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부실 ...업체 선정, 수의계약 등에 관여했다면 국정농단 행위

감사원 감사도 김 씨에 막혀 중단-연기, 엉터리... 담당 직원 사표도

 

 

한겨레

 

 지금의 대통령 관저는 기존 외교부 장관 공관을 고친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 때 “조금 손을 봐서 쓰려고 한다”고 밝힌 터라, 약간의 개보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증축 공사가 진행됐다. 관저 등기부 등본에도 ‘증축’ 사실이 기재되어 있다. 주 생활공간인 2층 면적이 확장됐다. 물론 증축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자격 업체에 시공을 맡겼고, 그런 행위 자체가 불법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관저 증축 공사는 행정안전부와 계약한 ‘주식회사 21그램’(21그램)이 맡았다. ‘광속’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따내 김건희 여사와 커넥션 의혹을 샀던 그 업체다. 이 회사는 증축 공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관저와 같이 일정 면적 이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증축 공사는 ‘종합건설업’ 등록 업체만 가능하다. 건설산업기본법 등에 ‘시공자의 제한’이 엄격히 규정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게 된다. 21그램은 종합건설업체가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실내건축공사 전문’ 업체로 등록돼 있다. 증축 공사를 맡아서는 안 되고, 맡겨서도 안 된다. 그럼에도 ‘일반 경쟁’(국가계약법 제7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관저 공사가 맡겨졌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행정안전부에 지난 18일 경위 설명을 요청했다. 산하 ‘정부청사관리본부’가 관저 공사를 발주·계약하고 감독한 주무 관리청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일까지 답변을 주지 않았다. 예상대로다. 본부 안팎에서는 관저 공사 내내 자신들이 배제돼 있었다는 말이 오래전부터 돌았다. 그렇다면 이 공사의 실질을 주관한 사람은 누구인가.

관저 증축은 등기부 등본에 적힌 2022년 9월5일 이전에 완료됐다. 사용허가가 났다는 뜻이다. 그보다 앞서 8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9월1일부터 관저에서 출근한다는 보도가 대통령실발로 나왔다. 그런데 돌연 입주가 늦춰졌다. 대통령 부부는 2개월 뒤인 11월7일에야 관저에 들어갔다. 대통령실은 보안시설 강화 때문이라고 했다. 증축을 끝낸 뒤 보안 공사를 추가로 했다는 취지다. 건설업계에 물어보니 “공사를 따로따로 하는 건 난센스”라고 한다. 그래서 부실 공사설이 나오는 것이다. 두달 동안 보안이 아니라 ‘보완’ 공사를 하느라 대형 건설사가 비밀리에 동원됐다는 말까지 돌아다닌다. 관저 공사를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의 증축 사실이 기재된 건물 등기부 등본(위)과 국토교통부 ‘키스콘(KISCON·건설산업지식정보 시스템)에서 검색한 ‘주식회사 21그램’의 업종 등록 현황.
 

의문을 규명해야 할 감사원 감사는, 아직도 출발점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2022년 12월 감사원은 참여연대의 국민감사 청구를 일부 인용해 감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이듬해 3월 감사 업무를 총괄하던 ㅇ 과장이 항의성 사표를 냈다. 자료 제출 거부 등 대통령실의 노골적인 비협조로 감사기간 연장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실세’ 유병호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이 되레 감사 중단을 요구하자 사직서를 던진 것이라고 알려졌다.

유 사무총장은 그 뒤 최측근 중 에이스라는 ㅊ 국장을 감사에 투입했다. 그런데 1년 반이 흐른 지난달 감사 기간이 또다시 연장됐다.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원 기관”이라는 소신을 가진 최재해 감사원장 조차 ‘이런 상태로 감사를 마무리할 수는 없다’는 감사위원 다수의 지적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간의 감사가 엉터리였다는 말이다.

