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살자고 국민에게 환각제 주입하는 꼴

 

어? 동해에서 대형 유전이 발견됐다는 거야? 아, 그건 아니고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거로군. 그 정도라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발표해도 될 텐데, 왜 대통령이 긴급 기자회견을 해서 내일이라도 석유가 뿜어 나올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걸까? 참 이상하네.

 

2024년 6월 3일, 대통령 윤석열은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도 곧 산유국이 될 거라는 ‘깜짝’ 발표를 합니다. 이른바 대왕 프로젝트, 경북 포항 앞바다에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발표였습니다.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 넘게 쓸 수 있는 엄청난 규모라고 했습니다. 조선일보를 필두로 윤석열 친위대 언론은 ‘산유국의 꿈’이라는 환각제를 열심히 살포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2024.6.3. 연합
 

기자의 촉으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추가 아닌 지질 탐사에서 가능성을 봤다는 것이고, 그 정도라면 대통령이 아닌 산업부 장관이 발표하는 게 적절합니다. 중요한 사안을 있을 때는 기자들에게 미리 알려주고 언제까지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엠바고 요청을 합니다. 미리 예고를 하는 거죠. 그런데 뭐가 그리 급했는지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산자부 장관이 아닌 대통령이 예정에 없는 기자회견을 열어 서둘러 발표했습니다. 국민에게 김칫국부터 마시게 하는 환각 요법을 쓰는 것 같았습니다.

 

그 당시에 대통령 윤석열의 처지는 이러했습니다. ‘김건희 디올백’은 거짓 변명으로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였고, 불리한 선거 판세를 뒤집어 보려고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카드를 던졌다가 의료사태를 촉발하고는 미제사건으로 마냥 방치하고, 누구의 청탁을 받았는지 해병대 임성근 사단장 구해주려다 격노가 발단이 되어 일이 꼬이기 시작하더니 채 해병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되어 궁지에 몰리고....

 

윤석열이 난데없이 ‘동해에 대규모 유전 발견’이라는 깜짝 발표를 했을 때,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거 혹시 궁지에 몰리니까 국민의 관심을 돌리려는 정치쇼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의문은 많았습니다. 대통령의 깜짝 발표도 그러했지만, 지질 탐사 단계에서 ‘대규모 유전 가능성’에 도장을 찍어주었다는 외국의 탐사전문업체는 본사 건물이 일반주택인 1인 기업이었습니다. 호주의 세계적인 유전개발업체는 경제성이 없다며 철수했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우리는 그런 걸 일컬어 ‘합리적 의심’이라 합니다. 기자의 취재는 대개 합리적 의심에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대다수 언론은 의심을 해소하는 보도가 아닌 김칫국 들이붓는 보도를 했습니다.

 

대구 경북지역 신문 캡처.

 

특히 대구 경북 지역의 매체들은 ‘산유국의 꿈이 대구 경북 앞바다에서 실현된다’ ‘포항은 한국판 두바이가 되나’ ‘포항 앞바다에서 석유 가스 콸콸 쏟아지나’ ‘산유국의 꿈, 현실로’ 등등 환각 성분이 듬뿍 들어간 기사를 뿌려댔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거 뭔가 이상한데?’ 하고 의문을 제기하면, ‘너는 나라가 잘 되는 게 싫으냐’ ‘윤석열이 잘 되면 배가 아프냐’는 핀잔을 들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다들 자의반 타의반으로 입을 다물었습니다.

 

합리적 의심은 결국 사실로 확인되었습니다. 헌재에서 윤석열 탄핵 심판 6차 변론이 열린 날에 산자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1차 시추 결과를 발표했는데, 가스 징후가 일부 발견되었으나 경제성은 없다고 했습니다. 이름과 직책이 익명으로 보도된 산자부의 고위 관계자는 ‘정무적 영향이 개입됐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답니다. 그 정도의 고위 관계자라면 장관이나 차관일 겁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국면전환용 정치쇼였고, 국민에게 환각제 주사를 놓는 희망고문 사기극이었다고 실토한 겁니다.

 

민주당은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전액 삭감했습니다. 대통령이 저 살자고 국민을 환각에 빠지게 하는 희망 고문에 국민 세금을 낭비해선 안 된다고 판단해서 그랬을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 윤석열은 야당이 예산 폭거로 국정을 마비시켰다며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의 하나로 거론했습니다. 여당인 국힘은 민주당이 삭감한 ‘대왕고래 프로젝트’ 예산을 복원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사골곰탕 우려먹듯 저 살자는 국민 기망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계속 우려먹은 겁니다.

