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의 삭발연대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아 해외동포 연대 추모행사에 동참한「세월호를 기억하는 토론토 사람들」과「세월호참사를 추모하는 그리스도인들」주최 토론토 도심 던다스광장 행사에서 진상규명과 특별법 시행령 폐기 등을 요구하며 희생자 유족에 동조 삭발하는 행사 참가자들.



“진실은 침몰 않는다” 연대 다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토론토에서도 추모예배와 도심집회가 열려 모국과 전세계 한인사회 추모물결에 연대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토론토사람들(세기토)’과‘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그리스도인’들 주도로 열린 토론토 1주기 추모행사는 4월17일 저녁 좋은나무교회(담임 염웅 목사)에서 추모예배를 드린 데 이어 18일 오후 2시부터 다운타운 던다스 광장(DundasSquare)에서 도심 거리집회로 이어졌다.
60여 성도가 참석한 가운데 드린 ‘세월호 참사 1년,시행령 폐기,선체인양,배·보상 일정중단 촉구를 위한 토론토 그리스도인 연합예배’는 풍물패 ‘소리모리’의 여는 소리 연주로 시작, 공동기도와 오동성 목사의 기도, 김윤정 목사의 성경봉독에 이어 서울에서 온 김영철 목사(기독교 사회문제연구원)가 ‘시대의 징조, 요나의 표징’(마 16:1~4)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김 목사는 세월호 참사 이후 희생자 가족들의 진상규명 노력과 근황, 정부의 무성의한 대처 등을 전하고 “5천만이 증인인 참사를 통해 하나님의 메시지를 듣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요나가 고래 뱃속에서 새 힘을 얻고 달려갔듯이 우리 모두가 함께 달려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예배는 정해빈 목사(알파연합교회 담임)가 집례한 성만찬에 이어 김경천 목사 선창으로 성명서를 낭독하고 결단찬양 ‘사명’을 부른 뒤 정성민 목사(임마누엘연합교회 담임)의 축도로 마쳤다. 기독교원탁회의에서 작성해 전세계 한인 참여성도 공동으로 채택한 성명서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폐기,▲선체인양 즉각 결정,▲진행중인 배·보상 일정 즉각 중지 등 3개항을 촉구했다.
18일 오후 토론토 던다스 광장 집회는 2백여명이 모여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는 주제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헌화와 이름 부르기, 동조 삭발, 살풀이춤, 플래시몹, 풍물행진 등으로 두 시간 가량 진행돼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날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헌화하던 참가자 가운데는 눈물을 쏟기도 했으며, 행인들 눈길이 쏠린 김경천·오동성 목사와 나양일 씨의 유가족 동조삭발식은 살풀이춤이 곁들여져 비장감이 감돌았다. 김 목사는 “내가 선한 사마리아인 인지는 모르겠으나 유가족들이 강도만난 이웃인 것은 분명하다”고 외쳐 따뜻한 손길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오 목사는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고, 나 씨는 “해외에서 이렇게라도 힘을 보태야 될 거 같아서 결심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어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The Truth Never Never Sink’는 노래와 율동으로 플래시몹을 연출,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소리모리의 연주 속에 광장을 도는 행진으로 행사를 마무리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창욱 씨는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가 유가족이다. 모국 소식에 분노만 할 게 아니라 미약하지만 이렇게라도 함께 함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동조 단식 릴레이 등으로 세월호 아픔에 연대해오고 있는 ‘세기토’의 켈리 리 씨는 “처음에는 같은 엄마의 마음으로 너무 가슴이 아파 시작했는데, 갈수록 무능하고 잔인한 정부의 모습에 한탄을 금할 수가 없다. 이제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라고 끝까지 연대할 것임을 다짐했다. 앞서 16일 블루어 한인타운의 한 가로등 밑에는 추모 꽃다발이 설치되어, 오가는 한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한편 18일 도심집회 주변에는 ‘대한민국 호국 안보단체협의회’‘월남참전 고엽제전우회’라는 대형 플래카드와 태극기를 앞세운 보수단체 회원들이 ‘너무나 많은 보상 혈세낭비다’등 손팻말을 들고 맞대응 시위를 하다 돌아갔다.


< 문의: sewoltoronto@gmail.com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4월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검찰 수사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측근이던 한 부사장 ‘성 전 회장이 횡령’ 검찰 진술에 배신감
‘구명 요청’ 거절당하자 정권 실세 8명 이름 담긴 메모 남긴 듯

“한 부사장의 진술과 왜 다른가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지난 3일 검찰에 소환돼 받은 질문이다. 그의 변호를 맡은 오병주 변호사는 “성 전 회장이 검찰에서 현장전도금 32억여원을 횡령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듣고 당황해했다”고 말했다. 검찰에서 이런 진술을 한 사람은 이 회사 재무 담당 부사장이던 한아무개씨였다. 오 변호사는 “성 전 회장은 소환 조사를 받던 날까지도 한씨의 진술 내용을 몰랐다. 나중에 따로 복도에 나와 ‘한씨가 현장전도금을 횡령한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성 전 회장은 한씨가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을 듣고 상당히 서운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의 한 측근은 “성 전 회장의 아들이 한씨와 갈등 끝에 회사에서 나갈 때도 성 전 회장은 한씨의 손을 들어줬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한씨의 진술 내용을 전해듣고는 큰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씨는 현장전도금 입출금 내역은 물론 성 전 회장과 나눈 대화의 녹취록까지 검찰에 제출해 자신의 혐의를 벗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성 전 회장은 “회사 자금은 한씨가 담당했다”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부자’ 덕분에 검찰 수사는 빠르게 진행됐다. 검찰이 경남기업을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달 18일이다. 성 전 회장이 검찰에 출석한 것은 3일이다. 검찰이 매출 2조원 규모 기업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총수를 부르는 데 걸린 시간은 16일에 불과했다.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와 견줘보면 속도 차이가 확연하다. 검찰은 경남기업보다 앞서 지난달 13일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했지만 한달이 훌쩍 넘도록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소환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살아있는 기업과 죽은 기업”이라는 말로 이 차이를 설명했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회사 관련자들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만, 경남기업 쪽에서는 ‘협조자들’이 있다는 의미다.