김건희 여사가 2023년 3월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환경·동물보호 활동가와의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감사원 안팎의 여러 말을 종합하면, 관저 감사는 김건희 여사와 연결되는 길목에서 막혀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최초 21그램 수의계약부터 모든 의혹이 한 사람을 가리키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답변을 하면 그 사람이 타깃이 되고, 그러면 어느 업체가 들어갔고 그게 다 알려지게 된다”며 한사코 버티던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답변(2022년 8월23일·국회 운영위원회)은 많은 진실을 함축하고 있다.

“김 여사가 도배지나 수도 꼭지를 고르는 건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만약 국가 예산이 투입된 관저 공사의 업체 선정, 수의계약 등에 관여했다면 국정농단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럴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최순실씨도 권한이 없는데 국정에 관여했다가 처벌받은 것 아닌가.”(윤 대통령의 검찰 선배·특수통)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윤 대통령 당선 이전의 일이다. ‘명품 백’ 수수에 알선수재죄를 적용하려면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반면 관저 공사는 심플하다.

스모킹건을 일시적으로 숨길 수는 있다. 그러나 영구히 감출 수는 없다. 8년 전 ‘태블릿 피시’가 가르쳐준 교훈이다.   [영상보도 :  https://youtu.be/jPw6u_IB0Mo ]                     < 강희철 기자 >

‘증축공사 진행’ 신고한 업체 본사는 제주에
‘…집무실·관저 비공개공사업체 리스트’ 확보

 
 
                          김건희 관저 [한겨레]
 

“대통령 관저 공사 하셨죠? 착공신고 언제 하셨나요?”

“초상권이 있는데! 이거 불법 촬영이에요.”

서울 용산 대통령 관저 증축공사를 진행했다고 신고된 제주도 A건설 대표는 제작진의 질문에 적대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3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청와대 대신 서울 용산구 외교부장관 공관을 새 관저로 사용하겠다고 밝히고,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그해 11월 입주했습니다. 당시 관저 공사를 김건희 여사가 대표로 있던 코바나컨텐츠의 전시 후원사로 이름이 올랐던 ‘21그램’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저 공사에 김 여사가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는 최근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 21그램은 법적으로 증축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관련기사: 명품백에 가려진 스모킹건, 김건희 여사와 관저 공사) 전문건설업 면허만 가진 21그램은 인테리어 공사만 가능합니다. 한겨레는 후속 취재에 나서 증축공사를 했다고 신고된 A 업체를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 정황도 포착했습니다. 이 다큐는 관저 공사의 불법 의혹을 좇는 이야기입니다

관저 리모델링 공사에는 수십억원 세금이 투입됐지만, ‘국가보안’이라는 이유로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어느 업체가 공사를 진행했는지 조달청 자료에도, 행정안전부 자료에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다만, 등기부등본을 통해 주거동 2층에 약 45㎡(14평)가 증축된 사실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한겨레가 확보한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공사 업체 리스트’. 여기에는 조달청에 공개되지 않은 비공개 업체들 정보가 들어있다. 영상 갈무리
 

서울 용산구청 누리집 건축과 자료실에는 ‘건축, 착공, 사용승인 현황(2022년 8월).xlsx’이라는 엑셀 파일 자료가 올려져 있습니다. 여기에는 관저 증축공사를 ‘A종합건설’이 진행한 것으로 나옵니다. 종합건축공사업면허를 가진 A건설은 제주도에 본사를 두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확보한 ‘대통령실 및 관저 공사 비공개 업체 리스트’(국토부 자료)를 보면 A건설은 대통령 집무실 공사에도 참여했습니다.

건설전문 전홍규 변호사(법무법인 해랑)는 “(본사와) 거리가 멀면 그만큼 비용이 더 발생하는데, 왜 굳이 관저 공사업체를 멀리 제주도에 있는 업체로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착공처리일, 즉 구청에서 공사시작 시점으로 허가해준 날짜는 2022년 8월29일인데,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사용승인일은 9월5일이라는 점입니다. 약 14평, 소형 아파트 한 채 크기의 증축 공사가 일주일도 안 돼 이뤄졌다는 얘기입니다. 윤 대통령 부부가 2022년 5월 취임 때부터 관저 공사를 이유로 서초동 사저에서 6개월가량 출퇴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허위 신고일 가능성이 큽니다.

