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라라고 구상'은 '제2 플라자 합의'
천문학적 무역·재정적자를 동맹국에 덤터기

안보지원조차 돈으로 환산, 사실상의 협박
G5 경제사정 약해지며 한국때리기로 선회

 

1985년 서방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들이 모여 '플라자 합의'를 결정한 뉴욕의 플라자 호텔. 아사히신문 9월 22일

 

22일은 1985년의 ‘플라자 합의’ 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는 그날을 일본 언론들은 잊지 않았다. 40년 전 그날 뉴욕 센트럴 파크를 내려다보는 플라자 호텔에 모인 G5(미국, 일본, 독일[서독], 프랑스, 영국 등 서방 주요 5개국) 재무장관들은 당시 강세였던 미국 달러 시세를 끌어내리기 위해 일본 등 나머지 나라들이 보유 달러를 팔고 자국 통화를 사들이는 환율 조작 국제협조에 합의했다. 주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고 있던 일본과 독일을 겨냥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천문학적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플라자 합의 뒤 일본은 5%였던 정책금리를 2%(1987년 2월)까지 내렸다. 이처럼 G5가 동시에 달러 풀기 환율 개입에 나선 뒤 3개월만인 1985년 말 1달러=240엔대였던 엔 시세가 200엔대로 뛰었고, 그 다음해 중반에는 150엔대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엔 시세는 플라자 합의 뒤 단기간에 2배 이상으로 뛰어 올랐다. 그럼에도 일본의 수출이 당장 급감한 건 아니었지만 급속도의 엔 강세로 인한 자금 경색과 내수 부진을 풀기 위해 일본 정부는 금리를 대폭 내렸다. 아베 신조 정권 때의 마이너스 금리까지 이어지는 그 금융(양적)완화는 투기 과열, 거품 경제로 귀결됐다. 1990년대 초에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의 기나긴 불황터널로 빨려들어 갔다.

 

플라자 합의 뒤 미국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 시세의 변화 추이. 1970년 1달러=350엔이었던 엔 시세는 1985년 플라자 합의(검은 점선) 직후 급등하기 시작해 1달러=100엔 가까운 강세를 유지했다.. 아사히신문 9월 22일

 

미국이 기획한 그 플라자 합의의 성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미국이 다급했던 ‘쌍둥이 적자’를 줄이는데는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 미국은 일단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미국이 저질러 놓은 금융, 경제정책 미스로 미국경제가 떠안게 된 짐을 다른 주요국들에게 전가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스티븐 미런 FRB 신임 이사.  KSAT.com

 

트럼프의 제2 플라자 합의 ‘마라라고 구상’

 

그 40년 뒤인 지금, 미국은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2024년도 미국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치인 9184억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도 7월 한 달의 무역적자가 783억 달러로 6월보다 32.5%(192억 달러) 늘었다. 2024년 재정적자는 약 1조 8300억 달러였고, 2025 회계연도에는 더 늘어 누적 적자가 22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재정적자에 대한 이자로 나가는 돈만 연간 1조 달러가 넘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로 들어간 그의 책사 스티븐 미런 당시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율과 채권, 안보, 무역(관세)정책을 패키지로 한 대책을 입안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애미 마라라고 저택에서 조정된 그 대책은 ‘마라라고 구상’으로 알려졌다. ‘제2의 플라자 합의’로도 알려진 마라라고 구상은 제1 플라자 합의 때와 비슷한 문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짜낸 방안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19일 워싱턴 D.C. 백악관 타원형 사무실에서 골드 카드 비자에 대한 서명된 행정 명령을 보여주고 있다. 2025.9.19. 로이터 연합

 

관세협상 아닌 사실상의 협박, 한국도 주요대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40년 전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긴 해도 지금은 미국과 세계의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마라라고 구상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래선지 지금 트럼프 정권은 특히 4가지 요소 중에서 관세와 안보를 무기 삼아 동맹국들을 협상이 아니라 사실상 협박하면서 자신들 요구를 수용하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그 주요 협박 대상에 한국이 포함돼 있다는 것도 40년 전과는 다른 점이다. 없었거나 거의 없었던 관세를 15% 이상은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미국 상품을 대량 구입하고 5500억 달러, 3500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돈을 미국정부 처분에 맡기라는 트럼프 정권은 그것을 협상이라고 부른다. 특이하게도 제1 플라자 합의가 주로 일본을 겨냥한 것이었다면 제2 플라자 합의는 한일 두 나라를 한묶음으로 엮어 겨냥하고 있다. 어쨌든 제1 플라자 합의 40년 뒤 한국이 협조든 협박이든 미국이 자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끌어들여야 하는 G5, G7급 주요 대상국이 돼 있는 현실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1985년 9월 22일 뉴욕 플라자 호텔에 모인 서방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들. 중앙이 제임스 베이커 미국 재무장관, 맨 오른쪽이 다케시타 노보루 일본 대장상.  나무위키

 

40여년 전 미국서 유행한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

 

