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강"…K문학, 노벨 문학상 거머쥐다

아시아 여성 첫 문학상…맨부커 이어 노벨문학상으로 '거장' 반열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대표작…세계 주요 문학상 중 2관왕

한국 노벨상 수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 2000년 평화상 이후 두번째

"한강, 아들과 저녁식사 마쳤을 때 수상 전화 받아…예상 전혀 못해"

 

          한강 작가 [AFP=연합]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썼다.

아시아 여성이 123년 역사의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24년 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생중계에서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이어 "한강은 자기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노벨상 홈페이지 캡처]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이 아들과 저녁 식사를 마쳤을 때 수상 연락을 받았으며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마츠 말름 한림원 상무이사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이후 한강과 전화 통화를 했다며 "그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들과 막 저녁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고 밝혔다.

한강은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록도 썼다.

아시아 국가 국적의 작가가 수상한 것은 이번이 2012년 중국 작가 모옌 이후 12년 만이다.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한강은 앞서 연작 소설집 '채식주의자' 등으로 세계적으로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여온 동 세대 대표 작가다.

그는 '채식주의자'로 2016년 세계적 권위의 맨부커상에서 영연방 이외 지역 작가에게 주는 국제 부문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했다.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한강은 여기에 이번에 노벨문학상까지 받으면서 명실상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들게 됐다.

AP 통신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과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 등 K팝 그룹의 성공 등을 언급하면서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한강은 1970년 11월 전라남도 광주의 문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를 비롯해 '새터말 사람들', '동학제', '멍텅구리배' 등으로 유명한 소설가 한승원이다.

이후 서울로 올라온 한강은 풍문여고를 거쳐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잡지 '샘터'에서 기자로 근무하면서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를 발표했다. 이듬해에는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이후 '여수의 사랑', '검은 사슴',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다양한 장편 소설과 소설집을 발표했다.

한강은 죽음과 폭력 등 인간의 보편적 문제를 시적이고 서정적인 문체로 풀어내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장편 '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 등으로 한국 현대사의 깊은 어둠과 상처를 소설로 형상화했다.

그는 소설 외에도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눈물상자',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사랑과 사랑을 둘러싼 것들'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내놓았다.

한강은 국내외 유수의 문학상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이상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국제적으로는 2016년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세 작품을 묶은 소설집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국제상을 받았고, 2023년에는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상 외국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강 작가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 서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코너=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한강 작가의 책이 진열돼 있다. 2024.10.10
 

앞서 시인 고은, 소설가 황석영 등 한국 작가들이 2000년대 중반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며 기대를 모아오다 올해 한강의 수상으로 결실을 맺었다.

노벨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천100만 크로나(약 13억4천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이날 문학상에 이어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7일에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마이크로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이, 8일에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이 선정됐다.

9일 발표된 노벨 화학상은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와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 경영자(CEO)·존 점퍼(39) 연구원이 받았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 연합 권수현 기자 >

 

 

한강, 2016년에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한국작가 3년 연속 부커상 최종후보

번역 역량 커지면서 국제문학상 '단골' 수상…직접 외국어로 집필한 작품도

 

노벨 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 작가 최초 수상 쾌거 = 소설가 한강이 10일 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사진은 맨부커상을 수상한 2016년 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강. 2024.10.10 [연합]

 

 소설가 한강(54)의 한국인 작가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은 최근 몇 년간 국제적 명성을 쌓기 시작한 한국문학이 이룩한 쾌거다.

이번 노벨 문학상 이전에도 수많은 한국 작가가 유수의 국제 문학상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문학의 저력을 세계에 알렸다.

특히 한국 작가들은 노벨 문학상·프랑스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부커상 최종후보에 계속해서 이름을 올리며 세계 문학계의 주류에 편입했다.

공교롭게도 한국 작가들의 이 같은 행보의 시작도 한강이었다. 한강은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의 전신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높은 수준을 세상에 알렸다. 인터내셔널 부커상은 영어로 번역된 비영어 문학작품에 주는 부커상의 한 부문이다. 한강은 2018년에도 또 다른 소설 '흰'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정보라 작가, 뉴욕도서관서 독자와의 만남= 소설집 '저주토끼'의 작가 정보라(오른쪽)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53번가 공공도서관에서 열린 작가와의 대화 자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저주토끼 영문판 번역자 안톤 허. 2023.11.3
 

한강에 의해 확인한 한국문학의 가능성은 2022년 이후 3년 연속 부커상 최종 후보에 한국 작가가 이름을 올리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2022년에는 정보라의 SF·호러 소설집 '저주토끼'가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라 화제가 됐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저주토끼'는 지난해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저주토끼'의 독일어판 번역가 이기향이 독일 라이프치히도서전에서 번역서 부문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는 천명관의 장편소설 '고래'가 부커상 최종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아쉽게 수상은 불발했지만, 힘 있는 서사로 세계 문학계에서 큰 호평을 얻어냈다.

