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행 5명과 이한열 묘지 등도 참배, 오월어머니집 들러

5·18단체 공개 사과·회고록 개정 등 진정성 보여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아들 재헌(55)씨를 통해 국립 5·18민주묘지에 헌화했다.

29일 국립5·18민주묘지관리사무소의 말을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께 재헌 씨는 묘지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어 화환과 함께 참배하겠다고 알려왔다.

재헌씨는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오전 11시반께 묘지에 도착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리며 대한민국 민주화의 씨앗이 된 고귀한 희생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라고 방명록을 작성했다. 참배단에는 ‘13대 대통령 노태우 5·18 민주 영령을 추모합니다'는 글귀가 적힌 조화를 헌화했다.

5·18 구묘역으로 이동해 민족민주 열사 묘역에 안치된 이한열 열사의 묘를 들러 어머니 김옥숙 여사의 이름이 적힌 조화를 헌화했다. 앞서 김 여사는 1988225일 노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이곳을 찾아 이 열사를 참배한 적 있다.

재헌씨는 지난해 8월에도 5·18민주묘지를 찾아 아버지를 대신해 사죄했고 12월에는 오월어머니집에 들러 정현애 이사장 등 피해 당사자를 만나 다시 한 번 사죄의 뜻을 전했다.

전두환씨와 함께 12·12 군사쿠데타를 이끈 노 전 대통령은 5·18 때 수도경비사령관을 맡아 직간접적으로 광주 학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관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진정으로 사죄할 의향이 있다면 조용히 아들을 묘지에 보낼 것이 아니라 5월단체에 공개 사죄를 해야 한다. 또한 사죄에 앞서 ‘5·18은 유언비어때문에 일어났다고 주장한 회고록 개정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 김용희 기자 >


새 현판으로 교체 제막 국가유공 영예 높아질 것

                        

국립 대전현충원에 설치돼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쓴 현판이 29안중근체로 교체됐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국립묘지가 갖는 국가 정체성과 국민 통합을 고려해 지속해서 이견이 있었던 대전현충원 현판을 교체했다. 현판 교체로 대전현충원과 국가 유공자의 영예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지난 198511월 대전현충원 준공을 기념해 친필로 현충문이란 대전현충원 글씨를 썼으며, 대전현충원 등은 이 글씨를 키워 제작한 현판을 35년 동안 관리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전 전 대통령의 행적 등을 이유로 현판 교체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보훈처는 역사·문화재·보훈·법률 등 관련 분야 전문가 의견과 자문 등을 거쳐 이날 현판 교체를 추진해왔다. 국가보훈처와 국립현충원 등은 이날 2시간에 걸쳐 전 전 대통령의 묵은 현판을 떼고 새 현판을 달았으며, 오후 4시께 임성현 대전현충원장 등의 참석속에 새 현판 제막식을 진행했다.

새 현판은 안중근체. ‘안중근체는 안중근의사기념관·저작권위원회가 안중근 의사가 자필로 쓴 <장부가> 한글 원본에서 따온 글씨로 지난해 만들었다. 보훈처는 안중근 의사는 대표적 독립운동가이자 독립군 참모중장으로서 군인 정신의 귀감이 되는 위인이다. 국립묘지를 대표하는 현충원에 안중근 정신을 담게 됐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여기는 민족의 얼리 서린 곳~ 이 언덕을 보호하리라.’ 내용의 헌시도 썼으며, 이를 시비로 제작해 현충원에 설치했다. 임성현 대전현충원장은 기존의 현판은 역사성 등을 고려해 폐기하기 않고 국가기록원에 보관할 것이라며 전 전 대통령이 현판 글씨와 함께 써 현충원에 남아 있는 헌시비도 6~7월께 안중근체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최예린·오윤주 기자 >



중국인 5명도 기소"세탁된 자금 조선무역은행 흘러가 WMD 지원"

미 재무부 아닌 법무부 기소 흔치 않아제재회피 북·중에 동시경고

           

미국 법무부가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 퍼져 25억 달러(한화 31천억원) 규모의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30여명의 북한인과 중국인을 무더기 기소했다.

