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 안철수 “국민통합정부 만들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마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완주하겠다"며 2일 밤 대선후보 3차 토론까지 참여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토론 종료 불과 수시간여 만에 돌변, 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심야에 회동해 야권 단일화에 전격 합의하며 윤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공정과 상식, 통합과 미래로 가는 단일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며 “저 안철수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저 윤석열은 안철수 후보의 뜻을 받아 반드시 승리하여 함께 성공적인 국민통합정부를 반드시 만들고 성공시키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함께 정권을 교체하고, 함께 정권을 인수하고, 함께 정권을 준비하며, 함께 정부를 구성하여. 정권교체의 힘으로 정치교체, 시대교체가 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두 당은 선거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오늘의 선언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 단일화는 국민 여러분이 만들어 주신 것”이라며 “국민이 키운 윤석열과 지난 10년간 국민과 함께 달려온 안철수가, 국민의 뜻에 따라 힘을 합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두 후보는 전날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회 직후 서울 강남 모처에서 만나 이날 새벽까지 2시간30분 가량 회동을 가진 뒤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그동안 물밑 협상 채널을 가동해온 윤 후보 쪽 장제원 의원과 안 후보 쪽 이태규 의원 등이 공동선언문 내용을 조율했다고 한다. 이날 전격 합의는 안 후보가 지난달 13일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공식 제안한 지 19일 만에 이뤄진 것이다. 대선을 6일 앞둔 마지막 여론조사 시점까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 간 지지율은 팽팽하게 맞붙고 있는데다, 안 후보 지지율도 10% 이하 지점에서 답보상태에 놓인 점 등 두 사람 모두 불안감이 커지면서 전격 합의에 연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이 후보 당선 시 정권교체를 발목 잡았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미나 기자

 

‘거대양당으론 안 된다’던 안철수, ‘4번째 철수’로 다시 그 속으로

10년 정치 인생 중 4번째 중도 사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며 3일 후보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10년 정치 인생 중 4번째 중도 사퇴다.

 

안 후보는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던 지난 2011년 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설이 나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청춘콘서트’의 폭발적 인기로 안 후보는 50%에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당시 야권의 무소속 후보로 나선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직을 조건 없이 양보했다. 정치권에서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신선한 행보에 ‘안철수 신드롬’ 현상까지 등장하며 그를 향한 대중의 기대는 더욱 커졌다.

 

안 후보의 다음 행보는 이듬해 대선 도전이었다. 새누리당 정권 재창출을 막기 위한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협상 상대였다. 그러나 여론조사 경선 방식을 놓고 양쪽은 평행선을 달렸고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후보 등록 시점에 안 후보는 출마를 포기했다. ‘아름답지 못한 단일화’는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고 승자는 박근혜 후보였다.

 

안 후보는 지난해 12월 국민의당 간판으로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오랜 도전에 화답하듯 여론의 지지도 뜨거웠다. 그는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나섰고 처음으로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을 치렀지만,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처음으로 경선을 통한 후보 사퇴였다.

 

안 후보는 이번 대선에도 ‘흠 많은 거대양당 후보에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출마했다. 막말과 내홍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휘청이자 안 후보가 정권교체의 대안으로 주목받으며 지지율 15%를 찍기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막판 양쪽 진영으로 표 결집이 이뤄졌고 더 이상의 반등은 없었다. 입버릇처럼 “완주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20대 대선 6일 전 레이스를 접었다. 곽진산 기자

 

마지막 TV토론 뒤 자정께 ‘장제원 매형’ 집에서 2시간30분 담판

급박했던 야권 후보단일화 막전막후

장제원-이태규 사전 협의 뒤 전격 만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3차 법정 TV 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옆을 지나가고 있다.

 

윤석열(국민의힘)·안철수(국민의당) 후보의 단일화 합의는 2일 밤 3차 토론회 직후 급박하게 진행됐다.

 

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저녁 토론회에 앞서 각 당 협상 주체였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과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본부장은 4일부터 진행되는 사전투표 전 두 후보의 만남을 최종적으로 타진해보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한다. 먼저 두 사람이 후보 간 만남 일정을 조율했고, 마지막 텔레비전 토론회가 끝난 밤 10시가 넘어 이런 내용이 윤 후보와 안 후보에게 각각 전달됐다.

