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보수 정권의 참담한 실패는 박근혜의 카리스마에 눌린 측근들이 벌벌 떨며 호가호위하는 데만 골몰했기 때문이 아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지도자가 실은 제대로 국정을 이해하거나 이끌 능력이 전혀 없었다는 게 실패의 핵심 요인이다. 문제는 측근이 아니라 지도자 자신이다.

 

박찬수 | 대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 사이 갈등은 ‘윤핵관’으로 시작해 ‘김종인’으로 끝났다.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두고 당대표가 당무를 중단할 정도로 두 사람의 대립 이유가 얼마나 중대한 것이었는지, 갈등의 원인은 사라진 것인지, 제대로 된 설명은 없다. 지난 주말 윤석열과 이준석의 극적인 울산 회동 직후에 나온 발표는 “김종인씨가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뜬금없는 싸움과 화해가 또 있을까 싶다. 그래도 이번 파동이 드러낸 국민의힘의 실상은 의미심장하다. ‘윤핵관’과 ‘김종인’이라는 두 핵심 키워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5년 동안 국민의힘은 변한 게 없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의 줄임말인 ‘윤핵관’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건, 당무를 중단하고 지방으로 내려가버린 이준석 대표가 공개적으로 이를 비판하면서부터다.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가 윤핵관을 모른다고 한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달간 ‘윤핵관’이 쑥대밭으로 만드는 동안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고 내용 파악도 못했다면, 후보의 눈과 귀를 막은 사람이 누군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누군가가 혼돈을 부추기는 상황은 과거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새누리당을 혼란스럽게 했던 이른바 ‘친박 핵심 인사’들을 떠올리게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고 오직 측근을 자처하는 이들이 ‘박심’을 말하니까, 친박·진박·종박이란 말이 등장하고 나중엔 ‘진박 감별사’라는 기상천외한 단어까지 언론에 오르내렸던 게 아닌가.

 

정치 지도자가 자기의 입으로 분명하게 국가 또는 당의 운영이나 선거운동 방향을 말하고 주변을 설득하지 못할 때, ‘윤핵관’이니 ‘진박’이니 하는 모호한 어휘가 정치권을 휘돌아다니게 된다. 이준석 대표는 이를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린 사람들’ 탓으로 돌렸지만, 누구도 대통령 또는 대통령 후보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없다는 걸 이 대표 스스로가 더 잘 알 터이다. 5년 전 보수 정권의 참담한 실패는 박근혜의 카리스마에 눌린 측근들이 벌벌 떨며 호가호위하는 데만 골몰했기 때문이 아니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지도자가 실은 제대로 국정을 이해하거나 이끌 능력이 전혀 없었다는 게 실패의 핵심 요인인 것이다. 문제는 측근이 아니라 지도자 자신이다. 정치에 뛰어든 이후 윤석열 후보 주변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윤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뭐가 다른 것일까 궁금해진다. 예리한 칼을 휘두르는 검찰 내부에서 카리스마를 발산한 게, 국민 삶을 책임지고 숱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회 현안을 풀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과연 국민에게 줄 수 있는 것일까.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저녁 울산시 울주군의 한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한 뒤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게 후보가 모호하니까, 이걸 가리려고 등장한 게 바로 ‘김종인’이다. ‘또 김종인이냐’는 말이 나오긴 해도, 그의 합류는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도움이 되리란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이 모습은 2012년 대선 때 이미 한번 봤던 것이다. 그때 김종인은 ‘경제민주화’를 박근혜 후보의 간판 공약으로 내세웠고, ‘개발독재 주역의 딸’이란 이미지를 희석하는 데 도움을 줬다. 오죽하면 진보 정치인 노회찬이 “박근혜까지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시대가 됐다”고 탄식했을까 싶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정확히는 취임도 하기 전에 ‘경제민주화’는 폐기됐고, 김종인씨는 나중에 “국민에게 굉장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지금 상황은 그때와 다를 게 없다. 김종인은 선대위에 참여하자마자 합리적 이미지의 금태섭과 정태근을 중용하고, ‘공정한 경제’를 내세워 10년 전의 경제민주화론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는 정당이, 김종인 자신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1년 가까이 당을 이끌 때도 실질적 변화를 이뤄내지 못한 정당이 불과 몇달 만에 바뀔 리는 없다. 윤석열 후보가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전두환 대통령이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고 발언한 건, ‘지도자가 유능할 필요는 없다, 사람만 잘 쓰면 된다’는 걸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바로 그 전두환 시대에 얼마나 많은 비인간적 만행이 저질러졌고, ‘인사가 만사’라는 김영삼 대통령 시대에 구제금융 사태를 맞았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몇몇 중도개혁 인사들로 외양을 꾸밀 순 있겠지만, 국민의힘은 5년 전 또는 10년 전의 새누리당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윤핵관’과 ‘김종인’이 국민에게 던진 메시지는 이것이다.

