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인원’이라 한 적 없다”
입에 붙은 듯 곧바로 “인원” 언급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헌법재판소 6차 변론기일에서 ‘인원〃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 후 1분15초 후 인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델리민주 갈무리
 

“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국회 본관을 거점으로 확보해서 불필요한 인원을 통제…굉장히 많은 인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불과 1분15초 만에 들통난 윤석열 대통령의 거짓말 행태를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7일 아침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윤석열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6차 변론에서 자신은 ‘인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1분15초 뒤, 자신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다”며 헌재 6차 변론 영상을 틀었다.

 

윤 대통령은 영상에서 “인원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말을 들었다고 여러 차례 증언하자, 자신은 사람에게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영상 속 윤 대통령은 1분15초 뒤 “당시에 국회 본관을 거점으로 확보해서 불필요한 ‘인원’을 통제한다는 목적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는 약 15명, 20명이 안 되는 ‘인원’이 들어갔다. 밖에도 혼잡할 뿐 아니라 7층 건물 안에도 굉장히 많은 ‘인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을 두고 ‘인원’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입에 붙은 듯 ‘인원’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연거푸 사용한 것이다. 이 영상을 함께 보던 민주당 지도부는 실소를 터뜨렸다.

 

김 최고위원은 “‘인원’이라는 단어는 그 전에도 윤석열이 자주 썼다”며 여러 사례를 제시하며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직접 신문하며 “그 많은 인원이 다 들어갔느냐”고 말했다. 비상계엄 이전에도 윤 대통령은 공적인 자리에서 ‘인원’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지난해 3월27일 주재한 23차 비상경제민원회의에서 한 차례, 지난해 4월1일 의대 증원·전공의 파업 관련 대국민담화에서도 세 차례 ‘인원’을 언급했다.   < 기민도 기자 >

 

쓰고 코치하고 끼어들고…곽종근 나오자 분주해진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김현태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에 대한 증인신문 도중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6차 탄핵 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오자, 윤 대통령은 대리인단에 직접 주문을 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나왔을 땐 대체로 눈을 감고 있던 지난 4일과 달리 이날은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을 듣고 틈틈이 연필로 메모를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곽 전 사령관의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대리인들과 자주 귓속말을 나눴다. 곽 전 사령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자 윤 대통령은 대리인에게 바로 귓속말을 했고 대리인은 “그때는 군인이 15명밖에 없었다”며 반박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대리인의 반대신문 중간에 그만하라는 손짓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부당한 지시를 왜 따랐냐고 적반하장식으로 타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할 때는 부당하다고 얘기하는 게 기본이다. (지시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게 상식”이라며 “‘끄집어내라’ 이런 지시를 (하는 것이) 어떤 공직사회의 상하 간에서 가능한 이야기인가”며 곽 전 사령관의 주장과 행동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자신이 신청한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이 증인으로 나오자 자리를 비우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 쪽은 ‘야당의 예산 삭감으로 국정이 마비됐다’는 박 수석 진술을 유도해 계엄의 타당성을 주장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오연서 전광준 기자 >

‘국회의원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란 김용현 주장 반박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전화해 병력 추가 동원을 요구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막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 쪽은 그동안 방송과 국회 증언 등을 통해 비상계엄 상황을 소상히 밝혔던 곽 전 사령관의 표현에 변화가 있었다며 공격했지만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건 사실’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앞서 ‘국회의원이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라는 김 전 장관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곽 전 사령관은 또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50분께 전화를 걸어 “707을 빨리 추가로 더 투입해라, 추가 투입을 지시하셨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12월4일 0시20분부터 0시57분께 김 전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이 150명이 안 되도록 막아라. 빨리 의사당으로 가서 국회의원들 데리고 나와라’고 지시받은 게 맞나”라는 국회 대리인단의 질문에도 “네”라고 대답했다.