미국이 기소한 북한의 제재 위반 사건 중 최대규모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북미협상 교착 중에 제재 회피 활동을 계속해나가는 북한에 경고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중국과의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대북협조에 경고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250여개의 유령 회사와 북한의 대표적 외환은행인 조선무역은행(FTB)의 비밀 지점을 전 세계에 세워 25억 달러 규모의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북한 국적 28명과 중국 국적 5명을 기소했다.

법무부는 이들이 세계 각지에서 조선무역은행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세탁된 자금은 조선무역은행으로 흘러들어갔으며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 지원에 사용된 것으로 법무부는 판단했다.

기소된 이들 중에는 조선무역은행 전직 총재인 고철만과 김성의가 포함돼 있으며 전직 부총재 2명도 포함돼 있다. 또 태국에서 조선무역은행의 비밀 지점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한기성의 경우 북한의 정보기관 소속이라고 WP는 부연했다.

공소장에는 이들이 중국 베이징과 선양, 러시아 모스크바, 오스트리아, 리비아, 쿠웨이트, 태국 등지에서 유령 회사와 조선무역은행 비밀 지점을 마련해놓고 미국의 금융시스템 등을 이용해 돈세탁을 시도한 사례가 나열됐다. 공소장은 총 50장인데 이렇게 나열된 사례만 30장 분량에 달한다.

WP는 미 당국자들을 인용, 미국이 기소한 북한의 제재 위반 사건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미국은 재무부 차원에서 북한의 제재 회피를 겨냥해 독자적 제재를 하고 있지만 법무부 차원에서 북한 국적자를 무더기 기소하는 건 이례적이다.

마이클 셔윈 워싱턴DC 연방검사장 대행은 "이번 기소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 불법적으로 접근하려는 북한의 능력을 방해하고 불법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증강을 위한 불법적 행위로 수익을 얻으려는 (북한의) 능력을 제한하는 데 미국이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당국이 신병을 확보한 것은 아니어서 이들이 실질적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그러나 전직 고위 당국자들을 포함해 북한인 28명을 한꺼번에 기소한 것 자체가 미국 법 집행의 극적인 강화를 보여준다고 WP는 평가했다.

또 이번 기소를 통해 해당 인사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한편 미국이 제3국과의 외교적 관여를 통해 이들의 체포 및 인도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소장에는 몰수 요청도 포함돼 있는데 미국 정부는 2015년 이후 지금까지 6300만여 달러(한화 780억원)를 몰수한 상태라고 적시됐다.

이날 기소는 미국과의 협상 교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제재회피 활동을 계속해 나가는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또한 북한의 제재회피에 협조해온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경고로도 풀이된다. 특히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강행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라 주목된다.

'북 돈세탁' 기소 중 은행 '벌금폭탄·달러망 퇴출' 가능성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 가능성 제기화웨이·ZTE까지 연루

북한의 대규모 불법 돈세탁에 중국인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미국 정부가 중국 은행들에 천문학적인 '벌금 폭탄'을 투하할 가능성이 미국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책임 공방에서 시작돼 홍콩 문제로까지 확전된 미중 갈등의 전선이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 법무부가 2825억 달러(3조원) 규모의 북한 돈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한 이들에는 북한 국적자 28명과 중국 국적자 5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전 세계에 250개 이상의 유령 회사와 북한 조선무역은행(FTB) 비밀지점을 설립하고, 북한이 다수의 중국 은행 등을 통해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거쳐 중국 통신회사 장비를 결제하는 과정을 숨길 수 있게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북한이 결제한 통신장비는 미중 무역갈등의 한 축인 화웨이와 ZTE로부터 구매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신문은 "오늘 조치는 특히 이들 두 회사의 행위를 엄중 단속하기 위한 미국의 법적 조치 중 가장 최근 사례"라고 분석했다.

공소장에 화웨이라는 회사명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7WP의 보도로 처음 알려진 화웨이의 북한 3G 이동통신망 비밀 구축과 연관된 혐의가 포함돼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WP에 따르면 '중국 통신회사 1'이라고만 공소장에 적힌 화웨이의 한 직원은 201511월 북한으로 전자제품을 수송한 한 중국 기업에 대한 결제가 미국 은행으로부터 차단당했음을 보여주는 영수증을 받았다.

