감사는 8월10일까지입니다.

대통령실과 행안부에 이에 대해 입장을 묻는 질문을 보냈지만 모두 답하지 않았습니다.

관저 불법공사 의혹의 진실은 언제 밝혀질까요?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jPw6u_IB0Mo

< 취재/연출 한겨레 조성욱 피디 >

일본 탄광에 다수 조선인 강제동원 전범기업 불법성 인정

 

 

일제강점기 사도광산 운영기업이자 제1의 전쟁범죄기업으로 지목받는 미쓰비시그룹 계열사 '미쓰비시머티리얼'(옛 미쓰비시광업)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 측에 수억 원대의 위자료를 물어주게 됐다.

일본정부는 최근 사도광산 유네스코 산업유산 등재 과정에서 '강제동원' 표기를 끝내 거부했고, 한국정부도 이런 일본 결정을 사실상 묵인하면서 시민사회와 야당으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국 법원이 일본 탄광으로 다수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전범기업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다시 한번 유족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광주지방법원 민사11부(재판장 유상호)는 27일 오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 이상업씨 등 피해자 9명의 유족들이 미쓰비시머티리얼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사건 1심 선고 기일을 열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사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 지난 2020년 1월 법원에 접수된 지 4년여 만이다.

이날 재판부는 9명의 원고(피해자 유족) 가운데 5명에게는 청구 금액 전부를 손해배상하라고 전범기업에 명령했다.

고 조천강·김종오·이상업·윤재찬씨 자녀에게는 각각 1억 원을, 고 박정업씨 자녀에게는 7600여 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것이다.

또 2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청구한 고 박정업씨 유족에게는 1666만 원을 전범기업이 배상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 이상업(1928~2017·전남 영암) 어르신이 생전 한일 양국에서 펴낸 강제동원 수기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소명출판)에 직접 스케치해 넣은 탄광 강제노동 모습. 이상업 어르신은 열다섯 살 소년시절인 1943년 11월 ‘미쓰비시머티리얼’(옛 미쓰비시광업)이 운영하는 후쿠오카현 소재 가미야마다 탄광에 끌려가 해방 직후까지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광주지방법원은 그의 유족이 낸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여 2024년 8월 27일 전범기업 측에 1억 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다만 이날 재판부는 함께 소송을 제기한 나머지 원고 3명의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기각 사유를 두고 상속 문제 등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으나 정확한 사유는 판결문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9명의 강제동원 피해자는 일제강점기 미쓰비시광업이 일본에서 운영 중이던 가미야마다 탄광 등 여러 탄광에 강제 동원됐다. 다만 최근 유네스코 산업유산으로 등재된 사도광산 피해자는 포함되지 않았다.

모두 고인이 된 9명의 피해자들은 당시 조선인 신분으로 차별 속에서 감당하기 힘든 노동과 배고픔에 시달렸고, 임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혹사당한 몸을 이끌고 해방 뒤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강제 노동 과정에서 얻은 질병과 장애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어 고난은 자녀 세대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들 피해자들은 동원 당시 20~30대였고, 영암·보성 등 전남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성인이 되지 않은 청소년(10대)도 포함돼 있다.

"사도광산 운영기업에 법원이 단죄 내린 것"

원고들을 지원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국언 이사장은 판결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조선인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일본의 허무맹랑한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여실히 보여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그러면서 "비록 민사 재판이기는 하나, 최근 유네스코 산업유산 등재 과정에서 많은 비난을 샀던 사도광산 운영기업에 법원이 단죄를 내린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여전히 안 들리는 재판장 목소리 27일 오후 광주지방법원 별관 법정에서 열린 일제 강제동원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판결 선고 뒤 기자들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관계자, 이 사건 원고 측 소송 대리인 등이 모여 재판장이 낭독한 주문 내용을 비교하며 정리하고 있다. 이날 역시 재판장의 주문(재판 결론) 낭독 목소리가 너무 작아 알아듣기 힘들다는 지적이 사건 관계인과 방청객들에게서 나왔다.광주지법에서는 선고 기일 판결 주문이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 원고 가운데 3명의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은 것과 관련해 소송 대리인은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받아보는 대로 기각 사유를 살핀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 승소한 이 아무개씨의 부친 고 이상업(1928~2017·전남 영암)씨는 생전에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지원을 받아 자신이 겪은 강제징용 관련 수기를 한일 양국에서 펴내기도 했다.

