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지구온난화…1990년대 이후 급속 변화

"북극곰 버금가는 흉조"…등반위험?

 주변 16억명 눈사태 · 물부족 우려

 

무려 2천년에 걸려 생성된 에베레스트 정상 근처의 빙하가 최근 25년 사이에 없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일 CNN에 따르면 미국 메인대 연구진을 포함한 과학자들과 등반대원들은 2019년 에베레스트 등반 루트의 하나인 '사우스콜' 일대를 탐험한 뒤 이 같은 결과를 네이처 포트폴리오 저널(NPJ) '기후와 대기과학'에 게재했다.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가 지목됐다.

 

관측 결과 빙원(氷原)의 일부였던 빙하가 거의 눈처럼 변했다.

 

이런 변화는 1950년대 초 시작됐을 수도 있지만 1990년대 들어 가속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2019년 탐험 당시 10m 길이의 빙상코아(오래 묻혀있던 빙하의 얼음 조각)를 파내 분석했다.

 

온도와 풍향, 습도를 측정하는 자동기후관측기(AWS)를 두 곳에 설치해빙하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지를 알아내려 했다.

 

탐험대를 이끌었던 폴 마예프스키 메인대 기후변화연구소 소장은 "그 대답은 분명한 '예스'였고 밝혔다.

 

마예프스키 소장은 특히 1990년대 이후에는 두 말이 필요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티벳 쪽에서 바라본 에베레스트(2020.04.30.) [신화 연합뉴스]

 

연구진은 인류가 조장한 기후변화가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는 지상 최고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눈 덮인 지표 때문에 유지되는 중요한 균형이 깨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마예프스키 소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인간이 에베레스트 일대를 점유한 이래 경험했던 상황과 크게 달라지고 있다"면서 "그 변화의 속도도 매우 빠르다"고 강조했다.

 

빙하가 사라지면 더는 햇볕을 반사할 수 없어 얼음이 녹는 속도는 더 빨라진다.

 

모의실험 결과 태양광에 심하게 노출되면 약간의 습도 저하나 강풍 등 스무 가지가 넘는 요인들로 인해 해빙이나 증발이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에베레스트에 있는 빙하가 빠르게 유실되면 눈사태가 잦아지고 그 주변 16억 인구의 식수나 관개, 수력발전 등 용수가 고갈되는 등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당장은 에베레스트 등반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마예프스키 소장은 "북극곰이 지구온난화의 상징이 됐지만, 에베레스트 꼭대기에서 일어나는 일도 또 하나의 경고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019년 에베레스트 탐험 당시 지상 최고 높이(해발고도 8천20m)에서 빙상코아를 굴삭했고, 의복이나 텐트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미세플라스틱을 가장 높은 곳(8천440m)에서 발견했으며, 소위 '데스 존'(죽음의 지대·8천430m)에 자동기후관측기를 설치했다는 세 가지 기록을 세워 기네스북에 올렸다.

 

사람이 산소를 제대로 호흡할 수 없는 해발 8천m 이상 고지대를 가리키는 '데스 존'에 자동기후관측기가 설치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세계 첫 코로나 ‘인체유발시험’

① 잠복기, 5~6일 아닌 평균 2일

② 바이러스 최대 증식처는 콧속

③ ‘신속항원검사’도 좋은 진단법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주황색)의 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NIAID 제공

 

지난해 2월 영국에서 실시한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인체유발시험’(Human Challenge Trial) 결과가 나왔다.

 

인체유발시험이란 의도적으로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인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효과적인 질환 예방 및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지만 시험 과정에서 자칫 생명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 윤리적 논란도 있는 시험이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이 주도하는 영국 공동연구팀은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백신을 맞지 않은 18~30살 건강한 성인 남녀 36명을 대상으로 인체유발시험을 진행하며 감염 시작부터 바이러스 소멸 시점까지 전 과정을 정밀 관찰했다.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출판전 논문 모음집 ‘리서치 스퀘어’(Research Square)에 발표한 시험 결과에 따르면, 시험 참가자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나서 평균 2일 후에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감염자들은 콧물, 인후통 등 일반적인 감기 증세를 보였다.

 

감염 5일 후에 바이러스 수치 정점

 

증상은 기도(목구멍)에서부터 시작됐으며 바이러스 양은 감염 5일 후에 정점을 찍었다. 바이러스가 가장 많이 검출된 곳은 콧속(비강)이었다.

