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 영토인 독도에 대한 일본의 도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중·고교 교과서 집필 기준인 ‘학습지도요령 해설서’(해설서)에 ‘독도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일본의 고유 영토’임을 명기하도록 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이는 그동안 일본 ‘정부 입장’이던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교과서 제작 기준에까지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독도에 대한 도발 수위를 한층 더 높이는 것이다. 일본은 해설서 변경 방침을 즉각 철회하고, 독도에 대한 터무니없는 영유권 주장을 당장 중단해야 할 것이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독도는 역사적으로 한국 영토임이 명백할 뿐 아니라 계속해서 한국 정부의 실효적 지배 아래 있어왔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의 주요 근거로 들고 있는 ‘시마네현 고시 40호’도 국제법적으로 유효하지 않은 일본의 일방적 행정조처일 뿐이다. 그럼에도 ‘독도가 한국에 불법적으로 점거됐다’는 내용을 해설서에까지 명기하겠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일본은 독도를 둘러싼 해묵은 영유권 주장이 이웃 나라인 한국과의 갈등만 심화시킬 뿐 아무런 실익을 거둘 수 없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일본 정부의 이런 방침은 과거사 문제 등으로 가뜩이나 불편한 한-일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게 뻔하다. 한쪽에선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고 하면서 뒤에선 교과서 집필 기준을 변경한다면 일본의 진심을 어떻게 믿겠는가. 더욱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아베 정권의 우경화에 대해 우리나라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최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아베 총리가 실수했다”며 “역사로부터 교훈을 배워야 한다”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독도와 함께 센카쿠열도에 대한 영유권도 해설서에 명기하겠다는 것은 일본이 동북아지역 안정은 안중에도 없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일본의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대만이 즉각 반발하는 등 지역 내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적극적 평화’를 주장하기에 앞서 먼저 동북아지역 안정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해 의연하고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독도가 역사적으로나 실질적으로 우리 고유 영토임을 재확인하고, 이에 도발하는 일본 정부에 분명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게 필요하다. 특히 최근 들어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우리 정부도 더욱 적극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단행된 검찰과 경찰 인사는 ‘채동욱 찍어내기’의 속편으로 부를 만하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과정에서 정권의 치부를 파헤친 인사들은 모조리 불이익을 당했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을 이끌었던 윤석열 여주지청장을 대구고검, 부팀장 구실을 했던 박형철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을 대전고검으로 발령했다. 부당한 징계에 이은 비열한 보복인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채동욱 전 총장에 대한 감찰 지시가 부당하다며 반박글을 올린 박은재 대검 미래기획단장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음에도 부산고검으로 보낸 반면, 국정원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술자리에서의 행실로 감찰 중임에도 불구하고 대구서부지청장으로 이동해 별다른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정권에 충성하면 살고 대들면 죽는다”는 메시지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인사다. 또 국정원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를 주도하던 박 부장을 지방으로 보내는 바람에, 국정원 요원들에 대한 수사 마무리와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공소유지도 차질이 우려된다. 채동욱 전 총장 관련 자료 유출 사건 주임검사인 오현철 서울중앙지검 부부장을 홍성지청으로 보내, 청와대 몸통에 대한 수사는 물건너가게 생겼다. 아무리 정기인사라 해도 중요 사건의 수사 검사들에 대한 이런 인사는 사실상 수사와 공소유지에 대한 방해에 가깝다. 이들뿐 아니라 채 전 총장 때 단행된 인사를 통해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서 활약하던 중견 검사들을 대부분 지방으로 내려보낸 것은 채동욱 그림자 지우기를 통한 ‘검찰 길들이기’란 인상이 짙다.
 
국정원 사건 수사 당시 경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한 권은희 서울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9일 단행된 총경 승진 인사에서 탈락한 것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일선 경찰서 형사과장이 아닌 수사과장이 총경으로 승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해명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사시 출신의 경우 총경까지는 무난하게 진급해왔다는 관례에 비춰 보면 경찰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누가 경찰의 해명을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는가.
박근혜 정부는 이번 인사를 통해 무슨 일이 있어도 검찰과 경찰은 확실히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국정원 사건의 진행 상황을 낱낱이 알고 있는데 아직도 그런 발상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길들이기 인사로 수사기관을 장악하겠다는 구태의연한 생각부터 버리기 바란다.