40년 전은 동서 냉전시기였고, 서방의 G5나 G7의 경제력도 압도적이어서 협상을 통한 상호양보와 결속이 가능한 시기였다. 그때도 미국은 환율과 관세를 만지작거리면서 여차하면 보호무역주의 관세전쟁을 벌이겠다는 강경책을 검토하고 있었다. 서방 동맹국들이 당시 플라자 합의에 동의한 것은 언제 터져나올지 모를 미국의 그런 폭주를 사전에 막기 위한 바람 구멍 내지 가스 빼내기 차원의 협조였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해서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당시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이 고안해낸 방식은 달러 시세(가치)를 상대적으로 낮춰 미국 수출과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것이었다. 플라자 합의 전인 1980년대 상반기에 미국에선 인플레(물가 상승)가 진행 중이었다. 이를 억누르기 위해 당시 폴 볼커 FRB 의장은 금리 인상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가 달러 강세였다.

 

지난 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민주당 집권 연장에 실패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도 물가고(인플레)였다. 고용이나 성장 등의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았으나 뛰는 물가 때문에 바이든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유권자들 평가는 좋지 않았고, 트럼프 쪽은 그것을 파고들었다. 재집권 뒤 트럼프가 인플레를 걱정하는 제롬 파월 FRB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줄기차게 압박하는 것은 인플레 위험에도 불구하고 40년 전 로널드 레이건 정권이 플라자 합의를 기획했던 것과 같은 이유, 즉 미국 제조업 부활과 수출 증대를 위해서다.

 

달러 강세 기조를 바꾸려면 미국은 금리를 내리고 일본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 당시 일본은 GDP(국내총생산)이 세계 전체GDP의 10%가 넘을 정도로 잘 나가던 나라였다. 일본 자동차와 가전제품, 반도체가 세계를 휩쓸었다. 미국 대외 무역적자의 30%를 일본이 차지하고 있었다. 에즈라 보걸의 책 이름인 ‘재팬 애즈 넘버원’(세계 최고 일본)이란 말이 유행했다.

 

그런 시기에 G5가 미국의 플라자 합의 구상에 협조했다고 하지만 일본이 순순히 따랐던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일본에 비관세장벽을 없애라며 미국산 수입할당제 같은 것을 노골적으로 압박했고, 미국 시민들이 도요타나 닛산 자동차를 길거리에 세워 놓고 두들겨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인종차별적 성격까지 밴 ‘재팬 배싱’(Japan bashing. 일본 때리기)이 미국사회를 풍미했다.

 

더 거칠어진 지금의 ‘한국 때리기’(Korea Bashing)

 

그 40년 뒤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미국의 그런 강압적인 행태는 한층 더 강도가 세졌다. 조지아 주 서배너 인근의 현대-LG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한국인 기술자 3백여 명을 군사작전 벌이듯 기습해 폭력적으로 체포 구금한 사태가 그것을 상징한다.

 

40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일본의 가전과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제조업과 첨단산업을 겨냥했던 미국의 압박은 그 상당부분을 대체한 한국과 중국 쪽을 향하고 있고, ‘주적’으로 설정한 중국보다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압박과 ‘무례’가 훨씬 더 모욕적이고 노골적이다. 40년 전의 ‘일본 때리기’와 같은 ‘한국 때리기’(Korea Bashing)라고 할까.

 

달랐던 일본과 독일의 대응

 

제1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기업들은 가격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산거점을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이전했다. 그 결과 일본 국내산업이 공동화하는 바람에, ‘아베노믹스’로 금리를 낮춰 무제한 돈을 풀었지만 수출은 별로 늘지 않았다. GDP의 250%가 넘는 재정적자와 엔 약세 속에 임금과 소비는 수십년 간 제자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물가가 치솟아 실질임금은 내려갔다.

 

독일의 경우 플라자 합의 뒤 마르크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에 불리해지자 공동통화 유로를 창설해 역내 환율을 안정시키고, 자동차와 의약품을 비롯한 부가가치 높은 제품들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쪽으로 대응했다. 앙겔라 메르켈 정권 때 그렇게 해서 일본식 ‘잃어버린 세월’을 피해갔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폭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 마라라고 리조트 내의 트럼프 별장.  나무위키

 

실현 가능성 없는 제2 플라자 합의

 

일본 미즈호은행의 가라카마 다이스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1 플라자 합의와 달리 제2 플라자 합의, 즉 마라라고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면서 3가지 요소를 그 이유로 들었다.

첫째, 외환시장 하루 거래량이 4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10배 이상) 정부나 중앙은행이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는 당시의 서방 G5와 같은 국제적인 협력체제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의 협조체제에 지극히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그것을 파괴하고 있다. 40년 전에 미국은 자신이 저지른 정책 미스 때문에 생긴 짐을 서방의 다른 동맹국들에 떠넘겼지만, 한편으로는 냉전의 한 축을 이끌었던 중심국으로서 휘하 서방 주요국들의 이익도 일정부분 보장해 주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냉전이 끝난 지 오래인 지금 미국 제일주의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트럼프 정권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동맹국의 안보 지원조차 돈으로 환산되는 분명한 대가를 요구하면서,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찾기에 여념이 없는 트럼프에겐 전통적인 동맹전략의 개념조차 없어 보인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주요국들의 경제사정도 좋지 않다.