용산구청 누리집에 게시된 엑셀파일과 관저 등기부등본을 통해 산출한 한남동 관저 ‘증축 공사 기간’.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관저 리모델링을 이유로 6개월 가량 서울 서초동 사저에서 용산구 대통령실까지 출퇴근했는데, 관청에 신고된 공사기간은 약 일주일에 불과하다. 영상 갈무리
 

제작진은 경력 30년 ㄱ건축사의 도움을 받아 증축추정 공간을 찾아냈습니다. 국토지리정보원에 공개된 2009년 관저(당시 외교부장관 공관) 위성사진과 구글어스로 본 2024년 관저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니, 증축추정 공간이 명확히 보였습니다.

2022년 당시 증축공사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 (위성사진 재구성). 영상 갈무리
 

ㄱ건축사는 “위성사진을 통해 파악된 증축 공간을 보면 철거 및 바닥공사 외벽공사 등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공사를 일주일 안에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전 변호사 또한 “일주일 만에 할 수 없는 공사다. 뭔가 불법적인 일들이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물음에 김아무개 21그램 대표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취재 내용을 들은 국회 국토교통위 한준호 의원과 행정안전위 이광희 의원(이상 더불어민주당)은 “(공사 수행) 자격이 없는 21그램이 전체 공사를 하기 위해 명의를 도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ㄱ건축사는 “명의도용 및 대여는 부끄럽지만 우리 업계의 관행이다. 비일비재하다. 인테리어 업자가 증축을 포함해 갖가지 공사를 다 하고 명의를 대여해서 신고한다”고 말했습니다.

가급 보안시설인 관저 공사를 불법으로 진행했다니, 쉽사리 믿을 수 없었던 한겨레는 A건설 본사가 있는 제주로 향했습니다.

공사 기간에 대한 제작진의 질문에 답변을 피하는 A건설 대표. 영상 갈무리
 

“정상적으로 계약했고 정상적으로 공사했어요.”

“그럼 착공처리일이 언제인가요?”

“제가 굳이 말해야 하나요? 보안사항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A건설 대표 ㅎ씨는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제작진은 취재 내용을 토대로 다시 질문했습니다.

“서류를 보니 공사기간이 일주일이던데, 전문가들은 일주일에 14평 증축은 불가능하다고 하던데요?”

“아…. 긴급공사여서 우리가 착공처리일보다 조금 일찍 가서 한 것도 있어요.” 그제야 ㅎ씨는 입을 열었지만, 정확히 언제 공사를 시작해 마무리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물론, “착공처리일보다 먼저 공사를 시작했다면 이는 불법”(ㄱ건축사)입니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여 대통령실에 질의했지만 관련 답변을 받지 못했다. 영상 갈무리
 

참여연대는 2022년 10월12일 감사원에 대통령실 및 관저 공사 불법 의혹 국민감사를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감사원은 1년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감사 심의를 6차례 연장하며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작진이 접촉한 관저 설계업체들은 “감사원의 조사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감사는 이뤄졌는데, 왜 결과가 지금껏 나오지 않는 걸까요? 감사원이 참여연대에 보낸 6차 감사연장 통지서를 보면, 이번 감사는 8월10일까지입니다.

대통령실과 행안부에 이에 대해 입장을 묻는 질문을 보냈지만 모두 답하지 않았습니다.

관저 불법공사 의혹의 진실은 언제 밝혀질까요?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https://youtu.be/jPw6u_IB0Mo                    < 취재/연출=조성욱 한겨레 기자 >

한여름밤의 ‘감동 드라마’…남북 셀카에 “올림픽 정신 보여줘”

 

 

숨가쁘게 달려온 2024 파리올림픽이 보름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12일(한국시각) 새벽 폐막했다. 한국에 100번째 금메달을 선사한 파리올림픽은 끝났지만 선수들의 도전은 다음 올림픽을 향해 계속된다. 위부터 우상혁, 반효진, 탁구 혼합복식 시상대에 선 선수들. [파리/강창광 기자,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4 파리올림픽이 12일 폐막했다. 대한체육회가 내건 목표(금메달 5개, 종합 15위)를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훌쩍 넘은 데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선수들의 활약이 있었다.