영국도 가세…“베이징 올림픽, 실질적 외교적 보이콧 있을 것”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캐나다도 2022년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한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이 자행한 "반복된 인권 침해"에 항의하여 베이징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8일 베이징 올림픽 외교 보이콧을 발표하며 캐나다 정부가 중국 정부의 위반행위에 대해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지난 수년간 인권 침해에 대한 깊은 우려를 분명히 밝혀왔으며 이는 우리의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연속선 상에서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인권 위반 사례는 위구르 무슬림에 대한 집단학살 시도와 3년 가까이 중국 감옥에 있다가 지난 9월 석방된 두 명의 캐나다인 ‘마이클’에 대한 자의적인 구금 등이 거론된다.

 

트뤼도는 "임의적인 구금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이며 수십 개국에 공유되고 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강압적인 외교에 대항하는 세계 우호국들과 계속해서 매우 분명하게 함께 서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캐나다 정부의 외교적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선수들은 동계 올림픽 참가는 변함없다고 밝힌 트뤼도 총리는 "우리 선수들은 수년간 훈련을 해왔고 전 세계 운동선수들과 가장 높은 수준에서 경쟁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면서 "그들은 계속해서 우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은 연방정부가 캐나다 선수들의 보호 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 RCMP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졸리 장관은 RCMP가 과거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올림픽 위원회와 협력했다고 말했다.

 

 

캐나다 올림픽 및 패럴림픽 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뤼도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외교적 보이콧과 선수 보이콧 사이에는 ‘중요한 구별’이 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캐나다 선수들의 참여가 중국 내 이슈에 더 많은 관심을 끌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위원회는 또 "역사는 운동선수들이 보이콧할 경우에는 의미 있는 변화보다 운동선수들에게 피해를 입힐 뿐이라는 것을 보여준 바 있다"라고 성명에서 밝혔다.

 

캐나다는 지난 여름 열린 도쿄 올림픽에 외교 사절단의 일원으로 단 한 명만을 파견했었다. 여름 올림픽은 일본에서 COVID-19 감염이 급증하는 동안 열렸다.

 

한편 캐나다 연방정부의 보이콧 결정은 미국을 비롯한 다른 동맹국들이 올림픽 참가를 거부한 가운데 나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해 동맹국들과 협력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22일 이번 올림픽 보이콧 여부가 몇 주 뒤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으나 미국에 이어 영국 호주 리투아니아 등이 베이징올림픽을 외교적으로 보이콧한다고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캐나다의 동조입장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 캐나다 신민당(NDP)과 보수당은 모두 트뤼도 정부에 앞선 정부들의 외교적 선례를 따를 것을 요구했었다.

 

오커스국들 모두 보이콧 동참

 

한편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동참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실질적 외교적 보이콧”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 총리가 말하는 실질적 외교적 보이콧이 무엇인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미국보다는 낮은 수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존슨 총리는 8일(현지시각) 런던 의회에서 미국의 베이징 겨울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베이징 겨울올림픽 실질적 외교적 보이콧이 있을 것이다. 어떤 각료도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정부 인사도 그렇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스포츠 (선수 참가) 보이콧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중국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어떤 주저도 없다”고도 말했다. 앞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는 중국 인권 탄압 문제 등을 이유로 들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시키되 정부 공식 대표단은 불참하는 것을 보통 말하지만 명확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앞서 지난 7일 영국 <텔레그래프>는 “정부가 베이징올림픽에 사절단을 아예 파견하지 않는 전면적 외교 보이콧 대신 제한적인 참가는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8일 영국 런던 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동영상 중 한 장면. AFP 연합뉴스

 

영국 <가디언>은 8일 존슨 총리 의회 발언은 영국 왕족의 참석 전망은 열어둔 것이라고 해석했다.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딸인 앤 공주는 영국올림픽위원회 회장이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다.

 

한편 일본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각료 파견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고 산케이(産經)신문이 8일 보도했다.