 

세 번째는 일본경제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아사히> 4월 23일)한때 세계 GDP의 15%까지 차지했던 일본의 GDP는 지금은 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트럼프 정권의 마라라고 구상이 한국과 일본을 한묶음으로 엮어 관세 및 투자 공세를 펼치고 있는 듯 보이는 것도 이런 일본의 약체화를 반영하고 있지 않을까. 달리 말하면 한국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미국과 유럽, 일본의 상대적 쇠퇴는 그들이 거의 독점적으로 분점해 왔던 글로벌 차원의 부(생산)가 한때 그들의 지배를 받고 수탈을 당했던 그 나머지 국가들의 성장과 함께 분산되면서 G5 등으로 불렸던 그들의 몫이 상대적, 절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 미국 등 서방 부국들은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자국 기업들을 개도국, 신흥국에 재배치함으로써 손실분을 만회했으나, 더는 자본주의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는 뉴프런티어(새 개척지)를 찾을 수 없는 행성적 한계에 봉착하지 않았을까. 트럼피즘의 MAGA는 그 한계를 일국 차원에서 돌파하려는 가망없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 한승동 기자 >

 

이단 전문가 탁지일 교수 분석…고 탁명환 장남
"통일교 세 분파로 갈라져 후계 다툼 이미 심각"

한학자, 죽은 장남 소생 문신출·문신흥 후계자로
지난 4월 천원궁 입궁식에서 '천애축승자' 지명

"아들 문현진·문형진 쪽에서 내부 폭로 가능성"
'왕자의 난' 더해 친모까지 '사탄의 핏줄' 공격

"캄보디아 청탁, 아들 의식해 기존 기반 굳히기"
윤영호, 과거 2인자 곽정환·박보희와 달리 '배신'

신도 11만 명 국힘 입당?…"숫자 부풀리기 의심"
"합동결혼식 등 개인정보 도용해 등록했을 수도"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9.22. 연합
 

'정교유착 국정농단' 사건으로 전격 구속된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등 각종 청탁을 한 건 통일교 내부의 심각한 후계 다툼이 얽힌 '친아들 견제용' 차원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 총재가 특검팀 소환 조사를 받는 와중에도 '독생녀'임을 내세운 건 자신을 종교적 순교자로 포장하려는 철저한 내부 결속용 메시지라는 관측도 전문가에 의해 제기됐다.

 

탁지일 부산장신대학교 교수는 2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전화 인터뷰에서 이 같은 요지로 말했다. 탁 교수는 1970년 '신흥종교문제연구소' 설립을 전후해 이단·사이비 종교 연구와 고발에 주력하다 1994년 테러를 당해 숨졌던 탁명환 씨의 장남으로 선친의 유업을 계승해 이단 전문 매체인 월간 '현대종교' 이사장 겸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현대종교' 대표 겸 발행인은 탁명환 씨의 차남인 탁지원 현대종교 소장이 맡고 있다.

 

탁지일 교수는 이날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구속으로 통일교 내부에 변화가 있겠느냐'고 묻자 "내부적으로는 혼란스럽겠지만 당분간은 건재할 것"이라며 "역사적으로 교주가 구속되거나 사망했다고 해서 문을 닫은 신흥종교는 여태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어 "이미 세 분파로 갈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와해보다는 장기적으로 다른 조직과 통폐합 혹은 흡수 쪽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면서 "지난 4월에 한학자 첫 아들의 손자인 문신출·문신흥을 공식 후계자로 지명했다. 당분간은 위기 관리를 해나갈 것"이라고 봤다.

 

지난 4월 13일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통일교 성지 천원궁 천일성전에서 한학자 총재와 그 손자 문신출(왼쪽)·문신흥 선교사 형제 부부가 입궁식을 치르고 있다. 천원궁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난 4월 13일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통일교 성지 천원궁 천일성전에서 문신출(왼쪽)·문신흥 선교사 형제 부부가 ‘천애축승식’을 마친 뒤 한학자 총재와 억만세 삼창을 하고 있다. 천원궁 홈페이지 영상 갈무리

 

'현대종교' 관련 기사와 다른 자료들에 따르면 지난 4월 13일 통일교의 성지이자 한학자 총재의 거점인 경기도 가평 천원궁 천일성전(天一聖殿)에서 뉴트 깅그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을 비롯한 내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입궁식이 열렸고, 여기서 한 총재는 손자인 문신출(1999년생), 문신흥(2001년생) 형제를 공식적인 후계자로 지명하며 '3세 시대' 개막을 선포했다. 두 사람은 2008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한 총재의 장남 문효진의 후처 소생으로 선문대학교 신학과 졸업 후 선교사로 일하다 이날 입궁식을 통해 '천애축승자(天愛祝承者·하늘의 사랑과 축복을 받은 후계자)'로 등극했다고 한다.

