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구 국방부 장관(가운데)이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에서 육군 28사단 윤아무개 일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국회 긴급현안보고에서 답변
의원들 “보고 못 받고 뭐했나” 질타
한 장관 “제기된 의혹 추가 수사”
대국민 사과뒤 28사단장 보직해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선임병들의 폭행으로 지난 4월 숨진 육군 28사단 윤아무개(24) 일병 사건을 지난달 31일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4일 밝혔다. 한 장관은 이날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28사단장을 보직해임했다.
한민구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긴급현안보고에서 “윤 일병 사망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았는가”라는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의 물음에 “보고받은 바가 없고, 7월31일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사건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부대원의 구타와 가혹행위로 4월7일 숨진 윤 일병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한 날이다. 6월30일 취임한 한 장관은 이 사건을 한 달이 넘도록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의원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노철래 의원은 “단순한 폭행도 아니고 ‘살인’ 사건에 대해, 예하부대가 새로 취임한 장관에게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 과연 군대냐”라고 개탄했다. 이병석 의원도 “엄청난 사건에 대해 국방부 장관은 보고도 받지 못하고 뭘 하고 있었냐”고 질타했다.
군 당국도 군 수사기관의 부실 보고로 이번 사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일병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국방부 장관은 김관진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다. 김 전 장관은 윤 일병이 사망한 다음날인 4월8일 수사기관으로부터 ‘육군 일병이 선임병의 폭행으로 인한 기도폐쇄로 사망했다’는 내용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10여년 만에 발생한 구타사망 사건임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군 기강 확립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는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김 전 장관이 그 뒤로 가래침을 핥도록 하는 등 엽기적인 가혹행위에 윤 일병이 시달렸다는 내용 등 구체적인 사건의 전모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부실보고 주장이 군 수뇌부에 ‘면죄부’를 주기 위한 변명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사건이 일어난 뒤인 4월 중순에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주관한 특별 군 기강 확립 대책회의가 개최됐고, 5월1일엔 육군참모총장 주관으로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특히 육군은 6월9일 ‘구타·가혹행위 및 언어폭력을 발본색원하라’는 ‘일반명령’을 전 부대에 하달하기도 했다. 구타 및 가혹행위와 관련해 전군에 일반명령이 내려진 것은 35년 만의 일이다.
이날 한민구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에서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가해자와 방조자에 대해 군형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엄중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혹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를 지시하겠다”며 군이 윤 일병 사망사건의 진상을 은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수사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경욱 기자>

 

탑승객 70% EU·나토 국민 
러시아 책임론 강력 제재 촉구 
국제지정학에 큰 변화 전망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가 ‘신냉전’에 돌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도 신중했던 유럽연합(EU)이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태의 충격 속에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 카드를 뽑아들지 기로에 섰다. 유럽의 정책 변화는 러시아의 운신 폭을 크게 좁히게 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대러시아주의 부활’ 구상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
 
이번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네덜란드의 마르크 뤼터 총리와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19일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MH17 여객기가 격추된 것과 관련해 ‘러시아 책임론’을 거론하며 유럽연합의 대러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고 <블룸버그 뉴스> 등이 전했다. 사고 여객기의 출발지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었던 탓에 탑승객의 70%가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국적자다. 캐머런 총리와 뤼터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여객기를 격추했다는 증거를 고려해 러시아에 대한 유럽연합의 접근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이날 전화회담에서 합의했다고 영국 총리실이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선데이 타임스> 기고문에서 “MH17 여객기가 반군 장악지역에서 발사된 지대공 미사일에 의해 공중 폭파됐다는 증거들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며 반군에 무기를 지원한 러시아의 책임을 비난하고 제재 강화를 촉구했다. 대러 제재에 신중했던 독일은 여객기 격추 규탄과 함께 공정한 조사를 강조했지만,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프랑스의 러시아에 대한 군함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지금까지는 유럽연합 내에서 발언권이 큰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경제적 이해 때문에 러시아 제재에 미온적이었다. 또 영국도 강경 발언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실리 보전에 바빴다. 때문에 유럽연합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지금껏 ‘이빨 없는 제재’만 거듭하다 지난 16일 미국과 함께 대응 수위를 좀더 높이기로 했지만 제재 대상은 확정하지 않은 상태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여객기 격추가 국제 지정학에서 우크라이나 분쟁의 위상을 확 바꾸며 유럽연합의 태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마크 갈레오티 미국 뉴욕대 교수(국제정치학)는 <포린폴리시> 기고문에 “미사일 한개가 지난 여섯달간의 전쟁을 완전히 재정의했다”며 “여객기 격추는 서방 강경파에 충분한 구실을 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갈등을 방치하면 더 큰 위험을 부른다는 강력한 상징을 제공했다”고 짚었다. 결국 미국과 유럽 내 여론 압력으로 유럽연합이 한층 강경해지면, 우크라이나 동부를 포함해 러시아계 문화권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친러 반군과 선을 그어야 하는 어려운 선택에 몰릴 수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증거 훼손 공방이 벌어지는 터라 여객기 격추 책임을 친러 반군으로 확정하고,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 지원 등 개입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유럽연합에선 당장 변화가 감지된다. 미국 인터넷 매체 <복스>는 대러 외교정책을 조율할 차기 유럽연합 외교안보 대표 후보로 유력했던 친러 성향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이 이번 사태로 낙마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짚었다. 유럽연합이 이달 말까지 확정해야 하는 러시아 기업 제재 대상 선정도 러시아에 더 큰 타격을 주는 쪽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 정세라 기자 >


