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 확성기 예고 없이 재설치나서…‘군사긴장’ 고삐 풀리나

 

북한이 대남전단 살포 의지를 드러낸 데 이어 대남 확성기까지 재설치하고 나선 것은 본격적인 대남 선전전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이 맞대응에 나서게 되면, 남북은 서로 적개심을 곤두세운 비방전을 벌이던 2년 전 ‘4·27 판문점 선언이전의 험악한 시대로 되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22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군이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을 설치하는 정황이 전날부터 군사분계선(MDL) 주변 전방지역 전역에 걸쳐서 10곳 이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포착됐다고 한다. 남한 정부가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한 것에 대해 전면적인 대남 선전전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남전단 살포와 관련해서도 22일치 <노동신문>을 통해 “1200만장의 각종 삐라를 인쇄했다고 전하며 우리의 대적 살포 투쟁 계획은 막을 수 없는 전 인민적, 전 사회적 분노의 표출이라고 강조했다. 삐라와 오물을 수습하는 것이 얼마나 골치 아픈 일이며 얼마나 기분 더러운 일인가를 한번 제대로 당해보아야 버릇이 떨어질 것이라며 응징보복의 시각은 바야흐로 다가오고 있다고 대남전단 살포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런 맞대응 태도는 북한이 그동안 탈북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실제 북한군 총참모부는 17일 이른바 대적 군사행동계획을 밝히면서 인민들의 대남 삐라 살포투쟁 지원을 공언한 바 있다.

다만 눈길을 끄는 것은 2018년 판문점 선언 당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철거했던 대남 확성기 방송장비를 예고 없이 재설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앞서 대남전단 살포를 공언하면서도 대남 확성기 설치 문제에 대해선 한차례도 거론한 적이 없다.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대응 프로세스에는 애초 확성기 재설치가 포함돼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경우 확성기 재설치는 최근 북한 권력집단 내부에서 대남 강경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면서 전격적으로 결정됐을 공산이 크다.

이번 조처는 그동안 남한보다 확성기 철거 주장에 더 목을 매온 북한의 기존 태도와는 다른 것이라는 점에서도 뜻밖이다. 군 당국자는 북한은 과거 대북 확성기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여러 차례 철거를 주장해왔다. 북한이 확성기를 설치하면 우리도 설치할 것이란 점은 불을 보듯 뻔한데도 먼저 확성기 설치에 나선 건 이례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비례성의 원칙에 따른다면 확성기 재설치에는 확성기 재설치로 맞대응하는 게 그동안 남북이 취해온 군사적 관행이기 때문이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군의 대남 확성기 재설치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강행할 경우 우리 군 당국도 두 손 놓고만 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도 확성기 재설치 및 대북 선전 방송 재개로 맞대응하라는 보수 언론과 보수 정치권의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사분계선 인근 최전방 지역에 확성기가 다시 설치되는 것은 2년여 만이다. 2018‘4·27 판문점 선언이전만 해도 남한은 고정식 30여대, 이동식 10여대 등 모두 40여대의 대북 확성기 시설을 운용했으며, 북한도 당시 비슷한 규모의 시설을 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자는 당시 대북 심리전 방송은 매일 오전, 오후 두차례 1~2시간씩 했다우리가 확성기 방송을 할 때마다 북한도 대응방송을 해오곤 했다고 말했다.

남북이 서로 확성기 시설을 설치하면 ‘4·27 판문점 선언은 본격적으로 무효화 절차에 들어가게 될 공산이 크다. 이번 조처로 지난해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이후에도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장치마저 훼손될 경우, 남북관계는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 박병수 기자 >

               

언론 릴레이 인터뷰"철학·전략 없고 공사구분 불능"

'세기의 부적격자'"정부운영 모르고 배우지도 않아"

"남북한 함께 지은 건물 폭파될 만큼 외교정책도 실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을 한 세기를 통틀어 가장 부적격한 대통령으로 규정하며 사실상 낙선운동에 들어갔다.