이씨는 일제의 발악이 막바지에 이르던 1943년 11월, 그의 나이 열다섯 살에 후쿠오카현 가미야마다 탄광으로 끌려갔다.

이씨가 겪은 탄광 생활은 한마디로 지옥이었다. '황국신민의 영예로운 산업전사'는 허울 좋은 말과 달리, 그는 그 곳에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지하 1500m 막장에서 하루 15시간의 중노동에 시달려야 했다고 한다.

저자 이상업은 당시 탄광에서 한 소년의 죽음을 목격하고 수기에서 체념하듯 이렇게 말했다.

"차라리 그 소년의 죽음에 모두 소리 없는 축복(?)을 보내고 있었다. 지옥 같은 노동과 굶주림과 구타에서 일찍 해방된(?) 그 소년의 죽음을 차라리 부러워하고 있었다. 지옥 같은 그 막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우리도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상업 어르신은 1948년 영암남초등학교를 시작으로 33년 동안 교편을 잡은 뒤 은퇴하고 지난 2017년 운명했다. < 김형호 기자 >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고 이상업(1928~2017·전남 영암) 어르신이 생전 한일 양국에서 펴낸 강제동원 수기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소명출판) 책자를 들고 있는 모습. 이상업 어르신은 열다섯 살 소년시절인 1943년 11월 ‘미쓰비시머티리얼’(옛 미쓰비시광업)이 운영하는 후쿠오카현 소재 가미야마다 탄광에 끌려가 해방 직후까지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광주지방법원은 그의 유족이 낸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여 2024년 8월 27일 전범기업 측에 1억 원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으로 악명높았던 사도광산 등 다수 탄광을 운영했던 기업이다.

 

 

 

부시 등 당 원로와 일한 참모 200여명, 당에 반기

"트럼프 당선시 국민에 상처, 국가근간 흔들릴 것"

'프로젝트 2025' 극우 정권 로드맵으로 사용 우려

 

언쟁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와 반대 시위대 [로이터 연합]
 

이념적으로 미국 공화당의 법통을 승계했다는 평가를 받는 '정통보수파' 당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USA투데이는 26일(현지시간) 역대 공화당 소속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의 참모로 일했던 유력 인사 238명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한다는 공개서한을 작성했다고 보도했다.

이 서한에는 11월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에게 표를 던지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솔직히 이념적으로 해리스 부통령이나 월즈 주지사에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면서도 "그러나 다른 쪽에 투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전통적인 보수의 이념에서 동떨어진 극단적 주장을 내세워 대중을 열광시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느니, 진보 성향인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는 것이 국가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극우파 정권의 로드맵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부른 '프로젝트 2025'를 거론하면서 "혼란스러운 트럼프의 리더십은 평범한 국민에 깊은 상처를 주고, 국가 근간을 흔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트럼프나 그의 판박이인 JD 밴스가 블라디미르 푸틴과 같은 독재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미국의 동맹에 등을 돌리는 와중에 전 세계의 민주주의도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한에 서명한 인사들은 조지 W.부시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전 상원의원과 밋 롬니 상원 의원 캠프에서 일했던 참모들이다.

조지 H. 부시 전 대통령의 참모들도 이름을 올렸다.