 

참가자 가운데 절반인 18명이 감염됐으며, 이 가운데 16명은 코막힘이나 콧물, 재채기, 인후통 같은 가볍거나 심하지 않은 감기 증세를 보였다. 일부 참가자에게선 두통과 근육통, 관절통, 피로감, 발열 증세가 나타났다. 감염자 중 13명은 일시적으로 후각이 상실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3명을 제외하고는 90일 이내에 후각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나머지 3명도 3개월 후 증상이 계속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폐에서는 아무런 질환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시험에 사용한 바이러스는 변이가 출현하기 이전인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감염자로부터 채취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시험 참가자들의 코 안으로 바이러스를 소량 주입한 뒤, 2주 동안 병원에서 감염 진행 상황을 집중 관찰했다. 그러나 참가자 가운데 2명은 바이러스 주입 전에 항체 반응이 나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체유발시험에서 폐의 기능을 측정하고 있는 참가자. H-VIVO 제공

 

입보다 코를 통한 감염 위험 더 높아

 

코로나19의 경우 대체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감염 여부를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인체유발시험은 바이러스 노출 직후부터 인체에서 일어나는 반응과 관련한 상세한 데이터를 처음으로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진이 이번 시험에서 얻은 성과는 크게 세가지다.

 

첫째는 짧은 잠복기다.

 

감염자 18명의 잠복기는 평균 42시간이었다. 기존 추정치인 5~6일보다 훨씬 짧았다. 잠복기 이후 감염자의 코나 목에서 채취한 면봉에서는 바이러스 양이 급격히 증가했다.

 

둘째는 바이러스의 증식이 가장 활발한 곳은 콧속(비강)이라는 점이다.

 

바이러스가 가장 먼저 본격적인 증식을 시작한 곳은 목이었다. 목에서는 감염 후 40시간, 코에서는 감염 후 58시간이 지나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바이러스 최고 수치는 목보다 코에서 훨씬 높았다. 이는 입보다 코를 통해 바이러스 몸밖으로 배출될 위험이 더 크다는 걸 뜻한다. 또 마스크를 쓸 때는 입과 코를 모두 가려야 한다는 걸 말해준다. 무증상인 사람들도 바이러스 수치는 비슷했다.

 

영국의 신속항원검사 키트. 노샘프턴대 제공

 

주 2회 신속항원검사시 신뢰도 높아

 

셋째는 신속항원검사(lateral flow tests)의 유용성이다.

 

연구진은 코 안으로 면봉을 집어넣어 검체를 채취하는 신속항원검사 결과가 감염력 있는 바이러스가 있는지를 판별하는 데 좋은 지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속항원검사 결과는 감염과정 전반에 걸쳐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 결과와 잘 맞았다. 다만 바이러스 수치가 낮은 감염 시작 및 종료 시점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졌다.

 

연구진은 “신속항원검사는 피검사자의 바이러스에 감염력이 있는지, 격리 상태를 해제해도 되는지를 판단하는 데 신뢰할 만한 데이터를 제공한다”며 “주 2회 신속항원검사를 할 경우 감염력 있는 바이러스의 70~80%가 생성되기 전에 진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감염내과 크리스토퍼 치우(Christopher Chiu) 교수는 “감염 첫날이나 둘쨋날에는 민감도(감염자를 양성으로 판별하는 능력)가 낮을 수 있지만, 반복해서 사용하면 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입자 모형.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제공

 

델타 변이에 대한 인체유발시험도 계획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인체유발시험의 한 모델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보도자료에서 “런던 로열프리병원에서 진행한 이 획기적인 시험 참가자들은 모두 가벼운 증상만 보임으로써 다시 실시해도 무방하다는 걸 보여줬다”며 “이는 향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시험을 위한 연구의 기반을 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치우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한 젊은 성인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감염 시험에서 심각한 증상이나 임상적 우려가 전혀 없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에게 주입한 바이러스 수치는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최소한의 양이었다. 이는 감염력이 가장 높을 때 비강 내 비말 한 방울에서 발견되는 양과 비슷한 수준이다.

 

연구진은 앞으로 같은 양의 바이러스에 노출됐음에도 누구는 감염되고 누구는 감염되지 않는 이유를 확인할 계획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감기를 유발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효과를 발휘했을 가능성, 이마저도 필요없는 강력한 선천적 면역력 보유자일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연구진은 또 여건이 되는 대로 백신을 맞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델타 변이에 대한 인체유발시험도 계획중이다. 이를 위해 현재 시험용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연구자들은 참가자들이 겪을 수 있는 건강상의 위험에 대한 윤리 문제를 제기한다. H-VIVO 제공

 

시험에서 얻을 이익?…아직은 약속어음

 

‘네이처’는 그러나 일부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 성과가 실험 참가자들에게 닥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할 만큼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예컨대 미국 메릴랜드대 메건 데밍 교수(바이러스학)는 ‘네이처’에 “바이러스에 감염된 참가자의 4분의 1 이상이 6개월 이상 후각이나 미각 이상을 겪었다”며 “이것이 이번 시험에서 나타난 가장 심각한 위험인 것으로 보이며 계속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체유발시험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과학적, 사회적 이익은 현재로선 약속어음이며, 아직은 손에 쥐지 못한 상태라고 말한다.