이어 지난 5월에는 황석영의 장편소설 '철도원 삼대'가 최종 후보 명단에 올라 한국문학은 3년 연속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철도원 삼대'는 오랜 시간 한국문학의 거장으로 자리매김해 온 '이야기꾼' 황석영이 내놓은 선 굵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끝내 수상에는 실패했다.

영국서 '철도원 삼대' 대담 행사 나선 황석영 = 소설가 황석영이 20일 오후(현지시간) 런던 주영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철도원 삼대'(영제 'Mater 2-10') 대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5.21
 

한국 문학의 연이은 성과는 내적 역량과 자산이 축적되는 가운데, 정부와 민간의 체계적인 번역 지원이 더해지면서 안정적 성장기에 진입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김혜순의 시집 '날개 환상통'(영어판 'Phantom Pain Wings'. 최돈미 번역)이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NBCC 어워즈) 시 부문에서 한국 최초로 수상했다. 또 지난해 11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불어판 'Impossibles Adieux'. 최경란·피에르 비지우 번역)가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은 것도 외국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번역가들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단 분석이다.

물론 번역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작가 본인이 직접 외국어로 쓴 작품이 해외에서 문학상을 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8월 미국 윌리엄 사로얀 국제문학상을 받은 이미리내의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원제 8 Lives of a Century-old Trickster)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해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한 이미리내는 홍콩에 거주하며 한국어와 영어로 습작을 병행했다. 그러다 지난해 영어로 발표한 첫 장편소설 '이름 없는 여자의 여덟 가지 인생'으로 미국에서 문학상까지 수상하는 성과를 냈다.    < 연합 임순현 기자 >

'고래' 천명관 작가와 김지영 번역가= '고래'의 천명관 작가(오른쪽)와 김지영 번역가가 2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스카이가든에서 개최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시상식에 참석해 취재진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5.24

 

문학계, 한강 노벨상에 "변방서 세계 문학 중심으로"

"여성적 상상력과 시적 화법으로 인간의 고통 다뤄"

 

한강[연합](서울=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이 10일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에 호명되자 문학계는 "한강의 영예이자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이라며 함께 축하했다.

문학평론가인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한국문학은 세계문학계에서 주변부 문학이었다"며 "세계문학 중심이 아시아 여성 언어에 주목하는 흐름 속에서 한국이 더 이상 변방의 문학이 아니라, 세계 문학 중심에 있다는 걸 보여준 쾌거"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시인으로 출발한 한강의 소설은 여성적인 상상력과 시적인 화법을 통해 인간의 고통과 아름다움에 관심을 가졌다"며 "이런 작품을 옮기는 좋은 번역가들이 생겨났는데, 그만큼 한국 문학 수준이 올라갔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인 김화영 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는 "한국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며 "말하자면 '예술 분야의 BTS' 아닌가. 한국이 가진 저력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쏠린 가운데 굉장한 일이고 큰 경사"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한강의 문학적인 장점은 한국인이 안은 여러 문제를 여성의 관점에서 유니크한 서사로 표현한 것"이라며 "세계인이 주목할 만한 문학세계를 갖고 있다"고 평했다.

유종호 문학평론가도 "한강 작가는 영국 부커상,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으며 세계 문학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K팝과 영화, 드라마 등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가운데, 이번 수상은 작가의 개인적인 영예이자,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이다. 우리 모두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기뻐했다.

정여울 작가 겸 문학평론가는 한강 작가가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 등을 통해 개인이 역사 속에서 커다란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을 써왔다고 평했다.

정 평론가는 "멀리서 보면 연약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강인해 보이는 사람들이 한강 소설의 눈부신 주인공들"이라며 "한강 작가도 다른 활동 대신 작품에 몰두하는 문학적인 삶을 살아왔다. 그의 대표작들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치유와 감동의 서사로 다가왔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허희 문학평론가도 "내면을 탐구하는 섬세함, 인간의 감정에 대한 탐색이 한강 작가를 규정해 오던 방식"이라며 "나아가 '소년이 온다'를 통해 5·18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작별하지 않는다'로 제주 4·3이란 국가 폭력을 다뤘다. '채식주의자'를 시작으로 폭력에 대한 저항이란 점에서 일관성을 가졌는데, 우리 역사를 응시하는 방향으로 작가의 문제의식이나 사상의 깊이가 좀 더 심화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평했다.