의구심을 확신으로 뒤집은 선봉장에는 ‘총·칼·활’이 있었다. 사격·펜싱·양궁에서 금메달 10개가 나왔다. 양궁 김우진은 대회 3관왕(개인·혼성·단체)에 오르며 올림픽 최다 금메달리스트(5개)로 우뚝 섰다. 사격에선 2007년생 16살 반효진(여자 공기소총 10m)이 한국 여름올림픽 최연소 금메달리스트가 되면서 역대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메달리스트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고 흘린 눈물은 금빛 메달 못지않게 빛났다. 늘 환하게 웃어 ‘스마일 점퍼’라는 별명이 붙은 우상혁은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7위를 한 뒤 펑펑 울었다. 메달을 못 따서가 아니다. 슬럼프에 빠져 좌절하던 그에게 손 내밀어 이끌어준 김도균 감독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서도 스포츠여서 가능했던 훈훈한 장면은 희망을 안겼다. 탁구 혼합복식 시상식에서 임종훈·신유빈(동메달)이 북한(은메달)·중국(금메달) 선수들과 셀피(셀카)를 찍는 장면에 전세계인들은 “진정한 올림픽 정신을 보여줬다”며 감격했다. 복싱 여자 54㎏에서 임애지와 함께 나란히 동메달을 딴 북한의 방철미는 기자회견에서 처음엔 냉랭했다. 하지만 둘이 서로 안아줬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임애지가 “비밀로 하겠다”고 답하자 방철미는 미소를 보이며 분위기를 데웠다. 이제 웃음과 눈물, 감동을 뒤로하고 4년 뒤를 기약한다. 2028년 올림픽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다.        < 파리=장필수 기자 >

 

이념·가치 둘러싸고 분열…‘세계 축소판’ 파리올림픽

 
 
미국 남자 배구 대표팀 선수들이 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남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탈리아를 꺾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파리/AFP 연합]
 

17일 동안의 여정을 마친 2024 파리올림픽은 어느 때보다 높은 긴장 속에서 열렸다. 파리 시내는 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가득했고, 실제 대회 기간 통신망과 철도가 공격을 받기도 했다. 큰 사고 없이 대회를 마쳤지만, 개회식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이념과 가치를 둘러싸고 갈수록 더 분열하는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 올림픽이었다.

파리올림픽은 개막 전부터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단의 출전을 불허했지만, 가자지구를 공격한 이스라엘의 참여는 허가했기 때문이다. 서구 언론을 중심으로 2022 카타르월드컵 등이 열릴 때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던 것에 대한 반작용까지 더해져 아랍·중동권에서 비판 목소리가 특히 컸다.

아랍·중동권에서는 올림픽이 보편적 가치를 말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서구적 가치만을 대변한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어느 때보다 혁신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던 대회 개회식은 성적 다양성에 대한 포용 등의 메시지를 담았는데, 무슬림은 이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는 분위기다. 여기에 프랑스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히잡을 쓸 수 없다는 점까지 알려지면서 사실상 무슬림을 배제하는 대회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이유로 일부 무슬림은 에스엔에스(SNS)에서 대회 보이콧 운동까지 벌였다.

개회식 등에서 파리올림픽이 보여준 가치에 대해서는 서구권에서도 그동안 정치적 올바름을 비판해왔던 이들을 비롯해 우파와 가톨릭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대통령궁) 대변인을 통해 “국제 올림픽 운동이 체면을 잃고, 때로는 변태에 가까운 유사 자유주의적 표현의 희생자가 됐다”는 논평을 냈다. 이처럼 이번 대회는 세계가 점점 더 복잡한 양상의 문화 갈등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알제리 복싱 국가대표 이만 칼리프가 9일(현지시각) 파리 롤랑가로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 66㎏에서 중국 양류를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런 논란의 정점은 여자 복싱에 출전한 알제리 이만 칼리프(25)와 대만 린위팅(28)에 대한 공격이었다. 국제복싱협회(IBA)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두 선수가 엑스와이(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두 선수가 여성임을 명확하게 확인했고, 이후 국제복싱협회 검사의 신빙성에 대한 의혹도 커졌지만 논쟁은 멈추지 않았다. 서구권에서는 각종 정치인과 유명인이 이 문제를 쟁점화했고, 아랍·중동권에서는 서방이 아랍 여성(칼리프)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

