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오세훈 후보와의 서울시장 경선,

           이준석 후보와 전당대회는 의외의 현상의 연속이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 관련 파문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11일 국민의힘 안팎에선 명씨의 역할 평가를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을 통해 “명태균, 그의 말대로 2021년 오세훈 후보와의 서울시장 경선, 이준석 후보와의 전당대회는 의외의 현상의 연속이었다”며 두 선거에서 명씨가 여론을 조작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선 나 의원은 “전당대회 초반, (내가) 여유 있는 1위였는데, 명씨와 관련된 여론조사 기관이 7번이나 전당대회 여론조사를 했다. 몇 번의 조사와 기사는 눈덩이처럼 이(준석) 후보의 지지율을 굴려갔다”며 “난 참 이상하다고 생각만 했고, 후에 명(태균)이 개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라고 적었다. 이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부정선거론자가 되는 초기 증세”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나 의원은 다시 글을 올려 “부정선거 얘기가 전혀 아니다. 선거 전에 일어난 비정상적 여론조사를 말하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이 의원은 곧바로 “원래 선거 지고 떼 쓰는 사람 많다. 그런 사람들을 통틀어 부정선거론자라고 하는 것”이라고 되받았다.

두 사람의 설전은 이날 저녁까지 계속됐다. 나 의원은 “명씨와 미리 여론조사 관련 얘기를 나눈 적 있나? 없나? 도움을 받았나? 안 받았나?”고 이 의원을 저격했다. 이 의원은 “여론조사 보도 시점 이전에 조사 완료되면, 통계 처리되면 대충 흘러나와서 많이 전해듣는다”며 “부정선거론도 좀 프로페셔날하게 하라”고 날을 세웠다.

나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2021년 경선도 문제 삼았다. 그는 “오 후보와의 2차 경선은 느닷없는 여론조사 100%로 진행됐다. 1차 경선에서 압도적 1위였던 내가 결국 압도적으로 패했다”고 적었다. 이에 오 시장은 페이스북에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명씨의 일방적 주장을 인용하여 자기 정치를 위해 편 가르기를 하고 자중지란하는 모습에 당혹스러움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적었다.  < 손현수 기자 >

 

"군복 입어도 할 말 못하면 병신?" "답할 필요 못느껴?"

민의의 전당서 내보인 적개심과 독기가 불안한 까닭

국군은 '통수권자의 군대'가 아닌 '국민의 군대'이다

 

김진호 에디터

 

"아무리 군복을 입어도 할 이야기는 해야죠. (황희 의원이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발언 예의를 지적하자) 군복 입었다고 할 이야기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게 더 병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용현, 8일 국방부 국정감사 발언)

의정사에 길이 남길 어록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방부 국정감사장에서 장애인 비하 용어가 튀어나왔다. 수감기관장인 김용현 국방장관의 입에서다. 많은 언론은 'XX' '병X' 등으로 표기했다. 정확한 사실 전달을 방해한다는 판단에 말 그대로 전한다. 대한민국 의정사에 길이 남겨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어록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이 국회 위증 내용을 전하면서 여인형 사령관과 장관의 '흐리멍텅한 대처'를 탓하자, 장관은 '흐리멍텅한 사람'으로 바꿔 빈정댔다. 위증 내용을 확인하는 김 의원의 발언 도중 "흐리멍텅한 사람에게는 흐리멍텅한 사람만 보이는 것이죠"라고 하더니, 잠시 뒤 장관 본인의 답변 내용에 대해 확인을 요청받자 "흐리멍텅한 사람에게는 흐리멍텅한 사람만 보이는 것이죠, 예~."라고 반복했다. 귀찮다는 듯 머리를 상하로 몇 차례 흔들면서 내뱉은 말이다. 국회에 대한 존중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국회 위증죄가 최고 10년 형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에 "10년이 아니라 100년이라도 살 테니까 말씀하세요"라며 거듭 비아냥거렸다.