 

예정됐던 윤 후보의 유튜브 촬영 일정이 끝난 자정께, 두 후보는 장 의원 매형이자 안 후보 지인인 성광제 교수 자택에서 만났다. 성 교수는 2012년 안 후보가 안랩 주식 절반을 출연해 설립한 비영리 공익법인 ‘동그라미재단’ 이사장을 맡는 등 안 후보와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있다. 두 사람은 2시간30분 동안 허심탄회하게 국민 통합 정부 구상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안 후보는 후보 간 협상에선 별다른 조건도 제시하진 않았다고 한다. 윤 후보도 ‘정권교체를 바라는 세력은 같이 간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거듭 강조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일화가 최종적으로 성사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인수위원회와 향후 정부 구성도 함께 협의하고 대선 뒤 합당에도 합의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안 후보가 그 자리에서 총리 쪼가리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고 들었다”며 “두 사람의 만남부터 단일화 수용을 전제로 한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고 안 후보가 결단한 것 아니겠냐”며 “마지막 토론회까지 하고, 최대한의 명분을 챙기는 모습으로 윤 후보 지지 선언을 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한 공동선언문의 뼈대는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이 함께 논의한 것을 기반으로 국민의당 쪽에서 초안을 작성했고, 윤 후보는 이날 오전 내용을 확인한 뒤 흔쾌히 내용 전체에 동의했다고 한다.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공동합의문 발표 뒤 기자들에게 “지금 이미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가 가능한 시간이 지났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 찾아야 했다”며 ‘결단’의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안 후보는 지난달 13일 여론조사를 통한 야권 단일화를 제안했으나,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1주일 뒤인 지난달 20일 ‘단일화 결렬’ 선언을 한 바 있다. 이에 윤 후보는 다시 1주일 뒤인 27일 그동안의 단일화 협상 과정을 세세하게 공개하며 단일화 무산 책임공방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이날 윤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그 전부터 안 후보를 여러 차례 만났으면 서로가 훨씬 더 상대방을 잘 이해하고 신뢰할 수 있지 않았겠냐는 아쉬움이 많았다”고 밝힌 뒤 “어제 토론을 마치고 늦은 시간에 앉아서, 구체적인 조건이랄 것도 없이 오늘 공동선언문에서 말한 대로 대의를 위해 함께 하기로 결의를 다지고 오늘 아침 안 후보와 여러분 국민 앞에 서게 됐다”며 단일화 과정에서 불거진 앙금은 해소됐음을 강조했다. 안 후보도 “(단일화 결렬) 이후로 많은 고민을 하고, 많은 분의 말씀을 들었다. 저는 지난해 4·7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제 몸을 던져가며 우리나라를 좀 더 좋은 대한민국으로 바꾸고자 정권교체에 몸 바친 사람”이라면서 “그 대의에 따르는 것이 개인적인 손해가 나더라도, 그 대의를 따르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배지현 김미나 기자

 

빨간 넥타이로 단일화 예고?…윤·안, TV토론서 이례적 옷차림

 2일 마지막 TV 토론회서 ‘닮은 꼴’ 옷차림

 새벽까지 회동한 뒤 단일화 합의 전격 발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열린 마지막 티브이(TV) 토론 때 똑같이 빨간색 넥타이를 매고 나와 이목을 끌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3일 야권 단일화 후보에 합의하면서, 두 후보가 전날 열린 마지막 티브이(TV) 토론회 때 비슷한 옷차림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화제에 오르고 있다. 두 후보가 토론 전에 사전 교감이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단일화 밀약 후 이를 숨기고 4자 토론에 나섰다면 국민을 속이고 우롱한 것이라는 비판도 예상된다.

 

두 후보는 지난 2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 본관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3차 법정 티브이(TV) 토론회에 어두운 감색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윤 후보는 지난달 25일 열린 2차 티브이 토론에서도 비슷한 옷차림이었으나, 안 후보는 당시 자주색 계열 넥타이를 맸다. 지난 27일 사실상 단일화 결렬 선언이 이뤄진 이후에도 두 후보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놨던 만큼, 두 사람의 비슷한 옷차림을 두고 심상치 않다는 뒷말이 나왔다. 그리고 비슷한 옷차림의 두 사람은 토론 직후 심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회동을 한 뒤 단일화에 합의했다는 발표를 했다.