볼턴 전 보좌관은 21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원하고 싶은 공화당의 대의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로널드 레이건 전 정부 때부터 공화당 정권에서 잇따라 고위직을 맡아 온 그가 이같이 결심한 것은 그만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설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철학적 기반이나 전략이 없다""그는 미국의 국가 이익과 자신의 이익 간 차이를 모른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개인적 지식이 매우 적었고 배우는 데 관심도 없었다""지난 100년간 이런 접근을 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가 마치 소규모 가족회사인 것처럼 행동하는데, 국가가 그렇게 운영되기엔 사안들이 너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일관적인 주제나 전략이 없다는 의미"라며 "어느 날 내린 결정이 다음 날 쉽게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텔레그래프는 볼턴 전 보좌관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볼턴 전 보좌관은 같은 날 미국 ABC뉴스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도 표를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텔레그래프 보도가 틀렸다며 "볼턴 전 보좌관이 보수적 공화당원의 이름을 적어넣겠다고 최근 며칠간 일관되게 말했다""트럼프도 바이든도 안 찍는다는 점을 확실히 하자"고 설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정책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 관련 장기적 전략이 없다""대북 협상은 북한이 남한과 함께 지은 건물(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을 폭파하고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할 정도로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란은 지난 3년간 억제된 적이 없다""바로 이런 사안에서 트럼프의 무능이 더욱 명확해진다"고 비난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국가 지도자들과의 개인적 친분을 곧 외교적 성공과 같은 것으로 인식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 주석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미국이 중국과 좋은 관계에 있다고 봤으며,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와 관계가 좋지 않다면 영국과의 관계가 좋지 않았고 믿었다"고 밝혔다.

이어 "시진핑 같은 지도자는 자신이 국익을 대표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나는 트럼프가 그렇다고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오는 23일 출간될 예정인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의 집필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고위직에 있다면 진실을 말할 의무가 있다""정부에서 17개월을 보낸 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필요한 능력이 없다는 점이 우려됐고, 미국인들이 이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봤다"고 말했다.

자신의 회고록을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의 역사'라고 규정하며 현 정부의 핵심 외교 정책 및 국내 사안에 관한 사실들을 그대로 전달해 국민이 스스로 결정하길 바란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ABC 인터뷰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정부가 회고록을 읽는 것보다 자국민이 회고록을 읽는 것을 우려한다""미국 국민이 진실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선이 미국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적 결정인 까닭에 트럼프 행정부의 속사정을 지금 밝히는 게 적기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

                         

중앙지검, 채널A 기자와 대화한 녹음파일 확보해 피의자로 전환

기자 영장 및 한 검사장 소환 결정, 대검 수차례 보완 지시하며 막아

     

-언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이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채널에이(A)> 기자들과 한 검사장의 대화 녹음파일을 분석한 뒤 이달 초부터 한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해왔다. 수사팀은 채널에이 이아무개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한 검사장 소환조사 일정도 잡았지만, 대검 형사부는 범죄 구성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수사에 제동을 걸고 있다.

21<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정진웅)는 채널에이 백아무개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한 검사장과의 대화 녹음파일을 발견하고 강요미수죄를 입증할 단서를 확보했다. 녹음파일은 지난 213일 백 기자가 회사 선배인 이아무개 기자와 함께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서 한 검사장을 만나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이다. 이날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날이었다. 수사팀은 녹음파일을 분석한 결과 한 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수사팀은 이 기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녹음파일 내용을 보고받은 뒤 ‘64일 이후로 이 사건 지휘에 관여하지 않겠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의 이견이 있는 경우 대검 부장회의에 지휘를 일임하겠다는 공문을 서울중앙지검에 보냈다. 64일은 수사팀이 한 검사장을 피의자로 전환한 시점이다.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