 

그런 사기극은 또 있습니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이 그랬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막판 역전극을 펼칠 거라고 분위기를 띄웠습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비참했습니다. 한국이 받은 표는 고작 29표, 굳이 수천억 원을 들인 유치전을 하지 않아도 나올 만한 결과였습니다.

 

민심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윤석열은 재벌 총수들을 데리고 부산에 가서 엑스포 유치 실패를 잊게 해줄 선물 보따리를 푸는 정치쇼를 했습니다. 깡통시장에 가서 재벌 총수들을 병풍으로 둘러치고 서민 흉내를 내는 먹방쇼도 했습니다. 엑스포 유치라는 환각제의 효력이 떨어지니 재벌 동원 먹방쇼라는 환각제를 새로 투여한 겁니다. 대다수 언론은 먹방쇼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며 환각제가 잘 스며들도록 바람잡이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재벌기업 총수들과 떡볶이 등 분식을 시식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윤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2023.12.6. 연합
 

대통령의 거짓말 행진, 검증하지 않은 언론

 

윤석열은 억수로 운이 좋은 사나이입니다. 불쑥 내뱉은 한마디의 말로 일약 스타 검사의 반열에 올랐고, 그 덕에 검찰총장도 되고 왕이 절대 부럽지 않은 일국의 제왕적 대통령도 되었으니까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건 우리가 속은 거였습니다. 그가 불쑥 내뱉은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 말은 ‘나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고집불통이다’라는 의미였습니다. 대통령으로 인간 윤석열을 겪어보니 그는 지독한 고집불통이고 지독한 청개구리였습니다. 대학생 때도 아버지에게 고무호스로 맞았다더니 오죽하면 고무호스를 휘둘렀을지 그 아버지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내가 아버지라고 그랬을 것 같으니까요.

 

윤석열의 말에는 무게가 없습니다. 말을 함부로 합니다. 거친 말도 잘하고 욕도 잘한다고 합니다. 그뿐인가요, 거짓말도 참 잘합니다.

 

국힘당의 대선후보가 되어 TV토론에 나왔을 때, 그의 손바닥에는 왕(王)자가 쓰여 있었습니다. 일종의 부적과 같은 거죠. 기독교인이 1000만 명을 넘는다는데 당연히 문제가 됐습니다. 미신을 믿는 거냐는 비난이 일자 윤석열 후보는 주일에 대형교회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기자들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 아내는 교회를 열심히 다녀 구약을 다 외운다. 물론,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따지고 드는 언론은 없었습니다. 대선후보의 명백한 거짓말인데, 유야무야 흐지부지 넘어갔습니다.

 

대선후보 시절에 이런 말도 했습니다. 전두환이 그래도 정치는 잘했다. 전두환은 정권 탈취를 위해 광주를 피로 물들인 학살범입니다. 그런 전두환을 두둔하는 말을 했으니 그를 대선후보로 배출한 국힘까지 발칵 뒤집혔지요. 그러나 윤석열은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SNS에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올렸습니다. 국민을 조롱하는 거였죠. 그랬는데도 무사히 넘어갔습니다. 마녀사냥에 특별한 재주가 있는 이리떼 언론도 윤석열 앞에서는 애완견으로 변했습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TV토론회 당시 손바닥 한가운데에 '왕(王)'자를 그려놓은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난 세 차례 TV토론회에서 임금을 뜻하는 한자 '왕'자가 그려진 윤 전 총장의 손바닥을 캡처한 사진이 나돌았다. 지난 1일 MBN 주최로 열린 5차 TV토론회에서 윤 전 총장이 홍준표 의원과의 1대1 주도권 토론에서 손을 흔드는 제스쳐를 하면서 손바닥에 적힌 '왕'자가 선명하게 포착됐다. 윤 후보 측은 후보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지지자들이 토론이 있을 때마다 응원한다는 뜻에서 손바닥에 적어주신 것이라고 밝혔다. 2021.10.2 [MBN 유튜브 캡처. 연합
 

입이 가볍고 혀를 함부로 놀리는 입방정으로 화를 자초하는 걸 ‘설화’라고 합니다. 역사책을 뒤져보면 설화로 목숨을 잃은 사례도 많습니다. 대선후보 윤석열은 입방정으로 여러 번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 사람들이나 하는 거다, 가난한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선택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은 자유의 의미를 모른다... 대선후보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인데도 묻고 따지는 언론은 없었습니다. 상대 후보에겐 티끌만한 빌미만 발견돼도 태산처럼 부풀려 잘근잘근 씹기 좋아하는 언론이 윤석열에겐 참 관대했습니다.

