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진 이론상 충분히 가능포유동물 세포 실험 분석한 결과

저알코올 제품 가시적 효과 확인효능 판단할 임상 연구 필요 제안

                    

시중에서 판매되는 구강청결제가 이론상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임상에서 효과가 입증될 경우, 백신이 나올 때까지 전염 속도를 줄일 수 있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씻기, 마스크와 함께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생활 방역도구로서의 잠재력에 주목하자는 제안이다.

영국 카디프대가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진은 최근 옥스퍼드대가 발행하는 과학저널 펑션’(Function)에 발표한 코로나19 감염에서 바이러스 지질막을 표적으로 한 구강청결제의 잠재적 역할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시중에서 널리 사용되는 구강청결제 성분들의 바이러스 지질막 파괴 메커니즘 검토 결과를 소개했다. 구강세정제에는 소독제에 많이 쓰이는 에탄올, 클로르헥시딘, 세틸피리디늄 클로라이드, 과산화수소, 포비돈-아이오딘 등의 성분이 들어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지질막 껍질(피막)을 뒤집어 쓰고 있는 RNA 바이러스다. 이 껍질은 원래 숙주 생물의 세포에 있는 물질이다. 세포에 침투한 바이러스는 RNA 복제를 마친 뒤 이를 뒤집어쓰고 세포 밖으로 다시 나온다. 따라서 바이러스의 이 껍질에 상처를 입히거나 파괴해 버리면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목구멍에서 바이러스 복제 활발한 코로나19

비누와 소독제는 바이러스의 외피를 이루는 이 지질막을 손상시키거나 파괴하는 기능을 한다. 보건 당국이 비누나 알코올 제품으로 손을 자주 씻도록 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인체에 침투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호흡기관 상부, 즉 목구멍(인후)에서 매우 활발한 복제 활동을 한다. 독일 연구진은 증상이 가벼운 환자들의 목구멍에서 감염 5일 이전에 면봉 표본 1개당 최대 7억개의 바이러스 입자를 검출했다. 목구멍은 체내에서 바이러스 농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추정되는 곳 가운데 하나다. 목구멍에 있는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 대화, 호흡을 통해 쉽게 몸 밖으로 배출될 수 있다.

연구들에 따르면 알코올의 바이러스 피막 파괴력은 알코올 농도가 60~70%일 때 가장 높다. 코로나바이러스나 헤르페스바이러스 등 피막이 있는 바이러스들이면 모두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알코올 소독제는 이에 맞춰 제조된다.

따라서 입 안과 함께 목구멍도 적시는 가글링을 할 경우, 구강청결제는 이론상 바이러스 전파를 억제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바이러스 복제가 목구멍에서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전제 아래서 가능한 추론이다.

그렇다면 알코올 농도가 낮은 제품들도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을까? 구강청결제 성분은 매우 다양하다. 유럽과 미국에서 시판되는 구강청결제들엔 대개 14~27%의 에탄올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아직 이들 제품의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분석한 연구들은 거의 없다. 연구진은 대신 포유동물 세포에 대한 효과를 살펴본 연구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저알코올 제품의 경우, 이론상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껍질을 파괴하거나 활동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추정하기에 충분한 근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추론이며 구강청결제의 실제 효과를 판단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구강청결제는 몇분간 입 안에서 가글링을 할 경우 일부 미생물을 제거할 수는 있으나 코로나19 감염 차단이나 억제와 관련해선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연구진은 구강청결제의 효과는 연구가 필요한 주요 임상 분야라는 점에서 이번 연구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 곽노필 기자 >

천주교 원주대교구장 지학순 주교(맨 왼쪽)1974723일 중앙정보부로부터 소환장을 받은 뒤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옛 성모병원) 앞마당에서 김수환 추기경(가운데)을 비롯한 성직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계기박정희 유신헌법은 무효양심선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수감 생활을 한 고 지학순 주교(1993년 작고)에 대한 재심이 40여년 만에 개시됐다. 지 주교는 유신헌법은 무효라는 내용의 양심선언문 발표로 구속됐고 이 사건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결성의 기폭제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재판장 허선아)28일 긴급조치 위반 등의 혐의로 수감됐던 지 주교의 첫 재심 공판을 열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긴급조치 위반을 위헌 판단해 검찰이 재심 청구 신청을 했다위헌 판단을 받은 긴급조치 위반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내란 선동, 특수공무 방해 부분을 별도로 따져 보겠다고 밝혔다.