허 평론가는 "노벨문학상은 그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에게 주는 상이어서 역사적 깊이의 무게를 많이 따지는데, 그의 이런 문제의식을 노벨위원회가 높이 평가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세랑 소설가도 수상 소식에 크게 기뻐하며 "평소 워낙 뛰어난 작품을 쓰셔서 놀랍다기보다 그저 기쁘다"며 "이번 수상으로 작가님의 작품이 세계적으로 깊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강의 책을 펴낸 출판사들도 빠르게 소식을 전했다.

'소년이 온다'·'채식주의자' 등을 낸 창비는 SNS를 통해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세계를 감동하게 한 작가 한강이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작가로 선정됐다"고 축하했다.

'희랍어시간'·'흰' 등의 책을 펴낸 문학동네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유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노벨상 선정 이유를 소개했다. 구병모, 김초엽 작가도 SNS로 짧은 글을 올리며 축하했다. 구 작가는 "참 아름다운 말들의 조합이다. 아시아 여성 최초!"라고 적었고, 김초엽 작가도 "너무 벅차고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은 "한국 문학을 꾸준히 해외에 소개해 온 노력의 결실이자 한국 문학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상징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18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전 세계에서 총 76종의 책으로 출간됐다. < 연합 이은정 김예나 오명언 기자 >

 

 

 

"한강, 노벨상 연락에 예상못해…아들과 저녁식사 평범한 하루"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에 소설가 한강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10일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16년 5월 한국 작가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신작 소설 '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10 [연합]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한국의 작가, 한강(South Korean author HanKang"

10일 현지시간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8시) 스웨덴 스톡홀롬 한림원 발표장에 들어선 마츠 말름 한림원 상무이사는 "한림원은 이제 노벨 문학상 결정을 발표할 수 있게 됐다"고 말문을 연 뒤 차분히 발표문을 읽어내렸다.

먼저 스웨덴어로 수상자를 발표한 말름 이사는 이어 영어로도 수상자를 발표한 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국인 최초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노벨문학상 발표=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발표하는 스웨덴 한림원 마츠 말름 이사. 2024.10.10 [AP=연합]
 

말름 이사는 이날 한강과 전화 통화를 한 내용도 전했다.

그는 "한강과 전화로 얘기할 수 있었다"며 "그는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들과 막 저녁 식사를 마친 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상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서 한강과 오는 12월 열릴 노벨상 시상식 준비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소설 '채식주의자' 등을 쓴 한강은 이날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아시아 여성이 123년 역사의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24년 만이다. < 연합 임지우 기자 >

 

외신도 ‘한강 노벨문학상’ 주요 보도…“아시아 여성 첫 수상 획기적”

뉴욕타임스 “노벨문학상 다양성 추구 흐름”

 
 
소설가 한강.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수식을 10일 세계 주요 언론들도 비중있게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한 작가가 “소설, 에세이, 단편소설집 등을 통해 가부장제, 폭력, 슬픔, 인간애 등의 주제를 다양하게 탐구해 왔다”며 “2007년 발표한 소설 ‘채식주의자’는 2015년 영어로 번역되어 2016년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노벨문학상을 시상하는 한림원 상무이사인 마츠 말름이 한 작가 수상 발표 뒤 내놓은 발언도 소개했다. 말름은 “한 작가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었다”며 “한 작가는 ‘아들과 막 저녁을 먹은 뒤였고 평범한 하루였고,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한 작가 수상은 예상 밖이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날 발표 전까지만 해도 출판계에서는 올해 유력한 수상자로 중국의 대표적 아방가르드 여성 작가로 꼽히는 찬쉐가 유력하다고 꼽혔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한 작가의 수상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다양화를 꾀하는 흐름과도 관계가 있다고 전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서구 백인 남성에게 많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최근 유럽과 북미 이외 출신이나 여성 등 수상자를 늘려 다양성을 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엔이치케이(NHK) 방송도 “한국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자세히 보도했다. 도코 코지 와세다대 문학부 교수는 “(한 작가가) ‘채식주의자’로 영국에서 권위 있는 문학상인 ‘부커상’을 (이미) 받았으며, 타당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한국 작가로서도, 아시아 여성 작가로서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 획기적”이라고 말했다고 엔에이치케이는 전했다 . 도코 교수는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여성으로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다루고 있어 감동적인 작품도 많다. 한국 음악과 영화도 친숙한데, 이를 계기로 한국 문학도 더 읽혔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일본에서도 한 작가의 소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이 이미 번역되어 있다.

제주 4·3사건을 다룬 ‘작별하지 않는다’는 일본에서는 ‘82년생 김지영’ 등을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가 번역했는데, 제주도 방언을 오키나와 말로 번역하기도 했다. 오키나와는 태평양전쟁 때 일본에서 지상전이 벌어져 20여만명이 희생된 곳이다. 사이토는 최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번역 당시 “제주도를 방문해 무차별 학살이 벌어졌던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본 순간 오키나와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 조기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