 

이날 변론에서는 곽 전 사령관이 전한 윤 대통령의 지시 발언이 점점 격하게 변한 지점도 쟁점이 됐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검찰과 국회 등에서의 진술이 달라졌다고 지적하자 정형식 재판관도 윤 대통령의 정확한 표현이 무엇인지 거듭 물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정확한 지시는 “아직 의결정족수 채워지지 않은 거 같다. 빨리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 끄집어내라”였다고 증언했다. 곽 전 사령관은 “33년간 군 생활을 하면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고 차마 쓸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어를 순화해서 썼다. ‘부수고’를 ‘열고’라고 했고, ‘끌고’를 ‘데리고’로 했다”며 “용어를 정확하게 안 쓰면 왜곡하고 ‘말이 틀렸네’ 이렇게 되기 때문에 진실되게 가야 된다고 생각해서 (이후엔) 그대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 국회 쪽 대리인단이 “윤 대통령이 증인한테 데리고 나오라고 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맞죠”라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정확히 맞다”라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말한) 의결정족수 문제, 안에 인원 끌어내라는 부분들이 당시 본관 안에 작전요원이 없어서 당연히 의원이라고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아직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대통령의 지시다”라는 내용은 특전사 지휘관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파된 내용이라고 한다. 비상계엄 당일 곽 전 사령관이 예하 지휘관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는데 마이크를 켜둔 상태여서 윤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지시한 내용을 회의 참석자들이 듣게 됐다는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전투통제실에서 (화상회의) 시작할 때부터 마이크가 켜져 있었는데 안 끄고 뒀던 거 같다. 여러 상황이 혼재돼 있다. 제가 얘기하는 것, 장관이 지시하는 것, 대통령 지시받고 얘기하는 게 명령 하달 때부터 끝날 때까지 예하 전체 인원들까지 라이브 생방송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도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곽 전 사령관의 지시를 다른 부대원들에게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김형두 재판관은 김 단장의 검찰 조서를 바탕으로 “곽종근 사령관이 화상회의 도중 마이크를 켜놓고 지시를 했는데 그중에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하는 내용을 예하부대 부대원들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증인이 들었다고 검찰에서 진술을 했는데 맞는가”라고 묻자 김 단장은 “그렇게 진술했으면 그게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단장은 앞서 “(곽 전 사령관에게서) ‘국회의원 끌어내라는데 가능하겠냐’는 지시를 받았다”는 지난해 기자회견 내용은 “‘150명 넘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들어갈 수 없겠냐’는 식이었다”로 진술을 바꿨다. 김 단장은 곽 전 사령관에게서 ‘국회 단전 지시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곽 전 사령관은 “(단전은) 김용현 장관이나 대통령의 워딩이 아니고 (국회 봉쇄) 방법을 찾다 보니까 논의 과정에서 전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당시 특전사의 국회 투입 과정도 공개됐다. 곽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은 비상계엄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일이었다. 그 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일 1공수여단에는 국회, 3공수여단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 9공수여단에는 선관위 관악사무소와 여론조사꽃으로 출동하라고 지시했다. 또 “개인화기는 소총만 휴대하라, 권총은 휴대하지 않는다, 탄약은 지역 대대장이 통합보관하고 개인에게 미지급한다, 개인은 공포탄·테이저건·케이블타이 등을 휴대한다”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이와 관련해 “실탄을 사용할 목적은 없었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것이냐”는 국회 쪽 대리인단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최초부터 장비, 물자, 탄약은 기본 세트로 들고 가는 것”이라며 “유사시 상황을 대비해서 준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비상계엄 당시 특전사 투입에 대해서는 “상관의 지시에 의해 투입했고 당시 적합성 여부를 평가할 겨를이 없었는데, 투입된 것 자체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진입의 위법성을 일부 인정했다.