윤 총장이 지휘 회피의사를 밝히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구속영장 청구 등 중요 사안에서 대검 수뇌부의 의사결정이 미뤄지면서 수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사팀은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을 포맷한 이 기자가 증거인멸 가능성이 큰 만큼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보고를 지난주 대검에 했지만 21일 현재까지 결재를 받지 못했다. 수사팀은 또 지난주에 한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려고 했지만 이 일정도 연기됐다. 대검 형사부는 수사팀에 여러 차례 수사 보완 지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장의 변호인은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 그날 여러 언론사의 방문에 대해 통상적인 응대를 했다. 수사나 취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한 검사장이 채널에이 기자들과 대화에서 유시민이 뭘 했는지 나도 아는 게 없다. 관심 없다고 말했다<조선일보> 보도를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기사에 언급된 내용은, 확보된 증거자료 중 일부만을 관련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실관계 전반을 호도하거나 왜곡하여 수사 과정의 공정성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최측근 녹음결정적 증거라는데대검은 범죄 안된다

윤석열 213일 부산 순시한 날 한동훈 방 대화, 채널A 기자 녹음

신라젠 수사 관련 내용 담겨 있어 한동훈 피의자 전환, 휴대전화 압수

-언 유착 의혹 수사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채널에이> 기자들과 한동훈 검사장의 대화 녹음파일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쪽에 정치권 로비 명단을 밝히라고 협박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대검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수사 보완 지휘를 하고 있다. 같은 내용의 대화 녹음파일을 공유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두 기관 간 판단의 간극이 너무 크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에 대한 형사처벌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검찰 내부 갈등 배경은 물론 향후 수사 추이에 더욱 관심이 커지고 있다.

  # 3인 대화 녹음파일 혐의 입증에 결정적

이번 수사의 관건은 이 전 대표 쪽에 정치권 로비 명단을 밝히라고 요구한 채널에이 이아무개 기자가 실제로 한 검사장과 이를 상의했는지를 입증하는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 기자는 이 전 대표 측근에게 “(이철 전 대표 쪽)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한테 알려달라.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줄 수 있다. 수사를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양쪽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한 검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채널에이 자체 진상조사에서도 이 기자가 후배인 백아무개 기자에게 수사팀에 얘기해줄 수도 있으니 만나보고 나에게 알려달라. 나를 팔아라는 현직 검사장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모두 이 기자의 입에서 나온 전언일 뿐이다. 이 기자는 일찌감치 증거를 인멸한 상태여서 한 검사장이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직접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사의 실마리는 의외의 지점에서 풀렸다. 이 기자의 후배인 백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한 검사장과의 통화가 아닌 대면 대화 녹음파일이 발견된 것이다. 백 기자는 이 기자의 지시로 신라젠 의혹 수사를 취재하던 중이었고 올해 213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산고·지검 방문 일정에 맞춰 이 기자와 함께 한 검사장을 찾아가 만났고 이때 한 녹음 파일이 수사팀에 압수됐다. 이들은 신라젠 수사는 물론 법무·검찰 관련한 대화를 나눴고 수사팀은 특히 녹취록과 채널에이 진상보고서에서 전언 형태로 존재했던 내용과 비슷한 한 검사장 발언을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게 된 이유다. 수사팀은 이를 근거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6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그러나 대검 쪽에서는 3인 대화 녹음파일 내용을 봐도 뭐가 잘못이라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수사 실무를 협의하는 대검 형사부는 수사팀이 이 기자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건의를 올린 뒤에도 범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런 시각 차이 때문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수사가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 윤 총장 측근 사건이기에 결과 주목