 

거짓말을 하도 많이 해서 그랬을까요. 대선후보 윤석열은 당선 인사에서 이런 약속을 했습니다.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정부의 잘못은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솔직하게 털어놓고 국민 여러분께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국민을 속이지 않는 정직한 정부, 국민 앞에 정직한 대통령 되겠습니다.”

 

그런데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 하고, 오냐 오냐 하니 할애비 수염 뽑고 상투 잡아 흔든다고 합니다. 대통령 윤석열이 그랬습니다. 후보 시절의 못된 버릇은 대통령이 되어서도 여전했으니까요. 거짓말을 해도 언론이 비판하지 않으니 거짓말 면죄부를 받았다고 오판했는지 거짓말의 수위는 점점 높아졌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이든-날리면’입니다. 미국을 방문한 대통령 윤석열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금 행사에 가서 ‘48초 정상회담’을 하고 그 대가로 1억 달러 기부를 약속했습니다. 물론 그 돈은 윤석열의 개인 돈이 아니라 국민 세금입니다. 알현인지 정상회담인지 아리송한 면담을 하고 나오면서 윤석열은 ‘바이든 쪽팔려서’라는, 전 국민에게 듣기 평가를 강요한 비속어 실언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사과는 하지 않았습니다. 언론과 국민에게 사슴을 말이라 하는 지록위마의 거짓을 강요했고, 실언을 최초로 보도한 MBC에겐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감정적인 보복을 했습니다. 기자가 보복을 당하는데도 대다수 언론은 침묵으로 권력의 편을 들어주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를 마친 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이 촉발된 장면. 2022.9.22.연합
 

윤석열의 12·3 계엄, 거짓말 행진의 종착역

 

윤석열의 거짓말 버릇은 점점 고약해졌습니다. 거짓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려 했고, 그 거짓이 들통나면 새로운 거짓을 창조하여 어제의 거짓을 덮으려 했습니다. 윤석열의 말에선 겸손함이나 진지함이나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는 세간의 평가는 윤석열이 실증적으로 보여준 겁니다.

 

김건희 디올백을 예로 들어 볼까요?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사과하면 될 일을 모른 척하는 위장으로 덮으려 했습니다. 함정 취재의 피해자라는 억지 주장으로 판을 뒤집으려 했습니다. 박절하게 대할 수 없어서 그랬다며 감정에 호소하는 변명을 늘어놓았습니다. 종류를 바꿔가며 국민에게 환각제를 투입했지만 먹혀들지 않자 결국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이었다며 사과인 듯 사과 아닌 사과를 했지만, 휘하의 친윤 검찰은 비난의 화살로 맞아 고슴도치가 되는 수모를 당하면서도 김건희에게 면죄부를 발부했습니다.

 

거짓말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윤석열의 습성은 12·3 계엄에서 절정을 이뤘습니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계엄령을 발동한다더니 계엄이 실패하고 탄핵과 감옥행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아스팔트 극우에 매달려 연명하는 비루함을 마다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회는 범죄자 소굴이고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려고 계엄령을 발동했다더니 야당에 경고하기 위해서였다고 말을 바꾸고 그게 먹히지 않으니 다시 국민에게 호소하기 위해서였다고 또 말을 바꿉니다.

 

저 살자고 태연하게 부하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저 살자고 공수처와 경찰, 법원과 헌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자기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다고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과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겐 회유니 공작이니 하는 몹쓸 프레임을 씌우고, 평화로운 계엄이니 계몽령이니 하는 말을 태연하게 입에 올리고, 비상계엄을 발동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뭐가 문제냐고 억지를 부리고... 나라 꼴이 어찌 되든 저 살자고 거짓말을 멈추지 않는 윤석열과 그의 변호인들과 국힘당의 뻔뻔함과 비루함에 구토가 날 지경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사진 왼쪽),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2025.1.23. 연합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서, 유불리에 따라서, 카멜레온처럼 말을 바꾸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는 윤석열을 보면서 많은 국민은 저런 한심한 사람이 내 나라의 대통령이었다니 하는 자괴감에 분통을 터뜨립니다.