 

탁 교수는 "아베 사건(2022년 7월 일어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살 사건), 그리고 이번 불법적인 정치자금 로비를 전후해서 통일교 내부로부터의 폭로가 있기는 하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른 쪽, 아들 문현진이나 문형진 쪽에서 좀 더 영향력을 확대해 나아가기 위한 내부 고발이나 폭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통일교 신도들은 옳고 그름보다는 순종과 불순종의 잣대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한학자는 단순한 종교 리더가 아니라 2000년대 이후부터는 하나님이고 신"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폭로할 가능성은 굉장히 적다"고 했다.

 

일반 신도들이 아닌 한학자 총재의 아들들이 '후계 전쟁' 차원에서 한 총재를 배제하기 위한 폭로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문선명-한학자 총재의 장남(효진), 차남(흥진), 6남(영진)이 잇따라 사망한 뒤 생존자 가운데 맏아들이자 곽정환 전 통일교 세계회장을 장인으로 둔 3남 문현진(1969년생) 씨가 한때 후계자로 지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진 씨는 통일교세계재단(UCI)과 글로벌피스재단(GPF)을 이끌고 있다. UCI는 서울 여의도 파크원 빌딩을 비롯해 반포 센트럴시티,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 등 수조 원대 지분을 소유하고 있거나 매각했다.

 

또 다른 상속자로 부상한 7남 문형진(1979년생) 씨는 2008년 세계회장에 취임한 뒤 현진 씨를 상대로 UCI 반환 소송을 미국 법원에 내는 등 이른바 '왕자의 난'을 벌였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세계평화통일성전(생춰리교회)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형진 씨는 심지어 생모인 한학자 총재를 향해 '사탄의 핏줄' '아버지 문선명을 죽음으로 이끈 바벨론의 음녀'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등 형제와 모자 사이에 치열한 골육상쟁이 이어져 왔다.

 

문현진 글로벌피스재단 창설자 겸 세계의장이 29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우간다 수도 캄팔라시 콜로로 독립 광장에서 글로벌피스재단(GPF)과 우간다 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초종교 패밀리 페스티벌에서 강연하고 있다. 2024.6.30. 연합
문형진 생춰리교회 목사는 201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신도 6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AR-15 반자동 소총을 들고 합동결혼식을 주재해 논란을 빚었다. 문형진 목사 페이스북

 

탁 교수는 "한학자는 외부적인 특검보다 내부적인 후계 다툼이 더 심각한 문제다. 셋으로 나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학자의 통일교, 셋째 아들인 문현진의 글로벌피스파운데이션, 막내아들인 문형진의 미국 펜실베이니아 생추어리처치"라며 "막내 문형진은 유튜브를 통해 교리적으로 친엄마에 대한 거의 저주식의 공격을 하고 있다. 셋째 문현진은 대단히 큰 NGO(비정부기구) 조직을 가지고 각종 소송에서 이기고 여의도 파크원 건물처럼 상징적인 통일교를 계속 확장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한학자에게는 내부적인 결속력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 특검에 출석했을 때 난데없이 '독생녀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해서 언론들도 굉장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느냐"면서 "저는 이게 검찰이나 언론용이 아니라고 본다. 이건 철저하게 내부용이다. 자기를 종교적인 순교자로 포장하려고 하는 내부 결속용 메시지"라고 확신했다. 또 "어제 나온 한학자 소위 참어머니 말씀을 보면 예수님이 붙잡히기 전의 상황을 자기하고 일치시킨다"며 "그리고 남편인 문선명이 1984년 미국에서 탈세 혐의로 구속됐다. 영웅처럼 들어가고 영웅처럼 나오고 순교자가 됐다. 그 사례를 가지고 자신에게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교가 윤석열에게 캄보디아 사업 청탁을 한 데 대해서는 "통일교의 종교적인 목표는 문선명과 한학자가 왕이 되는 통일교 지상천국이다. 그걸 위해서 사회, 문화, 언론, 경제 모든 것에 대한 영향력을 확장한다. 캄보디아와 라오스는 인도차이나에서 통일교 영향력이 기존에 있던 곳"이라며 "종교적인 포교가 아니라 사회 문화 개발사업 형태로 활동을 한다. 그걸 통해 정관계 네트워크를 넓히다 보니까 글로벌피스파운데이션을 운영하는 문현진 의장이 아프리카, 남미, 중앙아시아 곳곳에 확장을 하고 있다. 한학자 측은 문현진 측하고 소송이 지속되고 있어서 기존 기반이 든든한 인도차이나에 대한 집중적인 굳히기에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곽정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전 세계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격 사망사건 관련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7.19. 연합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이 한 총재에 대한 특검 수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을 두고 탁 교수는 "굉장히 독특한 상황이다. 문선명 시기에는 통일교 2인자들이 그런 적이 없었다"면서 "문선명 사망 이후 곽정환이나 박보희 등 2인자들의 변화가 감지되긴 했는데, 바로 직계 '넘버2'가 이처럼 배신을 한 적은 없었다"고 짚었다. 곽정환 전 통일교 세계회장과 박보희 전 세계일보 사장은 문선명 총재의 왼팔과 오른팔로 일컬어질 만큼 통일교 교단 내 막강한 실력자였다. 곽 전 회장은 문현진 UCI 회장의 장인이기도 하다.