다음날 이 직원은 해당 기업과 중국 선양에 있던 FTB 직원이 전자제품의 목적지를 '홍콩'이라고 속였다는 내용의 영수증을 다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수사 결과는 지난 2016년 초부터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은행 지점을 퇴출하기로 했으나, 여전히 북한 은행들이 중국 베이징과 선양에서 활동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이날 기소된 5명의 중국 국적자는 중국 선양과 리비아에서 FTB 지점을 관리·감독했다고 법무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금융기관에 막대한 벌금을 매기고 '세컨더리 보이콧'(3자 제재)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북제재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턴은 "중국 정부가 김정은의 대북제재 위반을 의도적으로 돕고 있다는 이미 압도적인 증거에 이날 기소가 추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스탠턴은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란 제재를 위반한 유럽 은행들에 벌금을 부과했던 것처럼, 그런 (중국)은행들이 9자리(수억달러)10자리(수십억달러)의 벌금에 직면하는 게 바로 '최대 압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수석차관보는 "이번 기소가 미중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겠지만, 미국이 진지하게 대북 압박을 원한다면 꼭 필요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번 사건이 북한의 금융조작에 관한 중국 은행들의 '중심적 역할'을 드러냈다고 평가하면서 "일부 전·현직 미국 관리들은 미국 정부가 북한을 효과적으로 억누르기 위해 중국 기관들을 대상으로 더욱 공격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다른 사건들에서 북한 불법 거래의 '전달자'로 적시된 다수의 메이저 중국 은행들이 막대한 미 정부 벌금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고, 나아가 이들 은행의 달러망 접근을 차단하는 '죽음의 제재'까지 나올 수 있다고 WSJ은 내다봤다.

이는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금융기관과 개업, 개인을 대상으로 세컨더리 보이콧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20179월 행정명령을 근거로 한다.

'북한 돈세탁' 미 공소장 보니'감시망 피하자' 백태

해외 비밀지점과 250곳 유령회사 동원송금 막히자 미국에 허가 신청

대량살상무기 거래 흔적도 나와"중국 '북 제재 위반 방조' 경고 의미"

미국 법무부가 북한인과 중국인을 25억달러(31천억원) 돈세탁 관여 혐의로 무더기 기소하며 공개한 공소장을 보면 북한이 달러 송금과 조달을 위해 어떤 방식을 동원했는지를 알 수 있다.

북한이 조선무역은행(FTB)을 중심으로 해외 비밀 지점과 유령회사를 통해 미국의 감시망을 피하며 달러 결제를 하는 과정이 자세히 소개됐기 때문이다.

재무부의 경제 제재와 별개로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법의 잣대를 들이대 범죄로 기소한 것은 제재와 대화 병행 기조 속에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또 중국에 있는 은행이나 유령회사들이 대거 관여했다고 밝힌 것은 제재 이행에 미온적이라며 불만을 표출해온 중국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돈세탁에 250개 유령회사와 비밀 지점 동원

법무부가 북한 국적 28명과 중국 국적 5명을 기소하며 적용한 혐의는 돈세탁, 은행 사기, 대북 제재규정 등 8가지다. 추적한 기간은 20133월부터 올해 1월까지다.

공소장에는 북한이 달러 거래를 위해 조선무역은행을 정점으로 해외의 비밀지점과 무려 250개 유령회사를 동원한 것으로 돼 있다.

또 조선무역은행이 다른 나라의 금융기법을 연구하기 위해 외국 금융기관과 긴밀히 협력, 관련자들을 해외로 보냈다고 적시했다.

이렇게 해외로 나간 이들은 미국이 금지한 달러 거래를 위해 비밀 지점을 개설해 운영했는데, 대상국은 중국과 러시아 외에 태국, 리비아, 오스트리아, 쿠웨이트가 포함됐다.

이들은 상품을 조달하고 달러화로 결제할 수 있도록 유령회사도 설립해 운영했고, 이를 위해 현지 협력자들을 구했다.

특히 북한이 개입된 게 드러나 대북 제재 탓에 달러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 대리은행을 통한 달러 거래 시 이 사실을 숨겼다고 한다.