 

윤석열은 저 살자는 계엄령 발동으로 나라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국제사회의 망신거리로 전락시켰습니다. 그로 인한 유무형의 피해는 수십 조원을 넘어 숫자로 환산하기 조차 어려운 지경이고, 국민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오래도록 그 비용을 할부로 갚아야 합니다. 언론이 대선후보를 검증하고 권력을 감시하는 제대로 역할을 했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검증하지 않고 감시하지 않은 언론도 내란 수괴 윤석열의 공범입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음으로 양으로 내란 수괴 윤석열을 비호하고 있습니다.

 

사주의 이익을 위해 언론이기를 포기한, 겉은 언론이지만 속은 특정 집단의 선전도구인 무늬만 언론에도 혹독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가 지금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악의 무리와 한패가 되어 국민을 속이고 홀리는 언론, 그들이 나라 망치는 주범입니다.     < 민들레 송요훈 편집위원 >

윤석열 호들갑 때 '대왕고래 사기극' 속이 보였다

● COREA 2025. 2. 8. 02:21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뜬금없이 동해 유전 발표…국민 “위기 모면용”

매장량 과대포장한 ‘액트지오’ 신뢰도 떨어져
산업부 뒤늦게 “정무적인 개입 있었다” 실토

국민의힘 “추가 시추해야” 현실 파악 못 해
천문학적 세금 낭비 이명박 자원개발 판박이
석유 시추는 ‘재생에너지 전환’ 흐름과도 역행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난해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1호 국정브리핑’이라며 호들갑 떨며 발표할 때부터 ‘대국민 사기극’이 예고된 이벤트였다. 발표 자료를 제공했던 액트지오조차도 “모든 건 가능성뿐”이라고 했는데도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전 발견”을 발표하자 대다수 국민은 고개를 갸웃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2024.6.3. 연합
 

뜬금없은 대왕고래 발표는 윤 대통령의 국면 전환용 

 

대통령실과 정부, 국민의힘은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치명적 허점을 외면하고 장밋빛 전망을 홍보하기 바빴다. “최대 140억 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천연가스는 우리나라가 최대 29년 쓸 수 있고, 석유는 4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인 2200조 원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과 야당들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걸 바로 직감했다. 과도하게 부풀려진 내용도 그랬지만 발표 시점도 윤 대통령의 속셈을 뻔히 들여다볼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이런 여론은 ‘동해 석유가스전’ 발표 직후 진행된 ‘여론조사꽃’의 조사 결과에 그대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윤 대통령의 뜬금없은 국정 브리핑에 대해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이벤트”라고 답했다. 야당들의 논평도 국민 여론과 다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율 하락을 고려한 국면 전환용 발표”라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도 “(석유가스전 개발이) 바닥 수준인 지지율을 끌어올릴 호재로 보였나. 순직 채해병 사건을 대하는 윤 대통령을 보고 국민은 이미 윤 대통령을 버렸다”고 질타했다.

 

 동해 석유 가스 매장 예상지역. 연합

 

경제성’ 없는데도 윤 대통령과 정부 과대포장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얼마나 불확실한지는 윤 대통령 발표 자료의 초안을 작성한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한국을 방문해 가졌던 기자회견 발언만 살펴봐도 짐작할 수 있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당시 동해 유전 개발 사업의 맹점을 조목조목 짚는 기사를 썼다. 요지는 석유와 가스가 누적됐으나 경제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브레우 고문은 “(경제성을) 실제로 입증하려면 시추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했다.

 

액트지오가 작성한 자료 자체도 신뢰도가 떨어졌다. 이 회사는 아브레우 고문이 운영하는 ‘1인 기업’이다. 그는 자신의 집을 사무실로 겸용하고 있다. 그는 “(사무실에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카메라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윤 대통령 발표는 실제 시추 결과에 근거한 게 아니라 전문가 한 명이 운영하는 컨설팅기업에서 기존 데이터를 실험적으로 해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정상적인 정부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도 지난 6일 대왕고래 시추 결과를 발표하며 “생각하지 못한 정무적인 영향이 개입된 것”이라고 실토했다.