 

두 사람의 비슷한 옷차림이 우연의 일치였을지는 몰라도, 선거 국면에서 후보들은 ‘드레스코드’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감색 바탕에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사선 무늬가 새겨진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 이 넥타이는 지난해 10월 당내 경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이 후보에게 선물한 것이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여전히 이 후보에게 흔쾌히 마음을 열지 않고 있는 지지층을 의식한 선택인 셈이다.

 

심 후보 역시 정의당을 상징하는 색깔인 노란색 셔츠에 노란색 운동화를 신고 티브이 토론회에 임했다. 심 후보는 지난 2차 티브이 토론 때는 노란색 니트에 ‘환경’이란 가치를 담은 초록색 재킷을 입기도 했다. 오연서 기자

철군요구 결의안에 북한 등 5개국만 반대…구속력 없지만 대러 압박↑

결의안 "러 핵무력 태세 강화 규탄…우크라서 무력사용 즉각 멈추라"

 

러시아 규탄 결의안 표결하는 유엔 긴급특별총회 [유엔본부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유엔총회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140개국 이상의 찬성표가 나온 만큼 러시아로서는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유엔은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긴급특별총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141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결의안 채택이 공표된 순간 대다수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이번 결의안과 같은 중요 안건은 193개 회원국 중 표결 참가국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채택된다.

 

한국이 찬성 대열에 합류한 반면, 북한은 전날 예고한 대로 결의안 채택에 반대했다.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북한 외에 벨라루스, 에리트리아, 러시아, 시리아에 불과했다. 그밖에 러시아와 가까운 중국, 인도, 이란 등은 기권했다.

 

결의안은 "러시아의 2월24일 '특별 군사작전' 선언을 규탄한다"며 "무력 사용 또는 위협으로 얻어낸 영토는 합법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데 대해서도 "러시아의 핵무력 태세 강화 결정을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또 결의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개탄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즉각적이고 완전하며 무조건적으로 군병력을 철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 우크라이나의 주권, 독립, 영토보전에 대한 약속 재확인 ▲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러시아의 무력 사용 즉각 중단 요구 ▲ 벨라루스의 불법 무력사용에 대한 개탄 등의 내용이 결의안에 명시됐다.

 

유럽연합(EU)이 주도한 결의안에는 한국을 포함해 거의 100개에 가까운 나라가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

 

당초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지난달 25일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고 철군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시도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막히자 긴급특별총회를 소집해 총회 차원의 결의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비록 구속력이 없는 결의안이지만, 전체 회원국이 참여하는 유엔총회 표결에서 큰 표차로 가결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사흘간의 긴급특별총회에서 발언을 신청한 100여개국 중 대다수가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고 철군을 요구했다.

 

마지막날 발언자로 나선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무자비한 작전 수위를 끌어올릴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한 뒤 "유엔에 어떤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라며 결의안 지지를 호소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방콕, 부다페스트, 시드니, 서울, 케이프타운 등 전 세계에서 러시아의 전쟁에 반대하고 우크라이나에 연대하는 시위와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끼슬리쨔 유엔대사도 첫날에 이어 다시 발언대에 올라 "그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존재할 권리 그 자체를 빼앗아가려고 한다"며 "러시아의 목표는 단순한 점령이 아니라 집단학살"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맞서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이번 침공이 자위권 행사라는 주장을 거듭 했다. 앞서 1∼2일차 회의에서 북한, 시리아, 쿠바 등 일부 국가도 러시아를 지지한 바 있다.

 

결의안이 채택된 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유엔총회의 메시지는 아주 분명하다.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적대 행위를 끝내고 총성을 멈추며 대화와 외교의 문을 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긴급특별총회는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유엔 역사상 11번째로 열렸다.

 

긴급특별총회 소집의 근거가 된 '평화를 위한 단결'(Uniting for Peace) 결의는 한국전쟁 때 소련(현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 기능이 마비된 것을 계기로 채택된 바 있다.

 

유엔 긴급특별총회서 발언하는 미국 유엔대사 [유엔본부 EPA=연합뉴스]

노사 합의점 끝내 못 찾아 1995년 이후 27년 만에 연기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가 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플로리다/AP 연합뉴스

 

올 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상 개막이 무산됐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 노사 분규로 리그 개막이 연기된 건 1995년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사무국 커미셔너는 2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희망과 달리 노사 합의에 실패했다. 4월1일 개막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팀당 162경기 정규시즌 일정을 최대 156경기로 축소한다. 일단 개막 뒤 열릴 두 번의 시리즈(팀당 6경기)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는 현재 파행을 겪고 있다. 선수노조와 새 단체협약 합의를 이루지 못한 구단주 쪽이 지난해 12월2일 직장폐쇄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스프링캠프(2월17일 예정)와 시범경기(2월27일 예정)도 모두 연기됐다. 선수들은 구단 훈련 시설을 이용할 수 없고, 자유계약선수(FA) 협상도 멈췄다. 3월2일은 정규시즌 정상 개막을 위한 마지노선이었으나, 결국 합의가 무산되며 일정이 축소됐다.