로마의 시인 페트로니우스는 황제 네로에게 “다른 것은 다 해도 시(詩)만은 짓지 말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정부가 국사(교과서)만은 관제화하지 않았으면 한다. 청소년들에게 바른 역사를 가르치는 일은 정부와 기성세대의 엄중한 책무다.
교학사 국사교과서가 학생·교사·학부모들에게 완벽하게 퇴출되었으면 부끄러워하고 반성해야지, 마치 보복하듯이 통째로 뒤엎어 국정교과서 체제로 가겠다는 발상은 역사를 모독하고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처사다.
관변학자들과 보수언론, 정부기관의 총력지원에도 채택률이 0%인 것은 품질이 떨어진 부실덩어리인데다 친일·독재를 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과 4월혁명, 6월항쟁 등을 통해 나라를 세우고 민주주의를 지켜온 국민이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용납할 만큼 어리숙하지 않다. 정부와 관변학자들이 지금을 유신시대로 착각하는 데서 ‘교학사 사태’가 일어났다.
 
고래로 한 나라를 멸망시키려면 가장 먼저 그들의 역사를 파괴하거나 날조한다. 만주족이 중원을 정복하면서 중국사서를 소각·변조하고, 일제는 조선사를 왜곡했다. 총독부는 1916년 <조선반도사> 편찬을 시작하면서 “합방된 이 마당에 조선인들에게 그들의 역사를 읽게 한다면 옛날을 회상케 하여 독립시대의 구몽에 빠지게 할 우려가 있다”며 왜곡을 서둘렀다. 이에 맞서 박은식·신채호 등 민족사학자들이 망명지에서 “나라를 빼앗겨도 역사(국사)만 잃지 않으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며 <조선통사> <조선상고사> 등을 지었다.
사마천은 “역사를 있는 모습 그대로 파악해서 거기에 필주를 가함으로써” 있어야 할 모습을 제시했고, 실학자 성호 이익은 “역사를 쓸 때는 착한 일을 드러내더라도 악한 것을 감추어서는 안 되며 권선만 하고 징악을 하지 않는다면 마치 새의 날개 하나를 떨어뜨리고 수레바퀴 하나를 빠뜨리는 것과 같다”고 설파했다.
실증사학의 대부 랑케도 이념이나 신념, 철학이나 종교에 의해 왜곡되는 역사 쓰기를 거부하고 정확한 사료를 토대로 삼아 과거의 사실 그 자체가 진실로 어떠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역사가의 임무라고 강조했다. “과거 사실의 객관성과 독립성이란 정치로부터 과거 사실의 독립이요, 신학으로부터 과거 사실의 독립이요, 철학으로부터 과거 사실의 독립이다. 그리고 이는 곧 역사학의 독립을 의미한다”고 썼다.
 
정부는 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시도하지 않아야 한다. 역사(학)의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 임시정부와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을 소략·폄하하면서 그 자리에 친일과 독재를 앉히고 미화한다는 것은 역사의 모독일 뿐 아니라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임시정부의 법통과 4월혁명 계승을 명시한 헌법정신의 위배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국사를 정부가 편찬 관장하고 있는 나라는 북한·러시아·베트남·필리핀 정도다. 정부가 북한처럼 따라 한다면 그들이 즐겨 쓰는 ‘종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일본 극우세력이 후소사판 교과서를 제작·배포할 때 우리는 이념적 좌우·보혁을 뛰어넘어 강력히 비판하고 일본 정부와 국민을 경멸했다. 타국의 내정간섭이 아니라 침략주의를 미화하는 내용 때문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교학사가 욕하면서 배운다고 친일·독재를 옹호하는 등 일본을 닮은 데 분노하고 총체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박정희가 유신시대인 1974년 이른바 ‘국적 있는 교육’의 명분으로 국정화한 교과서는 수명이 10년이 못 갔다. ‘유신교육’을 받은 청년학생들이 더욱 활기찬 반유신 세대가 되었다는 것은 역사가 보여주는 아이러니다. 그런데도 이를 다시 되돌리려는 것은 시대착오다. ‘국가’만 있고 ‘역사’가 없는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면 정부는 ‘관변역사’를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여당과 교육부 관리들이 냉철한 역사인식보다 권력 쪽에만 기웃거리면 ‘역사의 심판’을 받게 된다는 교훈을 되새겼으면 한다.
 
< 김삼웅 - 전 독립기념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