 

곽종근 “윤 ‘국회 문 부수고 끄집어내라’…철수 명령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 투입된 군인들을 지휘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6일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거 같다. 빨리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은 ‘내란·탄핵 공작설’을 거론하며 전면 부인했지만 곽 전 사령관은 국회 의결 기능을 무력화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거듭 확인했다.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이날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은 우선 “(지난해) 12월4일 0시30분께 윤 대통령이 직접 제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아직 국회 내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국회 안에 빨리 들어가서 의사당 안의 사람들을 빨리 데리고 나와라’ 이런 지시를 하셨습니다”라는 공소장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또 곽 전 사령관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이후 윤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병력 철수 지시는 받지 않았다”며 “(12월4일 새벽) 3시경 김 장관으로부터 비화폰으로 통화가 걸려 와 국회와 중앙선관위 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꽃 등에서 철수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또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되고 약 1시간 뒤 김 전 장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지 물었으나 “안 된다고 답을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쪽은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이 “데리고 나와라”(검찰 조사)에서 “끄집어내라”(국회 증언)로 바뀌고 그 대상이 ‘요원’ ‘사람’ ‘의원’ ‘인원’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곽 전 사령관은 “검찰에서는 차마 그런 표현을 쓸 수 없어서 순화해서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윤 대통령이 “끄집어내라”고 한 대상은 ‘인원’이 맞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12월6일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의) 공작과 (곽종근) 특전사령관의 김병주 티브이(TV) 출연부터 바로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당일 국회 본청에 진입했던 특전사 산하 707특수임무단의 김현태 단장도 증인으로 출석해 곽 전 사령관에게서 “(의원이) 150명 넘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들어갈 수 없겠냐”는 지시를 들었고 “누구한테 들어서 전달하는 뉘앙스였다”고 증언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직권으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대부분의 증언을 거부하자 이 전 사령관의 부하인 조 단장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하겠다는 취지다. 

                                                                                        <  전광준  오연서 정환봉 기자 >

707단장 “곽종근, 일부러 소극 대응…내란은 김용현 탓”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이 열린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김현태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이 증인 출석을 위해 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출동했던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이 자신의 상관이었던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일부러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란사태의 책임이 있다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단장은 6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곽 전 사령관에 대해 “사령관이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고 발표가 나면 여섯 군데에 가라고 (김 전 장관 등에게서) 1일날 들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끝까지 (윤 대통령이) 중대 발표를 안 하기를 기도했다고 나에게 이야기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곽 전 사령관이) ‘만약에 임무를 해야 한다면 내가 책임지겠다. 내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담화 발표 전까지 너희들한테 지시를 안 한 것이다’라고 정확히 말했다”라며 “만약 이게 내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곽 전 사령관은) 아예 출동 지시를 안 했을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곽 전 사령관이) 실제 상황에서 나한테 어떠냐고 물어보고 안 된다고 하면 ‘알았다’라고 했지 어떻게든 해보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라며 “여러 정황을 봤을 때 본인이 문제 되면 감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지시했다. 그래서 내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곽 전 사령관이)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김 전 장관에게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는 “누구의 잘못을 탓하고 싶지 않으나 탓한다고 하면 김용현 전 장관이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라고 밝혔다.

또 비상계엄 당시 특수전사령부에 주어진 임무는 ‘체포’가 아니라 국회 봉쇄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단장은 “체포는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특전사가 지시받은 게 없다고 안다”라며 “(국회) 건물을 막고 출입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는 것”이 임무였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당시 준비해 간 케이블타이도 이 같은 목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대테러부대로 케이블타이는 개인별로 두세개 정도 항상 휴대한다”며 “빨리 가서 건물 외곽을 다 잠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문이 몇개나 있는지 몰라서 넉넉하게 챙기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대원들이 케이블타이를 항상 휴대하고 있고 필요하면 테러범에 한해 포박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이건 체포와 연관되는 것이 아니다. 완전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당시 특수전사령부는 정치인 등 체포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단장은 “국민들께 죄송하고, 부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아직 있다”며 “지휘관으로 만약 책임이 있다면 감수하겠다는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 한겨레 오연서  전광준 기자 >

윤 대통령이 ‘계엄 사유’로 꼽기도…8개월 만에 ‘실패’ 인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한 ‘영일만 석유·가스전’(‘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지난 8개월간 지속된 논란 과정이 재조명되고 있다. 대통령의 ‘1호 안건’으로 시작해 12·3 비상계엄의 이유로까지 꼽혔던 이 프로젝트는 결국 “대국민사기극(더불어민주당)”이라는 비판을 듣게 됐다.