 

이번 코로나19 인체유발시험 참가자들에겐 4565파운드(약 746만원)의 보상금이 지급됐다. 곽노필 기자

아마존. AP 연합뉴스

 

글로벌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닷컴(이하 아마존)이 1년 새 순이익이 두배 불어난 깜짝 실적을 내놨다. 아마존이 투자한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이 나스닥에 상장하며 생긴 ‘일회성 이익’이 컸다. 다만 클라우드 서비스 등 자체 신사업에서도 의미 있는 실적을 냈다. ‘마마’(MAMAA·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알파벳)로 불리는 글로벌 빅테크들 중 메타(옛 페이스북)를 제외한 모든 회사들이 호실적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3일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10∼12월) 순이익이 143억2300만달러(약 17조원)로 전년 동기(72억2200만달러) 대비 98.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1374억1200만달러(약 165조원)로 같은 기간 9.4% 늘었다. 매출만 놓고 보면 시장조사 회사 리피니티브의 예상치(1376억달러) 등에 못 미쳤다. 하지만 주식 1주당 순이익은 28.21달러로 예상치(3.63달러)를 7배 이상 웃돌았다.

 

큰 폭의 순이익 증가는 스타트업 지분 투자 덕분이었다. 아마존은 지난 2019년부터 리비안에 13억달러(1조5600억원)를 투자해 이 회사 지분 22.4%를 갖고 있다. 지난해 11월 리비안이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최대주주인 아마존도 120억달러(14조4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이 금액이 지난해 4분기 순이익으로 잡혔다.

 

신사업들도 성장했다. 지난 분기 클라우드 서비스(AWS) 매출은 1년 새 39.5% 뛴 177억8000만달러(약 21조원)였다. 광고 매출은 97억1600만달러(약 12조원)로 같은 기간 32.2% 늘었다. 아마존이 실적 발표 때 광고 부문을 ‘기타 매출’에 포함하지 않고 별도 항목으로 집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경제 매체 <시엔비시>(CNBC)는 “현재 아마존은 미국 광고 시장에서 구글, 페이스북에 이은 세 번째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여러 악재 속에서도 빅테크들이 호실적을 이어간 데 주목한다. 금리인상 기조와 물가 상승 등 거시경제 환경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애플·알파벳·아마존은 잇따라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냈다. 코로나19 유행 2년째에 재택근무 등 비대면 생활패턴이 보편화 되면서 온라인 광고와 소프트웨어 시장 등의 규모가 커진 결과다. 마마(MAMAA) 기업들 중 주당 순이익이 1년 전보다 꺾인 곳은 메타 뿐이었다.

 

한편 이날 실적발표 뒤 나스닥 시장의 아마존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급등했다. 이날 아마존의 정규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7.8% 내린 2776.91달러였지만, 시간 외 거래에서는 14.3% 오른 3173달러에 장을 마쳤다. 천호성 기자

4일 단독 오찬에 개막식도 관람

정상들 참가 3분의 1 이하로 줄어

미 · 유럽 압박에 중·러 관계 격상

 

 2019년 6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대화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2008년 8월 중국 베이징 여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찾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후진타오 당시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무려 30분 동안 줄 서야 했다. 오찬도 단독이 아닌 다른 정상들과 함께 했다. 100명 가까운 다른 정상들과 다른 대우는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만난 것 정도였다.

 

14년이 흐르고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위해 다시 방문한 푸틴 대통령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는 당시와는 사뭇 다르다. 시진핑 주석은 개막식이 열리는 4일 푸틴 대통령과 단독으로 회담하고, 에너지·금융·우주 등 15개 분야에 이르는 협정에 서명했다.

 

무엇이 바뀐 것일까. 가장 직접적인 변화는 개막식을 찾는 외국 정상들의 수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통신 보도를 보면,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는 21개 국가 정상이 참석한다. 러시아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카자흐스탄, 캄보디아, 아르헨티나 등이다. 한 지도자가 수십년 째 장기 집권을 하고 있거나 비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국가들이 적지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주요 국가들에게 이번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을 요구한 탓에 세계 주요 7개국(G7) 정상 가운데 이번 올림픽에 참석하는 이는 없다. 14년 전 개막식에 미국, 프랑스, 한국 등 68개국 대통령·총리 등 정상들이 참석했던 것에 견주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올 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전파력 높은 오미크론 변이도 정상들이 대화 참석을 꺼리는데 톡톡히 한 몫했다.