올림픽은 앞으로도 점점 더 이런 갈등이 드러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조금이라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나 행동을 엄격히 금지해왔다. 하지만 2021년 열린 도쿄 대회를 기점으로 성평등, 인종차별 반대 등에 대한 목소리에 대해선 보편적 가치라는 이유로 조금씩 빗장을 풀었다. 이를 두고 여러 집단에서 ‘왜 우리 목소리는 보편적 가치가 아니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 이준희 기자 >

‘파리 폐막식’ 날아다닌 톰 크루즈…올림픽기 넘겨받고 LA 앞으로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폐막식에서 케이블을 타고 스타디움 천장에서 하강하는 스턴트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이날 크루즈는 미국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에게서 올림픽기를 건네받았다. [생드니 AP/연합]

 

“빰 빰 빠밤, 빰 빠 빠밤∼”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가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무대가 됐다. 할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스다디움 지붕에 나타난 것이다.

톰 크루즈가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막식에서 스턴트 공연을 선보이며 등장하고 있다. [파리/연합]

 

밝은 조명이 그가 선 곳을 비추자 관중들이 열광하기 시작했다. 크루즈는 관중들을 내려다본 뒤 지상으로 내려오는 대담한 스턴트를 선보이며 올림픽기를 넘겨받고 오토바이를 타고 스타디움을 빠져갔다. 이후 대형 화면에 나타난 그는 대서양을 넘어 엘에이(LA)의 랜드마크인 할리우드 간판 앞에 도착했다.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차기 개최지인 미국(LA)의 배우 톰 크루즈가 공중에서 스턴트 낙하하고 있다. [생드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4 파리올림픽이 4년 뒤 엘에이 올림픽을 기약하며 11일(현지시각) 폐막식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폐막식은 각국 선수단이 자국 국기를 들고 차례로 입장하며 막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태권도 박태준(남자 57㎏ 금메달)과 복싱 임애지(여자 54㎏ 동메달)가 폐막식 기수를 맡아 행진했다. 북한 선수단 기수는 리세웅과 김미래가 맡았다.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60㎏에서 동메달을 딴 리세웅은 인공기를 힘차게 흔들며 선수단을 이끌었다. 스타디움 내 대형 스크린에서는 북한 선수단이 휴대전화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폐막식에 등장해 미국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에게서 받은 올림픽기를 흔들고 있다. 이날 크루즈는 케이블을 타고 스타디움 천장에서 하강하는 스턴트 공연을 선보였다. [생드니 로이터/연합]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폐막식에서 오륜기를 뒤에 매단 채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하고 있다. 차기 하계 올림픽 개최지인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크루즈는 이날 미국 체조선수 시몬 바일스에게서 오륜기를 건네받았다. [생드니 로이터/연합]
 

폐막식은 올림픽이 잊힌 미래에서 온 탐험가가 차례로 오륜을 발견한다는 내용의 공연을 시작으로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스타드 드 프랑스 공중에 오륜이 완성되는 순간, 동그란 지붕을 타고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고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후 프랑스의 ‘국민 밴드’ 피닉스의 공연이 열렸고, 수많은 선수단이 단상 주변에 모여 축제를 즐겼다.

 
 
대한민국 선수들이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있다. [생드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2024 파리올림픽은 올림픽 최초로 여자 마라톤 메달 시상식을 폐회식에서 했다. 역대 올림픽 폐막식 시상식의 주인공은 남자 마라톤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남자 마라톤을 여자 마라톤보다 일찍 시작했고, 여자 마라톤을 폐막식 당일 치렀다. 42.195㎞를 완주한 영웅들은 주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 앞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부터 메달을 받았다. 금메달은 시판 하산(네덜란드), 은메달은 티지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 동메달은 헬렌 오비리(케냐)에게 돌아갔다.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생드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대한민국 선수들이 11일(현지시각)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입장하고 있다. [생드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대회를 무사히 치를 수 있도록 도와준 자원봉사자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각국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과 휠체어를 탄 장애인 자원봉사자들이 단상에 올랐고, 관중들과 선수단의 축하를 받았다.

