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년부터 학교 근처에 호텔을 지으려는 업체들에 사업계획을 설명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알듯이, 서울 경복궁 옆에 7성급 특급호텔을 지으려는 대한항공을 위한 것이다. 교육부는 학교 주변의 유해환경을 방지해 학생을 보호하고 학교교육의 능률을 높일 책임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거꾸로 교육부가 앞장서 재벌의 호텔사업을 거들어주고 있으니, 본말 전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존에는 숙박업체의 신청서가 들어오면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에서 위원들을 소집해 학습권과 위생을 저해하는지 판단하고 그 결과를 민원인에게 통보해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사업체가 직접 위원들에게 사업계획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즉, 대한항공이 위원들에게 전방위 로비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이 열린다는 의미다.
 
게다가 교육부는 다음달 20일까지 서울중부•부산남부•인천남부 등 교육지원청 3곳에서 시범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대한항공이 호텔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경복궁 옆 부지는 서울중부교육지원청 관할이다. 노골적인 봐주기다. 부산남부와 인천남부는 그저 서울중부를 위한 들러리일 뿐이다.
재벌 편들기는 교육부만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1년 6월 경복궁 옆 호텔 건립을 위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당시 이 개정안이 민주당의 반대로 폐기되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정권이 바뀐 뒤인 올해 6월에 또다시 이 법을 내놓았다. 박근혜 대통령마저도 8월28일 청와대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으로부터 규제 완화를 건의받은 뒤 각종 회의에서 우호적인 발언을 내놓은 데 이어 1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관광진흥법 개정을 주문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재벌공화국임을 실감나게 하는 장면들로, 대한항공의 ‘로비’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애초 문제의 땅은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터였다가 삼성에 매각됐다. 삼성은 여기에 ‘복합문화시설’을 지으려고 했으나 주변에 학교들이 있고 경복궁을 비롯한 문화재들이 있어서 결국 계획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대한항공은 2008년 12월에 이 땅을 삼성으로부터 사들여 더 문제가 많은 호텔 건축 계획을 강행하고 있으니, 그 배포와 추진력이 놀라울 뿐이다.
법원은 이미 3번에 걸친 판결을 통해, 아무리 7성급 특급호텔이라 하더라도 학생들이 불건전한 행위를 접하면서 비행에 빠질 개연성이 높아진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교육부의 이번 조처는 재벌의 이익을 위해 학생들을 위험지역으로 내모는 행위와 다름없다.

 
충격적이라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 <한겨레> 취재 결과, 국방부 사이버사령부의 심리전 활동이 국가정보원의 지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사이버사의 활동이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지휘부에도 특수정보 형식으로 매일 보고되었다고 한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편들고 문재인 후보를 헐뜯은 사이버사 요원들의 댓글·트위터 활동이 국정원의 지휘·통제 아래 이뤄졌고, 군 지휘부도 이런 내용을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때 사이버사 요원들이 트위터와 블로그 등을 통해 여당 후보를 지지하고 야당 후보를 비난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표면화했을 때부터 국정원과 사이버사가 손을 잡고 조직적으로 벌인 합작일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사이버사가 국정원으로부터 상당액의 활동자금을 지원받고 있고,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이 군 재직 시절 사이버사령부 기획담당 1처장과 심리전 단장과 함께 근무한 전력이 있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사이버사령부 요원들이 쓴 활동 방식이 국정원 심리전단 요원들이 썼던 수법을 빼닮았다는 점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했다.
 
이 모든 추측이 이번 한겨레 취재를 통해 사실일 가능성이 커졌다. 사이버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심리전 부대인 530단의 활동에 대해 국정원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라 움직였고, 활동 결과는 장관에게 직접 보고됐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이버사가 작전을 할 때 수사권이 있는 국정원의 정보와 협조가 필요한데, 국정원이 예산과 수사권을 쥐고 사이버사를 쉽게 좌지우지했다고 말했다. 즉 지난 총선·대선 때의 사이버사 요원들의 대선 개입 활동이 ‘국정원이 기획·감독하고 사이버사가 실행한 합작품’이란 뜻이다. 우선 이런 활동 내용을 보고받았으면서도 거짓말을 했다면 김 국방장관은 당장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 사이버사가 하라는 북한에 대한 사이버전 대응은 하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사이비’ 정치공작에 몰두한 셈이기 때문이다. 사이버사가 이런 행위를 했다면 조직의 존폐를 포함한 전면 개혁을 단행해야 마땅하다.
 