 

처음 이 사안을 띄운 건 윤 대통령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을 찾아 ‘국정 브리핑 1호 안건’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전격 발표했다. 대통령이 특정 사업을 직접 발표하는 건 이례적인 일인 만큼 정치권은 물론 시장에서도 국민적 관심이 모아졌다.

 

당시 윤 대통령은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서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며 “최근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과가 나왔고, 유수 연구 기관과 전문가들의 검증도 거쳤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 동석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 배럴은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정도”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당일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약 453조원이므로, 영일만 앞바다에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의 가치가 2260조원이 넘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발표 직후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 흥구석유, 동양철관 등 석유 및 강관 관련 5개 종목이 무더기로 가격제한폭까지 단숨에 오르는 등 시장은 요동쳤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경제 현안과 관련해 국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하지만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미국 지질탐사 컨설팅 회사 액트지오(Act-Geo)에 대해 곧바로 여러 의문점이 제기됐다. 글로벌 개발 회사가 아닌 소규모 분석업체인 점 등이 예측의 신뢰성에 물음표를 찍게 한 것이다. 이에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박사가 대통령 발표 이틀 뒤인 지난해 6월5일 한국에 입국해 논란을 잠재우려 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 뒤 한인 사회와 한국인들이 많은 의문을 제기했다. 그래서 매우 중요한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논의하고, 한국인들에게 더 명확한 대답을 주기 위해 (내가 직접) 왔다”며 “(석유 매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분석 결과와 예측치 등에 대해선 “기밀 유지 계약”을 들어 답하지 않았다.

또 동해에서 15년 동안 탐사 작업을 벌였던 오스트레일리아 최대 석유 및 가스 회사 우드사이드가 2023년 1월 철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고문이 지난해 6월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입국한 뒤 취재진에 질문을 받고 있다. 백소아 기자
 

시추 가능성과 신뢰성에 대한 논란은 정치권으로 이어졌고 지난해 12월 ‘2025년 예산 심사’ 국면에서 폭발했다. 당시 정부는 1차 탐사시추를 위해 사업 예산 505억5700만원을 신청했으나 야당은 이 가운데 497억2000만원(98%)을 삭감했다. 결국 첫 탐사시추는 석유공사 사업비로 충당됐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예산 삭감을 12·3 비상계엄 선포의 원인으로 들었다. 그는 계엄 선포 9일 뒤 지난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에서 야당에 의해 국정이 마비됐다고 강조하며 그 예시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꼽았다. 윤 대통령은 “동해 가스전 시추 예산, 이른바 대왕고래 사업 예산도 사실상 전액 삭감했다”며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돼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30일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웨스트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이후 정부는 지난해 12월20일 포항 앞바다에서 40㎞ 떨어진 곳에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를 투입해 탐사시추 작업을 벌여왔으며, 이는 지난 4일 마무리됐다. 그 결과 6일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사실상의 실패 인정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왕고래 유망구조 시추 탐사 결과 일부 가스 징후가 있는 걸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성명에서 “대왕고래는 전두환의 국민 사기극인 평화의댐을 연상시킨다”며 “정권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왜곡과 거짓말이 동원됐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누리꾼들도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대왕고래가 아니라 대왕구라였다”고 비꼬았고, 또 다른 누리꾼은 “(지난해) 처음 뉴스 나올 때부터 대국민사기극이라는 것 눈치 못 챈 사람 있나”라고 했다.   < 한겨레 송경화 기자 > 

 

윤석열 ‘대왕고래’ 8달 만에 실패…산업부 “경제성 없다”