공화당 내 일부 보수 인사들은 지난 2020년 때도 트럼프 전 대통령 대신 조 바이든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과 대선 후보 등 공화당 원로 인사들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롬니 상원의원은 지난 2020년 공화당 상원의원 중 유일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투표를 했고, 올해 대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매케인 전 상원의원은 2018년 사망하기 전까지 당내 반(反)트럼프 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매케인 전 상원의원의 미망인은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미국의 정치 명문가로 꼽히는 부시 전 대통령 가문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공개적인 비판적 발언은 자제하고 있지만, 지난 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지명된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불참했다.     < 연합 고일환 기자 >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부(우측)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좌측) [EPA 연합]

 

'100인 선언' 김태효 "정치적으로 개념 변질됐다" 해명
"대통령은 뉴라이트 의미 정확히 모를 정도로 무관" 주장

광복절 부정한 김형석 독립관장도 "난 아니다"

식민사관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도 스스로 부정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2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8.27. 국회방송
 

"김태효 차장님, 뉴라이트세요?"

"아닙니다."

27일 국회 운영위원회(운영위)에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나눈 문답이다. 최근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중일마)' 발언으로 비난을 받은 김 차장은 신 의원 질의에 '뉴라이트 정체성'을 극구 부인했다.

그러나 김 차장의 답변은 틀렸다. 답을 먼저 말하면, 김 차장은 뉴라이트가 맞다. 김 차장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에 이름을 올린 이력이 있다. 그는 교수 시절 한반도 유사시 일본 자위대 개입을 당연시하는 내용의 논문도 썼다. 명명이 학술적으로 정확한지 여부를 떠나, 한국 사회는 통상 이런 인물을 이른바 '뉴라이트'로 명명해 왔다. 그런데 김 차장은 왜 스스로 뉴라이트를 부정했을까. 이는 신 의원과 김 차장의 문답에서 일부 드러난다.

김 차장은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신 의원이 "2007년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 선언에 김태효 이름 올린 거 맞느냐"고 재차 추궁하자, 그제야 뉴라이트 지식인 100인에 이름을 올린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김 차장은 "(명단에) 이름은 올리라고 했지만, 참석하거나 그 이후 연결된 적 없다"며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이에 신 의원이 "이름을 올린 것 맞지 않느냐, 그런데 왜 아니냐"고 따지자, 김 차장은 "그 이후 활동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김 차장은 "뉴라이트가 부끄러운가?"라는 신 의원의 질의엔 "그때 (뉴라이트 명단에) 이름을 쓴 것은 구태의연한 우파 보수에서 벗어나서 신선하고 참신한 우파 보수 지식인이 되자 해서 그 말을 듣고 (이름을) 쓰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차장은 '뉴라이트가 지금은 어떤 말로 쓰이냐'는 신 의원의 질의에는 "그 이후는 모르겠다"며 재차 뉴라이트 계열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왼쪽)이 2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8.27. 국회방송
 

그러나 김 차장의 속마음은 신 의원의 추가 질의에서 일부 드러났다. 신 의원은 "이 정부는 재미있는 게 뉴라이트라고 평가받는 사람을 정권에 갖다쓰면서 아무도 뉴라이트라고 안 한다"며 "그렇게 부끄러운 호칭인가?"라고 또다시 물었고, 김 차장은 "뉴라이트 개념을 정치적으로 재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그러면서 뉴라이트 개념에 대해 "지금도 같다"며 "혁신적인 깨끗한 우파"라고 말했다.

다만 김 차장은 "(지금의) 뉴라이트는 많이 악용됐고 정치권에서 변질됐다"고 지적하면서 윤 대통령이 "뉴라이트를 생각하고 인사를 한 적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가 (뉴라이트 개념을) 악용했냐, 국민의힘이냐, 조국혁신당이냐, 민주당이냐"는 신 의원의 질의에 "모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는 좌우, 진보·보수 없이 뉴라이트를 악용했다고 문제 삼았다.