국방부가 지금 사이버사령부에 대해 벌이고 있는 자체 수사도 신뢰를 얻기 어려워졌다. 국정원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는 군 수사기관으로는 원천적으로 국정원-사이버사 합작 공작의 전모를 밝혀낼 수 없다. 결국 사안의 중대성이나 수사의 실효성, 군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특별검사나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 환부를 도려내는 길밖에 없다.


김추령 교사는 혁신학교인 서울 삼각산고 1학년 부장이다. 그에게는 야근을 밥 먹듯이 해야 하는 지금이 교사 생활 26년 중 가장 행복한 시절이다.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수업을 맘껏 해보고 구조화된 차별 속에서 신음하는 아이들을 돕는 활동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장·교감 선생님의 전폭적 지원 아래 이 학교 교사들은 프로젝트 수업, 팀 교습 등 아이들의 학습 흥미를 높일 수 있는 각종 방안을 도입했다. 그 결과 아이들의 학습주도력이 높아졌다. 주요 과목 학력평가에서 같은 지역 자사고보다 높은 성적을 낼 정도로 학력도 신장됐다. 기초수급자 비율이 25%가 넘는 열악한 환경에서 얻은 놀라운 결과다.
학교 부적응아 문제에도 새롭게 접근했다. 지난해 신입생 가운데는 폭력적 성향이 있는 아이들이 몇 있었다. 이들의 가정환경을 조사하면서 김 교사는 하나같이 사랑을 못 받고 자라 분노 덩어리가 됐음을 알게 됐다. 이들을 방치하면 커서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후배 교사와 힘을 합쳐 이 아이들을 위한 특별활동반 ‘나다’를 조직했다. 춤·연극·기 치료 등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갔고 학년 말에는 어렵사리 공개 연극공연도 했다. 아이들이 훗날 폭력을 휘두를 상황에서 여기서 사랑 받았던 기억을 되살려 참게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사회에 대한 교사의 기여일 것이란 믿음에서였다. 그의 사랑이 통했는지, 아이들 가운데 일부는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를 하는 등 변하기 시작했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김 교사는 이제 2기 나다반을 꾸릴 계획이다.
 
그런데 교육개발원이 최근 내놓은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연구보고서’가 골치다. 혁신학교가 모든 분야에서 일반학교에 뒤진다는 이 연구 결과를 근거로 문용린 교육감은 혁신학교 예산을 대폭 줄이려 한다. 그러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대표 교육연구기관의 이름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평가등급을 A, B, C, 세 등급으로 나누면서 그 준거를 밝히지도 못했다. 혁신학교 지정 3개월 후에 치러진 학력고사 성적을 가지고 혁신학교의 학력 향상도가 떨어진다는 황당한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더군다나 혁신학교들이 주로 교육낙후지역에 있는 까닭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기초체력 미달자 비율 따위를 평가의 주요 지표로 삼았다. 혁신학교 예산을 깎겠다는 시 교육청이 이 엉터리 연구에 지급한 돈은 1억원이나 된다.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시정연설에서 “정치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의 고통과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민에게 행복을 드리는 데 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이 정권은 교육의 목표도 행복교육으로 삼았을 터다. 문 교육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정권이나 서울 교육청은 혁신학교의 성과를 수용하고 더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게 마땅하다. 일반학교에 비해 혁신학교에 대한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은 개발원의 이번 엉터리 조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조사는 물론이고 혁신학교 주변의 들썩이는 집값을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다. 이 정권과 서울 교육청은 혁신학교를 깎아내리기에 여념이 없다. 혁신교육이 이른바 진보교육감의 정책인 까닭이다. 겉으로는 국민행복, 행복교육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국민의 행복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집권세력의 이런 속좁은 행태를 보면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메르켈은 유로화 위기 속에서도 독일 경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독일을 명실상부한 유럽의 중심국으로 부상시켰다. 독일의 이런 성공은 기민당 소속인 메르켈이 사민당의 정책이었던 ‘의제 2010’을 그대로 이어받아 위기에 대한 대응력을 키웠기에 가능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녹색당의 반원전 정책을 과감하게 수용한 것도 메르켈이었다. 이렇게 당파성에 치우치지 않고, 오로지 국민의 행복 편에서 좌우의 정책을 과감하게 받아들이는 용기를 보였기에 그는 압도적 지지로 3선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우리 정치, 우리 교육에선 언제나 이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 권태선 - 한겨레신문 편집인 >