“추가 탐사 필요성 낮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6월 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에 참석해 동해 석유·가스 매장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정부가 띄웠던 ‘영일만 석유·가스전’(‘대왕고래’ 프로젝트)이 1차 시추 탐사 결과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 결론을 받아,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정부는 나머지 유망구조에 대해 추가 시추 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업 전체가 크게 동력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4일 마무리된 대왕고래 유망구조 시추 탐사 결과 일부 가스 징후가 있는 걸 확인했지만, 그 규모가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가 보낸 시추선 웨스트카펠라호가 지난해 12월20일부터 47일간 동해 영일만 인근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바닷속 1761m 등 전체 심도 3021m 깊이로 탐사한 결과, 탄화수소(가스) 징후가 일부 있었지만 규모가 유의미하지 않아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30일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웨스트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
 

또 이 관계자는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추가 탐사를 진행할 필요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이례적인 대국민 브리핑을 통해 발표해 ‘정권 홍보용’이란 비판을, 기후·환경단체 등으로부터 “시대착오적인 화석연료 개발”이란 비판을 받았던 대왕고래 프로젝트 자체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애초 정부는 5~6월 중간 결과를, 8월에 최종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국민 관심과 주식시장 영향”을 고려했다며 이날 이렇게 ‘잠정’ 결론을 밝혔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이 처음으로 동해 석유·가스 개발 계획을 발표할 때 “매장 가치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이라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1차 발표 때 “생각지도 못했던 정무적인 개입”이 있었다며, 당시 장관이 든 비유에 대해 “의도하진 않았지만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다만 정부는 이번 “대왕고래는 시추 계획을 세웠던 7개 유망구조 가운데 하나”라며, 이번에 쌓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나머지 6개 유망구조에 대해선 추가 시추 탐사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왕고래에선 아니었지만 “석유·가스의 부존 자체, 전반적인 석유 시스템 구조는 양호한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회에서 석유·가스전 개발 관련 정부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어, 후속 사업에 동력이 확보될지는 미지수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2차 시추를 위해 3월부터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국회에서 정부 예산을 검증받겠다”고 밝혔다.                  < 한겨레 옥기원 기자 >

 

대왕고래 실패에…야당 “대국민 사기극”, 국힘 “경위 파악부터”

 

경북 포항 어민들이 한국석유공사의 석유탐사 시추에 반발해 지난해 12월20일 포항 앞바다 동쪽 20㎞ 지점 바다 위에서 배를 타고 시추선 주변을 둘러싼 채 해상 시위를 벌이고 있다. 포항해양경찰서 제공
 

윤석열 정부가 띄운 ‘영일만 석유·가스전’(‘대왕고래’ 프로젝트)이 1차 시추탐사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자 야당에서는 “대국민 사기극” “달 그림자를 쫓았던 건 윤석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6일 브리핑을 내어 “허술한 검증, 과대 포장된 전망, 그 정치적 이벤트로 변질된 석유 개발 사업의 참담한 현실은 온전히 윤석열의 오만과 독선이 부른 결말”이라며 이렇게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실패가 예견됐지만 정부는 예견된 실패를 직접 확인하겠다고 국민의 혈세를 퍼부었다”며 “성장은커녕, 주식시장부터 폭락했다”고 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 소식이 전해지자 시간 외 거래에서 한국가스공사 등 관련 주가 하한가를 보인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추가 시추를 강행하겠다는 정부를 향해 “헛된 꿈으로 또다시 국민을 농락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4·10 총선에서 심판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호들갑을 떨 때부터 알아봤다”며 “석유·가스 경제성 확인도 전에, 시추 이전 단계부터 자신의 치적으로 만들기 위해 ‘희망고문’한 책임은 어떻게 질 거냐”고 비판했다.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산자위 야당 간사인 김원이 의원은 페이스북에 “세금도 못 낸 1인 부실회사 엑트지오 말만 믿고 그 설레발을 치더니,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매장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자는 민주당의 의견을 그렇게 무시하더니, 내 이럴 줄 알았다”며 “윤석열·김건희 부부한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는가”라고 했다. 김성환 의원도 “적법한 절차를 무시하며 국민 혈세를 허투루 쓰려다 막히자 '민주당이 산유국의 꿈을 제발로 걷어찼다'며 욕하던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정신차리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혹감 속에 말을 아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부의 입장은 존중하지만, 어떤 경위를 거쳐 그렇게 발표했는지 보고를 받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한겨레  고한솔  신민정 기자 >