김 차장의 말을 종합하면, 본인이 받아들인 뉴라이트 개념은 "혁신적이고 깨끗한 우파"이지만, 그 의미가 보수든 진보든 여러 정치적 이유로 인해 퇴색됐다고 인식한다는 뜻이다. 김 차장 본인은 뉴라이트 지식인에 자발적으로 이름을 올리고도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통념상 100번이고 1000번이고 뉴라이트로 분류될 수 있는 인물이 스스로 부정한 것은 '뉴라이트의 퇴색'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뉴라이트 계열로 평가되는 인물들은 그간 식민사관과 건국절 주장, 친일파 인사 미화, 5·18민주화운동과 제주4·3 역사 왜곡 및 폄훼,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장기독재 미화 등으로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왔다.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하고, 한국민은 거짓말을 잘하는 민족이므로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도 거짓이라고 주장하는 등 국민 상식에 맞지 않은 기행들로 '극우 친일 꼴통' 이미지를 스스로 씌웠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12일 서울지방보훈청에서 뉴라이트 성향 논란 관련 기자회견 중 자신의 저서를 들고 있다. 2024. 08.12 [연합]
 

김 차장이 이러한 평가·비판에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김 차장의 발언을 보면 어떤 과정에서든 뉴라이트라는 단어 그 자체가 극우·보수 세력에게도 부정의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친일 인사 기용과 친일 기조 정책을 고려하면 이들이 공유하는 식민사관이나 독재 미화 등에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자칭 보수 우파라는 이들이 생각한 '혁신' '청렴' 이미지가 없어지면서 더 이상 뉴라이트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은 어느 정도 확실해 보인다.

이는 윤석열 정권에서 '뉴라이트'로 평가받는 인사들에게도 공통된 인식처럼 보인다. 헌법에 명시된 1919년 임시정부를 부정하고 건국절을 주장해 뉴라이트로 지목된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은 지난 12일 서울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쓰이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관장 역시 통상의 개념에서 뉴라이트로 분류되는 게 맞다. 김 관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광복회는 그를 뉴라이트로 정의했다. 또한 그는 독립기념관장 취임 일성으로 친일파 명예 회복을 말하고, 지난 26일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1945년에 광복이 됐다는 것을 인정하는지 독립기념관장 자격으로 얘기해보라"는 질의에 "코멘트하지 않겠다"면서 답변을 거부했다. 사실상 1945년 광복을 부정한 것이다.

역사 교육 관련 기관에 임명된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되고 있는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박근혜 정권 시절 친일·독재를 미화한 역사 국정교과서 추진의 주역으로 꼽힌다. 또 "우리가 근대화에 실패한 것은 준비 없이 근대화의 흐름에 따라 밀려왔기 때문"이라고 해 친일 식민사관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뉴라이트 사학자가 아니"라고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의장대 사열을 하며 일장기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23.3.16. [연합]
 

김 차장 역시 이날 여러 차례 본인과 대통령이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과 질의에선 "대통령은 뉴라이트 의미를 정확히 모를 정도로 이 문제와 무관하다"고 했다. 대통령의 건국절 발언이 회의장 화면에 제시됐음에도 "뉴라이트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임시정부와 건국이 계속해서 (이어져) 지금까지 광복 건국의 연속선상에 있다는 것이 대통령의 일관된 메시지"라고 했다.

한편 이날 운영위에선 김 차장이 KBS 인터뷰에서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것이 과연 진정한가. 또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는가"라고 했던, 이른바 '중일마' 발언이 문제가 됐다.

김 차장은 서 의원이 "세간에서 김 차장을 친일파 밀정이라고 한다"며 "혹시 친일파 밀정이냐"고 묻자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그는 서 의원이 중일마 발언에 대해 지적하자, "(방송에서) 일본 마음을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면서 "국익을 중시해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청년과 미래 세대들이 요새 자신감이 충만하고 수출도 일본을 거의 능가할 정도로 우월한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 일본이 우리를 두려워하게 만들면서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일본의 마음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김 차장은 친일 발언이 아니라고 했지만, 통상의 국민 인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23~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조사에 따르면 '중일마' 발언을 한 김 차장이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중책을 맡는 게 적절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66%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15.9%에 불과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  < 민들레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