-언 유착 의혹은 초기부터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겠냐는 우려가 존재했던 사건이다. 지난 331<문화방송> 보도로 의혹이 제기된 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진상조사에 착수하려 했지만 윤 총장은 이를 제지하고 대검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했다. 윤 총장이 한 검사장 감찰을 막으려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고발한 검-언 유착 의혹과 최경환 전 부총리가 명예훼손 혐의로 문화방송을 고발한 사건을 동시에 수사 중인데 채널에이만 압수수색하고 문화방송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되자 윤 총장은 비례와 균형 수사를 강조하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공개적으로 질책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한 검사장의 신분이 피의자로 전환된 지난 4일부터 이 사건 수사 지휘를 대검 부장회의에 일임하고 자신은 형식적으로 최종 결정만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수사가 지연되면서 검찰 내부에선 여전히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의 특수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언 유착 의혹은 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이 연루된 사건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수사 과정은 물론 결과도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 김태규 기자 >

검언유착 수사자문단소집, 중앙지검-대검 통보 못받아” “알렸다

피의자 이례적 요구에 자문단 소집 결정했다는 대검 부장회의서도 이견

-언 유착 의혹 사건의 기소 여부를 논의할 전문수사자문단(이하 자문단) 소집 여부를 놓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21일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쪽 설명을 종합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달 초 한동훈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겠다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보고가 올라온 직후 대검 차장과 부장(검사장급) 5명으로 구성된 대검 부장회의에서 사건을 지휘하되 사후 결과만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대검 형사부는 수사 내용을 검토한 뒤 <채널에이(A)> 이아무개 기자와 한 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대검 부장회의에 올렸다고 한다. 이어 한 대검 간부의 건의에 따라 지난 19일 열린 회의체에서 자문단 소집을 결정했고, 윤 총장이 이를 결재한 뒤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에게 서울중앙지검에 이를 통보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대검 쪽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으로부터 자문단 소집과 관련된 결정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총장의 지시사항인데도 일선 지검이 통보 자체를 부인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검 안에서도 자문단 소집 결정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팀과 대검 지휘부의 의견이 달라야 자문단을 소집해 어느 쪽이 옳은지 심의를 요청하는 건데, 대검 부장회의에서는 기소 여부에 대해 결론 낸 적이 없기 때문에 자문단 소집 결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또 대검 부장회의 논의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자문단 소집이 처음 제기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자문단은 일선 수사팀과 대검 지휘 부서, 관할청의 인권수사자문관이 소집을 건의할 수 있는데, -언 유착 의혹 사건은 지난 14일 채널에이 이 기자의 변호인이 진정 형식으로 제기했다. 자문단 소집이 이례적으로 피의자 진정 형식으로 결정되면서 소집 결정 과정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자문단은 중요 사건의 공소 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는 자문기구로 소집 권한은 검찰총장에게 있다. 자문단은 단장을 포함해 수사 경험과 역량을 갖춘 검사나 형사사법제도 등의 학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 7~13명으로 구성된다. 심의 결과는 권고적 효력만 있다. 검찰총장이 자문단 위원을 위촉하지만, 의견이 대립하는 수사팀과 지휘부에 각각 위원 추천권이 있다. 앞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과 국가보훈처 부정 청탁 사건, 케이티(KT) 채용비리 사건에서 자문단이 소집됐다. < 김정필 기자 >

[사설] 수사팀-대검 충돌로 번진 검언 유착수사 난맥상

<채널에이(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언 유착 의혹수사가 잇따라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급기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찰청 지휘부가 범죄 성립 여부를 놓고 의견 충돌을 빚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검찰 고위직이 연루된 이 사건을 두고 유독 많은 잡음이 불거지는 것을 보면 엄정한 수사내부 인사 비호라는 두 기류가 부딪치고 있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수사팀은 이달 초 채널에이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부산고검 차장검사)의 대화 녹음파일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확보한 뒤 한 검사장을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후 채널에이 이아무개 기자 구속영장 청구, 한 검사장 소환조사 등을 추진했지만 대검이 범죄 혐의 구성이 어렵다며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같은 증거를 놓고 수사팀은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하고 대검은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극단적인 시각차가 존재한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대검이 채널에이 기자 쪽의 진정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것도 석연치 않다. 피의자 쪽이 요청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특혜로 비칠 수 있다. 자문단은 검찰수사심의위와 달리 검찰의 의중이 작용하기 쉽다는 지적도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던 검찰 고위 간부들의 기소 여부를 두고 대검과 수사단이 대립했을 때 검찰총장이 검찰수사심의위 대신 자문단을 소집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전례도 있다.

