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권력보다 권리를 키우는 개헌

● 칼럼 2017. 1. 10. 19:36 Posted by SisaHan
개헌은 시대정신이다. 촛불이 제7공화국의 문을 두드렸다. 이때다 싶어 적폐의 주범들도 개헌몰이에 나선다. 87년 6·29를 복제한다. 헌법이 “대통령=부패” 등식의 주범인 양 떠벌린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과 그 주변 비리의 정범은 헌법이 아니다. 중앙 패권적 행정권력과 재벌 중심의 시장권력, 그리고 이들을 감시해야 할 검찰의 부패와 언론의 무능이 주범이다.

개헌몰이로 물타기를 하려는 자들에게 87년처럼 농락당하지 않으려면 저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개헌을 해야 한다. 개헌몰이에 휘둘리지 않는 광장 주도의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 촛불이 가닥을 잡아야 한다. 우선 ①‘개헌의 방향과 틀’을 짜면서, 동시에 ②‘개헌의 종류와 범위’를 논해야 한다. 나아가 ③‘개헌의 주체와 절차’를 점검하고 ④‘개헌의 시기와 시간’도 점검해야 한다. 촛불의 뜻을 따르는 대통령 후보라면 지체 없이 네 가지 문제에 대한 명시적 입장을 밝히고 광장에서 공증을 받아야 한다.

①개헌의 방향은 권력구조 개편과 권리체계 개혁으로 나뉜다. 권력구조 개편은 단임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중임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선악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선호하는 중임제는 단임제보다 부패를 더 키우고, 더 감출 수 있다. 의원내각제는 일본처럼 나눠먹기 권력 세습을 고착화시킬 수 있다. 이원집정부제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의 과밀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러니 인기투표하듯 결정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왕처럼, 국회의원이 귀족처럼 행세하는 권력구조 틀을 깨야 한다. 중앙패권에서 지역자치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분권형 권력구조의 새판을 짜야 한다. 여기서 ‘헌법=권리체계’라는 민주적 법치의 본질이 드러난다. 권리체계로서 헌법은 두 기둥, 인권과 주권으로 세워진다. 인권과 주권의 담지자는 같을 수도, 다를 수도 있다. 현행 헌법은 두 권리의 주체를 국민으로 통일하고 있다. 이 경우 국적이 다른 사람과 뭇 소수자들이 인권의 발신자가 될 수 없다. 그러니 세계시민과 함께할 나라를 만들려면 기본권 체계부터 재구성해야 한다.

②권리체계 개혁은 기회균등을 넘어 국민의 실제적 주권행사를 보장하는 생활균등으로 나아가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지향하는 개혁입법과 사회적 결사체의 주권을 키우는 선거법 개정을 기초로 헌법 전면개정을 단행해야 한다. 권력구조만 바꾸는 일부개정으로 제7공화국을 열겠다는 정치인은 제 몫에 목을 맨 자들이다.


③개헌의 핵심은 주체다. 지금까지 9번의 개헌 중에서 3차(2공화국)와 9차(6공화국)를 제외하면 모두 대통령이 주관했다. 국회가 주도했던 3차와 9차 때도 국민은 주변부로 밀려났다. 이번에야말로 국민이 명실상부한 개헌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시민참여형 개헌은 이미 세계적 현상이다. 그러니 대권 후보들은 국회와 국민이 함께 시민의회를 만들어 개헌을 추진하자는 제안에 응답해야 한다.


④개헌을 위한 국회특위가 만들어졌다. 87년 이후 30년 만이다. 잘된 일이지만 촛불 몰래 자기들 구미에 맞는 개헌에 착수하지 못하도록 감찰해야 한다. 개헌안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전문가들이 만든 것이다. 이것들을 모으고 다듬으면 곧바로 개헌이 가능하다는 선전은 국민주권을 유린하는 기능주의적 발상이다. 대선 전과 후를 선택하라는 여론몰이는 이들의 수작이다. 지금은 선택할 때가 아니라 논의할 때다. 결정할 때가 아니라 사유할 때다.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제7공화국을 그리며.