 

세금 낭비 뻔하데 추가 시추하라는 국민의힘

 

동해 석유가스전은 대왕고래 외에 6개 광구가 더 있다. 하지만 앞으로 시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산업부는 개발 가능성이 아직 살아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왕고래 상업성 없음이 드러나며 석유가스전 추가시추 동력이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산업부는 이번 시추 결과를 바탕으로 보정 작업을 거쳐 오늘 8월쯤 최종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야당이 사업 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정부 예산만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외국 자원개발 기업의 투자를 받는지 여부가 사업의 지속성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힘은 동해 석유가스전 개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SBS 라디오와 인터뷰하며 “지금 한 번 시추했는데 안 됐다는 것 아닌가. 더 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나머지 6개 광구에 대해서 시추탐사 개발 계획을 실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새벽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웨스트 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2025.1.1. 연합

 

석유 시추보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먼저

 

반면 야당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규정하고 ‘원점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석열은 사기극 예산이 깎인 것을 대표적 비상계엄 명분의 하나로 내세웠고 사기극을 명분으로 더 큰 사기극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석유공사가 자본잠식 상태였는데도 민주당 반대를 무릅쓰고 시추를 강행하더니 1000억 원만 날렸다”며 “이 비용이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300개를 넘게 살 수 있는 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6일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정한 연구·검증, 과학적 데이터를 활용한 국민 설득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동해 석유가스전 프로젝트는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개발 사업을 연상하게 한다. 당시 정부는 ‘자원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수익성이 의심되는데도 해외 유전 등을 마구잡이로 사들였다. 그 결과 천문학적 세금이 낭비됐고 박근혜 정부 때는 ‘자원개발’이라는 말 자체가 금기어가 됐다. 이렇게 된 원인은 투명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사업 추진에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기에 ‘석유 시추’가 적합한 사업인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시추에 쓸 돈을 해상풍력이나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에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석유와 가스 등 시대착오적인 화석연료 개발에 매달리지 말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올리는 일에 매진해야 한다.   < 민들레 장박원 기자 >

몰락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윤석열 공통점

국회의원 경험 없이 집권해 계엄 패악질

 

 

2024년 12월 3일, 내란수괴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석열은 계엄선포와 함께 국회에 완전 무장한 특수부대를 대거 출동시켜 국회를 봉쇄하고자 했고,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발표하였다.

 

이승만은 여순반란 당시 계엄을 선포한 이래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4.19 혁명 진압을 위해 계엄을 선포할 때까지 총 일곱 차례나 계엄을 선포하였다. 박정희는 5.16 군사쿠데타 이래 10.26으로 스스로 붕괴될 때까지 18년 장기집권 기간 내내 계엄과 군사통치로 일관했다. 그런가 하면 전두환은 12.12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한 이래 광주학살의 흉악범으로서 가히 계엄 그 자체라 할 정도의 무단 통치자였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숭앙해온 내란수괴 윤석열

 

내란수괴 윤석열은 문자 그대로 “철들고부터” 줄곧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숭앙해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주위 친구들에게 “제2의 이승만이 되고 싶다”고 말해왔고, 검사 시절부터 ‘쿠데타’를 찬양하고 꿈꿔왔다. 12.3 계엄선포 당시의 포고령 1호는 1980년 전두환이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동시에 발표한 포고령 1호를 그대로 베꼈다.

 

윤 대통령은 이승만 미화로 논란이 된 영화 <건국전쟁>이 “이승만 대통령에 관한 진실을 담아낸 작품”이라 상찬하며 참모들에게 시청을 권유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42주기를 맞아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도 있지만, 우리는 이 분의 위업을 기리고 본받아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은 부산 해운대구 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 호남 분들도 그런 이야기를 하는 분이 꽤 있다”고 주장했다.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국회 본청에는 계엄군이 진입했다. 국회의 발 빠른 결의로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그 여파는 컸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수사기관의 수사를 동시에 받는 처지가 됐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는 장면. 2024.12.17. 연합
 

‘대통령병’ 이승만, 이 나라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왜곡시킨 장본인

 

이승만은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스스로 사용한 최초의 한국인이었다. 3.1 운동 이후 수립된 상하이 임시정부는 원래 국무총리 제도였고, 또 다른 임시정부인 한성정부는 집정관 총재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대통령이라는 호칭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이승만은 ‘무단으로’ 대통령이라는 명함을 만들어 사용하였다. 이에 도산 안창호가 이승만에게 그 호칭을 사용하지 말라는 서한을 보냈지만, 이승만은 그 요청을 거부하고 임시정부 대통령으로 군림하였다.