대리은행이란 외국 특정 은행의 계좌로 송금할 때 이를 중계해주는 역할을 하는 은행을 말한다. 북한은 미국 금융기관을 직접 이용하는 것은 물론 해외 금융기관을 통해 미국의 대리은행에 접근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소장에는 유령회사가 적발되면 또 다른 유령회사를 만들고, 문서에 최종 목적지와 거래처를 허위로 기재했다고 적시돼 있다.

50쪽짜리 공소장에는 북한이 조선무역은행 본부와 비밀 지점을 이용해 달러 거래를 시도한 과정이 지점별로 28쪽에 걸쳐 나열돼 있다.

구체적으로 선양, 주하이, 베이징 등 중국과 모스크바,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러시아는 물론 오스트리아, 리비아, 쿠웨이트, 태국의 지점을 통해 송금한 사례들이 나와 있다. 중국 단둥의 조선광선은행도 등장한다.

은행 본부가 송금을 지시하면 지점에서 유령회사를 이용해 이를 실행하는 식이다. 일부는 실제 물품 구매에, 또 일부는 달러 세탁에 활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송금이 이뤄진 기업에는 중국, 말레이시아는 물론 미국도 있다.

미국서 송금 차단하자 미 재무부에 승인 신청하기도

공소장에는 중국 선양 지점의 사례가 자세히 나온다. 책임자가 유령회사임이 탄로 날까 봐 중국은행의 실사에 대비, 중국인 협력자에게 합법적 구매인 것처럼 거짓 진술을 지시하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대화하는 내용이 있다.

중국 은행 간 이체가 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문의하라는 내용, 중국 은행에 전화해 계좌 개설과 수수료에 관해 문의한 장면도 적시돼 있다.

특히 돈을 송금하려다 미국의 대리은행에서 차단돼 애를 먹는 사례도 있다.

선양 책임자가 2015115일 유령회사인 밍정국제무역을 내세워 전자제품 구매 대금으로 30만달러를 중국 은행에 보내려 했지만, 미국 대리은행이 이를 차단했다. 일주일 후 이 제품을 판 중국 회사는 목적지를 북한에서 홍콩으로 바꾼 허위 계약서를 밍정국제무역에 보냈다.

북측 책임자는 미 재무부 규제로 인해 차단됐음을 중국 은행을 통해 알게 됐고, 같은 달 20일 함께 일하던 중국인이 재무부에 거래 승인을 요청하는 허위 신청서를 제출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201511월 스위스 사업가로의 송금이 차단됐을 때는 이 사업가가 허위 서류를 만들라고 조언하고 실제로 이런 서류를 꾸며 보냈다는 내용도 있다.

공소장에는 북한이 금지 물품 구매, 외화벌이 수단으로 거론되는 석탄 무역, 미사일 개발에 연결될 수 있는 물품 거래 등을 진행했음을 암시하는 부분도 있다.

일례로 선양의 비밀 지점과 관련해서는 밍정국제무역이 중국 회사인 단둥커화를 통해 미국법상 금지된 통신장비를 구매하는 거래에 관여한 내용이 있다. 이와 관련, 미 검찰이 밍정국제무역 계좌의 190만달러를 압류했다는 보도가 지난해 나오기도 했다.

베이징 지점 관련 혐의 중에는 관련자끼리 작년 3월 선박과 항공, 로켓 기기에 사용될 수 있는 부품에서 하드웨어 결함을 언급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또 오스트리아 지점과 관련한 부분에선 책임자가 201811월 북한 관련 회사의 대표에게 석탄 선적에 관해 알려줬다고 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밖에 태국 지점에선 2015932만달러어치의 알루미늄 구매와 관련해 지급을 보증하는 이메일이 조선무역은행 본부와 오간 내용이 포함돼 있다.

북한 제재 재확인하고 중국에도 '경고장'

이번 기소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을 동시에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에 대해선 북한의 달러화 거래를 미국이 추적하고 있음을 재확인함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최대 압박을 통한 대화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이번 기소는 해외 기업이 북한과의 거래를 더욱 꺼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이클 셔윈 워싱턴DC 연방검사장 대행이 "미국 금융시스템에 불법적으로 접근하려는 북한의 활동을 방해하고, 불법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증강을 위해 불법적 행위로 얻은 수익을 이용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미국이 전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된다.

