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다 길에서 소리 질렀다"·"예상 못해 더 놀랍고 감동적"

광화문 교보문고에 작품코너 마련…시민들 "한국문학 발전 계기 되길"

 

노벨 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 작가 최초 수상 쾌거=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사진은 2023년 11월 14일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는 한강 작가 모습. 2024.10.10 [연합]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줄 몰랐습니다. 온몸에 전율이 흘렀어요."

10일 소설가 한강(53)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의 주인공이 되자 시민들은 한국 작가 최초 수상자 탄생에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 한강의 책을 즐겨 읽는다는 직장인 백모(30)씨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담하게 풀어낸 글에서 느껴지는 힘이 좋아 팬이 됐는데 이렇게 멋지게 노벨상까지 받다니 기쁘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직장인 이모(33)씨는 "퇴근길에 뉴스를 보자마자 길에서 소리를 질렀다. 눈물이 고였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박수려(28)씨는 "아무도 예상 못 했던 결과라 더 놀랍고 감동적"이라며 "한국 작가 최초 수상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 수상이라는 게 너무 감격스럽다. 마치 내 일처럼 들뜬 기분으로 SNS에서 계속 수상 소식을 찾아보고 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직장인 노모(31)씨도 "(한강의 작품)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작가가 한 사람의 인생을 파고드는 것에 진정성을 갖고 있다고 느껴 마음속으로 계속 응원하고 있었는데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상을 받게 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 한강 작가 작품 살펴보는 시민들= 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마련된 한강 작가 코너에서 시민들이 작가의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4.10.10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는 한강의 대표작인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흰' 등의 작품이 놓인 매대가 급히 설치됐다.

시민들은 매대에 놓인 책을 집어 들고 읽어보거나 책들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탄생을 축하했다.

특히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는 스웨덴 한림원의 선정 이유를 거론하며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에 관심을 보였다.

다른 책을 구매하려 서점을 방문했다가 수상 소식을 접하고 '소년이 온다'를 살펴보던 김미정(56)씨는 "너무 놀랍고 '될만한 사람이 됐다'라고 생각이 들었다"며 "전작인 채식주의자에서 섬세하게 그려져 있는 심리, 채식과 육식에 대한 묘사에 굉장히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40대 직장인 민모씨는 "'소년이 온다'라는 책이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루기도 했고, 그러한 트라우마를 어떻게 직면했는지를 다뤘다고 노벨상 수상 이유에도 나와 있어서 지금 꼭 읽어봐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서점에 왔다"고 말했다.

직장인 권모(26)씨는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가 뉴스를 보고 바로 서점을 찾았다"고 했다. 대학생 윤재현(23)씨도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었는데 노벨상을 타셨다는 소식을 듣고 책 한권을 꼭 골라서 읽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이번 수상이 한국 문학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씨는 "한국 문학의 팬으로서 매우 기쁘고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국 문학이 더 주목받고 더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직장인 안모(28)씨도 "단연코 한국 문학의 엄청난 쾌거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문단에서 젊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렇게 젊은 작가가 세계의 문단에 인정받았다는 게 큰 감동"이라고 했다.

[그래픽] 소설가 한강 한국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 =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  연합 정윤주 김정진 이미령 안정훈 최원정 기자 >

 

제주 4·3,  광주 5·18 등 역사적 사건도 세밀히 살펴

채식주의자 · 작별하지 않는다 · 흰 등을 통해 세계로 '우뚝'

 

                                      한강 [연합]
 

 "숨을 들이마시고 나는 성냥을 그었다. 불붙지 않았다. 한 번 더 내리치자 성냥개비가 꺾였다. 부러진 데를 더듬어 쥐고 다시 긋자 불꽃이 솟았다. 심장처럼. 고동치는 꽃봉오리처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가, 날개를 피덕인 것처럼."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강은 작은 새가 날개를 피덕이는 것처럼, 연약한 인간의 마음에 깃든 고통을, 차갑게 관조하며 시적인 언어로 승화시킨 작가다.

그는 최대한 중성적인 시선으로 인류 사회의 비극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그 속의 고통과 혐오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인물들의 모습을 조명해 왔다.

 
                                        한강 [창비제공]

 

◇ 부커상 안긴 '채식주의자'

 

그를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은 '채식주의자'다. 세 편의 연작 소설로 이뤄진 이 소설은 영혜를 둘러싼 인물인 남편, 형부, 언니의 시선에서 각각 서술하는 다면적인 면모를 보인다.

소설은 2007년 출간됐다. 어린 시절 폭력의 트라우마로 육식을 거부하게 된 여자가 극단적인 채식을 하면서 나무가 되기를 꿈꾸며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은 한강의 DNA를 오롯이 담고 있다.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 독자들에게도 충격을 줬다.

2016년 세계적인 권위의 인터내셔널 부커상, 2018년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입지를 한 단계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의 욕망이라는 보편적 주제에 몰입하며 언어와 소재의 한계로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 문학의 특수성에서 벗어나 세계 문학의 주류로 편입시키는 쾌거를 이뤄냈다.

 

 

◇ 사회를 향한 깊은 시선…'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문학의 또 다른 저류는 사회적인 시선이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소설이 '작별하지 않는다'다. 프랑스 기메문학상과 메디치문학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제주 4·3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빈집에 내려가서 인선 어머니의 기억에 의존한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내용을 담았다.