 

3일 미국 샌프란시코 금문교에서 시민들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AFP 연합뉴스

 

‘외교 보이콧’이라는 서방 국가들의 고의적 무관심 속에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밀착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베이징에 도착하기 하루 전인 3일 중국 국가통신사인 <신화통신>에 ‘러시아와 중국-미래를 내다보는 전략적 동반자’라는 글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푸틴 대통령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면서 포괄적 동반자 관계와 전략적 협력의 양국 관계는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으며 효율성, 책임감, 미래에 대한 열망의 모델이 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강조한대로 두 나라는 2001년 ‘선린우호협력조약’를 맺어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하고 있다. 세계 최강국 미국은 일본,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등 동맹국들과 함께 경제·군사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러시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앞세운 미국, 유럽 세력과 대결하고 있다. 이런 때일 수록 중-러가 일치 단결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세계 질서의 한축을 담당하는 다극 체제로 바꿔나가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냉전 시절 공산주의 진영에서 치열하게 갈등했던 ‘중·소 분쟁’은 이미 옛말이 됐고,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 등 민주주의 세력에 맞서는 ‘깐부 관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러시아를 편드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27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안전보장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중시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고, 31일 열린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중국은 러시아의 입장을 대변하며 미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베이징/최현준 기자

 

시진핑·푸틴 “전략적 협력 심화”…미국 보란 듯 ‘밀착’

 

베이징올림픽 맞춰 정상회담

 

미·유럽 등 서방 압력에 맞서 새 국제체제 구축 논의한 듯

에너지분야 협력 서명여부 주목

 

 

미-중 전략 갈등이 격화되고 미·러가 우크라이나를 사이에 두고 정면충돌로 치닫는 가운데 중·러 정상이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막에 맞춰 대면 회담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등을 한편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다른 한편으로 하는 대결을 의미하는 ‘신냉전’ 흐름이 더욱 강화되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이날 오후 베이징에 도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열렬하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중-러 관계와 국제 전략 안보와 관련한 중대한 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시 주석이 외국 정상과 대면 정상회담을 한 것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양국 관계 심화와 새로운 국제체제 구축, 지속가능한 세계 발전 촉진 등을 의제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에 맞서기 위한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냉전 종식 이후 지속된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깨뜨리고, 중·러가 세계 질서에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다극 체제’를 구축하자는 의도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증명하듯 두 정상은 회담 직후 ‘새로운 시대 국제관계와 지속 가능한 세계 발전에 관한 중-러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양국은 이 성명에서 서로의 “핵심 이익, 국가 주권, 영토 보전을 지키기 위해 상호 지원하겠다”는 뜻을 다지며, 미국의 압박에 맞서 바짝 밀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구체적으로 러시아는 중국이 집착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이 중국의 불가결한 일부라는 점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고, 중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확장에 반대한다”며 러시아의 손을 들어줬다. 시 주석은 앞선 회담에서도 “중·러는 복잡하고 변화된 국제정세에 맞서 전략적 협력을 심화하고, 국제 공평·정의를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푸틴 대통령은 “러-중 관계는 21세기 국제관계의 모델”이라며 “러-중 관계의 전략적 성격이 전례 없이 부각돼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양국 간 전면적인 전략적 협력 심화는 세계 전략안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향후 양국 협력에서 주목해 봐야 할 분야는 에너지 협력이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12월14일 열린 화상 정상회담에서 몽골을 통해 중국 중부 일대에 한해 천연가스 500억㎥를 공급할 수 있는 ‘시베리아의 힘 2’ 파이프라인 건설 계획을 논의한 바 있다. 양국은 7년여 전인 2014년 5월에도 한해 380억㎥의 천연가스를 30년 동안 공급하기로 하는 4천억달러(약 473조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었다. 이후 헤이룽장성을 통해 중국 동부 일대로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총연장 3천㎞에 이르는 ‘시베리아의 힘’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2019년 말 운영을 시작했다.

 

당시 양국이 파이프라인 건설에 전격 합의한 시점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지 불과 2개월 만이었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가 중국과의 초대형 계약을 통해 ‘활로’를 찾은 셈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다시 제재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양국이 두번째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을 추진한다면, 미국 등이 예고한 고강도 제재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