궁지에 몰린 성 전 회장은 해결책을 외부에서 찾으려 했다. ‘성완종 리스트’ 등장인물 등 박근혜 정부 실세들에게 직·간접적으로 구명을 요청했다. 숨지기 하루 전인 8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는 취지의 기자회견까지 열며 대통령 측근들을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권력도 여론도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이튿날 정권 실세 등 8명의 이름이 담긴 메모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 정환봉 기자 >



[1500자 칼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 칼럼 2015. 4. 18. 19:28 Posted by SisaHan

늘 궁금했었다. 어떻게 이민자로서 서툰 언어와 낯선 문화를 극복하고 상류층을 상대로 하는 고급의상 비즈니스를 성공시킬 수 있었을까. 그녀가 수줍게 소개한 동영상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것은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32년째 에미스 부티크(Emy’s Boutique)을 경영하고 있는 송 여사의 케이블 TV 인터뷰였다. 그녀는 자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교회와 패션과 예술인데 무엇보다도 패션에 민감한 가정에서 성장하여 예술 감각을 자연스럽게 키우며 좋아하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두 말할 것 없이, 이 땅에서의 직업이 자신이 꼭 하고 싶은 일인 동시에 자신있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한번에 두 마리 토기를 잡은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사업비결은 섬세한 고객관리와 뛰어난 의상감각에 있었다. 얼마나 고객관리를 잘했으면 30년을 지나며 단순한 고객관계를 진한 우정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었겠는가. 그녀 주위에는 여행, 영화, 음악회에 동행하는 코드가 맞는 고객들이 많은 것을 보면 사람의 진심은 언어와 문화의 벽도 가볍게 넘어설 수 있는 것 같다. 그녀는 손님에게 어울리는 옷과 액세서리로 콤플렉스는 가리고 매력은 돋보일 수 있는 패션을 제안하는 코디네이터인 동시에 고정관념을 뛰어넘게 만드는 조언자로 어울리는 의상전문가이다. 무엇보다도 그녀를 향한 나의 감동은 단순히 이익을 남기기 위한 사업가라기보다 손님과의 관계를 통해 인생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으로 보인다는 점에 있다.


오래 전 플로리다 팜 비치에서 만난 사람이 떠오른다.
그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명품상가에서 자신의 이름을 상표로 단 핸드백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하고 한국에서 제조한 그 핸드백에 대한 우월감과 열정이 남달랐다. 대나무의 왕골과 가죽을 이용한 사시사철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특이상품임을 열심히 설명했으나 문제는 고가(高價)에 있었다. 명품은 고가여야 한다는 그의 지론에 설득력은 실렸지만 정작 그는 세일즈맨으로서의 품격에 문제가 보였다. 누구나 알만한 세계적인 명품가게들이 즐비한 그곳에서 고가를 다루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그리고 초라한 가게 진열대로 어떻게 다른 유명 디자인 상품과 경쟁을 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행객이 밀려드는 세계적인 관광지만을 골라 비즈니스를 옮겨 다니는 그의 경영방식도 보통사람과 달랐다. 6개월 혹은 1년의 짧은 계약기간으로 비싼 임대료를 내니 적자운영은 당연한 귀결로 보였다. 그런데도 분주한 관광지에 가게를 내야만 자신의 물건을 알아주는 고객들을 만날 수 있다고 주장하니 난감한 일이 아닌가. 단골이 아닌 뜨내기 손님을 상대하는 그의 상식을 넘어선 아집 때문에 집시처럼 떠돌이로 살다가 결국은 가정도 깨지고 곁에 남아있는 친구도 더 이상 없다고 하니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외곬 인생으로 세상에서 완전 외톨이가 되었는데도 사업을 향한 아집만은 밧줄같이 질겨 보이던 그. 오늘도 미국의 대도시 어딘가에서 자신의 상표를 알아주는 고객을 찾아 다니고 있을 그의 외로운 모습이 눈에 선하다. 명석한 머리로 순탄치 못한 환경을 딛고 일류 대학까지 나온 그의 아메리칸 드림은 정녕 이런 것이 아니었으리라. 마치 미지의 섬에 혼자 남겨놓은 듯 위태로워 보이던 그가 오늘 갑자기 송여사 인터뷰 사이에 모습을 드러냄은 두 사람의 대조적인 비즈니스 방식 때문이 아닌가 한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대화 내용이다. 흔히 성공적인 삶은 원만한 인간관계로부터 좌우된다고 하는데 하물며 이윤을 남기는 비즈니스 세계는 오죽할까 싶다. 오랜 세월에 걸쳐 서로 신용이 쌓이지 않으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이윤이 바로 사람을 남기는 일일 것이다. 오늘의 송 여사가 더욱 빛나 보이는 이유도 바로 사람을 얻을 줄 아는 그녀의 비범함에 있다고 본다.

< 원옥재 - 수필가 / 캐나다 한인문인협회원, 전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