이 사건이 지난 3월 말 언론 보도로 불거진 직후부터 검찰 내부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감찰부 대신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맡기면서 감찰 회피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샀다. 채널에이 압수수색을 두고도 윤 총장은 균형 있는 수사를 공개 지시했다. 의혹을 제기한 <문화방송>(MBC)도 같은 비중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히는 부적절한 지시였다.

윤석열 총장은 이달 초부터 사건 지휘를 대검 부장회의에 일임했다지만, 그의 최측근이 연루된 사건에서 이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진다면 검찰이 내놓는 수사 결과를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싶다. 검찰 스스로 내부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겠느냐는 회의도 짙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대검 지휘부의 개입을 차단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는 게 타당하다.


통일부 남북합의 위반, 관행 해결 아닌 악화중단 촉구

보복 삐라 본격 준비” “특급 철면피한맹비난

           

북한이 대남 삐라 살포 투쟁을 예고한 가운데 주말에도 남북은 상대를 비방하는 전단 살포를 둘러싸고 설전을 이어갔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는 21일 대변인 담화를 내어 전체 인민의 의사에 따라 계획되고 있는 대남 보복 삐라 살포 투쟁은 그 어떤 합의나 원칙에 구속되거나 고려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이 담화에서 대남 전단 살포가 북남 합의에 대한 위반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는 점을 밝히면서도 이미 남쪽 당국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묵인하면서 남북관계가 이미 다 깨여져나갔기 때문에 계획을 고려하거나 변경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했다. 북한은 오히려 대남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한 남쪽을 향해 보기 드문 특급 철면피한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이 담화는 북한의 대외용 매체로 분류되는 관영 <조선중앙통신>과 대내용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함께 실렸다.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에 대북 전단 살포 반대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앞서 통일부는 20일 아침 북한이 대규모적인 대남 삐라 살포 투쟁을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힌 데 대해 강한 유감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대남 전단 살포가 남북 간 합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고 남북 사이의 잘못된 관행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악화시키는 조치라는 이유였다. 북한이 같은 날 오전 <노동신문> 기사를 통해 우리 인민의 보복 성전은 죄악의 무리들을 단죄하는 대남 삐라 살포 투쟁에로 넘어갔다며 이미 제작한 대남 전단 더미 사진을 공개한 것에 대한 반응이었다.

21일 통전부 대변인 담화에 드러난 북한의 논리는 우리 정부가 4·27 판문점선언 등 각종 합의에서 내놓은 대남 전단 살포 중단 약속을 지키지 못해 신뢰가 이미 깨졌기 때문에 이번엔 우리 정부가 당해볼 차례라는 것이다. 북한은 위반이요 뭐요 하는 때늦은 원칙성을 들고나오기 전에 북남 충돌의 도화선에 불을 달며 누가 먼저 무엇을 감행했고 묵인했으며 사태를 이 지경까지 악화시켰던가를 돌이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 노지원 기자 >

, 대남 전단 공개 당해봐야 기분 얼마나 더러운지 알 것

<노동신문> 20일치 2면 기사로 대남 전단 대량 제작 공개

북한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에 실린, 문재인 대통령이 컵을 들고 무엇인가를 마시는 얼굴 사진 위에 다 잡수셨네북남합의서까지라는 문구를 새겨 넣은 전단 더미에 담배꽁초를 마구 던져넣은 사진.