 

탁 교수는 과거 2인자들과 달리 윤영호 전 본부장은 자신이 팽(烹) 당할 것을 예감하고 선수를 친 것이라는 취지로 분석했다. 그는 "아마 한학자 측에서는 안팎의 문제들 속에서 '꼬리 끊기'를 원했을 거고, 윤영호로서도 그런 감을 잡았던 것 같다"며 "통일교에서는 윤영호와 같은 2인자의 권력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한학자가 없는 통일교는 있을 수도 없고 한학자의 권력을 대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한학자가 살아야 통일교가 살기 때문에 그 외 2인자든 3인자든 간에 통일교를 위해서 꼬리 끊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통일교 신도 11만여 명이 국민의힘에 무더기 입당한 사실을 특검 측이 파악했다는 보도에 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탁 교수는 "수십만 명이다, 11만 명이다 하는 숫자에 대해서는 그 출처가 어딘지 저도 궁금하다. 통일교에서 공식적인 (신도) 숫자를 언급했던 건 문선명 사망 1년 전, 2011년에 후계자로 지명됐던 문형진이 언급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며 "그때 자기들 (신도) 숫자가 1970년대에는 1만 6000명, 2005년에는 1만 1000명, 그리고 2010년 현재 1만 9000명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근데 일본에서 결혼이민 해 온 일본인 신도도 있고 미성년도 있기 때문에 사실 숫자는 그보다 적을 거다. 게다가 아베 사건 이후 2022년 8월 MBC 상암동 사옥 앞이나 광화문에서 시위를 했는데 그 중요한 시점에 동원된 총인원이 3000명 내외였다"며 "그래서 이 숫자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예전에 합동결혼식이나 통일교 행사에 금품을 제공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동원하거나 개인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특검에서는 단지 명단이 겹친다고 숫자를 특정하기보다는 전수조사할 필요가 있다. (통일교 측이) 개인정보를 도용해 (국민의힘 당원으로) 등록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대한 '통일교 집단 입당' 의혹과 관련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사에 도착한 특검팀이 영장을 들고 당사에 진입하기 위해 승강기에 오르고 있다. 2025.9.18. 연합
 

그러나 통일교의 지역별 교단을 이끄는 지구장들이 대선 바로 다음날인 2022년 3월 10일 한 총재에게 올린 '참부모님 서신보고' 문건에는 "참어머님께서 진두 지휘해주셨기에 하늘이 축복한 후보 당선"이라는 대목과 함께 "20만 축복 조직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대선 결과 0.8% 차 보며 깨우쳤다"고 적혀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윤석열, 민주당 이재명 후보 간 표 차는 24만여 표로 득표율로는 0.73%p 차이였다. 그래서 통일교 조직 규모가 20만 명은 되는 게 아니냐는 추정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서도 탁 교수는 "제가 가지고 있는 정확한 통일교 핵심 고위관리로부터의 소스는 아까 말씀드렸던 문형진이고, 통일교가 그간 미국, 일본,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구성원 숫자 부풀리기가 여전히 많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한학자에게 보고하는 워딩 그대로 이해하기보다는 호기(豪氣), 자화자찬식 부풀리기도 있지 않을까 (의심할 필요가 있다). 특검이 대조한 11만 명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의혹을 푸는 것이 가장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갖고 있는 통일교 내부의 공식적인 숫자를 고려했을 때 도저히 그 행간이 채워지질 않는다"고 강조했다.

 

탁 교수는 지난달 28일 <통일교, 워터게이트 데자뷔>라는 제목의 국민일보 기고문을 통해 "통일교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권 로비는 어쩌면 숙명과 같다. 최근 이슈로 등장한 통일교의 불법적인 정치권 로비는 '일회적 일탈'이 아니라 '태생적 한계'로 볼 수 있다"며 "미국 공화당, 일본 자민당, 한국 보수정치권에 반세기에 걸쳐 꾸준히 자금 지원을 시도해 왔다. 정치권 내 통일교 장학생이 과연 현재까지 이름이 거명된 몇 사람이 전부라고 믿는 이는 거의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탄핵 직전 사임한 닉슨 대통령과의 정치적 관계로 인해 미국 통일교가 쇠락한 것처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함께 시작된 통일교의 불법적 정치권 로비로 인해 통일교는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 프레이저위원회와 유사한 특검의 조사가 통일교 핵심을 향하고 있다"며 "아베 신조 전 총리 피격 살해사건으로 인해 통일교의 자금줄인 일본 통일교 법인이 취소된 위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학자의 통일교는 국내에서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안으로는 한학자와 친아들 간의 후계 다툼과 혼란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내우외환의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 김호경 기자 >

 