책은 4·3 학살 이후 실종된 가족을 찾기 위한 생존자의 길고 고요한 투쟁의 서사가 담겼다. 공간적으로는 제주에서 경산에 이르고, 시간상으로는 반세기를 넘긴다. 폭력에 훼손되고 공포에 짓눌려도 인간은 포기하지 않는 것, 즉, 작별할 수 없다는 의지를 오롯이 드러낸 작품이다. 한강은 제목 '작별하지 않는다'의 의미에 대해 "작별하지 않겠다는 각오라고 생각했다"면서 "어떤 것도 종결하지 않겠다는 그것이, 사랑이든 애도든 끝내지 않고 끝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결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고 말한 바 있다.

'소년이 온다'도 그런 비극의 연장선에 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은 중학생과 주변 인물의 참혹한 운명을 그렸다.

 

◇ 서정성과 서사성을 겸비한 '흰'

한강의 또 다른 특징이 드러나는 작품은 '흰'이다.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 절대로 더럽혀질 수가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이면서 시 성격도 지닌 이 작품은 강보, 배내옷, 소금, 눈, 달, 쌀, 파도 등 세상의 흰 것들에 관해 쓴 65편의 짧은 글을 묶은 책이다.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숨을 거둔, 작가의 친언니였던 아기 이야기에서 출발해 삶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았다.

그러면서도 깊은 슬픔을 자아내고, 생명에 대한 사랑과 연민, 그리고 그리움의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오싱젠은 "진실에 대한 작가의 통찰력이 곧 작품의 품격을 결정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으로 사회에 도전한다"고 했다. 한강은 지금까지 진실에 대해, 삶의 낙폭에 대해, 인간을 둘러싼 부조리에 대해, 남성중심주의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글을 써왔다. 그런 한강에게 노벨위원회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써왔다며 노벨문학상을 안겼다.   < 연합 송광호 기자 >

 

'한강, 채식주의자'…노벨위원회, 공식 SNS에 한글 표기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에 공식 SNS에도 '한글' 등장=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로 최초로 노벨 문학상 전당에 입성하면서 노벨위원회 공식 소셜미디어(SNS) 계정에 한글이 등장했다. 사진은 노벨위 SNS 게시물. 2024.10.10  [노벨위 SNS 계정 갈무리]
 

노벨상 수상자와 업적을 발표하는 노벨위원회가 10일(현지시간) 소설가 한강(53)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발표하면서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한글로 이름과 작품명을 함께 표기해 눈길을 끌었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한강의 이력과 주요 작품을 상세히 영어로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강의 이름과 주요 작품명은 한글과 영어를 병기했다.

노벨위원회는 '한강'(Han Kang)이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면서 1995년 출간된 한강의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비롯해 그가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은 계기가 된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등 다양한 작품명을 소개했다.

작품 활동 초기였던 1993년 시를 발표한 잡지 '문학과 사회'도 한글로 소개됐다.

한강의 소설 에우로파의 한 대목을 인용한 이미지에도 'Quote from 에우로파(Europe)'라는 한글이 적혔다.

               한강의 작품 구절을 소개한 노벨위원회의 이미지 [노벨위원회 엑스 갈무리]
 

이날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을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그의 작품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며, 여성으로는 공동 수상자를 포함해 역대 121명 가운데 18번째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이자 두 번째다.  < 브뤼셀  연합 정빛나 특파원 >

한강, 한국인으로는 첫 노벨 문학상 쾌거

김대중 전 대통령, 2000년 남북관계 개선 등 공로로 한국 최초 노벨상

 

노벨 문학상에 소설가 한강…한국 작가 최초 수상 쾌거=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고 밝혔다.한국인이 노벨상을 받은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2024.10.10 [연합]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2000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에 두 번째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간)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앞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인 지난 2000년 노벨 평화상을 탄 바 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군부 정권에 맞서 한국 및 동아시아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고, 대북 햇볕정책을 통해 한반도의 긴장을 누그러뜨린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노벨위원회는 "김대중 대통령은 '햇볕정책'을 통해 김 대통령은 남북간의 50년 이상 된 전쟁과 적대감 극복을 추진했다. 김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두 국가 간의 긴장 완화 과정의 촉진제가 됐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의 수상은 한국인으로서는 사상 최초이자 역대 100번째 노벨 평화상 수상자라는 점에서도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사상 최다였던 150여명의 평화상 후보자들 중에서 단독 수상자로 선정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으로 노벨상의 문을 처음 두드린 이후로 과학, 문학 등 다른 분야에서도 한국인 수상자 탄생 가능성이 기대를 모으기도 했으나 번번이 좌절됐다.

이번에 한강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24년 만에 역대 두 번째 한국인 노벨상 수상자 탄생이라는 쾌거를 거두게 됐다.

AP통신도 한강이 김 전 대통령이 2000년 평화상을 탄 이래 노벨상을 탄 두번째 한국인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통신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넷플리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세계적인 K팝 그룹인 BTS, 블랙핑크를 거론,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점점 커지고 있는 한국 문화의 국제적 위상을 반영한다고 평했다. 교도통신도 "한국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며 노벨상 전체로도 2000년에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2번째"라며 "여성의 문학상 수상은 통산 18명째이고 아시아인 여성으로서는 처음이 된다"고 전했다.                    < 연합 임지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