 

김용현 국방장관이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국정감사도중 발언하고 있다. 2024.10.8. [연합]
 

윤석열 정부 들어 고위 관료들의 국회 답변 태도가 문제가 된 건 처음이 아니다. 어느새 일상적인 국회 풍경이 됐다. 그러나 이날 전‧현직 군복은 공격적으로 '선'을 넘었다. 2017년 육군 중장으로 군복을 벗기 전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김용현이 어떻게 저렇게 변했나"라면서 혀를 찬다. 여 사령관도 도긴개긴이다. 현역 군인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할 뿐이다. 지난 8월 초 김용현 경호처장 한남동 공관에서 있었던 방첩사·특전사·수방사 사령관 회동에 대한 질의응답에서 신원식 당시 국방장관이 보고받았는지를 확인하는 김 의원의 질의에 "답변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이 과정에서 "군을 분열시키지 마라"고 외쳤다.

"군을 분열시켰다"고? 

두 사람 모두 자신의 발언과 태도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다. 사과라고 보기엔 애매했다. 장관은 "군복 입은 사람이 할 말을 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표현이 과했다는 점에서 유감"이라고 말했다. 사령관은 말이 길었다. "개인적으로 무려 한 달 동안 개인적으로, 여러 공개 석상에서, 유튜브를 통해서 참기 힘든 인격적 모독도 받았다. 의원 말씀에 격하게 발언한 것도 있었다"고 역시 유감을 표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특정 고교 출신이 군통수권자-국방장관-방첩사령관 자리에 앉았다. 역사적으로 '계엄의 발'이었던 3개 사령부 수장의 회동 이후 계엄령을 우려하는 여론이 일었다. 국민적 불안을 해소하기는커녕 자신의 괴로움을 토로하는 장면은 기괴했다. 야당 의원들의 질의가 "군을 분열시켰다"는 말에 대해서는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도 없었다.

유튜브 중계 화면에 비친 장관과 사령관의 눈에는 적개심이 가득했다. 대놓고 국회를 무시하는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 2024년 10월 현재, 대한민국 의회 민주주의의 수준, 아니 의회 민주주의를 대하는 장관과 사령관의 수준이었다.

 

김용현 국방장관이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석에서 제76회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무언가 설명을 하고 있다. 2024.10.1. [연합]
 

장관은 군복을 입고 있던 시절 합참 작전본부장 자격으로 국회 증언석에 앉았었다. 당시 '육군중장 김용현'을 기억하는 이들은 "그 때만 해도 의원들의 질의에 예의를 다해 응했었다"고 말한다. 2017년 송영무 국방장관 군사보좌관실 과장 시절 여인형 대령을 기억하는 이는 "당시만 해도 문재인 정부 국방정책을 적극 찬성하던 이였다"라고 전한다. 대한민국 흑역사에 '하나회'를 비롯해 군내 사조직은 있었지만, 군통수권자가 포함된 고교동창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불온하다. 전대미문의 일이기에 국민을 불안케 한다. 그런데도 장관과 사령관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왜일까?

장관은 군 경력이 화려하다. 육사 38기로 육군 17사단장,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을 지낸 뒤 2017년 11월 군복을 벗었다. 본인은 대장 진급을 위해 노력했겠지만, 뜻을 접었다. 5년이 지났다. 잊을 만한 무렵 '인생 로또'가 터졌다. 충암고 1년 후배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나서는가 하더니 대통령에 덜컥 당선된 것. 그냥 후배가 아니다. 충암고 학도호국단 연대장 자리를 물려준 이였다. 대통령경호처장으로 2년 4개월 동안 용산 대통령실 이전 작업을 지휘했다. 유독 그의 경호처장 시절 과잉 경호와 '입틀막'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1월 전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는 처장이 직접 나서 완력을 행사했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 나가는 과정에 그가 손으로 내려치는 장면이 포착된 것.