'독생자' 예수와 짝을 이루는 여성 메시아 주장
"나는 초종교적 지도자"…영장심사에선 안 통해
윤석열 정권과 '정교일치 국정농단' 벌인 교주

특검팀 소환 3차례나 불응해 '증거인멸' 자충수
통일교 "법원 판단 겸허히 수용…국민께 사과"
'2인자'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은 구속 면해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9.22 [공동취재] 연합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통일교 각종 현안을 청탁하며 '정교일치 국정농단'을 벌인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3일 구속됐다. 올해 83세인 한 총재가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구속된 건 2012년 9월 단독으로 통일교 총재직에 오른 이래 처음이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1시 30분부터 한 총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약 5시간 동안 진행한 뒤 오후 6시 30분쯤 마치고 장고를 이어가다 이날 새벽 3시 20분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총재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소환 통보에 3차례나 연속 불응하다가 공범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되고 나서야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행태가 '증거인멸 우려'의 자충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건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18일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 교사 등 4가지 혐의로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사업 지원을 요청하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에게 6000만 원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있다. 김건희에게 건넬 목걸이와 가방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한 혐의(업무상 횡령),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 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도 받는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통일교 측이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려 윤석열 부부에게 접근해 현안을 청탁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가 종료된 가운데 18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본부 일대가 적막하다. 2025.9.18. 연합
 

한 총재는 자신이 6000년 만에 태어난 하나님의 유일한 직계혈통 딸이자 '독생자' 예수와 짝을 이루는 전 세계 하나뿐인 여성 메시아로서 '독생녀'라고 자칭해왔다. '인류의 참부모인 홀리마더'라고도 한다. 그래서 지난 17일 특검팀에 첫 출석했을 때도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나는 독생녀" "참어머님"이라며 조사 시간 대부분을 수사팀에게 통일교 교리를 설파하는 데 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나는 초종교적 지도자이고 세상에 평화를 전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며 "소련의 크렘린궁에서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하늘의 섭리를 강연하고, 북한의 김일성과도 만났다. 캄보디아의 훈 센 전 총리도 만나 교리를 설파했고, 세네갈 대통령이 내 가르침을 받아들여 '아들'이 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를 잘 모른다"고 강조했지만 판사에겐 통하지 않았다.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은 구속을 면했다. 정재욱 부장판사는 ▲한 총재와의 공범인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 등에 다툴 여지가 있으며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특검팀이 청구한 정 전 비서실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정 전 실장은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으로 교단 2인자이자 한 총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 총재의 영장 범죄사실에 적시된 대부분 혐의의 공범으로 언급돼 있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 교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 김호경 기자 >

커크 암살 신호탄으로 본격화하는 미국식 파시즘

● WORLD 2025. 9. 23. 12:0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증오의 정치학 - 비극을 이용하는 극우의 선동
언론 장악 시도와 비상사태 선포 가능성까지

좌파 척결 선포와 '안티파' 테러단체 지정 시도
국경을 넘는 극우 연대와 국제적 반동의 흐름

저항 구심점이 되기 힘든 미국 민주당의 문제
놀라운 유사성 보이는 윤석열과 트럼프 행보

 

월트 디즈니가 소유한 ABC 방송이 트럼프 정부의 위협으로 인해 '지미 키멜 라이브' 방송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인 2025년 9월 18일 시민들이 뉴욕 월트 디즈니 본사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
 

최근 벌어진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의 범인으로 붙잡힌 타일러 로빈슨의 정치적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연방 수사 당국은 로빈슨과 좌파 단체와의 연계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고, 불분명하고 어지러운 정보들 속에서 '정치적 반대자라기보다는 개인적 불만에 따른 독자적 행동으로 보인다'는 평가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처럼 진실은 아직 저 너머에 있지만, 이미 거대한 정치적 폭풍이 미국을 휩쓸기 시작했다. 트럼프와 미국 극우 세력은 진실이 규명되기도 전에 '급진 좌파의 테러'라는 낙인을 찍었다. 그들에게 증거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부합하는 '서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진 좌파의 증오에 찬 수사가 결국 이런 끔찍한 테러를 낳았다"고 선언하며, 이 비극을 정치적 무기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극우 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들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좌파'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극우 선동가 스티브 배넌은 "이 악마들을 감옥에 가두거나 국외로 몰아내는 것이지 중간 지점은 없다"고 선언했다. 억만장자 극우 인사인 일론 머스크는 "선택은 싸우거나 죽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커크의 죽음은 슬퍼할 비극이 아니라,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공고히 할 절호의 기회가 됐다. 영국 <가디언>은 이 상황을 "우리 시대의 제국의회 방화 사건이 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이라고 경고한다. 1933년 독일 제국의회 방화 사건이 히틀러와 나치에게 정적을 탄압하고 독재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던 것을 지적하는 것이다. 

 

찰리 커크의 죽음을 이용해 '좌파 척결'을 선포한 트럼프 - 관련 방송 갈무리 

 

지금의 반응과 대응은 수년간 미국의 극우 진영이 공들여 구축해 온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그들은 사회적 갈등이나 비극이 발생할 때마다,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고 정적을 악마화하는 데 활용해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의 선동에 올라타서, 지금 상황을 '미국을 파괴하는 좌파 세력과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전면적 탄압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는 "이 잔혹한 행위에 이바지한 모든 이들, 그리고 그들을 지원하는 조직까지 하나하나 찾아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며 자신들의 권력 기반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트럼프 재집권 전에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이 주도해 준비한 '프로젝트 2025'의 본격적 실행을 위한 완벽한 명분이 되었다.