예정시간 두 시간 전 발표... 절차적 흠결 논란 잠재우려는 듯                                                         "만약 인용됐을 때 따르지 않은 것은 헌법 법률 위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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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연기했다. 헌재는 당초 3일 오후 2시 선고할 예정이었는데, 선고를 2시간 앞두고 미룬 것이다.

선고 연기를 발표하기 직전 헌재는 "권한쟁의나 헌법 소원이 만약 인용이 됐을 때 그 결정에 따르지 않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불복 움직임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현재는 이날 낮 12시경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변론을 오는 10일 오후 2시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제기한 위헌확인 사건의 선고기일도 연기한다고 밝혔다.

두 사건은 사실상 같은 사건으로, 이날 오후 2시 같이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한 사건(권한쟁의심판)은 변론 재개를, 다른 사건(위헌확인)은 선고기일만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즉, 위헌확인 사건의 결론은 이미 정해진 상태이고, 권한쟁의심판 사건만 좀더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선고 2시간 앞두고... 헌재는 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교ㆍ안보 분야 주요현안 해법 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


이번 선고 연기와 변론 재개는 최 대행 쪽의 요청을 받아들여 절차적 흠결 논란을 차단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선고를 이틀 앞둔 지난 1일 최 대행 대리인단은 서면을 제출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부적합하므로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을 새롭게 펼치기 시작했다. 청구인이 국회인데, 국회의장이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청구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최 대행 쪽을 비롯한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 측은 지속적으로 이 사건 심리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절차적 흠결을 주장해왔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세 명 중 두 명만 선별적으로 임명하고 국회 본회의 동의 절차까지 마친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자, 지난해 12월 27일 김정환 변호사, 지난달 3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각각 헌법소원심판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헌재는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해왔다. 지난달 22일 공개변론이 열렸는데, 재판관들은 대통령(권한대행 포함)이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졌고, 최 대행 쪽은 제대로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관련기사 : 헌법재판관 송곳질문에 쩔쩔, 최상목 대행 쪽 '관행'만 반복 https://omn.kr/2byrh).

선고기일이 3일 오후 2시로 잡히면서 신속하게 결론이 나는 것처럼 보였으나, 선고를 사흘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1시 헌재가 최 대행 측에 여야의 재판관 추천서 제출 경위를 "오늘 중으로"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최 대행을 비롯한 여당과 윤 대통령 측은 이 부분을 파고들며 "졸속 심리" 주장을 더욱 높였다.

헌재에서 인용 결정이 나오더라도 국민의힘이 연일 최 대행에게 '헌재의 결정을 따라서는 안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최 대행 측이 "법무부와 법제처 등과 논의하겠다"고 말하는 등 불복 움직임마저 보이자, 헌재가 잠시 숨고르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변론 재개 요청을 받아들이면 추후 불복의 명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정된 선고가 여권의 압박에 의해 흔들린 모양새여서, 헌재는 또다른 차원의 논란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헌재 "인용 결정 따르지 않으면 헌법 ·법률 위반"

한편 헌재는 이날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사건에 대해 결정이 나오면 최 대행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변론 재개·선고 연기 결정을 공지하기 약 한 시간 전인 오전 11시 정례브리핑에서 천재현 공보관은 "권한쟁의나 헌법 소원이 만약 인용이 됐을 때 그 결정에 따르지 않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결정에 강제적인 집행력이 없다는 것이지 그 결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가 아니"라고 명확히 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 사건 등의 헌재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속행위는 법규상 구성요건이 충족하면 행정청이 반드시 그 행위를 해야 하는 행정행위를 의미한다. 즉 헌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최 권한대행은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 오마이 김종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