< 박구용 - 전남대교수, 시민자유대학 이사장 >


1000만 촛불의 함성과 함께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 우리는 한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은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촛불 시민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1000만 촛불은 대통령 탄핵을 넘어 우리 사회의 온갖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국가 체제를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대상이 박근혜 대통령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그가 얼마나 민주주의에 무지하고, 공과 사를 전혀 구분하지 못할 만큼 우매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대통령의 자격과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대통령 박근혜는 존재 그 자체로 대한민국의 치욕이다.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을 신속하게 탄핵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박근혜 탄핵은 구체제 청산의 출발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 물러난다고 해방 이후 누적된 적폐가 저절로 해소되지는 않는다. 대통령 박근혜를 가능하게 했던 우리 사회의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지 않고는 언제라도 또 다른 박근혜가 출현할 수 있다. 박근혜 탄핵은 구체제 청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구체제 청산은 구체적인 개혁과제 설정과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정교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 과업을 기존 정치권이나 몇몇 정치인이 주도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다시 한번 1000만 촛불 시민의 집단지성이 요구된다. 다양한 방식의 국민대토론을 통해 국가 개조를 위한 구체적인 개혁과제를 추려내야 한다.
촛불 시민이 요구하는 개혁과제는 크게 정치개혁, 검찰개혁, 언론개혁, 재벌개혁 등이다. 나라의 기본 틀을 다시 짜기 위한 최소한의 과제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정경유착의 근절이다. 박정희 정권 이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정경유착은 국가의 기능과 역할을 왜곡하고, 소수 기득권세력을 유지해준 근간이었다. 권력은 재벌의 뒤를 봐주면서 기득권을 유지할 물적 토대를 공고히 하고, 재벌은 그 대가로 부당한 경쟁을 통해 부를 축적해왔다. 정경유착은 우리 사회 전반을 썩어 문드러지게 했고, 공정한 경쟁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들었다. 검찰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분산해 검찰 권한을 약화시키고, 지역 검사장을 시·도 교육감처럼 국민이 직접 선출하게 해야 한다. 국민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검찰은 언제라도 국민의 목에 칼날을 들이댈 수 있다.


사회의 공기인 언론을 지금처럼 놔둔 채 민주주의를 거론할 수는 없다. 공영방송과 일부 보수언론은 국민 편에 서서 공적 역할을 하기는커녕 권력의 나팔수를 자임하거나 자기 회사의 사적 이익을 우선시했다. 언론개혁의 일차적 과제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정권에 장악된 공영방송을 국민 품에 돌려주는 일이다. 경제민주화로 상징되는 재벌개혁은 사실상 재벌 해체의 수준으로 이뤄져야 한다. 재벌들은 세금 없는 부의 상속을 위해 온갖 편법과 위법을 동원하고, 재벌체제 유지를 위해 국내 중소기업을 하청기업화하고 있다. 지금 같은 재벌체제가 지속되는 한 공정한 시장경제는 기대할 수 없고, 한국 경제는 기업 경쟁력 약화로 인한 만성적인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도 없다.
개혁의 우선순위 설정과 실행 일정도 중요하다. 4월 말이나 5월 초에 대통령 선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회가 개혁과제를 입법화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1월 국회에서 개혁과제의 우선순위를 간추린 뒤 늦어도 2월까지는 중요한 개혁과제의 입법화를 마쳐야 할 것이다.
나머지 개혁과제의 마무리는 다음 정부의 몫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서 어떤 정부가 들어서느냐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차대한 의미를 갖는다. 한국 민주주의를 처참하게 짓뭉개고, 국민의 일상을 벼랑 끝으로 내몬 세력이 다시 집권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 발전의 족쇄가 돼왔던 구체제를 말끔히 청산하고, 분단체제를 극복해 남북 화해협력을 진전시키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정권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1000만 촛불 시민의 요구다.


개헌은 촛불 민심의 완성체여야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개헌은 촛불 민심이 오롯이 담기는 형태여야 한다. 내각제니 이원집정부제니 하면서 특정 정치세력의 유불리만 따지는 개헌 논의는 촛불 민심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촛불 민심의 완성체로서 개헌이 이뤄질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구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개혁에는 늘 반동이 뒤따른다. 1000만 촛불의 함성에도 수구 기득권 세력들은 구체제 유지를 위해 마지막 발버둥을 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사실상 한 몸이었던 새누리당은 여전히 똬리를 틀고 앉아 재기의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수구적인 일부 극우세력은 아직도 시대착오적인 종북 타령을 하면서 역사의 물꼬를 수십년 전으로 되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반동을 이겨내고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속적인 압박밖에 없다. 적폐 청산이 가시화되고 개혁과제가 법적 제도적으로 완성될 때까지 계속해서 촛불이 타올라야 하는 까닭이다. 민주주의는 시민 개개인이 나라의 주인임을 자각하고 행동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민과 국회의 탄핵 결정 이후 나라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조·중·동과 경제지를 중심으로 그렇다. 박근혜의 직무정지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 요인이지 악재는 결코 아니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99%에게는 좋은 일이요, 1% 미만 부패세력에게만 나쁜 일일 수 있다.
판단의 근거는 이렇다. 첫째, 이재용 등 재벌 총수들과 박근혜-최순실 일당 간의 정경유착이 일부나마 밝혀졌다. 그에 따라 거대부패의 창조 메커니즘이 잠시나마 정지된 상태이다. 창조경제 사기극의 간판이었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닫을지 모르고 전경련도 위기에 처했다. 물론 면세점 추가지정 등 세습재벌에 대한 특혜는 법령의 가면을 쓰고 대부분 지속되고 있다. 정경유착 전모가 분명히 밝혀질수록 경제에 미치는 훈풍은 강해질 것이다.