"사람이 왜 저렇게 변했을까…"

1인에 대한 넘치는 충성은, 만인에 대한 오만으로 뒤틀린다. 7년 전 일개 대령에서 사령관으로 거듭난 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 국방부 국감장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한 소동에 그치지 않는다. 섬뜩한 기운마저 풍겼다. 선량을 저렇게 대하면 일반 국민은 어떻게 여기겠는가.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게 삼정검 수치를 수여하고 있다. 2023.11.6. [연합]
 

전·현직 군복의 일탈이 가능했던 건 주군의 가치에 부합하기 때문일 거다. 20여 차례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며 새 역사를 쓰고 있는 통수권자이다. 국회에서 내보인 말과 행동이 죄다 단 한 명의 오디언스를 상대로 한 퍼포먼스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군복'도 입신양명을 추구할 자유가 있다. 그런데 국군은 통수권자의 군대가 아니다. 군인복무기본법 제5조 제1항은 국군이 '국민의 군대'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안팎으로 안보 정세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럴 때 군과 국방 수뇌부가 1인만 바라본다면 위험하기 짝이 없다. 국회는 일개 장관, 일개 사령관이 어르고 뭉갤 대상이 아니다.

박지향 “한국 국민 수준, 1940년대 영국보다 못해”
김낙년 “일본이 쌀 수탈한 게 아니라 조선이 수출”
국힘 정성근 “심각한 발언”·조정훈 “아직도 피해 지속”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이 11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뉴라이트 성향으로 평가되는 박지향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과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등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역사관에 대해 질타를 받았다. 이들은 각각 “2023년 한국 국민 수준은 1940년대 영국보다 못하다”(박지향 이사장), “일제가 조선의 쌀을 수탈한 것이 아니라 조선이 일본에 수출한 것”(김낙년 원장) 등 과거 발언에 대해 여전히 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여당마저 “가시밭을 걷는 기분”이라는 한탄이 나왔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지향 이사장은 지난해 4월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현재) 한국 국민 수준이 1940년대 영국 시민보다 못하다”고 말한 것에 대해 “저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금 어떻게 그런 뻔뻔한 얘기를 하냐”고 하자 “뻔뻔한 건 아니고, 1940년대 영국이 히틀러와 전쟁 때였는데 그때 공직자들의 애국심 정도가 우리 국민들이 국가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보다 더 강했던 것 같다”고 반박했다. 또 “국민들도 잘못했고 위정자들이 특히 잘못했다는 것을 저는 지적하고 싶었다”, “일본만 탓할 게 아니고 우리는 무엇을 잘못했나 함께 생각하자는 것”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김낙년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 11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낙년 원장의 일제강점기 관련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원장은 과거 한 영상에서 “한국사 교과서의 서술은 일제 시기 농민의 궁핍을 엉뚱하게도 일제가 쌀을 수탈했기 때문이라고 강변하고 있고 그 영향으로 형성된 일반인들의 통념도 크게 다르지 않다”며 “쌀을 수탈한 것이 아니라 수출한 것”이라고 했다. 문정복 민주당 의원이 “지금도 생각이 같냐”고 묻자 김 원장은 “별 차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문 의원이 “일본이 제값을 주고 쌀을 사 갔냐”고 하자 김 원장은 “제값이라고 하는 것은 보기에 따라 여러가지 판단이 있다”고 했다.

여당도 이들의 발언을 꾸짖었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박 이사장에게 “여야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의 감정을 아프게 하는 심각한 발언임을 인지해야 한다. 유감 표명할 생각이 없냐”고 하자, 박 이사장은 뒤늦게 “모든 분에게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김 원장에게 “수출과 수탈에 대한 학문적 정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 국민이 본 피해가 아직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집권당 의원으로서 가시밭을 걷는 느낌이라 염려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 이사장은 백두산을 중국 이름인 ‘창바이산’과 병기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조정훈 의원은 지난 3월 중국이 백두산의 중국 소유 부분을 ‘창바이산’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올린 것을 언급하며 “당시 동북아역사재단이 의원실에 입장을 보냈는데 (문서) 제목도 ‘창바이산 유네스코 지질공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이사장은 “‘창바이산’이라고 세계적으로 쓰는 것에 대해 뭐라고 말할 상황이 아니다”라며 “지금 ‘창바이산’과 ‘백두산’의 병기 추구를 목표하고 있다”고 했다.   < 이우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