 

다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올림픽이나 우리나라(일본)의 외교에서의 의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익의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내정자는 7일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대중 정책을 숙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반면 이탈리아는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탈리아의 결정은 2026년 동계 올림픽 개최국이라는 입장 때문으로 보인다. 관행상 차기 올림픽 주최국은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파견해야 한다. 조기원 기자

 

청와대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검토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31일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센터에서 미국 주도로 열린 공급망 관련 글로벌 정상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제공

 

청와대가 8일 베이징겨울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국-중국 대립 속에서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한 분위기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관해 우리 정부로선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정부 대표단 참석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고 결정이 되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베이징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는데 한국 정부의 입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어 “미국은 외교적 보이콧을 발표하기 전에 한국에 미리 알려왔다. 미국은 각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할지 여부는 각국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외교적 보이콧은 각국이 판단할 사안”이라는 미국의 의견을 공개한 것은, 외교적 보이콧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자율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레일리아 등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 여부는 ‘최종 공식 발표’를 미루며 동향을 지켜볼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우리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이자 최대 교역국으로서,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중국과의 관계도 조화롭게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정부는 베이징올림픽이 2018년 평창, 2020년 도쿄에 이어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으로서 동북아와 세계평화 번영 및 남북관계에 기여하길 희망한다”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했다. 중국이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때 대표단을 보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할 점이다.

 

청와대는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이 한반도 종전선언 구상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일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종전선언과 베이징올림픽 간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며 “종전선언과 관련해 특정한 시기나 계기를 두고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올림픽이라는 장소와 시간을 못박지 않음으로서 종전선언 추진에 대한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이완 기자

로스앤젤레스시 내년 1월 법안 제출

3개 등급 분류 “소통과 대비 쉽게”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이어진 지난 7월25일 오후 한 시민이 자전거를 타고 가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미국에서 폭염에 태풍처럼 등급을 매기고 이름을 붙이는 방안이 추진된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시당국은 최근 “시민들에게 폭염 위험을 쉽게 알리고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폭염을 3등급으로 나누고 이름을 붙여 소통하는 법안을 내년 1월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에이비시> <웨더뉴스> 등 일부 방송사가 허리케인뿐만 아니라 겨울폭풍에도 이름을 붙여 사용하고 있지만, 폭염에 대한 등급과 명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안을 준비중인 리카르도 라러 로스앤젤레스시 보험담당관은 “폭염 등급화가 입법화하면 지역사회가 폭염 관련 사망자를 줄이려는 노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로스앤젤레스가 위치한 캘리포니아 남부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폭염이 더 자주, 강하고, 오래 지속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1980∼2000년에 연평균 6일이던 폭염 일수가 2050년에는 22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리스·스페인 등 5개 도시도 준비중

 

폭염 등급화 방법론은 기후변화 적응 및 회복을 위해 활동하는 컨설팅기구인 ‘아드리안 아슈트 록펠러 회복 센터’가 마련했다. 이 기구는 현재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미국 캔자스시티, 밀워키, 마이애미-데이드, 그리스 아테네, 스페인 세비야 등 6개 도시에서 폭염 등급화를 추진하고 있다.

 

폭염 등급 연구팀의 래리 컬크스테인 수석과학고문은 “폭염 등급은 일종의 기상경보시스템이다. 곧 ‘40도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대신에 ‘몇 명이 죽을 수 있다’고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현재 3단계 등급을 만들고 있다. 등급 1은 예상 사망자 수가 상대적으로 낮고 일일 사망률이 0~10% 증가할 수 있음을, 등급 3은 올해 6월 발생한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 남서부 지역 폭염처럼 사망자 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을 나타낸다.

 

각 등급에 따라 극심한 폭염의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조처들이 함께 제시된다. 예들 들어, 등급 3 폭염이 발표되면 시립 수영장을 개방하고 에어컨이 갖춰진 피난처를 제공하며 노인들을 더 자주 찾아가도록 방문 점검 서비스를 활성화하도록 할 수 있다. 또 폭염기간에 언제든지 냉방장치를 틀 수 있도록 전기요금을 미납했더라도 전력회사가 전력 공급을 중단하지 못하도록 한다. 실외 작업자의 일정 변경을 강제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폭염 경보와 등급 발표에 대한 미국 기상청(NWS)의 승인을 신청해놓은 상태다. 연구팀은 기상정보제공 기관과 관계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대화형 누리집을 구축해 15분마다 갱신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팀은 또 지방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그리스 아테네와 스페인 세비야에서 내년 여름 폭염 등급과 명명 시범 운용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재난 관리와 복구 소통에 도움될 것”

 