 

선수노조 쪽에선 구단주가 직장폐쇄를 악용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토니 클락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2일 협상 결렬 뒤 기자회견을 열어 “100억달러 규모 업계에서 구단주들이 경제적 무기를 자신들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인 선수들에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쟁점은 결국 돈이다.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구단주 쪽은 사치세 한도를 2022년 2억1000만달러에서 2026년 2억3000만달러로 높이자고 제안했지만, 선수노조 쪽은 올해 2억3800만달러로 출발해 2026년 2억6300만달러로 올리자고 했다.

 

연봉 조정신청 자격이 없는 젊은 선수들에게 주는 보너스 풀에서도 양쪽 입장은 팽팽히 맞섰다. 구단주 쪽은 기존 안 2500만달러에서 3000만달러로 안을 바꿨고, 선수노조 쪽은 1억1500만달러에서 8500만달러로 입장을 수정했지만, 합의점을 찾을 수 없었다. 이준희 기자

전쟁 발발 6일 만에 러시아 출전 금지 결단

UN 결의안 명분 삼았던 유고·남아공과 달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6년 11월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잔니 인판티노 피파 회장으로부터 선물 받은 2017 피파 컨페더레이션스컵 공인구를 차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축구는 현재 완전히 단결했고, 충격에 휩싸인 우크라이나의 모든 이들과 전적으로 연대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난 1일 발표한 성명의 일부다. 이날 피파와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들 단체가 주관하는 모든 국제 대회에서 러시아 국가대표팀과 클럽팀의 참가를 금지했다. 곧장 러시아는 2022 카타르월드컵 출전 길이 막혔고, 유로파리그 16강에 올라 있던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는 실격 처리됐다. 전례 없는 속도의 강경책이다.

 

피파는 수시로 회원국에 출전 금지 결정을 내려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직전인 지난달 24일에는 케냐와 짐바브웨가, 지난해 4월에는 파키스탄이 국제 대회 활동 자격을 박탈당한 바 있다. 정부나 제3세력이 축구협회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축구 단체 바깥의 정치 상황이 징계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는 두 가지다. 1992년 발칸반도에서 전쟁을 일으켰던 유고슬라비아와 1961년 억압적인 인종분리정책을 펴면서 백인으로만 구성된 팀을 고집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피파의 제재를 받았다.

 

러시아 퇴출 결정은 이 둘과 다르다. 당시에는 유고의 잔학행위와 남아공의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국제연합(UN) 결의안이 먼저 나온 뒤에 이를 근거로 피파의 결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앞서 지난달 2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우크라이나 공격 중단과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부결됐음에도 피파는 과감한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

 

‘제재(Sanction)’이라고 적힌 플라스틱 글자가 피파 로고와 러시아 국기 앞에 놓여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늘 ‘신중파’였던 피파를 움직인 것은 결국 국제 여론이었다. <이에스피엔>(ESPN)은 “피파는 정치 기관이 아니라 스포츠 기관이다. 유엔 지지 없이 정치적인 이유로 한 나라를 몰아내는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면서 “피파는 충분한 대중적 지지를 확인하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와 스웨덴을 비롯한 유럽 10개국 축구협회가 앞장 선 러시아 보이콧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8일 발표한 러시아 퇴출 권고안이 유엔의 대체재 구실을 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쪽에는 피파의 이중잣대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에스피엔>은 2003년 미국이 유엔 안보리 승인 없이 영국·호주·폴란드와 연합해 이라크를 침공했던 일,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을 공습한 일 등을 예시로 들며 당시에는 이들 국가에 대해 피파가 어떠한 제재도 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스포츠계의 국제적인 러시아 퇴출 움직임은 가파르게 확산하고 있다. 2일 기준 축구를 비롯해 럭비, 테니스, 육상, 사이클, 볼링, 배드민턴, 농구, 스키, 빙상, 아이스하키가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러시아를 몰아냈다. 박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