 

한편 해방 이후 유진오 박사가 중심이 되어 작성한 대한민국 헌법 초안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국무총리’가 실권을 쥐고 대통령은 단지 상징적 지위일 뿐인 의원내각제 국가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하지만 초대 대통령으로 내정된 이승만은 반드시 대통령이 강력한 권력을 장악해야 한다면서 한사코 대통령제를 주장하였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의원내각제 위에 대통령제를 덧붙이는 정부 형태로 마무리된 것이 바로 제헌헌법이었다. 이승만은 이후 사사오입 개헌으로 국무총리를 없애버렸다. 이승만이야말로 ‘대통령병’ 환자로,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처음부터 오염시켰다.

 

1958년에 실시된 제4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승만의 자유당은 경찰과 공무원을 총동원하여 부정선거를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10석이 줄어든 126석을 차지한 반면, 47석에 불과했던 야당인 민주당은 79석으로 늘어났다. 민심이반의 반영이었다. 그러자 자유당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대적인 부정선거를 획책하였다. 결국 이 부정선거로 인해 4.19 혁명이 발생하였고 이승만 정권은 종말을 고했다.

 

시종일관 국회 무력화에 집착했지만, 도리어 자멸한 박정희와 전두환

 

박정희는 10월 유신 선포와 함께 국회를 해산하였다. 이후 국회의원 정수의 1/3은 자신의 충복 ‘유정회’로 채우고 오로지 자신의 명을 충실히 받드는 '사쿠라 야당'만을 인정하면서 시종일관 국회를 허수아비로 만들고자 했다. 1978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신체제의 관권선거가 극성을 부렸는데도 야당인 신민당이 32.8%를 얻어 박정희 수하의 민주공화당(31.7%)을 앞섰다. 커다란 위협을 느낀 박정희 정권은 야당 총재인 김영삼을 제명하는 등 본격적인 야당 압살에 나섰다. 하지만 이에 반발하는 부마항쟁이 발생하고 결국 10.26으로 박정희가 피살되면서 박정희 군사독재체제는 몰락하고 말았다.

 

박정희 군사독재의 충실한 계승자 전두환은 5.17 계엄을 선포하면서 ‘국가보위입법회의’를 조직하고 국회를 해산하였으며 주요 정치인들의 정치 활동을 일체 금지했다. 전두환은 야당의 존재 자체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민정당 일당독재 체제 구축을 꾀하였다. 하지만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총선을 불과 20여 일 앞두고 창당한 야당 신민당은 독재자 전두환의 민정당에 사실상 승리를 거두었다. 서울에서 민정당은 27.3%에 그친 반면, 신민당은 43.9%의 득표율을 올렸다. 전두환 정권은 호헌조치를 발표함으로써 대대적으로 탄압에 나섰지만, 전국적인 6월항쟁이 전개되면서 전두환 정권은 몰락했다.

 

국회는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한 존재일 뿐

 

이 지점에서 우리가 여태껏 별로 주목하지 못했던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에 주목한다. 계엄을 선포했던 이들 네 명의 대통령 모두 하나같이 국회의원을 거치지 않고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인물들이라는 점.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그리고 윤석열.

 

국회 경험이 없던 그들에게 국회는 오직 이질적인 적대 집단이었고, 정치적 협상과 교섭 그리고 타협을 중요한 활동 요소로 하는 국회란 거추장스럽고 불필요한 존재일 뿐이었다. 민의의 대표기관이며 현대 대의민주주의의 상징으로서의 국회의 존재의미에 대한 인식은 애당초 부재했다.

 

그들이 선포한 계엄의 제1 목표는 바로 국회를 없애는 것이었다. 극단적인 권위주의로 충만된 이들 독재자들에게 국회는 유일하게 자신에게 계속 도전하는 ‘체제 전복세력’이었다. 그리하여 국회는 반드시 절멸시켜야 할 제1호 척결대상일 뿐이었고, 결국 그들은 모두 계엄에 의한 국회 제압으로 치달았다.