지 주교는 지난 197476일 김지하 시인에게 108만원을 주며 내란을 선동했고,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았다며 내란 선동 및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연행됐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유신 반대 운동인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의 배후로 지 주교를 지목했고 지 주교는 수녀원 등에 연금된 상태에서 중정의 소환장을 받았지만, 서울 명동 카톨릭회관 앞마당에서 유신헌법은 무효라는 내용의 양심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지 주교는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그해 8월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당시 지 주교의 양심선언은 국내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구속을 계기로 결성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이듬해 14일치 <동아일보> 광고란에 암흑 속의 횃불이란 제목으로 전문을 공개하면서 외부로 알려졌다. 이에 지 주교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국선언과 기도회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같은 해 2월 석방됐다.

지난 201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통령 긴급조치 1호가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를 심각하게 제한했다며 위헌으로 판단했고 헌법재판소도 2013년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검찰은 20183월 지학순 주교 사건 재심을 청구해 지난 14일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다음 재판은 716일에 열린다. < 조윤영 기자 >

흑인 남성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항의

LA서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시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이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과잉 진압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니애폴리스에서 항의 시위가 이틀째 이어진 것은 물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연대 시위가 열리는 등 경찰의 과잉 진압을 비판하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가 이미 미네소타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슬프고 비극적 죽음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또 조지의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내 마음을 보낸다정의는 실현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같은 날,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역시 법무부 인권국이 나서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지난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인 플로이드가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국 사회가 들끓자 정치권까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네소타주의 민주당 의원 4명도 연방··카운티 정부 차원의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당국에 보냈다.

사건에 연루된 4명의 경찰관은 즉각 해임됐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점차 커지고 있다. 전날 비무장 상태인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 없다고 수차례 애원하는데도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목덜미를 제압한 상태를 풀지 않은 동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된 데 이어, 이날 플로이드가 체포 당시 경찰에 크게 저항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동영상이 추가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에선 분노한 시민 수백여명이 돌을 던지며 경찰서를 공격하는 등 이틀째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민들이 대형마트 타깃을 약탈하고 방화를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가스를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서는 등 시민들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현지 신문 <스타 트리뷴>이 전했다.

시위는 다른 도시로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날 로스앤젤레스에선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고 외치는 수백명의 시민들이 도심 행진 시위에 나섰다. 행진으로 한때 다운타운 부근 101번 프리웨이가 봉쇄되기도 했다고 현지 방송 <케이티엘에이5>(KTLA5)가 전했다.

유명인사들도 이번 사건이 인종차별적이라며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NBA) 선수인 르브론 제임스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경찰관이 플로이드의 목을 누르는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미국 프로풋볼(NFL)에서 소수 인종에 대한 차별에 항의하기 위해 무릎 꿇기시위를 주도했던 콜린 캐퍼닉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렸다. 그는 이 사진을 올리며 이제 이해하겠나? 아니면 아직도 모르겠는가?”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래퍼 스눕독도 같은 사진을 올리며 우리에게만 정의가 없다고 비판했다. < 이정애 기자 >

 


[칼럼] ‘한명숙 사건이 재조명돼야 할 이유

                       

검사를 만나면 그는 언제, 어떻게 당신의 유죄를 입증할지 얘기하지 않아. 어떻게 당신을 죽일지 얘기하지. 그는 당신이 결백한지 아닌지엔 관심도 없어. 당신을 죽이는 것에 대해서만 얘기하지. 악몽 같은 일이야. 당신은 깨어나고 싶겠지. 하지만 그럴 수 없어.”(미국 다큐멘터리 <가늘고 푸른 선>의 주인공 랜들 애덤스, 그는 이 다큐를 통해 살인 누명을 벗고 12년 만에 풀려났다.)

