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일발이란 바로 그런 찰나를 묘사하는 말이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총리와 장관·국회의원 등이 한자리에서 괴한의 총을 맞을 뻔했다. 자칫 나라의 수뇌부가 몰살 당해, 무정부 상태에 빠질 수도 있었던 위험한 장면이었다. 의사당에서 국정을 논의 중인 회의장 바로 문밖에 총을 든 괴한이 난입해 총격전을 벌였다. 그 자리에 있던 인사들이 얼마나 놀랐으면 책상과 의자를 쌓아 문쪽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깃대를 뽑아 여차하면 창처럼 무기삼아 찌르겠다고 작정했겠는가.
정정이 불안한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있었던 일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톱10에 드는 캐나다의 심장부 국회의사당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다행히 범인이 국회 경위에게 사살되어 다들 무사했지만, 캐나다의 국가 운명이 좌우될 뻔한 엄청난 쑈크요 가슴 쓸어내릴 해프닝이었다.
라이플총을 든 한명의 괴한이 뛰어든 이 사건은 그러나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사안이어서 충격파가 크다. 단 한 두명의 도발에도 나라가 휘청대고 위기에 처할 수 있음을 실감나게 보여주었고, 요인경호와 국가기관 방호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 탄식을 자아냈다. 특히 잔혹성으로 소문난 IS 이슬람국가의 비수가 마침내 이쪽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위기의식을 돋게 했다. 우리는 안전하다고 방심했던 국민들에게 결코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불안감이 번졌다. 한마디로 캐나다의 안전신화에 의문부호를 던지는 전환점이 된 것이다.
하지만 정확히 짚어보면 ‘캐나다는 안전하다’고 믿어온 그간의 생각들이, 사실은 허상을 믿었던 것은 아닐까. 대테러 전쟁의 선봉에 나선 미국이 바로 이웃이고, 미국을 항상 뒤따르며 참전하고 적극 협력하는 나라가 캐나다다. 그런데도 미국은 어디든 접근 자체가 철통보안을 유지하는 나라인데, 그 바로 인접국임에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아니 태평스런 모습이 캐나다가 아니었나. 최강국 미국이 옆에 있어서 안심이라고 마음을 놓은 것일까.
정보당국이 이른바 ‘외국인 테러전투원’ 혹은 IS 등 테러단체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백여 명을 추출해 감시 중이라는 소식도 있었다. 그렇다면 일찍이 국내테러를 예상한 대비태세를 갖췄어야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총리와 정계 거물들이 피격 위기를 겪고서야 보안강화에 나서는 것은 정보판단과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을 던지고도 남는다.
토론토 도심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총격과 피살사건에서 느끼는 시민들의 불안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민들이 무차별 테러를 내 이웃, 혹은 내 문밖과 앞마당에서 당할 수도 있다고 위기감을 갖는 것은, 삶의 질과 정신건강과 행복지수를 무너뜨리는 후진적 불행요인이다. 국가와 국정 지도자들의 준엄한 책무요, 결연한 방비태세가 필요한 이유다.
사실 온 세계가 극과 극으로 대립하고 처참한 보복으로 점철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지구촌 어디든 안전한 곳은 갈수록 찾기가 어렵게 되어간다. 총칼과 무단 권력의 폭압이 아니어도 일상의 모든 것이 감시당하고 추적당하는 엄혹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전화와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SNS, 그리고 거리의 CCTV들…
그렇다고 심심 산골에 쳐박혀 원시인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 어차피 사면초가의 행로요 불안한 삶이라면, 최선의 길은 ‘충직한 보호자’와 ‘착한 감시자’를 만나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이 있겠는가.
그렇다고 심심 산골에 쳐박혀 원시인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 어차피 사면초가의 행로요 불안한 삶이라면, 최선의 길은 ‘충직한 보호자’와 ‘착한 감시자’를 만나는 것 말고 달리 방법이 있겠는가.
국민 몇몇은 당해도 상관없다며 권력안보에만 급급한 정권책임자들이 아닌, 한 사람 한 시민을 소중히 섬기고 든든히 지키는 신뢰의 권력을 찾아야 한다. 국민들 일거수일투족을 감찰하며 정권안보에 위해요소를 잡아내고 트집 잡기에 혈안인 못된 감시권력이 아닌, 국민의 행복과 평안을 지키는 데만 관심을 둔 선한 권력을 만나는 것 말이다.
결국은 우리들이 택하고 우리 손으로 창출해 내야하는 과제이긴 하지만…!
< 김종천 편집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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