 

윤석열 내란 청산 과정은 한국 민주주의 전진의 커다란 이정표 될 것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계엄선포라는 독재자의 무력적 방식에 저항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독재자들은 총칼로써 무자비하게 민주주의를 짓밟고자 했지만, 이 땅의 민중들은 독재자의 압제에 맞서 4.19 혁명부터 광주민주항쟁, 6월항쟁 그리고 지금의 내란수괴 윤석열의 내란 청산 투쟁에 이르기까지 결코 굴하지 않고 이 나라 민주주의를 수호해왔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이승만과 박정희 그리고 전두환의 반민주적인 독재정치 방식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계엄을 선포하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절멸시키고자 하였다. 이는 이 땅의 민중들이 피땀으로 일궈낸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반란 행위로서 시대착오적이며 명백한 위헌 범죄이다. 이제 내란수괴 윤석열은 파면될 것이고, 그 일당의 내란은 철저히 청산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이 나라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분명하게 전진시킨 민중의 업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

포린 폴리시 "트럼프, 윤 구원할 가능성 없다"


윤 진영 '지속적으로 트럼프 도움 호소
"복음주의 열정을 지닌 트럼프가
헌재의 윤석열 탄핵 물리칠 것 믿어"
'중국 침투' 가짜뉴스로 동병상련 유도

 

"한국의 보수가 트럼프의 구원을 얻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 변호사인 미셸 김이 3일 미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실은 글의 제목이다.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팬들은 워싱턴이 그를 구할 수 있다고 본다"는 부제가 달렸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연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2.1 연합
 

법원 폭동 윤석열 극렬 지지자들

"트럼프, 윤석열을 구원해달라"

 

이 글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의 정당인 국민의힘의 보수 정치인들이 백악관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움'을 간절하게 호소하는 움직임을 조명했다. 이들은 윤석열 극우 지지자의 1·19 서울서부지법 폭동과 2021년 트럼프 극렬 지지자의 1·6 의회 폭동의 유사성에 착안해 트럼프의 동정을 끌어 내려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견해다.

 

그러면서 국힘의 다수 의원이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고 법원 폭동을 저지른 윤의 극렬 지지자들과 결합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윤의 극렬 지지자에 대해 그는 "대체로 나이 든, 확고한 반공 정서를 지닌 복음주의 기독교 국가주의자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상징하는 빨간 야구 모자를 쓰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트럼프 지지자가 들었던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란 팻말과 미국의 성조기까지 흔들면서 "나라를 넘어선 '대안 우파(극우) 동맹"을 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계엄군, 국힘, 한남동 요새 등 윤석열의 힘을 지탱하는 모든 기둥이 무너지자 그의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공격해 그들을 구할 것이란 희망에 집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내용인즉, 트럼프가 어떻게든 야권이 압승한 작년 4·10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조사할 것이고 마침내는 "복음주의적 열정"을 지닌 트럼프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을 물리칠 것으로 믿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극우 유튜버들이 선전해온 허구적 주장들임은 물론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린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윤 대통령이 출석해 있다. 2025.2.4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극우, 복음주의 열정 지닌 트럼프가

헌재의 윤석열 탄핵 물리칠 것 믿어"

 

미셸 김은 "분명히 하건대, 미국 대통령에겐 한국의 민주주의를 뒤엎을 힘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영구 독재를 꿈꿨다가 실패한 친위쿠데타를 필사적으로 되살리고자 '공산주의 중국'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정치적 공작에 착수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윤은 자신의 독재 시도를 중국의 한국 내정 침투에 대한 성공적인 방어로 프레임을 바꾸고, 그렇게 해서 미국의 한국전 참전이 공산주의 전복에 맞선 민주주의적 구세주라는 기억들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이 작년 12월 14일 국회의 탄핵소추 직전 TV 연설에서 계엄령 선포 근거로 중국의 안보 위협 거론한 것이나, 1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손 편지를 통해 중국과 민주당의 '부정선거 공모' 의혹을 제기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풀이했다.