북한 <노동신문>20출판기관들에서 남조선 당국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들씌울 대적 삐라를 찍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신문>대규모적인 대남 삐라 살포 투쟁을 위한 준비 본격적으로 추진이라는 제목을 단 이날치 2면 머리기사에서 우리 인민의 보복 성전은 죄악의 무리들을 단죄하는 대남 삐라 살포 투쟁에로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대규모 대남 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노동신문>20일 보도했다.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에 공개된 사진을 보면 주민들이 마스크를 낀 채 '대남삐라' 작업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대량 인쇄된 전단 뭉치와 이를 인쇄·정리하는 노동자들의 사진을 공개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컵을 들고 무엇인가를 마시는 얼굴 사진 위에 다 잡수셨네북남합의서까지라는 문구를 새겨 넣은 전단 더미에 담배꽁초를 마구 던져넣은 사진도 공개했다.

<노동신문>죄는 지은데로 가기 마련이라며 한번 당해보아야 얼마나 기분이 더러운지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라 주장했다.

<노동신문>각지에서 대규모 대남 삐라 살포를 위한 준비사업이 맹렬히 추진되고 있다지금 각급 대학의 청년학생들은 해당한 절차에 따라 북남접경지대 개방과 진출이 승인되면 대규모의 삐라 살포 투쟁을 전개할 만단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분노한 인민들의 역대 최대 규모 무차별 삐라 살포 투쟁”(<노동신문> 17일치 3)이 임박했음을 짐짓 내비친 셈이다.

북한이 대규모 대남 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노동신문><조선중앙통신>20일 보도했다. 대남전단 사진.

북쪽은 이날도 <노동신문>김책공업종합대학 신재영 학부장” “평양326전선종합공장 황철국 직장장각계 인민들을 내세워 고강도 대남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고위인사 또는 기관의 공식 담화나 추가 대남 조처는 사흘째 내놓지 않았다. < 이제훈 기자 >

[유레카] 삐라, 남북의 심리전

삐라의 정식 명칭은 심리전 전단지. 일제 강점기 때인 1930년 중국 최고 군사 양성소인 황포군관학교 출신 의열단단원들이 주축이 된 조선의용대가 방패연을 이용해 일본군의 탈영과 투항을 종용하는 삐라를 뿌렸을 정도로 그 역사는 길다. 계산서나 전단지 등을 뜻하는 영어 ’(bill)과 일본어 비라’(びら) 에서 그 명칭이 유래했다고도 한다. 광복 뒤 극심한 좌우 이념 대립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삐라는 남과 북 당국이 상대를 겨냥한 중요한 심리전 수단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남쪽에선 한국전쟁 이전엔 여순 반란’, ‘제주 4·3 항쟁등으로 산으로 들어간 빨치산의 전향을 촉구하는 데 주로 활용했다. 한국전에선 남북이 삐라 전쟁을 벌였다. 유엔군은 승전 소식과 함께 안전보장증을 날려 보내 인민군에게 자유로운 남쪽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중공군이 참전하자 조상이 지켜낸 나라를 오랑캐(중공군)에게 내주고, 전장에서 죽어가는 인민군과 달리 중공군은 후방에서 놀고먹으며 아내와 누이를 능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한국전쟁에서 국군과 유엔군은 25억장, 북한 인민군은 3억장의 삐라를 뿌린 것으로 추산한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른바 최고 존엄을 겨냥한 삐라도 시대에 따라 변천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50년대엔 김일성 주석이 소련과 중국에 나라를 팔아먹는다는 논리를 주로 담았다. ‘매국노 김일성은 백두산 절반을 중공에 팔아먹고 또 원산항을 쏘련에 팔아먹으려 하고 있다.’ ‘오랑캐 앞잡이, 노서아의 노예시민권 탄 이 민족 반역자 타도하라는 등의 삐라가 살포됐다. 김일성을 스탈린 서기장, 모택동 주석의 노예로 묘사한 삽화를 담은 삐라도 많았다.