파리올림픽은 이날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역대 올림픽 중 최초로 센강에서 선수들을 태운 크루즈들이 행진하는 방식의 야외 개막식을 시작으로 막을 올렸고, 약 1만500여명의 선수가 32개 종목 329개 메달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한국은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획득해 메달 순위 8위로 대회를 마쳤다.   < 파리=장필수 기자 >

[국가별 메달 수]

   
1
USA
 
 
 
⁨40⁩ gold medals ⁨44⁩ silver medals ⁨42⁩ bronze medals ⁨126⁩ total medals  
2
CHN
 
 
 
⁨40⁩ gold medals ⁨27⁩ silver medals ⁨24⁩ bronze medals ⁨91⁩ total medals  
3
GBR
 
 
 
⁨14⁩ gold medals ⁨22⁩ silver medals ⁨29⁩ bronze medals ⁨65⁩ total medals  
4
FRA
 
 
 
⁨16⁩ gold medals ⁨26⁩ silver medals ⁨22⁩ bronze medals ⁨64⁩ total medals  
5
AUS
 
 
 
⁨18⁩ gold medals ⁨19⁩ silver medals ⁨16⁩ bronze medals ⁨53⁩ total medals  
6
JPN
 
 
 
⁨20⁩ gold medals ⁨12⁩ silver medals ⁨13⁩ bronze medals ⁨45⁩ total medals  
7
ITA
 
 
 
⁨12⁩ gold medals ⁨13⁩ silver medals ⁨15⁩ bronze medals ⁨40⁩ total medals  
8
NED
 
 
 
⁨15⁩ gold medals ⁨7⁩ silver medals ⁨12⁩ bronze medals ⁨34⁩ total medals  
9
GER
 
 
 
⁨12⁩ gold medals ⁨13⁩ silver medals ⁨8⁩ bronze medals ⁨33⁩ total medals  
10
KOR
 
 
 
⁨13⁩ gold medals ⁨9⁩ silver medals ⁨10⁩ bronze medals ⁨32⁩ total medals  
11
CAN
 
 
 
⁨9⁩ gold medals ⁨7⁩ silver medals ⁨11⁩ bronze medals ⁨27⁩ total medals  
12
NZL
 
 
 
⁨10⁩ gold medals ⁨7⁩ silver medals ⁨3⁩ bronze medals ⁨20⁩ total medals  
13
BRA
 
 
 
⁨3⁩ gold medals ⁨7⁩ silver medals ⁨10⁩ bronze medals ⁨20⁩ total medals  
14
HUN
 
 
 
⁨6⁩ gold medals ⁨7⁩ silver medals ⁨6⁩ bronze medals ⁨19⁩ total medals  
15
ESP
 
 
 
⁨5⁩ gold medals ⁨4⁩ silver medals ⁨9⁩ bronze medals ⁨18⁩ total medals  
16
UZB
 
 
 
⁨8⁩ gold medals ⁨2⁩ silver medals ⁨3⁩ bronze medals ⁨13⁩ total medals  
17
IRI
 
 
 
⁨3⁩ gold medals ⁨6⁩ silver medals ⁨3⁩ bronze medals ⁨12⁩ total medals  
18
UKR
 
 
 
⁨3⁩ gold medals ⁨5⁩ silver medals ⁨4⁩ bronze medals ⁨12⁩ total medals  
19
SWE
 
 
 
⁨4⁩ gold medals ⁨4⁩ silver medals ⁨3⁩ bronze medals ⁨11⁩ total medals  
20
KEN
 
 
 
⁨4⁩ gold medals ⁨2⁩ silver medals ⁨5⁩ bronze medals ⁨11⁩ total med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