 

'프로젝트 2025'는 단순히 공화당 행정부의 정책 제안서가 아니었다. 대통령에게 연방 정부의 모든 권력을 집중시키고, 독립적인 사법부와 행정기관을 무력화하며, 비판적인 언론을 통제하고 말살하려는 치밀하게 설계된 권위주의적 전체주의 체제를 위한 청사진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번째 칼날은 언론을 향하고 있다.

 

ABC 방송의 심야 토크쇼 진행자 지미 키멀이 커크의 죽음에 대한 트럼프의 잘못된 대응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해당 방송이 무기한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트럼프는 "나에게 나쁜 보도만 하는 방송사들의 면허를 취소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고, 이는 단순한 협박이 아니다. '프로젝트 2025'에는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장악하여 비판적인 언론사에 대한 보복과 장악을 실현할 구체적인 계획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공화당은 의회에서 '찰리 커크 추모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그의 기일을 '미국 애국자의 날'이라는 국경일로 지정했다. 이는 커크를 국가적 순교자로 신격화하고, 그에 대한 모든 비판을 '반애국적 행위'로 규정하려는 시도다. 백악관에서는 앞으로 상황 전개에 따라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까지 공공연히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행정부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여 의회의 견제 없이 군대를 동원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조치다. 이것은 행정부를 대통령에게 충성하는 이들로만 채워서 법무부, FBI 등 권력 기관들을 완전히 사유화하려는 계획과도 연결돼 있다. 또한, 국내 법 집행에 군대 동원을 가능하게 하는 '반란법'의 적극적인 활용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비판 이후 방송이 무기한 중단된 지미 키멀 쇼

 

이미 트럼프는 재집권 이후부터 이민자 단속, 시위 진압 등의 명분으로 경찰력뿐 아니라 군대까지 동원해왔다. 지난 8월부터 LA와 워싱턴 DC에 1만 명 이상의 주방위군을 투입해 '이민자와 범죄 단속' 명분으로 사용했다. 멤피스와 시카고에서도 "거리의 군사화"가 진행 중이다. 연방 판사는 이것이 "국내 법 집행에 군 사용 금지 원칙 위반"이라고 판결했으나, 트럼프는 아랑곳이 없다.

 

커크 암살 사건을 계기로 '좌파 척결'이라는 명분 아래, 이러한 군사력의 국내 투입이 더욱 노골화되고 정당화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안티파(Antifa)'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려는 시도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번 찰리 커트 암살과 '안티파'가 연결돼 있다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고 있지만, 트럼프에게는 그것도 역시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사실 '안티파'는 명확한 조직이나 지도부 없이, 파시즘에 반대하는 다양한 개인과 그룹을 아우르는 추상적 개념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는 그러한 추상성과 모호함을 이용해서 반대파 전체를 폭력 집단으로 매도하고, 정부에 비판적인 모든 활동을 '테러'로 규정하여 탄압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더구나 찰리 커크 암살 사건의 파장은 미국 국경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은 전 세계 극우 세력에게 자신들의 이데올로기적 투쟁을 위한 강력한 근거를 제공하며, 국제적 결집과 연대의 중요한 기회가 되고 있다.

 

헝가리의 극우 독재자 빅토르 오르반, 영국의 극우 인종주의 정치인 나이절 패라지, 프랑스의 신나치 마린 르펜 등 유럽의 극우 지도자들은 찰리 커크를 애도하면서 '서구 문명을 위협하는 좌파의 폭력성'을 규탄했다. 이는 각국에서 이민자, 소수자, 급진좌파 등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계산된 행동이다.

 

실제로 영국 런던에서는 최근 사상 최대 규모인 10만 명 이상의 극우 시위대가 결집해서 행진하며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러한 국제적 극우의 결집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어게인', '스탑 더 스틸'을 외치며 재기를 노리던 한국 극우 세력은 트럼프의 방식을 모방하여 찰리 커크를 추모하면서 반격과 결집의 기회로 삼고 있다.

 

결국 커크 암살 사건은 미국을 넘어서 전 세계적인 민주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문제는 갈수록 극우적 반동의 길로 치닫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를 막아 세울 힘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특히, 미국 민주당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저항의 구심점이 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는 34%에 불과했다.

 

무당층의 지지율은 27%까지 떨어졌다. 민주당이 미국 시민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민주당 지도부는 트럼프의 권위주의적 폭주에 대해 원론적 비판을 내놓고 있지만, 대중의 분노를 조직하고 실질적 저항을 이끌어내는 데 실패하고 있다. 그들의 대응은 종종 법적 절차와 의회 내 협상을 강조하는 데 그친다.  