바삭한 식감‥ 혈관엔 독된다

● 건강 Life 2013. 11. 25. 19:19 Posted by SisaHan

[트랜스지방]
FDA, 가공식품 사용금지 추진… 뭐가 문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트랜스지방(trans fat)을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트랜스지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FDA는 “트랜스지방을 음식에 사용하는 데 안전하지 않다는 잠정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번 퇴출 조치로 연간 2만 명의 심장마비 환자와 7000명의 심장질환 사망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식품업계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트랜스지방이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고 보고 꾸준히 저감화 노력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치킨, 팝콘, 감자튀김 등 음식을 통해 트랜스지방 섭취가 이뤄진다. 트랜스지방은 무엇이고, 어떤 과정을 통해 우리 몸을 해치는 것일까.
 
◆ 불포화 지방이지만
포화지방의 성질
지방은 지방산과 글리세롤의 결합을 의미한다. 크게 동물성지방인 포화지방과 식물성지방인 불포화지방으로 나누고, 트랜스지방은 화학적 구조상 불포화지방에 가깝다. 
일반적으로 불포화지방은 녹는점이 낮아 인체 내에서 액체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흡수·배출이 잘 돼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트랜스지방은 이 규정에서 조금 벗어나 있다. 트랜스지방은 불포화지방이 가공이나 열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수소가 첨가되면서 발생하는데, 이때 그 형태와 성분이 변하면서 포화지방과 유사한 성질을 가지게 된다. 녹는점이 높아 인체에서 쉽게 용해되지 않고 축적되는 포화지방처럼 트랜스지방도 몸 안에 꾸준히 쌓인다.

◆ 혈관 막고
HDL 콜레스테롤 수치 낮춰
트랜스지방의 체내 축적이 해로운 이유는 몸에 좋은 고밀도지단백질(H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몸에 해로운 저밀도지단백질(LDL) 콜레스테롤을 높이기 때문이다. HDL 콜레스테롤은 혈관 내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착실히 수행하지만, LDL 콜레스테롤은 이러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이른바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또한 트랜스지방은 스스로도 혈관에 쌓여 기름덩어리(죽상경화반)를 만든다. 혈관은 이 기름덩어리로 인해 점차 좁아지거나 굳어지면서 동맥경화가 발생하고, 결국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마비 등 뇌·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위험성 때문에 트랜스지방 섭취량을 하루 섭취 열량의 1%를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성인 남성의 경우 하루 2500㎉ 중 트랜스지방 2.8g 이하, 성인 여성의 경우 2000㎉ 중 2.2g 이하로 제한하며, 만 1∼2세는 1.1g, 만 3∼5세는 1.6g을 넘지 않아야 한다.

◆ 식품별 트랜스지방
함량 따져 먹어야 
트랜스지방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음식을 튀길 때는 물론, 고열로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어김없이 발생한다. 참치김밥에도 1회 제공량 기준(250g)으로 0.18g 정도의 트랜스지방이 들어 있다. 다만 과거 문제가 된 것은 과자류나 케이크류를 만들 때 바삭한 식감과 기름진 맛을 만드는 과정에서 과다하게 트랜스지방이 발생한 점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05년도만 해도 1회 섭취량 기준으로 비스킷에 0.9g, 케이크류에 2.6g, 감자튀김에 2.9g의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계속된 저감화 노력으로 현재는 비스킷, 초콜릿 등 가공식품과 감자튀김의 트랜스지방 함량이 0.1g까지 낮아졌다. 
식품 등의 영양성분별 세부표시방법에서 1회 제공량당 트랜스지방이 0.2g 미만인 경우 0으로 표시할 수 있어 ‘트랜스지방 제로’ 제품도 많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식사 때 먹는 일반 음식 에서 튀긴 음식을 자제해 트랜스지방 섭취량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1회 제공량 기준으로 치즈 돈가스(250g)에는 0.44g, 프라이드치킨 닭다리(55g) 0.3g, 새우튀김(100g) 0.2g, 머핀(130g) 0.13g의 트랜스지방이 들었다. 장기보존을 위해 레토르트식품으로 제조된 짜장과 카레 등에는 0.8∼0.9g가량의 트랜스지방이 함유돼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