내가 무서워서 10만불 주었다고 했는데, 사실은 사실이 아닙니다. 검사님이 눈을 부릅뜨니까무서우니까나도 모르게 이야기했어요. 검사님이 안 되면 없어도 탁 죄를 만들잖아요. 식구들이 와서 이러다가는 죽게 생겼으니까 다 불어라고 했습니다. 저도 몸이 너무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고.”(한명숙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법정 진술)

어느 나라에서건 어떤 혐의로 조사를 받건 검사는 힘있고 두려운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그 힘과 두려움이 진실을 뒤집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 고문과 조작이 지배하던 전근대적 형사사법체제를 버린 이유다. 그래도 여전히 막강한 힘에는 남용의 유혹이 따르기 마련이다.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재조명할 지점은 이곳이다. 한 전 총리가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1차 사건’(뇌물)에서는 곽영욱 전 사장에 대한 강압 수사가 판결문에 드러나 있다. 이번엔 <뉴스타파>‘2차 사건’(정치자금)에서도 강압·조작 수사가 있었다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 등을 공개했다. 허위 진술조서를 써 외우게 한 게 사실이라면 심각한 범죄다.

과정이야 어떻든 유죄만 받아내면 된다는 식의 수사 행태는 심심찮게 되풀이돼왔다. 논란이 일면 불법과 싸운다는 명분으로 돌파한다. 이런 수사는 대개 검사의 공명심이든 정권이나 검찰 조직의 이해관계든 부적절한 의도가 끼어들었다는 의심을 받는다. 한 전 총리 사건도 그랬다. 검찰은 1차 사건에서 곽 전 사장의 진술 번복으로 패색이 짙어지자, 무죄 선고가 나기 바로 전날 2차 사건 수사에 돌입했다. 두달 뒤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 전 총리는 0.6%포인트 차이로 낙선했다. 표적 수사, 오기 수사, 선거개입 수사. 온갖 오명을 붙여도 할 말 없는 수사였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검찰에 불신이 쌓이고 이는 수사·재판 결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검사는 형사사법체제 그 자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배적인 권한과 재량권을 갖지만, 남용을 통제할 장치는 허술한 데 원인이 있다. 검찰은 행정부 소속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면서도 그 성격상 독립성을 부여받는다. 이런 경우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검찰권 행사에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거나 외부의 감시·견제를 강화하는 게 그것이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증거 왜곡, 과잉 기소, 선택적 기소 등 검사의 독단이 낳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방검사장을 선거로 뽑고, 기소 여부를 시민들(대배심)이 결정하는 등 민주적 정당성을 받쳐주는 제도가 있는데도, 추가적인 감시·견제 장치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는 배경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016년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숨기거나 증거를 왜곡하는 행위를 중범죄에 포함시켰다. 뉴욕주는 검사의 비윤리적·불법적 행위를 신고받아 조사하는 독립기구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검찰청과 중대범죄수사청(검찰과 별도의 수사·기소 기관)을 감시·감독하는 검찰감찰청을 따로 두고 있다. 일상적으로 사건 처리의 적절성, 피해자·증인들의 평가, 인권 침해 등을 조사하고 그 결과와 권고사항을 공표한다. 여기에 더해 독립적인 민원심사관을 둬 접수된 불만 사항을 조사한다. 겹겹의 장치를 두는 이유는 시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는 검찰권 분산·견제를 위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든다. 의미있는 첫발이다. 그러나 기소권의 대부분과 상당한 직접수사권을 유지하는 검찰을 촘촘히 감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수처 역시 감시의 대상이다. 시민 참여를 통한 민주적 정당성 확보 제도는 전무하다시피 하다. 공포와 독단이 지배하지 않는 형사사법체제를 완성하려면 할 일이 아직 많다.

< 박용현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