 

냉전 유산, 중국과의 동북공정 관련 역사 논쟁, 미국의 사드 관련 중국의 경제 보복 등에서 비롯된 한국 내의 중국 혐오증에 편승해 윤석열은 총선 참패와 자신의 국정운영 실패의 배후에 "비밀 지휘자"인 중국이 있다는 거짓말을 지어냈다고 김 변호사는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워싱턴D.C. 백악관의 사우스론에 도착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 02. 02 [로이터=연합]
 

"윤 극우 지지자들, 탄핵 반대를

미중 권력 투쟁으로 프레임 전환"

 

그는 "윤석열 지지자들은 이런 극단적 주장을 반중 십자군 전사이자, 선거 음모론의 대변자인 트럼프에게로 집결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그들 대부분이 옹호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의 언어를 빌어 트럼프가 '중국 해체'라는 메시아적 임무를 갖고 있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는다는 '허위 주장'도 퍼뜨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힘 의원들이 이런 음모론을 증폭시키고 있는 게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인 김흥규 교수(정치학)는 "윤의 극우 지지자들은 탄핵 반대를 미중 간 권력 투쟁으로 프레임을 바꿔 대중에게 더 설득력 있게 호소하고 정치 위기를 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런 전환은 그들이 확고한 반중 플랫폼인 트럼프와의 동맹을 구축하고 워싱턴에 윤을 지지해달라는 강한 신호를 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윤석열 '구원' 가능성을 김 변호사는 '없다'고 봤다. 그는 "국민의힘의 집단적 아우성에도 트럼프는 그들을 구하러 가는 데 관심이 없는 것 같다"라고 논평했다. 김 변호사는 취임 이후 트럼프가 윤석열과의 회동과 관련해 "그들이 그에 대한 탄핵을 멈춘다면.."이라고 농담을 던진 사실을 거론한 뒤 "그의 취임식 참석차 (워싱턴에) 날아갔던 보수 의원들에겐 실망스럽게도 한국 내 분쟁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전혀 비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를 주재하고 있다. 2025.2.3 연합
 

"이재명은 국익 우선 실용주의자,

윤석열의 선동적 외교와 대조적"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즈음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외교 기조도 조명했다. 김 변호사는 "중국 동정론자란 부당한 묘사를 털어내고자 이재명은 워싱턴과의 동맹을 확인하고, 무역에 집중된 중국과의 실용주의적 파트너십을 증진하는 쪽으로 외교 기조를 다듬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의 후임 가능성이 큰 이재명은 변덕스러운 트럼프의 통치술을 잘 헤쳐 나갈 준비가 된 적응력 있는 리더로 자신의 포지션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사례로 트럼프 취임 이후 조셉 윤 주한미국 대사 대리와의 만남에서 이 대표가 "새로운 미 행정부의 새 외교정책에 발맞추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최근 트럼프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을 때 트럼프의 대북 외교 접근 용의를 환영했던 점을 들었다.

 

민주당을 포함한 한국의 '리버럴들'(진보세력)의 특징도 소개했다. 그는 "정치적 유산의 뿌리를 190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에 두고 있다"면서 "미국의 패권으로부터 더 독립적이고, 북한에 덜 강경하며,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에 열려있다고 여겨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이런 물려받은 외교적 가치들을 존중하면서도 당파적 원리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트럼프에 더 가까운 실용주의자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윤석열의 대중 선동적인 외교와는 완전히 대조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촛불행동은 20일 '내란 선동, 폭동 주도 전광훈을 구속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5.01.20. 사진 이호 작가
 

"트럼프, 윤석열 구원할 가능성 없다"

"더 나은 협력자, 윤석열 아닌 이재명"

 

김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 극우의 간절한 호소에도 트럼프가 윤석열 구원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뭣보다 트럼프의 한국 정쟁 개입은 "되돌릴 수 없는 지정학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 문제를 다룰 때 '원칙 있는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에 입각해 가치와 동맹을 제거하고 노골적인 거래적 접근을 통해 미 국익을 챙기는 게 트럼프다. 김 변호사는 "트럼프는 이념적 우려엔 냉정한 채 한국의 정치 위기를 동북아에서 한국을 미국 주도 동맹의 핵심으로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거래적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흥규 교수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트럼프는 윤석열 편에 서서 추가적 혼란과 분쟁을 부추겨 중증 장애 상태의 한국이 되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것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에 동북아를 책임지라고 권한을 내주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정치적 패배자를 싫어하는 트럼프는 "정치적 합법성을 부여받은 새로운 한국 행정부와 거래할 때를 기다릴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예상했다.

 

김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결국 트럼프에게 더 나은 협력자는 윤석열이 아니라, 아마도 이재명이 될 것이다. 전혀 다른 정치적 가치를 품은 채 서로 경쟁하는 현실주의자들이 마침내 놀라운 지전략적 파트너십(geostrategic partnership)을 구축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