 

다가오는 뉴욕 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주적 사회주의' 조란 맘다니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것은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려는 트럼프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맞서지 못하고, 민주당이 기득권 엘리트 정당이라는 이미지만 강화하며, 변화를 갈망하는 유권자들, 특히 젊은 층과의 괴리를 심화시키고 있다. 사실 이민자 추방은 민주당 정부에서도 진행됐던 일이고, NAFTA 같은 자유무역협정은 미국 노동자들을 고통스럽게 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앞장서 도운 것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에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작됐던 일이다. 따라서 민주당의 트럼프 비판은 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민주당과 월가의 엘리트들이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을 통해서 망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포퓰리즘적 선동으로 그 빈틈을 파고든다.

 

이러한 공백 속에서, 반트럼프 저항 운동의 실질적 동력은 민주당 안팎의 왼쪽에서 더 잘 찾아볼 수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AOC) 하원의원으로 대표되는 이들은 트럼프와 그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급진적인 사회 비전을 제시하는 데 주저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언론 인터뷰, 소셜 미디어, 대중 집회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를 끊임없이 폭로하고 비판하며 노동자, 청년, 이민자, 소수자 등 기존 정치에서 소외되었던 계층을 조직하며 저항의 에너지를 결집시키고 있다. 지미 키멀의 방송 중단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시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낸 것도 이들이었다.

 

이들은 민주당 주류가 제시하지 못하는 명확하고 날카로운 반대 논리와 대안을 제시하며, 트럼프 시대의 암울한 현실에 절망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민주당의 무기력함은 역설적으로 민주당 안팎의 저항 세력의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며, 미국 정치의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진 미국인이 42%에 달했으며,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그 비율이 74%까지 치솟았다. 이는 냉전 시대의 유물인 '사회주의=악'이라는 낡은 등식을 넘어, 불평등과 기업의 탐욕에 지친 많은 미국인이 새로운 대안을 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 속에는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도 있는데, 그 가장 상징적인 인물은 바로 다가오는 11월 뉴욕 시장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뉴욕주 하원의원 조란 맘다니다. 우간다 출신 이민자의 아들인 33세의 맘다니는 '집세는 너무 비싸고, 봉급은 너무 적다'는 단순하고도 강력한 메시지로 뉴욕 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미 곳곳에 군대를 투입해 온 트럼프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관련 방송 갈무리 

 

그는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뉴욕의 거리 곳곳을 누비며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며, 치솟는 임대료와 부족한 보육 시설 문제를 지적하고 "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의 캠페인은 트럼프의 증오와 분열의 정치에 맞서, 연대와 희망의 정치가 승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와 극우 세력의 집중적 공격도 받고 있다.

 

현재 2위 후보를 20% 이상의 격차로 따돌리고 있는 조란 맘다니가 미국의 심장부인 뉴욕 시장으로 당선된다면, 이는 반트럼프 저항 운동에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트럼프의 반동적 질주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민주당 주류의 어설픈 중도 노선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삶을 바꾸는 급진적 변화의 약속이라는 것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지금 보이는 모습들 - 정적에 대한 무자비한 공격, 언론 장악 시도, 법치주의의 무력화, 군과 경찰을 동원한 공포 분위기 조성 - 은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걸어갔던 길과 너무나 유사하다. 이 두 사람은 민주적 절차에 대한 경멸, 비판 세력에 대한 적개심, 그리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는 통치 방식을 공유한다.

 

윤석열은 집권 이후 비판적인 언론을 '가짜뉴스'로 매도하며 압수수색과 고발을 남발했고, 방송통신위원회를 동원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 시도했고, 노동조합을 '건폭'으로 규정하고, 시민단체를 '이권 카르텔'로 몰아세우며 사회 곳곳의 반대 목소리를 짓밟았다. 윤석열 12.3 쿠데타 이전에 4년 전 미국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점거 사태가 있었다.

 

윤석열이 '종북 반국가 세력'을 들먹였듯이 트럼프는 '안티파'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려 한다. 이처럼 두 사람의 통치 방향은 국경을 넘어 놀랍도록 닮았다. 이것은 만약 트럼프의 시도가 성공할 경우, 한국 사회가 마주할 미래를 암시하는 불길한 전조이기도 하다. 트럼프의 성공은 '윤어게인'을 외치는 한국의 극우 세력에게 엄청난 용기를 줄 것이다.

 

더구나 트럼프는 지금 한국에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감수하거나 3500억 달러를 현금으로 내놓으라'는 날강도 같은 깡패짓을 서슴지 않고 있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 앞에서 한국은 언제든지 희생양이 될 수 있다. 결국, 트럼프의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단순한 한 나라의 정치적 혼란이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의 미래가 걸린 시험대이다.

 

한국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와 윤석열의 쿠데타에 맞서며 민주주의를 지켜낸 '빛의 혁명'의 경험은 미국 시민들에게 소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우리는 국경을 넘어서 서로의 경험을 배우고, 서로의 투쟁을 지지할 수 있다. 우리의 싸움은 연결되어 있다. 민주주의와 연대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전지구적 투쟁에서 우리는 언제나 함께해야 한다.                                                              < 전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