연구팀은 캔자스시티와 밀워키에서 덥고 습한 기단과 뜨겁고 건조한 기단이 높은 사망률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과거 자료를 분석했다. 캔자스시티에서는 1975년 이후 더 높은 사망률을 초래한 41개의 폭염이, 밀워키에서는 31개의 폭염이 있었다. 예를 들어 캔자스시티에서 1980년 7월17일 폭염은 폭염 기간에 평균 사망률이 425% 증가했다.(일일 사망률 25% 증가) 연구팀은 접근하는 기단(공기 덩어리)이 과거 관측과 유사하면 과거 데이터에 따라 다가오는 폭염을 분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목표는 기상청과 협력해 관측 데이터를 보고 잠재적으로 폭염이 발생하기 최대 5일 전에 예측하는 것이다. 컬크스테인은 “방재 관계자들한테 닷새 전에 ‘등급 3의 폭염이 오고 있다’고 말하며 노인이나 취약한 사람들 집마다 방문해 문을 두드리라고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폭염 등급의 기준값(임계값)은 지역의 기상기후 조건과 인구생태학적 조건에 따라 다르기에 과거 자료에 대한 소급 분석이 별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또 폭염 등급과 함께 이름을 붙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폭염의 수준을 두 단계로 나눠, 특보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에는 일최고기온만을 폭염특보(주의보 33도, 특보 35도) 기준으로 하던 것을 지난해 여름부터 기온 및 습도를 반영한 체감온도로 바꿔 실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해 운영하고 있다. 또 폭염 발생 때 분야별, 계층별로 위험 수준에 따라 대처 방안을 제시하는 폭염영향예보를 병행하고 있지만 폭염에 이름을 붙이지는 않고 있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폭염연구센터장)는 “폭염 등급화는 고온 현상만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 경각심을 갖게 하고, 위기관리 부서가 위험 관리와 사후 복구작업 때 소통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소리없는 침묵의 암살자’라 지칭되는 폭염의 경우 피해가 기상 현상이 일어난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가중되는 등 태풍처럼 시종이 뚜렷한 기상재해와는 달라 예보나 영향기간 설정이 쉽지 않기에 등급을 매기거나 이름을 붙이려면 선행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6일 모디-푸틴 정상회담 열어 AK소총 60만정 등 협력 합의

미 ‘적성국제제’ 경고 안 먹혀 미-중-러 갈등에 인도 변수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인도 뉴델리에서 만나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인도가 정상회담을 열어 군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미국, 인도는 중국과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으로 인해 얽히고설킨 미-중-러의 3각관계에 인도까지 가세하는 복잡한 방정식이 만들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했다. 두 정상은 이 만남에서 인도가 구매를 결정한 러시아제 방공 미사일 체계인 S-400, 공격용 소총인 AK-203 60만정 공급 등 군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뒤 “우리는 인도를 열강, 우호 국가, 오랜 세월 동안 입증된 우방으로 여긴다”고 말했고, 모디 총리는 “지난 몇십년 동안 세계는 많은 근본적인 변화를 했고 다른 지정학적 방정식이 나타났지만 인도와 러시아의 친선은 영원히 유지됐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초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6월 이뤄진 첫 방문에선 제네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러시아는 이 회담을 통해 인도가 포함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의체인 ‘쿼드’를 공고화하는 데 공을 들이는 미국과 인도와 오랜 긴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중국을 동시에 견제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7일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담판을 앞두고, 인도와 오랫동안 쌓아온 전통적 우의를 뽐내는 데 성공했다. 인도는 냉전 시대엔 소련과 우호관계를 유지했지만, 2000년대 이후엔 미국과 관계를 확대해왔다. 최근 들어선 미국의 반중 포위망으로 해석되는 ‘쿼드’에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와 발을 담그고 있다. 중국과는 지난해 5월 히말라야 국경 지대에서 무력충돌을 벌이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인도는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2018년 계약한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체계 도입을 확정지으며 양국 군사협력이 다시 강화되는 계기를 잡았다. 하르시 바르단 슈링글라 인도 외교장관은 S-400 도입과 관련해 “공급이 이번달에 시작됐고, 계속될 것이다”라고 확인했다.

 

미국은 인도가 54억달러(약 6조3600억원) 규모의 S-400 도입을 강행하면,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는 국가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근거인 ‘적성국가제재법’(CAATSA)에 따라 제재하겠다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의 핵심 고리인 인도를 제재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무부는 11월 말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린 인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러시아는 또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 군사 합작회사를 설립해 향후 10년 동안 AK-203 소총 60만자루를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 소총은 인도군이 30년 동안 사용해온 낡은 ‘인사스’(INSAS) 소총을 순차 대체할 예정이다. 인도는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파키스탄 등 주변국과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 무기를 요구해왔다. 라지나트 싱 국방장관은 “지난해 여름 이후 코로나19의 유행, 주변국들의 유례없는 군사화와 무력 증강, 정당한 이유 없는 국경선 침범이 몇가지 도전이 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군사기술 협력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인도는 세계 방위산업 교역에서 10%의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 2위의 무기 구매국이다. 냉전 시대엔 전체 70%를 모스크바에서 수입하다 40%대까지 줄였다. 최근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접근해오는 것을 계기로 미국과의 군사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과 30억달러 규모의 군사협력 계약을 맺었다. 정의길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