심판 당한 새정치 ‘경악’

● Hot 뉴스 2014. 7. 31. 16:56 Posted by SisaHan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사무총장(가운데) 등 지도부가 30일 저녁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개표 방송을 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왼쪽은 표철수 최고위원, 오른쪽은 김재윤 의원.


[7·30 재보선]
참패에 고개 숙인 야당

선거상황실 개표 내내 한숨·탄식
밤 11시께 대국민 사과문 발표

“혁신·책임있는 모습 못 보여드린탓”
광주 광산을 투표율 전국 ‘최하’
공천 향한 냉랭한 지역민심 확인

“국민 여러분의 뜻을 무겁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저희가 여러가지 부족함을 보여 정부 여당을 견제하고자 하는 국민의 뜻을 받아안지 못했다.”
7·30 재보궐선거 대참패가 사실상 확정된 밤 11시께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은 국민들에게 사과 메시지를 발표했다. 유 대변인은 “저희가 분명하게 혁신하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질책이라고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기자들에게 “최악의 경우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좀 당황스러운 상황”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30일 당대표 회의실에 마련된 선거 상황실은 개표방송 내내 한숨과 탄식이 계속됐다. 주승용 사무총장과 양승조·조경태 최고위원, 전순옥 의원 등 10여명의 당직자가 늦게까지 개표방송을 지켜봤지만 곳곳에서 참패하는 상황을 보며 침묵을 지켰다.
 
밤 10시20분께 수원 팔달에 김용남 새누리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방송이 나오자 당직자들은 “정말 당선이 맞냐”고 되물었다. 손학규 상임고문의 패배가 그만큼 충격적이었던 탓이다. 수원 영통에 출마한 박광온 후보의 당선에만 잠시 화색이 돌았지만, 전남 순천곡성의 서갑원 후보 패배 소식에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김한길 공동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안철수 공동대표는 국회 밖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낮부터 새정치연합에선 선거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5곳에서 승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4곳만 겨우 이길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레 나왔다.
저녁 8시40분께 전국 평균 투표율이 공개되자 새정치연합의 우려는 점점 현실화됐다. 이들은 특히 야당의 텃밭인 광주 광산을과 전남 순천·곡성의 대조적인 투표율에 굳은 표정을 지었다. 광주 광산을의 투표율은 전국에서 제일 낮은 22.3%로 나타났고, 전남 순천·곡성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51.0%를 기록했다. 공천 잡음 끝에 권은희 후보를 내세운 광주 광산을의 경우 낮은 투표율은 중앙당의 공천에 대한 냉랭한 지역 민심을, 전남 순천·곡성의 높은 투표율은 새정치연합의 후보에 대한 심판의 의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수원 3곳의 30%대 낮은 투표율도 이들의 우려를 더했다.
 
주승용 사무총장은 “아무래도 가장 더운 여름철이다 보니 투표율이 대단히 낮고 원래 15석 중에 새누리당이 9석을 갖고 있어 상당히 힘든 선거”라며 “세월호법 제정에 따른 단식과 선거를 병행해 상당히 힘든 선거운동이었다”고 몸을 낮췄다.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공천에 대한 일부 반발을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한 것이 중요한 패인이었고, 권은희 후보의 남편 재산 문제,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흑색선전 같은 네거티브 선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게 또 하나의 패인”이라고 참패의 원인을 짚었다.
<이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