권력세습이 본격화한 70년대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문란한 사생활과 세습에 대한 비난이 핵심 내용으로 자리 잡았다. 당 간부들의 반란을 종용하고, ‘망나니 김정일’ ‘매일 대한민국 방송 듣고 텔레비죤 시청, 미국 등 서방세계 영화 필름 2만개 갖고 있는 영화광’ ‘부화방탕 김정일, 본처 4명에 첩이 2천명등의 글귀가 새겨졌다. ‘구국 청년 동지회등의 이름으로 위기 김정일로는 안된다. 식량 배급 못 주는 주제에 제 생일잔치 예산 낭비등 내부 저항단체의 행위로 가장한 삐라도 살포했다. ‘3대째 권력세습 획책. 애비 아들에 이어 다음은 손자놈 차례?’ 3대 세습을 예견하고 조롱하는 삐라도 많았다.

1970대엔 배불리 먹고 싶지 않습니까?’라며 월남한 인민군 가족이 고봉밥에 고깃국을 먹는 모습, 서울 등 도시, 조선업 등 중화학공업 발전상을 담았다. 1980년대엔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 개최를 알리며 무료초대권형식의 삐라로 인민군의 귀순을 부추겼다. 이 시기에 반라의 수영복을 입은 여성 사진에 당신을 기다리겠어요’ ‘서울에서 만나요’ ‘자유가 있는 곳에 젊음을’ ‘우리 함께 살아요. ’등의 문구를 적은 삐라를 집중적으로 살포했다. 86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수영복 심사 장면과 함께 의거 월람하여 이런 멋진 미인을 만나 련애(연애) 한번 해보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삐라는 그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안소영, 정윤희, 이경진, 이미숙, 이혜숙, 최명길, 황신혜, 원미경 등 당시 유명 여배우들은 삐라에 단골로 등장했다. 1990년대엔 노태우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서기장의 정상회담, -소 국교정상화, 소련의 몰락 등 사회주의 정권의 퇴조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

북한도 남쪽으로 많은 양의 삐라를 날려 보냈다. 대부분 김일성, 김정일 찬양 등 우상화 내용이었다. 60~70년대엔 행복의 땅 이북 농촌등을 소개하며 군인의 귀순을 종용했고, 80년대엔 남쪽 여배우 사진을 활용해 북한 체제를 선전했다. 전두환 정권 땐 그를 광주 시민을 죽이고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구두 바닥을 빠는 개로 그리거나 광주 학살 장면을 삐라에 새겼다. ‘양키는 아메리카로등 반미 선동도 많았다. 김영삼 정부를 겨냥해선 문민 정권도 5,6공과 같은 호전광등의 삐라를 날렸고, 북한의 수소탄 개발 등 핵 무력을 과시하는 내용도 자주 등장했다.

20006·15 정상회담으로 남북 화해 무드가 조성되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상호비방 중단에 합의하면서 남북 당국이 주도하던 삐라 살포는 공식 중단했다. 북한 삐라가 줄면서 경찰서 등에 신고하면 연필, 공책 등 학용품을 주던 북한 불온선전물 수거처리 규칙2007년에 결국 폐지했다.

그러나 남쪽에선 탈북자 단체, 북한 인권운동 단체 등이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살포하는 새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아이티 기술을 활용해 북한 실상을 고발하고 김정일, 김정은 부자를 비하하는 사진, 영상 등이 담긴 이동식 기억장치(USB)1달러짜리 지폐를 전단지와 함께 살포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탈북자 단체의 대북 삐라 살포를 사실상 부추기자 북한은 강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며 물리적 대응을 경고하고, 2014년엔 삐라를 향해 발포하기도 했다. 북한은 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전쟁광신자’ ‘파쑈마녀’ ‘악녀’ ‘미국과 일본에 붙어먹는 등으로 원색 비난하는 삐라로 맞대응했다. ‘박근혜 탄핵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에는 황교안은 박근혜 꼭두각시, 충견이다라며 사드 배치를 결정한 황 대행을 사대 매국노로 비난하기도 했다.    < 신승근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