북한이 달러 거래의 주요 창구로 중국을 이용하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워싱턴포스트(WP)"이번 기소는 중국이 불법 네트워크를 얼마나 용이하게 했는지를 드러낸다""유엔 회원국이 2016년 초 북한 은행의 지점을 쫓아냈다고 추정됐지만 중국의 베이징과 선양 등에서 여전히 운영되고 있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대북제재 강화법 통과를 도운 조슈아 스탠턴 변호사는 WP"이는 중국 정부가 김정은의 대북 제재 위반을 고의로 돕고 있다는 압도적 증거를 더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이 대북 제재 이행에 적극적이지 않고 북한의 제재 위반을 방조한다는 불만을 표시해왔다는 점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를 간접 촉구하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책임론,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등을 놓고 치킨게임 양상의 충돌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번 기소는 북핵 해법을 놓고도 이견을 드러내는 양국의 현 지점을 보여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법무부에 "검찰 조사해달라" 진정서 제출"허위 주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이 한 전 총리의 유죄 입증을 위해 법정 증인의 진술을 조작했다는 주장이 또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전 총리 재판 당시 증인이었던 A씨는 지난달 초 법무부에 '(한명숙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의 위증 교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정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은 관련 절차에 따라 대검찰청으로 이송됐다.

A씨는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전달했다고 했다가 진술을 번복한 한신건영 전 대표 고() 한만호 씨의 구치소 동료 수감자다.

최근 뉴스타파가 공개한 한씨의 비망록에는 한씨가 검찰의 추가 기소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검찰 조사 때 "한 전 총리에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가 법정에선 진술을 사실대로 바로잡았다고 적혀있다.

당시 한 전 총리 재판에는 한씨의 동료 수감자 2명이 증인으로 나와, 한씨가 구치소에서 '검찰 진술이 맞지만 법정에서 뒤엎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는 증언으로 한씨가 번복한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역할을 했다.

당시 증인 2명 중 1명인 A씨가 9년 만에 입장을 바꿔 검찰로부터 위증교사를 받아 거짓으로 한 전 총리와 한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며 최근 불거진 검찰의 증언 조작 의혹에 가세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증언 조작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했다고 증언하는 인물은 2명으로 늘어났다.

다른 1명은 역시 한씨의 구치소 동료로 A씨를 포함한 증인 2명과 함께 위증교사를 받았으나 검찰 협조를 거부해 최종 증인에서는 배제된 B씨다.

B씨는 최근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의 증언 조작을 폭로한 데 이어 한 전 총리와 한씨를 조사하고 재판을 담당한 검사와 검찰 간부들을 직권남용과 모해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고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A씨의 법무부 진정 사실이 알려진 직후 수사팀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제기된 증언 조작 의혹에 대해 "객관적 사실과 명백히 다른 허위 주장"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수사팀은 "당시 증인들은 강도 높은 변호인 신문을 받았고 한 전 사장과 대질 증인신문도 받았다""수사팀은 절대 회유해서 증언을 시킨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 A씨가 법정에서 "자발적인 진술"이라고 진술한 점, 수사팀도 몰랐던 한씨와의 대화를 증언한 점 등을 들었다.

또 한 전 총리의 금품 전달 장소나 방법, 수표 포함 여부 등에 대해서는 A씨가 '모른다'고 답한 점을 거론하며 "검사가 허위 증언을 교육시켰다면 이런 사실을 모두 교육시켰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새로운 증인의 등장으로 검찰의 증언 조작 의혹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면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정치권 안팎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고 언론이 문제를 제기한 만큼 검찰 수사방식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해봐야 한다"며 법무부 차원의 진상조사에 나설 뜻이 있음을 재확인했다.

한명숙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추 장관도 이날 공수처의 우선 수사대상으로 '(검찰의) 권력 유착이나 제 식구 감싸기'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씨의 동료 수감자들의 법정 증언이 이뤄진 시기는 20113월이다.

법조계 주변에선 검찰의 증언 조작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당시 수사팀에 대한 기소가 가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직권남용의 경우 공소 시효가 7년으로 지났지만, 모해위증교사죄의 공소 시효는 10년으로 아직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