둘째, 불공정한 경제시스템이 조금이라도 개선될 가능성이 생겼다. 박근혜표 노동개악법 추진은 동력을 잃었다. 일부 재벌총수들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법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박근혜표 악법이 원상복구된다면, 경제시스템의 불공정성은 줄어들고, 경제주체들의 능력 발휘 기회를 확충하여 투자와 일자리를 늘릴 것이다. 셋째, 대외신용도는 오히려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정경유착의 당사자로 법 위에서 군림하던 박근혜와 재벌총수들을 시민들의 목소리로 끌어내리는 법치를 실현한다면, 한국 경제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외국자본이 유입되어 증권시장뿐 아니라 무역, 직접투자 등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합법적인 대통령이 빨리 선출되어 정당성을 확보하고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과 균형외교를 한다면 북한과의 경제교류도 회복되어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경유착 세력이 여전히 활개치면서 탄핵 역풍을 창조하려 억지로 내세우는 것이 “민생을 위해 대규모 토요집회는 그만하자”는 것이다. ‘기레기’ 언론의 ‘경제위기론’ 가짜뉴스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다. 범법자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탄핵받고 직무정지된 이 엄중한 시기에, 국민만이 가진 경제권력을 박근혜가 임명한 황교안이나 유일호에게 위임하는 데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재벌정책, 노동정책, 금융정책 등 주요 경제정책은 당연히 국회에서 논의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박근혜에 의해 개악된 모든 법령은 원상복구되어야 한다. 국회는 탄핵기간 내내 임시국회를 열어, 국정을 농단한 세력들이 망가뜨린 법과 제도를 원상복구하여야 한다.


정경유착 부패의 뿌리를 뽑아내야 나라경제와 국민생활이 동시에 나아질 수 있다. 50여년 전 박정희-이병철로 시작한 정경유착을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해야 한다. 박근혜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조속히 국민탄핵을 완수해야 한다. 헌재가 결정하면 즉시 박근혜의 뇌물죄 등 실정법 위반에 대한 구속 수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헌재 결정 이전에도 특검에 의해 박근혜의 모든 범죄를 수사하고, 이재용 등 재벌총수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가 법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전과가 많고, 증거인멸이 이미 상당히 이루어졌으므로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박근혜-이재용으로 2대, 3대 정경유착이 뿌리내리는 동안 한국 경제는 일그러지고 추해지고 약해졌다. 정경유착을 이 기회에 말끔히 도려내야 나라경제가 계층·지역·산업간 차별 없이 균형있게 성장할 수 있다. 노동착취와 중소기업 수탈에 의존하는 이병철형 전근대기업에서 회사 임직원들이 열정을 쏟아붓는 민주적 현대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박근혜 탄핵처럼, 불법·부패·세습 재벌총수들에게 실정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만으로도 한국 경제는 방대한 발전 에너지를 재충전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 김태동 -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위원인 새누리당 이완영·이만희 의원이 최순실씨 보호를 위해 증인과 위증을 모의했다는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모 신문은 19일 내부자 발언을 토대로 “태블릿피시(PC)가 고영태의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이완영 의원과 정동춘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이 입을 맞췄다”고 보도했다.
앞서 고씨는 ‘청문회에서 태블릿피시를 둘러싼 위증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진실을 밝혀야 할 국회의원이 오히려 진실 은폐를 모의하고 실행했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다.
국회는 당장 이 사안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사실이라면 두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해야 마땅하다.


두 의원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청문회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두 의원과 케이스포츠 인사들과의 사전 모의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고씨는 13일 모 월간지 인터뷰에서 “케이스포츠재단 박헌영 과장이 새누리당 의원과 입을 맞추고 태블릿피시에 관해 위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틀 뒤 열린 4차 청문회에서 이만희 의원은 태블릿피시 건을 집중 질문했고, 증인으로 나온 박 과장은 ‘최순실씨 것이 아닌 고씨의 것’이란 취지로 답변했다. 우연치고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없다.
의혹은 노승일 케이스포츠재단 부장의 폭로로 더욱 짙어졌다. 노 부장은 이완영 의원과 정동춘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이 박 과장에게 위증을 하도록 사전 모의를 했다고 밝혔다.
청문회 직전 이 의원과 정 이사장이 두 차례 만난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이완영-정동춘 만남에서 위증을 모의하고, 이만희-박헌영이 청문회에서 시나리오대로 실행을 했다는 의혹을 감추기 어렵다. 어떻게 국회의원이 청문회를 앞두고 핵심 증인을 만나 이런 논의를 할 수 있는 건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완영 의원은 청문회 내내 “고령과 병력으로 고통받는 증인(재벌 총수들)을 배려해달라”거나 “대통령이 관저에 있다고 일을 안 하는 거냐” 등의 발언으로 국정조사를 오히려 방해한다는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두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 필요하면 특검 수사도 하는 게 마땅하다. 국민보다 범법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은 더이상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